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일요일

그런 액티브 스피커는 없다

  1. 공연 시 모니터용으로 쓸 수 있으면서,
  2. 버스킹에서는 220볼트에 연결하지 않고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고,
  3. 마이크로폰/Hi-Z/라인 입력이 동시에 되며(반주 트랙을 재생함과 동시에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어야 함), 
  4.  믹서 또는 다른 액티브 스피커에 연결 가능한 라인 출력을 갖추고 있고,
  5. 블루투스 연결이 가능하며MP3 재생 기능은 있으면 좋지만 필수는 아님)
  6. 충전 혹은 배터리로 구동 가능한 최소 8인치급의 저렴한(30만원 미만) 액티브 스피커.

이런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모두 갖춘 액티브 스피커는 없다. 

만약 내 파워앰프인 인터엠 R150PLUS의 두 채널을 각각 메인 스피커와 모니터 스피커 용으로 분리해서 사용한다면 적당한 패시브 스피커 하나를 구입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위의 조건에서 2번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리고 메인 스피커로 보내는 출력은 단일 채널을 써야 하므로 8옴 기준 50와트로 만족해야 한다.

전원 공급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교류 220V 상용전원을 쓰는 것으로 마음을 먹으면 선택이 한결 수월해 진다. 예를 들어 Behringer의 B207MP3(6.5인치, 최대 150와트)는 블루투스 연결은 되지 않지만 MP3 플레이어는 내장되어 있다. 약간 작으면서 MP3 플레이어가 빠진 B205D(5.25인치)라는 것도 있고, 더 작으면서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B105D(5인치)는 음질 면에서 좋은 평을 받지 못한다. 모델명 뒤의 'D'는 class D amplifier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맥키의 SRM150은 이 베링거 모델의 맏형쯤 되는 제품일 것이다.

Behringer EUROLIVE B207MP3. 사진 출처: Behringer 웹사이트.


아래에서 보인 조사 결과 중에서 두꺼운 글꼴로 표시한 모델은 충전식 혹은 전지를 사용한 진정한 이동식 액티브 스피커이다.

베링거 PK108A(8인치, 2-way, 최대 240와트)는 입력 채널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마이크를 연결하면 RCA/MP3/블루투스 중 하나로 할당되는 1쌍의 스테레오 입력만이 남기 때문이다. 12인치급인 PK112A가 되어야 채널이 겨우 하나 늘어난다. 이러한 면에서는 레이니의 AH110이 좀 더 경쟁력이 있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의 스피커를 구입하면 이미 보유한 파워앰프와 패시브 스피커의 의미가 희석된다. 장착된 스피콘 단자는 패시브 스피커(최소 8옴)를 추가로 연결하기 위한 것이다. 

Behringer PK108A. "This is ideal for live sound, portable PA, Karaoke, monitor wedge and House of Worship applications". 사진 출처: Behringer 웹사이트.


베링거의 충전식 앰프인 MPA30BT(6인치, 2-way, 최대 30와트)는 마이크와 기타를 동시에 쓰지 못한다. 출력 단자가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여기에는 납산(lead-acid) 배터리가 들어 있다.

Behringer MPA30BT. 사진 출처: Behringer 웹사이트.


Laney의 AudioHub FreeStyle(8인치)은 매우 다양한 입력을 지원하며, 6개의 AA 건전지 또는 어댑터로 작동한다. 소규모 버스킹 용도로는 아주 그만이다. 그러나 출력이 5와트에 불과하기에 메인 스피커와 함께 모니터용으로 쓸 경우 소리가 잘 들릴지 알 수가 없다. 만약 SPL 수치가 매우 높은 스피커 유닛을 사용했다면 메인 스피커와 견줄 수준의 소리가 날지도 모른다. 6.35 mm 헤드폰 단자(스테레오)는 라인 아웃을 겸한다.

Laney AudioHub FreeStyle. 사진 출처: Laney Amplification.


Laney의 CONCEPT CXP-110(10인치, 2-way, 65와트)는 원래 스테이지 모니터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 입력 채널은 저 임피던스용 2개 뿐이라 기타를 직접 연결하지 못하고, 나무로 만들어져서 너무 무겁다(10.5 kg).

Laney Concept CXP-110. 사진 출처: Laney Amplification.


Artec의 Avenue 및 PMD3-8은 전부 단종되었다.

JNR Music에서 취급하는 Troll 브랜드에 흥미로운 앰프가 두어 개 있다. TI-JR(19와트) 또는 BUSKER BOX(RMX 40와트? RMX는 RMS의 오타일 것으로 추정됨).

며칠 동안의 검색 끝에 가장 늦게 발견한 것은 ALTO의 Über PA(6.5인치, 2-way, 피크 50와트). 이것 역시 납산 배터리(12V 5AH)가 들어 있다. 우퍼의 직경이 약간 작은 것을 제외하면 위에서 나열한 조건을 거의 다 갖추고 있다.

ALTO Uber PA. 출처: ALTO Professional 웹사이트.


