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2일 금요일

AI는 우리를 어디까지 지치게 할까

출장지에서 잠시 낮 시간을 이용하여 달려 보았다. 오늘 이 지역의 최고 온도는 섭씨 27도. 나는 거의 항상 밤에만 달리는 사람이라서 초여름 낮 달리기의 '위험함'을 간과하고는 한다. 역시 이런 날씨에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를 두 바퀴 달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따금 만난 횡단보도가 잠깐 숨을 돌리는 좋은 핑계가 되었다.



요즘은 이틀 쉬고 달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다시 예전처럼 간격을 줄여서 하루 쉬고 하루 달리는 것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아니하다. 페이스 향상은 어차피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워밍업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독후감을 쓰겠다고 출장지까지 다 읽은 책을 들고 왔는데, 정작 책 꾸러미는 멀리 주차장에 세워 둔 차 속에 있다. 도서관 앱을 열어서 책 제목만 찾아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은 카렌 하오의 <AI 제국: 권력, 자본, 노동>이었다. 시간을 들여서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읽고 싶었다. 지금도 나는 오픈AI의 ChatGPT를 이용하여 업무와 취미의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그러나 회사의 이름과 달리 샘 올트만의 '제국'은 결코 투명하지 않으며, 그 지속 가능성도 의문시된다. 앤트로픽이 독립하고 일론 머스크가 손을 뗀 것도 그러한 문제점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AI를 기치로 한데 뭉쳐서 국가의 경쟁력 강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에 요즘은 선뜻 반기를 들기 어렵다. 나도 한편으로는 AI를 이용하여 과거에는 불가능했을 일을 하고 있으니 최신 기술에 함부로 비판을 가해서는 안 될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지속 가능성은 누구도 낙관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을 개발하기 위한 하드웨어 인프라(반도체 및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업체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1세대 AI 서비스 개발사는 아직도 막대한 개발 비용 때문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렌 하오의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데이터에 라벨을 붙이고 모더레이션1)을 하는 데에는 사실상 저개발 국가의 저임금 노동에 크게 기대고 있으며, 데이터 센터의 구축과 유지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부정적 외부효과 또한 막대하다. 이러한 숨겨진 비용을 1세대 AI 서비스 개발사는 제대로 지불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자라는 뜻이다. 과연 이것이 지속 가능할까? 그리고 기술 개발이 이 문제를 정말로 해결해 줄까?

지난 수요일, 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AI연구원의 이형철 원장(마취통증의학과 교수)의 초청 세미나에서 촬영한 슬라이드를 소개한다.

  • ChatGPT(2022년 11월 30일) - 이게 되네
  • DeepSeek(2025년 1월 20일) - 심지어 값싸게
  • Claude(2025년 5월 22일) - 끝났네 끝났어



'끝났네 끝났어'가 '우리는(우리 인간은|우리의 직업은) 이제 망했네 망했어!'가 되지 않아야 한다. 이제는 AI가 신기하고 재미있는 기술이라고 피상적으로 여기기에는 너무나 우리 삶 깊이 들어와 버렸다. AI가 유발하는 과몰입(또한 과노동), 그리고 숙련자를 육성하려는 노력을 경시하게 되는 문제점은 이미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다. 출장에서 접한 숱한 파워포인트는 이미 인공지능의 터치를 거쳐 상향 평준화가 되어 있었다. 오히려 내가 발표를 하기 위해 대부분 손으로 만든 슬라이드가 촌스럽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나도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된 것일까?

이 기술이 정말 지속 가능하며 인류가 살아가는 보람에 흠을 입히지는 않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가 되었다. 이번에 읽은 책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이야기하는 생물권의 원칙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정리 또한 AI가 해 주었다.

