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디지털화한 음악을 듣는 것이 대세가 되고 말았다. 이는 방이나 거실에 앉아서 앰프와 스피커를 갖추어 두고 2-3미터 떨어진 곳에서 음악을 듣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예전처럼 필수 가전제품으로 여겨지던 오디오 대한 수요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수요가 줄어든데다 그나마 반도체를 이용한 최첨단 고능률 오디오가 대중화된 지금 왜 새삼스럽게 진공관 앰플리파이어(앰프)인가? 인터넷을 뒤지면 진공관 앰프의 장점에 대한 무조건적인 옹호의 글이 꽤 검색된다. 하지만 이를 잘 살펴보면 객관성이 많이 결여되어 있고, 동일한 내용을 글을 가감없이 여기저기 단순히 복사해 놓은 것이 많다. 국내 웹사이트에서 흔히 발견되는 문제이다. 일본에서 불어닥쳤던 진공관 앰프 부활 열풍을 무분별하게 따르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진공관 앰프는 출력에 비하여 매우 무겁고 뜨겁다. 요즘의 스피커를 충분히 울리기에는 출력은 낮고, 고장난 진공관을 이따금 교체해야 된다. 게다가 싱글 앰프라면 어느 정도의 험은 감수해야 한다. 진공관 앰프에게 운명과도 같은 출력 트랜스포머는 잘 만들기도 어렵고, 그 특성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도 어렵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발달하여 손으로 글씨를 쓰는 횟수가 줄었다 하여도 손수 병잉크를 채워서 만년필로 글씨를 쓰는 사람이 있고, 야외 활동을 나가서 간편한 휴대용 가스버너를 쓰지 않고 장작을 피워서 고기를 굽는 사람이 있다. 손으로 글씨를 남기면 컴퓨터의 기록 속도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고, 기록 후 즉각적이고 자동적인 검색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 해도 손글씨의 매력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겠는가? 장작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고, 진공관 앰프 역시 그러하다.
나는 진공관 앰프가 반도체 앰프보다 월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이를 판별할 만한 깊은 경험을 아직 축적하지는 못하였지만. 대신 감히 말하자면 이상과 같은 불리한 점에도 불구하고 '진공관 앰프는 충분한 매력이 있고, 어떤 면에서는 반도체 앰프보다 더 나은 면이 있다'라고만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다. 어차피 진공관이라는 핵심 부품의 대량 생산이 어렵고 교환의 문제가 있어서 아무리 진공관 오디오의 르네상스가 도래한다 하여도 가정용 오디오로 지금보다 더 획기적으로 더 많이 보급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진공관 앰프는 음악을 재생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고, 실력이 있다면 조금씩 개조해 나가는 재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제조후 20년은 훨씬 더 지난 진공관이 지금 내 앞에서 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이론이나 측정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바로 그 속에 담겨있지 않은가?
진공관 앰프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상을 버릴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찾아보기 위해 시간을 좀 들여 보았다. 국문 자료는 웹사이트나 단행본 모두 매우 빈약한 수준이다. 아래의 링크들을 앞으로도 조금씩 업데이트될 것이다.
The Cool Sound of Tubes - IEEE Spectrum
Tubes versus Transistors - Is There an Audible Difference? (기본적인 소리의 차이는 harmonic distortion이라는 것)
Tubes vs. Transistor White Paper (반도체 앰프에 대한 옹호)
J album의 KDK 컬럼 ('시대를 역행하는 High End Audio'라는 시리즈물을 읽어보라. 상당히 재미있다)
다음으로는 진공관 오디오 자작과 관련한 국내 단행본 정보이다.
진공관 앰프의 이해와 설계 및 제작(이재홍 저, 2015년 3월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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