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0일 목요일

제주도에서 달려 보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에서 열리는 학회 참석을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 행사장까지 걸어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았다. 달리기 초보자로서 제주도 바닷가에 잘 조성된 산책로를 달리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숙소를 나와서 북서쪽으로 향하여 컨벤션센터 직전까지 간 뒤 좌회전하여 주상절리대로 내려갈 때까지 준비 걷기를 하다가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이어서 다시 좌회전을 하여 해안가 길을 따라 동쪽으로 달렸다. 아마 이것은 올레길 8코스의 일부일 것이다. 30분 달리기가 목표였기 때문에 너무 멀리 가지는 못하고 적당한 곳에서 되돌아 왔다. 표고차가 제법 있어서 페이스는 형편 없는 수준이었다. 7분 대로 달리면 심박수에 별 무리가 없을 줄 알았으나 이번에도 심박수는 최대 174 bpm! 30분을 달리는 동안 4 km는 채우지 못했다. 평탄한 갑천변 길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기록은 자랑할 것이 전혀 못되나 멀리 제주도까지 와서 달린 흔적을 남겼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2주 뒤에는 경주 보문관광단지에서 달리기를 할 것이다. 4 km에 해당하는 적당한 순환 코스를 물색해 두어야 되겠다.


2024년 10월 6일 일요일

런데이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 종료

8주차의 2회 및 3회 달리기를 어제와 오늘 이어서 완료해 버렸다. 오늘은 이슬비를 맞으며 마지막 훈련인 30분 연속 달리기에 성공하였다. 페이스 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심박수는 165 bpm 미만으로 유지하는데 실패하였다(최대 심박수는 170 bpm). 페이스는 7분 5초. 인터벌 훈련을 하는지 초시계 소리(아마도 휴대폰으로 작동하는 앱일 것임)와 함께 어떤 러너가 내 곁을 휙~ 하고 스쳐 지나가더니 걷기와 뛰기를 반복하였다.

오늘 기록한 7분 5초의 페이스는 시속 8.47 km에 해당한다. '달린다'의 정의에 겨우 부합하는 수준. 시속 8 km의 페이스는 7분 30초이다. 



속도는 정말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중간에 지쳐서 걷거나 하지 않고 꾸준하게 달렸다. 30분 동안 달린 거리는 4.22 km이다. 준비 및 마무리 걷기를 합치면 총 5 km를 넘게 달려서 이런 기록증 비슷한 것을 하나 받았다. 스타트 라인에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은 좌절한 사람의 모습인 'OTL'을 닮았다. 


8월 5일부터 10월 6일(오늘)까지의 달리기 기록. 체중은 1.0~1.5 kg 정도 줄어든 것 같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두 달 동안 달리기를 진행하면서 신체적으로 별다른 무리는 없었다.
 

앞으로는 무엇을 할 것인가? 더욱 훈련에 매진하여 5분대 페이스로 올리거나, 10 km 이상을 달리는 대회에 도전하겠다는 등의 거창한 계획은 없다. 주 3~4회 정도 달리기를 계속 하되, 오늘의 기록을 기준점으로 하면 된다. 런데이에서는 후속 훈련 프로그램으로서 '시간 달리기 도전'이나 '거리 달리기 도전'을 활용하면 될 것이다. 시간은 35분 내외, 목표 거리는 3.5~5 km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이어서 사용할 훈련 프로그램은 '시간 달리기 도전' 또는 '거리 달리기 도전'이 될 것이다.


만약 오늘의 마지막 달리기가 힘들었다면, 7주차 훈련부터 반복을 하라는 안내 메시지가 있었다. 앞으로 날씨나 컨디션, 출장 등의 이유로 삼사일 동안 달리기를 하지 못한다면 이 방법을 참고하면 될 것이다.

과거의 추억이 되어버린 자전거 출퇴근을 제외하고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나에게 달리기란 정말 '위대한 도전'이었으므로 블로그에 기록을 하느라 유난을 좀 떨었다. 달리기가 나에게 도파민의 쓰나미를 가져다 준 것은 아니었지만, 달리는 동안은 업무와 관련한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는 달리기가 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을 믿으며, 중요한 이벤트가 있을 때에만 기록을 해 나가도록 하겠다.





원미면옥, 식장산, 그리고 가오동

2024 파리 올림픽의 펜싱 금메달리스트인 오상욱 선수가 즐겨 찾는다고 방송에 소개되어 유명해진 대전의 냉면 맛집 원미면옥을 가 보았다. 본점에 해당하는 곳은 대전동신과학고등학교 입구(비룡동)에 있고, 방송에 소개되었던 곳은 판암동에 있다. 이곳은 대전광역시 소속 운동선수들의 숙소인 판암 선수촌에서 걸어서 30초도 걸리지 않을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카카오맵에서 거리를 측정하면 60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1953년부터 대전역 앞 원동에서 냉면집을 시작하여 2003년에 비룡동으로 옮긴 원미면옥은 원래 대전에서는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오상욱 선수 덕분에 판암점이 최근 더욱 유명해졌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판암점이 언제 문을 열었는지는 검색을 통해 찾을 수 없었다.

아내와 나는 면류 요리를 좋아한다. 나는 칼국수·짜장면·라면·막국수 등 면 종류는 특별히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며, 아내는 냉면 종류를 더욱 즐긴다. 아내는 함경도 출신인 부모님 영향을 받아서 회냉면(함흥냉면)을 좋아하지만, 대전에서는 이를 맛있게 하는 곳을 찾기 어렵다. 수라면옥이 대흥동에 있던 시절에는 서울 중구 오장동에서 먹던 함흥냉면의 맛과 흡사하다고 느꼈으나, 둔산으로 옮긴 뒤부터는 잘 찾지 않게 되었다.

대전은 원래 평양냉면집이 많은 편이다. 이에 대해서 매우 최근인 지난 8월에 대전일보에 실린 기사가 있어 소개한다.

