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8일 일요일

플래티그넘 스튜디오 만년필 구입

장모님 생신을 축하하는 저녁 모임을 참석하기 위해 일산에 갔다가 새 만년필을 구입하였다. 웹을 뒤져보니 정글북문구화방이라는 곳이 일산에 있어서 쌀쌀한 날씨에 딸과 함께 매장을 찾아가 보았으나 분위기도 썰렁하고 휴대폰 전화번호만 붙은채 아무도 없어서 그냥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인터넷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곳이 오프라인 매장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란 법은 없으니... 루비나또 만년필 잉크 세트(RU 43/NOMA)에 흥미가 있었지만 상점 주인을 만나지 못한채 이렇게 가벼이 포기.

대신 바로 근처의 페이펄이라는 대형 문구 체인점에서 만년필 코너를 발견하였다. 선명하고 다양한 색상에 눈이 끌려서 플래티그넘(Platignum)이라는 생소한 브랜드의 만년필을 32,000원에 구입하였다. 내가 고른 것은 Studio라는 라인의 Lime Green 색상이다.

플래티그넘의 공식 웹사이트는 아래와 같다.

http://www.snopakebrands.com/platignum/#!/page_home

2개의 카트리지와 컨버터, 그리고 아무 새김이 없는 스테인리스 스틸 M닙과 교체용 F닙(새김이 되어 있음)이 들어있는 실속 패키지라서 마음에 들었다. 아래 사진에서 검정색 카트리지는 이미 본체에 끼워진 상태이다.


피에르가르댕 리브라는 잉크 흐름이 좋지 않고 캡의 도장도 벗겨진 상태라서 손이 잘 가지 않는다. 파커 조터는 가볍게 휴대하기는 좋지만 주력으로 쓰기에는 약간 부족하다. 주력으로 쓸 만년필이 현재 없는 상태라서 새 만년필을 고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가격은 5만원 이하일 것, 되도록이면 표준형 카트리지를 끼울 수 있을 것 정도가 선택의 기준이 되겠다. 매장에는 5만원을 약간 넘는 파커의 저가형 모델도 여럿 있었지만 결국 가격에서 밀렸다. 저가형 만년필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라미 사파리도 있었다. 그러나 왠지 모르겠지만 전용 카트리지를 쓰는 프라스틱 본체의 만년필에는 별로 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플래티그넘 스튜디오는 알루미늄 배럴을 채용하였다.

기본으로 장착된 M닙은 약간 두껍게 써진다. 펜촉 교체를 하려면 그립 부분에서 펜촉을 돌려서 빼내야 하지만 부서질까봐 겁이나서 아직 본격적인 시도는 하지 못하였다.

이 제품을 사려고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었으나 마음에 드는 선택이었다. 



2014년 12월 16일 화요일

40대 중반 남자의 필통

필기구와 종이가 점점 사람들의 손을 떠나가는 요즘, 새삼스럽게 필통이라니!


싸구려 만년필만 가득하다.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서 구입했는지를 전부 기억하고 있다. 사진에 보이는 피에르가르댕 리브라 만년필은 미안하지만 잉크 흐름이 마음에 들지 않고 도장이 벗겨지고 있어서 퇴출을 고려하는 중이다.


  1. 맨 아래: Parker Jotter. 선물로 받음.
  2. 두번째: 모닝글로리 Callically. 파커 만년필과 카트리지가 호환된다고 한다, 대전 은행동 에스닷에서 구입. 국산 브랜드를 달고 있는 최저가 만년필'형' 필기구이다.
  3. 세번째: 플래티넘 Preppy. 서울 영풍문고 종로점에서 구입.
  4. 네번째: 이마트에서 구입한 동아 수성펜.
  5. 다섯번째: 자바펜의 기획상품인 베스트 볼펜. 
  6. 맨 위의 두개는 대전 은행동 에스닷에서 구입한 Stabilo의 Pointball(79% recycled plastics라고 자랑스럽게 찍혀있다)과 Pen 68 mini이다.


쓸데없이 카트리지는 많이 구입을 해서 새로운 만년필을 장만하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만년필은 정말 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아무리 적은 글자라도 매일 쓰도록 노력해야 하고, 황동 재질에 도막을 입힌 제품은 저가형의 경우 벗겨지기 쉬우니 가끔 땀을 닦아놓을 필요가 있다.

쓰지 않으면 쉽게 낡는다!

2014년 12월 14일 일요일

기록에 힘쓰느라 현장의 분위기를 잊어버린다면...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에 실린 글 일부를 발췌해 본다. 어느 만년필 애호가가 기고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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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 복학을 하자 강의실은 노트북 타자소리로 가득 찼다. 새내기 시절만 해도 수업시간에 필기를 노트북으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3년 만에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노트북을 가져오는 학생들의 비율은 높아만 갔고, 휴대폰이나 아이패드에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해 필기를 하는 얼리어답터도 나왔다.

한 교수님은 노트북만 바라보며 부지런히 타자를 치는 학생들을 보며 자신이 기자회견을 하는 느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옆에 앉은 동기는 타자 소리가 너무 거슬린다며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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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다. 문자에 의한 기록뿐만이 아니다. 어디든 볼거리가 있는 곳이면, 카메라 혹은 휴대폰을 꺼내드는 사람들을 쉬 접하게 된다. 기록을 남기게 되면 나중에도 볼 수 있고,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 그래서 기자라는 직업이 필요하다. 긴급한 구조가 필요한 상황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현장에 뛰어들 것인가, 혹은 냉정하게 카메라를 잡고 그 장면을 기록하여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인가? 이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대개 기자라면 후자를 택한다.

손으로 적는 필기 대신 수업 시간에 토닥토닥 키보드를 두드린다. 말하는 사람(즉 교수)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그 분위기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기록 자체에 몰두하게 된다. 나중에 돌아와서 기사로 정리할 생각이라면 그건 '취재'지 수업이 아니다. 기록 후 정리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차라리 캠코더로 녹화를 하면서 교수님 얼굴과 칠판을 열심히 쳐다보며 이따금 필기를 하는 것이 수업 분위기를 더 낫게 하는 것이리라.

오마이뉴스가 내세우는 문구가 '모든 시민은 기자다'였던가? 고발할 거리가 너무나 많은 대한민국에 살면서 기록 정신으로 투철하게 무장한 대한민국 국민들을 뭐라 탓할 수는 없다.

가끔씩은 기록을 위한 문명의 이기를 모두 내려놓고서, 현장의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싶다. 기록은 내 눈과 머리 속의 기억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2014년 12월 13일 토요일

버릴 줄 아는 용기

사무실 이전을 앞두고 오래 묵은 책들을 정리하였다. 90년대에 구입해서 한번도 열지 않은 전공 분야 서적. 대학교 2학년 때의 생화학 교과서, 3학년 때의 분자생물학 교과서. '알기쉬운 C언어' 등 전산 관련 교재... 훗날 유명한 사람이 되어 내가 쓰던 물건을 가지고 박물관을 차릴 일이 생긴다면 이 물건들이 의미가 있는 유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공간을 차지하는 쓸데 없는 물건들은 결국 비용이다. 자리를 옮길 때 비로소 버리게 되는 물건들이라면 진작에 버려도 되는 것들이다.

내 의지와는 큰 상관이 없이 사무실을 비교적 자주 옮기다 보니 되도록 지니고 다니는 짐을 줄이는 것이 몸에 밴 습관이 되었다. 생명과학 분야는 너무나 발전이 빠르기에 오래된 교과서는 가치가 점점 떨어진다. 대학 교재 수준의 일반적인 지식은 위키피디아에 그득하고, 최근 지식은 논문이나 뉴스로 접하게 된다. 책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책이 이제 더 이상 필요가 없는 시대가 되었다.

집에는 학위 논문의 원본과 당시 학술지에 투고했으나 떨어진 논문 원본 자료까지 보관되어 있다. 이것들에 대한 집착을 결연히 끊고 과감히 버리는 날이 와야 하지 않을까?

다음 대상은 무엇일까? 안쓰는 휴대폰, 필름 카메라와 렌즈들, 그리고 과거의 사진들일까? 한때 사진을 열심히 찍었던 나는 어머니와 장모님이 이사를 가실 때 과거의 사진들을 큰 주저함 없이 버리시는 것을 보고 약간 놀랐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버릴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음번 이사할 때가 아니라 바로 지금.

만년필 이야기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 초 업무용으로 지급받은 다이어리의 내지가 너무 적다고 생각했었는데, 2014년이 다 끝나가는 지금 부족함이나 모자람 없이 한 권을 잘 마무리하게 되었다.

어제 책상을 정리하면서 피에르가르댕 리브라 만년필을 다시 꺼내들었다. 도장이 들뜨고 일어나서 무상으로 교환을 하였다. 그런데 캡 속에서 검정색 두터운 반지 모양의 부속이 빠져나왔고, 그것이 이유가 되지는 않았겠지만 조금만 쓰지 않고 두면 너무나 쉽게 잉크가 말라버렸다. 바로 이것이 지금까지 접한 어떤 만년필보다 가장 손이 덜 가게 되는 이유가 되었다. 그렇게 잊혀졌던 만년필을 다시 꺼내어 보니 캡 부분의 도장 상태가 조금 이상해 보인다. 긁어보니 벗겨지고 말았다. 

이제는 금속 표면에 도장을 입힌 저가 만년필을 쓰는 것이 두렵다. 차라리 플라스틱 몸체가 낫지 않을까. 지금 필통 속에 들어있는 것은 프레피와 모닝글로리의 캘리캘리 펜이다. 파커 벡터 스탠다드 만년필(같이 근무했던 한*희 양이 잠시 빌려갔다가 잃어버림)과 자바 아모레스 만년필을 쓰던 당시에 구입한 카트리지가 아직도 많이 있는데 이를 다 어쩔 것인가?



자바 아모레스는 약간 가늘기는 했어도 필기감은 참 좋았다. 그렇지만 이것 역시 도장이 벗겨지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파커 벡터 스탠다드(스테인레스)는 이상하게 손에 잘 잡히지 않고 겉도는 느낌이었다. 전반적인 품질이 가장 좋았던 만년필은 일회용 만년필에 가까운 프레피였다! 단, 최근에 구입한 프레피는 너무 잉크가 나오질 않아서 물에 펜 촉을 한참 담가두어야만 했었다.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만년필은 과연 무엇일까?


2014년 12월 12일 금요일

오래된 HDD를 컴퓨터에 연결해 보기

자리를 정리하다 보니 203-2004년도에 구입한 저용향 IDE HDD가 다섯개나 나왔다. 용량은 40 GB가 하나, 나머지는 전부 80 GB이다. 지금은 테라바이트급 HDD를 일반적으로 쓰지만, 당시에는 수십 GB HDD가 구할 수 있는 가장 고용량의 제품이었다.

어차피 거의 쓸모는 없는 물건이지만 인식은 되는지, 내용물은 무엇인지 궁금하여 SATA/IDE to USB 2.0 adapter에 연결하여 컴퓨터에 붙여 보았다. Vantec이라는 회사의 제품으로 모델명은 CB-ISATAU2. 트레이에는 "USB to ATA/ATAPI Bridge"라고 나온다. 다섯개 중에서 하나를 빼고는 전부 잘 인식이 된다. 쓸모없는 파일을 일부 갖고 있는 디스크는 포맷을 해 버렸다.


