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6일 일요일

비정형 박자는 이미 가능했다 — ADT 설계의 재발견과 Nano Ardule·Fluid Ardule의 통섭

오늘부터 Fluid Ardule에서 사용할 드럼 패턴의 비정형 박자를 시험하기 위해 작은 명령행 프로그램인 ADX Player를 만들고 있다. 3/4, 5/4, 7/8, 6/8처럼 4/4가 아닌 박자를 실제로 재생해 보려는 것이 이번 작업의 출발점이었다.

처음에는 비정형 박자를 지원하려면 ADT 규격과 재생기를 상당히 고쳐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기존의 ADT v2.2b 규격을 다시 살펴보고 실제 플레이어를 구현해 보니 뜻밖의 사실이 드러났다.

ADT는 이미 비정형 박자를 표현하고 재생하는 데 필요한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ADT와 ADP는 원래 자원이 제한된 Arduino Nano 기반의 Nano Ardule을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작은 메모리 안에 드럼 패턴을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재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 반면 지금의 Fluid Ardule은 Raspberry Pi와 FluidSynth를 기반으로 훨씬 풍부한 음원과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DIY MIDI sound module이다.

두 시스템은 서로 다른 시대와 하드웨어 환경에서 만들어졌지만, 이번 비정형 박자 구현 작업을 통해 Nano Ardule에서 탄생한 ADT/ADP의 설계가 Fluid Ardule의 새로운 드럼 반주 기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예전 파일 형식을 다시 사용하는 정도가 아니다. Nano Ardule에서 축적된 간결한 패턴 표현 방식과 Fluid Ardule의 소프트웨어 음원, MIDI 처리 능력, 확장 가능한 사용자 환경이 하나의 체계 안에서 결합되고 있다.

이제야 Nano Ardule과 Fluid Ardule 사이의 진정한 통섭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이번에 한 일은 새로운 포맷을 발명한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규격 안에 들어 있던 일반성을 다시 확인하고 구현한 것에 가깝다. Nano Ardule 시절의 설계가 사라지지 않고, 더 강력한 Fluid Ardule 안에서 새로운 역할을 얻은 것이다.

오늘의 글에서는 복습을 겸하여 중요한 개념을 국문으로 정리하였다. 초안 작성에는 ChatGPT의 도움을 받았다. 인터넷에서 이런 종류의 글은 아마 거의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이 글은 GitHub의 README도 아니고, 소프트웨어 개발 일지도 아니며, 실용음악 이론도 아니고, 논문도 아니다. '설계 회고(Design Retrospective)'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옳다.


드럼 패턴은 시간과 악기로 이루어진 매트릭스다

ADT의 기본 개념은 드럼 패턴을 하나의 2차원 매트릭스, 즉 행렬로 표현하는 것이다.

시간을 X축으로 놓으면 각 열(column)은 하나의 Step이 된다. 세로축의 각 행(row)은 하나의 드럼 악기, 즉 Slot이 된다.

                         시간: Step →
          
Step        0 1 2 3 | 4 5 6 7 | 8 9 A B | C D E F
----------------------------------------------------
Kick        O . . . | O . . . | O . . . | O . . .
Snare       . . . . | X . . . | . . . . | X . . .
Closed HH   x . x . | x . x . | x . x . | x . x .
Open HH     . . . . | . . . . | . . . . | . . x .
Crash       O . . . | . . . . | . . . . | . . . .

예를 들어 Step 4의 Kick과 Snare 위치에 모두 타격 기호가 있다면, 재생기는 그 순간 킥과 스네어를 동시에 연주한다. 따라서 하나의 Step에는 여러 Slot의 이벤트가 함께 들어갈 수 있다.

ADT의 패턴 본문은 결국 다음과 같은 논리적 구조를 기록한다.

Pattern[step][slot] = accent level

각 셀에는 단순한 ON/OFF뿐 아니라 네 단계의 상대적 액센트가 저장된다. MIDI의 벨로시티(0-127)를 단순화한 것이다.

기호 레벨 의미
. 0 쉼, 타격 없음
- 1 약한 타격
x 2 보통 타격
o 3 강한 타격

ADT는 같은 매트릭스를 두 방향으로 기록할 수 있다

논리적으로는 시간축을 X축에 두고 Step을 열로, Slot을 행으로 놓은 형태가 드럼 패턴을 눈으로 읽기에 가장 자연스럽다.

ADT에서는 이 매트릭스를 파일에 기록할 때 두 가지 방향을 사용할 수 있다.

1. SLOT 방향

ORIENTATION=SLOT에서는 한 행이 하나의 악기를 나타낸다. 따라서 본문의 행 수는 Slot 수와 같고, 각 행에는 시간 순서대로 LENGTH개의 기호가 들어간다. 

ORIENTATION=SLOT

O...O...O...O...
....X.......X...
x.x.x.x.x.x.x.x.
................
...

이 형태에서는 시간축이 가로로 진행한다.

  • 한 행 = 하나의 Slot
  • 한 열 = 하나의 Step
  • 본문 행 수 = SLOTS
  • 각 행의 문자 수 = LENGTH

드럼 머신의 스텝 시퀀서 화면과 비슷하므로 사람이 패턴을 살펴보고 편집하기에 편리하다.