[줌인] 대전 시민 입맛 사로잡은 北 실향민들의  '시원한 손맛'

자리에 앉으니 따뜻한 육수가 아니라 면수를 주전자에 담아서 준다. 원미면옥은 닭고기 육수로 만든 냉면을 만든다. 삶은 계란 반쪽이 아니라 손이 많이 가는 계란지단을 부쳐 썰어서 풍성하게 얹어 내는 것이 특이하였다. 메뉴판에는 보이지 않는 닭날개를 주문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마 술안주로 먹는 듯.

특별히 전용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는 않아서 주변 골목을 이용하였다.

뒤에 보인 사진이 없는 곳은 원미면옥이 아니라고 한다.

아내는 물냉면을, 나는 비빔냉면을 시켰다. 

맛을 묘사하는 글을 쓰는 실력은 부족하니 간단히 표현하자면 다시 와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맑은 쇠고기 육수를 써서 '밍밍하게' 만든(매니아만이 이해한다는 깊고도 어려운 맛) 평양냉면과는 많이 다르다. 나는 오늘 먹은 것과 같은 스타일의 평양식 냉면이 더 좋다.

아내는 몇 년 전에 대전의 지인과 중앙시장 안에 있던 '원미냉면'을 간 일이 있다고 한다. 이곳과 오늘 글에서 다룬 '원미면옥'의 관계는 알 수 없다. 비룡동이나 판암동에 있는 원미면옥은 알지 못하던 지난 5월 중앙시장을 가 보았으나 그 식당은 찾을 길이 없고 바로 곁에 있다던 흥미냉면에 들를 수밖에 없었다. 여기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중앙시장의 원미냉면이 관한 글이 눈에 뜨인다. 예를 들어 대전 중앙시장 맛집 - 원미냉면 짜장면(2018년)을 보면 나란히 붙어있는 두 가게를 찍은 사진의 기록이 남아 있다. 면 종류 식사 중에서 골라 먹고 싶다면 흥미면옥을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2024년 5월 하순 흥미냉면집에서.

만족스런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식장산 전망대로 향했다. 아마도 이번이 세 번째 방문? 해발 596미터인 식장산은 대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늘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입구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길이 무려 4 km나 된다는 것에 매번 놀란다. 식장루는 안전을 위해 폐쇄중이라서 옆의 헬기장에 올라가서 대전 시내를 내려다 보았다.

'보수 중이니(또는 보수 예정이니) 안전을 위해 접근을 금합니다'가 아니고 보강이 필요하니 이용을 금지한단다. 지자체도 예산 사정이 어려운 모양이다. 


옆에서는 한 가족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빠!) 요즘 누가 사진을 가로로 찍어!'라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는 세로 사진 또는 영상이 대세이니...

정상에는 군사시설 표지판이 있었다.  대전 전역에서도 식장산의 방송 송출용 안테나가 뚜렷하게 보인다. 이것을 지키기 위한 군사시설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듣는 KBS 청주 FM 방송도 식장산 중계소에서 송출되는 것으로 안다.  대전에 살면서도 클래식FM을 듣기 위해 KBS 청주 FM을 들어야 하는 현실이란. 발코니에 설치한 FM 수신용 안테나에 관한 글은 FM 수신용 안테나의 보수 및 재설치를 참조하라. 안테나 설치 및 수신 상태는 이 글을 썼던 2021년 여름 이후 변하지 않았다.

군사시설이니 사진을 찍지 말하는 경고문과 함께 Richmond Site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Richmond Site

USANEC-CP Humphreys

41st Signal Battalion

1st Signal Brigade

안내판 옆의 경고문을 보면 시설 촬영은 물론 위치를 노출하지 말라는데... 2016년에 작성된 어떤 글에서는 안내판의 숫자가 조금 다르다. 한국군이 아니라 주한미군에서 운용하는 시설인 모양이다. 놀랍게도 이 시설의 과거를 상세히 소개한 글이 있었다. 글쓴이는 1960년대 초반에 대전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늘 식장산 정상에 있던 미군 통신부대에 대해 궁금해 하였는데, 실제 이 시설에 근무했던 Richard E. Obrey씨의 앨범을 소개하였다. 이 크지 않은 군사시설에도 오랜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 과거에는 Richmond Relay(중계소?)라고도 불렸던 것 같다. 

그때 그시절 - 대전 식장산 미 통신부대(Richmond Relay) - 2012

8th Army Radio Relay Stations in South Korea라는 글에서는 Richard Obrey를 비롯하여 한국에서 근무했던 미군의 풍성한 기록이 나온다. 이런 자료가 남아 있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나라 곳곳에 미군이 주둔한 흔적이 있고 일부는 아직 진행형이다. 딸아이가 어렸을 적에 계족산을 갔다가 유성구 장동 지역을 둘러보면서 미군과 같이 공존했던 과거 흔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경한 일도 있었다. 주한미군은 1992년 이곳에서 철수하면 현재는 육군 탄약지원사령부 제1탄약창으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다음에는 식장산에 위치한 세천공원을 찾아보려 한다. 대청호 드라이브코스를 따라서 차를 몰고 집으로 되돌아 오려다가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검색에 걸린 곳은 가오동(加午洞)의 스타벅스였다. 가오동은 아주 오래전에 산내 운전면허시험장을 가거나 금산쪽을 오갈때나 지나던 아주 한적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아파트촌으로 변해 있었다. 

은어송 네거리에 위치한 스타벅스 대전가오점에서. 같은 건물 1층에 위치한 '뽀뽀뽀 분식'에도 사람이 많았다. 그냥 갈 수가 없어서 몇 가지 간식거리를 구입하였다.


가오동의 명칭 유래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동네 지형 모습이 가오리와 닮아서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는 말이 있는데, 가오동 주민에게는 좀 미안한 노릇이지만 자꾸 코믹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가오', '가오리' 전부 그러하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 영화 <베테랑>의 대사  

여기서의 '가오'는 원래 일본어에서 유래한 것인데, 보통 센 척하다, 허세를 부리다 정도의 의미를 갖는 '가오잡다'라는 동사로 쓴다. 

가오리는 아마 한국 땅에서는 가장 억울한 어류일지도 모른다. 전국민이 다 아는 어떤 유머와 관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겠다.