이것 말고도 Wizplat Hardbox라는 외장용 HDD 케이스도 하나 갖고 있다. 모델명은 W-31USF로 USB 2.0/eSATA/1394a를 지원한다. 이 제품이 좀 더 신뢰성이 있음은 당연하지만 연결 가능한 HDD는 STAT뿐이다. HDD를 여러개 가지고 있으면 나사를 풀어서 케이스를 여는 것이 약간 성가시다.

이런 제품을 이용하여 HDD를 컴퓨터에 연결하려면 전원 투입 및 접속 순서에 약간 유의를 해야 한다. 연결 시에는 전원을 먼저 넣은 뒤 인터페이스 케이블(주로 USB)을 컴퓨터에 꽂는다. 제거할 때에는 트레이를 클릭하여 안전제거를 먼저 한 다음 케이블을 뽑고 그 다음에 전원을 내리는 것이 좋다.

전에는 SATA HDD를 잠깐 컴퓨터에 연결하기 위해 본체를 열고 케이블을 꽂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지금은 이렇게 USB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여 컴퓨터 케이스를 열지 않고도 자료를 쉽게 교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약 3년 전에 출시된 제품이라 USB 2.0까지 지원한다는 것은 아쉽다. 

eSATA 브라켓을 하나 갖고 있다. 이것을 컴퓨터에 장착해 둘까? 그러면 Hardbox와 연결 시 USB 2.0으로 접속하는 것보다는 속도면에서 유리할 것이다. 대신 컴퓨터 내부가 좀 더 복잡해지는 것은 감수해야지...






2014년 12월 11일 목요일

대전을 방문한 친구들


세 명의 초등학교 동창이 귀한 시간을 내어 대전을 방문하였다. 5학년때 같은 반으로 전학와서 중-고를 거치면서 여러번 같은 반을 하였고 지금은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작곡가 겸 연예기획일을 하는 BY(사진), 역시 초-중-고를 같이 다녔고 고3때 같은반에서 성적순으로 앞서거니 뒷서거니를 하는 절친으로 지내다가 기계설계학을 전공 후 자동차 회사에 오래 근무한 뒤 3년 전부터는 골프 피팅 엔지니어로서 관련 사업을 하는 KY, 그리고 초등학교 1학년때 같은 반이었고 활달한 성격과 친화력, 폭넓은 인간관계, 그리고 미모로 늘 친구들 사이에서 중심이 되고 있는 JH.

30여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다시 이들을 만나게 해 준 것은 네이버의 <밴드> 덕분이었다. 지금은 너무 다양한 동창들이 많이 유입되어 슬슬 잡음이 발생하기 시작하게 되고 짧은 글로만 소통하다보니 오해가 쉽게 발생하며, 자꾸 휴대폰 앱을 들여다보면서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어서 나를 포함한 몇몇 원년 멤버들은 아예 탈퇴를 해 버리는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지만. 오랜만에 다시 찾은 동창 커뮤니티를 숨겨진 의도를 위해 이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사업 기반을 확장한다거나, 자녀의 결혼을 앞두고 청첩장을 뿌린다거나.

무릇 동창 모임이라면 되도록 이런 사심이 없이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고 현재의 걱정을 나누며 공통 관심사를 논하는 자리로서 자리를 잡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발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문 소통 위주의 커뮤티니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너무 자주 모이고 소비적인 술자리로만 이어진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있다. 무슨 동호회처럼 아예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형성된 동문회라면 모르겠지만, 친목 위주의 모임에서는 대면을 통한 상호작용(너무 잦으면 생업에 지장이 생기니 주의)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향 서울을 오래 전에 떠나서 정부출연연구소라는 비교적 단순한 환경에서 업무와 취미, 가족만을 생각하고 살다가 인간관계에서 오는 새로운 활력을 준 친구들이 너무나 고맙다. 다들 건강하게 이 모임을 오래 지속할 수 있기를!

Pentax Q10 구입

연말 여행을 앞두고 간편하게 들고 다닐 카메라를 알아보다가 최종적으로 펜탁스 Q10을 선택하였다. 4년간 주력으로 쓰던 올림푸스 E-620은 최근 '손떨방(Image Stabilization, IS)' 기능이 수명을 다하였고 결정적으로 동영상 촬영이 되지 않는다. 발매 당시는 매우 작은 DSLR이었지만 요즘 기준으로는 그렇지도 않다.

삼성 WB350F, 후지 파인픽스 S8600, XF1, 그리고 XQ1 사이를 저울질하다 우연히 근처 전자제품 매장에서 본 펜탁스 Q10이 눈에 뜨였다. 이미 단종되어 후속 제품이 나오고 있고 성능으로도 최고는 아니지만 튼튼한 만듦새와 독특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인터넷 최저가보다 약간 싼 가격으로 팔고 있었기에 약 3일간 고민한 끝에 어제 구입을 완료하였다. 02 Standard Zoom(5-15 mm 2.8-4.5)과 8GB SD 카드가 포함된 키트이다. 이 제품에서는 렌즈에 01, 02..의 번호를 붙인다. 펜탁스 Q 마운트 렌즈는 현재 여덟 가지에 불과하지만, 이것으로도 일반적인 용도는 충분하다 생각된다. 가격도 출시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내려갔기에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 어차피 예산을 20만원으로 한정하면 고를 수 있는 카메라가 많지는 않다.



펌웨어 업데이트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PC에 전용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케이블을 연결하여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저장용 SD카드에 다운로드한 파일을 복사하여 카메라에 장착한 다음 업데이트를 실시하게 되어 있다. 업데이트 결과 버전 1.03이 되었다.

40.5 mm 렌즈보호용 필터와 D-Li68 호환 배터리만 추가로 장만하면 여행 준비는 끝이다. 약간  워낙 작고 가벼워서 파우치나 케이스 같은 것은 필요가 없겠다. 표준줌은 35 mm 환산으로 27.5-83 mm에 해당한다. 예전에 유행하던 28-85 mm 정도로 견주어 볼 수 있다. 20만원대의 가격에서도 망원쪽이 한참 당겨지는 수퍼줌 카메라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욕심을 조금만 버린다면 이것 하나로 대부분의 용도를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펜탁스 카메라를 소유한 것은 평생 처음이다. 대학원 시절, 실험실에 굴러다니던 유* 교수님의 Spotmatic SLR, 그리고 강* 선배의 ME Super, 옆 실험실 신* 선배의 Program plus를 만져본 기억이 새롭다. 필름 카메라 시절의 전설이 LX는 사진과 진열장 너머로만 구경한 바 있다.

펜탁스는 이제 브랜드명으로만 존재한다. 최초로 펜타프리즘과 미러-리플렉스 시스템을 만들고 채용한 회사가 이제는 호야를 거쳐 리코에 인수되었으니 과거의 영광은 어디로? Q 시스템이 과거 펜탁스의 철학은 반영한 것인지는 알 수 없고, 전문가나 하이 아마추어의 욕심을 채우는 것과는 매우 거리가 먼 제품이다. 그러나 '부족함'이 아니라 '다른 길'로 갔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찾아보니 펜탁스 Auto 110이라는 초미니 SLR이 있었다. 35 mm 필름이 아니라 110 포맷을 쓰던 카메라였다. 올림푸스에서는 Pen F라는 하프사이즈 SLR도 있었다.

Q 시리즈의 최신 모델은 BSI CMOS 센서를 1/2.3"에서 1/1.7"로 키운 Q-S1이다.2014년 8월 무렵에 출시되었다. 판형이 커지면서 기존 렌즈의 화각은 조금씩 광각쪽으로 이동한 셈이 되고, 08 wide zoom이 새로 나왔다. 물론 그 외에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

2014년 12월 2일 화요일

NAS 활용의 폭을 넓혀보자!

KOBIC에 근무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풍부한 컴퓨팅 자원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비록 훌륭한 클러스터 자원이 있으면서도 Sun Grid Engine을 자유자재로 쓰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많은 분석 작업을 나의 낡은 Tyan 서버에서 돌리기는 했지만, 사무용 컴퓨터의 설정이나 서버의 관리 등 성가시면서도 때로는 전문적인 손길이 필요한 일들을 전산인프라팀에서 너무나 잘 지원해 주었다. 이러한 때문에 리눅스를 직접 설치하고 스스로 관리자 역할을 하는 노하우는 오히려 약간 줄어든 결점도 있다.

아쉽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컴퓨터의 구입과 관리 및 유지보수에 관련된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해야 된다. 이를 위한 준비작업을 이제 조금씩 해 나가고 있다.

시놀로지 NAS를 한 대 가지고 있다. 책상 위, 전화기 아래에 얌전히 놓여서 바람만 조금씩 불어내고 있다. 현재는 이를 전부 NFS로 마운트하여 사용하는 중이다. 비교적 조용한 편이라서 평소에는 존재를 느끼지 못하다가, 서버를 돌릴 때 갑자기 팬이 기동하면서 나는 소리에 '아, 여기에 NAS가 있었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음과 같이 NAS의 활용 용도를 넓혀보고 싶다.

1. 외장 HDD 연결

백업용으로 갖고 있는 SATA HDD가 여러개 있다. 여기에 들어있는 데이터에 접근하기 위해 NAS를 활용해 보도록 하겠다. PC에 SATA HDD를 임시적으로 연결하는 것에 비해 장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 MediaWiki 설치

외부에 공개된 구글사이트나 블로그는 주로 개인적인 용도의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많고, 구조화된 문서를 만들기도 어렵다. 구글사이트는 매우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무료 버전에서 제공하는 기본 용량은 너무 적은 편이다.

업무와 관련된 문서를 체계적으로 작성하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MediaWiki를 설치해 보고 싶다. 위키는 이미 DokuWiki를 통해 어느 정도의 경험을 갖고 있다. 리눅스 서버에 위키 엔진을 설치해도 되지만, 관리의 편의성 측면에서는 NAS를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시놀로지 관리 도구에서 웹 스테이션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큐먼트루트에 해당하는 공간을 새롭게 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는 모든 NAS 자원이 NFS에 할당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뉴얼 숙독과 공부가 필요하다.

IP 주소도 변경해야 하고, 다른 서버에서 돌아가던 프로그램을 라이센스와 함께 마이그레이션할 것도 있다. 할 일이 많다.

2014년 11월 30일 일요일

사생활 보호와 인터넷

인간은 누구에게나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인터넷이라는 시대의 총아는 이러한 욕구를 표출하기에 아주 적절한 기회를 제공하여 주었다. 누구나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심지어 무료이다) 자신의 모습을 전세계인에게 드러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일상의 기록일 수도 있고, 세상을 바꿀 원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자신의 지식과 사상을 세상에 드러내는 방편일 수도 있고, 마치 개인의 관심사 기록처럼 위장한 교묘한 마케팅 수단일 수도 있다. 특히 맨 마지막의 의도를 잘 걸러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마치 드라마의 간접 광고처럼 말이다.