2. STEP 방향

ORIENTATION=STEP에서는 같은 매트릭스를 90도 돌린 것처럼 기록한다. 한 행이 하나의 시간 Step이 되고, 그 행 안의 각 문자가 Slot을 나타낸다.

ORIENTATION=STEP

O.x.........
............
..x.........
............
OXx.........
...

이 형태에서는 시간이 위에서 아래로 진행한다.

  • 한 행 = 하나의 Step
  • 한 열 = 하나의 Slot
  • 본문 행 수 = LENGTH
  • 각 행의 문자 수 = SLOTS

두 표현은 서로 다른 패턴이 아니다. 하나의 동일한 Step × Slot 매트릭스를 서로 90도 회전시켜 기록한 것뿐이다.

파서는 어느 방향으로 기록된 ADT를 읽더라도 내부에서는 보통 다음과 같은 STEP 기준 구조로 정규화할 수 있다.

grid[LENGTH][SLOTS]

최근 테스트 파일에서 발생한 오류도 이 두 방향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본문은 SLOT 방향으로 작성했지만 ORIENTATION=SLOT을 명시하지 않아, 파서가 기본값인 STEP 방향으로 해석했던 것이다.


Step: 시간축의 최소 칸

Step은 ADT 시간축의 최소 단위이다.

Step 자체가 언제나 16분음표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Step 하나의 실제 시간 길이는 GRID가 정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면, Step 하나는 16분음표 하나에 해당한다.

GRID=16

Step 0, Step 1, Step 2는 각각 연속된 16분음표 시간 칸이다.

플레이어는 각 Step에 들어 있는 모든 Slot을 조사하여 필요한 MIDI 드럼 노트를 동시에 출력한 뒤, GRID가 정한 시간만큼 기다리고 다음 Step으로 이동한다.


Slot: 동시에 연주할 수 있는 악기 레인

Slot은 드럼 패턴의 악기축이다.

ADT의 기본 드럼 구성에서는 12개의 Slot을 사용하며, 각 Slot은 MIDI 드럼 노트 하나와 연결된다.

SLOTS=12

SLOT0=KK@36,KICK
SLOT1=SN@38,SNARE
SLOT2=CH@42,HH_CLOSED
SLOT3=OH@46,HH_OPEN
...

KK@36은 이 Slot의 약어가 KK이고 MIDI 노트 번호가 36이라는 뜻이다.

Slot은 시간의 길이를 결정하지 않는다. 단지 각 Step에서 어떤 악기가 울리는지를 결정한다.


GRID: 시간축의 해상도

GRID는 4분음표를 기준으로 Step이 얼마나 촘촘하게 나뉘는지를 정의한다.

GRID Step 하나의 의미 4분음표당 Step 수
16 일반 16분음표 4
8T 8분음표 셋잇단음표 3
16T 16분음표 셋잇단음표 6

따라서 GRID는 패턴의 박자를 정하는 값이라기보다, 시간축을 어느 정도의 해상도로 나눌 것인지를 정하는 값이다.


8T와 16T: 셋잇단음표 그리드

GRID 이름 뒤의 T는 Triplet, 즉 셋잇단음표를 뜻한다.

GRID=8T

4분음표 하나를 3개의 동일한 Step으로 나눈다.

4분음표 1개 = 3 Step

4/4 한 마디에는 4분음표가 4개 있으므로 12 Step, 두 마디에는 24 Step이 필요하다.

TIME_SIG=4/4
GRID=8T
LENGTH=24

GRID=16T

4분음표 하나를 6개의 동일한 Step으로 나눈다.

4분음표 1개 = 6 Step

따라서 4/4 두 마디는 48 Step이 된다.

TIME_SIG=4/4
GRID=16T
LENGTH=48

이 구조 덕분에 셔플이나 트리플렛 계열의 리듬도 별도의 예외적인 재생 알고리즘 없이 표현할 수 있다.


LENGTH: 패턴 전체의 Step 수

LENGTH는 패턴에 들어 있는 전체 Step의 수이다.

ADT 패턴은 관례적으로 두 마디 길이이지만, 두 마디가 언제나 32 Step인 것은 아니다. 실제 Step 수는 박자와 GRID에 따라 달라진다.

플레이어는 Step 0부터 LENGTH - 1까지 재생한 뒤 다시 Step 0으로 돌아간다.

for step in range(LENGTH):
    play_all_slots(step)
    wait_for_grid_interval()

repeat

따라서 실제 재생 엔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패턴 길이 값은 LENGTH이다. 나의 설계에서는 패턴 길이는 의도적으로 2 bar를 가정하고 있다. Player는 두 마디 중 어느 하나만 선택하여 재생할 수 있다.


TIME_SIG: 패턴의 박자

TIME_SIG는 Time Signature, 즉 패턴의 박자를 나타낸다.

TIME_SIG=4/4
TIME_SIG=3/4
TIME_SIG=5/4
TIME_SIG=7/8
TIME_SIG=6/8

분자는 한 마디에 들어 있는 기준 음표의 수를 나타내고, 분모는 그 기준 음표의 종류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7/8은 한 마디가 8분음표 일곱 개 길이라는 뜻이다.

TIME_SIG는 음악적 의미, 문서화, 마디 구분, 에디터 표시 및 LENGTH 검증에 사용된다.

