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31일 목요일

[하루에 한 R] 주석 정보를 포함하는 서열 파일 읽어들이기

국내에서 분리된 Klebsiella pneumoniae의 유전체 해독 결과물을 분석하면서 항생제 내성 플라스미드를 서로 비교하는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예전에 클로렐라의 엽록체 게놈 서열을 비교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사용했던 genoPlotR을 사용한 적이 있어서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그림 한 장을 그리는데 꼬박 이틀이 소요되었다.

genoplotR은 GenBank flat file을 읽어들이는 것에서 시작한다.
pJ = read_dna_seg_from_genbank("CP022926.gbk")
이렇게 자료를 읽어들여도 충분한데, 매뉴얼에서는 에러 처리 등을 위하여 우아하게 try()라는 wrapper를 쓰게 하였다. 즉, pJ = try(read_dna_seq_from_genbank()) 이렇게 입력하라는 것이다.

자료를 읽어들인 다음 아무런 장식을 하지 않고 CDS를 표시하였다. 그랬더니 플라스미드의 시작과 끝부분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고약한 feature가 보였다.

어이쿠, 순악질 여사의 일자 눈썹처럼 저게 뭔가.
플라스미드는 원형이므로 이를 GenBank 레코드로 표시하려면 부득이하게 어느 한 부분을 끊어서 +1 nt를 정의해야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경계 부분에 걸치는 유전자가 발견된 것이다. 서열 제출 전에 아주 주의 깊게 annotation을 했다면 아무런 feature가 없는 곳을 +1 nt로 정의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 NCBI에 염기서열을 제출하면서 annotation까지 일임해 버리니 이러한 일이 생긴다. NCBI가 어떤 위치에서 유전자를 검출하여 이름을 붙이든 그것은 자유다. 다만 제출자가 보낸 염기서열의 시작 위치를 조정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

플라스미드의 복제에 관여하는 rep 유전자를 맨 앞에 오도록 조정하여 서열을 제출했었는데 도대체 어떤 유전자가 시작 염기 위치에 딱 걸렸을까?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나는 플라스미드 자체의 생물학에는 그렇게 정통하지 못하다.

GenBank 파일을 텍스트 편집기(나는 EditPlus를 좋아한다)로 열어보면 되지만, 기왕이면 R 환경을 나가지 않고 그 안에서 파일을 열어보고 싶어졌다. 적당한 함수가 있을 것 같은데... 검색을 해 보니 file.show()라는 것이 있다. 인수로 주어지는 파일 명을 일일이 다 쓰지 않아도 탭을 이용한 자동 완성 기능도 있다! file.show()에서는 매우 단순하게 파일 내용을 보여주시만 라인 번호 표시나 검색 등의 고급 기능을 기대하지는 말자.

GenBank 파일을 열어서 서열 시작 부분을 찾아보았다. 그러면 그렇지! 얄궂은 join(..) 정보가 보인다.


tap이란 무엇에 쓰는 유전자인가? RepA leader peptide Tap이라는 product 정보가 보인다. repA의 위치는 별로 아름답지 못하게 1..858로 잡혀 있다. 이것은 사실 circlator(a tool to circularize genome assemblies 링크)의 소행이다. Bacterial chromosome을 circlator로 처리하면 dnaA 유전자를 첫번째로 오게 하면서 바로 앞에 위치한 intergenic region 안에서 +1 nt가 오도록 적절히 잘 잘라주는데, 플라스미드에서는 repA 코딩 영역의 첫번째 염기를 +1 nt로 싹둑 자르는 만행을 저지른다.

Tap은 translational activator peptide의 약자이다. copA와 repA 유전자 사이의 영역에 코딩이 되는데, 플라스미드의 복제를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1992년 EMBO J에 "Replication control of plasmid R1: RepA synthesis is regulated by CopA RNA through inhibition of leader peptide translation PubMed"라는 제목의 논문이 있다. 여기에서는 Tap 펩타이드의 길이가 24 아미노산이라고 하였는데, 위에서 보인 GenBank 자료에서는 이보다 훨씬 길다.

Prokaryote에서는 기본적으로 splicing을 하지 않으므로, join으로 여러 feature가 연결되는 현상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1 nt의 위치 선정 잘못으로 인해서 유전자가 두 동강이 나는 경우 말고는 말이다. genoplotR에서는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View(pJ)를 해 보았다. 역시 우려했던 대로 tap 유전자를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서 표현하였다.


나는 tap 유전자의 위치 정보를 다음과 같이 조작하는 단순 회피 전략을 구사하였다. 어차피 플라스미드 상호 비교에서 보여줄 영역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join(257970..258210,1..8)  => join(257970..258210)
genoplotR은 GenBank 자료를 필요로 하지만 심각한 수준의 조작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목적에 맞게 만들어진 패키지를 익히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BioPerl을 사용하여 낮은 수준에서 이 기능을 구현할 수도 있지만 요즘은 R을 쓰는 것이 대세가 아니겠는가. 검색을 해 보니 genbankr이라는 것이 있다. 비교적 최근에
Simply put, the genbankr package parses files in the NCBI's GenBank (gb/gbk) format into R.
설치를 해 볼까? 이런, 내가 쓰는 R 3.4.1에서는 깔리지 않는다. 나중에 시도할 숙제로 남겨 놓자. 다른 패키지로는 biofiles(R interface to GenBank/GenPept files)라는 것이 있다. biofiles의 기능을 제대로 쓰려면 NCBI E-utilities와 R reutils 패키지를 이해해야 되겠다.

숙제만 하나 가득히...


2019년 1월 28일 월요일

프레피를 능가하는 다이소 2천 원짜리 만년필의 놀라운 품질

다이소에서 파는 만년필의 품질이 예사롭지 않다는 글이 인터넷에서 간혹 눈에 뜨였었는데, 어제 몇 가지 물건을 사러 동네 다이소 매장에 갔다가 실제로 구입을 해 보았다. 우리 동네 다이소에는 가격으로는 2천 원짜리와 3천 원짜리의 두 가지 물건이 진열되어 있었다. 3천 원짜리는 잉크 카트리지, 컨버터 및 바꾸어 끼울 수 있는 두 가지 촉이 들어 있는 제품으로 한 가지 색상이었고, 2천 원짜리는 펜과 카트리지(3 개)만 들어있는 제품으로 만년필 색상을 몇 가지 중에 고를 수 있었다. 클립에는 POINT&LINE이라는 글씨가 찍힌 상태이다.


한국 다이소에서 파는 3천 원짜리 만년필에 대한 질문을 영문 사이트에서 발견하였다.

[The Fountain Pen Network] Who Makes This Pen?
 - "The nib is crazy smooth."
 - "It's absolutely a Jinhao."

내가 구입한 것은 투명한 몸체의 2천 원짜리 것으로 중국집에서 주는 자스민차 색깔과 비슷하다. 손에 쥐는 부분의 단면이 삼각형이고 카트리지의 상태를 볼 수 있게 창이 뚫린 것은 라미 사파리와 비슷하다. 닙은 내가 처음 사용하는 후디드 닙의 형태이다. 후디드 닙의 장단점을 알아보자.

[클리앙] 후드닙 만년필은 과연 좋기만 할까?

카트리지를 끼우고 잉크가 배어나오기를 기다린 다음 글씨를 써 보았다. 오오...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Crazy smooth라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었다. 종이를 긁는 느낌이 심한 3천 원대의 저가형 만년필(프레피 또는 올리카)와 도저히 비교할 수준이 아니었다. 내가 평소에 쓰는 다른 만년필보다는 약간 가늘게 글씨가 써 지는 것도 마음에 든다.


3천 원에 이런 품질을? 정말 경이롭다. 이 정도 가성비라면 2~5만 원대 만년필을 충분히 능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9년 1월 27일 일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9] 중간 정리

43번 오극관 싱글 앰프 프로젝트의 18번째 글의 제목이 '손을 떼기로 하다'였다. 그 결심은 별로 오래 가지 못하였다. 번호가 붙지 않은 글 몇 편이 그 뒤를 이어서 작성되었고, 오늘은 19번째 글을 쓰게 되었다. 드라이브 회로를 반도체(OP amp)로 바꾸고, DC-DC 컨버터의 고정 위치를 바꾸는 등 작은 규모의 수정을 고쳐 오늘에 이르렀다.

작동 중인 43번 오극관 싱글 앰프. 두 개의 SMPS 어댑터가 연결되었다.

