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25일 화요일

아이패드와 Behringer UCA200 활용

USB 오디오 인터페이스 중에서 외부 전원 공급을 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패드에 직접 연결(카메라 연결킷 사용)하여 사용 가능한 것은 별로 없다. 대부분 전원장치가 딸린 USB 허브를 통해서 연결해야만 한다. Behringer UCA200는 전원을 따로 공급하지 않고도 아이패드에 연결하여 사용 가능한 몇 안되는 오디오 인터페이스 중 하나이다. 모니터용 헤드폰을 꽂을 자리도, 자체 음량 조절 기능도 없다. 오직 USB 단자와 RCA로 되어있는 오디오 인/아웃 단자만 있을 뿐.

나는 최고 음질의 디지털 음악 재생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DAC에는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았다. 전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으로 소스를 앰프에 연결하여 스피커를 구동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연구(?)하는 데에만 몰두하였을 뿐이다. 주로 가요를 들을 때에는 아이패드의 이어폰 단자에 3.5mm 스테레오-RCA Y-케이블을 연결하여 앰프로 음악을 재생한다. 그런데 간혹 아이패드에 꽂힌 커넥터에 옆으로 힘을 주거나 약간 저급한 케이블을 사용하면 험과 비슷한 잡음이 발생한다.

베링거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그동안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사무실에 갖고 나가서 컴퓨터에 연결하여 몇번 음악감상을 하다가 오디오트랙 사운드카드(MAYA 5.1 MK-II ZEN)를 구입하게 되면서 서랍속에 처박힌 상태였다. 이를 다시 집에 가져와서 아이패드에 연결하여 사용하기로 하였다. 잡음 없이 깨끗한 소리가 난다.

저가품 일색의 음악감상 환경이지만 나름대로 기기를 골라서 듣는 재미가 있다.


[하루에 한 R] heatmap.2 그림을 조정해 보자

오늘은 하루에 '한 R'이 아니고 '두 R'이 되었다. gplots 패키지를 이용하여 그린 heatmap.2 플롯이 맘에 들지 않으니 손을 좀 대 보자. 어떤 문제가 있는가?
이것은 다음의 스크립트로 그려진 것이다.
> heatmap.2(as.matrix(data.final), col=greenred(10), trace="none")
우선 너무 작아서 있으나 없으나 소용이 없는 probe ID를 나타나지 않게 하자.
> heatmap.2(as.matrix(data.final), col=greenred(10), trace="none", labRow=NA)
Row의 label을 없애버린 것이다. 다음으로는 cexCol 파라미터를 줄여서 컬럼 라벨이 잘리지 않게 만들어 보자.
> heatmap.2(as.matrix(data.final), col=greenred(10), trace="none", labRow=NA, cexCol=0.7)
이상으로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그러나 글자 크기를 줄임으로 인하여 가독성이 나빠졌다. 글씨 크기를 그대로 유지하려면 마진을 키우면 된다. 대신 정사각형으로 예쁘던 heatmap이 직사각형이 될 것이다. heatmap.2() 함수 안에서 사용하는 margins는 column/row의 라벨을 나타내는 공간에 관한 것이다. R의 plot area와 주변부의 여유 공간을 뜻하는 margin과는 다르다(참고 R graphics 생기초 링크)
> heatmap.2(as.matrix(data.final), col=greenred(10), trace="none", labRow=NA, margins=c(7,5))
컬럼 라벨(샘플명)의 크기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마진이 늘어나는 바람에 글씨가 잘리지 않고 전부 보인다. heatmap이 직사각형으로 찌그러진 것이 보기 싫으면 margins=c(7.7)로 해 보라. heatmap 오른편의 마진이 늘어나면서 heatmap의 가로 사이즈가 줄고 이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정사각형으로 되돌아온다. 이것은 그림을 따로 첨부하지는 않겠다.

마지막으로 Color Key and Histogram이라는 글이 바로 아래의 color key와 살짝 겹치는 문제를 해결해 보자. keysize(기본 수치는 1.5)를 약간 줄여도 제목 텍스트와의 간격은 벌어지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무엇인가 하면 Color Key and Histogram이라는 텍스트가 두 줄이 된 것이다. 이를 바로잡자고 해서 Key의 폭을 늘이면 heatmap의 폭이 줄어들 것이다. 만약 histogram을 표시할 필요가 없다면 heatmap.2(x,...density.info="none")이라고 하면 된다. 그러면 Color Key라고만 표시가 되어 한결 간결해진다.

좀 더 심화된 코스를 원하는가? 키, 덴드로그램, 힛맵의 레이아웃을 아예 바꾸는 방법도 있다. 이를 알아보려면 이 링크를 상세히 읽어보고 layout() 함수와 lmat 매트릭스 및 lwid, lhei 벡터를 이해해야 한다. 예전에는 종이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열심히 공부했었는데 다 잊어버렸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기타 heatmap으로 그려지는 플롯의 상세한 설정이 나와있는 설명은 다음 사이트를 참조하기 바란다.


[하루에 한 R] Expression data로 heatmap 그리기

오래전의 microarray 실험 데이터를 가지고 뒤늦은 논문을 쓰고 있다. 대단한 발견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고, 너무 오래되어서 더 이상 시의성이 없는 데이터로 추락(?)하기 전에 일단락하여 발표하기 위함이다. 사실 과학에서는 과거의 연구성과가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굴되어 재평가되면서 과학계의 역사를 새로 쓰는 일이 다반사이다. 따라서 변신에 변신을 꾀하면서 지나치게 유행을 좇아 연구 분야 변신을 하는 것은 그렇게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 '시대적 요청'이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heatmap 또는 heat map이란 데이터를 2차원 형태로 늘어놓고 각각의 값을 색으로 표현한 데이터 시각화 기법의 하나이다. 데이터의 배열을 행 또는 열에 따라 적절히 조절(clustering)함으로써 눈에 확 뜨이는 두드러지는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

21C 미생물프론티어 사업단 시절을 풍미했던 바로 그 대장균 microarray를 이용한 데이터를 이용해 보고자 한다. 한 개의 slide에 같은 프로브 셋이 두 개의 블록으로 나뉘어 찍혀 있으므로, 칩 하나로부터 두 개의 샘플 데이터가 얻어진다. 엄밀히 따지면 이렇게 나온 데이터는 technical replicate에 해당한다. 그러나 편의상 마치 biological replicate인 것처럼 다루었다. 이를 보고 '말도 안돼!'라고 외치실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R을 이용하여 QC, normalization, DEG 추출 등과 같은 expression analysis를 하는 방법을 다루고자 함이 아니다. 단지 hierarchical clustering을 동반한 heatmap을 그리는 작업을 설명하기 위해 고전적인 microarray data를 이용하는 것일 뿐이다.


처음에는 CLC Genomics Workbench의 Transcriptomics Analysis(과거에는 "Expression Analysis")로 heatmap을 그려 보았는데 도무지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오지 않았었다. CLC에서는 GEO 데이터를 어떻게 임포트하는가? GSE####_series_matrix.txt.gz 형식의 series matrix 파일을 다운로드하였다면 압축을 풀고 Import -> Standard Import 메뉴에서 파일 유형을 Expression array/data: GEO SOFT format series file (.txt/.text)로 설정하여 해당 파일을 읽어들이면 된다.