그러나 현재의 ADT 재생 구조에서는 매 Step의 실제 간격은 GRID가 정하고, 루프의 끝은 LENGTH가 정한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TIME_SIG를 직접 참조하지 않고도 패턴을 정확한 길이로 재생할 수 있다.

이것은 TIME_SIG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TIME_SIG는 패턴의 음악적 구조를 설명하고, GRID 및 LENGTH가 서로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메타데이터이다.


박자와 GRID에 따른 LENGTH 계산

분모가 4인 박자만 생각한다면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계산할 수 있다.

LENGTH
= 마디 수 × 한 마디의 박 수 × 한 박당 Step 수

그러나 7/8이나 6/8처럼 분모가 4가 아닌 박자까지 일반화하려면 박자의 분모도 계산에 반영해야 한다.

LENGTH
= 마디 수
× TIME_SIG 분자
× (4 / TIME_SIG 분모)
× GRID의 4분음표당 Step 수

ADT의 표준 패턴 길이인 두 마디를 기준으로 몇 가지 예를 계산하면 다음과 같다.

박자 GRID 한 마디 Step 두 마디 LENGTH
4/4 16 16 32
3/4 16 12 24
5/4 16 20 40
7/8 16 14 28
3/4 8T 9 18
6/8 8T 9 18

여기에서 3/4와 6/8은 마디의 전체 시간 길이는 같을 수 있지만, 음악적인 강세 구조는 다르다. 이 차이는 TIME_SIG가 설명하고, 실제 시간축의 세분화는 GRID가 담당한다.


왜 v2.2b만으로 비정형 박자가 가능한가

5/4를 예로 들어 보자.

GRID=16에서는 4분음표 한 박이 4 Step이다. 5/4 한 마디는 20 Step이고, ADT의 기본 길이인 두 마디는 40 Step이다.

TIME_SIG=5/4
GRID=16
LENGTH=40

플레이어는 40개의 Step을 재생하고 루프하면 된다. 5/4 전용 재생 루틴은 필요하지 않다.

7/8도 마찬가지다. GRID=16에서는 8분음표 하나가 2 Step이므로 한 마디는 14 Step, 두 마디는 28 Step이다.

TIME_SIG=7/8
GRID=16
LENGTH=28

재생기는 28 Step을 순서대로 재생한 뒤 처음으로 돌아가면 된다.

결국 비정형 박자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은 특정 박자별 예외 처리 코드가 아니라 다음 세 요소의 분리이다.

  • TIME_SIG: 음악적인 박자
  • GRID: 시간축의 해상도
  • LENGTH: 패턴 전체의 Step 수

이번 정리 작업의 의미

이번 문서 정리와 ADX Player 제작은 ADT에 새로운 기능을 억지로 추가하기 위한 작업이 아니다.

목적은 3/4, 5/4, 7/8, 6/8과 같은 비정형 박자를 실제로 구현하고 검증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기존 ADT v2.2b 규격의 완성도가 예상보다 높았다는 사실이다.

ADT는 이미 다음 요소를 서로 독립적으로 정의하고 있었다.

  • 박자를 나타내는 TIME_SIG
  • 시간 해상도를 나타내는 GRID
  • 전체 재생 길이를 나타내는 LENGTH
  • 악기축을 나타내는 SLOT
  • STEP 방향과 SLOT 방향의 두 가지 본문 표현
  • 직선 계열과 트리플렛 계열의 GRID

특히 재생 엔진이 TIME_SIG에 종속되지 않고 LENGTH를 권위 있는 루프 길이로 사용하는 구조 덕분에, 기존의 동일한 재생 루프로 다양한 박자를 처리할 수 있었다.

과거에는 주로 4/4 패턴만 제작하고 사용했기 때문에 이 일반성이 눈에 잘 띄지 않았을 뿐이다.

비정형 박자는 새로 가능해진 것이 아니다. 이미 가능했으며, 이번 작업을 통해 그 사실을 명시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다만 7/8이나 6/8처럼 분모가 4가 아닌 박자까지 문서에서 완전히 일반화하려면 LENGTH 계산식에 TIME_SIG의 분모를 분명하게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파일 구조나 재생 방식의 변경이 아니라, 이미 가능한 동작을 더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한 문서상의 보완이다.


정리

ADT의 핵심 철학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ADT는 드럼 패턴을 Step과 Slot으로 이루어진 매트릭스로 표현한다. GRID는 각 Step의 시간 간격을 정하고, LENGTH는 패턴의 전체 길이를 정하며, TIME_SIG는 그 시간 구조의 음악적 박자를 설명한다.

SLOT 방향에서는 시간이 가로로 흐르고 악기가 세로로 배열된다. STEP 방향에서는 같은 매트릭스를 90도 돌려 시간이 세로로 흐르고 악기가 가로로 배열된다.

이 단순하고 분리된 구조 덕분에 ADT는 4/4에 갇혀 있지 않다. 3/4, 5/4, 7/8, 6/8과 트리플렛 계열 패턴도 동일한 자료 구조와 동일한 재생 엔진으로 처리할 수 있다.

이번 작업은 ADT를 새로 설계하는 작업이 아니라, 이미 잘 만들어져 있던 설계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실제로 증명하는 작업이다.