원래 앰프를 뒤집어서 사진을 찍는 것은 배선 실력에 자신이 있음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다. 배선재의 선택, 질서 정연하게 직각으로 꺾기, 교류가 흐르는 선은 서로 꼬아서 연결하기 등 교과서적인 배선을 해야 잡음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음은 왕년의 명기 Dynaco ST-70의 모습이다. 60년대 초반에 출시된 오리지널 형태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데, 키트로 발매된 제품이라 어쩌면 아마추어가 조립을 했는지도 모른다. 예상 밖으로 배선 수준은 꽤 수수하다! 전선의 굴곡진 모습을 보니 단선을 쓴 것 같다(참고: 단선과 연선).

출처: https://retrovoltage.com/2016/04/30/dynaco-st-70-stereo-high-fidelity-tube-amplifier/

앰프의 복잡성은 Dynaco ST-70에 훨씬 못미치지만 나는 다음 사진에 보이는 수준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부품을 고정한 상태에서 선을 최소의 길이로 끊은 다음(혹은 직각으로 지나가게 배치한 뒤) 납땜을 하는 것이 정석이겠으나, 수시로 유지 보수를 위해 부품을 탈거하는 것을 고려하여 선을 길게 늘어뜨린 상태이다. 선을 너무 짧게 잘라서 납땜을 하면 나중에 부품을 움직이기가 아주 어렵기 때문이다. 히터는 직류 점화라서 열심히 선을 꼬지도 않았다. 그러나 전원을 넣고 스피커에 아무리 귀를 가까이 대고 있어도 잡음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다른 각도에서 찍은 모습을 공개해 본다. 출력트랜스와 나무 받침대에도 바니쉬를 좀 발라 두었다. 소위 '함침'을 하지는 못하고 스폰지에 찍어서 노출된 에나멜선과 보빈 양 끝의 바퀴 주변에만 몇 번 바른 정도이다.


구멍을 너무 많이 뚫었다. 총 맞은 것처럼... 흉하다!
자작이 어려운 것은 마음에 드는 수준이 되기 전까지는 완성의 길은 멀고 언제나 진행 중이라는 것에 있다. 오늘 올린 사진을 보고 있노라니 똑같은 케이크 틀을 사다가 꼭 필요한 구멍만 뚫어서 다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일년에 트랜스 1조를 감는 정도의 수준으로 자작의 속도를 맞추어 나간다면 적당하지 않을까?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1897-1957)

어제 거의 두 달만에 은행동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알라딘 중고서점의 내부 배치가 그 사이에 바뀌어서 중고 음반은 더 이상 판매를 하지 않는 줄로만 알았다. 너무 잘 알려진 곡/연주자의 작품이나 컴필레이션 앨범은 되도록 사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고른 것은 낙소스 레이블의 1997년 발매 음반이었다. 코른골트와 골드마르크 둘 다 어제까지 그 이름을 들어본 일이 없는 작곡가였다.

PCL86-43 싱글 앰프를 배경으로 찍은 CD 사진.

KORNGOLD Violin Concerto
GOLDMARK Violin Concerto No. 1
Vera Tsu, Violon, Razumovsky Sinfonia Yu Long

코른골트는 20세기 신낭만주의의 대가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에서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를 들은 작곡가였다고 한다. 쇤베르크가 고안하여 널리 알려진 12음기법을 거부하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헐리우드에서 많은 영화음악을 작곡하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전통적인 클래식 음악을 작곡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 같다. 다시 본격적으로 클래식 음악을 작곡할 것을 결심한 코른골트가 1945년에 작곡한 것이 바로 이 음반에 실린 바이올린 협주곡이라고 한다. 시작 부분은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이나 헐리우드 영화 음악을 연상하게 한다. 총 연주시간은 25분 정도로 짧고 경쾌하다.

유튜브에 힐러리 한의 연주 동영상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기타 자료 링크:

<곽근수의 음악이야기> 중에서
학술논문: 이성률,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의 영화음악의 음악적 특징과 의미. 서양음악학 41권 p.59-84(2016년)

칼 골드마르크에 대한 조사는 숙제로 남긴다.

독서 기록 -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외 세 권

며칠 전, 넷플릭스 제작 영화 <덤플링>을 보았다. 미인대회 수상 경력이 있고 지금도 대회 감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엄마에게 뚱뚱한 십대 딸 윌로딘은 늘 관심 밖의 대상이었다. 긍정적이고 쾌활한 딸에게는 늘 돌리 파튼의 노래를 들려주며 곁에 있어주던 이모가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모는 건강상의 문제로 일찍 세상을 떠나고, 딸은 엄마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 십대 미인대회(미스 틴 블루보닛)에 엉뚱하게도 참가 신청을 한다. 그것도 입상 가능성이 있는 소질이 전혀 없는 친구들과 함께. 사실은 대회를 뒤집어 엎으려는 마음이었지만, 이모가 즐겨 찾던 돌리 파튼의 커버 쇼를 하던 클럽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열심히 대회 준비를 한다. 비록 마지막 의상 준비가 늦어져서 대회 중간에 중간에 실격을 했지만 모든 참가자들과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장기자랑을 펼쳤고, 겉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만을 강조하던 미인대회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이 영화에는 시종일관 돌리 파튼의 노래가 나온다. 그녀가 그렇게 좋은 메시지가 담긴 훌륭한 음악을 많이 작곡한 사람이라는 것을 미처 몰랐다. 영화 <덤플링>의 주인공 윌로딘은 미인대회 입상을 위해 살을 빼려고 하지 않았다. 같은 식당에서 일하는 훈남이 호감을 표시했을 때 '왜 나같은 애를 좋아하느냐'고 자신감을 잃던 그녀였지만, 그녀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이모를 통해서 알게된 돌리 파튼 노래가 전하는 메시지를 통해 현재의 모습 그대로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다.

예심(?) 자리에서 심사위원들이 충의(loyalty)가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물었을때, 윌로딘의 대답은 그야말로 명언이었다. 

힘겨운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줄이고 과거의 모습을 완전히 지우고 나서 비로소 인정을 받고 성취감을 느꼈다는 결말이 아닌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오늘 소개할 책인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와 서로 상통하는 면이 있어서 영화 이야기를 서두에 적어 보았다.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나를 위한 심리 수업"
  •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 박재현 옮김
자신감은 생기는 것이 아니다. 훈련을 통해서 자신을 스스로 생각하는 더 나은 모습으로 만듦으로써 자신감을 갖게 되거나, 미처 몰랐던 자신의 좋은 점을 발견하는 것으로서 자신감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신감의 근원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카트 읽는 남자

  • "삐딱한 사회학자, 은밀하게 마트를 누비다"
  • 외른 회프너 지음 | 염정용 옮김
슈퍼마켓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과 태도, 대화, 그리고 카트에 담긴 물건 목록(뒤에서 말할 '신호')을 통해서 살펴본 사회학. 흥미로운 책이기는 하지만 독일에서 구입 가능한 식료품이 우리와는 너무나 달라서 공감을 하기가 어려웠다. 더욱 어려운 것은 옷을 가리키는 이름었다. 유니클로에 가면 모든 옷의 이름이 영문을 한글로 소리나는대로 적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 완전히 침투한 서양식 복식의 이름을 현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것은 지엽적인 문제이다. 이 책의 요지는 2장에 잘 나타나 있다. 개별성이란 사실 날조된 것이며, 사람들을 어떤 그룹으로 나누어서 연구하는 것은 사회학의 중요한 방법론이기도 하다. 세상 사람들을 정확히 감지하려면 '신호'를 사람들이 어떻게 다루는지를 잘 알아야 한다. 이 책은 슈퍼마켓에서 만난 사람들의 신호를 이용하여 그들을 나름대로 평가하고 해석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추락한 이유(Since we fell)

  • 데니스 루헤인 지음 | 박미영 옮김
마틴 스콜세지 감독,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영화 <셔터 아일랜드>의 원작 소설 <살인자들의 섬>의 저자인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 흥미롭게 읽었다. 

초협력사회(Ultrasociety)

  • 피터 터친 | 이경남 옮김
요즘 인기를 끄는 빅 히스토리 관점에서 인간에게 전쟁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하는 책이다. 전쟁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고, '전쟁을 알자'에 해당한다. 이 책에서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는 여러 차례 언급되지만 빅 히스토리 분야의 저자로 유난히(?)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유발 하라리에 대해서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왜 그런가 했더니 이 책은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와 나온 년도가 같다(2016년 - 영문판 기준).

