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0일 목요일

Ardule의 중심이 된 두 대표 도구: MIDI Player와 Drum Studio

Ardule Drum Patternology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도구를 만들고 개선하여 왔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은 제대로 된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개별 스크립트의 이름, 프로젝트를 대표하는 이름... 무엇 하나 가볍게 생각할 수 없었다.



이제는 다음의 두 가지 도구를 대표 자격으로 내세우기로 마음먹었다. 

Ardule MIDI Player는 Standard MIDI File을 재생하면서 채널별 연주와 드럼 롤을 웹 GUI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별도의 Python 환경을 준비할 필요 없이 Windows용 배포 파일(v0.1)을 내려받아 바로 실행할 수 있도록 FluidSynth와 General MIDI 호환 SoundFont까지 함께 묶었다.

Ardule Drum Studio는 드럼 패턴을 보고, 듣고, 편집하는 self-contained HTML 도구(v0.4.6)이다. HTML 파일 하나만 내려받아 웹브라우저에서 열면 되며, 스마트폰에서도 쉽게 실행이 된다. 44개의 기본 패턴이 들어 있으며, Ardule에서 정의한 ADT(Ardule Drum Text) 패턴과 ORN sidecar 파일도 불러올 수 있다. 패턴을 이어붙여 곡 단위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출처: https://github.com/jeong0449/Ardule


두 프로그램은 모두 웹 GUI로 작동하며, 설치 절차가 번거롭지 않다. 즉, 파이썬 인터프리터나 FluidSynth 및 사운드폰트 파일을 사용자가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인 것에 그치지 않고 GitHub의 문서도 그에 맞추어 체계화하였으며, 실제 작동 모습을 보여주는 소개 영상도 유튜브에 올렸다(링크). 그동안 만들어 온 분석 스크립트, ADT/ADP/ORN 포맷, 패턴 컬렉션 등의 결과물이 이제 조금씩 하나의 'Ardule 드럼 패턴학' (Ardule Drum Patternology)이라는 생태계 안에서 자리를 잡아 가는 느낌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내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복잡한 설명 없이 화면(심지어 휴대폰 화면으로!)과 한두 문장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2026년 8월 18일 화요일

깨지지 않는 원칙은 없다

오늘도 '드럼 패턴학'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 한다. 그저께까지 만든 분석용 스크립트가 완벽하고, 그것을 이용해서 어제까지 매만진 패턴은 다시는 고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는 몇 시간 가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샘솟는 것이 아니라 바라볼수록 부끄러운 구석이 눈에 뜨인다. 

"도저히 이대로 놔 둘 수가 없다!"

그래서 스크립트를 고치고, 데이터 뭉치를 다시 처리하기를 반복한다. 스크립트는 오류가 줄어들고 새로운 기능을 품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아예 인수(argument) 체계가 다시 세워진다. 예를 들어 작업 대상 파일 하나를 인수로 제공하였다가 이제는 아예 디렉토리를 통째로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파워셸 수준에서 반복문을 돌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

드럼 패턴 분석 작업의 제1원칙은 MIDI 원본 데이터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이었다. 분할 후 추상화를 거치지만 타이밍 정보는 절대 손을 대지 않으려고 하였다. 특히 드럼 머신용 패턴이라는 이름으로 돌아다니는 MIDI 파일은 완벽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노트 단위로 그리드에서 벗어나는 것이 있어서 눈물을 머금고 tick을 가감하여 그리드에 맞추는 일이 벌어졌다. 