그러면 R을 사용해서 좀 더 예쁜 heatmap을 그려보자. R에 기본으로 내장된 heatmap() 함수는 그다지 예쁘지 않은데다가 사용자 입맛대로 조정을 할 여지가 별로 많지 않다. 따라서 gplots 패키지가 제공하는 heatmap.2() 함수가 인기를 끄는 모양이다. HeatPlus 라는 패키지도 있으니 참고하면 되겠다. 몇 가지 유용한 링크부터 먼저 소개하고 진행하겠다.

입력물로는 GEO에서 다운로드한 series matrix 파일을 이용하겠다. !로 시작하는 코멘트 라인은 전부 제거하여 헤더와 데이터 부분만을 남겼다. 이 파일은 이미 normalization과 log2 transformation이 된 상태이다. 파일명은 data.txt로 수정하여 접근하기 쉬운 폴더(C:\R_work)에 복사해 두었다. 첫번째 시도는 우선 되는대로 막 그리는 것.
> install.packages("gplots")
> library("gplots")
> setwd("C:R_work")
> data = read.table("data.txt", header=TRUE, sep="\t", row.names="ID_REF")
> jpeg("plot1.jpg")
> heatmap.2(as.matrix(data), col=greenred(10), trace="none")
> dev.off()

jpeg으로 출력한 그림을 보자. 어떤 문제점이 존재하는가? microarray data의 heatmap은 각 샘플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보여주기도 하므로 일종의 QC 개념으로 쓸 수도 있다. 동일 조건에서 나온 각 6개의 샘플들이 한데 묶이므로 일단 큰 문제는 없다. 단 하나의 슬라이드에서 나온 두 블록이 항상 가장 가까이 묶이지는 않았음을 기억은 해 두자. 샘플의 이름이 마진에 비해 너무 길어서 잘렸고, 4721개나 되는 probe의 수는 하나의 heatmap으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많다. probe ID와 dendrogram이 제대로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데이터가 0 근처에 있어서 너무 밋밋한 그림이 되었다.

Plot의 마진을 설정하는 방법은 완전히 다른 주제라서 여기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이제 그림을 좀 더 돋보이게 하는 방법을 알아보겠다. 

모든 컬럼에서 특정 조건(값의 범위)을 충족시키는 row만 남기기(미완?)

Two-color microarray experiment에서 얻어진 데이터이므로 log2(Fold_change)가 0 근처에 있는 것은 그림을 복잡하게만 만들뿐 heatmap에 남겨둘 필요가 없다. 특정 column의 값을 기준으로 하여 전체 row를 삭제하는 방법은 인터넷 검색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첫번째 컬럼의 값이 -0.5보다 크고 0.5보다 작은 것을 데이터에서 제외해 보자. 이를 "dropping"이라 한다.
> data.2 = data[-which(data[,1] > -0.5 & data[,1] < 0.5), ]
그렇다면 18개의 모든 컬럼에 대해서 -0.5 < 데이터값 < 0.5를 만족시키는 row를 일괄적으로 삭제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느 한 컬럼이라도 -0.5 .. 0.5의 범주에 들면 그 row를 삭제한다는 것이 아니고(이렇게 되면 너무 많은 row가 제거될 것이다), 모든 컬럼이 다 그럴 때에만 제거하지는 것이다. 데이터가 카운트 값이면 row 단위로 합하여 그것을 기준으로 하면 되겠지만 이번의 사례에서는 '범위'가 판단의 기준이라서 쉽지가 않다.

아주 단순하게는(그리고 미련하게는) which() 함수 내부의 조건에 해당하는 부분을 모든 컬럼으로 확장하면 된다. (data[,1] > -0.5 & data[,1] < 0.5) & (data[,2] > -0.5 & data[,2] < 0.5) & (data[,3] > -0.5 & data[,3] < 0.5) ... (data[,18] > -0.5 & data[,18] < 0.5) 오타가 안나도록 주의깊게 타이프를 치면 된다. 그런데 이 방법은 너무 우습지 않은가? 만약 dropping을 마친 row가 아직도 너무 많아서 cutoff 값을 바꾸고 싶다면? 구글링을 열심히 해 보았지만 이 경우 딱 맞는 솔루션은 보이질 않는다. R에서 별로 바람직하게 여겨지지 않는 for 문을 사용하여 어찌어찌 만들어 보았는데 최종적으로 선별된 프로브의 수가 너무 많아서 역시 구별이 가능한 수준의 그림이 만들어지질 않는다.

row를 값의 범위에 의해 선별하여 버리는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남은 row 자체가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결국은 논문 작업을 위해서 뽑아둔 DEG 목록을 활용하기로 하였다. 몇 그룹의 조건으로부터 총 813개의 DEG를 확보하여 all_DEG.txt 파일에 저장하였다. 한 줄에 하나씩의 probe ID가 들어있고 중복을 없애는 작업이 필요하다. scan() 함수를 사용하여 매트릭스 형태가 아닌 데이터 파일을 입력하는 것은 조금 복잡하다. 이 링크를 참조하여 추후에 조금 더 공부하도록 하자.
> deg = scan(file="all_DEGs.txt", what=list(probe=character()))
> deg.nr = unique(deg$probe)
여기까지 왔으면 heatmap 작성 대상 유전자(probe ID)의 목록이 deg.nr이라는 벡터에 들어있는 상태이다.

목록에 존재하는 row name에 해당하는 레코드만을 데이터프레임에서 추출하기

추출할 probe의 목록을 deg.nr이라는 벡터에 담았으니, 이를 참조하여 data 데이터프레임의 일부를 꺼내면 된다. 참조할 곳은 특정 컬럼이 아니라 row name에 해당한다.
> data.final = data[which(row.names(data) %in% deg.nr), ]
> heatmap.2(as.matrix(data.final), col=greenred(10), trace="none")
probe가 457개로 줄어들어서 한층 보기가 수월해졌다.


다음의 숙제는 plot의 마진을 설정하는 일이다. 아마도 par() 함수를 쓰게 되지 않을까 싶다.





awk의 매력

awk는 개발자(Alfred V. Aho, Peter J. Weinberger, Brian W. Kernighan)의 머릿글자를 딴 유틸리티로서 그 자체로 완벽한 "pattern-scanning & processing language"이다. 쉼표나 탭으로 구분된 필드를 지닌 텍스트 파일을 줄 단위로 읽어들여서 패턴을 탐색한 뒤 그 여부에 따라 조작된 결과를 내보내는 도구이다.

(바이오)펄이나 (바이오)파이썬을 사용하여 훨씬 고차원적인 일을 할 수 있음이 당연하다. 반면 awk는 매우 간단한 문법으로도 이에 버금가는 일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요즘은 Next-Gene Sequencing 데이터를 비롯한 염기서열 데이터를 awk로 조작하는 방법에 대한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 오류를 수정하고 테스트가 끝나면 인터넷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약 10쪽 내외의 분량이 될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Perl을 익히면서 독학용 교재로 삼은 것은 바로 다음의 자료이다.

