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읽은 책 송숙희 씨의 <인포프래너>가 떠오른다. 인포프래너란 information + entrepreneur의 합성어이다. '잘하는 일, 좋아하는 일 하며 100세까지 평생현역으로 사는 법'이라는 책의 부제에 모든 것이 명확히 드러나 있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신 박사야말로 바로 진정한 인포프래너가 아닐까 싶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그러니까 1970년대 후반에 금성출판사의 학생과학백과 제1권 '우주와 기상'을 통해 천문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품게 되었다. 청소년 시절에는 전자공학에 매력을 느꼈다가 대학에 와서는 생물학과로 자리를 잡아서 현재는 이 분야의 연구자로서 지식의 발굴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나 하늘을 향해 별을 바라보는 꿈을 잊지 못해서 대학생 시절 천문 동아리 활동을 잠시 한 바 있다.
그리고 나서는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겨우 내 망원경을 갖게 되었다. 스카이워처의 5인치 보급형 막스토프-카세그레인 모델이었다. 이제 정말 하늘을 즐겨 볼 수 있겠노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기대는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하였다. 관측 대상을 결정하여 사전에 공부를 하고, 무거운(매니아들이 보기에는 우습지만) 장비를 싣고서 조금이라도 광해가 없는 곳으로 찾아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특히 주변에 관심사를 같이 하는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 이 흥미를 계속 유지하기는 너무나 힘들었다. 물론 동호인을 주변에서 찾아보려는 노력을 특별히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내 불찰이다. 현재 망원경은 장식장에, 적도의와 가대는 발코니에 잘 모셔져 있다.
신 박사 역시 야외 관측은 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별바라기 프로그램은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고 한다. 직접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인스턴트 메시징이나 채팅, SNS등의 IT 기술을 통해 접하듯이, 밤하늘에 총총히 빛나는 별을 컴퓨터를 통해 만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그가 펴낸 책 - 종이로 인쇄된 성도집은 또 얼마나 근사한가이드인가!
망원경 이외에도 우리 집에는 장차 나의 중요한 취미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어렵게 장만한 '장난감'들이 추억의 단편으로 남아있다. 전기기타가 그러하고, Korg Synthesizer가 그렇다. 돈은 많이 들이지 않았지만 저가형 로드 바이크 역시 그러하다. 조금만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 언제든지 이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자만하지만 어쩌면 영영 기회가 생기지 않을지도 모른다. 요즘 몰두하고 있는 나의 주요 여가 활동은 음악 감상과 오디오, 그리고 웹사이트 관리 정도이다. 장비를 들고 어디론가 가거나, 땀을 흘려야 하는 피지컬한 활동과는 거리가 있다. 조금 부끄럽다.
나의 이러한 잡다한 관심들이 언젠가는 <인포프래너>가 되는 길로 이끌어 줄까? 송숙희 씨의 책을 열어보면, 현재 좋아하는 일이거나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정도의 수준으로는 부족하고, 현재 나의 수준으로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상태가 이미 되어 있어야 한다! 한참이나 부족하고, 기운 빠지는 말이다.
그러나 실망하지 말라, 이 책에는 이런 글도 있으니까. 단번에 인포프래너가 되는 법.
- 일단 시작한다.
- 계속한다.
- 잘될 때까지 한다.
좋아하고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책에도 소개되어 있지만, 삼성그룹에서 임원을 임명할 때 쓰는 다섯가지 기준이 있다고 한다.
한 분야를 속속들이 아는가(知), 아는 대로 행하는가(行), 그것을 자유자재로 써먹는가(用), 그것에 대해 가르칠 수 있는가(訓), 그것에 대해 평할 수 있는가(評).
정말 멋진 말이다! IT와 인터넷 기술이 발달하여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나를 알리는 것이 가능해졌고, 나에게는 갖고 있는 지식을 정리하여 주변에 전파하고 싶은 욕구가 항상 내재되어 있다. 비록 펑펑 뿜어져 나오는 노천 온천이 아니라 겨우 메마르지 않는 정도의 옹달샘 수준이지만.
<인포프래너>의 길은 공식적인 직업 '커리어'와의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현업에서 아이디어를 찾고, 업무에 결코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인포프래너로서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무실에서 잠깐 짬을 내어 업무와 관계가 멀어 보이는 웹사이트 서핑을 누구나 하듯, 저녁이나 주말에 컴퓨터로 밀린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아졌는가.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순진한 상상일지도 모르지만 일과 놀이의 구별이 점차 모호해지고, 일이라는 '책임과' 취미라는 '열정'이 서로 만나는 접점, 나는 이런 것을 추구하고 싶다.
'프로페서널은 결과로 말한다'는 무거운 말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런 말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프로페셔널은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고 취미가[家](영어로 'hobbyist' 정도에 해당한다고 치자)는 돈을 내고서 일하는 사람이다. 누가 더 무서운 사람인가? 어쩌면 후자일 수도 있다. 후자에게는 열정이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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