파워드 앰프에 따라서는 XLR + 6.35 mm 콤보 입력 단자를 갖춘 것이 많다. 그런데 6.35mm 단자는 Hi-Z 입력으로 고정된 것이 간혹 있어서(특히 베링거 제품) 내가 최근에 구입한 무선 마이크를 쓰기가 별로 좋지 않다. Hi-Z 입력 단자에 low impedance 소스를 연결했을 때 소리가 안 나는 것은 아니지만, 최적의 조건은 아니다.

이젠 힘들어서 더 이상 조사를 못하겠다. 주말 내리 하도 휴대폰을 들여다 보아서 시력이 조금은 떨어지지 않았나 걱정이 된다.


플라네타리움이 사라진 천체관

2024년은 공룡 화석이 발견된 지 200주년이 되는 해라고 한다. TV에서 관련 프로그램(벌거벗은 세계사 '화석으로 푸는 공룡의 비밀')을 보던 아내가 국립중앙과학관에 가서 공룡 화석을 다시 보고 싶다고 하였다. 최근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공룡은 파충류보다는 새에 더 가깝다고 한다. 유독 어린이들에게 공룡이 인기가 있는 것은 영화사의 전략이었다고 하던가? 아직도 발굴이 되지 않아서 그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멸종 생물체가 있을지도 모른다. 얼음에 뒤덮인 남극 대륙이나, 바다 속으로 가라앉은 대륙(아틀란티스?) 땅 밑에 말이다.

구글 포토를 찾아보니 마지막으로 과학관을 찾았던 것은 2018년이었다. 날씨 좋은 일요일 오후를 집에만 머물기는 아깝다는 생각에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주차장 입구를 제대로 찾지 못해서 과학관을 지나쳐 KAIST쪽으로 우회전을 한 뒤 화폐 박물관쪽 샛길로 들어가서 유성도서관-대덕중학교를 돌아 나와야만 했다. 





자연사관을 빠르게 둘러본 뒤 일단 천체관 관람을 하고 다시 주 전시관을 보기로 하였다. 국립중앙과학관과 대전시민천문대의 천체관을 본 것이 벌써 언제였던가? 3D 안경을 입구에서 나누어 주고 있어서 아마도 별자리 관련 설명을 한 뒤 입체영상물('우리는 외계인')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전통적인 별자리 해설을 보려면 낮 1시 30분 운영 프로그램을 찾았어야 했다(링크).

그러나 관람석 중앙에 있어야 할 플라네타리움이 보이지 않았다. 알고보니 플라네타리움은 천체관의 전시공간 유리창 너머로 물러난 상태였고, 디지털 투영 방식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대한민국'이 선명하게 인쇄된 우주발사체가 과학관에 전시된 것은 정말 뿌듯한 일이다.

미래기술관쪽에서 바라본 천체관.
천체관 돔에 비춰진 황도 12궁.


이제는 전시물 신세가 된 GOTO GSS-II 플라네타리움. GOTO 회사 소개 링크.

다른 각도에서 촬영.


'우리는 외계인'은 잘 만들어진 3D 영상물이었다. 외계에서 생명체를 찾으려면 지구의 극한 환경부터 돌아 보아야 한다. 심해 열수구, 지표면으로부터 4 km 깊이의 지하, 극지의 얼음 등 미생물 외에는 생명체를 찾기 어려운 환경을 설명하면서 인체 내부의 미생물까지 소개를 하면서 최신 과학기술의 성과를 쉽게, 그리고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밝기가 주기적으로 변하는 별은 행성이 그 주변을 돌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Goldilocks zone, 즉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행성이라면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행성을 현재의 망원경 기술로 들여다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그 행성의 대기로부터 생명체가 만들어 내는 흔적, 즉 산소의 존재를 여러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다면 생명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후보는 태양계 내에도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로봇을 이용한 화성 탐사를 통해서 가장 빨리 알아내게 될 것이다.

'우리의 생존 문제도 제대로 해결을 하지 못하는데 무슨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다는 것인지...' 이것이 최근까지의 내 생각이었다. 그러나 바깥 세상으로 눈을 돌리고 정말 작은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은 비록 절대 다수가 아니더라도 헌신적인 과학자에 의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갖게 되었다.

천체관에서 플라네타리움이 사라진 것은 약간 충격적이었다. 터치 스크린과 입체 영상이 흔해진 이 시기에 관객, 특히 어린이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고전적인 플라네타리움으로는 부족했을 것이다. 물론 GSS-II 플라네타리움의 수명이 다하고 더 이상 생산을 하지 않기에 디지털 영사기로 교체를 했을지도 모른다.

요즘 별을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기의 질도 점점 나빠지고, 무엇보다도 광공해가 너무 심해서 별을 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그러나 한층 더 걱정스러운 것은 휴대폰을 늘 달고 사는 세대가 밤하늘의 별에 관심을 갖기는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체투영관은 입체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으로 변신하지 않고서는 경쟁하기 어렵다. 고전적인 오디오 앰프, 사진기, 망원경... 신체의 일부가 된 휴대폰과 초고속 인터넷 때문에 점점 설 자리를 잃는 과거의 '고급 취미'가 아니겠는가? 한번 방향을 튼 대세를 과거로 되돌리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LP(vinyl)가 다시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닌 것 같다.