인류 역사에서 농경사회가 등장하면서 비로소 사회가 제도화되고 대규모로 조직화된 협력이 가능하졌다는 것이 매우 일반적인 믿음이다. 그러나 터키에서 발견된 괴베클리 테페 유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이 유적이 만들어진 것은 약 1만년 전으로 신석기 시대에 해당한다. 석기 시대에 이렇게 정교하고도 규모가 큰 석조 건축물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무슨 연장으로?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여?

출처: 위키피디아

출처: http://eden-saga.com/en/archeology-neolithic-turkey-protohistoric-temple-animals-shamanism-gobekli-tepe.html

괴베클리 테페 다음으로 오래된 유적인 수메르와 괴베클리 테페 사이의 시간 간격이 수메르와 현대의 시간 간격보다도 길다(위키피디아).
괴베클리 테페와 같은 인간의 초협력은 고도화된 사회의 부산물이 아니라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이러한 구조물을 만든 목적은 후세 사람들이 이해할 도리가 없지만,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수십년 동안 모이고 협력하는 이벤트 자체가 이들에게 중요했을 것이다.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내재적 건강성을 '창조적 파괴'라는 단어로 압축하여 표현했다. 역설적으로 전쟁이란 '파괴적 창조'의 원천이 된다. 지금까지는 경쟁의 원리에 방점이 찍혔지만, 이 책의 주장에 의하면 집단 간에 경쟁이 벌어질 경우 그 집단 안에서는 높은 수준의 협력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협력은 독재자에 의해서 강제될 수도 있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제10장 <인간 진화의 지그재그> 중에서. 306쪽.
전쟁을 벌이는 동물은 개미와 인간 말고는 없다고 한다.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이것을 비즈니스화하여 이용하려는 세력은 항상 있었고, 역설적으로 전쟁을 겪은 후(전쟁을 통해서?) 인류의 기술은 장족의 발전을 이루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요즘과 같은 이성의 시대에 필요악으로서 전쟁을 옹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다만 과거에 존재했었던 전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짚어 보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2019년 1월 21일 월요일

43번 오극관 싱글앰프 - op amp 드라이브 회로와 43 오극관의 트랜스 결합

상품화를 할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에게 선물할 것도 아니므로 부족한 지식에 기반하여 내 마음대로 오디오 앰프 회로를 꾸며도 비난을 받을 일은 전혀 없다. 강호에 널려있는 오디오 고수께서 웹서핑을 하다가 내 블로그를 보고 기본도 없이 말도 안되는 시도를 한다고 혀를 끌끌 찬다 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내 귀에 듣기 편안하고 이러저러한 실험을 하다가 부상만 입지 않는다면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하랴?

싱글 엔디드 진공관 앰프의 전력증폭회로를 구동하기 위한 드라이브단을 OP amp 회로로 꾸미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은 아니다. 푸시풀 증폭회로 전단의 위상반전단을 OP amp로 만드는 사례도 보았다.




심지어 그 자체로 훌륭한 14 와트 출력을 내는 오디오 증폭칩인 TDA2030을 사용하여 300B 푸시풀 회로를 드라이브하는 앰프의 회로도 발견하였다. 아래 그림이 바로 그 사례이다. 차라리 TDA2030만으로 스피커를 울려도 되지 않을까?

그림 1. 출처: Electra Print Audio(링크)

내가 OP amp 회로, 더 정확히 말하자면 CMoy 헤드폰 앰프를 사용하여 43 싱글 앰프를 구동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진공관을 이용하여 제대로 초단부를 만들 경험이 아직은 일천하였기에, 그저 갖고 있는 기판을 재활용하는 것이 당면한 목표였다. 저항을 조정하여 게인은 11 정도로 높여 놓았다. OP amp 회로는 양전원(V+, 0, V-)을 공급하는 것이 기본인데, 휴대용 헤드폰 앰프로 쓰이는 CMoy 회로는 건전지에서 나오는 9V를 캐패시터와 저항으로 반분하여 가상 접지를 만들어서 사용한다. 그러면 아무리 게인이 높아도 출력 전압은 +/4.5V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게 된다. 이는 43 오극관 전력증폭회로를 드라이브하기에는 부족하므로 보다 높은  전원 전압을 공급하기로 했다. 즉 24V SMPS(1.5A)를 사용하는 것이다. 직류 24V는 동시에 43번 오극관의 히터를 점화하는 데에도 적당하다(원래 25V가 필요).

다음의 전원부 회로도는 https://www.electroschematics.com/9448/cmoy-headphone-amp/에서 빌려다가 수정한 것이다.

그림 2.

험을 줄이려면 히터 전원을 접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 [그림 2]에서 220옴 정도의 저항을 두 개 사용하는 (B)의 방식이 가장 일반적인데(The Valve Wizard, Heater/filament supplies), 나는 편의상 (A)의 방식을 따랐다. 여기에서 선을 빼내어 B전원과 모든 신호의 그라운드를 묶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C) 지점의 가상 접지이다. OP amp 회로는 이 지점을 기준으로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런데 (A)와 같이 접지를 연결한 상태에서 (C)를 신호 그라운드로 연결한다는 것은 좀 이상하다. 회로 전체의 접지는 현재 -12V 레일에 묶인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원도 하지 않는 싸구려 입력트랜스(IPT-14, 10 KOhm:600 Ohm)를 써서 드라이브 회로와 오극관 전력증폭회로를 다음과 같이 분리한 것이다. 아래 [그림 3]에서 OP amp 회로도는 [그림 2]와 출처가 같다. 트랜스의 연결 방향을 바꾸어서 2차쪽에 조금 더 큰 신호가 출력되게 하였으니, +/-12V라는 전원 전압의 한계를 약간 상회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구성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소리가 난다.

그림 3.

그러면 이것이 정말 최선일까? 다시 [그림 2]로 돌아가 보자. 빨강 점선으로 둘러친 상자를 살펴보면 4.7K 저항을 직렬로 연결한 뒤 중앙에서 가상 접지를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A) 방식으로 접지를 하지 말고, (C) 방법만 사용해도 되지 않겠는가? 회로 구성으로 본다면 (B)와 결국은 같아지기 때문이다. 저항 값이 20배 정도 높으므로 히터 입장에서의 접지 효과는 어쩌면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는 나중에 한 번 테스트를 해 봐야 되겠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IPT를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IPT에 의한 신호 증폭 효과가 만약 필요가 없다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IPT-14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6석 라디오 회로도 등을 보면 IPT와 OPT가 트랜지스터를 사용한 푸시풀 증폭회로에 쓰이는 것을 알 수 있다(링크). 국내 사이트에 나와있는 상세한 정보(권선비, 임피던스 등)는 다음의 것이 전부이다.

그림 4. IPT-14의 구조.. 출처: IC114

아마도 1.2:1은 권선비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아는 상식, 즉 임피던스는 권선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법칙에 따르면 이 권선비에서는 도저히 10 KOhm:600 Ohm이 나오질 않는다. 외국쪽 사이트를 한참 뒤져서 AUDIO TRANSFORMER, 4.07:1, 10K/600 OHM라는 제품 설명을 찾아냈다(링크). 4.07은 아마도 권선비일 것이다. 이를 제곱하면 16.56이 되고, 10,000/600 = 16.67이 되므로 서로 잘 일치한다. 그렇다면 국내 사이트에서 N = 1.2:1이라고 한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또 다른 외국 사이트에서는 EI-14 코어를 쓴 이 트랜스의 용도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10k to 600 ohm audio transformer microphone impedance step-up step-down, 링크).
A small audio signal transformer for hi-z to lo-z impedance conversion (or vice versa).
Ideal for matching a low impedance communications microphone to a high impedance input.
Many vintage valve transceivers have high impedance microphone inputs and this can sometimes result in insufficient drive when used with a modern low impedance microphone. With this transformer, you can use a low impedance microphone and still have enough level to drive the transmitter properly. The transformer will even fit inside most hand microphones.
Used in the opposite direction, it could be used to connect a classic high impedance microphone to a modern radio with a low impedance input.
(참고: 구미에서 radio 혹은 two-way radio는 보통 무전기를 일컫는다.)