냉면 먹으러 집을 나섰다가 대전광역시 동구의 인문학 나들이를 하고 돌아왔다.


런데이 '30분 달리기 도전' 훈련이 곧 끝난다

런데이 초급 코스의 8주차 두 번째의 달리기(25분 연속 달리기)를 마쳤다. 금요일에 구입한 QCY의 넥밴드 이어폰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유선 이어폰 케이블을 치렁치렁 늘어뜨리고 달릴 필요가 없었다. 오늘(10월 5일 토요일)도 심박수가 165 bpm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게 살금살금 달렸다. 그래서 달리기 구간의 페이스는 7분에 불과하다. 




금요일 퇴근길에 출입문의 돌출부에 오른쪽 허벅지를 세게 부딪히는 바람에 약간의 부상을 입었다.겉으로 보아서는 알기 어렵지만 손으로 더듬어 보면 근육 속에 부은 것이 잡히면서 통증이 있다. 그러나 달리기를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달리는 25분 동안 달린 거리는 3.56 km이다. 7분 페이스를 유지할 수만 있다면, 35분 동안 5 km를 달리게 된다. 오늘 김대중 박사가 카톡으로 보내온 운동 기록은 21.19 km, 페이스 5분 27초, 1시간 55분이다. 나는 여기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렇지만 지난 7월의 내 모습과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라. 내 인생에 '운동'이나 '달리기'라는 낱말은 전혀 존재하지 않을 줄로만 알았는데, 지금은 주 3회에 몇 km를 달릴지 즐겁게 계획을 하고 있지 않는가?

달리기를 하고 돌아와서 베이스 기타 연습을 하는 나에게 아내가 한마디를 건넨. '참 열심히 산다!'



2024년 10월 4일 금요일

혼란스러운 USB 충전기 생태계

요즘은 휴대폰과 랩탑 컴퓨터의 충전기 단자가 USB-C 타입으로 거의 통일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생태계에 아직 반기를 들고 있는 모바일 기기들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미워치와 쿠팡에서 구입하여 오늘 아침에 배송된 QCY-T22APP 넥밴드 블루투스 이어폰이다. 이 두 개의 기기에 딸려온 충전 케이블 한쪽 끝에는 USB-A 타입의 커넥터가 달려 있다. 집에서 굴러다니는 충전기는 전부 USB-C 타입의 케이블을 꽂거나 또는 USB-C 타입의 커넥터가 달린 케이블이 아예 고정되어 있는 여행용 충전기가 전부이다. 두 가지의 USB 커넥터를 다 꽂을 수 있는 충전기가 딱 하나 있었지만 출장을 자주 다니면서 어느 가방 속에 넣었는지 찾지 못하고 있다.

골전도 이어폰의 모양만 흉내낸 넥밴드형 블루투스 이어폰.


넥밴드 블루투스 이어폰은 야외 달리기를 할 때 런데이 앱에서 지시하는 소리를 듣기 위함이다. 원래는 USB-C to 3.5 mm 젠더를 써서 유선 이어폰을 연결하여 사용해 왔지만 오래 사용하면서 접촉이 좋지 않아졌다. 

USB-A 형태의 충전 케이블을 이용하려면 컴퓨터의 USB 단자를 쓸 수밖에 없다. 배터리 용량이 크지 않은 기기들이라서 충전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어쩌면 케이블과 기기를 들고 다니면서 필요한 경우 사무실의 컴퓨터에 꽂아서 충전을 하라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2012년 초반에 출시된 3세대 아이패드에(KCC-CMM-APA-A1416, iPad 모델 식별하기) 쓰던 충전기(Apple USB 전원 어댑터에 관하여)에 USB-A 단자가 있었다. 여기에 충전 케이블을 꽂아서 블루투스 이어폰의 충전을 마쳤다. 이렇게 써도 될까? 일반적인 휴대폰의 고속 충전은 어렵겠지만, 미워치나 블루투스 이어폰의 충전에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급한대로 아이패드 충전기를 사용해 본다.

DC 출력은 5.1V 2.1A이므로 10와트 정도에 해당한다.


혹은 OTG 어댑터를 쓰면 USB-C 단자만 있는 충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는 USB-PD(Power-Delivery)에 관한 정보까지 공부를 해야 한단 말인가... 허용 가능한 전력과 신호 전달 방향까지! 

(IT월드) 알쏭달쏭한 USB C타입 충전기의 세계 파헤치기 


2024년 10월 3일 목요일

아침에 달려 보다 - 그리고 최근 자작곡 "The KRIBBtonite Song"

아침이 밝아오는 갑천변. 정면은 북쪽이다. 촬영 시각은 달리기를 마쳐가는 오전 7시 10분. 

2024년 10월 3일 개천절, 대전 지역의 일출 시각은 오전 6시 27분이었다. 공휴일이므로 아침에 여유 시간이 많으니 오늘은 아침에 달리기를 해 본다. 4일을 연속하여 달렸으므로 이틀은 쉬려고 했으나 어제 하루만 쉬고 오늘도 달려 보기로 했다. 오후 5시 반보다 더 이른 시각에 달리기를 해 본 것은 처음이다. 아침 6시 반의 기온은 11도라서 긴팔 상의를 입고 집을 나섰다. 달리면서 바람을 맞닥뜨리니 손과 귀가 살짝 시려온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갑천변을 걷거나 달리고 있었다.

오늘의 과제는 런데이 30분 달리기 도전의 8주차 첫 번째 것(5분 달리기 + 3분 걷기 + 20분 달리기)이다. 심박수가 160 bpm이 넘으면 페이스를 줄였다. 고심박수 경고(165 bpm)가 전혀 울리지 않게 하는데 겨우 성공하였다. 달리기 페이스는 안타깝게도 7분을 넘겼다.



8월에 접어들어 운동을 시작한 이래로 이제 101 km 정도를 달렸다. 허벅지가 약간 당기는 느낌이 드니 내일은 반드시 쉬도록 하자.