Perl in 20 pages by Russell Quong

1998년에 만들어진 이 문서의 원본 사이트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듯. 그 이후로 제대로 돈을 주고 산 Perl 관련 책은 [펄 쿡북] [Programming the Perl DBI] [Official Guide to Programming with CGI.pm]이 전부이다. 대부분의 자잘한 실무적인 기법들은 인터넷을 뒤져셔 구한것이 전부이다. 항상 부족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약 15년간에 걸쳐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고 자부한다.

2015년 8월 24일 월요일

이유 있는 게으름

나는 마감 일정에 쫒기어 일을 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성격이라서, 여유를 두고 일정을 짠 뒤에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다. 역설적인 현실이지만 가끔은 너무 빨리 일을 처리하여 도리어 손해를 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마감일이 멀찌감치 남은 일은 그만큼 많은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하여 알차게 내용을 채우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이런 일은 항상 긴급을 요하는 일에 밀려서 계속 뒤쳐지게 된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급한 일 먼저 하지 뭐.'

이러다 보면 결국은 마감일이 다 되어서야 이 일을 하게 된다. 길었던 시간적 여유는 이 일에 거의 소용이 되지 못한다. 어쩌면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이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인지도 모른다.

늘 내일이나 주간의 할 일을 기억하거나 기록하려 애쓰고,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면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떠오르는 일거리를 메모하고... 이런 생활 방식이 최선이라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이런 태도가 나의 정신적 건강을 자꾸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빨리 일을 처리하고 다른 일을 하려다 어처구니없는 실수도 가끔 저지르기도 하고, 머리속은 늘 생각으로 꽉 차서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다.

스스로를 자꾸 채찍질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조바심은 피로감을 낳는다. 생각해 보니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쉼표를 찍고 간다는 생각으로 여유를 갖자. 내 스스로에게 관대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도 어느새 짜증을 내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업무용 서버 랙 구입


인증샷에 내 발이 찍혔다.

일반적인 사무용 책상의 높이에 해당하는 12U짜리 미니 서버 랙을 구입했는데 깊이가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전체적인 모양은 마치 가정용 냉장고를 눕혀놓은 것과 유사하다. 앞의 문짝만 제외하면 캐비넷과 같은 구조라는 기분이 영 들지 않는다. 지난주에 납품과 함께 설치가 일부 완료되었지만 내부 구조를 마음에 들게 직접 바꾸다가 정말 쓰러지는 줄 알았다! 고정용 사각 볼트는 왜 이렇게 끼워지질 않고 또 선반은 왜 이렇게 무거운지.. 땀을 뻘뻘 흘리며 손톱이 부러지도록 고정 작업을 하였다. 무척 힘이 들었지만, 그러면서도 '흠, 적성에 맞는군'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지금은 기가비트 스위치와 1U 서버가 장착이 된 상태이다. 연구소내 다른 서버실에서 가동되는 2U 서버를 내일쯤 가져올 예정이다. 그러면 이산가족처럼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던 서버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모니터 뒤에는 NAS가 얹혀있다. 무척 소박한 전산 시스템이지만 일개 생물학자에게는 원심분리기와 딥프리저, PCR 머신을 돌리는 실험실과 같은 매우 소중한 자산이다. 서버를 숨겨놓은 골방(원래 통신설비가 있는 방)과 내 사무실 말고는 별도의 실험 공간이 없으니 이것이 내 실험실인 셈이다.

이렇게 서버 랙을 살 줄 알았더라면, 올해 신규 구매한 서버(오른쪽의 타워형)도 랙 마운트 타입으로 살 것을... 그러면 전부 말끔하게 서버 랙  하나에 수납이 될텐데. 

언제 일어날지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하면서 서버 작동 소음과 냉방기 소리로 귀가 따가운 서버실에서 애쓰는 전산실 종사자들의 노고를 0.1%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생활의 활력을 주는 세 가지 활동

첫번째, 음악.

악기를 연주하는 것, 음악을 만드는 것(작곡 혹은 레코딩), 음악을 감상하는 것. 최근 2년 간의 활동은 주로 음악을 듣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데 지나칠 정도로 쏠려있다. 기타와 건반아, 미안해! 집과 사무실에서 좀 더 양질의 음악을 듣기 위해 앰프와 스피커를 마련하는 것에 큰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진공관 앰프, class D 앰프, 어설프게 만든 full-range 스피커 시스템 등. 음악을 만드는 일은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했는데 계속 나의 일정에서 멀어져만 간다.

두번째, 컴퓨터.

동료들에게 컴퓨터를 이용한 미생물 유전체 분석 기법을 전수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눅스의 기초와 활용 기술을 다시금 공부하게 된다. awk가 이렇게 멋진 기능이 많은 유틸리티였구나! 더구나 전산실 전문인력이 아니면서 직접 서버를 몇 대 운용하는 과정에서 자잘한 노하우를 많이 익히게 되고, 많은 즐거움과 보람을 느낀다. 지난주에는 조그만 서버 랙을 구입하여 흩어져있던 서버들을 모으고 있다. 조금 전에는 기가비트 네트웍 스위치에 랙 고정용 날개를 달아서 랙 맨 위칸에 고정하고 왔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세번째, 집 보수하기(DIY).

스피커 인클로저를 만들면서 남은 페인트가 일의 발단이 되었다. 습기에 노출되어 검게 썩어서 떨어져 나가던 욕실문을 보수하면서 집안의 다른 문과 창(틀)에 자꾸 관심이 간다. 한번에 다 해치우기는 어렵지만 주말을 이용하면 문 2~3개 정도는 작업이 가능할 것 같다. 테인트를 바르고 마르는 동안 다른 문짝을 작업하면 되니까 말이다. 물론 몸은 꽤 고단하겠지만 말이다. 스피커통을 마감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목재의 마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게 되고, 살면서 조금씩 낡아가는 집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보수하는 일에 도전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2015년 8월 22일 토요일

욕실 문 보수하기

스피커 2호기를 만들면서 전면판을 칠하고 남은 수성 흰색 페인트를 활용하기로 하였다. 바로 욕실문을 보수하는 것. 욕실문은 물기에 노출되기 십상이라 페인트가 들뜨고 노출된 목재가 부식되는 일이 흔하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보수를 해야 할지 항상 고민이었는데 벼르고 별러서 주말을 이용한 작업에 돌입하였다.

