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18일 월요일

끝이 없는 과제 보고서 작성

10월에 들어서 주말은 빼고 거의 매일 곧 종료될 수탁과제 보고서를 쓰는 중인데 도대체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내가 연구 기간 동안에 대단히 많은 일을 한 것처럼 착각을 하기 딱 좋은 상황이다. 주 단위로 작성 목표를 대략적으로 수립한 상태에서 꾸준히 써 나가는데도 진도가 더디게 나가는 것만 같다.

때로는 너무 일찍 일을 계획하여 오히려 실행 단계에서 틀어지거나 피해를 입는 일이 많았다. 이번에는 보고서 작성에 연구 기간의 마지막 한 달을 쓰겠노라고 계획을 하였고, 시간을 좀 과하게 배정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막상 10월이 되어 보고서를 쓰기 시작하니 결코 많은 시간을 미리 할당한 것이 아니었다!

잠시 쉬어가는 사진 한 장. 어제 구입한 갤럭시 M12로 찍은 사무실 테이블 위의 모습이다. Ryzen 5950x 컴퓨터 위에 개새 '비존'이 앉아 있다. 헤드폰을 얹은 기기는 롤랜드 사운드캔버스 SC-D70이다. 머리를 뒤로 돌리면 49건반의 MIDI 콘트롤러 키보드도 있고, 모니터 뒤에는 스콰이어 텔레케스터가 먼지를 하나 가득 뒤집어 쓰고 묵묵히 스탠드에 기대어 있다. 사무실용 장난감을 꽤 많이 갖고 있는데 실제 갖고 노는 것은 유튜브나 KBS Kong을 듣기 위한 자작 앰프와 스피커뿐.

갤럭시 M12의 카메라 화면의 종횡비는 4:3인가? 어제까지 썼던 갤럭시 S6 Edge+는 '와이드' 화면이었다. 갤럭시 M12의 카메라 앱을 조작해 보니 해상도 변경이 가능하다.

'앉는다'는 것은 어떤 물체에 엉덩이를 대고 발에는 거의 체중을 두지 않는 행위이다. 사람도 이렇게 앉고, 많은 네발 달린 포유동물이 그렇게 앉는다. 그러면 '새가 앉다'라는 표현을 한번 해부해 볼까? 날아다니던 새가 나뭇가지나 땅바닥에 제 몸을 의지할 때 결코 인간이나 다른 동물처럼 엉덩이를 어디에 지지하지 않는다.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모습을 한다. 그렇다고 '날아가던 새가 전깃줄 위에 섰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음... 새가 알을 품을 때는 인간을 닮은 앉는 동작을 하는구나.

쓸데없이 진지했다. 퇴근하면서 한 컷.



2021년 10월 17일 일요일

깊어가는 가을날의 전주 나들이

가을 기분을 느끼러 전주 한옥마을을 찾았다. 모처럼 사람들이 많아 거리에는 활기가 느껴졌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사람들의 발길을 꽁꽁 묶었던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약간은 희망적인 기분을 느꼈다.

전주는 우리 부부의 '놀이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록을 찾아보니 2014년 5월 전주국제영화제를 가족과 함께 다녀온 것이 처음이었다. 대전에서 가깝고,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고, 때로는 방문객이 많지만 거리는 깨끗하고 쾌적하다. 특히 전주 현지인들이 많이 오는 객사길과 영화의 거리까지 진출하게 되면서 영화를 보거나 가볍게 쇼핑을 하기에도 좋다. 풍남문 앞의 남부시장도 매력적이다.