ADT는 오래된 포맷이 아니다. ADP의 장점을 계승하면서 사람 친화적인 텍스트 규격으로 새롭게 설계되었다. 그리고 불과 1년 만에 ADX Player를 통해 4/4를 넘어 다양한 박자를 자연스럽게 수용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Nano Ardule에서 시작된 ADP와 Fluid Ardule에서 발전한 ADT는 이제 하나의 패턴 생태계를 이루게 되었고, 이것이야말로 두 프로젝트의 진정한 통섭이라 할 수 있다.


왜 ADT v2.3 Final Draft를 만들었었나?

ADT v2.2b는 이미 충분히 완성도가 높은 규격이었다. 실제로 이번 작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지 않고도 3/4, 5/4, 6/8, 7/8과 같은 다양한 박자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굳이 ADT v2.3 Final Draft를 만들 필요가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규격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규격이 원래 지니고 있던 일반성을 더욱 정확하게 문서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ADX Player를 구현하면서 4/4가 아닌 여러 박자를 실제로 재생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ADT의 핵심 요소인 TIME_SIG, GRID, LENGTH가 특정 박자에 종속되지 않는 일반적인 구조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v2.2b에도 이러한 개념은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설명과 예제가 주로 4/4 박자를 중심으로 작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독자가 ADT를 4/4 전용 규격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었다. 또한 LENGTH를 계산하는 설명도 분모가 4가 아닌 박자까지 포괄하도록 더욱 일반화할 필요가 있었다.

따라서 v2.3 Final Draft에서는 다음 사항을 명확히 하거나 보완하였다.

  • ADT가 4/4뿐 아니라 다양한 박자를 표현할 수 있는 일반적인 패턴 규격임을 명시하였다.
  • TIME_SIG, GRID, LENGTH 사이의 관계를 더욱 정확하게 설명하였다.
  • 박자표의 분모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LENGTH 계산 원리를 일반화하였다.
  • 8T16T 등 트리플렛 그리드의 의미를 보완하였다.
  • STEPSLOT 표현이 서로 90도 회전한 관계임을 분명히 하였다.
  • 3/4, 5/4, 6/8, 7/8 등의 예제를 추가하여 규격의 일반성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게 하였다.

즉, v2.3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파일 구조를 바꾼 버전이라기보다, v2.2b에 이미 들어 있던 설계 의도를 구현 결과에 맞추어 더 정확하게 설명하고 문서의 완성도를 높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Final Draft라는 표현도 이러한 성격을 나타낸다. 규격의 핵심 구조는 사실상 확정되었지만, ADX Player와 실제 패턴을 통해 마지막 검증을 거친 뒤 정식 v2.3으로 확정하기 위한 최종 검토본이라는 뜻이다.

특히 이번 작업에서는 Nano Ardule에서 출발한 ADP의 간결한 패턴 구조와, 이후 사람이 읽고 편집할 수 있도록 설계한 ADT가 Raspberry Pi 기반의 Fluid Ardule에서 다시 활용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과거의 설계를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재생 환경에서 그 일반성과 확장성을 실제로 증명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v2.3 Final Draft는 단순한 문서 개정판이 아니다. Nano Ardule과 Fluid Ardule의 진정한 통섭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하나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2026년 7월 25일 토요일

Fluid Ardule에 드럼 패턴 재생 기능을 넣다

Fluid Ardule은 '전원을 넣고 키보드를 연결하면 즉시 연주 가능'한 MIDI 사운드 모듈을 지향한다. 인터넷 라디오, 각종 오디오 음원 파일 재생, 블루투스 오디오 재생 기능은 재미와 활용성을 높이기 위하여 추가한 것이다. 라즈베리파이 3B라는 제한된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샘플러라든가 작은 DAW와 같은 기능을 넣으려는 욕심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그래서 JACK이나 PortAudio 등을 절대 쓰지 않으며, 오로지 ALSA만을 이용한 단순하고 빠른 처리를 목표로 하였다.

하지만 드럼 재생 기능만큼은 넣어 보고 싶었다. Nano Ardule을 개발하면서 값진 자산으로 남은 드럼 패턴 라이브러리를 이용하면 어렵지 않게 Fluid Ardule의 운영 스크립트에서 드럼 패턴을 반복 재생하고, 연결된 키보드를 이용하여 드럼과 동시 연주도 가능할 것 같았다.



Nano Ardule 개발 당시 공개된 드럼 MID 파일을 분석하여 2-bar 단위의 패턴을 장르별로 정리해 둔 일이 있다. 이를 위한 두 가지의 전용 파일 포맷도 개발해 두었다. ADT는 사람이 읽고 편집할 수 있는 파일이고, 이를 검증하여 작은 바이너리 캐시로 만든 것은 ADP이다. ADP는 아두이노 나노(에브리)의 작은 메모리에도 비상용으로 수십개 정도는 넣을 수 있다.

사실 아두이노 나노보다 성능이 훨씬 좋은 라즈베리 파이에서는 ADT를 그대로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운영 스크립트 안에 텍스트 파서가 들어가야 하고, 잘못 작성된 패턴을 검사하는 코드도 필요하다. 예외 처리도 늘어났을 것이고, 앞으로 ADT 문법이 바뀔 때마다 Fluid Ardule도 함께 수정해야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ADP는 대단히 단순하다. 이미 검증이 다 끝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텍스트 파일을 다룰 때 필요한 파서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 ADP 파일을 연다.
  • 헤더를 확인한다.
  • 스텝 데이터를 읽는다.
  • 해당 스텝의 드럼 음을 출력한다.