Flam을 처리하는 일은 한층 더 어려웠다. 1 마디 16 스텝, 즉 16분음표 간격으로 노트를 나열하는 체계에서 만나는 grace note는 거의 대부분 스텝을 32로 세분하면 정상적인 음표처럼 취급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패턴을 잘게 나누니 그리드 위에 표시하면 장식음 + 주 음표의 관계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PDF 파일로 돌아다니는 원전이 있어서 'F'로 표기된 flam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스크립트 수준에서 이를 자동으로 검출하게 만드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드럼 패턴 책자를 옮겼다는 MIDI 파일도 혹시 '제작자'의 실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위에서 보인 그림 중 왼쪽의 악기명을 살펴보면 심벌에 해당하는 것의 약어는 CY-C이다. Crash 심벌이라는 의심이 들지만, 실제 MIDI 파일엣는 ride로 바뀌어 있었다. 마디 시작 위치에서 한번 타격하는 것은 ride보다 crash가 더 어울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를 MIDI로 'transcription'한 결과물이 명백히 틀렸다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래서 그냥 두기로 했다.

원칙을 잘 수립하고, 침습 또는 비침습척 처리를 하는 경계를 잘 기록해 두며, 모든 것을 자동화에 맡기지 말고 반드시 눈이나 귀로 확인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 그것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만드는 과정이다.

2026년 8월 16일 일요일

네 번째 드럼 패턴 코퍼스 — 현실의 MIDI는 이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Corpus(코퍼스)는 원래 라틴어로 ‘몸’ 또는 ‘전체’를 뜻하며, 오늘날에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체계적으로 모아 놓은 자료의 집합이라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 특히 언어학에서 corpus는 실제 문장과 발화 자료를 대규모로 모아 언어의 사용 양상, 단어의 빈도, 문법적 패턴 등을 분석하기 위한 말뭉치를 뜻한다. 요즘의 AI,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 시대에는 이러한 말뭉치가 기계가 언어의 패턴을 학습하고 평가하는 중요한 데이터 자원이 되면서 더욱 익숙한 용어가 되었다.

하지만 corpus라는 말이 언어 자료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음악정보학에서도 일정한 원칙에 따라 수집·정리된 음악 자료의 집합을 corpus라고 부를 수 있다. MIDI 연주, 악보, 음원, 리듬 패턴 등이 모두 연구 목적에 따라 corpus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파일이 단순히 많이 모여 있다는 사실보다는, 일정한 기준으로 선별·정리되어 서로 비교하고 분석할 수 있는 자료 집합을 이룬다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Ardule Drum Patternology에서는 여러 출처의 드럼 자료를 분석하고 공통된 방식으로 추상화하여 각각의 drum pattern corpus를 만들고 있다. 여러 corpus는 다시 하나의 Ardule Drum Pattern Collection을 구성한다.

이번에 그 네 번째 drum pattern corpus를 완성하였다. 이 corpus의 원재료는 2025년 11월 MidiDrumFiles.com에서 공개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80개의 MIDI 파일이었다. 즉 이 80개 자체를 Ardule의 네 번째 corpus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선별하고 정제하여 공통 형식의 drum pattern으로 만든 결과물이 네 번째 corpus이다. Ardule에서는 원본 MIDI 파일을 재배포하지 않고, 분석과 추상화를 거쳐 만든 ADT/ADP 패턴을 collection으로 공개한다.

이번 작업은 앞선 세 corpus보다 훨씬 어려웠다. 이미 만들어 놓은 ADC Toolkit을 그대로 적용하기 힘들 정도였다.

먼저 분류부터 문제였다. 파일 이름에는 Contemporary, ethnic, folk뿐 아니라 12bar, 34time, 68time처럼 기존의 표준 장르 체계에 맞지 않는 이름이 많았다. 실제 음악을 듣고 임의로 장르를 새로 붙이는 대신, 이번 corpus에서만 사용하는 CON, ETH, FOL, TBR, THF, SXE 등의 코드를 만들었다.

dance 10개와 world 5개는 너무 포괄적인 분류라서 처음부터 작업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후 timing 해석이 애매했던 ethnic17.mid도 제외하여 80개의 source MIDI 중 최종 64개를 패턴 제작에 사용하였다.

ethnic17.mid의 패턴랩 리포트(링크). 빨갛게 테두리를 두른 원(노트)은 그리드에서 벗어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timing이었다. 원래 Ardule의 원칙은 MIDI를 2-bar pattern으로 자르고 drum note를 slot으로 추상화하더라도 note-on time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자료에는 몇 tick씩 밀린 note, 특정 instrument group 전체의 systematic shift, 고립된 off-grid note 등이 발견되었다.