스카이워처(Sky-Watcher)의 127 mm 막스토프-카세그레인 망원경. 적도의와 삼각대는 사무실에서 영구 대기 중이다. 화석이 되기 전에 이따금 꺼내어 봐야 하는데... 한때는 정립 프리즘을 달아서 탐조용으로 쓸 생각도 했었다. 그러려면 줌 접안경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럴 요량으로 구입했던 볼 마운트와 삼각대는 또 어디로 갔는가?

초기 인류 형님, 저도 늙어간답니다... 형님은 카페인이나 휴대폰으로 밤잠을 설치지는 않으셨겠죠? 이를 닦지 않았지만 충치도 없었을 것이고, 당뇨병 걱정도 없으셨겠죠. 문명이 주는 질환이나 스트레스는 없었겠지만, 생존 그 자체가 더 큰 걱정이었겠네요.

오랜만에 찾은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광활한 우주 공간에 점 하나와 같은 지구. 그렇게 좁은 세상에 바글거리고 살면서 우리 모두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애를 쓰고 서로를 비교하며 자기가 얼마나 더 잘났는지 확인하려 든다. 무엇이 올바른 삶인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런 철학적인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2024년 5월 18일 토요일

충전식 무선 마이크 - 이것이 중국산 제품의 마지막 직구가 될 것인가

5월 8일에 무선 마이크 이야기라는 글을 썼다. 국내에서 특별히 허가를 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무선 마이크의 주파수 대역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주파수 분배와 관련한 정책은 왜 이렇게 복잡하게 결정되는지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호기심은 결국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아주 싼 가격의 무선 마이크 세트(2개 들이)를 사는 것으로 이어졌다. 




광택이 나는 플라스틱으로 마감 처리된 마이크 본체는 매우 가볍고 장난감과 같은 느낌이었다. 마이크 본체와 수신기에는 전부 18650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 있었고, USB-C 타입의 충전기를 직접 꽂게 되어 있었다. 충전을 완료한 뒤 테스트를 해 보았다. 전원을 넣자마자 마이크와 수신기의 연결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졌다. Behringer UM2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연결하여 Audacity로 확인해 보니 화이트 노이즈가 조금 들린다. 실제로 믹서에 연결하여 파워앰프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어 봐야 원래의 목적(행사 등에서 사용)에 잘 어울리는 물건인지 판별을 완료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무선마이크를 이용하여 녹음을 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행사를 기록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할 수도 있겠다.

마이크 A는 630.65MHz, B는 661.85MHz로 송신이 이루어진다. 채널 변경 기능은 없는 것 같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파는 같은 제품 광고를 보면 마이크에 표시된 주파수가 전부 달랐었다. 저가 제품이라서 아마 제조 단계에서 랜덤하게 골라 포장하여 보내는 것 같다. 설명서에는 같은 주파수와 ID 코드를 쓰는 무선 마이크가 근처에 있어 cross-talk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 적혀 있지만, 설명서에 나오는 frequency hopping button이라는 것이 실제 물건에는 없다. 아래 사진 설명에도 보였듯이, 각 마이크의 송신용 채널은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를 보라. 안테나 옆의 막대기는 전파의 강도나 배터리 잔량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다. 디스플레이 전체에 한꺼번에 불이 들어온다! 게다가 FREQUENCY를 FREQ UEWCY라는 정체 불명의 두 단어로 표시하였다. 작동이 아무리 잘 된다고 하여도 글씨 인쇄가 틀렸다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 무선 마이크의 주파수 대역은 국내법에 의하면 방송이나 공연 관련 사업자가 허가를 받아서 사용하는 것에 해당한다. 공교롭게도 바로 어제, KC 인증이 없으면 6월부터 해외 직구가 금지될 것이라는 뉴스가 전국을 술렁이게 하고 있다. 이 마이크는 전자제품이자 통신기기로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내장하였고, 사용하는 주파수 역시 일반인이 허가를 받지 않고 쓸 수 있는 영역의 것이 아니다. 문제투성이(?)의 물건이 법망의 빈틈을 헤집고 일단 내 손에 들어온 셈이다. 

직구 제한이 실제 어떻게 실현될지는 지켜 보아야 한다. 알리익스프레서나 테무에 요청하여 인증 받지 못한 제품이 한국에는 배송되지 못하게 시스템을 바꾸라고 할 것인지(별로 가능할 것 같지는 않음), 또는 한국 세관에서 전부 통관을 막을지? 후자의 경우 산더미처럼 쌓인 통관 불허 직구품을 어떻게 친환경적으로 폐기할 것인지? 나와 같이 중국에서 각종 전자제품이나 부품을 싸게 구입하여 취미로 납땜질을 하던 사람들에게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는 안전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아마도 값싼 중국제품이 밀려 들어오면서 국내 제조업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심 끝에 내놓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정책이 정말 공식적으로 내세우는 이유와 같이 국민 안전을 증진하는 효과를 낼 것인지? 하필이면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통과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 등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정책에 대하여 '동맹국'인 우리도 공조를 취하는 것인지? 강대국의 정책에 따라 휘둘려야 하는 우리는 제대로 목소리는 내지도 못하고 그저 중국이 배제되면 어떤 반사 이익이 돌아올지 주판알을 굴리기에 바쁜 것 같다. 