가장 간단하게는 근처 인테리어 업자에게 의뢰하여 문을 새로 마추어 다는 방법이 있겠고, 옥션등에서 ABS 욕실문을 주문하는 방법도 있겠다. 완전히 새로 만드는 것은 비용이 가장 높을 것이 뻔하고, 옥션에서 주문하면 상처 없이 무사히 배송이 이루어질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

직접 보수를 하려면 우선 문을 잘 말리고, 부식된 부분을 제거한 뒤 적당한 충전재로 매운다음 사포질 후 도료를 바르면 될 것이다. 그럼 깎아낸 부분은 무엇으로 메우나? 핸디코트 메꾸미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철물점에서 하필이면 퍼티를 산 것이 잘못된 출발점이었다. 치약 튜브처럼 생긴 것에 들어있는 퍼티는 목재 틈에 써서 안 될 것은 없지만, 굳으면 평평하게 갈아내기가 어렵고 무엇보다 가격이 너무 비쌌다. 자동차 표면의 미세한 상처와 같이 상처의 면적이 좁고 성형 후에도 충분한 강도가 필요한 곳에 쓰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핸디코트는 너무 대용량으로만 파는 것 같고, 지금 생각해 보니 우드필러가 가장 적당한 것 같다. 메꿈재에 대해서는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

부식된 부분을 긁어내고 퍼티로 채운지 일주일이 지나 비로소 주말이 되었다. 마트에 가니 연마용 수세미가 있어서 그것을 구입하였다. 사포는 손가락이 너무 아파서... 다음부터는 마스크를 쓰고 하자. 떨어지는 가루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보안경도 필요할지 모른다. 문짝과 문틀을 전반적으로 가볍게 연마한 뒤 주변에 마스킹용 테이브를 발랐다. 젯소는 생략하였다. 문에는 원래 백색 페인트가 발라져 있었는데, 퍼티로 성형한 곳(회색)과 페인트가 벗겨진 하부(나무색)에 새로 칠을 하려면 아무래도 젯소를 먼저 바르는 것이 유리할 것 같기는 했지만, 비용 절감 차원에서 과감히 생략하였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결과물이다. 마른 후 붓 2종으로만 덧바르기를 계속하여 최종 결과물을 얻었다. 과감하게 롤러로 바르는게 더 나을 것 같다. 욕실 문을 수성 페인트로 칠한 것이 정말 제대로 한 작업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유기용제 냄새가 나지 않아서 작업을 하기에는 아주 좋았다. 아내는 이정도면 아주 괜찮다고 하지만 내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65점 정도? 바니쉬로 마감을 하면 80점은 될 것이다. 그러나 집에서 자가 수리를 하면서 뭐하려 페인트 + 바니쉬까지 바르겠는가. 도막의 보호가 필요하다면 모르겠지만.


왼쪽이 오늘 작업한 페인트. 약 반 정도가 남았다. 문짝 하나를 다 칠하고도(욕실문이라서 약간 작다) 반 밖에 쓰지 않았다면 너무 소심하게 아껴쓴 것이 아닐까? 오른쪽은 혹시 부족할지 몰라서 오늘 하나 더 사다 놓은 페인트이다. 마찬가지로 수성 반광 백색이다. 

매주 조금씩 시간을 투자한다면 집의 모든 출입문과 창문에 대한 도장 작업에 도전을 해도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다만 마스킹 테이프 작업을 꼼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의 페인트가 심하게 벗겨져서 두께 차이가 눈에 뜨이게 나타나는 경우는 준비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할까? 들뜬 페인트는 소위 '헤라'라고 불리는 스크래퍼로 벗겨내면 된다. 그러나 아래와 같은 상태라면 아무리 사포질을 해도 울퉁불퉁할 것이 뻔한데 말이다.


페인트에 대해 공부를 좀 해보자. 수성 페인트는 아크릴이 바인더이고 주로 벽에 바르는 용도이고, 에나멜은 철이나 목재에 적합하다. 어쩌면 가정에서 나무에 바르기에는 수성 에나멜이 가장 적합할지도 모른다. 가격은 가장 비싼 편이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2015년 8월 15일 토요일

2호기 스피커 제작 마무리하기

스피커 유닛을 살 때 얻었던 그릴을 붙였다. 전면 배플판(MDF)은 수성 페인트(제비표페인트 A 워터락 반광 백색, 자작나무 합판은 문구점에서 파는 교재용 바니쉬('니스')를 여러번 칠했다. 아마 5-7회는 칠했을 것이다. 소품을 칠하기에 적당한 붓은 하나밖에 없고 유성 바니쉬를 씻을 신너도 없어서 스폰지에 묻혀서 칠해 보았다. 

전면 배플은 원래 네 귀퉁이에 나사못을 박아서 고정하려 하였었는데, 저 새하얀 판에 나사못이 노출되어 있으면 너무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아직도 고정을 하지 않았다. 


철물점에서 구입한 외경 38mm PVC 파이프로 포트를 만들어 보았다. 길이를 제대로 재지 않고 접착제로 고정한 다음 앞면을 닫으니 아뿔싸! 스피커가 포트에 닿는다... 뒷판에 단단히 붙은 포트를 다시 떼어내느라 고생을 좀 했다.


옆에서 찍으니 검정색 그릴이 확실하게 잘 드러난다.


마르면서 얼룩이 진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바니쉬를 여러번 칠하면서 약간 어두운 색조를 띠다가 시간이 흐르니 군데군데 밝아지기 시작한다. 이게 마르는 과정인지?


마감재를 구입하느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제작이 되고 말았다. 스피커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음향학적 고려와 계산보다 나무통 마감이 더 어렵다! 나무 재료에 따라서 무엇을 발라야 하는지, 어떤 번호의 사포를 가지고 갈아내야 하는지...

원래 전면판은 검정색 무광 락카를 칠하려 했었는데 흰색 수성 페인트를 여러차례 바른 것이 더 멋진 배색을 보여주고 있어서 만족한다. 측면에는 수성 바니쉬를 바르는 것이 가장 좋았을 것이다.  

남은 수성 페인트는 어디에 쓴다지? 욕실문이 일부 삭아서 보수를 해야 하는데, 수성 페인트는 영 넌센스다. 공부할 것이 하나 가득 남았다.

2015년 8월 13일 목요일

3인치 유닛을 이용한 스피커 2호기 제작

나의 자작 스피커 2호기와 2.5호기는 종이(하드보드지)로 매우 어설프게 만든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나무를 이용하여 제대로 통을 만들면서 여기에 공식적인 2호기 명칭을 붙이기로 한다. 종이로 만든 2호기와 2.5호기는 역사에서 지운다!

휴대용 카세트라디오에 스피커 유닛이 하나만 들어있다고 해서 이를 full-range 유닛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번 제작에 사용한 유닛은 정격 4옴/50와트(86 dB)의 3인치급 제품이지만 풀레인지라고는 부르기 곤란하다. 재생 주파수 범위가 300~10,000 Hz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작용으로 흔히 쓰이는 삼미 CW-77B10K(8옴/10와트)도 사양표 상에는 20,000 Hz까지 재생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내가 사용한 유닛은 이보다 가격이 더 싸다.

이번 2호기의 컨셉트는 매우 단순하다. 저렴한 유닛을 담아 책상 위에서 들을 작고 귀여운 스피커통을 만들자는 것. 용적이 어쩌고 포트 직경과 깊이가 어쩌고... 그런것은 완전히 무시한다. 전체적인 모양은 정육면체에 가깝게 하였다(폭 130 mm x 높이 145 mm x 깊이 150 mm). 전체적인 모양과 외형 수치에 대한 스케치를 전문 업체에 보내어 재단된 목재를 받았다. 측면은 12 mm 자작나무 합판, 전후판은 15 mm MDF로 하였다. 직경 79 mm로 뚫은 전면 배플판이 스피커에 딱 들어맞는다.