  1. 자연관 (자연계의 자원 보전): 자연을 인간이 통제하고 착취해야 할 외부 자원으로 보지 않고, 우리가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합니다.
  2. 성장 모델 (내재적 잠재력): 무한한 경제 및 기술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생물과 환경이 함께 진화해 나갈 수 있는 내재적 잠재력과 회복력을 개발하는 데 집중합니다.
  3. 보전과 공생 (관계와 제도):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생태계 및 다른 종들과 공생공락(협력적 보전)하는 관계를 맺습니다.
  4. 환경 대응 (진화적 회복력):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완벽한 적응(최적화)에 얽매이지 않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진화적 회복력을 유지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이 말하는 생물권의 원칙이 AI 산업의 미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완벽한 최적화와 무한 성장을 추구하기보다, 회복력과 공생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 말이다.

1 데이터 모더레이션(Data Moderation)이란, AI 모델이 유해하거나 편향된 내용을 배우지 않도록 학습 데이터 속 위험 요소를 걸러내고 관리하는 검수 작업이다(구글의 AI 모드 답변). 

2026년 5월 14일 목요일

ChatGPT를 이용한 악보 그리기(Lilypond)

Lilypond를 이용하여 악보를 그리는 일은 LA TEX 으로 문서를 편집하는 일과 매우 흡사하다. 어떻게 생각하면 '코딩'과 유사한 면이 없지 아니하다.

나의 자작곡 <화장을 지우고>(유튜브 링크)의 악보를 Lilypond로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 놓은 것이 벌써 2년 전이다. 엔딩의 반복 부분에 가사를 다르게 표시하는 방법을 잘 몰라서 불완전한 상태로 방치하였다가 이를 완성하기로 하고 다시 Frescobaldi를 실행하였다. Frescobaldi는 Lilypond를 위한 IDE에 해당하며, Python + Qt로 만들어져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마우스로 음표 위치와 종류를 찍어서 악보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 Ending 1st time
  b2
  r8 d,8 b'8 b
  b16 c8 c16~ c2 r8 a16 b
  c8 c16 c~ c8 b16 d~ d c8. b8 a16 (g)  
  g4. r8 a8 g fis d8  \break
  e2  e8 fis16 g~ g8 a      
  g8 d8~ d4 r8 d8 g a    
  b4 a g8 a4 a8~ a2 r8 d,8 g a  \break

이것이 Lilypond 파일(.ly)의 일부이다. 텍스트 정보를 표현하는 마크다운 문서와 비슷하다는 기분이 든다. 이를 LA TEX 으로 처리하듯이 'Engraving'을 거치면 비로소 PDF 형식의 악보가 나온다. latex에 이어서 dvi2ps를 실행하듯. 

Lilypond 문법은 자주 쓰지 않으면 쉽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큐 노트(cue notes, 다른 악기의 중요한 멜로디를 작은 음표로 잠깐 보여주는 기능)을 그리려면 초보자의 경우 매뉴얼을 보고 상당히 궁리를 해야 한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아예 ChatGPT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ly' 파일 전체를 텍스트 형태로 복사해서 넣은 뒤, 원하는 방식으로 수정을 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잘 '컴파일'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Lilypond는 인쇄 품질 면에서는 매우 우수하지만, 대중음악용 악보를 적기에는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다. 기타(guitar)의 벤딩을 표현하거나, 슬래시를 이용하여 간략하게 표기하기에는 좋지 않다.

LibreCAD, KiCad, Lilypond. 이들은 전부 "시각 결과물"을 만들지만 본질은 구조 기술(description)을 위한 도구이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정밀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용도로 쓰인다는 뜻이다. 

오랜만에 Frescobaldi를 다시 실행해 보니, 잊고 있었던 Lilypond 문법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이 독특한 감각이었다. 음표를 그린다기보다는 구조를 기술하고, 이를 다시 컴파일하여 결과물을 얻는 느낌. 그래서인지 나에게 Lilypond는 단순한 악보 프로그램이라기보다, 음악을 위한 또 하나의 프로그래밍 언어처럼 느껴진다.

더 늦기 전에 Fluid Ardule 케이스를 설계해야 되는데...

2026년 5월 15일 업데이트

Fluid Ardule 케이스 설계 및 주문을 시작하였다. 자작나무 합판부터 먼저 주문한다.