미국의 생물보안법은 국내의 유전체 연구자 및 관련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미 보수 언론을 통해서 중국이 국내 유전체 산업에 드리우는 그림자에 대한 지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논설실의 뉴스 읽기] 100만명 유전체 ‘韓 바이오 빅데이터’ 본격화… 미·중 바이오 패권 戰場될 우려 - 조선일보 2024년 4월 19일

이 기사를 읽고서 '중국 기업은 정말 걱정스럽다. 미국이 정말 강력한 제재 조치를 할 만도 하다. 우리도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뜻을 같이 하고 여기에 공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할 말은 많지만, 여기까지만 쓰겠다.


2024년 5월 19일 업데이트

국가 정책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국내 안전인증 없는 제품' 직구 금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 - 한겨레신문 2024년 5월 19일

국무조정실 "현실적으로 불가능...국민께 혼선 끼쳐 죄송"

이정원 차장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2024년 5월 20일 업데이트

이번에 구입한 무선 마이크를 믹서에 연결한 뒤 파워 앰프의 전원을 올려 보았다. 유선 마이크(카날스 BKD-101)보다 출력도 낮고, 디테일도 떨어지며, '쉬-'하는 화이트 노이즈도 꽤 높다. 배경 소음이 있는 야외에서는 스피치용으로 대충 사용할 수 있겠지만, 마음에 드는 품질은 절대 아니다. 역시 싸고 좋은 물건은 있을 수가 없다. 어쨌든 케이블 연결 없이 소리가 난다는 것에만 만족을 해야 되겠다.

2024년 5월 16일 목요일

Paenibacillus polymyxa E681 유전체 프로젝트의 20년 묵은 데이터를 꺼내 먼지를 털다

K-BDS에서 게놈 고물상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다. 사실 이 일을 위하여 개발자 또는 관리자가 별도의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주는 수고를 한 것은 아니다. 단지 고물상에 입고할 목적으로 낡은 물건(데이터)을 정리하여 새로운 기타 타입 데이터로 K-BDS에 차곡차곡 등록을 할 뿐이다. 창고를 뒤져서 낡은 물건을 꺼내어 먼지를 털고 작동이 되는지 확인한 다음 사용 설명서를 붙이는 일 정도라고 여기면 된다.

나는 BioProject 정보를 잘 쓰는데 특히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내가 다루는 거의 대부분의 자료는 미생물(prokaryote)의 유전체 해독과 관련한 것이다. 따라서 연구 대상 미생물이 어떤 학술적인 의미가 있는지, 이로부터 파생된 논문이나 특허 등 성과는 무엇인지 등을 짧은 텍스트에 담으려고 애를 쓴다. 요즘은 Paenibacillus polymyxa E681의 유전체 해독물, 즉 8만개가 넘는 Sanger sequencing chromatogram과 이를 이용한 조립 결과 - 단순한 contig가 아니라 Phred/Phrap/Consed  파이프라인을 이용하여 작업한 모든 중간 결과물 - 를 K-BDS에 제출하기 위해서 열심히 작업을 하는 중이다. 이 미생물의 유전체 프로젝트를 수행하느라 만든 원본 크로마토그램은 CD-ROM으로 구운 뒤 전부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따로 떼어 놓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거의 대부분의 파일이 남아 있었다. E681의 연구 역사는 다음의 2019년 리뷰 논문을 쓰면서 잘 정리해 놓았다. 

Chronicle of a soil bacterium: Paenibacillus polymyxa E681 as a tiny guardian of plant and human health (Front. Microbiol.)

내가 (주)제노텍에 근무하다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2003년 1월 입사하는 전환기에 걸쳐서 이 균주의 유전체를 해독하는데 많은 정성을 쏟았다. 예를 들어 fosmid library의 end sequencing 결과로 만든 복잡한 스캐폴드를 Consed에서 손으로 정리하여 다음과 같은 형태를 만든 일이 있다. 이 그림 역시 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서 발견한 것이다. 요즘은 누구도 이런 식의 수작업을 하지 않겠지만.




2002년쯤에 생산된 크로마토그램을 요즘 다시 정리하면서 이름이 중복된 것을 확인하느라 아주 애를 먹었다. 예를 들어 10개 디렉토리에 100개의 크로마토그램이 나뉘어 저장되어 있는데, 이를 한 디렉토리에 모았더니 95개가 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왜 그랬겠는가? 바로 일부 파일의 이름이 같기 때문이다. Finishing 작업이 진행될 때마다 입수한 크로마토그램을 일차적으로 점검한 뒤 품질이 나쁜 것은 따로 떼어서 보관을 했었는데, 재반응 결과물의 경우 일련번호를 바꾸는 것에 소홀했던 면이 조금은 있었다. 파일 이름 중복은 아주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지만, 바로잡으려면 여간 짜증이 나는 것이 아니다. 이름이 중복된 크로마토그램의 대부분은 최종 assembly에 남아있지 않아서 큰 문제는 없었지만, 이번에 게놈 고물상에 입고하기 위해 '먼지를 털어내는' 과정에서 오류를 전부 바로잡고자 하였다. BASH에서 돌아가는 몇 가지 유틸리티(find, sort, comm 등)를 이용하여 오류 추적 및 수정을 하느라 부처님오신날 휴일을 반납해야만 했다.