이것으로 끝이다. "Play with Drums"라는 메뉴를 넣을 위치를 결정하고, 대략의 화면을 구상한 뒤 지시문을 만들어서 ChatGPT에 ADP 파일 사양 문서와 함께 밀어 넣었다. 그것으로 끝. 인코더를 돌려서 BPM을 조절하고, 키보드 입력 신호를 동시에 연주하는 기능도 순식간에 구현하였다. 오히려 화면 안에서 텍스트 배치를 보기 좋게 조절하는 것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았다.

Nano Ardule 개발 당시 꽤 신경을 써서 만든 '드럼 패턴 데이터 표준안'이 결국 미래의 나를 위한 좋은 선물이었던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ADT는 필요하다. 사람이 읽고 수정할 수 있는 원본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연주를 담당하는 프로그램에게는 검증이 끝난 ADP가 더 적합하다. 만약 2-bar MIDI drum pattern을 재생 대상으로 삼았더라면 타이밍 계산과 MIDI 이벤트 해석, 스케줄링을 처리하느라 개발 과정은 그야말로 재앙이 되었을 것이다. MIDI drum pattern은 악기 사용 빈도를 계산하고 ADT → ADP를 만드는 과정에서 매우 유용한 raw data 역할을 한 것은 솔직하게 시인한다.

내가 만든 체계에서는 드럼킷을 구성하는 악기(slot)를 12개로 제한한다. 실용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 ADP에서는 슬롯 번호마다 다음과 같이 정해진 악기가 할당된다. 반면 ADT는 12개 슬롯이라는 원칙을 지키기만 한다면 다른 악기를 넣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카우벨이나 탬버린 같은 것. 따라서 새로운 패턴을 만들 때에는 ADT가 필요하다.


이러한 타악기 배치는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다. 인터넷에 공개된 다수의 드럼 패턴 파일(.MID)을 분석한 결과물이므로 일종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하여 얻은 결론이다. 이를 컴퓨터 키보드(16키) 또는 AKAI MPK MINI의 패드(8키 x 2뱅크)에 할당하여 입력하기 위해 나름대로 머리를 싸매서 고민을 한 결과가 바로 다음의 스펙 문서이다. 

APS Drum Instrument Sets & Pad Mapping - Reference Specification

실은 요즘 며칠 작업을 하면서 이 문서가 조금 잘못된 것을 깨달았다. Legacy UI Set를 실질적인 표준으로 삼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내가 만들어 놓은 450개 가까운 ADP는 실제로 Legacy UI Set를 따르고 있었다. 처음부터 목표를 세워서 이를 구현하기 위해 표준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공개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실제로 사용 가능한 형태로 다듬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표준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어쩌면 내가 숱하게 남긴 기록에도 불구하고 개발 과정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결국 좋은 데이터 포맷이란 단순히 파일 크기가 작거나 처리 속도가 빠른 것이 아니다. 사람이 이해하고 수정할 수 있는 원본과, 기계가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표현을 적절히 분리하는 것이다. ADT와 ADP는 바로 그런 역할 분담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거의 수정 없이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다시 활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당시의 설계가 나쁘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는 것 같다. 미래의 나는, 과거의 내가 남겨 둔 작은 선물을 기분 좋게 다시 꺼내 쓸 수 있었다.

오키나와에서 왼쪽 차선으로 운전해 보기

아들이 기획한 오키나와 가족 여행으로 2026년 이른 여름 휴가를 대신하였다. 여행을 다녀온 즉시 글을 쓰지 못하는 바람에 기억이 점점 흐려짐은 아쉬운 일이다. 아들이 아니었으면 어쩌면 평생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서 외국에서 운전을 한다는 도전 자체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올 한해 동안 아들이 기획한 효도 관광을 두 차례나 일본으로 다녀온 셈이다.

오키나와 나하 국제공항에서.


오키나와현립 박물관・미술관

아들과 번갈아 운전한 차량은 토요타 아쿠아(하이브리드).


오리온 맥주와 블루실 아이스크림, 그리고 오키나와 특유의 '포크 음악'은 이제 영원히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일본 본토를 둘러싼 갈등과 2차대전 끝무렵에 오키나와 주민이 겪은 아픔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



오키나와 해양 엑스포 공원 내 해양 문화관은 볼거리가 정말 많았다.


사위 덕분에 '입덕'하게 된 루트비어. 사위인 Gavin은 오키나와에서 유명한 브랜드인 A&W보다 Sprecher를 더 좋아한다. 사위의 최애 한국 과자는 오징어땅콩.

왼손으로 변속을 하고 오른손으로 방향지시등을 조작하는 것이 정말 어색했다. 깜빡이를 켠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와이퍼가 좌우로 왔다갔다! 게다가 우회전, 즉 우리 방식으로는 좌회전을 하는 방식이 왜 이렇게 생소한지! 우리의 교통규칙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전부 엄격하게 규정하여 보여주지만, 이곳은 기본적으로 모든 우회전은 비보호에 해당하며 중앙선을 넘어서 반대편 골목으로 넘어가는 것이 전혀 교통규칙 위반이 아니다. 양보가 몸에 밴 사람들이라서 다들 경적 한 번 울리지 않고 여유있게 차량을 운행하고 있었다.