LibreCAD를 펼쳐놓고 겨우 사각형 두 개를 그렸다. 사용법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루가 지난 뒤의 작업 결과물. 버니어 캘리퍼스로 대충 잰 부품 수치가 잘 맞는지 모르겠다. 가공 주문을 하기 전에 몇 번 확인을 거쳐야 할 것이다.




2026년 5월 11일 월요일

데이터, 데이터셋, 코호트를 구별하자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을 소개하는 자료를 보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듣게 된다.

“그래서 데이터셋이 몇 개 있나요?”

예전에는 자연스러운 질문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시대의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에서는 점점 적절하지 않은 질문이 되어 가고 있다. 현대의 플랫폼은 정적인 데이터 파일 묶음을 보관하는 저장소(repository)를 넘어, 사용자가 목적에 맞는 데이터셋(dataset)을 동적으로 생성하는 환경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에서는 “데이터(dataset)”와 “코호트(cohort)”의 개념이 서로 다른 층위에서 사용된다. 이를 구별하지 않으면 플랫폼의 역할과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데이터(data)는 가장 넓은 개념이다

데이터는 가장 포괄적인 개념이다. 유전체 서열, 임상 정보, 의료 영상, 웨어러블 센서 기록, 생활습관 설문, 분석 결과 파일 등은 모두 데이터에 해당한다.

즉 데이터는 가공 여부와 관계없이 저장·수집되는 개별 정보 단위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 FASTQ 파일
  • VCF 파일
  • MRI 이미지
  • 혈액검사 결과
  • 생활습관 설문 응답
  • 웨어러블 센서 로그

등은 모두 데이터이다.

코호트(cohort)는 사람 집단이다

코호트는 본래 역학(epidemiology)에서 나온 개념이다. 핵심은 “누가 포함되는가”이다.

예를 들어 다음은 모두 코호트가 될 수 있다.

  • 65세 이상 여성
  •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
  • 특정 암 환자군
  • 10년 이상 추적 관찰된 참여자

즉 코호트는 연구 대상 집단을 정의하는 개념이다.

현대의 바이오 플랫폼에서는 사용자가 다양한 조건을 조합하여 코호트를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방식이다.

  • 여성
  • BMI 30 이상
  • MRI 보유
  • 당뇨 환자 제외
  • 5년 이상 longitudinal follow-up 존재

이러한 조건을 조합하면 연구 목적에 맞는 새로운 코호트가 즉시 생성된다.

데이터셋(dataset)은 목적에 맞게 구성된 데이터 묶음이다

반면 데이터셋은 데이터를 어떻게 구성했는가에 초점이 있다.

예를 들면:

  • variant matrix
  • RNA-seq expression table
  • AI 학습용 feature matrix
  • 영상 + 임상 + 유전체를 결합한 multimodal training set

등이 데이터셋이다.

즉 데이터셋은:

  • 어떤 feature를 쓸 것인가
  • 어떤 modality를 결합할 것인가
  • 어떻게 QC를 했는가
  • train/validation/test split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같은 데이터 공학적 관점이 핵심이다.

현대 플랫폼에서는 “데이터셋”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UK Biobank와 같은 플랫폼이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플랫폼이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정적 dataset 하나가 아니다. 대신 사용자가 cohort builder를 이용하여 원하는 연구 대상군을 정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데이터셋을 생성한다.

즉:

  • 플랫폼이 보유한 것은 거대한 data space
  • 연구자가 만드는 것은 목적 특화 dataset

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따라서 현대 바이오 플랫폼은 단순 저장소라기보다:

  • dataset factory
  • cohort generation platform
  • queryable bio data environment

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림으로 보면 더 이해가 쉽다



이 그림에서 중요한 점은 “데이터”, “코호트”, “데이터셋”이 서로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 데이터는 개별 정보 단위
  • 코호트는 연구 대상 집단
  • 데이터셋은 특정 목적에 맞게 구성된 데이터 묶음

예를 들어 동일한 코호트라도:

  • 유전체만 추출할 수도 있고
  • 영상 데이터만 사용할 수도 있으며
  • 멀티모달 AI 학습용 feature matrix를 생성할 수도 있다.