진공관 앰프를 자작하는 많은 매니아들이 나름대로의 목적으로 라인 트랜스 혹은 인터스테이지 트랜스를 이용한다고 들었다. 이런 트랜스는 덩치도 매우 크고 Lundahl 등의 고급 제품은 매우 비싸다. 그런데 내가 사용한 트랜스를 보라. 코어 사이즈는 겨우 14 mm에 불과하다(어제는 코일이 감긴 수를 직접 확인하려고 하나를 분해해서 선을 풀다가 포기하였는데 코어 재질은 색깔을 보아하니 규소강판이 맞는 것 같았음). 트랜스가 작으면 저음부에서 손해가 많다고 하였다.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저걸 진공관 앰프의 드라이브 회로 뒤에 넣는다고? 푸하하...'
'포켓 라디오도 아니고 뭐여...'
'아니, OP amp 회로를 써서 진공관을 드라이브한다고? 그것도 고급도 아닌 LF353으로?'

그림 5. 내가 사용한 IPT-14.
그림 6. 자그마한 IPT이지만 사인파는 별 왜곡 없이 내보냄을 알 수 있다.

방문자들의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지만 이러한 엉뚱한 시도를 시발점으로 꾸준히 개선을 해 나가고자 한다.

2019년 1월 20일 일요일

43번 오극관 싱글 앰프의 최근 문제는 배선 잘못이었나?

43번 오극관 싱글앰프 프로젝트를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그동안 들인 노력이 너무 아까워서 OP amp을 이용한 드라이브 회로를 다시 사용하기로 하였다. 부품들을 다시 배치하고 납땜을 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다. 볼륨 조절 기판의 입력과 출력 단자에 케이블이 서로 뒤바뀌어 꽂혀있는 것이 아닌가? RCA 단자에서 유래한 신호선이 볼륨 조절 기판의 입력이 아닌 출력쪽에 연결된 것이었다. 회로기판에 인쇄된 in/out을 유심히 보지 않으면 충분히 잘못 꽂을 수 있다. OP amp를 이용한 드라이브 회로는 원래 CMoy 헤드폰 앰프로 쓰던 것이라서 입력 단자와 볼륨 조절부가 따로 달려 있다. 그래서 OP amp 회로를 썼을 때에는 문제가 없었던 모양이다.

오른쪽 커넥터가 in, 왼쪽이 out이다. 

물론 처음부터 연결을 잘못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12AU7을 이용한 드라이브 회로 기판을 장착하고 부하 저항을 변형하는 등 이것저것을 매만지는 과정에서 어쩌면 볼륨 조절 기판의 입출력을 서로 반대로 연결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참 허무하기 이를데 없다.

히터용 전원 트랜스는 다른 앰프에 이미 들어가 버렸으니 당장 12AU7을 쓰는 구성으로 되돌리기는 어렵게 되었다. 과거에 잠시 테스트했던 구성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1. 24V DC SMPS를 이용하여 43번 오극관 히터와 OP amp 회로를 전부 구동한다. OP amp는 +/- 12V로 구동되는 셈이다. 출력전압은 당연히 이 범위 내에 갖힌다. 43번 전력증폭회로를 충분히 구동하기에는 스윙 폭이 좁다. 아래에서 보인 IPT는 이런 의미에서 삽입하였다.
  2. OP amp와 43번 오극관 사이에는 IPT-14MM을 넣는다. IPT는 OP amp 회로의 가상 접지와 주 회로의 접지를 분리하는 역할도 한다.

오늘의 회로 구성. 출처는 내 블로그(링크).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두 종류의 SMPS 그라운드를 서로 연결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피커에서 '웅~'하는 잡음이 들린다. IPT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설명을 하기에는 아직 내 실력이 부족하여 좀 더 이론적 배경을 알아본 뒤에 나중에 적도록 하겠다. 위에서 기술한 것은 IPT의 의미는 정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2019년 1월 17일 목요일

압착 플라이어(Lobster FK3) 구입

압착 플라이어(crimping plier)는 납땜인두나 와이어 스트리퍼처럼 일반 가정에서는 잘 쓰지 않는 공구이다. 전선의 접속을 위한 네 가지 크기의 접속자(closed connector)를 구비해 두고 앰프 공작 시에 전원부를 만들면서 니퍼 혹은 플라이어로 대충 눌러서 쓰려 하였지만 접속 정도가 강하지 못함은 당연하였다. 이 접속자는 조명 설비와 같이 큰 전류가 흐르지 않는 곳에서 매우 널리 쓰인다.

43번 오극관 앰프에 쓰려고 최근에 구입한 전원 트랜스를 6N1+6P1 싱글 앰프에 활용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접속자를 이용하여 이들을 서로 연결하기로 하였다. 제대로 접속을 시키기 위하여 공구가게에서 일제 압착 플라이어를 하나 구입하였다.  Lobster(새우표?) FK3라는 제품인데 post-doc 시절 이 공구를 처음 보았을 때에는 중간 부분에 있는 와이어 스트리퍼를 제외하고는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를 몰랐다.

접속자(1.25SQ, 2.0SQ. 3.5SQ 및 5.5SQ)와 압착 플라이어.
와이어 스트리퍼 형제들.

FK3 끝부분에 위치한 압착기 날은 1.25/2.0/5.5mm2비절연 압착단자 또는 PG 터미널/슬리브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나일론 캡이 씌워진 접속자를 압착하려면 한 치수 큰 위치에서 눌러야 한다. 단자와 슬리브는 조금 다르다. 단자는 전기적 접속 상태를 필요에 따라 체결 혹은 해제하기 위해 만든 것이고, 슬리브는 전선 두 가닥의 끝을 꽉 눌러서 영구적인 접속을 시키는 것이다. 압착기를 장만했으므로 앰프 내부에서 스피커 출력선을 바인딩 포스트에 연결할 때 좀 더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엔드캡(접속자) 설명 및 사용 방법
[참고] 압착기를 이용한 슬리브 접속 방법

이런 물건을 왜 PG 터미널이라 부르는지는 나도 모른다. PG는 합성수지 절연체가 씌워진 것을 의미한다고는 하는데 무엇의 약자인지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압착기를 사용하여 6N1+6P1 싱글 앰프의 전원부를 SMPS에서 트랜스포머로 전부 바꾸었다. 앰프는 훨씬 무거워졌고 대신 아날로그적 품격이 더해졌다.




장인어른을 떠나보내며

장인어른의 장례를 치르느라 경황이 없는 며칠을 보냈다. 건강을 무척 자신하던 분이셨으나 대비할 수 없는 갑작스런 사고에는 누구나 어쩔 도리가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자식들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아쉽고 죄스러운 마음 뿐이다. 왜 살아계시는 동안에 좀 더 자주 찾아뵙고 전화를 드리지 못했었을까.

물론 병석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돌아가신 부친께도 아들로서 잘 해드린 기억은 없다. 살아계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가 다 알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하여도, 결국은 모든 것이 급작스럽게 일어난다.

장례를 치르면서 오롯이 고인에 대한 추모에 집중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책임 소재가 오고가는 말은 지극히 삼갈 것이다. 가족의 일원이 갑작스럽게 떠나간 후, 남은 사람들끼리 갈등이 깊어지는 경우를 가끔 본다. 고인은 이를 결코 원치 않을 것이다.  갑작스런 죽음 뒤에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새로운 사실이 주변 사람들에게 풀어야 할 숙제를 안기기도 한다. 누구나 자신의 죽음이 언제 닥칠 것인지를 예상하지 못하므로, 앞으로 충분히 시간을 두고 해결하겠노라고 남겨둔 해묵은 숙제들이 갑자기 드러나면서 문제가 더욱 꼬이기도 한다.

고인은 1·4 후퇴 때 맨몸으로 가족과 함께 흥남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와 거제도에서 내리신 후 홀로 서울로 올라와 청계천에서 의류사업으로 자수성가하신 분이시다. 평생 신의와 정직으로 사신 분으로서 매우 검소한 생활을 하시면서도 가족과 주변분을 돕는 데에는 아낌이 없었다. 워낙 자기 관리에 철저하셨던 분이라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심에 모두가 큰 충격을 받았다.

장례를 치른다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매우 고통스런 일이다. 그러나 어려움을 이기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서 필연적으로 드러나는 갈등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조금 더 '어른'이 되었음을 느꼈다.

장인어른, 평안히 가십시오.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가족묘지에 모셨다.

故 안진명(1938.11.26.-2019.1.12.)