런데이 8주 훈련은 25분 연속 달리기와 30분 연속 달리기의 단 두 차례가 남았다. 현재의 수준으로는 두 번의 달리기가 아주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한두 번의 ~20분 달리기를 추가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식물은 돼지감자(뚱딴지)일 것이다. 학명은 Helianthus tuberrosus. 국화과에 속하는 해바라기의 한 종류이다. 밝을 때 달리니 이런 들꽃을 볼 기회도 생긴다. 한번 심어 놓으면 없애기 어려울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고 한다. 상세한 설명 자료는 여기(농업연구사 송정흡)를 참조하라.

8주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면 3 km 정도를 나의 정규 운동 코스로 삼을 생각이다. 운동 빈도는 주 3회 정도면 적당할 것이다. 매일 10 km를 한 달, 100일 또는 1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달렸다는 놀라운 경험담이 유튜브에 적지 않게 올라오는데 사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는 없고 나에게는 말도 되지 않는 도전이다. 마라닉TV의 '초보도 부상없이 10km를 달리게 되는 과학적 방법'에 흥미를 갖는 날이 올까? 글쎄... 내년쯤 5 km 건강달리기 대회 같은 것에 나가서 부상 없이 완주나 하면 다행일 것이다.

운동할 때 쓰려고 넥밴드 블루투스 이어폰도 주문해 놓았다. USB-C to 3.5 mm 젠더에 유선 이어폰을 연결하여 두 달 가까이 사용했더니 연결부위의 접촉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귀가 답답한 것이 싫고 잃어버리는 것도 염려되어서 요즘 누구나 쓰는 커널형 블루투스 이어폰은 구입하기 않기로 했다.

최근 달리기와 관련한 글을 자주 쓴다고 해서 여기에만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벤트성 자작곡을 하나 만들면서 가상 악기(드럼)인 BFD Player의 확장(expansion)의 구입을 고려하고 있다. 무료 프로그램인 BDF Player에 기본적으로 포함된 'Groove'(MIDI preset drum pattern)이 약간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BFD Player Extension(출처 링크).

오늘까지 작업한 버전은 여기에 있다. 곡의 전체적인 구성도 다 끝나고 가사까지 다 써 두었으나 악기 연주가 전반적으로 엉망이고 더군다나 남성 보컬 녹음도 해결해야 한다.


2024년 10월 1일 화요일

오늘도 달린다

마이크로소프트 Copilot이 그린 이미지('A humanoid robot running').

오늘까지 달리기를 하게 된다면 런데이 30분 훈련 도전 프로그램의 7주차 달리기 세 번, 그리고 중간에 심박수 테스트를 위해 설렁설렁 달린 것까지 포함해서 4일을 연달아 뛰는 셈이 된다. 뛸까? 뛰지 말까? 너무 무리하는 것은 아닌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내린 결론은 '에라, 오늘도 뛰고 내일부터 이틀은 쉬자'였다. 대신 저녁을 먹기 전 아직 바깥이 밝을 때에 운동을 마치기로 했다.

중년에 시작하는 달리기와 심박수에 대한 글을 꽤 많이 찾아 보았다. 넘치는 정보에도 불구하고 아직 명쾌한 결론은 내리지 못하였다. 느리게 달려서 심박수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핵심인 것 같은데, 속도를 늦추면서 달리는 흉내를 내려다 보니 몸을 바닥에서 띄우기 위해 어색할 정도로 발목과 장딴지 근육을 과도하게 쓰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리게 되면 무릎이 자연스럽게 몸을 밀어 낸다. 

약간 빨리 걷는 속도로 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가? 다음 동영상('황영조의 즐겁고 건강하게 달리는 방법, 조깅의 시작')의 9분 44초부터 보도록 하자. 한 사람은 걷고 그 옆에서 황영조 감독은 뛴다. 그러나 속도는 같다. 이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따라하면 될 것이다. 동영상 자체를 클릭하면 처음부터 재생할 것이다. 달리기 초심자에게 매우 유익한 영상 자료이므로 처음부터 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 오늘 달리기에서는 심박수 경고(165 bmp)만 나오지 않게 해 보자! 비장한 각오로 집을 나섰다. 오늘 따라야 하는 코스는 10분 달리기 + 3분 걷기 + 15분 달리기. 어차피 존2~3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준비 걷기를 조금 빨리 하는 것만으로도 존3이 되어 버리니. 

날이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달렸더니 날벌레가 많아서 불편하였다. 눈에 몇 마리가 들어간 듯하다.


달리기 앞뒤 각 5분씩의 준비/마무리 걷기 + 알파가 없었으면 중강도 구간에 해당하는 운동의 비중은 정말 낮았을 것이다. 전체 거리는 총 6km(52분)를 채웠다. 런데이 프로그램에 따른 운동 거리는 4.75 km(38분), 달린 거리는 3.56 km(25분)이다.

최대 심박수 경고는 달리기를 끝낼 쯤 한 번 울렸다. 달리는 동안 특별히 힘들지는 않았고, 달리기 구간의 평균 페이스는 6분 58초였다. 자, 이것도 여전히 위험한 수준의 심박수인가? 도무지 모르겠다. 경고가 뜨지 않을 정도로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되겠다. 심박수 경고를 유산소 운동의 상한선인 180-나이 = 125(bpm)이 되도록 기기를 맞추어 놓고 운동을 하는 것도 넌센스가 아니겠는가?

집에 돌아와서 발을 높이 두고 무릎 주변에 얼음 찜질을 하였다. 4일을 매일 달렸더니 무릎 주변이 조금 당기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최소한 이틀은 쉴 예정이다.