문제가 있는 MIDI 파일은 ChatGPT에 직접 업로드하여 event 수준에서 조사하였다. 주변 grid와 반복 구조를 비교하고 필요하면 직접 들어본 뒤, 명백한 오류라고 판단한 것만 systematic correction 또는 nearest-grid snap으로 보정하였다. 총 20개 파일이 이러한 tick correction을 거쳤다. 보정 여부를 확신하기 어려웠던 ethnic17.mid는 억지로 손대지 않고 제외하였다.

일부 파일의 처리 과정은 따라서 다음과 같았다.

source MIDI
    ↓
ChatGPT-assisted inspection & tick correction
    ↓
corrected MIDI
    ↓
ADC Toolkit / PatternLab
    ↓
2-bar segmentation & slot abstraction
    ↓
ADT / ADP

이번 작업을 통해 PatternLab 자체도 개선되었다. 예를 들어 note가 전혀 없는 마지막 빈 마디가 하나의 패턴으로 export되는 문제를 발견하여 수정하였다. adc-patternlab.py로 만든 분석 리포트도 함께 보존했으므로 off-grid note의 상세 내용은 개별 HTML repor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ORN 대상은 없었다.

2-bar로 분할한 뒤에는 slot abstraction 결과가 동일한 패턴도 중복으로 제거하였다. 이렇게 선별 → timing 보정 → 분할 → 추상화 → 중복 제거를 거쳐 64개의 source MIDI로부터 270개의 새로운 drum pattern을 얻었다. 이 270개가 Ardule의 네 번째 derived drum pattern corpus이다.

앞선 세 corpus에는 총 1,318개의 패턴이 있었다. 이번 270개를 더하여 Ardule Drum Pattern Collection은 이제 4개 corpus, 총 1,588개 패턴이 되었다. 이제 중복 제거, 유사도 계산, 군집화, 대표 패턴 선정, 장르별 특징 비교가 가능하다. 단순한 수집을 넘어, 드럼 패턴 사이의 구조와 관계를 탐구할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번에 얻은 것은 270개의 패턴만이 아니다. 잘 정돈된 자료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예외들이 실제 legacy MIDI에서 쏟아져 나왔고, 그 과정에서 ADC Toolkit도 훨씬 단단해졌다.

네 번째 corpus는 Ardule Drum Pattern Collection의 새로운 구성원이자, ADC Toolkit의 제대로 된 stress test였다.