재단된 목재를 테이프로 붙여서 가조립을 해 보았다.


뒷면에는 직경 38 mm의 구멍이 뚫려있다. PVC 파이프를 쓰서 덕트를 달 예정이다. 단자대를 달 구멍은 내가 직접 뚫을 생각이다.


손바닥을 펼친 정도의 크기에 지나지 않는 소품이지만 사선으로 절단된 측판 4개를 어떻게 붙이는 것이 가장 적합할지 감이 도무지 잡히지 않았다. 뒷판을 바닥에 놓고 측판을 둘레에 목공본드로 접착한 뒤 운동화 끈으로 붙들어 묶었다. 나름대로 평평한 바닥에서 기준을 잡겠다고 식탁 유리에서 조립을 했는데 본드가 다 굳고 보니 약간의 단차가 발생하였다.


위 사진에서 네모 형태의 틀은 전면판이 쑥 들어가지 않게 하는 지지대이다. 전면판을 고정할 나사못이 여기에 박히게 된다. 전후판을 측판의 단면을 덮게 하는 방식과 내부로 들어가게 하여 측판의 단면이 노출되게 하는 방법이 전부 가능한데, 자작나무 합편 특유의 단면이 노출게 하기 위해서 내부로 넣는 방식을 택하였다. 단 좀 더 예뻐보이게 하려고 측판보다 3 mm 정도 더 들어가게 하였다.

전면판의 지지대를 측판 조립과 동시에 해야 하는지, 혹은 통을 조립한 다음에 넣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다가 후자의 방법을 택했다. 접착제가 다 굳은 뒤 지지대를 통에 넣으니 너무 뻑뻑하여 한참을 사포질을 하였다. 지지대를 정확히 18 mm 내부에 붙이기 위해 버니어 캘리퍼를 사용하였다.

스피커를 고정한 전면판은 아직 정식으로는 고정하지 않고 살짝 밀어넣은 상태이다. 이제 소리를 들어보자. 소스는 아이패드(멜론) + 최근 딸아이와 함께 만든 TPA3125D class D 앰프이다.


오잉? 생각보다 저음이 약하다. 전에 종이로 만든 인클로저보다 오히려 조금 더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그때는 덕트가 전면에 있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사무실에서 매일 듣는 1호기(4.5인치급)보다 직경이 줄어서 그런가?  내 귀에는 한참 부족한데 딸아이는 소리가 좋다고 해 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재단을 외부에 맡겼으므로 이번 제작은 종이로 통을 만들 때보다 훨씬 수고가 덜 들어갔다. 그래도 명색이 나무인데... 저가 유닛은 어차피 안고 가야 할 운명이니 그대로 두고, 포트와 흡음재 정도로 최종 튜닝을 해 보겠다. 마감은 또 어떻게 한담! 인클로저 설계에 대한 이론은 전부 건너뛰고 만들었지만 마감(사포질+칠)을 위해 또 공부를 해야 한다...



2015년 8월 11일 화요일

공동연구와 인력양성 사이에서

나는 컴퓨터로만 일을 하는 생물학자이다. 그러면 생명정보학(bioinformatics) 전공자인가? 그건 아니다. 내가 공부를 하던 시절 내가 다니던 학교에는 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과목이나 연구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필요에 의해서 리눅스와 Perl을 조금씩 익혀서 쓰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손에 물 묻히는' 실험은 완전히 접고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굳이 명함을 내밀어 보라고 한다면 (microbial) genomics 연구를 현재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현재 나는 실험연구를 하는 많은 선후배 및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로부터 많은 영감과 공동연구 거리를 구해서 나름대로 재미나게 1인 기업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 수행하는 연구 과제의 울타리와 연구소의 센터 조직 내에 들어 있으나 자율성을 갖고서 일을 하는 위치에 있다.

실험연구를 하는 사람이 직접 하기 어려운 '약간의 기술'을 갖고 있기에 종종 사람들이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하고는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베풀수 있는 우위적인 위치에 있음을 뜻함은 절대 아니다. 이미 나는 실험에서 손을 놓은지 꽤 오래되었고, 실험 연구자만이 가질 수 있는 통찰력이나 문제해결 능력을 이제는 따라잡기 어려움을 잘 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이 있기에 이를 채우면서 더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나를 찾아오는 사람은 대학원 학생에서 연구원, PI(Principal Investigator) 등 다양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그동안은 선의에 바탕하여 성심성의껏 도움을 주는 편이었다. 나는 정부의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기관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고, 따라서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누구이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가 찾아가서 공동연구를 제안하기도 한다. 내가 필요한 비용을 대면서까지!

공동연구란 무엇일까?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 참여자들이 연구 과정에 필요한 뭔가를 내어놓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나만이 갖고 있는 기술일 수도 있고, 내가 활용하는 연구조원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연구비만을 내놓을 수도 있다. 만약 연구의 '원재료'만을 내어놓는 경우는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예를 들어 정말 기가막힌 특성을 갖는 균주를 가진 연구자가 있다고 하자. 유전체나 전사체를 해독해서 그 특성을 설명하고 가치를 더욱 높이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래서 이런 기술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 그런데 그 기술을 발휘하려면 돈이 든다. 인건비가 될 수도 있고, 시퀀싱 비용일 수도 있다. 문제는 끝내주는 균주를 갖고 있는 것이 경쟁력이니 유전체 해독 비용 같은 것은 되도록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이 감당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물론 이것은 극단적인 가상의 시나리오이고, 내가 이런 경우를 아직까지는 겪은 적은 없다.

'사람 하나 보낼테니 (가르쳐서) 일 해 줘'

이건 공동연구가 아니다. 내가 일을 시킬 수 있을 정도로 훈련된 사람을 보내는 것이 올바른 공동연구다. 물론 그 인력이 정말 숙달을 해서 연구에 크게 기여하게 될 날이 올 수 있다. 먼 안목에서 보면 이는 분명히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것이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공동연구의 형태가 아니다. 공동연구와 트레이닝 부탁은 별개의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학생이나 연구원이라면 반드시 책임있는 상급자를 통해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할 생각이다. 매정해 보이지만 이것이 옳은 방법이다.

하반기 오디오 DIY 프로젝트

요즘의 사무실 책상 위 풍경이다. 진공관 헤드폰 앰프가 새로 들어왔고, 야마하 YDA138E 칩 보드는 금속제 시계 케이스에서 주황색 반찬통으로 바뀌었다. 보드에 내장된 헤드폰 단자를 쓸 수 있도록 약간 작은 케이스로 바꾼 것이다. 집에는 아이의 숙제를 위해 같이 만든 TPA3125D2 앰프 보드 키트가 새로이 자리를 잡았다.

진공관 앰프의 심리적인 만족도는 매우 높다. 전원을 넣고 소리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집에서 사용하는 PCL86 초삼결 앰프보다 더 길다. 볼륨 폿 바로 뒤의 노랑색 직육면체 부품은 릴레이인데 왜 있는지를 잘 모르겠다. 파워 앰프의 스피커 보호용 릴레이에 상응하는 것일까?


