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29일 목요일

광화문 시절은 저물어 가고

서울 파견 근무를 위해 거주했던 오피스텔의 임대차 계약이 내일로 끝난다. 마지막으로 짐을 정리하기 위해 하루 휴가를 내고 서울로 올라왔다. 1월 하순부터 매주 주말마다 짐을 조금씩 자동차에 실어서 날랐다. 대학을 졸업하는 딸아이의 방을 정리하고 짐을 다시 대전 집으로 내려보내는 일까지 하느라 몇 주 동안 주말에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 새로 시작한 낯선 업무에 적응하느라 마음의 여유도 아직 찾지 못하였다. 매달 12개 이상의 글을 블로그에 쓰자는 목표를 꾸준히 초과 달성해 오다가 드디어 이번 달에는 9개에 머물게 되었다.

잠시 센터포인트 광화문의 커피숍에 앉아서 1년 반 동안의 추억이 담겨있는 이마빌딩을 바라본다.


새롭게 시작한 일터는 온갖 이해 당사자들의 욕망이 교차하는 곳 같다. '너희가 과학기술 예산을 다 빨아 먹어서 우리가 차지할 몫이 줄어든다'는 푸념이 늘 들린다. 우리에겐 명백한 '갑'이 있고, 또 그들에게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민원인들이 있다. 이들 사이에서 균형 잡힌 자세를 취하기가 참 어렵다. 어쩌면 나는 지금 리더십 수업을 받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 비용을 내가 속한 조직이 내게 할 수는 없다. 

밤잠을 줄여가며 더 오랜 시간 근무를 해야 하나? 

내 몸을 이루는 DNA에는 원래 새겨져 있지 않던 근성을 새로 만들어서 발현시켜야 하나?

질문은 앞으로도 끊이지 않고 이어질 것이고, 그 답을 찾기도 전에 이룬 성과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다시 이어질 것이다.




밤공기가 제법 쌀쌀하다. 내일부터는 다시 영하의 날씨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도 봄은 결국 올 것이다.


2024년 2월 25일 일요일

기타 가방의 지퍼를 직접 수리한 이야기

2008년 구입한 스콰이어 텔레캐스터에 딸려온 'UNO' 기타 가방(UNO는 2013년 폐업한 국내 기타 제조사로서 레스폴 카피 제품으로 유명했었음)의 지퍼 슬라이더가 전부 부서져서 여닫을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이를 직접 수리하기 위해 GODO라는 지퍼수리키트 4종 세트(Metal MF5, Nylon CF56, Plastic PF5, Conceal CSCF56)를 구입하였다. 정확한 지퍼의 규격을 모르지만 4개 중에 어느 하나는 맞을 것이라는 안이한 마음으로 주문을 하여 물건을 받아놓고 보니, 맞는 크기가 없어서 도저히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퍼의 규격은 체결된 상태의 폭(teeth width)을 mm 단위로 측정하면 알 수 있다고 한다. 내가 구입한 수리키트는 전부 6 mm 규격에 맞는 것이지만, UNO 기타 가방의 지퍼는 족히 10 mm가 넘는 폭이었기 때문이다. GODO 지퍼수리키트의 전체 상품 목록은 마이플래닛에 있다.

이번에 구입한 수리키트는 손잡이를 앞뒤에 전부 달 수 있는 것이다. 중앙에 보인 망가진 UNO 기타 가방의 지퍼 슬라이더와 호환이 될 만한 것은 없다.


맞는 규격의 지퍼수리키트를 정확히 확인하기도 어렵고, 인터넷을 뒤지면 저가 기타 가방의 가격이 지퍼수리키트(4종 세트)와 비슷한 정도로 싸기까지 하다.

기타 가방 앞부분의 물품 수납용 주머니를 여닫는 동일규격 지퍼 슬라이더를 빼내서 재사용하면 될 것도 같아서 커터를 들고 가방을 헤집다가 가방 자체가 더 망가지고 말았다. UNO 가방은 과감히 버리자! 대신 슬라이더가 망가진 다른 기타 가방의 지퍼를 수선해 보기로 하였다. 기존의 슬라이더를 분리해서 눈대중으로 크기를 비교하니 나일론 CF56에 해당하는 것 같아서 교체를 해 보았다. 교체는 별로 어렵지 않았다.

