2015년 9월 17일 목요일

플래티그넘 만년필 사용한지 일 년 만에 작별을 고해야 하는가?

작년 추석 연휴 때에 고양시에서 구입했으니 이제 사용한지 일 년이 된다. 언제부턴가 뚜껑이 너무 쉽게 닫기고 빠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다. 나는 필기를 조금이라도 쉴 때에는 늘 뚜껑을 닫아놓는다. 이것이 올바른 사용법이다. 그리고 매일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필기를 한다.

그런데 뚜껑을 닫고 몇 시간 지난 다음 쓰려고 하면 잉크가 말라서 나오질 않는다. 평소에 거의 쓰지 않는 2천원짜리 프레피 만년필이나 그보다 더 싼 국산 브랜드(실제로는 중국산) 캘리캘리도 이렇지는 않다. 몇달을 그냥 둔 뒤에 뚜껑을 열고 필기를 하면 여전히 잘 나온다. 반면 플래티그넘은 매일 사용하고 잉크도 늘 충분히 채우는데도 이러하다. 아마도 뚜껑 내부의 실링 부속이 헐거워진 모양이다.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면 보통 기름값을 아낀다는 핑계를 댄다. 정말 그럴까? 자전거 부속이나 용품, 의류로 더 많은 돈이 들기 십상이다. 만년필도 그런 것 같다. 만년필을 쓰는 동안은 다른 필기구를 사지 않으니 돈이 절약된다고 생각하지만 잉크나 카트리지를 가끔 구입해야 하고, 정말 고급품을 사지 않는 이상 이렇게 일년에 한번 정도는 문제를 일으켜서 새로 구입하는 것을 고민해야 된다. 자바펜이 그러했고 피에르 가르댕 만년필도 그랬다. 만약 이삽심만원짜리 만년필을 산다고 가정하자. 평생 구입할 볼펜 비용보다 만년필 한 자루 값이 더 나갈 것이다. 

그러니 필기구 값을 절약한다는 생각으로 만년필을 쓰면 안된다. 쓸 때의 사각거림이 좋고, 가끔 잉크를 채울 때의 낭만적인 느낌이 좋아서 일반 필기구를 쓰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고 있노라고 생각해야 한다.

3만원 미만의 만년필을 사서 일 년마다 바꾸느니 차라리 프레피나 몇 자루 사서 쓰는 것이 더 경제적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프레피는 프레피만의 단점이 있다. 필기감이 아주 좋지는 않고 너무 두껍다. 닙이 종이 위를 미끄러지는 느낌이 가장 좋았던 것은 자바펜의 만년필이었지만, 최하위 모델은 너무 가늘어서 쥐는 느낌이 좋지 않았고 도장도 형편없었다. 지금 자바펜의 홈페이지를 가 보니 락카를 칠하지 않고 금속 그대로 마감된 신제품이 눈에 뜨여서 구미가 당기기는 한다.

2015년 9월 30일 추가한 글:

플래티그넘 만년필을 구입한 것은 작년 추석 연휴가 아니라 12월이었다. 아직 일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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