8월에 달리기를 시작한 뒤 아직 몸에서 특별한 이상 신호를 보내지는 않는다. 척추분리증이 있어서 가끔 요통이 생길 때가 있는데, 달리기가 이를 더 악화시키지 않았고, 컴퓨터를 오래 쓰면서 느끼는 목덜미의 통증도 사라졌다. 아직 약을 먹을 단계는 아니지만 나이가 들면서 슬슬 올라갔던 혈압 - 달리기를 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계기 - 도 내려간 것 같다. 두 달째가 되면서 체중도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달리기의 가장 좋은 점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것. 오늘 저녁 직전 달리기를 하면서 내일 오전에 있을 회의에서 안건을 보고하고 공격에 시달릴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

잠깐, 관광지 등에서 하루 종일 많이 걸었을 때 간혹 무릎이 아픈 경우가 있었다. 그런 날 오후에 쪼그려 앉아 보면 무릎 관절이 부은 것 같다는 느낌(이게 소위 '물이 찼다'는 것인지?)이 들기도 하였다. 평소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나는 그러한 이유로 내 인생에 달리기 같은 것은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달리기를 시작한 후로 그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달리기가 내 무릎 관절을 충분히 강화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달리기가 무릎이나 발목에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고 있다는 증거는 될 것이다.

마무리 걷기 중. 카메라를 들고 달리면서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유튜버가 참 많다. 그걸 따라서 할 엄두는 나지 않는다. 이미 정보가 차고 넘치는 세상에 내가 특별히 기여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어쨌든 뛰자! 그리고 다음은 오늘 찾은 보석과 같은 글. '제가 항상 적듯이, 피트니스도 트렌드가 돌고 돕니다. 유산소 운동도 마찬가지인데...'로 시작하는 글이 인상적이다.

저강도 유산소의 부활? LSD/존2 운동


한참을 잊고 살았던 음악감상 전용 라즈베리 파이의 전원을 넣고 볼루미오의 버전도 v3.757.로 업데이트하였다. 너무 오랜만에 켜는 것이라서 휴대폰에서 인식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다. 물론 기우였다.




2024년 10월 2일 업데이트

오후 3시가 조금 지나서 구글에서 '러닝 크루 민폐'라는 키워드로 뉴스 검색을 해 보았다. 서울 파견 근무 시절에 경복궁과 광화문 광장에서 떼지어 달리는 젊은이들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동호인이 들어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무리를 지으면 질서나 도덕 관념이 희박해지는 현상은 꽤 많이 알려져 있다. 운동은 좋지만 주변에 불편함을 주면 되겠는가.







2024년 9월 29일 일요일

[달리기] 심박수에 유의하여 천천히 달려 보았지만...

어제 런데이 앱에 맞추어 정상적인 달리기를 했으니 오늘은 쉬는 것이 바함직하다. 하지만 호기심이 오늘도 신발끈을 매게 만들었다. 심박수가 경고 수준(165 bpm)을 올라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천천히 달리면 과연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였다. 손목형 심박계(Redmi Watch 3 Active DAD6)의 밴드를 헐겁지 않게 꽉 조여야 더 정확히 측정된다고 하기에 이것도 철저히 지켰다.

휴대폰도 소지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스트레칭을 하고 5분 준비 걷기를 한 뒤 1.5 km를 목표로 설정하고 갑천변을 달렸다. 아마 12분 정도면 목표 거리에 다다를 것이다. 심박수가 150 bpm을 넘기지 않아 보려고 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심박수를 충분히 낮추려면 조금 빨리 걷는 수준까지 천천히 뛰어야 한다. 그래서는 뛴다고 할 수가 없다. 걷다시피 느리게 달리는 것에 대한 주저함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뛰는 동안 경고 울림이 다섯 번 정도 울렸다.

천천히 달리니 30분까지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초 목표와는 달리 25분 동안 지속적으로 뛰기로 했다. 별로 힘은 들지 않았다. 뛴 거리는 당초에 목표로 설정한 1.5 km를 훌쩍 넘어서 2.96 km였다.

집에 돌아오니 휴대폰으로 데이터가 자동 전송되었다. 단, 달릴 때 휴대폰과 블루투스 페어링을 하지 않으면 경로 정보는 표시되지 않는다. 오늘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 평균 페이스 8분 27초(시속 7.1 km)
  • 평균 심박수 157 bpm(최대 166 bpm)
  • 케이던스: 평균 159, 최대 166

2분 10초가 되면 심박수가 150 bpm을 넘어간다. 

'827'에 불과한 낮은 페이스로 심박수가 160 bpm에 오른다면 요즘 중요하게 여겨지는 zone 2(low intensity) 달리기를 하려면 걷는 수준으로 뛰라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유튜브 러닝비하인드의 동영상('난 걸어야 되던데... 진짜 zone 2 러닝 하는 법')에 의하면 심박수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숨은 조금 차지만 대화가 가능한 정도, 그리고 30~40분 운동을 끝냈을 때 아주 힘들지 않고 조금 더 할 수 있겠다는 정도의 강도로 하면 유산소 능력을 늘리는 존2 운동(~조깅)이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몸이 달리기에 아직 적응되지 않은 초보자 상태에서는 심장의 stroke volume(일회박출량)이 낮으므로 조금만 뛰어도 심박수가 급상승할 수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 높은 심박수에도 힘들지 않네?' 이것은 바람직한 평가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운동을 하는 것 같지 않은 정도로 더 느리게 달려서 유산소운동 능력을 점진적으로 향상시키고, 페이스를 올리는 것은 그 다음 문제이다.

단, 기록이 나아지는 것을 원한다면 훈련의 10~30%에서는 능력의 최대치를 이끌어 내는 포인트 훈련을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몇 분간 힘껏 달리다가 걷는 것을 반복하는 인터벌 훈련이 좋은 사례이다.

에휴... 뭘 이렇게 공부까지 하면서 뛰어야 되나. 더 느리게 달리자. 달리면서 편안하게 혼잣말을 중얼거릴 수 있을 수준으로. 오늘 실험의 성과는 '나도 페이스를 적절히 낮추면 20분은 무난하게 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는 곧 30분으로 늘어날 것이다. 단, 30분 동안 달릴 목표 거리에는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도록 하자.