이러는 과정 중에 글을 쓰는 사람의 신분이 어느 정도 드러남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대 인터넷 시대에서 이미 사생활이라는 것은 없어졌다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인터넷 상에 존재하는 정보를 지워주는 속칭 '인터넷 장의사'라는 직업도 생겨났다. 부주의하게 올리거나 해킹을 통해 유포된 민감한 정보를 지우거나 - 연인과 같이 찍은 은밀한 동영상을 철없이 인터넷에 올렸다가 뒤늦게 후회하면서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혹은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이 악의적으로 유출한 경우는 더 많을 것이다 - 이미 고인이 된 사람이 남긴 글을 정리하고 싶은 경우에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신분을 인터넷에 어느 정도 드러낸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올린 글이나 사진에 대하여 책임을 지겠다는 좋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만큼 위험성도 따른다. 직접 대면하지 않는 세계에서는 의외로 엉뚱한 사람들이 많다. 글로만 자신의 뜻을 전파하게 되면 오해의 소지도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댓글이나 이메일 등을 통하여 공격을 당하고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나는 한동안 전화번호를 제외한 실명이나 이메일, 현 거주지와 직장 정도는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왔었다. 비록 내가 공인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에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따라서 나의 업무 내용이나 개인적인 성향 등을 서비스 차원에서 인터넷 공간에 어느 정도는 공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제의 <댓글과 태클>일을 겪으면서 나의 사이트 운영 방식을 좀 더 폐쇄적으로 바꾸어야 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이는 분명히 퇴보를 의미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내성이나 포용력을 좀 더 키우고 나서야 댓글 기능 혹은 내 이메일 주소를 자신있게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무대응이 가장 현명한 전략인데 나는 아직 그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댓글과 태클

가족들과 함께 롯데월드몰 근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주말, 내 구글플러스로 들어온 댓글 하나가 기분을 완전히 망치게 만들었다. 이에 질세라 나도 반박 댓글을 달았는데 또 이에 대하여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글을 부지런하게 달았기에, 아예 원본 포스팅까지 지워버리고 말았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내 구글플러스에다 기타리스트 박규희씨(페이스북 링크)의 유튜브 동영상을 링크로 달고, 간단히 글을 달았었다. '작은 몸집으로(특히 손) 기타를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얼마나 힘이들까?... 앞으로 더 큰 활약을 기대해 본다' 정도의 짧은 글이었다. 박규희씨의 동영상을 몇 개 보면 쉽게 알겠지만. 여자로서 결코 큰 몸집이 아니다. 몸집이 작으면 당연히 손도 작고 따라서 클래식 기타를 치기 위한 왼손 운지가 쉽지 않다. 유튜브에 달린 외국인의 덧글 중에도 이러한 불리한 점을 극복한 것에 찬사를 보내는 것이 있었다. 내가 쓴 글은 아무리 읽어봐도 '신체적으로 불리하니 앞으로 더 노력해라'라고 비하하듯 쓴 것으로 읽히지 않았다.

신문 기사와 사진을 보라. 링크1 링크2 그리고 기타를 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라. 기타가 얼마나 크게 느껴지는지 사진을 통해 느껴 보라. 그녀가 세계 수준의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쓴 구글플러스 포스팅에 b*e라는 사람이 이러한 댓글을 달았다.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서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자유자재의 경지에 오르신 분인데요. 이런 글을 쓰시다니요. 그것도 반말로... 님은 대단한 연주자이신가보죠? 그렇다면 한곡 땡겨 보시지요?"

이건 뭔 헛소리인가? 내가 유튜브 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 밑에 댓글을 단 것도 아니고, 내 구글플러스에 링크를 달고 글을 작성한 것인데 반말이라고 시비라니? 그리고 아무리 기성 아티스트라 해도 어떤 공연이나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문화 소비자 입장으로서 비평을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마치 가수의 노래를 듣고 나쁘게 비평한 사람에게 '너는 그만큼이나 부를 수 있느냐?'고 비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난 나쁘게 비평을 하지도 않았고, 이렇게 멋진 연주가가 되기까지 뒤에 숨은 피나는 노력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것을 쓴 것에 불과하다. '기특하다, 더 열심히 해라'라고 비아냥거린 것도 아닌다.

기분이 몹시 나빠진 나는 휴대폰으로 덧글을 달았다.

"여긴 박규희씨의 공식 사이트나 공공 게시판이 아니고 제 구글플러스입니다. 저는 박규희씨의 앨범도 갖고 있는 팬의 한 사람입니다... 님의 글을 지울 권한도 제게 있습니다."

그랬던니 또 얼마 안되어 덧글이 달렸다. 내 구글플러스에 +1을 한 것은 실수였고 애초에 내 글이 어이가 없었다고 한다. 기분이 몹시 상한 나는 원본글까지 전부 지워버리고 말았다. 아울러서 내 구글플러스의 덧글 기능도 없애버리고 말았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b*e이 구글에서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 조사해 보았다. 프로필 같은 것은 없고, 전부 유튜브 동영상에 삐딱한 시선의 댓글을 남기고 있었다. 자신의 공식 공간(블로그나 구글플러스등)에 링크를 가져다 놓고 비평적인 글을 작성했다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유튜브 사이트에 직접 댓글을 달았고, 개중에는 반말로 된 것도 당연히 있었다. 물론 동영상을 업로드한 사람 혹은 동영상에 찍힌 사람이 보면 기분이 좋지 않을 내용이었다.

키보드와 모니터 앞에 앉으면 사람들이 조금씩 전투적으로 변하는 모양이다. 어쩌면 내가 과민 반응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만약 마케팅의 수단으로서(혹은 단순히 내 생각을 세상에 전파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이것에도 마케팅이라는 용어를 붙이는 것이 정당하다면) 인터넷 공간을 활용한다면 좀 더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설득력있는 어체로 글을 작성할 것이다. 자기 블로그나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경어체로 글을 작성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사이트와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유는 개인적인 용도가 더 강하다. 업무와 취미, 그리고 일상생활과 관련된 정보들을 공개된 공간에 정리하는 것은 혹시 타인들이 내 글을 통해서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활용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딱 그만큼이다. 나는 라라윈이나 최윤섭 박사 정도로 정성이 가득하고 전문성이 담긴 사이트를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

더 이상 사소한 덧글에 반응하지 말자. 개인용도로 운영되는 사이트라면 과감히 댓글 기능을 차단하는 것도 고려해 보자.

2014년 11월 28일 금요일

GOLD(Genomes OnLine Database)에서 유전체 주석화 실시하기

경북대학교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미생물 유전체 프로젝트가 몇가지 있다. 그 중에서 하나를 Standards In Genomics Sciences(SIGS)라는 저널에 발표하기로 하였다. 이 저널에서는 시퀀싱, 주석화 및 균주 특성 등을 정해진 포맷에 맞추어서 정리하여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GOLD(Genomes OnLine Database)에서 프로젝트를 등록하기를 의무적으로 요청하는 것으로 보인다.

IMG/ER에는 계정을 만들어서 작업을 해 본 일이 있지만 GOLD를 통해서 annotation까지 해 본 일은 없기에, 이번에 연습 삼아서 처음으로 진행해 보기로 하였다.

GOLD 사이트에 들어가면 1. Register라는 메뉴가 있다. NGBI에서 BioProject를 등록하는 것과 비슷하게 정보를 넣으면 된다. NCBI와 다른 점은 Study, Biosample, Sequencing Project를 한번에 등록한다는 점이다.

NCBI에서는 SRA(sequence read archive)에 NGS raw read를 등록할 때 비로소 필수 조건으로서 BioSample을 등록하게 된다. 따라서 개념을 잡기가 조금 까다로운데, GOLD에서는 다음과 같이 친절하게 설명이 붙어 있다.

Biosample is the original place of the physical sample, from where the DNA was isolated.

프로젝트에 대한 기본 등록을 마친 뒤 AP, 즉 analysis project를 등록하고 assembly 파일을 제출하였다. NCBI에 이미 12개의 PacBio 유래 contig가 등록되어 공개된 상태라서 웹 브라우저에서 ftp 사이트를 열어놓고 간편하게 등록하였다.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다시 밀어넣을 필요가 없이 단지 ftp link를 복사해 넣으면 된다.

SIGC 저널에서 필수 테이블로 요구하는 정보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Pseudo genes
Genes in internal clusters
Genes with function prediction
Genes assigned to COGs
Genes with Pfam domains
Genes with signal peptides
Genes with transmembrane helics
CRISPR repeats











NCBI Prokaryotic Genome Automatic Annotation Pipeline(PGAAP)에도 분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이다. 표의 내용을 채우려니 약간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는 있겠다. COG 정보는 PGAAP에서 수치로 얻을 수 있는데, 나머지는 다른 프로그램을 돌려서 수작업으로 집계해야 할지도 모른다. 

KOBIC에서 바쁘게 일하는 동안 실무 작업에서 손을 많이 놓고 있었다. 이제 다시 정상을 찾아가는 중이다. 나 책임연구원 맞아...?


2014년 11월 27일 목요일

초/중/고 동창 밴드에서 전부 탈퇴하다

지난 일년 넘는 기간 동안 참으로 즐거웠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작년 가을 무렵 가입 초기에는 30년이 훌쩍 지나 잊고 지냈던 친구를 다시 만난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고 즐거웠었다. 그 즐거움은 그러나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하였다. 생각과 생활을 오랫동안 공유하지 않았던 친구들, 심지어는 학교를 다니던 당시에는 서로 알지도 못하던 불특정한 친구들과 오직 온라인 공간에서만 만남을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색하다. 사이버 세계에서도 잘 운영되는 모임은 얼마든지 있지만, 그런 경우 분명한 모임의 목적이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특히 작년에 구성된 초대 초등학교 동창 밴드의 경우 다소 말을 거칠게 하고 심지어는 직접 전화를 걸어서 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했던 몇몇 친구들 때문에 초대에 의해서만 가입을 할 수 있는 별도의 밴드를 만들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된 이후 나는 휴대폰에서 앱을 지우고 PC의 웹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올라온 글들을 읽고, 아주 가끔 글을 올리고는 하였다. 제1대 밴드 원년 멤버 시절에는 꽤 열심히 글을 올리곤 했건만... 그러면서 올 가을에는 서울 출장 길에 두 번의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도 하였고.

한번도 같은 반이 아니었던 친구를 밴드 앱에서 알게되어 몇 번의 대화를 나눈다. 같은 시절 같은 학교를 다녔으니 공유되는 추억이 분명히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공허하다. 프로필 사진을 계속 보게 되니 얼굴은 서로 조금씩 익숙해진다. 그러다가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비로소 처음 만난다. '아, 네가 ???구나'라고 인사를 하지만 실제로는 '처음 뵙겠습니다'가 맞는 것이다.