찾아다니는 경로는 주로 이러하다. 승용차는 대성동에 위치한 공영 주차장에 세우고, 셔틀 버스를 타고 한옥거리 입구(오목대 쪽)로 간다. 친절하게 무료 셔틀을 제공하는 전주시에 늘 고마움을 느낀다. 보통 점심시간이 다 되어 도착하게 되므로 일단은 현대옥에 가서 국밥에 삶아 썬 오징어를 넣어 먹는다. 그 다음에는 전주 향교를 둘러보고, 아직도 다 탐색하지 못한 골목길을 돌아다닌다. 시간이 많으면 영화의 거리까지 걸어가서 시간을 보낸다. 한옥마을 안의 골목도 예쁘지만, 대로변에 위치한 상점들이 다양하고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다. 글로벌 기업의 프랜차이즈 상점만 즐비한 대도시의 길거리와는 사뭇 다른 분위라서 과연 이곳은 아직 자본에 물들지 않고 전통을 지키는 예향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극장 '조이앤시네마'에서 영화를 보기도 한다. 남부시장의 청년몰은 요즘 빈 점포가 많아서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청년몰에서 비탈길을 내려가 한국닭집에서 치킨을 사기도 하고.

요즘은 풍년제과(PNB)의 초코파이에 맛을 들였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이해하기 힘든 '붓세'라는 빵도 좋아한다. 도대체 붓세가 뭔가? 아, 프랑스어로 한 입 크기라는 단어(Bouchee)라고 한다.

현대옥 앞의 PNB 카페에서.

현대옥 옆의 꽃마차에서는 무슨 촬영 대회가 열렸는지 어르신(?)들이 잔뜩 모여서 DSLR을 들이대고 있었다. 사진기는 전부 캐논 EOS 5D이고 렌즈는 24-70mm L을 장착하고 있었다. EOS 500D에 겨우 번들 렌즈를 달고 있는 나는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기도 부끄러울 정도였으니... 저 카메라에 렌즈 조합이면 신품으로 600만원은 주어야 구입 가능하지 않을까?

전주 향교의 오래 된 은행나무는 아직 물들지 않았지만 은행이 탐스럽게 열려 익어가는 중이다. 이번에는 향교에서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향교에서 열리는 결혼식이니 당연히 전통 혼례라고 생각했는데 일반적인 야외 결혼식이었다. 대성전과 은행나무를 두고 열리는 결혼식이 이채로웠다. 학교 동문인 서봉수 박사가 진잠 향교에서 전통 혼례를 올린다는 소식을 BBS에서 보았던 것이 아마 90년대 중후반?

누군지도 모르는 커플의 결혼식이지만 마음 속으로 축하를 하고...



평생 모델 아내.


PNB 카페에 장식용으로 전시된 6V6 앰프. 커뮤니티에 사진을 올려 물어보니 Bell 3030 모델이라고 한다.
가을은 어디로 실종되고 곧바로 겨울로 점프하는가? 갑작스런 기온 급강하가 놀랍기만 하다.

2021년 10월 18일 업데이트

Bell Sterophonic 3030 integrated amplifier로 실제 음악을 재생하는 동영상을 찾아 보았다. 원래는 나무 상자에 들어있는 제품이었다. Radiomuseum에도 약간의 정보가 있다(링크). 이를 제조한 Bell Sound Systems(1932-1965)의 간략한 정보 역시 여기에 있다.


천일사 별표 전축이 처음으로 생산된 것은 언제였을까? 1970년대 우리집에는 독수리표 전축이 있었다...

드디어 휴대폰을 새것으로 바꾸다(삼성 갤럭시 M12)

지인으로부터 3년 전에 얻은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가 상태가 매우 나빠졌다. 떨어뜨려서 화면에 금이 간 이후로 갑자기 화면이 나오지 않거나, 터치가 전혀 먹지 않는 일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가장자리가 둥글게 처리되어 붙잡기가 나쁜 것도 휴대폰을 바꾸고 싶다는 이유가 되었다.

나는 한번도 고급 휴대폰의 할부금을 물어 가면서 구입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비싼 요금제를 일정 기간 필수로 유지하는 것도 싫고, 휴대폰으로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좋은 성능이 필요하지도 않다. 게임은 일절 하지 않는다.

중고 단말기를 알아보려다가 삼성의 자급제폰인 갤럭시 M12로 결정하였다. 쿠팡에서 박스 훼손 제품을 169,010원에 팔고 있어서 어제 주문한 뒤 오늘 오후에 받아 보았다. 일요일임에도 배송 약속을 잘 지켜주는 배송 기사가 정말 고맙다.박스 훼손이라고 했지만 상자 겉면에 씰이 잘 붙어 있었다.