2024년 9월 28일 토요일

염곡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제이앨범 한병혁 님을 만나다

대전에서 한국연구재단 서울청사를 찾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차를 몰고 가면 근처에서 심각한 교통체증에 시달려야 하고, 대중교통으로 가려고 해도 몇 번의 환승을 거쳐야 한다. 어제(9월 27일) 한국연구재단 서울청사에서 있었던 오전 회의와 오후 성과교류회에 참석하기 위해 어떤 교통수단을 써야 할지 당일 새벽까지 고민을 하다가 최종적으로 택한 코스는 이러하다. KTX를 타고 광명역까지 가서 6번 출구에서 G9633 버스로 갈아탄 다음, 양곡도매시장에서 내려서 1.2 km를 걷는 것이다. SRT를 타고 수서에서 내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최종 목적지로 가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지만, 원하는 시간에 탑승할 수 있는 SRT 승차권을 예매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광명역에서 G9633을 타면 자리에 앉지 못할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고속도로를 잠깐 이용하기 때문에 좌석이 없으면 타지 못한다.

서울로 접어들면서 밀려드는 차량으로 인해 도로가 점점 번잡해지기 시작하였다. 버스는 길게 늘어선 자동차 사이로 용케 머리를 들이밀면서 길을 헤쳐 나갔다. 양곡도매시장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별로 보행자 친화적이지 않았다. 인도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마치 고속도로 갓길을 무단으로 걷다가 인터체인지를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랄까. 걷는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현재자동차-기아자동차 본사 건물

염곡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데 낯익은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엇, 여기 웬일이세요?"

바로 제이앨범의 주인이지 관리자인 한병혁 님. 나는 출장길, 인근에 직장이 위치한 한병혁 님은 출근길. 제이앨범은 내 블로그에서 '즐겨찾는 곳'으로 유일하게 링크를 걸어 둔 곳이기도 하며, 국내에서 진공관 앰프 자작 문화를 보급하는데 오랫동안 힘쓰고 있다. 나도 이 웹사이트를 통해 진공관 앰프 자작에 입문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내 공식 블로그의 audio amplifier DIY). 특히 한병혁 님은 오디오 용으로는 쓰지 않던 구관을 발굴하여 회로를 설계하고 따라하기 쉬운 자작 가이드 및 회로와 PCB, 부품 등을 공급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재미 공학자인 강기동 박사님(웹사이트)와 깊은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제이앨범의 친절하 설명과 풍부한 자료에 힘입어 나도 서툴게 납땜을 하고 직접 출력 트랜스포머를 감기도 하였다. 

진공관 앰프 자작 문화를 선도한 것 외에도 6LQ8, 11LQ8과 같은 새로운 관을 발견하여 오디오 앰프용으로 회로를 설계·실증하고 R코어 출력트랜스포머를 개발한 것이 두 분의 공로는 무엇보다도 값지다. 기회만 된다면 두 분에게 감사패를 만들어 전달하고 싶다.

제이앨범 한병혁 님(왼쪽)과 나. 이렇게 반가운 일이 벌어지다니.

출장지에 가는 여러 방법 중 나는 그 어떤 것도 고를 수 있었다. 만약 광명역에서 버스를 타고 한참을 걷는 이 경로를 택하지 않았다면 한병혁 님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인생은 즐거운 우연의 연속이다. 살다 보면 힘든 상황을 종종 겪기도 하는데, 요즘은 '마음의 굳은살'이 단단하게 생겨서 어지간한 공격에도 별로 흔들리지 않게 된 것 같다. 스트레스 극복을 위해 운명에도 없던 운동(달리기)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올해 초부터 급격히 달라진 나의 인생이 그렇게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달리기] 심박수에 얼마나 신경을 써야 할까

다음은 9월 26일의 운동 기록(Mi Fitness 이용)이다. 런데이 '30분 달리기 도전'의 6주차 세 번째 것을 따랐다. 7분 달리기를 3회 반복하였고(중간의 걷기는 3분), 페이스는 평균 6분 32초였다. 페이스가 6분 30초라면 속도는 9.23 km/h 정도가 된다. 거리, 시간, 페이스, 속도 상호환산기 웹사이트가 계산에 도움이 된다.

  • 페이스 6분 -> 시속 10 km
  • 페이스 6.5분 -> 시속 9.23 km
  • 페이스 7분 -> 시속 8.57 km
  • 페이스 7.5분 -> 시속 8 km [여기가 조깅과 러닝의 경계라고 한다]
  • 페이스 8분 -> 시속 7.5 km
  • 페이스 8.5분 -> 시속 7.06 km
  • 페이스 9분 -> 시속 6.67 km



최대 심박수는 178 bpm이었다. 반복적인 1분 달리기를 겨우 하는 수준에서 이제는 7~10분 동안 지속적으로 달리기를 하게 되었으니 분명히 체력은 향상되었다. 그러나 운동 중 측정한 최대 심박수는 별로 낮아지지 않았다. 안정기 심박수가 지난 두 달 동안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점검해 보지 않은 상태이다. '낮아야 좋은 것'은 안정기 심박수이고, 운동에 의해서 이것이 낮아진다고 하였다.

고강도 운동이 지속되면 심장에 무리가 갈 가능성이 있다. 더군다나 올해 종합건강검진의 심전도 측정에서는 이런 판정이 나왔다. 

우심방이상은 심전도상 P파의 이상 소견이 보이는 경우를 말합니다. 우심방이상은 비대, 확장, 전도장애 등과 연관되어 나타날 수 있어서 심전도 내 관련 파형을 참고하여야 하며, 흉부 불편감, 두근거림,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특별한 치료가 필요한 상태는 아닙니다.

건강검진을 받은 뒤에 달리기를 시작했으니 이러한 판정은 운동의 영향은 아닐 것이다.

유산소 운동을 목표로 한다면, (180 - 나이)에 해당하는 심박수를 넘지 않는 운동을 하라고 한다. 이는 Phil Maffetone의 '180 공식'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이에 따라서 유산소 운동을 하려면 125 bpm을 넘어서는 안 된다. 팔을 크게 움직이며 조금 빨리 걷기만 해도 이 수치에 다다르며, 가장 최근의 기록에 의하면 7분을 달리면서 급격히 올라간 심박수가 3분 동안 걸었을 때 최대로 낮아진 상태이기도 하다.