최종적으로 82,700여개의 크로마토그램이 확인되었지만 어셈블리(ace file)에는 남아있지 않은 14개의 크로마토그램은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 약간의 아쉬움이 남지만 이것이라도 건진 것이 어디인가.

하드디스크에 남아 있는 정보가 전부는 아니다. 손으로 기록한 노트(아마 예전에 근무하던 사무실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임)를 뒤져가며 궁금한 사항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애써 참았다. 왜냐하면 과거의 연구 데이터를 보관 목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들이는 노력이 당시 연구에 쏟은 노력보다 더 큰 것은 낭비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논리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뭔가를 고치는데 드는 비용이 새로 사는 것보다 몇 곱절이 더 들더라도 이를 포기하지 못하고 추진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 가끔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 토종 미생물인 E681은 다양한 병원균의 생육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식물의 생장을 촉진하고 병 저항성을 증가시키는 탁월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농업 현장에 적용될 수 있는 생물농약으로 개발되지는 못했다. 이는 E681 특유의 '변신' 능력, 이른바 phenotypic variation(PV) 때문이었다. 콜로니의 형태가 드라마틱하게 바뀌면서 여러 표현형이 동시에 달라지는 것이다. 생명연에서는 E681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밝히고 이에 기초한 여러 연구를 오랫동안 수행해 왔지만, 표현형의 변화가 정확히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서 유발되는지를 밝히는 데까지는 지속되지 못하였다. 내 기억으로 두 가지 형태의 콜로니로부터 genomic DNA를 분리하여 일루미나 플랫폼으로 시퀀싱하여 비교를 하였으나 뚜렷한 유전적 증거를 찾지는 못하였다. 아쉽게도 E681 연구의 산 증인이셨던 박승환 박사님이 정년퇴임을 한 이후로는 생명연이 아닌 안동대학교의 전용호 교수 쪽에서 후속 연구가 더욱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안동대 전용호 교수 연구팀, 미생물 변이 변이 관련 활성 저하 원인 구명(2020년)

시간이 된다면 연구 보고서('페니바실러스 폴리믹사균의 표현형 변이 기작 연구'(2019-2022), ScienceON 링크)를 탐독하면서 호기심을 충족해 보고 싶다.

2024년 5월 15일 수요일

공연은 즐거워

눈부시게 맑은 초여름 어느 날, 소규모 공연이라는 추억 한 자락을 남겼다. 준비에 필요한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였고 나를 포함한 팀 멤버 전부 평소에 밴드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야외 공연 현장에서 악기와 음향기기를 어떻게 세팅해야 하는지 충분한 지식이 없어서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시간이 좀 지나면 행사 주최측에서 찍은 동영상 같은 것이 슬슬 올라오기 시작할 터인데, 실수로 범벅이 된 모습이 영원히 '박제'되는 것이 몹시 부끄럽기도 하다. 그렇지만 행사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활력을 주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어떤 일을 마음에 품고 있다고 주변에 이야기하고, 그것을 들은 사람이 기회를 마련해 주고, 준비 과정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기대와 관심을 갖는 선순환 구조를 실감한 즐거운 한 달이었다.

뭐가 이리 복잡해...

내가 맡은 악기. 48키 마스터 키보드(+Alesis NanoPiano)로 공연이라니!

메인 보컬은 머리에 꽃을 둘렀다. 나는 베이스를 치다가..

건반으로 옮겼다가...

기타로 마무리하였다.



방구석에서 자작곡을 연주하고 녹음한다고 10년을 애쓰는 것보다 하루 공연에서 얻는 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드럼 연주자가 없는 급조된 밴드라서 backing track을 따로 만들어서 멤버들의 연주와 함께 휴대폰에서 재생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공연 도중에 전화가 오면 곤란하니 비행기 모드로 돌려 놓는 것은 필수이다. 그러나 휴대폰과 사람이 교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박자가 어긋나거나 할 때 센스 있는 드러머가 슬쩍 따라가는 일은 이번 공연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다. 내가 보유한 파워앰프(인터엠 RM150PLUS)와 라우드스피커(FdB CX8)로도 소규모 야외 공연에서 음량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모든 것은 '연습 부족'이 원인이다. 그러나 실수를 자꾸 곱씹지 말고 빨리 평정심을 찾은 뒤 언제 올지 모르는 다음 기회에 더욱 완벽한 모습을 보이도록 새롭게 마음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모든 사람이 휴대폰을 들고 모든 것을 기록하여 자유롭게 공유하는 세상이라서 사소한 실수가 잊혀질 기회를 상실하고 계속 돌아다니는 것이 문제인 것은 맞다. 이런 것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공유하는 정보 때문에 빠른 인기를 얻는 것도 가능하지 않던가?