이와 함께 지난 초여름에 용산에서 구입한 3인치 유닛을 활용하기 위하여 나무로 된 인클로저 제작을 추진 중이다. 하드보드지로 상자를 만들어서 조금 사용해 보았으나 너무 볼품이 없어서 해체해 버렸다. 이번 인클로저는 가공을 전문으로 하는 분에게 판재 재단을 맡겼다. 조립과 도장, 유닛과 단자대 고정은 나의 몫이다. 다음은 공방에서 재단을 마친 인클로저의 가조립 상태를 보여주는 사진이다. 생각보다 귀엽다!



주황색 반찬통에 총 12개의 구멍을 뚫으면서 정말 확실하게 느낀 것이 있다. 구멍 하나 똑바로 뚫기가 왜 이렇게 힘이들까? 두꺼운 재료에 나사못을 박기 위해 구멍을 뚫는다고 가정해 보자. 나사못이 삐뚜로 박히면 얼마나 보기가 흉한지 더이상 말할 나위도 없다. 얇은 금속판과 같은 판재는 구멍을 수직으로 뚫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지만 말이다. 수직은 고사하고 밑그림으로 그려놓은 위치에 제대로 구멍을 뚫는 일도 이렇게 서투르니 어디 함부로 DIY를 하겠다고 나서겠는가. 그렇다고 자주 하지도 않는 공작을 위해 드릴 스탠드를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열의만 있으면 무엇이듯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생각을 버려야 되겠다. 

호기심을 채울 물건들이 충분히 모였으니 스피커통 2호기 제작을 끝으로 당분간은 감상에만 집중을!

2015년 8월 9일 일요일

모든 것은 재미로 통하는가?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은 더욱 가까워졌다. 조직화를 위한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생각은 쉽게 전파되고 있으며 정제되지 않은 의견에 의해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영향을 받는다. 모든 정보가 똑같은 진실성과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 절대로 아니지만 이를 구별하기는 과거보다 더욱 어려워졌다. 때로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숨은 의도를 지닌 정보가 마치 진실인양 흘러다닌다. 그 정보는 십중팔구 돈(금전적 이익)과 관계된 것이다.

지금 방송되는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다루어지는 내용에 대한 검색어가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를 장식하는 세상이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진다. 인기를 먹고사는 유명인들은 자신이 실시간 검색어에서 우선순위에 오르기를 갈망하고 있는 듯하다.

요즘 자주 들리는 비속어 중 "핵노잼"이라는 말이 있다. '핵'은 말 그대로 핵폭탄급의 파괴력과 충격을 의미한다. '노잼'은 'no 재미'를 의미한다. 즉 '핵노잼'은 정말 재미가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당연히 좋은 의미가 아니다. 이는 바로 핵폭탄 만큼의 파괴력을 가질 정도로 충격적인 재미 없음이며, 절대로 추구해서는 안될 바에 해당한다. 한번 핵노잼으로 낙인이 찍하면 이를 회복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특히 신작 영화 개봉 초기에 '핵노잼'이라는 의견이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로 올라오기라도 하면 그 파급력이 너무나 커서 이를 바로잡기 위해 애를 먹는다고 한다.

난 여기서 두 가지 면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려 한다. 세상사 모든 일을 재미라는 기준으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물론 요리는 맛이 있어야 하고, 영화나 TV 프로는 보기에 즐거워야 하며, 음악은 듣기 좋아야 한다. 재미는 이처럼 인간 생활을 윤기있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나 진지함을 추구해야 할 상황조차 '재미가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로 환원되고 만다. 맛은 있지만 몸에는 좋지 않은 음식의 예가 너무나 많듯이 말이다.

관중석에게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등수 매기기 아닌가? 요즘 무척 풍성해지고 있는 TV 프로그램을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어느 순간 갑자기 예능의 대세가 된 요리사들이 어떤 포맷의 프로그램에 나오는가? 1등 뽑기 아닌가? 가요 프로그램은 어떤가? 또 음악-패션-요리 등등 쟝르를 넘나드는 오디션 형태의 프로그램 역시 1등을 뽑기 위한 과정을 재미있는 볼거리로서 미화하고 있다. 치열하게 경쟁하고, 노력하고, 기득권을 가진 평가자들(멘토라는 말로 때로는 불린다)에 의한 조련으로 거듭나고, 거기에 개천에서 용 나는 식의 스토리 메이킹까지..

여기서 잠깐! <강적들>, <대찬인상> 부류의 내가 매우 싫어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십중팔구는 대본에 따라 방송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제아무리 방송연예계 기자나 PD라 해도 매주 달라지는 대상에 대한 당시 사정을 그렇게 훤하게 꿰뚫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그런데 요즘 인기를 얻는 <복면가왕>에서 연예인 판정단들이 복면을 쓴 출연자가 누구일 것이라고 발언하는 것도 역시 대부분은 대본에 의한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전부 연예인이라 해도 사람들이 다시 기억해주면 '흐뭇함을 느낄 수 있는' 잊혀진 가수들을 그렇게 골고루 나열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경연대회를 구경하는 관중은 참다운 참여자가 되지 못한다. 대신 관중들에게도 투표를 행사하게 함으로서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이른바 일종의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다. 출연자가 연습하고 준비한 만큼 나는 평가한다. 따라서 모든 것은 출연자의 책임다. 과연 그럴까?

또 하나는 남의 의견에 너무나 쉽게 영향을 받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근처의 음식점을 찾거나 책을 사거나 볼 영화를 고를 때, 일단 이를 미리 접한 사람들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를 먼저 찾아보게 된다. 뉴스를 보아도 그 사건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해설을 곁들인 기사를 같이 보지 않으면 이 일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를 쉽사리 판단하지 못한다. 사람들의 이러한 행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이러한 속성을 이용하기 위하여 어떤 의도를 가진 진실하지 않은 정보가 곳곳에 넘쳐난다.  일례로써 이제 더 이상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 네이버 블로그에 돈을 지급할테니 광고성 리뷰를 올려달라는 메일이 아직도 나에게 종종 날아온다. 어쩌면 블로그를 운영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이런 제안을 뿌리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다 한 명은 이 제안을 받아들일 터이니까 말이다.

컴퓨터 모니터 혹은 손바닥 속 휴대폰 액정 화면의 좁은 사각 틀로 세상을 보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무던히 애를 쓰지만 결코 쉽지가 않다

부여 궁남지는 내부에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

왜냐하면 여름에는 내부에서 울창한 연잎에 가려 길을 잃을 수도..


위 사진은 다음 지도에서 빌려온 것이다. 어제 아들과 함께 부여와 논산을 찾았다. 백제문화단지에서 거의 열사병에 걸릴 지경으로 돌아다니다가...


점심을 먹고 나서 부여 박물관으로 향했다. 원래 부여 박물관은 도넛 모양으로 회랑이 있고 바깥에 전시관이 배치된 형태였는데(중심부는 문을 열고 나가야 하는 사실상 바깥이었음), 최근에는 중앙부를 터서 실내로 개조한 것 같다. 정 중앙부에는 커다란 부여 석조가 그윽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전시관에서는 유해진씨를 닮은 처연한 표정의 나한상을 만났다.