즉 하나의 코호트로부터 매우 다양한 데이터셋이 생성될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dataset 개수가 아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이 바뀌고 있다.

  • 어떤 데이터 타입을 보유하고 있는가?
  • metadata quality는 어떤가?
  • cross-modal linkage가 가능한가?
  • cohort construction이 얼마나 유연한가?
  • 재현 가능한 query를 지원하는가?
  • AI 학습용 feature extraction이 가능한가?
  • 정책·윤리 기반 접근 통제가 가능한가?

즉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 저장량이 아니라 “얼마나 유연하게 코호트와 데이터셋을 생성할 수 있는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국가 바이오 데이터 플랫폼의 역할 역시 단순 repository에서 AI-ready data platform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저자 및 이용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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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10일 일요일

'해피 630'을 위하여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사람도 8주 정도 체계적으로 훈련하면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런데이라는 앱을 통해서 달리기에 입문하였다. 러닝에서는 흔히 30분 동안 5km를 달릴 수 있는지를 초보자와 중급자를 가르는 기준으로 본다고 한다.

그렇게 2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하루 쉬고 하루 뛰기를 반복하다가 지금은 하루 뛰고 이틀 쉬는 방식으로 굳어졌다. 달리는 거리는 1회에 6~7km 사이. 그러나 '600 페이스'는 꿈과 같은 일이다. 입문 6개월 정도에 두어 차례 600을 달성하였을까? 지금은 6분 20초 수준을 오르내린다.

달리기 기록
어젯밤의 달리기 기록. 실제로는 2km를 더 달려서 7km를 조금 넘겼다.

인터벌 트레이닝이라든가 추가적인 하체 근육 단련 같은 것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록이 이렇게 제자리걸음인 것 같다. 간혹 온라인 커뮤니티(달리기 관련 아님)의 글을 보면 나와 같은 평생 초보에게는 어질어질한 기록을 올리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어 러닝 3년차인데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런 글을 보면 나와 같은 사람은 어쩌란 말인가!

1. 페이스별 시속

페이스 (min/km) 시속 (km/h) 비고
6분 00초 (600) 10.0 km/h
6분 10초 (610) 9.73 km/h 약 9.7~9.8
6분 15초 (615) 9.6 km/h
6분 20초 (620) 9.47 km/h 약 9.5
6분 30초 (630) 9.23 km/h
7분 00초 (700) 8.57 km/h 약 8.6

2. 시속별 분당 페이스

시속 (km/h) 페이스 (min/km)
8.0 km/h 7분 30초 페이스
8.5 km/h 7분 04초 페이스
9.0 km/h 6분 40초 페이스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니, 이제 목표를 조금 바꾸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600이 아니라 630. 나에게는 그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목표다. 이름하여 '해피 630'. 1시간 5분 동안 해피 630으로 달리면 10km를 채울 수 있다.

요즘 나의 페이스로 총 6km 정도를 달릴 때 가장 편안한 순간은 대략 4km 정도를 지날 때인 것 같다. 이러한 상태로 10km를 채울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2026년 5월 9일 토요일

[Fluid Ardule] User Preset에서 Combination 설계로


오늘도 총 13차례에 걸쳐 Fluid Ardule 메인 스크립트를 수정하였다. 분량은 총 7,340라인에 이른다. 예전 같으면 수정을 한 번 거칠 때마다 GitHub에 commit하였겠지만,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그날 마지막으로 개발한 것을 올리게 되었다. 커밋문과 CHANGELOG.md 파일도 마지막 버전과 최종 버전을 실제 비교하여(물론 ChatGPT의 도움으로) 매우 상세히 기록해 나가고 있다. 

시스템은 매우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각 사운드폰트에서 로드한 음색을 편집하여 user preset으로 저장하고 다시 불러오는 것까지 구현해 놓았다. 단일 스크립트에서 수용하는 기능으로는 거의 한계에 이르지 않았나 싶다. 이제는 combination 음색을 편집하고 사용하는 기능을 넣을 차례이다. 