이번 소규모 공연에서 배운 것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메인 스피커를 하나만 사용할 경우 배치에 정말 주의해야 한다. 밴드 뒤에 두면 피드백에 의한 하울링이 생기기 쉽고, 밴드 앞에 두면 연주자에게 잘 들리지 않는다.
  • 모니터 스피커가 필요할 수 있다.
  • 밝은 낮에는 나의 기타용 멀티이펙터(Korg AX3G)의 LED 디스플레이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무대에 천막이 세워져 있어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만약 햇빛을 직접 받는 상황이라면 이를 어떻게 해야 좋을까?
  • 멤버 중 한 사람이 휴대폰(배킹 트랙)을 조작해야 하는 경우라면 케이블을 충분히 길게 하여 연주하는 위치에서 할 수 있어야 한다.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제 자리로 돌아와서 바로 내가 기타 연주를 시작하는 상황에서 박자를 놓치는 실수가 벌어지고 말았다. 공연 바로 전날에 배킹 트랙을 수정한 것도 무리였다. 블루투스로 휴대폰을 연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혼자 어쿠스틱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진정한 버스킹이라면 모니터용 스피커는 불필요할 수 있다. 스피커를 1미터쯤 떨어진 곳(1~2시 방향)에 관중을 향하게 세워 놓는 정도로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현장 상황이란 매번 달라지므로, 이에 맞추어서 스피커를 배치하다 보면 정작 공연을 펼치는 연주자에게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모니터용 스피커를 최소한 하나라도 놓을 필요가 있다. 멤버가 많아져서 좌우로 길게 서는 경우에는 또 모니터용 스피커 하나로 이들을 전부 커버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까지 고려하여 장비를 갖추게 되면 이것은 이미 버스킹의 수준을 넘어가게 된다. 

사실 따지고 들면 컴프레서와 리버브 등의 이펙터까지 아쉬워지게 된다. 욕심을 부리면 끝이 없어진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현명하다고 스스로 다짐을 하지만, 나는 벌써 새로운 음향장비를 갖추고 싶어서 장터를 들락거리기 시작하였다.

개인적인 차원의 일인 취미와 직장 내 문화활동이라는 양 측면에서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고 믿는다. 일회성으로 그치지 말고 앞으로 더 나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되겠다.

다음은 공식 기록 사진을 몇 장 소개한다.






2024년 5월 8일 수요일

무선 마이크 이야기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주변에서 그것이 유난히 눈에 잘 뜨인다는 뜻이 되겠다. 소규모 공연을 위한 음향 관련 장비를 하나 둘 장만하다가 가장 마지막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무선 마이크가 최근 관심 대상이 되었다. 어제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단 회의장에서 손에 받아 든 무선 마이크가 어떤 주파수로 작동되는지(900 MHz 대역) 주의 깊게 바라보았고, 오늘은 코엑스에서 열렸던 같은 사업단 관련 컨퍼런스에서 무선 마이크가 일시적으로 작동이 원활하지 않았던 현상 - 회의장이 너무 넓어서 그랬다고 함 - 을 유심히 관찰하였다. 이내 작동이 잘 되었던 것은 무엇을 조정해서 가능해진 것인지도 궁금하다.

집(스튜디오라고 해 두자)에서 간단하게 녹음을 하는 상황이라면 무선 마이크를 사용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러나 버스킹 또는 행사장이라면 이는 매우 유용한 물건이 된다.

음향 장비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최근 중국제 저가 공산품을 너무나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니, 도대체 이보다 가격이 수십에서 수백배는 더 나가는 전문회사 제품은 얼마나 품질에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알리 익스프레스를 살펴보면 무선 마이크 두 개와 수신기를 합쳐서  싼 것은 추가 할인을 적용하면 2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는 것이 적지 않다. 이런 것을 그냥 사다가 쓰면 일반적인 용도에서는 충분하지 않을까?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누구나 쉽게 구입 가능한 중국산 저가 무선 마이크 세트.


문제는 국내법에 따르면 무선 마이크는 주파수에 따라서 사용이 금지된 것도 있고,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도 있다는 것. 전파라는 것은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므로 국가가 나서서 세심하게 규제를 해야 함은 맞다. 무제한으로 사용을 허용하면 긴급 상황에서 방송이나 통신 등에 장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해 관계자가 많고 관련 산업의 규모가 크다 보니 늘 불만은 나오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것이 700 MHz 무선 마이크를 금지하는 절차였던 것 같다. 이 대역은 주파수 재배치를 통해 당시 새롭게 시작되는 서비스인 UHD TV 방송 및 LTE에 장애를 줄 수 있으므로 단속을 하고 있다. 이미 통신법으로는 2013년 1월부터 수입·제조·판매를 금지하였으나 워낙 사용자가 많아서 단속 유예기간을 길게 주었던 것 같다. 실제 단속은 2021년부터 이루어졌다. 허가 없이 사용 가능한 무선 마이크는 925-932 MHz 대역과 GHz 대역의 것이 있다고 한다. 후자는 또 Wi-Fi와 간섭이 생길 수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통상적인 RF(radio frequency) 주파수 대역 종별. 출처: 정보통신기술용어해설


방송이나 통신 사업자에게 700 MHz를 쓰도록 허용했다면, 일반인이 이 주파수 대역을 쓰지 못하게 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잘 쓰던 장비를 몇 년 뒤에는 금지한다고 하니 장비 교체를 위해 추가 비용이 들어 매우 부담이 됨은 당연하다. 결정은 먼저 이루어진 뒤, 이 대역을 (일반인이) 쓰면 안된다는 합당한 홍보 논리는 나중에 개발하였을 것이다. 여기에 정치권이 끼어들면서 셈법이 더욱 복잡해지고, 경매라는 방법도 동원되는 모습도 보인다.