어제는 기와편들이 내 마음을 많이 잡아끌었다. 지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삼국시대의 목조건물은 과연 어떻게 생겼었을까? 사진을 남기지는 았았지만 부소산 절터에서 발굴된 치미의 희고 단아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경주 황룡사터의 웅장하고 어두운 색의 치미와는 확연히 달랐다.


부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걸작, 금동향로이다. 윗부분의 다섯 악사가 연주하는 백제시대의 악기를 최근에 복원했다는 소식을 아들을 통해 들었다.


백제의 머그잔?



국립부여박물관에 있는 동안 갑작스럽게 소나기가 내려 연일 계속되던 무더위를 잠시나마 시원하게 씻어주었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가 좋아서 아들과 우산 하나를 받쳐들고 한쪽 어깨와 발을 적셔가며 궁남지로 향했다. 찾는 이가 많아지면서 새로 조성된 소형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부로 들어갔는데...


포룡정에서 시원한 바람을 쐬고 한참을 쉬다가 다시 주차장을 행해 나오는데 아뿔싸! 도무지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동안 궁남지란 포룡정이 있는 중앙부 연못을 둘러싸고 연꽃이 심어진 바둑판 모양의 못들이 동심원 모양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아니었다. 항공사진을 보니 연잎이 무성하게 자란 상태에서는 방향을 찾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입구에 길을 잘 찾을 수 있는 개념도를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자면 궁남지 주변부 어디에 있더라도 중앙 연못을 찾아 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면 중앙연못 둘레길에 드문드문 표지판을 설치하거나, 주요 주차장으로 향하는 화살표만 만들어 두어도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일을 없을 것이다.

오늘의 포스팅은 관광지에서 느낀 사소한 불편함을 토로하기 위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몇달 만에 다시 찾은 부여는 몹시 무더운 날씨라 답사가 쉽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많은 영감과 즐거움을 주었다.

마지막 코스는 논산의 백제군사박물관. 계백묘로 전해지는 묘에는 정말 계백 장군이 묻혀있을까? 계백장군의 위패를 모신 충장사에 들렀으나 미처 분향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관촉사의 석조미륵보살상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으나 둘 다 더위에 너무나 지친 데다가 대전으로 돌아오는 방향과는 반대편이라서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아쉬움과 함께 차를 돌렸다.

늘어나는 칩앰프들

딸아아의 여름방학 탐구 숙제를 위해 Texas Instruments사의 TPA3125D2(10-W per channel, 8 ohm @ 24 V) 칩을 이용한 국산 칩앰프를 만들어서 같이 조립해 보았다. 아래 사진에서 3번으로 표시한 것이다. 판매처는 용산 샘플전자이다. 모든 커넥터가 전부 기판 위에 고정되어 있어서 케이스가 없이도 당장 쓰는데에는 불편함이 없다. 20 핀 DIP 패키지라서 납땜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판매처 링크를 소개해 둔다. 오디오용 고급 부품을 사용한 키트와 완제품도 판매한다. 내가 알기로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class D 앰프 보드 키트는 거의 없는 것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팔리는 완제품 보드에 비해서는 가격이 비싼 편이지만 국산품 애용 차원에서 구입해 보았다. 팝 노이즈가 없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데이터 시트에 Advanced Power-Off Pop Reduction라고 소개한 것을 보면 설계 단계부터 팝 노이즈를 없애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생각된다. 키트에 포함된 6개의 단자가 모두 한 줄로 배열된 수평 타입의 ALPS 가변저항(A 형도) 좋았다. 퓨즈 대신 회로보호용으로 쓰는 폴리스위치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접하였다. 이 칩은 패널 TV나 액티브 스피커에 쓰인다고 한다. 非 Hi-Fi에 대하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생각이 없다면, 매우 실용적인 솔루션이라고 생각한다. 구입한 PCB에서는 패턴을 끊어야만 적용할 수 있기는 하나 뮤트와 게인 조정 기능도 있어서 회로 구성에 따라서는 매우 유용하게 적용 가능하다. DIYer를 위해서 만들어진 단품 보드(또는 키트)가 눈에 뜨이지 않는 것은 칩 자체가 너무 커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매우 놀라운 가격에 쓸만한 칩보드들을 제공한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에 높은 조립 품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런 면에서 선택의 폭은 넓고 가격도 높은 편이지만 국산 칩앰프는 깔끔한 마무리를 자랑한다. 1번 앰프는 국내 업체 케이벨에서 만든 TDA7266D 앰프(모델명 KB20W)이다(class D 증폭기는 아니다). 이 회사는 전자식 볼륨이나 블루투스 기능을 갖는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는데, 스피커 연결용으로 RCA 단자를 채용한 것은 약간 넌센스 같다. 차라리 일반 스크류 터미널이 더 나을텐데? TDA7266D는 8 ohm 스피커에 대해 5+5W 출력을 제공하는 dual bridge amplifier이다. 전원전압 범위가 3.5 - 12 V로 비교적 저전압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2번으로 표시한 것은 야마하의 YDA138-E를 사용한 앰프 보드이다. 구입처는 알리익스프레스이다. 칩 자체에 헤드폰 앰프 기능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다. 8 ohm 스피커에 대해 10+10W 출력을 제공한다.

이것 3개 외에도 몇개의 칩앰프가 더 있고, 구매 이력은 블로그 어딘가에 전부 기록이 되어있다. 사무실에서는 소위 브리즈 앰프로 널리 알려진 TPA3116 앰프가 주력 오디오로서 쓰이고 있다.

class D 앰프 혹은 디지털 앰프라도 불리는 많은 제품들은 실제로 아날로그를 입력으로 받는다. 'CD나 PC와 같은 디지털 소스에서 나오는 소리를 아날로그로 변환하여 증폭한다면 아무리 디지털 앰프라도 무슨 소용인가? 직접 디지털 신호를 받아야 진정한 디지털 앰프 아닌가?'라는 의견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완전한 full digital amp에 대한 관심도 점차 많아지는 것 같다. 그렇지만 실용파인 나에게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내는 비교적 최근에서야 귀를 뚫고 나서 가끔씩 기분 전환을 위해 새 귀걸이를 사면서 즐거워한다. 남자들이 취미와 관련된 자질구레한 물건을 사 모으는 것도 비슷한 심리 아니겠는가?

2015년 8월 4일 화요일

생물정보 분석용 통합 소프트웨어를 쓴다는 것은...