왼쪽의 슬라이더를 GODO CF56으로 교체해 보았으나 약간 작은 느낌이 든다.



그러나 새로 교체한 지퍼 슬라이더는 작동은 하되 그 움직임이 상당히 뻑뻑하였다. 버니어 캘리퍼스로 측정해 보면 지퍼의 폭은 7 mm 가까이 나온다. 나머지 4개 기타 가방의 지퍼 폭을 측정해 보았으나 6 mm에서 7 mm 이상 등 가지가지였다. 도대체 나일론 지퍼(=코일 지퍼)에는 규격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직접 측정한 지퍼의 폭은 위에서부터 7.1 mm, 6.15 mm, 7.25 mm, 그리고 10 mm. 두 번째 것은 베이스 용이고 가장 큰 규격의 지퍼를 사용한 맨 아래 것은 플라잉-V 스타일의 기타를 넣기 위하여 스쿨뮤직에서 구입한 헤비쉐입용 긱백.


망가진 금속제 슬라이더의 내부 폭을 버니어 캘리퍼스로 측정해 보았다. 7.2 mm가 나왔다. GODO의 CF56은 6.85 mm. 작동은 하지만 원활하게 여닫기지는 않아서 상당히 힘을 주어야 한다. 남은 3개의 수리용 부품은 어떻게 해서는 활용 방안을 찾아 보기로 하고, 앞으로 망가진 지퍼 슬라이더를 수선하려면 제대로 크기를 측정하여 맞는 제품을 고르도록 하자.

그림 출처: myplanet.


어쩌다가 지퍼 규격까지 공부를 하게 되었을까...


2024년 2월 23일 금요일

[Ubuntu] sudo apt update에서 "Key is stored in legacy trusted.gpg kryring" 경고가 나올 때

수십 개의 CD-ROM과 HDD에 저장해 둔 연구 자료를 열어보기 위해 오랜만에 우분투 데스크톱(23.04 LTS)의 전원을 올렸다. 새 사무실로 가져온 Ryzen 9 5950X 장착 데스크톱 컴퓨터(16 core, 128GB 메모리)는 이따금 전원을 투입하여 패키지를 업데이트하면서 생존을 확인하는 수준으로만 운용하는 중이다. 오늘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패키지 업데이트를 하려는데 제목과 같은 성가신 메시지가 보이기 시작하였다. 실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sudo apt-update
...(중략)...
All packages are up to date.
W: http://cdn.oxfordnanoportal.com/apt/dists/focal-stable/InRelease: Key is stored in legacy trusted.gpg keyring (/etc/apt/trusted.gpg), see the DEPRECATION section in apt-key(8) for details.
W: http://dl.secondarymetabolites.org/repos/deb/dist

모든 해결 방법은 구글에게 물어보면 나온다.

Fixing "Key is stored in legacy trusted.gpg keyrinng" issue in Ubuntu

여기에서 기술하는 두 가지 방법, 즉 (1)정공법이지만 복잡한 방법과 (2)그저 경고 메시지를 없애주는 간단한 방법 중에서 후자를 택하였다. 다음의 명령어를 날리면 된다.

$ sudo cp /etc/apt/trusted.gpg /etc/apt/trusted.gpg.d

하나를 해결하니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화면 해상도를 잘못 맞추어서 시커먼 모니터만 바라보아야 하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Rescue 모드로 접속하면 괜찮은데, 이것이 사용자의 디스플레이 해상도까지 자동으로 복구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정상적인 해상도를 개인 설정 파일에 덮어 쓰려면 어느 파일을 찾아야 하나... 에혀... 급한대로 Xshell에서 접속하여 오래전에 500GB SATA HDD에 복사해 둔 연구업무용 자료를 들추어 보았다. 


2003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작성한 미생물 유전체 해독 자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시점에서 박물관에나 보내야 할 크로마토그램 파일을 새삼스럽게 들추어 내는가? 자료가 아니라 '사료'의 가치가 더 커진 파일이다.