Fluid Ardule에서 Combination은 여러 음색을 조합하여 하나의 연주 환경으로 만드는 기능이다. 여기에는 layer와 split이 모두 포함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Layer: 여러 음색이 같은 건반 범위에서 동시에 울림
  • Split: 건반 범위에 따라 서로 다른 음색이 울림
  • Combination: layer와 split을 모두 포함하는 일반화된 구조

중요한 점은 Combination을 새로운 음색 데이터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존재하는 User Preset 또는 edited User Preset을 조합한다. 즉 User Preset은 “음색 자체”이고, Combination은 그 음색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연주할 것인가”를 정의한다.

User Preset
= sound identity

Combination
= performance / routing structure

구현 방식도 비교적 명확하다. 입력 MIDI를 여러 내부 채널로 복제하고, 각 채널에 서로 다른 User Preset을 배정한다. 여기에 key range를 적용하면 split이 되고, key range가 겹치면 layer가 된다.

Input CH1 note
 → Main Sound  → CH1
 → Layer Sound → CH2
 → Split Sound → CH3

각 채널은 독립적으로 Program Change와 CC 값을 가질 수 있으므로, 리버브나 코러스 send level도 채널별로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Combination 자체가 CC 값을 복잡하게 덮어쓸 필요는 없다. 각 User Preset이 이미 자신의 Sound Edit 값을 갖고 있고, Combination은 volume, key range, transpose 같은 연주 배치 정보만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UI 설계 방향

Combination 기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기능 자체보다 UI다. 내부적으로는 part 구조를 쓰더라도, 사용자에게 굳이 “Part 1”, “Part 2” 같은 기술적 표현을 노출할 필요는 없다. 악기처럼 쓰려면 다음과 같은 표현이 더 자연스럽다.

  • Layer
  • Split
  • Upper / Lower (키 범위)

처음부터 4-part workstation을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2개의 음색을 조합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Piano + Pad layer, Bass + Piano split 정도만 구현해도 실제 연주에는 매우 유용하다.

초기 Combination 편집 항목은 다음 정도면 충분하다.

  • User Preset 선택
  • 상대 볼륨
  • Key Low / Key High
  • Transpose
  • Mute / Solo

Mute와 Solo는 꼭 필요하다. 여러 음색을 조합할 때 각 음색을 따로 들어 보며 밸런스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

오늘 만든 설계 문서는 GitHub의 docs/combination-system-design.md에 둘 수 있을 정도로 정리되었다. 아직 구현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방향은 꽤 분명하다.

Fluid Ardule는 이제 단순한 FluidSynth 프론트엔드가 아니라, User Preset과 Combination을 기반으로 한 작은 DIY workstation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직은 단일 Python 스크립트로 유지하고 있지만, Combination 편집기부터는 별도 모듈로 분리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3.5인치에 불과한 TFT-LCD 화면과 몇 개의 버튼/인코더를 이용하여 Combination을 편집하는 UI를 구성하려면 꽤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또한 Combination 관련 기능은 별도의 파이썬 파일로 독립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케이스 설계도 병행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오늘의 작업을 통해 User Preset은 이제 실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다듬어졌고, Combination은 다음 단계의 설계 주제로 떠올랐다. 이 작은 악기가 점점 더 악기다워지고 있다.

2026년 5월 8일 금요일

헤드폰 이어패드 갈기

헤드폰의 이어패드는 몇 년 사용하면 표면이 갈라지고 부서져서 떨어져 나간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급 헤드폰이라면 교체용 이어패드를 쉽게 살 수 있지만, 저가품은 그렇지 못하다. G마켓을 뒤져서 사이즈가 맞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골라 보았다. 

먼저 아이리버 유선 헤드셋 IR-H30V. 2019년 4월 제조품이다. 온라인 회의를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음질고 그저 그렇고, 너무 귀를 꽉 눌러서 오래 착용하면 불편하다. 패드를 끼우는 부분은 측정 결과로는 대략 75mm x 90mm의 타원형인데 G마켓의 판매자는 이것에 딱 어울리는 물건을 갖고 있지는 않다. 75mm x 94mm의 것을 구입하였다. 아주 잘 맞지는 않는다.