이제와서 친한 대학 동창 몇 명이 모인 밴드를 제외하고 전부 탈퇴를 해 버린 것은 왠지 자연스럽지 못한 온라인 세계에서의 소통방식이 어색하고 자꾸 새 글과 내 글에 대한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는 욕구에 대해 피로감이 극도에 달했기 때문이다. 마치 여러명의 궁사가 서로 다른 표적을 향해 활을 쏘아대듯, 누군가 시작한 포스팅에 대해서 덧글과 덧글이 꼬리를 물고 급기야는 누가 누구에게 말을 거는 중인지 알기 어려운 상태가 되어버린다. 간혹 사회적인 성공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있고(대개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더 진가를 발휘하는 듯), 그때그때 새로 등장한 회원들이 초창기에 쏟아내는(나 역시 그랬었다) 글들의 러시가 이어진다. 수십개의 새로운 소식이 있다고 해서 들어가 보면 단지 '좋아요'에 해당하는 표식을 남긴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 자체가 즐거움을 추구하는 한 방식이요 스트레스 해결의 수단이 될 수도 있겠지만 큰 의미도 없고 영양가도 없이 이어지는 글과 뒤엉킨 덧글이 주는 피로감은 매우 컸다. 게다가 최근에는 조직화 또는 권력화(?)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서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친목을 도모하는 모임으로 머물면 안되는 것인지? 이런 피로감과 혼란스러움에 나는 밴드 상의 친구들에게 아무런 기별도 남기지 않고 아무런 주저함 없이 '탈퇴'의 터치를 누르고 말았다.

기술이 예상할 수 없는 속도로 변하면서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도 크게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바람직한 것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 것인지 아직 알기는 어렵다. 정성껏 조리한 음식을 꼭꼭 씹어 먹던 시대에서 이제는 알약 하나만 먹으면 모든 배고픔이 해결되고 필요한 영양을 취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현실에 우리의 신체와 정서가 적응하려면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자연스럽게 수용할 만한 점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2014년 11월 25일 화요일

나를 위한 선물 - 베가 팝업노트(IM-A920S)

어제 SK 기기변경으로 휴대폰을 바꾸었다. 요즘 파격적인 출시가로 인하여 잠시 인기를 끌었던 베가 팝업노트(IM-A920S)이다. 팬텍의 재정상태를 돕기 위하여 제품 사양은 꽤 괜찮지만 거의 땡처리 수준으로 풀린 것으로 알고 있다. 사후 서비스가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한다. 구입은 대전역 앞 지하상가에 있는 점포에서 하였다. 바로 직전까지는 모토로라 레이저를 쓰고 있었다.

나에게 5.5인치 화면은 너무 크다! 휴대폰 자체가 그동안 사용해 오던 것에 비하여 월등히 커서 휴대하다가 떨어뜨릴까봐 걱정이 된다. 물론 장점도 있다. 이제는 노안으로 작은 글씨를 보기가 점점 힘들어지므로, 큰 화면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휴대폰의 모든 기능을 철저하게 파악하여 쓰는 체질은 아니다. 이메일과 주소록을 연동하여 사용하고, 사진을 찍어 기록하고 구글플러스 정도를 쓸 뿐이다. 펜이 달려있는 대화면 스마트폰을 샀다는 것은 다이어리를 대신하여 쓸 생각이 있다는 뜻이다. 펜 이름은 'V펜'이다. 삼성은 S펜...

펜 터치가 지원되는 정식 메모 앱을 써도 되고, 인터넷 서핑 중 V펜을 꺼내면(옆면의 버튼을 밀면 톡 튀어나오는 재미가 있다. 팝업이라는 이름이 여기에서 나왔다) 자동으로 V펜 커버라는 메뉴가 뜬다. 그러면 캡쳐 후 편집을 선택하여 그 위에 펜으로 메모를 남길 수 있다.

 며칠간은 심심하지 않겠다!

2014년 11월 24일 월요일

인터스텔라 재관람

딸과 함께 보았던 <인터스텔라>를 이번에는 아들과 함께 보았다. 주인공 쿠퍼가 물벼락을 맞고 돌아와서 23년간 쌓인 메시지를 보는 장면, 블랙홀에서 타스와 함께 '90%만 솔직하기'를 읊조리며 스스로 레인저호를 분리하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에드몬드의 돌무덤을 쌓으며 외로움과 절망감에 울고 있는 아멜리아의 모습... 영화 <레 미제라블>에서 팡틴 역을 하면서 I dreamed a dream을 부르던 모습이 자꾸 떠오르는 것이 아쉽기는 하였지만. 도저히 눈물 없이 보기 어려웠다. 옆에서 같이 보던 아들도 마찬가지였고, 여기저기서 눈물을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최신 천문학과 관련된 내용이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지고 있어서 꽤 어려운 영화라고들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세부적인 상황이 영화를 영화로서 받아들이기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너무 신파조로 흐른다느니, 그래서 정작 이 영화가 만들어진 미국에서는 인기가 없다느니 하는 소식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인류의 위기에서 개인적인 부름을 받아 고뇌하면서 받아들이는 모습(물론 미션에 끌어들이기 위해 브랜드 박사는 진실을 숨기기까지 했지만), 항성간 여행을 다녀온 뒤 시간의 흐름 속도가 차이가 나서 벌어지는 기막힌 현실, 큰 손상을 입어서 연료가 얼마 남지 않은 인듀어런스호를 이끌고 결국 에드먼드 행성으로 아멜리아를 보내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 등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에 호소하는 바가 너무나 강력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줄거리가 우주라는 장대한 볼거리, 그리고 정교한 세트와 촬영 및 파이프 오르간 비슷한 소리의 악기 연주로 이루어진 한스 짐머의 장중한 음악과 아주 잘 어우러진 감동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약간 지루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두번째 보는 내내 전날 잠을 설쳐서 쏟아지는 피로를 전혀 느끼지 못할만큼 몰두할 수 있었다.

TV 조선에서는 아주 한국에서의 인터스텔라 흥행 돌풍이 지적 허영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는 아주 웃기는 기사를 냈다. 공부하면서 보는 영화? 정말 영화 평론가가 지적 허영이 이런 흥행 돌풍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를 했다는 말을 하기나 했을까?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을 쓴 것이겠지. 영화 자체가 재미있으니 사람들이 보는 것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본다고 하니 다른 사람들도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리게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 1700만명이나 되는 관객을 모은 <명량>은 허영에 가까운 국수주의적 태도에 의한 것인가? 난 <인터스텔라>의 맹목적인 추종자는 아니다. 분명히 약한 구석도 있고, 불충분한 부분이나 오류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충분히 눈과 귀가 즐거웠고, 감동적이었으며, 같은 영화를 두번이나 보게 된 최초의 사건이 이 영화를 통해 일어났음을 강조하고 싶을 따름이다.

2014년 11월 20일 목요일

우분투 설치하느라 1박2일

바이오리눅스 7과 8, 그리고 우분투 14.04와 14.10. DVD 매체를 각각 구워 놓고 설치를 시도하였다가 이틀째에 겨우 성공하였다. 윈도우와 리눅스를 듀얼부팅으로 쓰기 위한 가장 정석적인 방법은 내가 알기로 이러하다. 윈도우를 먼저 깔고, 리눅스를 나중에 설치한 뒤 grub에서 부팅할 OS를 고르게 하는 것이다. 이번에 고생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설치 순서가 예사롭지 않았기에 그런 것 같다.

설치 이력을 잠시 살펴보자. 

원래 하드디스크 하나만 있던 데스크탑 컴퓨터에 바이오리눅스 6을 설치하여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리눅스는 VirtualBox에 깔아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하드디스크를 하나 더 정착하였고, 가상머신이 아닌 제대로 된 윈도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세번째 하드디스크를 장착하고 여기에 윈도우를 설치하였다. 윈도우를 나중에 설치하면 멀티부팅이 쉽지 않은데, easyBCD라는 유틸리티로 이를 해결하였다.

그러다가 리눅스를 업그레이드하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이게 쉽지 않았다. 설치가 거의 끝나갈 무렵 오류가 발생했다며 되돌아가기도 하고, 정상적으로 설치가 되었다 생각했는데 첫 부팅에서 난데없이 grub> 프롬프트가 뜨고... 바이오리눅스와 우분투의 최신 배포판 두가지씩을 DVD로 구워 놓고 거의 15번은 설치를 시도한 것 같다. 최종적으로 성공한 조합은 첫번째 하드디스크만 연결하고 나머지 두개의 케이블은 빼 놓은 뒤 바이오스 셋업에서 인식이 확실히 된 것을 확인한 다음 바이오리눅스 7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즉 처음에 리눅스만을 깔았던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자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원인도 잘 모르겠고, 해결도 제대로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왜 자꾸 윈도우로 부팅하면 시스템 시간이 틀어져 있는 것일까? 바이오스 백업용 배터리가 교체할 때가 되어 그런 것일까?

CentOS의 Gnome 환경만 접하다가 이제 unity를 쓰려니 조금은 걱정이 된다. 한글 입력은 당분간 신경을 쓰지 말자. 그리고 제 성능은 잘 나오지 않겠지만 윈도우 환경에서 VirtualBox로 우분투 최신 버전을 깔아 놓은 뒤 익숙해지도록 노력해야 되겠다. 리눅스로 부팅하여 작업을 하는 일은 그렇게 빈번하지는 않다. 대부분 윈도우에서 PuTTy로 성능이 더 좋은 리눅스 서버에 연결하여 사용하고 있으니까. 지금 생각하면 별로 좋은 서버도 아니다. 2009년에 구입한 Tyan 서버이니 이제 교체할 때가 되어간다.

리눅스를 접한지도 거의 20년, 그러나 파워유저의 길은 멀기만 하다!

2014년 11월 14일 금요일

올림푸스 E-620 IS(image stabilization) 기능 고장

언제부터인가 카메라 뒷면 액정의 IS 표시가 빨갛게 반짝인다.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학회에 참석하는 김에 신촌 서비스센터에 가서 수리 가능 여부를 알아 보았다. CCD 센서 등 가장 고가의 부품 일체를 교체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데, 이것이 카메라에서 가장 비싼 부품이라고 한다. 무려 30만원! 카메라는 이제 더이상 내구재가 아니다. 3-4년이면 말썽을 슬슬 일으키기 시작하는 전자제품에 불과할 뿐이다.

지난 글을 검색해 보니 꼭 4년전 이맘때에 구입을 했었다.

Olympus E-620, 새식구가 되다!

차라리 중고 바디를 사는 게 낫지. 30만원이라니!

DSLR이 아니어도 좋으니 20만원 근방의 적당한 카메라는 없을까? 검색을 해 보았다. 둘 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카메라들이다.


  • 캐논 PowerShot SX510HS
  • 후지필름 FinePix S8600


사양 측면에서는 캐논 제품이 훨씬 낫다. 가격은 좀 더 비싸다.

요즘 들어서는 노키아의 윈도폰에도 관심이 생긴다. 익스팬시스 사이트를 가 보면 10만원대의 매력적인 휴대폰이 몇 가지 보인다. 그냥 나를 위한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확 질러버릴까?

