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은 필요하지만 '후회'나 '자책'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어제는 어떤 자리에 잠깐 가서 인사를 할 것을 권유받았으나 나는 그다지 필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여 이에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그러고 나니 권유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 일이 아닌가 싶어서 괜히 기분이 나빠지고 후회가 밀려오는 것이었다. 사실 집 앞에 잠깐 나가면 되기만 하는 일어어서 큰 수고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나는 주관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상당히 오랫동안 마음 속에 꺼림칙한 '뒤끝'이 일었다.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마라'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어제는 이 두가지를 다 지키지 못한 셈이 되었다. 가끔은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말라'는 금언도 지키기 힘들 때가 있다.
내 나름대로의 주관에 따라 행동한 것에 대해서 왜 이런 느낌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인간관계를 위해 잠깐의 수고를 들여 내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는 것이 부족하여 내 인생이 앞으로 순탄치 않을 것인가? 가뜩이나 최근 어느 방송에서 들을 말, 즉 사람은 47세까지 쌓은 인적 네트웍을 가지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 자꾸 머리속을 기분나쁘게 맴돈다.
언젠가 돌아올 것을 생각하여 미래에 대비한 투자 개념으로 인적 관계를 쌓는 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내 인생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 상대적으로 두텁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 인생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이미 그것으로 새로운 고민을 안고 사는 셈이 된다.
언젠가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내가 잠시 수고를 들여서 배려함으로써 상대에게 바로 지금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내 행동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오늘부터 읽고 있는 책이다. 철학자와 심리학자가 공동집필한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 최고가 되려는 강박, 지나친 자신감, 지나친 목표설정, 행복이라는 모호한 목표의 실체를 깨닫는 것... 고개를 끄덕여 가면서 책장을 넘기고 있다. 다만 누가 이 책을 빌려 읽었는지 너무 자주 종이를 접어서 표시한 흔적이 나타나서 짜증이 나고 있기는 하다.
댓글 1개:
오! 좋은 책이네요. 저도 읽어봐야 겠습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