아카이브의 생성 날짜는 2011년.


가장 오래된 Hahella chejuensis KCTC 2396 유전체 프로젝트의 경우 안타깝게도 SCF 포맷의 크로마토그램이 남아있지 않았다. 얼핏 드는 기억으로는 크로마토그램은 CD-ROM 수십 장으로 백업을 해 두었던 것 같은데, 그것을 전부 되찾을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국가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K-BDS)에 등록해 두고 싶지만, NGS가 아닌 Sanger sequencing 결과까지 등록이 가능한지 알아봐야 되겠다. 불가능하다면 미생물 게놈 박물관이라도 만드는 수밖에는...


우분투 데스크톱 화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

화면 해상도를 잘못 건드려서 시커먼 모니터만 바라보아야 하던 상황은 금세 진정되었다. 원격 접속 터미널에서 다음의 명령어 하나를 실행하고 재부팅하는 것으로 끝!

sudo ubuntu-drivers autoinstall

Recovery mode로 재부팅하면 자동으로 복구가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 글에서 힌트를 얻었다.

2024년 2월 21일 수요일

오래된 기타, 망가진 기타 가방, 그리고 튜너 되살리기

또 기타 이야기...

파견 근무를 하는 동안 대전 사무실에 방치되었던 스콰이어 텔레캐스터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로 하였다. 이미 집에는 세 대의 일렉트릭 기타와 한 대의 베이스 기타가 있어서 대용량(?) 기타 거치대를 사지 않는 이상 수용하기가 어렵다. 파견 근무를 마치고 원 소속기관으로 복귀 후 부서가 바뀌어서 새 사무실로 기타를 들고 왔다. 기타 가방의 지퍼도 이상이 생겨서 슬라이더가 부서졌다. 이것도 자외선에 의해서 상태가 나빠지는 것인지... 가방의 지퍼를 교체하려면 보통 일이 아닌데, 검색을 해 보니 지퍼의 슬라이더만을 교체할 수 있는 수리키트인 GODO Zippy56 Zipper Repair Kit(야근N리뷰)라는 것이 있다고 하니 관심을 가져 보려고 한다. 공식판매점인 마이플래닛의 웹사이트에 충분한 정보가 공개되어 있으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의 판매 링크는 여기이다.

지퍼의 규격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Metal MF5, Nylon CF56, Plastic PF5 및 COnceal CSCF56의 네 가지가 가장 널리 쓰이는 것 같다. 사진 출처: 야근N리뷰.




2008년에 구입한 스콰이어 텔레캐스터는 햇볕이 잘 드는 사무실에 몇 년을 두었더니 픽가드에 황변이 일어나 아주 볼품없는 모습이 되었다. 호환 픽가드로 교체할 수도 있으니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다.




오늘은 클리너로 바디를 닦아내는 일만 하였다. 스트링도 갈아야 하고, 지판 청소도 해야 한다. 

집 발코니에 내놓은 피아노 의자 속에 기타 튜너(Muztek MH-300C, 매뉴얼)가 들어 있는 것을 기억해 냈다. 클립튜너는 집에서 써야 하니, 사무실에 놓을 스콰이어 텔레캐스터를 위해 잊고 있었던 튜너를 꺼내기로 했다. 이 튜너는 케이블을 꽂아서 쓰는 제품으로서 메트로놈 역할을 겸한다.

새 전지를 넣었는데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런! 발코니에서 수 년 동안 극심한 온도와 습도 차이를 겪으면서 망가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하였다. 혹시 수리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분해를 해 보았다.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 건전지 (+)극 접점에 녹이 잔뜩 슬어 있었다. 줄로 갈아내고 재조립을 하니 비로소 전원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저가 클립튜너와는 차원이 다른 물건이므로 잘 활용해야 되겠다.

