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상에 대해서 여러가지 고민하고 생각할 문제들이 많다. 우선 우리나라의 영화 배급 체계가 쉽게 스크린을 독점하여 관객의 쏠림을 '조장'하는데 아주 적합한 구조라는 것이다. 기록을 세우기는 좋으나, 다양성 측면에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 배급사가 미는 영화가 모든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다른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비판은 <명량>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 영화라서 배급 독점을 통해 관객 기록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고, 외국 영화라서 똑같은 시장 구조 하에서 국내 영화의 관객 기록을 깨는 것은 안된다? 이런 이중 잣대는 곤란하다고 본다. 어쨌든 다른 영화를 보고 싶은 소수(?) 관객의 선택을 막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가족도 <어벤져스2> 관객 수를 +3 하는데 분명히 기여하였다. <명량>에서는
두번째로는 이 영화에서 그려진 한국의 이미지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 역시 우리나라가 외국인에게 좀 더 발전되고 근사한 나라로 비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이제 막 벗어나려는 단계에서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태도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우리가 외국에 어떻게 비추어 지는지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우리나라 사람처럼 스스로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이토록 예민한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암울한 역사와 일제 강점기, 참혹한 전쟁 후 짧은 시간 동안 나라를 다시 세우고 압축 성장을 한 것이 자랑스러울 수도 있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어벤져스2>를 보면서 왜 우리나라 수도 서울이 이렇게 우중충하게 보이는지 다소 불편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른다. 홍콩이나 뉴욕의 어둡고 위험한 뒷골목은 영화에서 너무나 자주 접해서 이미 익숙한 상태인데, 영화에 비췬 한국의 모습은 반드시 번듯하고 깨끗해야만 하는가?
물론 다소 우중충해 보이는 서울의 모습이 극의 전개에 반드시 필요한 점은 아니라는 것에서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실제 서울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고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도 옥의 티이다. 천만을 넘는 대도시에서 시민의 일상 생활에 불편을 되도록 줄이는 수준에서 촬영을 하려니 이 정도 선에서 타협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홍보 효과를 지나치게 선전한 주체가 있다면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 영화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촬영지가 입는 부수적인 효과(관광수입 등)를 얼마나 염두에 두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제작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지만, 촬영지를 유치하고 싶은 국가나 지역에서 더 많은 노력을 들이는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한국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고 부수적인 효과를 노리려 했던 주체가 있었다면 그 의도가 이번 영화를 통해 크게 먹힐 것 같지는 않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두바이나 중국의 배경이 관객에게 어필한 것을 생각한다면...
액션 영화로서 그런대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액션 영화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와 개념이 점차 모호해지고, 점차 인간의 내면으로 파고 들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아니, 단지 복잡해지는 것인가? 생물학에서 진화는 곧 복잡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스토리를 짜는 작가 입장에서는 더욱 머리가 아프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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