2014년 11월 5일 수요일

카톡과 밴드, 내 체질에는 잘 맞지 않는다

작년 가을 무렵 밴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가 초등학교 동창생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꽤 몰두를 한 적이 있다. 다시는 못만날 것으로 생각했던 추억 속의 친구들을 34년만에 찾게 되어 정말 신기하고도 반가운 마음이 그지 없었다. 그러나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새글 및 덧글 알림이 점점 피곤해지고 자꾸 휴대폰을 들여다 보는 일도 번거롭게 느껴져서 이제는 앱을 지우고 가끔 웹 브라우저로만 접속한다. 대부분 휴대폰 정보가 공개되어 있으니 필요하면 밴드 앱을 통하지 않고 직접 연락을 하면 된다. 부끄러운 이야기가 되겠지만 배우자 이외의 이성을 다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되니 다들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남자 학교였던 중고교 밴드에 비해서 초등학교 밴드가 월등하게 잘 운영되는 것을 보면 이러한 면이 없다고 볼 수 있겠는가? 밴드 활동에서도 어떤 흐름이 있어서 가입 초기에는 꾸준이 글이나 사진을 올리고 열심히 활동을 하다가 그러한 열정은 슬슬 사라지고 또 새로운 회원이 등장한다. 물론 해를 넘겨서도 열심히 활동하는 친구도 있고, 사무실까지 차려주는 사업가 친구도 있다.

번거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카톡도 마찬가지. 카톡이 아니면 연락이 잘 안되는 친구가 있어서 지우지를 못하고 있다가, 이것 역시 사람의 신경과 정성을 빼앗는 노예라는 생각이 들어서 탈퇴하고 다시 깔고를 반복하곤 하였다. 그러다가 어제 누군가 남긴 글,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구나"를 보고 기분이 별로 안좋아져서 다시 탈퇴를 해 버렸다.

문자 메시지는 비용도 많이 들지만 고해상도 사진을 보내기가 나쁘다. 그런 면에서 카카오톡이 유리한 면이 있지만, 휴대폰 주소록에 있는 모든 사람이 친구로 뜨는 것은 불편하다. 예전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주소록 이름 앞에 무슨 특수문자를 삽입하면 친구로 등록되지 않는다고 하였었는데, 그게 무엇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 찾았다. 바로 '#'이다...

그러나 이것도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다. 난 휴대폰 주소록을 구글에서 동기화하여 사용한다. 따라서 이메일을 쓸 때 수신자명을 입력하면 #이 삽입된 경우 이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메일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별로 즐거운 노릇은 아니다. '내가 카카오톡 친구 리스트에 등록되는 것이 싫어서 #을 붙였구나'하고 단번에 알아차리게 되므로.

조인(joyn)이 한때 카카오톡에 대항을 해 보겠다고 야심차게 개발된 앱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영 힘을 쓰고 있지 못하다. 좀 더 쓸만한 모바일 메신저가 나와준다면...

2014년 11월 3일 월요일

쉬운 cutadapt 사용법

조금 전에 올린 포스트에서 어댑터 서열 제거와 관련한 배경 지식을 살펴보았다. One Tip Per Day라는 블로그를 보면 어댑터/프라이머 서열 제거를 위한 세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Paired-end sequencing에서는 어느 한쪽 read에서 어댑터가 발견되는 경우 반대편 read도 같이 제거해야 한다. Short insert read는 paired end read 중 어느것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1. FastqMfc
  2. Trimmomatic
  3. HTSeq
오늘의 포스팅에서는 좀 더 간단한 방법인 cutadapt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한다. 독일 도르트문트 대학의 Marcel Martin이 발표한 도구로서 논문 사이트는 여기에 있다.

먼저 pip를 설치하자. 설치 방법은 여기를 참조하라.

pip install cutadapt

일루미나 TruSeq 어댑터가 쓰인 경우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1. read 1에서 TruSeq indexed adapter 및 이후의 서열을 제거.

cutadapt -a AGATCGGAAGAGCACACGTCTGAACTCCAGTCAC -o trimmed.1.fastq.gz reads.1.fastq.gz

2. read 2에서 TruSeq universal adapter의 reverse complement를 제거.

cutadapt -a AGATCGGAAGAGCGTCGTGTAGGGAAAGAGTGTAGATCTCGGTGGTCGCCGTATCATT -o trimmed.2.fastq.gz reads.2.fastq.gz

-a ADAPTER는 cutadapt의 가장 간단한(그리고 가장 일반적인 조건에서의) 실행 방법이다. 즉 read의 3'에 어댑터 서열이 나오게 되고 어댑터와 그 이후의 서열을 전부 제거할 때의 실행 모드라고 보면 된다.

혹은 좀 더 간단한 방법을 쓸 수 있다. 두 어댑터 서열이 모두 공통적인 접두어(AGATCGGAAGAGC)를 갖고 있음에 착안하는 것이다.

cutadapt -a AGATCGGAAGAGC -o trimmed.1.fastq.gz reads.1.fastq.gz
cutadapt -a AGATCGGAAGAGC -o trimmed.2.fastq.gz reads.2.fastq.gz

입력 파일이나 출력 파일 전부 read의 수는 같다. 즉, read 전체가 다 trim되어 제거가 되어도 서열 헤더와 길이 '0'짜리 read가 출력 파일에 남아 있다는 뜻이 된다.


Paired-end read의 처리

paired-end read를 처리할 때에는 trim 작업 결과 길이가 어느 기준 이하로 줄어들었다면 그 read를 제거함은 물론 반대편 read(mate)도 없애야 한다. cutadapt에서는 이를 위해서 아직까지는 두 번의 작업을 거쳐야 한다. 실제 작업은 다음과 같이 세 단계를 거친다(홈페이지에 있는 예제를 가만히 들여다 보니 생각보다 어렵다. -p 옵션의 의미를 도대체 모르겠다. 한참을 더 공부하여 겨우 확인하였다. 어쩌면 SolexaQA 혹은 SolexaQA++가 더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SolexaQA는 내가 알기로 어댑터 서열 제거는 하지 못한다).

(1) cutadapt -q 10 -a ADAPTER_FWD --minimum-length 20 -o tmp.1.fastq -p tmp.2.fastq reads.1.fastq reads.2.fastq

자, 조금 어렵다. -p FILE은 무슨 의미인가? cutadapt --help를 해 보면 "Write reads from the paired-end input to FILE."라고 되어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 1st read file에 trim이 적용되고 나서 -o로 지정된 파일에 씌여질 것은 당연한데, -p로 지정된 파일에는 도대체 뭐가 기록된단 말인가? tmp.1.fastq는 길이가 제각각이지만 tmp.2.fastq는 그렇지 않다. 그러나 두 파일에 기록된 read의 수는 같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석을 할 수 있다. -o로 지정된 tmp.1.fastq에는 실제 어댑터 제거와 트리밍까지 이루어져 살아남은 read만이 기록되고, -p로 지정된 tmp.2.fastq에는 이와 짝을 맞춘 second read가 기록된다. 매우 독특한 작동 방식이다.

(2) cutadapt -q 15 -a ADAPTER_REV --minimum-length 20 -o trimmed.2.fastq -p trimmed.1.fastq tmp.2.fastq tmp.1.fastq

그렇다면 두번째 단계에서 할 일은 명백하다. tmp.2.fastq와 tmp.1.fastq가 순서대로 인풋 파일이 된다. 최종적으로 쓰일 파일은 -o trimmed.1.fastq -p trimmed.1.fastq로 지정된 2개이다. 이제서야 어렴풋하게 이해를 하겠다.

(3-임시 파일 제거) rm tmp.1.fastq tmp.2.fastq

아직 이해가 완벽하게 된 것은 아니다. 예제에서는 왜 first와 second read에 대해서 -q 값을 다르게 적용했는가 하는 점이다. second read의 quality가 first read보다는 더 나쁘므로(per base quality plot을 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일부러 더 stringent하게 trim을 유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first 및 second read에 똑같은 옵션(-q 20 --minimum-length 50 -a AGATCGGAAGAGCACACGTCTGAACTCCAGTCAC)을 적용해 보았다. 어댑터 서열을 지나치게 길게 설정한 것이 보기는 좋지 않다. 어찌되었든 15,833,979개의 read 중에서 first file에서는 15,720,585개, second file에서는 15,467,766개가 살아남았다. 따라서 같은 조건을 적용하면 당연히 second file에서 더 적은 read가 살아남는다.


만약 일루미나 TruSeq 방법으로 시퀀싱 라이브러리가 만들어졌다면, NGS raw data 등록 시 어댑터 서열을 공급하지 않아도 대부분 같은 원리가 적용됨을 알 수 있지 않을까? NGS에 사용되는 거의 대부분의 어댑터/프라이머 서열이 여기에 수록되어 있으니 참조하도록 하자.

Trimming과 관련한 최근 논문이 있어 소개한다.

An Extensive Evaluation of Read Trimming Effects on Illumina NGS Data Analysis
오랜만에 효모의 RNA-seq 데이터를 받아들었다. 시료는 총 4개. Sample에 대해 기술한 파일을 열어보니 다음과 같은 어댑터 정보가 있다.

Adapter,AGATCGGAAGAGCACACGTCTGAACTCCAGTCA,,,,,,
AdapterRead2,AGATCGGAAGAGCGTCGTGTAGGGAAAGAGTGT,,,,,,

자, 이게 뭔 말이냐? 일루미나의 MiSeq Sample Sheet Quick Reference Guide 2012년 11월판 10-11쪽을 보자.

Adapter. Specify the 5' portion of the adapter sequence to prevent reporting sequence beyond the sample DNA.
AdapterRead2. Specify the 5' portion of the Read 2 adapter sequence to prevent eporting sequence beyond the sample DNA

즉 insert(sample)의 길이가 sequencing read보다 짧을 경우, 샘플 DNA 서열을 지나서 나타나게 되는 어댑터의 서열을 read 1과 read 2에 대해서 표시한 것이다. 서열을 살펴보니 매우 낯이 익다. 이 포스팅 윗부분의 cutadapt 사용례에서 보인 것 그대로이다. Read 1에서 sample DNA를 넘어서 나올 수 있는 adapter는 TruSeq indexed adapter(P5)이고, read 2에서는 TruSeq universal adapter(P7)의 reverse complement이다. 즉 이번 데이터는 지극히 보편적인 어댑터를 사용한 것이다.

구글링 과정에서 잘 정리된 문서를 또 하나 발견하였다. 


일루미나 데이터에서 어댑터 서열을 제거하기 위한 사전 지식

일루미나 paired-end sequencing을 위한 표준 라이브러리(바코드 사용)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structure
(그림 출처: http://nextgen.mgh.harvard.edu/CustomPrimer.html)

P5와 P7 서열은 워낙 유명하므로 알아두는 것이 좋겠다.