스크류 드라이버나 플라이어, 망치 등의 범용 연장을 들고 일을 하는 것을 (Bio)Perl이나 (Bio)Python, shell script, awk(sed도 포함?)등으로 생명정보를 주무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면, CLC Genomics Workbench나 Unipro UGENE, Geneious Pro 등 GUI 환경의 통합 분석 프로그램을 쓰는 것은 특정 용도에 딱 맞는 도구를 쓰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예를 들자면 특정 자전거 회사의 자전거 부품 정비에만 쓸 수 있는 공구? 통합 분석 프로그램에서 다룰 수 있는 일의 범위도 요즘은 꽤 많아졌다. 그러나 문제점을 하나 제시한다면 한가지의 도구를 잘 쓴다 하여도 그러한 경험이 다른 도구를 익히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다루는 방식이라든가 프로젝트 개념이 조금씩 다 달라서, 가령 내가 CLC Genomics Workbench를 아주 능숙하게 다룬다 할지라도 Unipro UGENE을 쓰려면 매뉴얼을 펼쳐놓고 처음부터 초보자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EUGENE을 시험 삼아서 설치해 보았다. EUGENE 내에서 blast DB를 생성하고 검색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미 리눅스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어떻겠는가? 차라리 NCBI BLAST+를 리눅스에 설치한 뒤 여기에서 검색을 하는 것이 더 편하다.

요즘 몇명의 초보자에게 유전체 서열 분석과 관련한 실무를 교육하는 중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리눅스이다. 리눅스를 직접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애초에 무리라서, 내가 쓰는 서버에 계정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 command line interface와 (공포스런!) vi editor를 익히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기에 더하여 EUGENE과 같은 통합 GUI 도구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옳은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나 개인적으로는 매일같이 사용하는 CLC Genomics Workbench나 artemis 말고 다른 도구를 일부러 공부하여 익숙해지려고 애쓸 이유가 하나도 없다. 하다못해 번갈아 사용하려고 구입한 Geneious Pro를 좀 써 보려고 노력을 하지만 진도가 잘 안나가고 있다.

상용 툴과 공개 툴은 각각 나름대로 쓸모가 있다. 공개 툴이라고 해서 상용 툴에 비해 반드시 기능이 떨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매년 수많은 bioinformatics 공개 툴이 논문을 통해서 발표가 되지만 이 중에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되면서 사용자 층을 확보하고 생명력을 갖추어 나가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본 포스팅의 주제에서 벗어나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논문으로 공개한 소프트웨어, 데이터베이스, 또는 웹 도구들은 일정 기간(최소 2년 정도) 동안에는 업데이트 및 사이트 운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저널들은 게재되는 논문에 대해서 이러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이러한 GUI 통합 분석 프로그램은 분명 초보자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나 자신의 분석 실무에 직접적으로 쓰일 가능성은 적다 하더라도 공을 들여 배울 필요는 여전히 있다.

Genome map과 genomic feature를 그림으로 표현해주는 프로그램 - 대개는 라이브러리 형태 - 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써 본 것은 genoPlotR 정도가 전부이다. 이 분야에서는 힘써서 공부를 할 필요성이 분명히 존재한다. 얼마 전에 이런 용도의 프로그램 또는 라이브러리를 사용해 보려고 목록을 작성해 두었는데 어디에 저장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자료 조사부터 다시 해야 될 것 같다.


2015년 8월 3일 월요일

중국산 Little-Bear P-1 진공관-MOSFET 하이브리드 헤드폰 앰프 및 프리앰프 구입

12AU7을 사용한 진공관 헤드폰 앰프 & 프리앰프(Little-Bear P-1)를 ebay로부터 구입하였다. 7월 15일쯤에 결제를 하고 약 보름을 기다려서 배송이 되었다. 사무실에서 스피커를 곤란하기 어려운 상황에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기 위함이다. 사무실을 계속해서 혼자 쓴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핑계이다. 컴퓨터의 사운드 카드 출력에 헤드폰을 직결해도 되지만, 진공관을 사용한 장난감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구입 결심을 하게 되었다. 별도의 파워앰프를 연결하여 스피커를 연결하기 위하여 라인 출력이 있는 제품을 열심히 골랐다.


종이 상자에 잘 포장이 되어서 안전하게 배송이 완료되었다. 상자를 열어보니 뽁뽁이로 잘 포장된 기판, 진공관, 24 V 2 A 전원 어댑터(돼지코 포함), 그리고 금도금이 된 6.3 mm to 3.5 mm 헤드폰 연결용 어댑터가 들어 있었다. 동봉된 아크릴 커버는 기판용 서포트를 이용하여 사용자가 직접 조립하면 된다.


브리즈 TPA3116 앰프와 곁에 두어 보았다. 스위치를 누르면 후면의 RCA 입력과 전면의 3.5 mm 입력 사이를 전환하게 된다. 뒤에는 전원용 토글 스위치가 있다. 



기판 내부에는 히터 전원을 전환하는 셀렉터가 있어서 6X 계열 진공관(6DJ8, 6922EH, ECC88, 6N11, 6N23P)과 12X 계열(12AX7, 12AT7, 6N4...)를 전부 사용할 수 있다. 나의 '막귀'로는 큰 음질면에서 그렇게 큰 흠을 잡기는 어렵다. 입력 없이 볼륨을 올리니 hiss noise가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런데 기판 바닥면을 보니 플럭스 자국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나중에 라이터 기름으로 닦아낼 필요는 있겠다.

판매자가 제공하는 사양은 다음과 같다.

  • In Put Power: DC24V 900mA
  • Input Sensitivity:50mV
  • Input Impedance: 100KOhm
  • Out-Put Impedance:12~600 Ohm
  • Dynamic range: 84.6dBA((300 ohm) 89.8dBA(33 ohm)
  • Gain:20dB
  • Frequency response:10Hz-60KHz +/- 0.25dB
  • Minimum THD: 0.016%(300 ohm) 0.45%(13 ohm)
  • Signal/Noise Ratio >92dB
  • RCA 2CH Input X1 / RCA 2CH output X1
  • 6.3mm 2CH Output X1
  • Shipping Weight: 1kg
  • Transformers AC100V ~AC240V\50~60Hz 1.8A DC output 24V2A
  • It has a ferric filter ring on DC power cord to reduce noise; much high performance than other similar product.
  • Dimension: 100mm (D) X 100mm (W) X 50mm (H) not measure to tube and transformer.
사용된 회로는 아마도 이 링크의 것과 유사할 것으로 생각된다. LM317이라는 칩이 보여서 그냥 그러할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뿐이다. 진공관 자체보다 반도체 칩(방열판 부착)에서 정말 엄청난 열이 난다. 헤드폰을 위한 출력부와 파워 앰프로 연결되는 라인 아웃은 어떻게 다를까? 회로를 이해한다면 좀 더 많은 궁금증이 해결되겠지만... 이러다가 하이 임피던스 헤드폰을 사려는 욕심이 생길지도 모른다! 지금 쓰는 헤드폰은 오디오 테크니카의 저가형 모델인 TH-380AV이다. 전문 음악감상용이 아니라 A/V 용이라서 줄이 너무 길다.

그냥 느낌뿐이지만 진공관 프리앰프를 거쳐 브리즈 앰프를 통해 스피커를 울리니 브리즈에 직접 물린 것보다 좀 더 좋은 소리가 나는 것 같다. 플라시보 효과인지도?

[2015년 8월 4일에 추가한 글]
웹 검색을 통해서 좋은 자료를 찾았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DIY 저전압 진공관 하이브리드 헤드폰 앰프들

아울러서 본 앰프의 제조사인 LITTLE-BEAR AUDIO의 ebay 스토어도 소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