산토리니 느낌이 난다는 세나가섬의 우미카지 테라스.


나하 시내를 달리는 모노레일 유이 레일.

오키나와 평화기념공원 내 전시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다. 일제 강점기를 겪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오키나와 주민들의 전쟁 피해—일본 정부에 의한, 그리고 미군에 의한—에 대해서는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오키나와 전통 현악기인 산신(三線). 뱀가죽으로 몸통을 둘렀다. 중국의 삼현에서 유래하였으며 일본 본토로 넘어가 샤미센이 되었다.

제주도에는 돌하르방이 있다면, 오키나와에는 수호신에 해당하는 '시사'가 있다.

저녁 무렵의 어메리카 빌리지.


바쁜 일상 중에 잠시 쉼표를 찍고 갈 수 있게 해 준 아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가급적 많이 돌아다니련다.

2026년 7월 24일 금요일

다시 하루 걸러 하루 달리기로 운동 주기를 바꾸어 보다

2026년 7월 말이면 달리기를 시작한 지 꼭 2년이 된다. 일반적인 체력이나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하프마라톤 코스 정도는 최소한 한 번쯤 소화하였을지도 모르겠다. 그에 비하면 나의 성적은 초라하다. 아직까지 6분 이내의 평균 페이스, 쉽게 말하여 30분에 5km 이상 달리기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달리기 2주년을 앞두고 받은 배지
어제 받은 배지. 집을 나설 때에는 '오늘은 몸이 좀 피곤하니 과연 1km나 달릴 수 있을까?'하고 걱정을 하지만, 결국은 쉬지 않고 5km를 달리게 된다.

처음에는 하루 뛰고 하루 쉬는 것을 목표로 하였으나 피로감 극복이 힘들어서 하루를 달리고 이틀을 쉬는 것으로 운동 주기를 바꾸어 꽤 오래 지속하였다. 한 번에 달린 거리는 6~7.5km 정도였다. 최근에는 출장과 여행, 날씨 등으로 쉬는 기간이 더 길어지는 일도 많았다.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 이번 주부터는 한 번에 달리는 거리를 5km로 약간 줄이고, 다시 처음과 같이 하루 걸러 뛰는 방식으로 돌아가기로 하였다. 만약 2~3km 정도라면 매일 뛰어도 괜찮을 것이다. 주 3회가 아니라 무조건 이틀에 한 번 달리기이다.

이번 주 달리기 기록
금주에는 하루 뛰고 하루 쉬기를 3회 반복하였다.

달리기를 시작한 이후 체중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 감소는 지속되고 있다. 오른쪽 상완골 대결절 1분 골절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아령 운동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것 같다. 이번 달 초에 받은 건강검진의 인바디 검사 결과는 정말 초라하였다.

달리기를 유일한 운동으로 삼아 심폐지구력을 향상시키는 것만으로는 당연히 근육량 증가뿐만 아니라 유지도 힘든 것 아니겠는가? 피트니스 클럽을 가지 않더라도 특별한 기구 없이 집에서 할 수 있는 근육 운동 방법이 있을 것이니 검색을 해 봐야겠다.

ChatGPT가 자동 생성한 기구 없이 집에서 하는 근력운동법을 아래에 소개하였다. 과거에 쓴 글에서는 아령 운동법도 소개한 일이 있다(긴 여행 뒤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운동하기).

50대 중반을 위한 집에서 하는 근력운동법
ChatGPT가 자동 생성한 근력운동법.

먹는 것에 대한 유혹도 견뎌내야 하고, 운동 계획은 더욱 치밀하게 세워서 끈기 있게 실천해야 한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는 것이 참 어렵다. 나 혼자 이렇게 궁리하고 실천할 것이 아니라 아내에게도 운동의 중요성을 설파해야 하는데, 참 걱정이다.

2026년 7월 22일 수요일

천박한 표어

표어는 조직의 철학을 압축한 문장이다. 좋은 표어는 짧지만 오래 남는다. 그 조직이 왜 존재하는지,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몇 마디 말로 설명한다. 그래서 표어를 만드는 일은 쉽지만, 좋은 표어를 만드는 일은 어렵다. 여기서는 새로운 프로젝트와 사업, 서비스의 이름도 넓은 의미의 표어에 포함하기로 한다.

좋은 표어는 처음에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대개 신조어에 바탕을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표어는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다(self-explanatory).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 자연스럽게 의미가 전달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이 표어를 내세우는 조직의 철학과 함께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는다.

반대로 천박한 표어는 이름보다 설명이 길다. 회의마다, 발표마다, 문서마다 '이 이름은 이런 뜻입니다.'를 반복해야 한다. 정작 설명을 다 듣고도 '그래서 왜 이런 이름을 붙였지?'라는 의문이 남는다면, 그 표어는 이미 목적을 잃은 것이다. 만약 권력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러한 의문이 제기되면, 그 표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하급자'에게 십중팔구 그 잘못이 돌아간다.

