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가산 내소사에는 사운드 디렉터가 일하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요한 산사의 분위기에 이렇게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두 갈래의 소리를 BMG으로 '믹스'해 넣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동영상에서 파트 1(지장암)은 고요한 풍경 소리의 하모니, 대략 9초부터 나타나는 파트 2는 소망의 왁자지껄한 아우성에 해당한다.
일주문으로 들어서서 전나무길을 따라 걷다가 길 오른편으로 '지장암'이라 써 있는 안내판을 발견하였다. 초입에는 누군가 멋들어지게 지은 한옥이 있었고, 산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작은 대나무 숲이 있었다. 지장암까지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드물게 찾아주는 이를 반기듯 대나무숲이 끝나는 언덕에는 홍매화 한 그루가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
올라가 보니 최근에 지은 건물들이지만 주변에 마치 작은 정원을 꾸민 것 같이 아기자기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주 전각은 최근에 지어진 서래선림. 일반적인 사찰 전각이 아니라 수행 공간이다. 찾는 이도 거의 없었고, 아름다운 풍경 소리를 들으며 아내와 나는 산사의 고요함을 마음껏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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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의 이름은 '소리정'. 바로 곁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청아한 풍경 소리를 들으라는 뜻이렸다. |
다시 전나무길로 들어서 내소사 법당을 찾아간다. 천왕문을 지나 봉래루로 접어드려는데 '다다다닥~' 독특한 소리의 집합이 들려온다. 도자기로 만든 작은 풍경 모양의 것에 소원을 적어 잔뜩 걸어 놓은 것이었다. 오, 이는 누구의 아이디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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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소사 대웅보전은 보물 제291호이다. 내부의 우물천장과 조각은 빛이 많이 바랬지만 무척 화려하다. |
기록을 찾아보니 대략 2년에 한번 꼴로 부안을 찾았었다. 그럴 때마다 내소사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 같다.
주차장에서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다가 국립공원 관리원에게 적발되는 사람을 보았다. 아무리 전자담배라 해도 흡연구역을 이용해야지! 액상형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니코틴 함유 제품을 담배로 규정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4월 24일부터 시행한다고 하였다. 계도 수준인 건지 실제로 '딱지'를 발급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참고로 국립공원은 전 구역이 흡연 금지 구역이다. 주차장도 마찬가지.
다음으로 찾은 곳은 곰소 염전 곁의 슬지네 제빵소. 이 지역의 명소이고 인터넷을 통해서 꽤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떡인지 찐빵인지 구별이 어려운 찰진 커다란 빵에 크림이나 콩 종류가 가득한 빵의 질감과 맛이 독특했다. 우리밀을 100% 사용하고 지역에서 나는 천일염을 사용한 가염버터를 사용한다고 하였다.
인스타그램 게시용으로 잘 어울릴 인테리어와 주변 풍경, 그리고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은 좋으나 내외부 치장과 '서사'가 좀 과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통과 상생을 강조한 것은 좋으나 이 빵집이 원래부터 이 염전 근처에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이러한 사실은 나중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고서야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물론 가업을 잇기 위한 현 대표의 전공을 접목한 노력이 들어간 것임은 부인할 수 없겠으나... 잘못하면 지역 빵집과 자본의 콜라보라고 오해하기 쉬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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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이 곰소 염전이다. |
부안, 즉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왔다면 채석강을 들르지 않을 수 없다. 변산반도의 서남쪽 해안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달린다. 바다 건너 고창군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채석강에 이르러서는 물때를 잘 만난 덕분에 짠 바다 내음을 맡으며 바닷가 층암절벽을 따라 걸으며 주변 풍광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마치 수천 권의 책을 쌓아 놓은 것 같은 채석강은 약 7천만년 전 백악기에 쌓인 퇴적 지층이라고 한다. 안동 하회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는 부용대(2025년 3월 여행 기록 링크) 또한 독특한 최적 지층이다.
이번 주말 여행은 아내의 특별한 생일을 기념하기 위함이었다. 낙조를 감상하면서 새만금 방조제를 달려 군산을 거치거나, 혹은 전주에 들러서 저녁식사를 한다면 더욱 완벽한 일일 여행 코스가 되었으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