2019년 1월 15일 화요일

독서 기록 - '학력파괴자들'외 세 권


(학교를 배신하고 열정을 찾은) 학력 파괴자들

  • 정선주 지음

나는 이렇게 불리는 것이 불편합니다

  • 부제: 인정과 서열의 리트머스, 이상한 나라의 호칭 이야기
  • 이건범, 김하수, 백운희, 권수현, 이정복, 강성곤, 김형배, 박창식 지음

천재들의 대참사

  • 원제: Disrupted: My Misadventure in the Start-Up Bubble
  • 댄 라이언스 지음 | 안진환 옮김
생명공학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창업 교육에서 나를 가장 당혹스럽게 한 것은, 창업을 통해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은 물품이나 서비스를 팔아서가 아니라 바로 주식을 팔아서(=기업을 비싼 가치로 인정받아 팔아넘기고 손을 떼는 것. 대주주는 주식 매도를 하는데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라는 말을 들을 때였다. 이런 철학에서라면 아이디어 혹은 시제품을 가진 창업자(공동 창업자 포함), 그리고 벤처투자자를 제외한 사람은 비즈니스계에서 보이지 않는다. 바로 소외된 일반 직원과 소비자를 말한다. 인터넷으로 전부 연결된 요즘 고객이란 자신의 정보를 다른 대기업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넘기는 '호구'가 되고 있다.

저자는 원래 언론계에서 기술 전문 기자로 오래 일해왔지만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현재의 나와 비슷한 나이에 한 순간에 실업자가 되고 말았다. 힘겨운 재취업 활동을 거쳐 그가 입사한 곳은 보스턴에 위치한 IT 스타트업 기업으로 디지털 마케팅 및 콘텐츠마케팅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기업은 전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IPO(기업공개)는 우여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창업자를 비롯한 대주주만 큰 이익을 얻는다. 이 책에서 다루어진 기업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던 날, CTO는 직원들에게 냉정하게 말했다
"모두들 자리로 돌아가 일하세요." 
샴페인은 직원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작은 술병을 직원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기는 했다지만 말이다. 기업공개라는 것은 영화제작자(벤처 투자자)가 그럴싸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영화배우(창업자)를 골라서 흥행히 될만한 영화를 만들어 개봉하는 것과 유사하다. 

50대의 저널리스트에게 IT 스타트업 기업이란 학력은 높지만 인적 구성이 다양하지 못하고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에게 마치 저급 문화와 다를바가 없는 기만적인 창업 및 경영 이념을 주입하여 스스로가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곳이었다. 혁신이라는 미명 하에 의사소통이나 결정 및 조직관리를 하는 방식은 지독히 비합리적이었다. 사탕이 벽을 가득 채운 알록달록한 휴게실이나 체력단련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첨단 기술을 보급하는 곳으로 위장하였으나 결국은 '보일러룸'과 같은 떠들썩한 공간에서 텔레마케터가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소프트웨어를 파는 것이 고작이었다. 

기존의 질서가 깨지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 소개한 첫번재 책(학력파괴자들)에서는 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 사이버 대학이나 MOOC(내가 쓴 글 링크)와 같이 제도권 바깥에 있는 교육 시스템을 이용하여 개인별 맞춤형 교육을 받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기업의 운영도 전통적인 조직 서열과 이에 맞는 예우(예를 들어 상급자일수록 독립된 공간을을 배정받는) 및 의사결정체계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점차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무엇인가 잘못되거나 잃는 것은 없을까? 

관계

  • 부제: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의 삶의 지혜와 통찰
  • The School of Life 지음 | 구미화 옮김
이번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잔잔하게 마음에 와 닿는 책이다. 몇 권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한국어판 서문을 보면 '인생학교'의 목표는 남녀관계, 일, 여가생활, 문화적 측면이라는 중요한 분야에서 세상의 감성 지능(emotional intelligence)의 양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 책에서는 첫번째 분야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다. 비록 요즘은 애정관계라는 것이 이성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 범위의 확장을 필요로 하고 있지만 말이다.

현대에 널리 퍼진 것은 낭만주의 애정관이다. 사랑이란 서로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짝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감정이 이끌리는대로 나아가야 하며,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고, 비밀은 전혀 없어야 하며, 감정과 섹스의 대상은 반드시 일치해야 하고, 한 파트너와 일생을 같이해야 하는...

하지만 사랑과 결혼에 대한 틀은 역사와 문화의 산물이다. 대부분 아름답고 흐뭇한 내용이지만 기만적인 내용도 있다. 30쪽에 나열한 낭만주의 '대본'의 내용을 보자.
  • 내면과 외면이 굉장히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야 하며, 첫눈에 서로에게 특별한 매력을 느껴야 한다.
  • 부부관계를 시작할 때만 아니라 영원히 대단히 만족스러운 섹스를 해야 한다.
  • 절대 다른 사람에게 끌리면 안된다.
  • 직감적으로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 사랑에 관한 한 교육이 필요 없다. 비행기를 조종하거나 뇌수술을 하려면 교육이 필요하겠지만 사랑을 하는 데는 교육이 필요 없다. 느끼는 대로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배우게 될 것이다.
  •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어떤 비밀도 없어야 하며 늘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한다(일 때문에 방해를 받으면 안 된다).
  • 성적·정서적으로 긴장감을 잃지 않고 가정을 꾸려나가야 한다.
  •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우리의 영적 동반자이자 가장 좋은 친구이며, 공동 양육자이고 공동 운전사이며, 회계사이자 가정관리사이며 정신적 지주다.
부부관계가 더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낭만주의적 애정관을 고전주의적 애정관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다음과 같다.
  • 사랑과 섹스는 늘 한 세트가 아니어도 정상이다.
  • 초기에 대놓고 진지하게 돈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사랑에 대한 배신은 아니다.
  • 나는 약점이 있는 사람이고 배우자도 그렇다고 인정하면 서로에 대한 인내와 관용이 커진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엄청난 이익이다.
  • 나는 다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없으며 그들도 나의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어떤 특이한 결함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작용하는 방식이 그렇다.
  •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인위적인 노력을 수시로 해야 한다. 직감으로는 자신이 가야 할 정확한 방향을 알 수가 없다.
  • 욕실 수건을 걸어놓아야 하는지, 아니면 바닥에 깔아도 되는지를 놓고 언쟁하느라 두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시시하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빨래와 시간 약속에도 특별한 품격이 있다.
170쪽이 채 되지 않는 작은 판형의 책이지만 읽어나가는 동안 우리가 세뇌되었던 낭만주의 애정관에 대한 문제를 차분하게 한 꺼풀씩 벗겨주는 책이다. 흔히 외도는 낭만주의 애정관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로 여겨진다. 물론 이 책이 외도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존경할만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유독 이 문제에서는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보게 된다. 이것 하나로 그 사람의 삶 전채를 송두리째 잘못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137쪽에 나오는 슬픈 혼인서약서를 보자.
"오직 당신에게만 실망할 것을 약속합니다. 거듭된 불륜과 바람둥이 같은 생활을 통해 제 회한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기보다는 오로지 당신에게만 쏟아 부을 것을 약속합니다. 불행해지는 여러 가지 방법을 알아본 끝에 마침내 제 자신을 바치기로 선택한 대상이 바로 당신입니다."
맨 마지막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바람직한 사랑을 할 준비는 다음과 같은 때에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 완벽하기를 단념할 때
  • 나를 완벽히 이해해 주리라는 희망을 버릴 때
  • 우리가 제정신이 아님을 깨달을 때
  • 충고를 잘 받아들이고, 또 침착하게 충고할 때
  • 서로 잘 안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서로를 적당히 속이고 배신하면서 삐그덕거리는 결혼생활을 어쨌든 유지하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은 아니다. 지금까지 턱없에 높은 기대를 서로에 대해 하기에 불행을 초리했던 낭만주의 애정관을 이제 벗어나서 조금 더 솔직하고 현실적인 관점으로 대체할 필요가 있다. 

2019년 1월 11일 금요일

트랜스포머의 직렬 연결

나는 어제까지 단권 변압기를 이용하여 진공관 앰프에 B전원을 공급하고 있었다. 대단히 위험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단권 변압기(autotransfomer)란 하나의 권선에서 1차와 2차 전압을 연결하는 변압기를 말한다.