P5: 5' AAT GAT ACG GCG ACC ACC GA 3'
P7: 5' CAA GCA GAA GAC GGC ATA CGA 3'

인서트 좌우의 전체 어댑터 서열을 알아보자. P5와 P7 서열은 파랑색으로 표시하였다. blunt end로 만들어진 insert의 3'-end에는 A가 하나씩 더해지므로, insert와 인접한 어댑터 서열에 외견상 A 혹은 T가 하나씩 더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왼쪽 TruSeq universal adapter) 
AATGATACGGCGACCACCGAGATCTACACTCTTTCCCTACACGACGCTCTTCCGATCT3´
(오른쪽 TruSeq indexed adapter: P7의 상보적 서열이 3'-end에 보인다.)
5´AGATCGGAAGAGCACACGTCTGAACTCCAGTCAC‐NNNNNN‐ATCTCGTATGCCGTCTTCTGCTTG

양쪽 프라이머 결합 부위와 insert가 바로 인접해 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read 시작 부위에 잡다한 어댑터 서열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라이브러리 제작 시 아무리 insert에 대한 길이 콘트롤을 잘 했다 하더라도 read 길이보다 짧은 insert가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한쪽 read가 insert를 완전히 관통한 뒤 반대쪽 어댑터 서열까지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태로 만들어지는 read는 de novo assembly에서 방해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어댑터 서열이 read내에서 확인되면 거기부터 이후를 전부 제거해 버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라이브러리에 사용되는 가능한 모든 어댑터의 서열 정보를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여기서 기억해 둘 점이 하나 있다. 시퀀싱용 프라이머는 부분적으로 12 bp의 상보적인 영역을 갖고 있다. TruSeq DNA sample preparation kit v2를 이용하여 라이브러리를 만들 때 이들이 일부는 상보적인 쌍을 이룬 Y-shape 형태로 공급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이를 그림으로 좀 더 쉽게 이해하려면 다음 사이트를 방문하라. 복잡한 다단계 PCR을 하지 않고 어떻게 인서트 양쪽에 서로 다른 어댑터가 붙게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아직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다. Y-형태의 어댑터를 쓰지 않으면 양 끝에 같은 종류의 어댑터가 붙는 것을 어떻게 방지할까? flowcell에서 클러스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일까?

http://onetipperday.blogspot.kr/2013/06/illumina-hiseq2000-adaptor.html
http://www.bio-rad.com/webroot/web/pdf/lsr/literature/Bulletin_6343.pdf


아래에서 색깔로 표시한 부분이 바로 상보적인 서열이다. blunt end로 만들어진 insert의 3'-end에는 A가 하나씩 더해짐을 잊지 말자.

5'----GCTCTTCCGATCT[INSERT---- DNA]AGATCGGAAGAGC----3'

따라서 어느 방향으로 읽든지 (A)GATCGGAAGAGC가 나오기 시작하면 그 이후는 제거하면 된다. 실제로 CLC Genomics Workbench에서 read들을 펼쳐놓고 (A)GATCGGAAGAGC를 검색해 보니 상당히 많은 read가 이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에는 리눅스 커맨드 라인에서 단순하게 grep을 해 보았다. 정확하게 GATCGGAAGAGC 서열을 갖고 있는 read를 찾아보니 총 1583만 read 중에서 1392개이다. 아주 단순한 계산으로 1만분의 1 이하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de novo assembly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준이라는 생각도 든다.

2014년 10월 24일 금요일

[나무를 알자-No.2] 중국단풍


  • 이름: 중국단풍, 무환자나무과 Acer buergerianum 
  • 촬영일: 2014년 10월 24일
  • 촬영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내




일을 하다가 잠시 눈을 쉬러 건물 밖에 나갔다가 평소에 봐 두었던 나무를 촬영하였다. 아기 손바닥같이 귀엽게 생긴 잎의 모양만을 보고 무슨 나무인지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한국조경수협회 대구경북센터의 홈페이지를 그냥 뒤져보다가 이것이 중국단풍임을 알게 되었다.

(중국)단풍인가, (중국)단풍나무인가? 지난번 산수유와 비슷한 질문이다.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의하면 추천명은 '중국단풍'이다.

중국이 원산지인 낙엽교목으로 한반도 근처 산지에 흔히 존재한다. 병충해에 강하고 맹아력(싹 트는 힘)이 매우 좋아서 도로공사 및 아파트 공사에 널리 쓰이는 조경수이다.

나뭇잎의 모양만을 가지고 어떤 나무인지 알아내는 방법은 없을까? 정동수 박사님을 통해서 경상남도 산림환경연구원에 근무하는 하용식 주무관이 출간한 <마법의 나뭇잎사전>이라는 책을 소개받았다. 약 30만종에 해당하는 식물 잎사귀가 마법의 10공식에 따라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세번째 나무는 이 방법을 가지고서 어떤 나무인지 알아내기 위해 도전해 보도록 하겠다.

지금까지의 목록: 산수유 - 중국단풍

2014년 10월 22일 수요일

[나무를 알자-No.1] 산수유


  • 이름: 산수유(山茱萸) 층층나무과 Cornus officinalis
  • 촬영일: 2014년 10월 22일
  • 촬영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내



겨울에 잎이 지는 교목이다. 봄에 노랗게 꽃이 피던 모습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산수유는 그 자체로 나무의 이름인가, 혹은 열매만을 일컫는 것인가? 갑자기 혼동스럽다. 감나무와 감은 분명히 다르지 않은가. 국가표준식물목록을 검색해 보니 '산수유'가 추천명이다. 이맘때에 빨갛게 열리는 열매가 특징이다. 남자에게 좋다는...^^

아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서 산수유 도감사진을 보려고 했더니 크롬 브라우저에서는 보이질 않는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접속하니 이번에는 웹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하란다. 뭐가 이렇게 까다로운가. 오늘 새로운 것을 몇가지 알게 되었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과 국가표준식물목록.

"오늘 퇴근 전까지 부탁드립니다"

오랜 시간을 공들여 고민하여 해결해야 할 일이 있고, 마감일 전에 가벼운 마음으로 해도 되는 일이 있다.

일을 하는 우선 순위는 어떻게 잡는 것이 좋은가? 중요도 우선인가, 마감일 우선인가? 상급 부서 혹은 부처에서 수시로 '퇴근 전까지 부탁한다'는 자료 요청 이메일을 날린다. 받고 보면 오후 4시, 심지어는 5시인 경우가 허다하다.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조사를 하고 생각을 다듬에서 만들어야 할 자료가 이렇게 뚝딱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자료가 이러한 '인터럽트'에 의해서 해결된다. 사안이 중대해서 일주일이나 보름 전에 여유있게 요청된 자료라 해도 이러한 인터럽트에 밀려서 마감일 임박해서야 비로소 파일을 열고 들여다보게 된다. 이런 상황이니 차분히 앉아서 논문을 볼 시간이 별로 나질 않는다. 관련 분야의 동향 파악도 무뎌지는 느낌이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은 이런 부류의 것들이다.
  • 머릿수만 채우면 되는 회의
  • 안건도, 결론도 없는 회의(회의 개최 사실만 실적으로 남는 회의)
  • 빈 칸만 채우면 되는 자료
  • 마감일만 채워서 내면 되는 일
요청하는 사람은 대부분 '甲'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직장의 상위조직, 중앙부처 공무원 등등. 그나마 대학 교수들은 중앙부처 사무관들에게 비교적 대접을 받는 것 같다. 중요한 평가를 할 때 대개 이들이 평가 위원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출연연 소속 연구자나 행정관련자들은 철저한 '乙'이다. 새파랗게 젊은 사무관들에게 욕도 먹고 다그침도 받는다. 그래도 일절 저항하지 못한다. 그들이 사업비를 주무르는 사람들이므로.

어쩌면 나는 행복한 고민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규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처의 공무원을 대해야 하는 기업체나 공기업, 공공기관의 애로사항은 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할 것이 뻔하므로.

한밭 수목원을 다녀와서

가족들과 가끔 들르는 곳이다. 이번 주말 방문에서는 문득 '나무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 입에 들어가는 식재료, TV와 스마트 기기에서 쏟아지는 정보, 깔끔히 포장된 도로... 이런 것들에만 너무 취해 있어서 주변에서 조용히 존재의 향기를 풍기고 있는 나무를 너무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방문에서는 도토리를 만드는 참나무 식구들, 둥글레, 화살나무를 특히 관심있게 보았다. 주변에 심겨진 조경수부터 한 주에 두세가지씩만 공부해도 일이년이 지나면 남들보다는 조금 더 많은 상식을 보유하지 않겠는가?

비록 보이지 않는 게놈을 직업으로 다루고 있지만, 곁에 친근하게 존재하는 식물들의 부름에 이제 관심을 가져볼 때이다.

2014년 10월 16일 목요일

'다시' 운동을 시작하다

아이구 어깨야~

'다시'라는 말을 쓸 자격이 있을까? 마치 내가 한때는 운동을 열심히 하던 사람으로 들릴 소지가 농후하다. 턱이 깨지면서까지 자전거 출퇴근을 열심히 한 적도 있었고, 거의 매일 퇴근 전에 연구소 헬스장을 들른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절대적인 기간이 길지 않았다.

단 과자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전체적인 식사량을 매우 조심스럽게 조절하면서(집에서 체중계에 가장 자주 올라가는 사람은 바로 나다) 작년 건강검진 때보다 약간 줄어든 체중, 그리고 체지방률을 기록하였다.

문제는 근육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줄어들게 된다. 남성적인 외양을 유지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제는 생존을 위해 운동이 필요한 시기이다. 특히 나처럼 척추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사람은 코어 근육을 키울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무릎에서 소리가 나면서 통증이 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관절을 둘러싼 근육과 인대 강화를 위해 운동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각 신체 부위별로 10분-30분짜리 운동 동영상을 보여주는 휴대폰 무료 앱을 하나 깔았다. 지난 일요일 아들과 함께 7.5 km를 걸은 것을 시작으로 휴대폰 앱을 보고 집에서 근육 운동을 하고 있다. 20분씩 아침 저녁으로 재미나게 따라하는데 제법 땀도 많이 나고 힘도 든다. 한동안 팽개쳐져 있던 조립 아령을 다시 찾아서 한쪽에 5 kg씩으로 만들어 놓았다. 실제로는 봉 무게가 있어서 6kg 가까이 나간다.

가장 힘든 운동운 윗몸일으키기 계열이다. 영문으로 된 근력운동 명칭을 보면서 영어의 조어 능력에 감탄하고 있다.

2014년 10월 15일 수요일

TDA7297 앰프 보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한 두번째 싸구려 앰프 보드이다. 가격은 4.49 달러였고 무려 32일만에 도착하였다. 채널 당 12와트가 나온다. 음질은 들을 만하다. TPA3116 브리즈 앰프에 비하면 발열이 좀 있다. 납땜 자체는 봐줄 만한 수준이나 전원 커넥터를 어찌 이다지도 삐뚤게 붙였을까?

중간 볼륨에서 약간의 잡음이 있다. 좋은 점은 팝 노이즈가 없다는 것.


회로도와 기판 레이아웃을 아래에 보였다. 출처는 알리익스프레스(내가 이 보드를 구입했던 바로 그 판매자의 사이트는 아님)

출처: http://www.aliexpress.com/item/free-shipping-10pcs-AC-DC12V-TDA7297-Rev-A-Low-Noise-Audio-Amplifier-Board-2-15W-Dual/1898302976.html


2014년 10월 14일 화요일

교원 연구실적 인정범위 및 기준

UST 교원 재임용과 관련하여 메일을 정리하다가 유용한 정보를 발견하여 포스팅한다.

(누르면 커짐)


2014년 10월 7일 화요일

다중볼륨(multivolume) tar archive 풀기

약 10년 전에 CD-ROM에 저장하기 위하여 일정 크기로 잘라서 multivolume tar archive를 만들어 둔 것이 있다. 이를 별 생각 없이 그대로 순차적을 풀었더니 각 볼륨의 끝자락에 걸린 파일이 손상된 상태로 나타난다. 당연한 이야기이다.

약간의 구글링...

Creating and extracting multivolume tar files

첫번째 파일이 first.tar라고 가정하자.