유산소 운동을 목표로 한다면, 나는 달려서는 안 되는 것인가? 페이스를 7분 이내로 유지하려고 욕심을 부리지 말고, 8분 이내로 약간 여유를 두는 것이 좋겠다. 이 상태로 달리는 시간을 늘려 나가고 운동 시 최대 심박수가 조금이라도 낮아지게 되면 그때 페이스를 올리는 것을 생각해 보도록 하자.

이래서 의사와 트레이너가 필요한 것이다.


2024년 9월 28일 업데이트

런데이 '30분 달리기 도전' 7주 1회차 훈련 기록. 최대 심박수 178 bpm... 조금 늦추어 달리려고 의식을 했지만 페이스는 6분 35초로 기존과 같으니 실제로는 심박수를 낮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디시인사이드에 달리기 심박수에 대한 많은 글이 있었다. 구글에서 '달리기 심박수 디시'를 입력해서 나오는 글을 한번 보라(검색 결과). 존5니 530이니 하는 전문적인 용어도 보이고... 그냥 근처 보건소에 예약을 하고 운동부하검사를 받는 것이 낫겠다. 손목 밴드형 심박수 측정기는 느슨하게 차면 실제보다 높게 나온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는 게 병인가? 수치보다 몸의 느낌이 더 중요한 것인지? 운동을 한 뒤 혈압이 낮아진 것은 맞는데, 오히려 높은 심박수로 운동을 함으로써 심장에는 무리가 간다면 소용이 없지 않을까? 도움이 될 만한 인천백병원 재활의학과 박대권 교수의 유튜브 동영상('심박수가 너무 높은데? | 심박수가 높은 이유 | 심박수 측정의 비밀 | 러닝 스마트워치) 하나를 소개한다. 


60세! 달리기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 [30분 운동루틴]이라는 동영상도 참고해 보도록 하자. 나에게 맞는 유산소 운동 강도는?이라는 글에도 좋은 정보가 많다.

2024년 9월 24일 화요일

다시 런데이 달리기 시작

출장과 뉴욕 여행으로 꼭 2주 동안 런데이 훈련을 하지 못하였다. 마지막 달리기는 9월 9일로서 6주차의 세 번째 달리기(7분 달리기 3회)까지 한 상태였다. 런데이의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은 주 3회, 총 8주로 짜여져 있다. 어제 오후에 귀국하느라 아직 시차에서 완벽하게 회복하지는 못하였다. 눈이 무겁고 조금 피곤하지만 한참을 쉬었던 달리기를 하고 나서 푹 자면 시차 극복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고 밤 9시가 넘어서 집을 막 나서려고 하는데 불청객과 같은 업무 전화가 울린다. 밤 늦은 시간에 좋은 일로 전화가 올 이유는 전혀 없다. 스트레스가 쌓이니 더욱 더 달려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집을 나섰다. 이 대규모 연구 과제는 나에게 운동을 할 기회를 주니 감사하다고 여겨야 하는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달리기만 한 것이 없다. 뛰는 동안 머릿속을 텅 비울 수 있으니. 

런데이 달리기를 쉬었다가 재개하는 경우 따라야 하는 규칙이 있었다. 1주를 쉬었으면 1주 전의 프로그램부터 다시 하라고 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규칙을 다시 찾을 수가 없다. 앱 어디엔가 숨어 있었나? 아니면 초기 달리기를 할 때 음성 안내에서 그렇게 말을 했었나?

9월 10일부터 23일까지 꼭 2주 동안 달리기를 하지 못했다.

6주 훈련을 다 마치고 2주를 쉬었으니 도대체 몇 주차 훈련으로 되돌아가야 한단 말인가? 너무 앞으로 되돌리기는 싫어서 5분 달리기를 4회 반복하는 6주차의 두 번째 운동을 택했다. 혹시 5분도 못 달리는 수준으로 퇴화한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면서.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였다. 6분대의 페이스로 5분 달리기를 무난히 할 수 있었다. 마지막 5분을 달린 뒤에는 이어지는 5분 마무리 걷기 대신 계속 뛰어서 총 10분을 채워 보았다. 페이스는 좀 떨어졌지만 달릴 수 있었다. 

초보 러너에게 '5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전환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2~3주쯤 지나면, 30분을 계속 달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024년 9월 25일 업데이트

어젯밤 달리기를 마친 후 아주 달게 잠을 잤다. 시차 극복을 완료하였으며 기분도 매우 상쾌하다. 운동을 시작할 때 겨우 1분 달리기를 한 뒤 근육통으로 며칠 동안 고생한 것을 생각해 보라. 12일 운동을 쉰 뒤 5분 달리기 4회 반복을 하였으나 몸에서 아무런 무리함이 느껴지지 않았으니 근력 및 심폐 기능이 지속적인 운동으로 통해 나아졌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뉴욕 여행기 10] 돌아오는 날

9월 22일 일요일.  낮 1시 10분에 뉴욕 JFK 공항 터미널 1에서 출발하는 대항항공 비행기를 타기 위해 딸이 불러준 우버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바로 근처에 우버 택시가 있어서 앱으로 부르자마자 1분 만에 집 앞으로 달려왔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머물면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낼 것을. 공항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 않아서 체크인과 보안검색에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공항에서 출국수속을 마친 뒤에 만나게 되는 상점에서는 물건을 싸게 사기를 기대하면 곤란하다. 면세라 해도 기본 가격이 싸지 않으니, 여행의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기념품은 차라리 외부에서 사는 것이 나을 뻔하였다. 예를 들어 'I♥NY'라고 새겨진 컵이나 티셔츠, 냉장고용 자석 같은 기념품은 차이나타운 근처에서 사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면세점의 한국인 직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공항 면세점은 이곳에서만 파는 특별한 물건을 살 때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물론 그런 물건은 고가 제품이 많다.


JFK 공항으로 향하는 길.

공항에서 아내와 함께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앞으로 15시간이 조금 넘는 긴 비행을 해야 된다.