Autotransformer의 구조(출처)
110V용 가전제품을 220V에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대부분의 감압용 트랜스가 바로 단권 변압기이다. 크기가 작고 제작 비용이 적게 들며 효율이 좋다. 그래서 용량이 30VA나 되지만 크기가 57mm에 불과했던 것이다(아세아전원 AT1BS30-34120S로 추정). 운이 좋아서 감전 사고를 당하지 않고서 작동을 잘 하는 것을 확인하였지만 문제는 1차와 2차가 전기적으로 연결이 된 상태라는 것이다. 일반 가전제품이라면 별 상관이 없으나, 오디오 앰플리파이어처럼 커넥터, 볼륨 조절용 놉, 섀시 등 금속으로 부분이 외부에 노출된 상태라면 기기 사용 중에 감전이 될 위험성이 크다. 그래서 진공관 앰프의 B전이 220V를 필요로 한다고 해도 반드시 1-2차가 분리된 트랜스를 사용해야 한다.

1-2차가 분리된 220V:220V 트랜스가 없다면 보통 흔히 사용하는 220V:12V(2차 전압이 꼭 얼마라고 정해지지 않아도 좋다) 두 개를 마련해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직렬 연결을 하면 절연된 220V를 얻을 수 있다. 다음 그림을 통해서 확인해 보자. 여기에서는 동일한 트랜스 두 개를 서로 반대로 연결한 경우를 상정하였는데, 이론적으로는 최종단에서 220V를 뽑을 수 있어야 하지만 손실이 있어서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고 한다. 부하를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거의 220V가 측정되나 부하를 연결하면 더욱 낮아지게 된다.

출처: https://electronics.stackexchange.com/questions/230245/connect-two-transformer-in-series
최종적으로 뽑을 수 있는 전력은 두 트랜스 중 작은 것의 용량으로 결정이 된다.

자, 그러면 다시 트랜스 가게를 가지 않고 어떻게 상용전원에서 전기적으로 절연된 220V를 얻을 것인가? 6N1+6P1 싱글 앰프 보드의 판매자가 제공한 정보에 의하면 220V:230V 120mA 트랜스를 쓰라고 했지만 220V를 연결한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다. 지난 주말에 장사동에서 구입한 트랜스를 이미 갖고 있던 것에 연결하면 된다.


왼쪽이 220V:13-0-13V(2.3A), 오른쪽이 이번에 구입한 220V:12-0-12V(40VA) 트랜스이다. 상용 220V를 연결하게 될 왼쪽 트랜스는 커버가 씌워져서 그렇지 오른쪽 것과 코어 크기는 76mm로 동일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두 개의 트랜스를 2차끼리 서로 연결할 때 중간의 0V 탭은 쓰지 않았다. 첫번째 트랜스가 출력하는 26V가 두번째 트랜스의 24V 탭으로 들어가게 되므로, 최종 전압은 220V를 약간 넘을 것이다. 그렇다면 앰프 보드가 요구하는 전압에 더욱 가까워진다.

B 전원은 이상의 방법으로 공급하고, 진공관 히터는 별도로 갖고 있던 6V 1.2A 전원트랜스를 연결하였다. 출력도 얼마 되지 않는 싱글 앰프에 트랜스는 무려 세 개이다. 튜너를 연결하여 음악을 들어 보았다. 매우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다. 두 시간 가까이 전기를 먹였지만 전원트랜스의 발열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히터에서 필요로 하는 전류는 총 1.6A라고 하였지만 히터 점화용 트랜스(1.2A) 또한 발열 정도가 크지 않았다. 규정된 6.3V보다 낮은 전압(측정치로는 5.8V)이 걸리게 되어서 전류 또한 줄어든 때문으로 생각된다. 진공관의 작동에 문제가 될 히터 전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활용처를 찾지 못한 전원 트랜스가 너무 많다고 울상이었는데 한꺼번에 세 개를 다 쓰게 되었다. 대신 앰프의 무게는 크게 늘어나고 말았다.

2019년 1월 10일 목요일

넷스케이프의 기업공개에 대한 후일담

모건 스탠리의 투자은행가로서 넷스케이프의 주식 인수를 담당했던 메리 미커는 훗날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넷스케이프의 기업공개는 시기상조였을까요? 물론입니다. 적어도 3분기에 걸쳐 명확하고 탄탄한 매출 성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경험칙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또한 3분기 연속 양호한 수익성을 보여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식이 있었지요. 신생 기업의 경우엔 수익의 성장세를 보여야 한다는 조건이 따르곤 했습니다. 당시 넷스케이프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누가 봐도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새로운 기술 혁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된 상태였어요. 넷스케이프는 적합한 시기에 적합한 장소에 있던 적합한 기업으로서 적합한 팀과 함께 그 일을 성사시킨 겁니다."
기업 활동을 이어갔던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넷스케이프는 막대한 손실을 기록했다. 그런데도 관련된 몇몇은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출처: 댄 라이언스 지음/안진환 옮김. 천재들의 대참사(Disrupted: My Misadventure in the Start-Up Bubble)

현재 바이오 분야는 어떤가? 이를 따라가려고 하고 있지는 않은가?

트랜스포머 풍년

고만고만한 전원 트랜스포머가 도대체 몇 개인지 모르겠다. 사진에서 보인 것 말고도 반도체 앰프에 두 개의 트랜스포머가 더 들어있다. 아마 100VA급 토로이달 트랜스포머와 50VA EI 트랜스포머일 것이다.



기본 회로도가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착오로 43 오극관 싱글 앰프를 만드는 과정 중 무수한 시도와 좌절을 경험하였다. 전원을 안전하게 잘 제어하는 것이 오디오 앰프의 전부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43번 오극관과 12AU7은 동작 상태가 좀 이상해졌다. 이제 여기에 더 노력을 들이는 것은 시간 낭비요,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작년에 별다른 준비 없이 덜컥 6N1+6P1 싱글 앰프 보드를 구입하면서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 주문제작한 전원트랜스는 심하게 울리는 문제가 있었고, 결국은 SMPS를 자작하여 어느 정도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었다. 전원트랜스가 우는 것은 용량 부족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므로, 히터와 B전원을 별도의 트랜스로 공급한다는 생각을 초창기에 했었다.

(아직 여기에는 해석 불가능한 현상이 남아 있다. 2차에 백열전구를 연결하면 오디오 앰프를 연결할 때보다 더 많은 전류가 흐른다. 그런데 왜 트랜스는 울지 않는가? 앰프를 연결하면 정류회로 이후 80mA 정도의 전류가 흐를 뿐이다.) 

하지만 원래 만들었던 전원 트랜스는 B전원을 연결하는데 써야된다고 자연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왜 그 반대로는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히터용 트랜스보다 B전원용 트랜스가 당연히 더 커야 한다는 고정관념?

43번 앰프의 실험을 위해 구입했던 두 개의 전원 트랜스는 과연 낭비였을까? 더 이상 43번 진공관에 손을 대지 않기로 결심한 이상 낭비가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중 하나를 6N1+6P1 싱글 앰프(SMPS로 잘 구동하고 있지만)에 써도 되지 않겠는가? 내가 선택한 것은 아세아트랜스의 30VA급 제품이다. 1차는 0-380-440V, 2차는 0-110-220V이다. 1차 440V 탭에 220V를 연결하면 2차 220V에는 그 절반인 110V가 나온다. 이를 배전압 정류하여 6N1+6P1 싱글 앰프에 연결하면 안 될 이유가 없다.

히터는 계속 SMPS로 점화하고 계획한 대로 배선을 하였다. 한 번 정류가 된 것이 다시 앰프 보드 내의 브리지 정류 회로를 거치게 되니 다이오드에 의한 전압 손해가 있을 것이다. 그게 싫으면 첫번째 평활용 캐패시터에 선을 납땜하여 연결하면 된다. 이건 귀찮으니 나중에 하기로 한다. 110V를 배전압 정류한 것이라서 최종적으로 얻어지는 B전압은 원래 쓰던 값에 비해 수십 볼트 낮아지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음악을 들어 보았다. 스피커에서는 별다른 험이 들리지 않는다. 배전압 정류 전에 흐르는 전류는 0.19A 정도이다. 두 시간 가까이 음악을 들어보았으나 문제가 될 정도로 트랜스가 뜨거워지지는 않았다. 돌입전류 제한을 위해 트랜스와 배전압 정류부 사이에 10옴 5와트 시멘트 저항을 삽입하였다. 약 2볼트 정도가 떨어짐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출력 전압이 너무 낮다고 느낀다면 트랜스 1차의 380V 탭에 220V를 연결하면 된다. 이 상태에서는 출력측에 흐르는 전류가 0.2A 정도로 아주 약간 늘어났다.