갤럭시 휴대폰 사이에서 데이터와 앱을 이동해 주는 Smart Swith라는 앱이 있어서 매우 편하게 설정을 마칠 수 있었다. 새 휴대폰에 USIM 칩을 옮겼을 때, 재부팅을 해  줘야만 통신망에 접속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구글을 뒤져보니 비행기 모드로 한번 들어갔다가 나오면 재시작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여 이대로 따라서 했더니 무사히 SKT로 접속이 되었다.

스마트 스위치 앱을 이용하여 새 단말기로 데이터를 옮기는 중. 왼쪽이 갤럭시 M12이다.

액정 화면의 해상도나 색감은 갤럭시 S6 엣지 플러스에 비하여 좀 못한 것 같다. 카메라는 4구라서 더 나을지도 모른다. 화면만 조금 더 클 뿐 사양을 찾아보니 약간 수준이 낮은 것은 맞다. 홈 화면의 아이콘 배치가 위 아래로 너무 넓게 퍼져 있어서 기본 설정인 5x5에서 5x6으로 변경하였다.

지문 인식 센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옆면에 있었다. 무선 충전이 지원되지 않아서 자동차에 거치한 뒤 내비게이션 용도로 쓸 때에는 별도로 케이블을 연결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배터리의 용량이 매우 크다는 점은 위안이 된다. 보통 정도의 사용을 하는 경우 이틀에 한 번 충전해도 충분하다고 하니까 말이다. 어쨌거나 아무런 조건 없이 신제품의 스마트폰을 20만원 미만에 살 수 있다는 것이 고맙지 않은가? 색상이 좀 이상해서 왜 그런가 했더니 블루라이트 필터('편안하게 화면보기')가 켜져 있어서 그런 것이었다.

인터넷에는 이 모델의 장단점에 대한 많은 의견이 있다. 단점에 대한 검색 결과는 이 링크를 눌러보면 나온다.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조만간 알뜰폰 통신사로 바꾸어서 월 2만원 대의 요금제를 쓰려 한다. 지금도 SKT에서 3만원 대 가장 낮은 요금제를 쓰는 중이다. 월 1.2G의 데이터는 웹 서핑이나 카카오톡 정도나 하는 나에게도 약간은 부족해서 장기 가입 데이터 리필 쿠폰을 이따금 쓰고는 하였다. 리필된 데이터는 그 달에만 유효하다. 데이터를 조금 많이 쓴 달, 28일쯤에 리필을 하려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도 집을 다 떠나 있고 가족들이 제각각의 통신사를 쓰고 있어서 주요 3사 통신사의 결합 할인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 빵집에 가서 멤버십 할인을 받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심지어 나는 주유소 할인 카드도 쓰지 않으며, 특별한 일이 있어서 지출을 하는 경우에는 철저하게 체크카드를 쓰는 사람이니까. 물론 신용카드는 생활비 용도로 쓴다. 하지만 결제가 되지 못한 금액을 다음 달로 돌려주겠다는 광고성 안내 전화는 매달 매몰차게 거절한다. 비교적 통장의 잔고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나 할까? 월말에 카드 대금과 아파트 관리비 등 비교적 고정적으로 나가는 금액을 확인하여 통장을 채워 두기 때문이다.

그래 보아야 돈을 특별히 모은 것은 아니다. 주식이나 펀드 투자, 혹은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자산을 늘리기 어려운 현실에서 그냥 가만히 있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빚도 재산이라는데, 이런 나는 스스로 '벼락 거지'임을 자처하는 것인가? 참고로 우리 부부에게 부채는 일절 없다.

"우리 부채 없지?"

"[아내] 부채? 이렇게 쌀쌀한데 부채는 왜 찾아? 있어."

"... 아니, 바람 부치는 부채 말고^^"

꿈이 있다면 언젠가는 단독주택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것 정도이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노후를 위해 월세를 받을 수 있는 건물을 사려고 혈안이라는 말을 들었다. 나도 이래야 하는 것인지...