$ tar -xMf first.tar

두번째 볼륨을 넣으라는 메시지가 나오면 n second.tar라고 입력하는 것이 포인트이다. 그냥 엔터를 친다고 해서 동일 디렉토리에 있는 다음번 파일을 인식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2014년 10월 5일 일요일

거실 등기구 개조(LED 모듈 장착)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온지 벌써 10년, 입주 당시에는 수리를 하고 들어왔지만 이제 점점 보수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욕실 세면대 수전 교체, 현관문 잠금장치 교체, 발코니 블라인드 교체에 이어서 이제는 천장에 붙은 형광등들이 말썽이다.

거실 형광등은 55W FPL 램프가 5개 장착된 것이다. 수년 전, 등이 차례로 들어오지 않아서 점검을 한 결과 안정기의 수명이 다 된것을 확인하고 그 중에서 세 개만 전자식 안정기로 바꾸었다. 그런데 이것 중 하나가 최근 켜지질 않는다. FPL 램프 소켓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요즘 인기를 끄는 LED 조명으로 전체를 다 갈아버릴까, 아니면 소켓만 교체할까?

안정기를 전자식으로 교체한 것이 대략 2년 전. 아직 교체를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55W FPL 3등은 그대로 두되 비어있는 두 등은 동등한 밝기의 25W LED 모듈로 바꾸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FPL 소켓과 단자대를 옥션에 주문하였다.

인터넷을 검색하여 대경 LED라는 업체를 발견하였다. DIY용 LED 모듈과 전압 컨버터를 세트로 판매한다. 기존 등기구에 간편하게 자석으로 고정하는 제품이다(제품링크). 얼마 전에 용산에 갈 일이 있어서 조명상가를 들러 보았는데 DIY 제품을 취급하는 곳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일반 매장에서는 가격이 높은 등기구 전체나 취급하지 DIY 제품은 갖다놓지 않으니 인터넷으로나 알아보라는... 당연한 말씀이다. 결국 인터넷으로 LED 모듈과 컨버터 세트를 구입하였다.

컨터버를 자석으로 간편하게 고정할 계획이었는데, 자석이 너무 강력하여 서로 부딛히면서 한개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에구, 아까워라... LED 판만 같이 구입한 사각형 자석으로 등기구에 고정하고 컨버터는 볼트로 고정하기 위해 드릴로 구멍을 뚫어야만 했다. 컨버터가 기존의 안정기보다 길어서 원래 있던 구멍을 하나밖에 활용할 수 없었다.

작업 중 가장 까다로운 것은 단자대 결선. 공통 단자에는 5개의 전선이 들어가야 하는데, 나사로 조이는 방식이 아니라 선을 그냥 밀어서 끼우는 방식이다. 전원쪽에서 오는 선은 두꺼운 단심 동선이라 상관이 없는데, 안정기 및 컨버터쪽은 연선이 다섯개이다. 2-3개 정도는 어떻게 찔러 넣겠지만, 공통단자에는 다섯개나 연결을 해야 한다. 적당히 쑤셔 넣기는 했는데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등기구 고정에는 일손이 필요하다. 아들의 도움을 받아 천장에 부착하고 전원 차단기를 넣은 뒤 드디어 점등~



2014년 9월 30일 화요일

고장난 조명, 비디오폰...

아파트가 오래되다 보니 여기저기서 보수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취미로 즐기는 간단한 납땜은 언제든지 즐겨 하는 반면, 정작 모든 식구들에게 기쁨을 주는 집안 보수에는 게으른 편이다.

거실 형광등의 안정기를 전자식으로 바꾼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소켓을 예전 것 그대로 쓰느라 접촉이 좋지 않다. LED 등으로 전부 교체하는 것도 고려해 보았는데 아직은 남아있는 FPL 형광등이 있어서 소켓만을 따로 구입해서 교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거실 형광등은 55 W FPL등 5개가 달려 있다. 스위치를 작동하면 2개 및 3개를 별도로 켜게 되어 있다. 따라서 스위치 박스에서는 3개의 선이 올라오고, 이를 분배하는 부품이 있는데 열로 삭아서 곧 부서질 것만 같다. 대개 이런 부속은 굵은 동선(단선)을 쿡 찔러넣는 것으로 연결을 하는데, 선을 뺄 때에는 부속의 일부를 누르거나 뾰족한 것으로 찌르면 내부에서 물린 전선이 빠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형광등의 열로 플라스틱 부품이 망가졌는지 지난번 안정기 교체 때에는 선이 도저히 빠지지 않아서 스위치에서 올라오는 전선을 일부 잘라내야만 했다.

기왕 보수를 하려면 이 부속을 갈아야 하는데, 도대체 부속 이름을 모르겠다. 형광등 관련 부속을 파는 사이트를 뒤지다 드디어 이름을 알아냈다.

1P(2P 혹은 3P) 전선단자!

어떤 사이트에서는 검색의 편의를 위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이름을 걸어 놓았다.

3P단자 커넥터 배선커넥터 복합꽂음커넥터 전선커넥터 전선단자 단자대 전선연결단자 배선커넥터....

이제 실마리가 풀려나간다. 옥션에서 구입하여 사용하도록 하자. LED로 교체하는 것은 몇 년 뒤에나...

그 다음 문제는 비디오폰이다. 인터폰이 되질 않으니 간혹 무성의한 택배 기사가 집에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경비실에 맡기고 가는 일이 잦다. 착불로 물건을 받으려면 아주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단순히 2점 연결식 인터폰이 아니고 전화 겸용이다. 기계만 새로 사려면 20만원 이상이나 된다.

중고 전화기를 연결하여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어렵사리 기계를 들어내어 뒷면을 보니... 어라, 어느 전선이 무슨 용도인지 알 도리가 없다. 커넥터 처리가 된 가느다란 4개의 전선은 대문 바깥쪽의 카메라와 마이크/스피커 용도겠지만, 내부 인터폰용 두 가닥의 선은 도대체 어느 것이란 말인가? 잘못 건드렸다가 감전까지 되고 말았다. 220볼트가 직접 들어가는지?

퇴근하면 테스터로 찍어보면서 탐구를 해야 되겠다.

[결론] 망가진 인터폰은 초인종을 겸하고 있다. 일반 전화기로 대체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파트 1층 입구에 각 세대의 인터폰을 호출할 수 있는 전화기가 놓여 있다. 이는 연결법을 아는 전문가가 설치한 것이겠지! 초인종 기능은 필요가 없으니...

2014년 9월 27일 토요일

신당동에서 떡볶이 먹고 황학동 벼룩시장 가려다 서울풍물시장까지 간 사연

황학동 벼룩시장, 청계천 도깨비시장... 엇비슷한 위치에 있는 중고 물품을 파는 시장이지만 90년대 들어 결혼과 함께 서울을 떠난 나에게는 중고 전자제품이나 카메라 등 남자로서 호기심을 가질만한 물건을 파는 시장으로 언젠가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으로만 남아있는 장소이다. 청계천 복원 전에는 각종 공구나 전자제품, 광학제품 등을 파는 좌판이 즐비했었고 중고 물품을 파는 가게는 주로 청계천로 큰길 뒤편 골목에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작년 초겨울에 아들과 함께 황학동 벼룩시장 골목을 찾은 적이 있다. 내가 원했던 곳은 상태가 불확실한 중고물품(수집이나 인테리어 장식 이외에는 별 쓸모가 없는?)을 파는 좌판이 아니라 중고 전자제품이나 악기 등을 파는 점포가 밀집된, 언론에도 여러차례 소개된 유명한 골목이었다. 정확한 위치를 몰라서 지하철 동묘역에서 내린 다음 성동기계공고 근처를 헤매다가 원하는 곳을 비로소 찾았다. 도로명으로는 마장로3길에 해당한다.

오늘 다시 볼일이 있어서 서울에 갔다가 신당동 떡볶이거리에서 점심을 먹었다. 목적지는 가끔 방문한 적이 있는 <마복림할머니 막내아들네>. 신당동 지하철역 6호선쪽 8번 출구로 나오면 성동소방서가 있는 큰 골목이 나오고 그리고 조금만 들어가면 신당동 떡볶이거리를 알리는 표지가 보인다.



아들과 함께 2인분 기본과 주먹밥을 먹은 뒤 작년에 찾았던 황학동 벼룩시장을 찾기로 했다. 주차요원에게 성동기계공고 위치를 묻고는 대충 걸어서 찾기로 했는데... 길거리에 드문드문 서있는 표지판은 황학동 벼룩시장이 아니고 <서울풍물시장>이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둘은 사실 같은 곳이 아니고 지리적으로도 거의 1km 가까이 떨어져 있다. 그러나 나는 중고물품을 파는 비슷한 곳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지나는 행인에게 물어서 <서울풍물시장>으로 가고 말았다. 이곳은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황학동 도깨비시장'등 주변 노점상가를 정리해 2004년 초 동대문운동장 축구장으로 이주하면서 동대문운동장 풍물벼룩시장이 생겼고, 동대문운동장이 공원화되면서 신설동에 새로 건물을 지어 입주시킨 것이라고 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 2층으로 크게 지어진 시장을 두루 구경하다가 신설동 지하철역으로 나가서 용산전자상가로 향했다. 1층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쓸만한 중고가구나 가전, 2층은 의류나 생활용품과 의류 위주로 점포가 입주해 있었다. 오래된 장전축에 걸린 LP에서 최성수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대전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 돌아다닌 곳을 재구성하기로 하였다. 애초에 목적했던 황학동 벼룩시장을 크게 벗어나서 엉뚱한 곳을 돌아다닌 셈이었다. 신당역에서 2호선 길을 따라 동쪽으로 걷다가(퇴계로의 동쪽 끝까지) 북쪽으로 길을 꺾어서 청계8가까지 간 다음 엉뚱한 곳으로 간 셈이다. 황학사거리에서 중고 주방용품 가게가 즐비한 곳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서쪽으로 꺾어서 언덕받이로 향한 마장로로 접어들었어야 원래의 목적지인 황학동 벼룩시장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바로 위 사진의 서울풍물시장 입구 표지판은 아래 지도의 별표 위치에 세워져 있다. 동묘공원 옆길에도 벼룩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작년에 황학동 벼룩시장 입구에서 찍은 사진을 아래에 남긴다. 마장로3길 입구의 표지판이 보인다. 위 지도에서 파랑색 화살표의 시작 부분에서 찍은 것이다. 도로 표지판에 보이는 110m 전방의 사거리는 <흥인사거리>이다. 다음에는 길 잃지 말자!









2014년 9월 26일 금요일

생명정보 연구성과물 등록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

[본 글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및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의 공식적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자가 연구비를 조달하는 가장 중요한 재원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이루어진 정부 R&D 예산이다. 구미 선진국처럼 민간의 기부금에 의한 연구비 지원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인 것이 현실이다. 세금은 제한된 소중한 자원이므로 중복 투자를 막아야 하고, 연구 결과물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산업발전을 위한 초석으로 쓰여야 한다. 정부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을 통하여 연구성과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효율적 활용을 하려는 것도 이러한 취지에 근거하고 있다.
 