그러면 히터까지도 전원 트랜스에서 공급을 해 보자. 처음 주문 제작하였던 바로 그 트랜스를 꺼내어서 6.3V 탭을 세 개의 진공관 히터에 연결하였다. 역시 소리는 잘 난다. 히터를 교류로 점화하여서인지 잡음이 좀 들린다. 그러나 히터선 중 하나를 접지하니 소리는 줄어들었다. 100옴 저항 두 개를 연결하여 가상 중점을 만들어 접지를 하면 효과는 더 좋을 것이다.



그렇다. 트랜스를 두 개 쓰면 6N1+6P1 앰프를 아주 잘 구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를 진작 알았더라면 SMPS라는 멀고도 험한 길을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SMPS 자작 경험이 무의미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각자 장단점이 있다. 취미로 자작을 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품의 수가 적고 만들기가 쉬운 리니어 전원이 편하다. 대신 무겁고 효율이 떨어진다. SMPS는 아무래도 대량생산에 적합한 전원장치이다. SMPS용 고주파 트랜스를 감는 일은 여전히 수작업에 의존해야 하지만 말이다. 아래 동영상에서 트랜스를 감는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보라(SMPS Transformer Winding in Factory). 이렇게 수고스럽게 감는 트랜스의 단가는 얼마일까? 중국산 SMPS 가격을 생각하면 과연 그들이 노동에 합당한 임금을 지급받는지 잘 모르겠다. 전세계가 저임금에 기반한 중국 제조업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면 할 말은 없지만...


남는 트랜스포머로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어차피 진공관 히터용으로 쓰기에는 썩 적합하지는 않다. 25V를 쓰는 43번 진공관 때문에 다른 용도로 쓰기에 돌려 쓰기에 적당하지 않은 트랜스를 고르고 말았으니 말이다. 양전원이 필요한 반도체 앰프용으로나 활용해야 될 것 같다.

혹시 이것은 단권 변압기가 아닐까?

아세아전원에 문의하니 해당 전압을 갖는 밴드형 변압기로서 30VA 제품은 단권 변압기뿐이라 하였다(제품 목록 링크). 복권 변압기의 경우 폭 58 mm는 20VA에 불과하다. 혹시 내가 대단히 위험한 단권 변압기를 가지고서 목숨이 위험한 장난을 치고 있었단 말인가? 퇴근하면 당장 멀티미터로 1차와 2차가 도통 상태인지를 알아봐야 하겠다. 복권이 맞는다면 코어 사이즈가 30VA용 치고는 너무 작다. 


아니면 20VA 짜리 트랜스에 30VA 딱지가 붙어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0.2A는 좀 과하다. 퇴근하여 멀티미터로 확인을 해 보았다. 부들부들... 단권변압기가 맞다! 감전이 되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행운이다! 이 트랜스를 오디오 앰프의 전원에 쓰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 다른 방법을 마련하자.

꼰대빌리티, 꼰대 지수, 꼰덱스(꼰대 + index)

식사 자리에서 '꼬장ship'이란 말을 들었다. 요즘 널리 쓰이는 '꼬장을 부린다'는 표현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에 대한 글을 찾아보았다.

'꼬장부리자 마라'라는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꼬장쉽(꼬장십)이란 말을 듣고 나는 즉석에서 꼰대빌리티라는 말을 제안했다. '꼰대' + '-ability'를 합성한 낱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꼰대 지수 혹은 꼰덱스(꼰대 + index)가 높다'라는 표현도 가능하다.

원래 '꼰대'는 아버지 혹은 선생님을 일컫는 학생들의 은어였다. 이들은 대부분 남성이고, 과거 지식과 경험(지금은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는)에 집착하는 사람이며,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에 절어 있고, 위계에 따른 질서 크게 의존하며, 마지막으로 가장 큰 문제점은 남을 가르치려 들려는 것이다. 지금은 부정적인 쪽으로 그 의미가 더욱 확산되어 기성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가지고 젊은이에게 어떤 생각이나 행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꼰대질'이라 부르게 되었다(다음사전 링크).

이러한 낱말이 풍자적으로 쓰일 때에는 순기능이 있지만, '낙인 찍기'로 쓰인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람을 일부분만의 모습으로 평가하여 특정 부류에 속한다고 결론을 내려 버리고 결국 혐오의 선글라스를 쓰게 만들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사회 현상이 바로 혐오 아니던가?
너 빨갱이지?
그 인간, 꼰대야. 
꼰대가 아닌 참 어른이 되는 길은 정말 힘들다. 향을 싼 종이에서 향내가 나듯, 생각의 전파는 자연스러워야 하며 자신의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된다. 사회가 총체적 위기라면 웅변가나 선동가가 필요하기는 하다. 하긴 요즘 광화문 네거리의 모습을 보면 여전히 사회는 위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나서서 조언을 하지 않으면 당장 큰 일이 날 것처럼 안타깝게 여겨지더라도, 반감을 불러 일으키는 방식으로 전달해서는 안된다.

신사답지 못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출근길에서 만난 어느 선배 직원의 이야기를 좀 쓰려고 한다. 직접 뭐라 말은 못하고 블로그에 글이나 올리고 있는 내 모습이 정당하지 않다고 비판을 받아도 할 수 없다. 내가 답답하니까.

그분은 늘 열심히 공부하고 네트워킹에도 열심이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에도 바지런하다. 독서모임, 근처에서 열리는 수많은 행사, 네이버 오디오북을 통한 학습... 이런 것을 하면서 시대에 앞서나가기 위해 노력하신다. 그런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젊은 사람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까운 모양이다. 나를 보고는 철학자 최진석 박사(기사 링크)를 아느냐고 하셨다. 나는 모른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 좀 하세요!"

음... 내가 젊은 사람들에게 '책 읽으세요, 음악 들으세요, 미술관 종종 가세요, 가끔 납땜질도 해 보세요'라고는 전혀 하지 않는데...

간혹 출근길에 만나는 같은 직장의 젊은 동료들에게는 '젊은 사람들이 그게 뭐야, 어깨 좀 펴고 다니세요!'라고 호통을 치시기도 한다.

'젊은 사람이 왜..' = '남자가 되어서는...' = '여자가 그래서는 쓰나' 다 비슷한 얼개를 지닌 부정적 어법이다. 자기 반성을 위해서는 좋은 어법이 될 수 있으나, 남에게 내뱉기에는 대단히 조심스런 표현이다.

꼰대빌리티를 낮추자. in꼰대빌리티 혹은 un꼰대빌리티가 필요하다. 상식 차원에서 부정의 접두사 in-과 -un의 차이를 알아보자.

What's the difference between in- and un-?

2019년 1월 8일 화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8] 손을 떼기로 하다

지난 주말 세운상가 근처 쇼핑의 가장 큰 성과는 인두팁을 새로 산 것이다. 나무 손잡이가 달린 30와트급 저가 일자형 납땜인두의 팁이 뭉툭해져서 너무 쓰기가 불편했었다. 팁 직경이 얼마였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아서 5 mm와 6 mm 두 가지를 하나씩 구입하였다. 5 mm 팁이 딱 맞게 들어간다. 구입 가격은 총 3천원이 들었으니 품질이 어떠할지는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왼쪽은 사용하던 팁. 가운데는 5 mm 팁으로 교체 후. 오른쪽은 6 mm 팁.
소형 스크류 드라이버의 손잡이 쪽 회전하는 부품이 헐거워져서 빠지기 시작하였다. 20년 가까이 사용했으니 공구들이 조금씩 망가질 때도 되었다. 이가 나간 니퍼도 새로 장만할 때가 되었다. 멀티미터는 아직 잘 작동하니 다행스럽다.

어설프게 43 power pentode로 싱글 앰프를 만들어서 즐겁게 잘 듣다가 최근 '웅-'하는 잡음이 너무 심해져서 전원 트랜스 교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드라이브단의 로드 저항을 낮추는 회로 수정을 한 이후부터 그런 것 같다. 심지어 드라이브단(12AU7 사용)과 출력관을 전부 DC 어댑터로 점화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B전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어제 퇴근 후 한참을 붙들고 씨름을 하였지만 트랜스를 바꾸어도 도무지 잡음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 트랜스를 6N1+6P1 싱글 앰프에 연결해 보았다. 이 앰프는 주문제작 전원트랜스에서 아마도 용량부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울림이 심하게 나서 어렵사리 SMPS를 자작하여 지금껏 사용해 오고 있다.