2026년 8월 13일 목요일

1,318개의 드럼 패턴이 Fluid Ardule로 들어왔다

라즈베리파이 3B(+ I2S DAC), 아두이노 우노, 그리고 몇 가지 주변부품을 이용하며 만든 Fluid Ardule은 원래 사운드폰트 기반의 DIY MIDI 사운드 모듈을 목표로 하였었다. '전원을 넣고 건반을 연결하여 눌러대면 소리가 난다'는 기본 기능을 갖추게 되면서 MP3, OGG 등 음원 파일 재생과 인터넷 라디오 등 일반적인 음악 감상용 도구 역할도 자연스럽게 추가하였다. 라즈베리파이는 작은 컴퓨터로서 일정 수준의 성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라즈베리파이 5를 썼다면 성능은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여기까지 오니 자연스럽게 드럼 패턴 플레이어 기능도 넣고 싶어졌다. Ardule 패밀리의 가장 초기 작품이었던 Nano Ardule, 즉 아두이노 나노에 부품을 붙여 만든 기기에서 활용하기 위해 공들여 만든 패턴 파일을 활용하면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를 위해서 인터넷에 공개된 드럼 MIDI 파일을 분석하여 2-bar 단위로 잘라 다듬고 장르에 맞추어 이름과 일련번호를 붙인 뒤 독자적인 포맷의 파일 체계(ADT/ADP)를 만드는 등 고된(?) 작업을 했었다. Fluid Ardule에 아주 기본적인 드럼 패턴 재생 기능을 구현해 놓았더니 ADT/ADP의 포맷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서 기존의 v2.2를 수정하여 v2.3을 고안하였고, MIDI 파일에서 패턴을 분리하여 ADT/ADP로 정리하는 툴킷을 대대적으로 뜯어 고쳤다. v2.2 시절의 툴킷은 GitHub의 Nano Ardule 프로젝트에 속해 있었으나, 이번 작업을 통해서 아예 Ardule이라는 프로젝트로 독립하였다. 이렇게 하여 다음의 세 개 프로젝트가 각각 고유한 성격을 갖게 되었다.

  • Ardule - Drum Patternology 생태계 그 자체. 주로 ADT/ADP 파일을 만드는 과정에 필요한 스크립트와 패턴 아카이브로 구성. 패턴 재생/편집 및 체인 재생용 application 포함(웹GUI, 7.69 MB, v0.4.2).
  • Nano Ardule(드럼패턴/MID 재생기 및 모듈 컨트롤러) - Arduino Nano(Every 포함)로 만든 하드웨어와 구동용 펌웨어.
  • Fluid Ardule(DIY synth이자 일종의 미디어 스테이션?) - 라즈베리 파이 3B로 만든 하드웨어와 리눅스 기반 OS 및 파이썬 스크립트.

ADT/ADP의 새로운 버전이 확립되어 이에 맞추어 만든 1,318개의 패턴이 마련되었으니 이를 Fluid Ardule에서 연주하게 만드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여기에 더하여 TFT-LCD 모니터에서 패턴 섬네일을 표현하도록 만들었다. 패턴의 이름(아래의 예에서는 RCK_0011)으로는 장르 정도를 표현할 수 있을 뿐이라서, 직접 소리를 듣거나 눈으로 패턴을 관찰하여 이것이 groove인지 break인지 판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Stop 버튼 위에 패턴 섬네일이 표시되었다.

실제로 Fluid Ardule에 복사해 넣은 패턴은 'instant-200 collection'에서 추출한 182개 패턴의 거의 전부이다. PDF로 만든 패턴북도 있다.

세 프로젝트는 드럼과 MIDI라는 공통의 축을 통해 매우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하나에서 생긴 필요가 다른 프로젝트의 기능 개선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가 다시 처음의 프로젝트로 돌아오는 매우 긍정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다. Nano Ardule에서 시작한 드럼 패턴 파일은 Fluid Ardule에서 다시 필요해졌고, 그 과정에서 ADT/ADP가 개선되었으며, 이를 위한 분석·변환 도구가 성장하면서 독립된 Ardule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부수적으로 지나치게 복잡한 성격을 띠었던 Nano Ardule 프로젝트는 하드웨어와 펌웨어 위주로 훨씬 단순해졌다. 그리고 Ardule에서 정비된 패턴과 새로운 ADP v2.3은 다시 독립 application을 통해 패턴의 재사용을 용이하게 하였으며, Fluid Ardule의 드럼 플레이어를 훨씬 풍부하게 만들었다.

앞으로는 'Pattern of the week' 같은 것을 통해서 널리 쓰이는 드럼 패턴을 소개할지도 모른다. RCK_0011은 일종의 accession number처럼 관리될 수도 있다. 지금은 GitHub에서 모든 자료를 flat file처럼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부가 정보와 함께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기능을 하나씩 덧붙이는 방식이므로 자칫 개발이 무질서해질 수도 있다. 이를 어느 정도 막아 주는 것이 미리 작성하는 '명세서'이다. 구현에 앞서 데이터 구조와 동작 원칙을 문서로 정리하고, 이를 바이브 코딩의 기준으로 삼는다. 실제 코드는 AI의 도움으로 빠르게 만들어지더라도, 무엇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규칙은 먼저 사람이 정해 놓는 셈이다.