또 하나의 기준이 있다. 몇 년이 지나도 이름이 입에 잘 붙지 않는다면, 그것도 좋은 이름은 아니다. 사람들은 억지로 만든 이름을 오래 기억하지 않는다. 결국 줄여 부르거나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 부른다. 이름은 사람이 적응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사람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어야 한다.

이 원칙은 법과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좋은 법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변명하지 않는다. 만약 담당자가 수년 동안 '법이 있으니 해야 합니다.', '제도가 생겼으니 따라야 합니다.'를 반복해서 설명해야 한다면, 문제는 국민이나 연구자가 아니라 법과 제도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법이 있으니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법이 만들어진 것이고, 또 그래야 한다. 좋은 법은 시간이 흐를수록 왜 필요한지 스스로 설명한다. 좋은 정책은 담당자가 바뀌어도 살아남는다. 정책의 생명력은 추진자의 열정보다 해결하려는 문제의 타당성에서 나온다.

표어도 결국 다르지 않다. 이름은 철학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이 내용을 압도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철학이 아니라 이름만 기억하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표어를 볼 때마다 나는 먼저 묻는다.

이 이름은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가.

좋은 표어는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설명을 들으면 의미가 더욱 깊어지며, 이것은 깊어질수록 좋은 일이다. 반대로 표어를 이해시키는 데 끊임없이 에너지를 써야 한다면, 그것은 철학을 담은 이름이 아니라 포장에 가깝다.

좋은 표어는 조직의 철학을 설명한다. 천박한 표어는 표어 자체를 설명하느라 조직의 철학을 설명할 시간을 빼앗는다. 표어가 철학을 대신하는 순간, 조직은 이름을 만들고 철학을 잃는다.

2026년 7월 15일 수요일

Fluid Ardule, 블루투스 오디오 기능까지 넣어도 될까?

 


수 개월 동안의 개발을 거쳐 이제 겨우 DIY synth module로서 안정적인 작동을 하게 된 Fluid Ardule에 자꾸 새로운 기능을 욱여넣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고민을 하고 있다. Fluid Ardule은 리눅스 기반의 운영체계로 돌아가는 매우 작은 컴퓨터이다. 따라서 오디오를 다루는 범용 기기로서 원하기만 한다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다만 건반을 연결하여 선택한 악기 음색으로 연주한다는 기본 기능에 지장을 주어서는 곤란하다.

재미와 활용성을 모두 높이기 위해서 처음부터 추구했던 것은 음원 파일과 인터넷 라디오 재생이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도 다음 단계의 욕심이 발동하였으니 그것은 바로 블루투스 오디오 기능이다. 신뢰할 수 있는 기기를 미리 등록해 놓은 뒤, 필요한 때에 UI를 조작해서 블루투스 페어링을 하여 휴대폰에서 송신하는 음악을 재생하는 것.

부팅 과정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블루투스 관련 기능은 전부 막은 상태였다. SSH로 접속하여 이를 해제한 다음, 단계별로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음악이 흘러나오게 만드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실험 기록은 별도의 문서 Experimental Documents - Bluetooth Audio Activation and Pairing (Raspberry Pi OS Trixie)에 기록해 두었다.

블루투스로 음원을 들으면서 건반을 연주하겠다는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Pi의 내장 마이크로SD카드나 USB 드라이브에 수록된 음원 파일을 재생할 때와도 같은 제약 조건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JACK, PulseAudio, PipeWire가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 길은 기능이 늘어나는 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유지보수가 급격히 어려워지는 길이기도 한다. 적어도 지금의 Fluid Ardule에서는 그 문을 열 생각은 없다. 나에게는 그곳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입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Fluid Ardule UI에서 console로 진입하는 방법을 구현해 놓은 일이 있다. 블루투스 기기의 최초 등록은 SSH나 console을 통해서 진행하고, UI에서는 이미 등록된 기기를 연결하거나 해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매우 간단할 것이다. 블루투스 오디오 재생 중에는 다른 기능으로 건너뛰는 것을 제한할 것이다. 그것은 Combi의 운영 방식과 유사하다.

아직 운영 스크립트에 이 기능을 넣을지 여부는 결정하지 않았다. 어쩌면 한동안은 Experimental 문서로만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적어도 '할 수 있는 일'과 '하지 않기로 한 일'의 경계는 한층 분명해졌다. 프로젝트가 커질수록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일보다, 그 유혹을 적절한 선에서 멈추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 Fluid Ardule도 이제는 그런 고민을 해야 하는 단계에 이른 것 같다. 그 유혹에 넘어갈 때, Fluid Ardule은 컴퓨터 옆에 놓고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Desktop Music Workstation에 가까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다가 녹음 기능까지 넣고 싶어지면 절대로 안된다! 끝을 모르는 지옥의 입구로 진입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말이다.


2026년 7월 19일 업데이트

이미 나흘 전, 그러니까 이른 여름 휴가를 떠나기 직전에 운영 스크립트에 블루투스 오디오 재생 기능을 넣었다. GitHub에도 스크립트를 올리고 관련 문서도 전부 수정하였다(commit 2e6b405, 스크립트 버전 260715f). Why not? 




2026년 7월 11일 토요일

Fluid Ardule 소개용 동영상을 새로 만들다

누구에게나 멋진 계획이 있다. 졸작을 만들어내기 전까지는...