2021년 10월 15일 금요일

납땜인두에 불을 지피다

최근 당근마켓에서 중고 DSLR 카메라(캐논 EOS 500D)를 구입하였다. 특별한 문제는 없었지만 호환 충전기의 접촉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전원 어댑터와 충전기를 연결하는 부위를 잘 만지면 전원이 들어오다 말다를 반복하였다. 저가 호환 충전기라서 신뢰도가 높은 부품을 쓰지 않은 것 같다. 커넥터가 부실하면 늘 말썽을 일으킨다.

공구함을 챙겨 와서 간단한 수선을 하기로 했다. 커넥터를 제거하고 전원 어댑터를 납땜으로 직결하기로 한 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납땜인두를 달구기 시작했다. 기판에 붙어있던 커넥터를 제거하고, 마찬가지로 전원 어댑터 케이블 끝부분을 잘라낸 뒤 이를 기판에 직접 붙여버렸다.

마지막으로 납땜을 한 것이 언제였던가? PCL86 싱글 앰프를 개조한 것이 마지막이었으니(부순 앰프 다시 만들기 - PCL86 싱글 앰프) 두 달 전이다. 질 좋은 수공구, 좋은 부품(특히 커넥터), 가열한 납땜인두를 갖다 대도 쉽게 녹지 않는 좋은 피복으로 둘러싼 양질의 전선... 이런 것들이 자작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지극히 간단한 작업이라서 실패할 우려도 없고, 직결하는 것이 안전을 위협할 일도 없다. 사실은 비슷한 수준의 저가형 호환 충전기를 하나 구입하려 했었으나 오늘 수선 덕분에 비용을 들이지 않게 되었다. 여분의 배터리만 구입하면 되겠다.

아직 동영상을 거의 찍지 않아서 배터리 소모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다. 카메라를 들고 하루 종일 외출을 하여 150장 정도의 사진을 찍는 수준으로는 추가 배터리를 들고 다니지 않아도 큰 지장은 없었다.

DSLR에 이은 다음 장난감은 무엇인가? 일단은 요즘 들어 상태가 급격히 나빠진 휴대폰을 새로 바꿔야 한다. 그 다음에는 EF 28-105mm 렌즈와 올림푸스 E-620의 펜타미러 정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오늘 밤에는 볼루미오와 함께 진공관 앰프도 불을 지펴야 되겠다.

왜 갑자기 컴퓨터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가 했더니...

얼마 전부터 사무실 컴퓨터의 사운드카드(오디오트랙 MAYA 5.1 MK-II ZEN)에서 소리가 나지 않았다. 출시된지 다소 오랜 시간이 지난 주변장치라서 혹시 윈도우즈 업데이트 이후 이 기기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게 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였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점심 시간을 이용하여 이를 슬롯에서 제거하고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컴퓨터의 온보드 사운드 기능을 되살려 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혹시 내가 사운드 카드의 설정을 잘못 건드린 것은 아닌지 확인을 해 보았다.

트레이를 클릭하여 사운드 설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어라? 재생 디바이스가 HMDI 모니터로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닌가? 얼마 전에 모니터를 하나 더 연결하면서 설정이 그렇게 바뀐 모양이다. 혹은 내가 모니터에서 소리가 나는지 테스트를 하려고 일부러 건드렸는지도 모른다. 이 모니터는 스피커를 내장하지 않았다. 


MAYA 사운드카드가 소리를 재생하도록 설정을 바꾸고, 자작 오디오 앰프를 연결하였다. 얼마만에 듣는 반가운 음악인지 모르겠다. USB 기기의 자동 인식 기능이라는 것이 가끔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만 같다.

잠시나마 DSLR에 관심을 갖게 되고, 퇴근 후 넷플릭스로 거의 매일 영화를 한 편씩 감상하다보니 음악을 듣는 일에는 약간 소홀해졌다. 오디오 앰프를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멀어졌다. 왜냐하면 현재 갖춘 구성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취미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의 목적은 사실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흥미를 추구하려는 것이다. 불편을 느끼지 않으니 더 이상 손을 대지 않는다면, 이는 그 취미를 멀리하려는(혹은 멀리하려는) 신호가 아닐까?