명세서가 개발 시간을 크게 단축시킨 사례가 패턴을 연결하여 곡 단위의 정보를 저장하는 ARR(Arrangement)이다. 처음에는 패턴을 마우스로 끌어다 놓아 조립하는 별도의 GUI를 구상했다. 그러나 ARR 명세서를 만들고 보니 구조가 워낙 단순하고 명확해서 굳이 복잡한 편집기를 만들 필요가 없었다. 텍스트 편집기만으로도 충분히 곡의 구조를 작성할 수 있었고, 이를 읽어 체인을 재생하는 도구를 구현하는 것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결국 명세가 먼저 만들어지면 코드는 오히려 단순해질 수 있다. Ardule 패밀리에서 최근 반복해서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2026년 8월 12일 수요일

Ardule 드럼 플레이어, 이제는 self-contained HTML로 발전하다

생성형 AI에서 지시문으로 원하는 이미지(원형 엠블럼)를 만들어 내기는 참 어렵다. 아직도 내 의도를 100% 반영한 이미지를 얻지 못하였다.

자체 포맷으로 만들어진 ADT/ADP 드럼 패턴 파일을 컴퓨터에서 재생하기 위하여 파이썬 기반의 별로 친절하지 못한 CLI 재생기를 만든 바 있다. 이를 사용하려면 PC에 파이썬을 설치해야 하고, 파워셸과 같은 터미널 창을 열어서 명령어를 일일이 타이핑해야 한다. PyInstaller 등으로 .exe로 패키징할 것이 아니라면 이러한 번거로움을 벗어나기 곤란하다.

원본 MIDI 파일의 드럼 패턴 분석 보고서는 HTML 형식이다. 패턴을 시각화한 이미지 자료가 들어가고, 약간의 수고를 더하여 FluidSynth + SF2 기반의 재생 기능까지 성공적으로 넣었다. 그러나 이를 이용하려면 터미널 창에서 작은 서버 스크립트를 구동해야 한다.

챗GPT와 대화를 나누며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드럼 샘플(오디오)이 아예 내장된 HTML 기반의 패턴 재생기를 만들어 버렸다. GeneralUser-GS.sf2에서 대표적인 드럼킷의 오디오 샘플을 꺼내어 HTML 안에 임베드한다? 이게 된다는 것이 놀랍다. 더군다나 무손실 압축포맷인 FLAC을 사용하면서 HTML 파일의 크기는 25MB(최초 개발 버전)에서 7.6MB로 줄어들었다. 25MB를 넘으면 웹 인터페이스를 통해 GitHub에 올리기 곤란하고, 이러한 상태로는 다운로드하여 쓰기에 다소 파일 용량이 큰 것도 사실이다.

첫 버전에서는 ADT 파일을 마우스로 끌어다 넣거나 직접 선택하여 로드하도록 만들었으나, 이어진 개선판에서는 아예 활용성이 높은 44개 패턴을 HTML 파일 내에 넣어 버렸다. 나의 GitHub 프로젝트 웹페이지에서 파일 하나(ardule-drum-player.html)만 다운로드 받으면, 데스크톱이든 휴대폰이든 드럼 패턴을 재생할 수 있다.

Ardule Drum Player의 스크린샷. Favicon까지 임베드하였다. 8월 13일에는 패턴 편집 기능까지 넣은 Ardule Drum Studio(beta)를 공개하였다. 

재생기의 기본 기능을 구현하는 데에는 채 두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참으로 놀랍다! 사용법도 매우 쉬워서 매뉴얼이 필요하지 않다.