인클로저까지 가공하여 만들고, 운영 소프트웨어의 기능과 안정성도 현저히 개선된 지금이야말로 Fluid Ardule의 본격적인 소개 영상을 만들어서 공개할 시점이다. 지저분한 물건을 가릴 배경지까지 구입하여 늘어뜨린 것은 좋았다.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구성하여 촬영을 하였는데,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OpenShot Video Editor는 왜 이렇게 말썽인 것인가?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지만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오늘 작업에서 새로 발견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캡션 종료 시 1프레임 플래시

    일부 캡션이 끝나는 순간, 방금 사라진 캡션이 약 1프레임 동안 다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 문제는 미리보기뿐 아니라 내보낸 MP4 파일에서도 확인되었으며, 모든 캡션에서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2. 캡션 배경 박스 크기 오류

    특정 캡션에서 반투명 배경 박스가 위쪽으로 비정상적으로 크게 확장되었다. 같은 설정을 사용한 다른 캡션은 정상적으로 표시되었고, 문제가 있는 캡션을 다시 만들자 정상으로 돌아왔다.

  3. 첫 PNG 타이틀이 내보내기에서 누락

    영상의 첫 화면에 배치한 PNG 타이틀은 미리보기에서는 정상적으로 보였지만, 최종 MP4 파일에서는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

  4. 마지막 PNG 슬라이드가 내보내기에서 누락

    영상 끝에 배치한 PNG 엔딩 슬라이드도 미리보기에서는 정상적으로 표시되었지만, 내보낸 영상에서는 빠져 있었다.

3번과 4번은 처음 접하는 문제점이었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은 이 문제 때문에 마지막 화면이 수 초 동안 암흑 + 배경으로 처리되었다. 어쩌면 이제는 OpenShot을 졸업할 때가 된 것 같다. Kdenlive가 무료 오픈소스 비디오 편집 프로그램으로서는 더 나은 선택이라고 한다. 

OpenShot과 Kdenlive 비교

항목 OpenShot Kdenlive
사용 난이도 초보자가 배우기 쉽고 화면 구성이 단순하다. 기능이 많아 처음에는 다소 복잡하지만 익숙해지면 작업 효율이 높다.
편집 방식 간단한 자르기, 이어 붙이기, 이미지 삽입 등에 적합하다. 멀티트랙 편집, 복잡한 타임라인 구성, 중첩 시퀀스 등에 유리하다.
자막 기능 간편하지만 캡션 표시와 종료 과정에서 렌더링 오류가 나타날 수 있다. 전용 자막 기능이 있으며 자막 파일과 음성 인식 기반 자막 제작도 지원한다.
타이틀과 이미지 PNG와 SVG를 쉽게 배치할 수 있지만 미리보기와 내보내기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사례가 있었다. 내장 타이틀 편집기가 강력하며 이미지와 그래픽 오버레이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효과와 키프레임 기본적인 효과와 키프레임 애니메이션을 비교적 쉽게 적용할 수 있다. 효과와 키프레임 설정이 더 다양하고 정밀하다.
색보정 기본적인 밝기와 색상 조절에 적합하다. 색상 범위, 스코프와 다양한 색보정 효과를 제공한다.
오디오 편집 볼륨과 페이드 등 기본적인 조절이 중심이다. 오디오 믹서, 파형 표시, 필터와 효과 등 보다 전문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미리보기 성능 간단한 프로젝트에서는 가볍고 빠르지만 복잡해지면 반응이 느려질 수 있다. 프록시 클립과 미리보기 해상도 조절을 이용해 대형 프로젝트를 관리하기 좋다.
내보내기 신뢰성 사용하기는 쉽지만 프로젝트에 따라 미리보기와 최종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렌더링 설정이 세분화되어 있으며 비교적 복잡한 프로젝트에 적합하다.
지원 운영체제 Windows, macOS, Linux, ChromeOS Windows, macOS, Linux, BSD
가격과 라이선스 무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무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추천 용도 짧은 영상, 단순한 편집, 빠른 제작 자막이 많은 영상, 기능 소개, 장시간 프로젝트, 정밀한 편집

OpenShot은 배우기 쉽고 간단한 영상을 빠르게 만드는 데 장점이 있다. 반면 Kdenlive는 처음에는 다소 복잡하지만 자막, 타이틀, 오디오, 효과와 내보내기 설정을 더욱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다. 편집 결과의 안정성과 확장성이 중요해진다면 Kdenlive가 더 적합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오늘의 졸작은 다음과 같다. 분량은 5분을 약간 넘는다. 보다 시나리오를 철저히 구성했다면 마치 주저하듯이 버튼을 누르면서 낭비한 시간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인터넷 라디오가 작동하는 모습을 그대로 촬영했더니 유튜브에 올렸을 때 저작권에 대한 경고가 떴다. 영상이 차단될 정도로 심각한 것은 아니라서 그냥 두기로 했다. 문제가 된 곡은 노르웨이의 밴드 Flunk의 Sit Down이란 곡이다. 경고 화면은 다음과 같다.


배경 음악, 아마추어 밴드의 기성곡 커버 등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때 이런 점을 유의해야 한다. 1분 이내면 괜찮다는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다. 

숏 영상을 다시 만들 기력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