이미 10년도 더 전에 그만 둔 자전거 취미, 먼지만 쌓여가는 악기,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천체망원경(이건 고장이 날 일이 별로 없는 물건이다)...

이제 와서 새로운 분야의 취미에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지는 않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물건들을 다시 꺼내어 매만지면서 계속 이들 사이를 순환하게 되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최근 중고 DSLR을 하나 구입하면서 필름 시절을 화려하게 활동하던 카메라와 렌즈를 다시 꺼내어 만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집이 좁아서 나의 '장난감'들을 늘어놓을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것.

바쁜 10월 보내기

10월이 절반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겨우 세 번째 글을 올린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6개월짜리 짧은 수탁과제를 마무리하면서 최종 보고서를 쓰는 일에 10월 한 달을 전부 쓰기로 하였다. 이렇게 사전에 마련한 계획에 의해 점심도 사무실 책상에서 먹어가며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할 일이 있어서 나름대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수탁과제를 위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은 거의 다 마친 상태이지만 국외 연구 사례를 조사하는 것도 주요 연구 내용의 하나라서 보고서 작성 자체가 연구 활동이 되는 상황이다.

어제부터 영문 자료를 빨리 읽기 위해 구글 번역기를 조금씩 쓰기 시작하였다. 전에는 창에 붙여넣을 수 있는 영단어의 수가 최대 3천 개였는데, 지금은 5천 단어로 늘어났다. 번역의 품질도 예전보다 나아진 것 같다. 구글이 번역한 국문과 원문을 대조하면서 읽으면 작업의 생산성이 매우 빨라진다.

구글 번역의 다중언어 모델 개념도. 연합뉴스(2017년 2월 9일)에서 가져온 그림으로, 구글이 제공했다고 한다.
이렇게 문명의 이기 - 지금은 인공지능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에 의존하다보면, 나의 지적 능력이 점차 퇴화하지 않을까? 정말로 외국어 학습이 필요없게 되는 날이 올 것인가?

기계나 인공지능에게 '단순한' 일을 맡기게 되면, 우리는 더 많은 일(또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해 보면 무의미한 고리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 위해 직장에서 돈을 벌어야 하고, 직장을 다니려면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으므로 어린이집을 이용해야 된다.
  • 알콜 의존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잊기 위해서 술을 마신다.
  • 걱정이 많아서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 걱정은 바로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것이다.
지루한 단순 작업처럼 느껴지는 일들이 내 능력을 알지 못하는 순간에 향상시킨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나. 최소한 신체 및 정신 능력을 정상 상태로 유지하게 해 주는 활동이 될 수도 있다. 시류에 휩쓸려 가지 말고, 정신줄 놓지 말고... 가끔식은 자동차를 세우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어디쯤 왔는지, 운전에 정신이 팔려서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놓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왜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를 늘 잊지 말아야 한다.  


2021년 10월 2일 토요일

나의 첫 당근마켓 거래 - 캐논 EOS 500D

이미 오래전부터 올림푸스 E-620이라는 DSLR을 갖고 있지만 뷰파인더의 정렬이 틀어졌음을 알게 된 이상 손이 많이 가게 될 것 같지가 않았다. 필름 카메라를 쓰던 시절에 구입한 몇 개의 캐논 EF 렌즈 때문에 언젠가는 캐논의 중고 DSLR을 구해서 써 봐야 되겠다는 강렬한 욕구가 끓어오르기 시작하였고, 당근마켓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그 욕구를 충족할 수 있었다.

발매 10년 내외의 보급형 모델로서 동영상 촬영이 되는 것으로는 EOS 500D/550D/600D 정도가 있다. 당근마켓에 올라온 것 중에서 번들 줌렌즈를 포함하면서 10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나온 것을 찾아서 비교적 빠르게 거래를 마칠 수 있었다.