이 과정을 통해 드럼 연주 정보의 데이터과학적 접근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설마 나와 같은 작업을 한 사람이 세상에 나 혼자뿐이겠는가? 예를 들어 Groove MIDI Dataset(GMD)은 Google Magenta 연구진이 2019년에 공개한 인간 드러머의 실제 연주 데이터셋이다. 전문 드러머 등을 전자드럼으로 연주하게 하여 약 13.6시간, 1,150개의 MIDI 파일과 22,000마디 이상의 드럼 연주를 수집했으며, 장르·템포·박자표·beat/fill 등의 메타데이터도 함께 제공한다. 일반적인 정형 드럼 패턴 모음과 달리 GMD의 중요한 특징은 실제 연주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타이밍 차이(microtiming)와 타격 강도(velocity)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GMD는 단순히 ‘어떤 드럼을 어느 박자에 치는가’를 기록한 패턴 자료라기보다 인간이 하나의 리듬을 실제로 어떻게 연주하는가를 기록한 데이터에 가깝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인간적인 드럼 연주의 생성과 복원, groove transfer, 스타일 분류, 자동 드럼 전사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GMD와 이를 활용한 연구가 사람이 드럼을 어떻게 연주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면, Ardule Drum Patternology는 그 연주에서 어떤 패턴을 추출하여 어떻게 기술하고 비교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춘다. GMD에서는 정확한 그리드에서 조금 앞서거나 뒤처지는 microtiming과 세밀한 velocity 차이가 인간적인 groove를 구성하는 중요한 정보이며, 실제로 이를 학습하여 quantized beat를 다시 인간적인 연주로 만드는 연구에 활용한다. 반면 Ardule은 다양한 MIDI 드럼 자료를 공통된 subdivision, slot, accent 구조로 추상화하여 재사용 가능한 drum pattern object로 만들고, 필요할 경우에만 세부 timing 정보를 ORN과 같은 별도 계층에 보존한다. 따라서 Ardule Drum Patternology의 관심은 연주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시대와 출처와 장르의 드럼 데이터를 같은 표현 체계 위에 올려 무엇이 같은 패턴이고 무엇이 변형이며, 어떤 리듬 어휘가 반복해서 등장하는가를 분석·비교·교환할 수 있게 하는 데 있다. 즉 GMD가 performance를 데이터로 만든 것이라면, Ardule Drum Patternology는 performance와 MIDI 자료에서 pattern이라는 연구 가능한 객체를 만들어 내는 것에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총 세 세트의 drum pattern corpus를 분석하여 GitHub의 collections 아래에 정리하고, 이로부터 총 1,318개의 드럼 패턴을 집대성하였다. 그러나 패턴을 모으는 것 자체가 끝은 아니다. 이들을 일정한 방식으로 벡터화하고 심층 분석하면 패턴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여 동일하거나 매우 유사한 패턴을 찾아낼 수 있고, 중복을 정리하거나 서로 다른 자료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리듬 구조를 발견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충분한 학습·참조 자료가 확보된다면 패턴의 특징만으로 장르를 추정하고 라벨을 부여하는 것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GMD(Groove MIDI Dataset)를 비롯한 양질의 corpus를 추가로 분석하여 비교 대상을 넓힐 필요가 있다. 재료는 부족하지 않다. MIDI로 기록되거나 변환된 드럼 연주 정보는 이미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것을 수집하는 일을 넘어, 서로 비교하고 분류하고 해석할 수 있는 드럼 패턴 데이터로 바꾸는 일이다.

Drum Patternology, 그것은 생명정보학과 묘하게 닮았다. 자료를 모아서 정리하고 노이즈를 제거하며 라벨을 붙인다. 서로 비교 분석이 가능하도록 독자적인 포맷에 맞게 추상화를 거치고 시각화 방안도 마련해 본다. 추상화 과정에서 손실되는 정보를 담기 위한 별도의 장치를 꾸민다...

