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영화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본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아들이 구해다 놓은 DVD를 요즘 주말마다 한두개씩 재생해 보는 것이 요즘 새롭게 생긴 취미이다. 오래된 PC를 DVD 플레이어 대신 TV에 연결해 놓고서. OS는 여전히 비스타이다.
영화 내용은 잘 모르면서 삽입된 노래로만 알고있던 <첨밀밀(국내 97년 개봉)>을 이제서야 보았다. 중국 본토인들이 홍콩으로 이주하여 어려운 여건 속에 성공을 꿈꾸고자 하나 홍콩의 중국 반환, 그리고 중국 본토의 경제 부흥 등 계속되는 여건 변화 속에 주인공들의 사랑이 어렵게 이어지다 긴 시간이 흘러 등려군의 사망 소식이 흘러나오는 상점의 TV 앞에서 이들 둘은 다시 만나게 된다. 주인공 중 하나인 소군(여명 분)의 고모가 젊었을 때 단 하룻밤의 사랑으로 끝났을 뿐인 유명 배우 윌리엄 홀든에 대해 평생 품고 있는 연모의 정 역시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이다. 등려군은 두 남녀의 인연을 만들고 이어주는 대단히 중요한 존재로 작용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둘이 극적으로 재회하는 장면이 나온 뒤 다시 처음 시작 부분으로 되돌아가서 본토를 떠나 홍콩으로 오는 기차에서 두 주인공이 머리를 뒤로 맞대고 자면서 같이 떠나왔음을 보여줄 때 '아! 저 둘은 처음부터 저렇게 깊은 인연이 있었구나'하는 감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만일 내가 개봉 당시에 이 영화를 보았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감정-그러나 지금보다는 설익은 감정-이었을 것 같다. 4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서 이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되니 좀 더 깊은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러고 나서 깊은 생각없이 집어든 DVD는 <선셋 대로(1950)>였다. 주연 배우가 누구인지, 멜로물인지 액션물인지 아무런 정보나 편견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였다. 아니, 윌리엄 홀든이 주연이다! 바로 몇 시간 전에 본 첨밀밀에서 소군의 고모가 평생을 그리워했던 그 배우가 나오고 있었다. 느와르 영화의 하나로, 왕년의 유명 여배우 저택 수영장에서 총에 맞은 채로 발견된 주인공이 자기가 이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거슬러 올라가서 나레이션을 하며 전개하는 방식은 영화 개봉 이후 6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보아도 매우 신선하였다. 과거의 명성이 여전할 것으로 착각하며 화려한 재기를 꿈꾸는 주연 여배우 글로리아 스완슨(노마 데스몬드 역,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수상)의 광기어린 연기는 정말 대단하였다.
고전 영화에 대하여 아직까지는 큰 흥미를 가지지 않았으나, 이번 영화 감상을 계기로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될 것 같다. '노마 데스몬드'가 회귀하고 싶었던 무성영화와 토키영화의 전환 시대 직전에 대해 좀 더 알려면 다음 글을 읽어봐야 되겠다.
10 Lessons we learned from filmmaking int the 1920s.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