470-698 MHz 대역의 무선 마이크는 공연이나 방송제작 및 공연지원업에 종사하는 사업체만 허가를 받아서 사용 가능하다고 한다. 그것도 고정된 장소에서만. 야외에 임시로 설치한 공연용 무대(때로는 방송으로 송출되기도 함)라면 어떻게 허가를 받을까? 공연 허가를 받으면서 무선 마이크 외부 사용에 대한 임시 허가를 받는 것일까? 어쨌든 개인은 절대로 이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는 많은 저가 무선 마이크가 바로 이 대역에 해당한다. 물론 가격대를 보면 방송이나 공연에 어울리는 수준의 것은 아니겠지만. 사실 이 대역의 무선 마이크를 쓴다고 해서 기존 통신망이나 방송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특정 영역의 사업자에게 일종의 특혜를 준 것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다음은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뛰어야 하는 방송 종사자가 기존에 잘 사용하던 700 MHz 무선 마이크를 900 MHz로 바꾸면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한 글이다.

무선마이크 900MHz 전환기 - 한국영상기자협회(2021년 1월 7일)

470-698MHz 신규허가 주파수대역 wireless system(월간 방송과 기술 2011년 8월 1일)과 네이버 블로그에 바다쟁이님이 쓴 글 무선마이크 주파수 현황(2019년 수정)도 잘 읽어보면 매우 유용하다. 

수입업자가 국내에 전자제품을 들여와서 판매하려면 많은 돈을 들여 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개인이 재판매하지 않을 목적으로 단 하나의 물건을 해외직구하는 정도로는 처벌을 받지 않는다. 구입 후 1년 뒤에는 중고 거래도 가능하다(중앙전파관리소의 관련 글 링크). 하지만 이렇게 600 MHz 대의 무선 마이크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하여 사용하다가 전파관리소의 단속에 걸렸다면? 중앙전파관리소에서는 월별 불법무선국 조사단속 일정을 공지한다(링크). 이때 허가를 받지 않은 일반 사용자가 470-698 MHz 대역의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는지 여부를 단속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논란이 있었지만 700 MHz 대역의 무선마이크를 사용하면 전파법 제45조 (기술기준)위반으로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음(전파법 제91조(과태료)제4호)이 널리 홍보되었는데, 나머지 대역에 대해서는 실질적으로 단속이 이루어지는지 알기 어렵다. 방송제작 및 공연제작 사업자, 또는 인증을 받아 국내에 무선마이크를 보급하는 수입업자(또는 제조사)가 중국제 저가 470-698 MHz 무선마이크를 사용하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단속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은 있다. 참고로 국내에서 제조되는 핸드헬드 무선 마이크는 (주)썬테크전자의 SECO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허가 받지 않은 470-698 MHz 대역의 무선마이크 사용에 대해서 이 정도로 경고를 한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다 자세한 것을 알고 싶다면 전파법 제45조(기술기준), 전파법 시행령 제25조(신고하지 아니하고 개설할 수 있는 무선국)에 따른 과기정통부 고시 「신고하지 아니하고 개설할 수 있는 무선국용 무선기기」를 참조하라.

생물학자가 이런 분야의 상황을 어찌 이해하겠는가.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현행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 물건으로 구입을 해야 되겠다.

참 별걸 다 공부한다. 무선통신의 아버지 굴리엘모 마르코니여, 이런 세상이 올 줄 아셨나요?

2024년 5월 6일 월요일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보기 - <콘도르 작전>

5월 2일에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열리는 워크숍에 참석하는 길에 전주 한옥마을과 영화의 거리를 스쳐 지나갔고, 5월 5일에는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5/1-5/10, 공식 웹사이트는 폐막 후 아카이브로 옮겨갈 것임; 2023년도 행사 링크) 출품 영화를 보러 다시 한번 전주를 방문하였다. 간혹 연휴 때에는 연달아 이틀 전주에 온 일도 있으니 명예 전주 시민 자격이 주어져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출처: 공식 웹사이트



원래 개막작인 <새벽의 모든>을 보고 싶었으나 마지막 회차(5월 5일 오전 10:30)는 이미 매진이 된 후였다. 공식 웹사이트에서 5월 5일 상영 예정작을 일일이 눌러서 잔여 좌석이 있는지 어렵게 확인을 하여 겨우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상영하는 <콘도르 작전>의 표 두 장을 구입하였다. 영화의 거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위치한 데다가 매우 규모가 큰 공연장이라서 표가 몇 장 많이 남아 있었다. 각 작품의 상영 시각을 일일이 클릭하지 않고도 잔여 좌석 현황을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다면 훨씬 편했을 것이다. 표를 싹쓸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지, 혹은 특별한 이유 없이 현 상태대로 만들어 놓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로그인 후 한 회차의 작품에 대해서 관람권은 최대 2장까지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를 몰고 아내와 함께 점심 시간 조금 전에 전북대학교에 도착하였다. 삼성문화회관에 차를 세우고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대학교 주변이라서 식당이 꽤 많이 있었다. 항상 사람이 붐비는 객사길-영화의 거리와는 또 다른 산뜻한 분위기였다. 늘 대성동 주차장 - 한옥마을 - 영화의 거리와 그 주변만 맴돌던 '전주를 즐기는 방법'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다음에는 무심코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아중호수와 전북혁신도시의 기지제까지 확장을 해 봐야 되겠다.