2024년 2월에 접어들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빈도가 현저히 줄어들었고, 내가 종사하는 전문 분야에 대한 글은 전혀 쓰지 못하고 있다. 연구소로 복귀한 뒤 새로운 직책을 맡으면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한 맡은 책무의 무거움(?) 때문에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어쩌면 당분간은 취미와 관련된 일로만 블로그를 채우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업무 스트레스는 나로 하여금 취미에 더욱 몰두하게 만드는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세미할로우(삼익 - 국산), 스트랫 타입(데임 - 인도네시아), 플라잉-V 타입(DBZ - 국산), 스콰이어 텔레캐스터, 그리고 브랜드를 알기 어려운 베이스(국산)... 보유한 기타는 전부 뚜렷한 개성을 지녔다. 하지만 구입 당시의 가격은 신품의 경우 전부 20만원 초중반이었고, 중고로 산 것은 10~11만원에 불과하다... 물론 24년 전인 2000년의 25만원(앰프 포함)은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많이 다를 것이다.

악기는 이제 그만 사 모으고 틈틈이 연습과 녹음이나 열심히 해 두자.

2024년 2월 16일 금요일

삼익 일렉트릭 기타(Greg Bennett 'Royale')의 2차 수리 완료

이제는 고인이 된 그렉 베넷의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Royale 시리즈 세미할로우 바디 일렉트릭 기타(링크). 내 기타는 삼익악기에서 제조한 이 시리즈 제품의 프토토타입을 2000년 초반에 구입한 것이다.


이번 수리 직전의 끔찍한 모습을 사진으로 다시 확인해 보자. 넥이 부러진 것을 내가 직접 엉성하게 고쳐서 몇년을 쓰다가 2021년 대전의 뮤직마스터에 헤드스톡의 앞면을 밀어내고 무늬목을 바르는 비교적 간단한 작업을 의뢰했었다(당시 작성한 글 링크). 이 기타는 최근 1년 반 동안의 서울 파견 근무를 함께 하다가 다시 대전 복귀 후 이삿짐에서 꺼내 보니 같은 자리가 또 부러진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련번호: S99015779(MADE IN KOREA). 1999년 제조품으로 추정. 구입 시기는 2000년 초.


추억이 담긴 소중한 기타이니 버리지 않고 계속 사용하려면 제대로 고치는 것이 낫겠다고 결심을 하고 얼마 전 낙원상가 근처의 수리점에 맡겼다. 약 2주가 지나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과연 어떤 모습이 되었을까?

1차 수리 후 붙여 놓았던 무늬목은 깨끗이 제거된 상태였다.



자가 수리로는 절대 이런 모습이 나올 수 없다. 1차 수리 때 발랐던 접착제를 긁어내고, 홈을 파서 목심을 박고, 틈을 메우고, 갈아내고, 색을 입히고... 아마도 이런 방식으로 수리를 했을 것이다. MADE IN KOREA라는 글씨는 사라졌다.

접합 부위의 색깔도 원래의 모습과 흡사하다.

넥 뒷면을 무광으로 마무리한 것은 매우 특이하다. 덕분에 몇 군데의 눌린 흔적이 눈에 잘 뜨이지 않게 되었다. 손에 땀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기존의 유광 피니쉬가 특별히 불편하지는 않았었다. 바디와 넥의 일체감이 사라져서 좀 이상하다. 이렇게 마감이 될 것이라고 사전에 알 수 없었던 것은 아쉽다. 

스트링은 평소 쓰던 것보다 얇은 009 게이지로 바꾸어 준 것 같다. 가볍고 야들야들한 느낌. 집에서 앰프에 물려 보니 전기 계통에는 이상이 없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넥 쪽의 스트랩핀은 내가 기타 구입 직후 구멍을 뚫어 고정한 것이다. 기타를 사고 보니 핀이 달려 있지 않아서 삼익악기 본사에 연락하여 받았다. 이런 종류의 기타는 보통 넥과 바디가 붙는 뒤쪽에 스트랩핀이 위치하는데, 그걸 내가 알 턱이 있나... 세미할로우 바디 기타의 스트랩핀 고정과 관련한 '큰 공사'는 시흥 별악기의 글(링크)를 참조해 보자. 내 기타는 바디 옆면이 꽤 두꺼운 편이라(다음 사진의 monoframe construction 참조) 스트랩팬이 헐거워질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사진 출처: Greg Bennett 웹사이트


넥 접합 뒤 도장과 피니쉬는 다른 곳에 맡긴다고 들었다. 접합 부위의 도장면이 매끈하지 못하고 가루 같은 것이 꽤 많이 붙은 것으로 보아서 아주 완벽한 마무리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리 비용을 생각하면 충분히 만족한다. 