다음으로 오디오 테크니카의 TH-380AV. 원형 이어패드로서 직경 7cm인 것을 구입하였다.

이어패드를 교체한 IR-H30V(왼쪽)과 TH-380AV.

이상의 두 헤드셋/헤드폰은 사무실에서 사용한다. 다음으로는 집에서 음악 작업으로 쓰는 베링거 BH 470. 내가 사용하는 헤드폰 중에서는 음질과 착용감 면에서 가장 우수하다. 이 헤드폰은 크기가 딱 맞는 교체용 이어패드가 이미 존재하여 한 차례 바꾸었었다. 잘 쓰다가 헤드밴드 부위의 패드가 찢어져서 아예 빼 버린 흉칙한 생태였는데, 마침 이어패드와 함께 파는 것이 있길래 구입해 보았다. 헤드밴드 커버는 지퍼로 채우는 형태이다. 밴드에 붙어 있던 내부 쿠션까지 다 떼어버린 상태라서 주변에 굴러다니는 스펀지를 잘라서 채웠다. 그래서인지 교체 완료한 헤드밴드 패드의 모양이 영 예쁘지 못하다.

BH 470 헤드폰의 이어패드는 현재 쓰고 있는 것의 상태가 아직 나쁘지 않아서 교처하지 않았다.

이어패드가 부스러지기 시작한 아이리버 헤드셋은 워낙 저가품이라서 아예 새것으로 구입할 생각도 해 보았으나 전기적으로 고장난 것이 아니라면 패드를 갈아서 계속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심을 하였었다. 실행에 옮긴 결과에도 그런대로 만족한다. 탄소배출 저감에 조금이라도 기여하지 않았겠는가?

당일치기 제주도 출장

번잡한 삶을 싫어하는 나에게 겹겹이 엉킨 출장 스케쥴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강릉에서 열렸던 워크샵에서 늦은 발표를 마치고 만찬도 참석하지 못한 채 차를 몰고 자정이 다 되어 대전으로 돌아온 뒤, 바로 다음날 아침 청주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제주에서 열리는 <2026 제주 바이오기업 AI 대전환 컨퍼런스>에 발표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뉴스 링크). 행사장(메종글래드 제주 호텔)이 제주국제공항과 가까운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행사 현장을 취재한 기사는 검색이 되지 않아서 아쉽다.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 행사에 참석하여 발표를 마쳤다. 원래 저녁 만찬까지 이어지는 행사였기에 주최측인 제주테크노파크에서 1박을 지원해 준 상태였다. 그러나, 다음날 과기부 회의를 들어가려면 아침 비행기로 돌아가서는 도저히 동료들과 회의 자료에 대한 사전 검토를 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았다. 주최측에 사정 이야기를 하여 숙박을 취소한 뒤, 항공권을 바꾸어서 저녁 6시 비행기로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생명(연) 및 KOBIC에 관심을 갖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좋았으나, 너 많은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반납한 채 급박하게 돌아오게 되어 너무 아쉬웠다. 자리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주최측에는 너무나 죄송스런 마음이 든다.

정오가 지나 제주에 도착하여 저녁 6시에 제주를 떠나다.

당일치기 제주 출장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하여 제주에서 학술행사를 마친 뒤 그날 다시 돌아온 일이 몇년 전에 딱 한번 있었다. 대전 집에 무사히 도착하니 자정을 넘긴 시각이라서 출장일 당일에 모든 일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번 출장에서는 단 6시간 이내에 제주에서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신기록을 세웠다.

다음주 금요일에도 이와 비슷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대륙을 바쁘게 오가는 큰 기업의 CEO도 아니면서 겨우 이정도의 일에 비명을 지르면 엄살일 것이다.

관광지의 여유를 전혀 느끼지 못했던 2026년 5월 7일의 제주 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