삼성문회화관에는 오스스퀘어(O's Square, 인스타그램)라는 카페가 있었다. 근처에는 인공연못과 조각 등 볼거리가 많았고, 큰 창을 통해서 바깥에 조성된 정원을 내다보는 전망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우리 부부는 2층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보며 영화가 상영되기 전까지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밖에서 바라본 오스스퀘어.



나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오디오 시스템으로 향했다. 이것도 직업병, 아니 '취미병'이다. 창가에는 맥컬리 앰프로 구동되는 4대의 JBL 스피커가 높게 위치해 있었고, 입구에는 클립쉬의 대형 스피커와 EV 혼 스피커, 그리고 알지 못할 트위터 1쌍이 피베이 앰프(나중에 찾아보니 진공관 앰프였음)에 연결되어 있었다. 큰 공간의 영업장을 울리는 음악은 부족함도, 과함도 없었다. 눈과 귀가 전부 즐거운 경험을 하였다. 



Klipsch KPT-904(데이터 시트)는 극장의 스크린 뒤에 설치하는 스피커 시스템이라고 한다. 

EV HP9040(데이터 시트). 나는 혼 스피커는 잘 알지 못한다.



요즘의 내 흥미를 끌고 있는 오디오 기기는 가정용이 아니라 바로 이런 것이다. 공연장이나 시설 등에 설치하는 그런 종류의 것. Peavey Classic Series 120 앰프의 전면에는 'Tube Power Amplifier'라는 글귀가 보인다. 후면에 팬이 달려 있다고는 하는데 위에 놓인 믹서가 진공관 때문에 열을 받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아니, 마샬 기타 앰프가??


이런 대형 스피커 시스템을 갖추고 이웃 눈치를 볼 것 없이 큰 음량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파트에서는 겨우 8인치 우퍼를 갖춘 스피커 시스템이나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큰 것은 작은 것을 대신할 수 있지만, 작은 것은 큰 것을 대신할 수 없다'는 말이 오디오에서도 적용된다. 큰 구경의 스피커를 갖추어 놓으면 음량을 낮춘 상태에서도 그 느낌이 다르다고 한다. 큰 소리가 아쉽다면 근무지 지하에 만들어 놓은 밴드 연습시설을 찾아서 음악을 틀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미셀 고메즈 감독의 2022년작 <콘도르 작전>은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의 열기에 빠져 있던 페루 리마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 상영을 기다리며. 사람들이 이내 모여들어 상영 직전에는 빈 자리가 거의 없었다.



<콘도르 작전>의 공식 포스터.


사법부 기록실에서 일하는 청년 펠릭스는 강직하고 올바른 사람이지만 어머니와 여자친구 세실리아 앞에서는 늘 자신이 없다. 어떤 경로로 전달되었는지 알 길이 없는 불법 이민 관련 신고 서류를 놓고 펠릭스는 고민하지만 상사는 그런 일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어차피 총선 직전이라 또 세상이 바뀔지도 모르니까. 노천 체스장에서 친구 호아킨을 만나기로 했는데 - 세실리아에게 줄 청혼 반지를 같이 고르기 위해 - 친구는 나타나지 않았고, 며칠 뒤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호아킨은 도대체 무슨 일을 했던 것인가? 홰 호아킨과 아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잡혀갔다가 고문을 당한 상태로 풀려나는가? 

콘도르 작전(일명 '더러운 전쟁')은 20세기 중후반 중남미에서 있었던 우익 독재 정권의 좌익 탄압 정책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이로 인하여 10만명이 사망하고 40만여명이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소심한 주인공 펠릭스와 그 주변의 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약간의 로맨스, 그리고 여기에 월드컵의 열기 및 총선 분위기까지 잘 섞어서 배치함으로써 끔찍한 당시의 상황을 주제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긴장감과 더불어 약간의 유머러스함이 느껴지기도 하였다. 

호아킨을 비롯한 그 주변 인물을 살해한 사람은 나중에 밝혀지게 되는데 너무 상상을 초월하는 결말이라 차마 여기에 쓸 수는 없다. 군사 독재 시대이므로 당연히 시민을 탄압하는데 앞장설 것으로 여겨지는 군 정치인이 당연히 그 배후라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그에게 연민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우리 부부는 이 영화를 꽤 재미있게 보았으나 왓챠피디아의 평점은 2.1에 지나지 않는다. '살인 사건을 조사하던 중 납치, 실종, 고문이 연루된 국제적인 음모를 밝혀낸다'는 영화 소개 문구가 오히려 '이 영화는 이런 영화일 것이다' 또는 '이 영화는 이런 영화여야 한다'는 선입견을 갖게 만든 것은 아니었을까? 일단 무거운 느낌을 주는 영화 제목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되겠다.

그냥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보면 크게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5월의 어느 일요일, 어린이날을 이렇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