그러나 어쩌면 나는 바퀴를 재발명하느라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들이 이미 다 해 놓은 일?



정답이 없는 질문

 책임을 묻기 위해 사실을 확인하는 것과, 책임질 사람을 찾기 위해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전자는 먼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문제가 있었다면 원인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지 고민한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판단이나 명백한 태만이 확인된다면 그때 책임을 묻는다. 사실의 확인이 먼저이고 책임은 그다음이다.

그러나 후자는 순서가 거꾸로다. 문제가 발견되는 순간부터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를 먼저 찾는다. 사실을 확인하는 질문도 문제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자를 특정하기 위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런 조직에서는 질문에 정답이 없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까?”

몰랐다고 하면 관리자가 그것도 파악하지 못했느냐고 질책한다. 무능과 관리 소홀의 증거가 된다. 알고 있었다고 하면 더 곤란하다. 알고도 지금까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이번에는 방치와 직무유기의 증거가 된다.

몰랐으면 무능이고, 알았으면 직무유기다.

이런 질문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질문의 의도를 학습한다. 질문을 받았을 때 사실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이 답변이 나중에 누구의 책임으로 돌아갈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솔직하게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위험해지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진다.

결국 질문은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게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이해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그 일의 책임을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한 절차가 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묻기 위해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둘은 비슷하다. 둘 다 질문하고, 자료를 요구하고, 보고를 받는다.

그러나 하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실을 찾고, 다른 하나는 책임질 사람을 찾기 위해 사실을 찾는다.

그 작은 순서의 차이가 조직의 문화를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2026년 8월 11일 화요일

허리가 아파도 달렸다

일년에 두 번 정도 갑자기 허리가 아플 때가 있다. 이는 타고난 척추분리증 때문이다. 대학원생 시절 갑자기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로 허리가 심하게 아파서 병원을 간 뒤에 내가 이러한 선천성 질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증세가 심하면 가끔 한의원 신세를 지기도 하지만, 대개는 이틀 정도 지나면 저절로 나아진다. 하지방사통까지 생기지는 않는다.

지난 주말, 세면대에서 면도를 하던 중이었는지 이를 닦는 중이었는지 어쨌든 꼿꼿이 서서 뭔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허리가 삐끗하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밀려오면서 자세가 무너지고 말았다. 세면대를 부여잡고 거의 주저앉을 수준이었다. 허리가 아플 때에는 몸의 형태도 이상해진다. 통증은 늘 허리의 왼쪽 부분에 온다. 아플 때에는 허리도 그쪽으로 휘어진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허, 이거 또 시작이네.

가까스로 몸을 추스리고 천안으로 문상을 다녀왔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정도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집에 돌아와서는 등산용 지팡이를 찾았다. 나머지 주말 외출은 지팡이에 의지했고, 일요일 저녁에는 그냥 누워버렸다.

월요일 아침, 지팡이를 짚고 출근을 하였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게 정말 고역이었다. 허리에 힘을 주고 일어서면 통증이 한결 덜하다. 관절이나 척추에 문제가 있지만 주변 근육과 인대를 단련하여 버티는 사람도 있다는데, 아마 힘을 주면 덜 아픈 것이 그런 꼴일 것이다.

오후가 되어 갑자기 통증이 한결 줄어들었다. 요추가 제자리를 찾았나? 지팡이도 필요가 없었고, 이만하면 저녁 달리기를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퇴근 후 또다시 5km를 달렸다. 

달리면서 척추에 충격이 가해지므로 척주 전방 전위증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우려를 할 수도 있다. 몇 년 전에 건강검진에서 요추 CT를 찍었던 것 같다. 요추가 약간 앞으로 밀려났다는 진단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촬영을 해 본 뒤, 현재 상태의 운동을 그대로 유지해도 되는지 상담을 해 봐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