보통 논문이나 특허, 개발품 또는 연구 보고서와 같이 연구의 최종적인 결과물만을 연구 성과물로 생각하기 쉬우나,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연구성과물이란 연구개발을 통하여 창출되는 특허·논문 등 과학기술적 성과와 그 밖에 유·무형의 경제·사회·문화적 성과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미래부에서는 이를 구체화하여 유형(실물) 및 무형(정보)8대 연구성과물을 정의하고, 관리 및 유통의 전담기관을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8대 성과물 중 하나인 생명정보, 즉 유전체나 전사체, 단백체 등의 정보의 등록과 관리 및 유통의 책임을 지고 있다. 생명정보는 넓게는 생물자원의 일부로서, 생명연구자원의 확보·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KOBIC에서 전담하기로 규정되어 있다. 최근 차세대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NGS) 기술과 IT 기술이 발달하면서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산출되는 생명정보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맞춤의료·헬스케어/웰니스 대국민 서비스 등 이른바 바이오 빅데이터 경제시대에 대한 기대감도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과 법·제도적 근거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정보 연구성과물의 등록 및 활용 실적은 크게 나아지고 있지 않다.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
 
첫 번째로는 정보 공유와 개방에 대한 국민적인 인식이 아직 널리 확산되지 못한데서 기인한다고 본다.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정이나 온정주의가 선진 사회로 진입하려는 길목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자신의 테두리를 굳건하게 지키려고만 하고 서로 나누고 타협하고 토론하면서 더 큰 가치를 누리려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 큰 원인일 것이다. 국민의 세금을 통해서 만들어진 연구 성과이지만 내가 연구책임자이니 이 성과물은 내 것이라는 의식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연구성과물을 남에게 공개할 경우, 이를 재빨리 다른 성과물로 가공하여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는 다소 막연한 불안감이 아직 남아있는 듯하다. 아직 이런 좋지 않은 사례가 과학기술계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나눔으로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긍정적이고 개방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두 번째로는 연구성과물 관리·유통 전담기관이 그동안 연구성과물을 보유하고 있는 연구자들에게 친숙하지 다가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성과물을 정리하여 등록하는 데에는 연구와는 별도로 수고로운 일이다(궁극적으로는 이러한 노력도 연구 과정의 일부라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를 이행했을 때 연구자에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혜택이 있다고 느껴져야만 등록률이 올라갈 것이다. 법률에서 등록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심지어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제재나 벌칙을 가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형태는 아니다. 선진국의 예를 들어보자. GenBank는 미국 생명공학정보센터(NCBI)에서 유지하는 가장 오래된 생명정보 데이터뱅크이다. 염기서열이나 단백질 서열과 같은 생명정보를 다루는 학술 논문을 출판할 경우, 이를 GenBank와 같은 공공 데이터베이스에 등록·공개하는 것이 대부분 학술지의 지침이다. 이에 따라 자발적으로 정보가 한 곳으로 모이게 되고, 이렇게 모인 정보는 그 양이 늘어나면서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GenBank 없는 바이오 및 의료 연구를 상상할 수 있는가? 이러한 이유로 성과물의 생산자는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생명정보 연구성과물을 GenBank에 등록하게 된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논문을 내기위해 GenBank에 등록을 하고, 국내 규정을 지키기 위해 별도로 국내의 전담기관에 등록을 하는 것을 상당히 번거롭게 느낄 수 있다. 최근 추진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는 사업관리주체가 아예 생명정보 성과물을 국내에 등록하지 않으면 연차평가에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추세이다. 이는 피상적으로는 등록률을 올리는 효과가 있지만, 이렇게 쌓인 성과물은 다른 사람이 검색하여 활용하고 재가공할 수 있도록 확산되어야만 한다. 책상 위에 놓인 엑셀 집계표 실적 숫자로만 존재하는 성과물은 의미가 없다. 이에 대해서는 주무 부처나 성과물 관리·유통 전담기관의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등록된 정보가 실제로 국민과 연구자에게 활기 있게 되돌려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한 데이터 뱅크가 아니라 부수적인 분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세 번째로는 과제 정보를 반드시 기재하게 되어있는 현행의 등록 시스템이 연구자들의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을 오히려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3M이나 구글처럼 혁신의 상징으로 알려진 기업에서는 직원이 리소스(시간 혹은 비용)15~20% 정도를 현업과 관계없는 일을 하는데 쓸 수 있도록 배려한다고 한다. 여기서 창출되는 창의적인 발상이 나중에 회사를 먹여 살릴 수도 있는 중요한 아이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A라는 일을 하겠다고 정부 연구비를 받았으면, 그 목적에 맞는 일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는 계속 바뀌는 시대적 요청사항을 반영한 새로운 연구를 할 여지가 없다. 요즘은 정부 연구비를 따기 위해 어떤 제안을 하려고 하면 항상 <선행연구결과>를 요구하는데, 만약 그동안 하던 일과 관계가 없는 새로운 분야라고 한다면, 선행연구 결과가 있다는 것은 이전의 연구과제를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했음을 고백하는 일이 된다.
 
바로 여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현행 연구성과물 등록 시스템에서는 이 성과물이 산출되는데 관여한 연구과제정보를 반드시 기록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예비연구의 차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실제 성과물과 연구과제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꽤 많이 존재한다. 매우 흔하게 겪는 사례를 들어 보자. 모 연구소의 김 박사는 여러 연구과제를 통하여 A라고 하는 우수한 세포주를 개발하였다. 당연히 NGS 기술을 이용하여 유전체 정보를 해독하고 싶었지만 연구비가 없었다. 이러한 사정을 알게 된 이 박사는 마침 시퀀싱을 맡기려던 자신의 시료 10개에 김 박사의 시료를 추가하여 큰 추가비용 없이 유전체 해독을 실시하였고, A.fastq라는 성과물을 얻었다. 비용은 이 박사의 과제 LEE0001에서 충당하였다. 물론 LEE0001 과제의 당초 계획에는 A 세포주의 연구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다. 이 경우, A.fastq를 연구성과물 등록 시스템에 올리고자 할 때 LEE0001 과제를 연관 과제로 입력할 것인가? 시퀀싱 결과물만을 성과물로 본다면 LEE0001을 연관 과제로 설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틀리지 않다. 그러나 이 박사가 이 성과물에 대해 과제책임자로서 등록증을 발급받게 되면 김 박사는 매우 심기가 불편할 것이고, 이 박사 입장에서는 당초 연구 계획에 없던 성과물을 발생시킨데 대하여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A라는 세포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다른 여러 과제가 관련되었을 수도 있는데, 이것들도 A.fastq를 생성하게 만든 과제로 간주해야 하는가? 이 점도 생각해 볼 문제이다.
 
최근 들어서는 등록된 연구성과물 자체를 평가하고자 하는 움직임까지 부처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 , 등록된 건수 위주로만 평가를 하면 의미가 없거나 함량 미달의 데이터까지 등록하는 일이 벌어지므로 이를 정성적으로도 평가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박사의 입장은 남을 도와주고도 더욱 난처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보다도 더 복잡한 상황을 얼마든지 주변에서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김 박사가 일년 쯤 지난 후 A 세포주에 대한 연구과제를 신청하여 KIM0002라는 과제를 드디어 따냈다고 하자. 이제 이 과제에서 박 연구원을 고용하여 A,fastq라는 raw data를 성공적으로 분석하여 A.contig라는 성과물을 창출했다고 하자. A.contig의 연관 과제는 LEE0001인가, 혹은 박 연구원의 인건비와 컴퓨터 구입 비용 및 간접비를 댄 KIM0002인가? 그리고 김 박사가 A 세포주의 유전체 분석 결과물을 훌륭하게 해석하여 좋은 학술지에 발표했다고 가정하자. 과제 평가를 앞둔 김 박사는 당연히 KIM0002 과제를 단독으로 사사하고 싶을 것이다(시퀀싱 비용에서 도움을 준 이 박사는 공저자로 들어가거나 사사에 언급될 수 있고, 이는 두 사람의 합의에 따라 결정할 일이다). 그러면 연구성과물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A.fastq, A.contig의 재료가 된 성과물은 LEE0001이 연관 과제로 되어 있는데 왜 논문(KIM0002)과는 과제 사사가 다르냐고 과제 관리 기관에서 해명을 하라고 요구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아직은 그런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이 성과물이 어느 과제에서 산출되었나, 혹은 어느 부처에서 발주한 연구개발사업의 성과인가를 따지는 것은 엄정한 과제 관리를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이를 지나치게 따지다 보면, 예비연구 성격의 성과물을 등록하려는 개별 연구자들은 등록 과정에서 관련 연구과제가 도대체 어느 것인지를 고민하다가 아예 등록을 하지 않게 되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관 과제를 기재하는 것을 필수 항목으로 하지 않고 자유도를 부여하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사업단 차원에서 관리를 하거나 혹은 정보 생산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제에서는 어차피 연차 평가를 위해서 정확한 과제 정보와 함께 자발적인 성과물 등록이 이루어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연구과제의 당초 목적에는 명시적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다 해도 연구책임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생산된 생명정보(특히 새로운 분야를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에 대해서는 연구과제 정보를 명시하지 않아도 무방하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이외에도 세부적이고 기술적인 면에서 결정할 사항이 존재한다. 등록된 생명정보의 현황이 어떻게 되는지는 주무부처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지만, 연구자 측면에서는 실제 쓸 만한 정보를 풍부히 갖고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등록된 생명정보를 도대체 어떤 단위로 셀 것인가? 단순히 서열의 숫자만으로 집계를 한다면, 완성도가 떨어져서 contig 혹은 scaffold가 무수히 많은 genome project가 더 우수한 성과라고 오해를 살 수 있다. 또한 전사체 정보의 경우 차등 유전자 수의 다소를 가지고서 우열을 따질 것인가? 이는 대단히 비과학적이다. 더욱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면 등록된 정보의 건수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치 혹은 실적에 연연하게 되면 줄세우기를 중요시하는 우리 문화에서 이는 항상 증가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게 되고, 활용을 강조하다 보면 정보분양 실적또는 창출한 경제적 가치라는 새로운 수치로 연구성과물 등록 및 활용 시스템 자체를 평가하려고 애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 기술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 하는 부분은 관리 및 유통 전담 기관이 고민하여 해결해야 할 사항이고, 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좋은 제도의 취지를 이용하고 정보를 공유하려는 분위기의 확산, 그리고 이를 촉진하는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이상과 같이 생명정보 연구성과물의 등록 및 활용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몇 가지로 나누어 짚어 보았다. 이상의 사례는 필자가 수집한 200 건 이상의 유전체 데이터를 막상 등록하려다가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GenBankraw data는 물론 contig sequence까지 전부 등록하여 공개하고 논문까지 발표를 하였지만 정작 국내의 연구성과물 등록시스템에는 raw data 생산과 연관된 과제정보를 사실 그대로 기입하기가 난감하여 등록을 못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보라.
 
비록 외국 사이트이지만 성과물이 전부 등록되어 전 세계에 공개된 상태인데 다시 수고스럽게 국내 사이트에 등록을 할 필요가 있을까?”
 
국내 사이트에 정보를 등록하면 GenBank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새로운 가치를 더하거나 심층 분석을 하여 제공하는 것도 아닌데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매력적인 정책과 서비스(정부 및 유통관리 전담기관)과 인식의 전환(연구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