돌아오는 비행기의 기내식은 별로 맛이 없었다. 쇠고기 종류는 상당히 질겨서 먹기에 좋지 않았다. 게다가 몇 시간 동안 줄기차게 칭얼대는 어떤 아이 때문에 편히 쉬지도 못했다. 아기가 아니고 멀쩡히 걸어다니는 아이였다. 부모가 안거나 업어서 달래 주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이는 복도를 걸어다니면서 악을 쓰며 칭얼대고, 그 아빠는 뒤에서 손 놓고 그냥 따라 다니고 있고.

짐을 찾고 장기주차장으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다시 차를 운전하여 대전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하여 총 11일에 걸친 뉴욕 여행이 끝났다. 


2024년 9월 23일 월요일

[뉴욕 여행기 9] 떠나기 전날, 또다시 박물관을 찾았다

9월 21일 토요일. 내일 낮에 뉴욕 JFK 공항에서 한국으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야 하므로 이번 여행의 실질적인 일정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아내는 아침 일찍 일어나 H 마트에서 구입한 한국 식재료로 두 번째 김밥을 말았다. 나는 냄비에 다시 밥을 하였고. 여기에 와서 냄비에 밥을 하는 실력이 꽤 많이 늘었다. 밥이 냄비 바닥에 눌어붙지 않게 밥을 짓는 것은 아주 쉽지는 않다. 뉴욕에 와서 첫 김밥을 말기 위해 밥을 지을 때는 물이 급격히 줄면서 약간 설익은 상태가 되어 버리는 바람에 뜸을 다시 들여야 했다. 아마도 물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다. 요리라는 것이 생각보다 변수가 많으니 어쩌다 결과가 잘 나왔다고 해서 방심할 것은 아니다.

아무리 H 마트에서 식재료를 구입한다 해도 한국에서 김밥을 만들 때처럼 풍성한 재료를 준비하기는 어렵다. 조리기구가 잘 갖추어진 것도 아니고, 우리 가족의 체형에는 너무 높은 조리대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최선을 다했다.

늦은 점심을 먹고 쇼핑을 위해 맨해튼 해럴드 스퀘어에 위치한 메이시스 백화점에 나왔다. 매일 타던 7호선이 아니라 조금 걸어 나가서 F호선을 타고 시내로 나왔다.


미세먼지 없는 청정한 뉴욕의 날씨는 정말 부럽다. 주말이라서 그런지 중심가에는 사람이 더 많았다. 메이시스 백화점에 들러서 필요한 옷가지를 구입하였다.




점심은 딸아이가 추천한 순두부 요리집에 가려고 했었으나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바로 근처의 한국식 중국음식점인 효동각을 택했다.



딸은 일단 집으로 돌아가고 나와 아내는 맨해튼에서 마지막 오후를 즐기기로 하였다. 이번 방문지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센트럴파크를 중심에 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정 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다. 3시가 조금 넘어서 도착하였는데 폐장 시간이 5시 반이라서 어차피 모든 시설을 다 둘러볼 엄두를 내지는 못하였다.

81 St-Museum of Natural History역에서 내린 뒤 계단을 통해 들어간 층이 2층임은 한참 뒤에 알게 되었다.



박물관에 입장하여 처음 접한 전시관은 지구 환경이나 우주가 아니라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등의 고유 역사와 문화에 관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이곳이 더 흥미롭고 유익하게 느껴졌다.





뒤에 보이는 큰 인물상의 입술 양 옆에는 마치 '川'자처럼 세로로 살을 잘라서 뚫은 흔적이 있다. 앞의 조형물은 이를 위해 피부를 자르는 방법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악어에게 먹힘으로써 영원한 삶을 사는 존재가 되었을까? 무슨 의미의 조형물인지는 미지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여기에서도 한국 문화는 중국이나 일본의 것에 비하여 소외된 분위기이다. 1980년에 최초 설치된 디오라마가 정확하지 않다는 항의에 따라 - 실제 기록 사진을 보면 매우 초라함 - 한국인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개선이 이루어지기는 했으나 'The Uniqueness'라는 타이틀로는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 관련 기록은 여기에 있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연상되는 참모습은 바로 이런 것.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자연사 박물관의 모습.


우드사이드로 돌아오는 마지막 지하철 탑승도 순탄하지 않았다. C번 노선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서 42 St-Port Authority Bus Terminal역에서 내린 뒤 Times Sq-42 St역까지 이동하여 서쪽으로 가는 7번을 타는 것이 원래 계획이었다. 박물관 역에서 서 있는 열차에 황급히 뛰어들었는데 과연 이것이 C가 맞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앞의 승객에게 이게 C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그저 'I guess so...'였다. 

환승을 위해 서 있는 열차에 황급히 뛰어들었는데 원래 목적한 노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원하는 환승역이라고 짐작하고 내린 곳은 전혀 엉뚱한 역이었다(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음). 다시 검색을 해서 E인지 F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를 잡아 타고 Jackson Hts-Roosevelt Av역까지 간 다음 맨해튼으로 가는 7번을 갈아타고 집으로 겨우 올 수 있었다. 


2024년 뉴욕시에서의 지하철 탑승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숱한 실수와 좌절로 범벅이 된 지하철 탑승 경험이란!

이번 여행을 통해 많은 경험을 했고 생각의 폭도 넓힐 수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마무리 글을 쓸 예정이다. 이역만리 먼 곳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하려고 애쓰는 딸아이의 노력을 직접 눈으로 본 것도 큰 성과라고 하겠다.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이번 여행을 위해 내가 실제로 쓴 휴일은 4일이다. 여름 휴가를 이틀 밖에 쓰지 않아서 장기(?) 여행을 위해 이번에 몰아서 쓴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맡은 책임이 있어서 추석 연휴 앞뒤로 많은 시간을 쉬는 것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꼈다. 과연 사무실이 잘 돌아가고 있을지 적지 않게 걱정도 했었다. 지나고 보니 다행스럽게도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실은 목요일 밤과 금요일 새벽에 걸쳐서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서류를 처리하느라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하였다. 긴급한 상황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매월 한 번 정기적으로 벌어지는 일이라 잘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그렇다.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간다! 

여유와 자신감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