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6일 화요일

전주 한옥거리 유감

나의 이중적인 잣대에 대해 누군가 비판을 한다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무리한 새만금 방조제 건설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비용과 환경적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이면서도, 이번 여행 중에 바다를 가르는 도로를 신나게 달리며 시원함을 만끽했으니 말이다.

전주 한옥거리도 마찬가지이다. 남도 여행을 마치고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가 졸라서 전주를 들렀다. 딸에게 전주 한옥거리란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가득한 즐거운 곳이란 이미지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소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도록 가르쳤어야 하지만 미처 그러지 못하였다. 붕어 모양의 빵 아가리에 아이스크림이 채워진 바로 그것을 찾기 위해서 간 것이다.

아마도 이번 전주 한옥거리 방문이 세번째인 것 같다. 날이 갈수록 거리는 점점 혼잡하고, 더욱 끈적거린다. 왜? 사람들이 흘린 길거리 음식 때문이다.


한옥거리 주변의 상가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건물주는 이를 분할하여 내놓기 바쁘다. 젊은이들로 거리가 들끓게 되니 이들이 간편하게 현금을 주고 사먹을 수 있는 국적불명, 연혁 불명의 길거리 음식 판매점만 즐비하다. 단 음식 노점상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을 보니 상인 연합에서 단속을 꽤 열심히 한 모양이다. 길거리 한 가운데에 벤치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공간에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꼬치 등 주변 상가에서 사 온 음식을 들고 앉아서 먹고 있다. 아니, 여기가 무슨 단체 급식소인가? 기대 앉도록 만든 도로 구조물은 흘린 음식으로 지저분하고, 하나밖에 없는 공중화장실은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말 그대로 전통/한옥과는 무관한 음식과 콩나물 시루를 방불케 하는 젊은이의 인파가 거리를 차지하고 있고, 이제 이곳은 전주 시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고립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다. 외지 사람은 미어 터지지만, 여기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현지민들은 주말만 되면 길이 막혀 고생스럽고, 현지 자본이 밀려나면서 아마도 불편한 감정을 느낌은 당연하다. 심지어 임대료가 월 1,500만원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니...

그나마 눈에 보기 좋은 것을 고르라면 단 한가지, 한복을 빌려서 입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 하나는 기획을 잘 했다. 다만 물이 질펀한(무슨 물일까...) 화장실 바닥을 긴 치마가 걸레질하듯 쓸고 다닐까 걱정이 된다.

전주 한옥거리는 이대로는 안된다. 인사동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인사동에는 위태롭긴 하지만 아직 <문화>가 남아있다. 식당이 많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건물 안에서 먹게 되어있지 전주처럼 들고 나와서 흘리면서 먹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풍성한 갤러리와 개성있는 상점이 버티고 있다. 이들이 몽땅 프랜차이즈 식당/카페와 명동과 같은 의류 및 화장품 가게로 변하는 날이 아마 인사동의 마지막일 것이다. 전주 한옥 거리는 어떤가? 전동 성당은 그 문화적-역사적 의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이 그저 인증 사진만 찍는 젊은 커플들로 몸살이고, 경기전과 한옥도 인파에 파묻혀 그 이미가 퇴색했다. 전통이라는 문화적 토대를 살려야 한다. 전주 <한옥> 거리이지 <길거리 음식> 거리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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