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9일 일요일

요즘 TV 프로그램 유감

TV  프로그램은 나날이 진화해 간다. 정보와 오락, 교육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으며, 진지함은 사라지고 점차 가벼워지고 있다. 모든 TV 프로그램의 기저에 깔린 대전제는 바로 '흥미'라는 것이다.

요즘에는 모든 프로그램은 연출자나 작가에 의해 짜여진 대본이 있다는 명확한 원칙을 시청자로 하여금 잊게 만드는 교묘한 프로그램이 매우 많다. 특히 케이블 TV 채널이 많아지면서 '정말 이런 프로그램이 필요할까?' 싶은 정도의 농담 따먹기식 시간 때우기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현실이다. 출연진도 정말 다채롭다. 코메디언이나 개그맨, 운동선수, 전현직 교수, 문화평론가, 현직 변호사와 의사, 연예부 기자, 심지어 전직 국회의원까지... 그들 중 일부는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과거의 사건을 직접 취재하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기에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깃거리를 풍부히 갖고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결국 짜여진 대본을 몇 번 사전에 검토한 뒤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되도록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특히 요즘 내가 불편하게 느끼는 프로그램은 선택받은 일부 연예인들의 어린 자녀를 등장시키는 것들이다. 화면에 비추어진 것만으로 판단한다면 순진무구한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 그리고 정말 육아에 헌신적인 '깨어있는' 연예인 부모들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아름답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단지 연예인의 자녀라는 선택된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너무나 호화로운 주거환경과 체엄 등을 '즐기는' 모습이 나에게는 점점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들이 촬영에 임하는 자세에 진실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방송을 탄 특정 캠핑장이나 교육시설이 어쩌면 자연스런 그들의 생활 일부가 아니라(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생활의 일부라 해도 많은 일반인에게는 접하기 어려운 수준일 수도 있다) 기획에 의해서 선정된 간접광고 또는 PPL이 전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이러한 방송 덕분에 그 연예인이 사는 동네의 집값이 오르는 부수적인 효과도 누리고 있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출연자 주변에서 하루 종일 카메라가 돌아가는 이런 식의 프로그램이 나는 싫다. 출연자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하지만, 철저한 기획과 편집을 거쳐서 최종적으로 TV 화면에 나오는 모습이 사전에 짜여진 대본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라는 환상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주기 때문이다. 마치 신문 지면에서 <전면광고>를 실제의 기사와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듯이, TV 프로그램 역시 이것이 어떤 의도와 프레임 하에서 만들어진 것인지를 명확히 선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카메라가 녹화 중이라면 그것이 찍히는 곳이 출연자의 집이든, 체험교실이든, 길거리든 그것은 출연자의 직장이며 일터가 되는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절대 다큐멘터리가 아닌 것이다.

식품과 관련한 고발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던 모 방송 PD가 식음료 광고에 직접 출연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방송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지워지는 잣대는 그만큼 엄중한 것이다.

[맺는 말]
방송에서 흔히 쓰는 '예능(藝能) 프로그램'이라는 말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 이는 빨리 다른 용어로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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