그런데... 정말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럴줄 알았다면 SMPS 자작을 하려고 애를 쓸 것이 아니라 차라리 기성품 전원트랜스를 두 개 구해서 히터와 B전압 공급용으로 각각 사용하는 것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트랜스 2차에는 110V가 나오므로 6N1+6P1 싱글 앰프용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배전압 정류회로를 만들어서 250V 가깝게 만든 다음 다시 연결을 해 보았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급격히 캐패시터가 뜨거워지면서 약간 부풀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12V 입력용으로 만든 배전압 모듈을 실수로 그냥 연결한 것 아닌가! 자칫하면 큰 사고가 날 뻔하였다. 원인을 알았기에 망정이지 무신경하게 계속 사용했다면 아마 폭발을 했을 것이다. 전원부 캐패시터의 내압을 잘못 맞추어서 폭발한 경험은 이미 있다. 분수처럼 쏟아지던 전해액!

내압이 높은 캐패시터를 부품통에서 꺼내어서 다시 배전압 정류 모듈을 만들어야 했다. 역시 소리가 잘 난다. 30VA 전원트랜스는 그렇게 심하게 뜨거워지지도 않았다. 그러면 6N1+6P1 싱글 앰프에 쓰기 위한 SMPS를 만드느라 그렇게 고생을 할 필요도 없었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인가?

  1. 43 pentode가 급격히 상태가 나빠졌다.
  2. 드라이브 회로의 로드 저항을 내린 것이 문제이다.
나도 잘 모르겠다. 더 이상의 시간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하여 현재 수준에서 마무리하자. 43번 말고도 앞으로 경험할 수 있는 더 좋은 진공관은 얼마든지 있으므로.



2019년 1월 6일 일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7] 전원 회로의 전면적인 개조에 착수하자

작년부터 진공관 싱글 엔디드 앰프를 만들면서 가장 많은 실험을 했던 것은 전원회로였다. 직접 SMPS를 제작하여 만족스런 성능을 얻었고, 이에 자신을 얻어서 중국산에서 구입한 DC-DC boost converter 보드를 써 보기도 하였으며(DC 12V 입력), 갖고 있는 전원 트랜스를 뒤집어 연결하여 원하는 전압을 얻어내기도 했었다.

가장 최근에는 43 triode 싱글 앰프의 드라이드 회로에 쓰인 12AU7 전압증폭회로의 부하 저항을 기존의 47KOhm에서 절반으로 내리는 실험을 했었다. 그런데 '웅-'하는 저음의 잡음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부하저항의 변화에 의한 것인지, 혹은 DC-DC boost converter의 상태가 나빠진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내가 알고 있는 험보다는 더 낮은 소리이다.

일단 의심스러운 것은 전압 컨버터이다. 스피커에 귀를 대고 전원을 넣으면, 아마도 컨버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희한한 잡음이 낮게 깔린다. 처음에 컨버터를 테스트하면서 출력부에 전해 캐패시터를 달아서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었다. 이 문제는 컨버터의 입력측에 DC 24V를 달면 더욱 심각해져서 도저히 음악을 들을 수준이 아니었다.

마침 두 종류의 진공관 히터를 점화하는 전원 공급용 트랜스에서도 발열과 울림이 심하게 느껴지고 있었기에, 좀 더 용량이 큰 전원 트랜스를 사용하여 전통적인 전원 회로를 구성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초크 코일은 쓰지 않을 것이다.

기성품 전원 트랜스를 종로구 장사동 트랜스 골목에서 구해서 써 보자는 마음으로 주말 오전에 서울을 찾았다.  인터넷에는 장사동에서 트랜스를 제작하는 업체 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토요일 오전에는 안타깝게도 문을 연 곳은 많지 않았다. 목적했던 곳 근처에서 난감해 하고 있을 때, 근처에서 통신용 재료와 케이블을 취급하시는 어느 사장님의 도움으로 문을 연 트랜스집을 하나 찾게 되었다. 복잡한 골목 속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30년쯤 과거로 돌아간 느낌의 조그만 트랜스 제조업체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구입한 트랜스는 다음의 두 개이다. 현대콘트롤에서 만든 것은 왼쪽의 40VA급 전원트랜스(2차: 12-0-12V)이고, 같은 가게에서 구입한 오른쪽 트랜스(1차 0-380-440V, 2차 0-110-220V, 30VA)는 아세아전원에서 만든 것이다.


히터용 트랜스는 용량이 꽤 크다. 43번 오극관은 25V가 필요하니 12V를 배전압 정류하겠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서 12V 출력 트랜스로서 용량이 큰 것(2A)짜리를 골랐는데, 실제 구입한 것은 12-0-12V 출력이라서 배전압 정류회로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면 1A 정격이면 충분하고, 30VA나 혹은 그보다 작은 용량으로도 충분하였을 것이다.

전원 트랜스의 용량이 필요한 수치보다 큰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장비 전체가 크고 무거워질 뿐이다. 43번 오극관 싱글 앰프의 소형 경량화는 완전히 물을 건너가고 말았다. 어차피 관 자체가 커서 소형화가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른쪽 트랜스는 110V를 얻어서 B+ 전원을 얻기 위한 것이다. 140~150V의 비교적 낮은 전압을 가하는 출력관에 관심을 갖다 보니 220V를 110V로 강압해서 정류를 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전압을 얻을 수가 있다(정류 후 평활회로를 거치면 1.4배 정도 상승). 그러나 현대콘트롤에는 이에 딱 맞는 트랜스는 없었다. 그래서 원래 더 높은 전압을 입력하는 용도이지만 전압을 반으로 내릴 수 있는 적당한 트랜스를 고른 것이다. 1차 440V 단자에 220V를 넣으면 2차 220V 단자에 110V가 나올 것이다. 혹은 1차 380V에 220V를 넣으면 2차 220V에는 110V보다는 조금 더 높은 전압이 나올 터이니 입맛에 맞게 테스트를 해 볼 수도 있다.

'대승코아'라는 익숙한 간판을 지나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진열장에 이미 만들어진 다양한 전원 트랜스를 늘어 놓은 가게가 있었다. 상호는 '세진전기'였다. 문을 연 상태였고 아마 이 중에서 내가 원하는 전압과 용량에 딱 맞는 아담한(?) 전원 트랜스를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쇼핑에 그렇게 큰 돈을 들인 것도 아니고, 사장님이 타 주시는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었다.

예쁘게 케이스를 만들어서 모든 테스트가 끝난 앰프의 부품을 실장하여 넣고 뚜껑을 닫는 일이 과연 올까? 이날 구입한 트랜스의 크기를 생각하면 작고 아담한 앰프로 완성되기는 이제 틀렸다. 나날이 이어지는 테스트의 연속이 될 것이다.

2019년 1월 2일 수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6] 히터 점화용 트랜스포머의 용량 부족?

내가 만든 43번 오극관 싱글 앰프는 SMPS 어댑터가 공급하는 12V 직류를 DC-DC 컨버터로 전환하여 고전압(B+ supply, 여기에서는 155V)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반면 앰프에 사용된 모든 진공관의 히터는 별도의 전원트랜스를 통해서 점화한다.

음질 측면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이고 있지만 히터용 전원트랜스의 발열이 꽤 심하다. 손을 대고서 겨우 참을 수 있는 수준이므로 섭씨 60도를 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손을 대면 진동이 느껴지고, 때에 따라서는 케이크 틀을 약하게 울리기도 한다.

회로를 점검해 보니 트랜스의 용량 부족이 자명하다. 25V, 6.3V가 아니라 실제로는 24V(배전압 정류한 DC), 6V(AC)를 공급하고 있으므로 히터로 흐르는 전류는 정격치보다 아주 조금 낮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43번 히터를 위한 배전압 정류회로만으로도 트랜스의 정격을 넘는 전류를 흘리고 있다. 배전압 정류회로에서는 필요한 전류의 2.4배 정도(정류 전)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제이앨범에서 제시하는 경험적 수치이다. 0.6A x 2.4 = 1.44A이니 이미 이것만으로도 트랜스의 정격인 1.2A를 초과한다.


최소한 12AU7이라도 별도의 전원을 통해서 히터를 점화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용량이 충분한 12V SMPS에서 선을 뽑아서 사용해야 되겠다.

아직도 지식이 많이 부족하다. 모든 것을 간단한 질문과 답변, 또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고쳐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진지하고도 체계적인 학습이 절실하다. 이는 취미생활과 관련된 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우리는 너무 쉽게만 배우려고 하지 않는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된 짤막한 지식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