컴퓨터에 연결을 해 보니 촬영 컷 수는 2650매 정도로 사용량은 매우 적은 편에 속하였다. 외관은 약간 낡기는 했지만 실 사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수준이었다. 올림푸스 E-620에 비교해도 크기나 무게 모두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뒤에 놓인 것은 EOS 5 QD(필름 카메리).

EF 28-105 mm 렌즈는 모터가 작동하지 않는다. 아!

EF 50 mm 1:1.8 표준렌즈와 100-300 mm 1:5.6 줌 렌즈는 잘 작동한다. 크롭 팩터를 고려하면 160-480 mm의 수퍼 망원 줌이 되고 만다.

EF 28-105 mm 렌즈를 EOS 500D에 꽂아 보니 모터가 돌지 않았다. 보유 중인 EF 렌즈의 활용을 위해 캐논의 DSLR을 산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 되고 말았다. 중고 풀 프레임 바디를 사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다. 만약 20만원 미만의 EOS 5D라면 생산 연도나 활용량으로 미루어 볼 때 그 품질이 어떠했겠으며, 당장 사용할 렌즈는 50 mm 표준 하나 뿐이라서 28-105 mm 렌즈를 고치거나 다른 중고 렌즈를 구입하려고 장터를 기웃거렸을지도 모른다. 어느 것이든 돈이 드는 일이다.

결과적으로 EF-S 18-55 mm 1:3.5-5.6 IS와 EF 50 mm 1:1.8 II라는, 캐논의 보급형 크롭 센서 바디 DSLR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너무나 '흔하고 상투적'인 렌즈 구성이 되고 말았다.

뷰 파인더에서 느껴지는 시원함이나 포커싱 속도는 올림푸스 E-620보다 나은 것 같다. 어떤 색감의 사진을 만들어 줄 것인가? 실제로 사진을 찍은 뒤 컴퓨터에 올려 보고 나서야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구글 포토의 자동 보정에 모든 것을 맡기는 사람으로서 각 제조사의 DSLR이 만드는 고유의 색감에 대해서 논할 자격이 부족함은 잘 안다. 그러나 올림푸스 E-620이 만들어 낸 이미지는 그대로 감상하기에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진다. 물론 번들로 제공되는 줌렌즈 말고는 써 보질 않았으니 공정한 평가는 아니다.

2021년 10월 7일 업데이트

며칠 동안 사용을 하였더니 사소한 문제점이 눈에 뜨이기 시작하였다. 중고 거래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 호환 배터리 충전기의 상태가 별로 좋지 않다. 배터리를 밀착시키는 작은 이빨(?)이 부러진 상태라서 충전 중에 건드리면 접촉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 뷰파인더 내부에서 보이는 ISO 표시에 문제가 있다. 천/백 단위를 표시하는 7-segment 표시기의 위쪽 몇 개가 항상 켜져 있는 상태이다. 약간 불편하지만 실제 사용하는데 지장이 될 정도는 아니다.
  • 픽쳐 스타일의 영문 약자가 무슨 효과를 내는 것인지 즉각적으로 떠오르지는 않는다. S는 표준이니 standard일 것이고, P는 인물사진? 아, portrait로구나. 풍경을 의미하는 L은 landscape인가? 올림푸스 E-620의 Art filter/Scene은 이보다 약간 더 친절하다. 나중에 확인한 것이지만 후면 액정 창에 한글로 표시가 된다. 그런데 왜 내 눈에는 금방 뜨이지 않았던가?
  • 9개의 측거점 배열이 생각보다 넓은 편이다. 자동으로 선택하도록 설정하고 대충 찍으면 의도하지 않은 곳에 초점이 맞는 경우가 있다. 올림푸스 E-620에서는 이런 일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심도가 상대적으로 깊은 포서즈 계열이라 그런지도... 아래의 그림을 보면 이미지 면에서 캐논의 측거점이 더 넓은 영역에 펼쳐져 있는 것도 아니다.
Canon EOS 500D


Olympus E-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