최고 수준의 수리를 원했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했을 것이다. 두 번의 수리에 들어간 총 비용은 24년 전 이 기타를 연습용 앰프와 같이 구입한 가격과 비슷하다. 어차피 삼익 그렉 베넷 로고가 인쇄되지 않은 상태로 만들어진 프로토타입 기타라서 정품 발매 가격보다는 싸게 살 수 있었다. 

국내에서 만든 세미할로우 기타를 저렴한 가격에 사기는 정말 어렵다. 전기 파트는 내가 직접 교체하는 것이 가능하니, 프렛 드레싱이나 교체가 필요해 질 때까지는 계속 아끼며 사용하련다.

참고로 대전의 수리 및 리피니쉬 업체인 키큰아이라는 곳이 유명하다고 한다. 내가 사는 곳에 이런 곳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닫하지 못했다. 시흥의 별악기와 대전의 키큰아이를 알게 된 것도 의외의 성과이다.



2024년 2월 15일 목요일

[자작곡] 2023년 광화문의 여름(4차 버전)

'밴드 음악' 또는 '락(rock) 음악'의 종말을 논하는 글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DAW(Digital Audio Workstation) 소프트웨어가 널리 보급되어 혼자서 음악을 만들어 디지털 음원으로까지 유통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서로 다른 종류의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 합주실에서 만나서 서로 의견을 조율해 나가면서 음악을 할 필요가 없어진 시대가 되었다. 히트곡을 만들기 위해 철저히 계획을 세워 협업으로 음악을 만드는 곳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제는 '음악이란 혼자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더욱 널리 퍼지고 있는 듯하다. 문학이나 미술은 원래부터 그랬었을까? 대규모 설치 미술이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더군다나 힙합이나 EDM으로 대중의 선호도가 크게 바뀐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락 음악은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와 같이 소수가 찾는 장르 음악의 길로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취미 수준에서 전형적인 1인 밴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보컬을 제외한 다섯 가지 악기(드럼, 베이스, 기타, 신시사이저, 피아노)를 연주하는 음악을 만들고 있으니 형식적으로는 밴드 음악에 해당한다. 하지만 밴드 음악을 몰락하게 만드는 바로 그 방식으로 음악을 만든다. 혼자서... 음악을 만들고 연주 및 녹음과 후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참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주 드물게 감상자의 의견을 듣고 필요하다고 느낄 때 수정을 거칠 뿐이다.

집에서 읽으려고 매일 자료를 인쇄해서 들고 가지만, 정작 퇴근 후에는 식탁 위에 노트북 컴퓨터와 건반을 늘어놓고 자작곡 수정 작업을 하느라 여가 시간을 다 보낸다. 새롭게 주어진 업무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더욱 음악 만들기에 몰두하는 상황이 되었다? 현실이 편안하면 원래 '예술 창작'이 잘 되지 않는 법.

이렇게 하여 작년 여름에 만든 '광화문의 여름'이라는 연주곡을 계속 다듬어 나간다. Synth lead의 악기 선택과 멜로디는 현 상태로 충분히 만족한다. 두 건반을 이어서 연주하면 음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한참 누른 상태로 있으면 휠을 돌리지 않고도 저절로 모듈레이션이 입혀지는 것이 마음에 든다. 그러나 기타 솔로는 그저 그렇다. 멜로디도 너무 단순하고(테크닉이 신통치 못하니...) 톤을 가다듬는 것은 아직 멀었다. 




이 곡은 앞으로도 계속 고쳐 나갈 것이다. 지금까지는 베이스를 MIDI 키보드 컨트롤러로 찍었지만, 실제 베이스 기타로 연주를 하여 생동감을 불어넣고 싶다. 슬랩 주법을 언제 익혀서 녹음에 써 먹을 수 있을지... 리듬 기타의 음색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실제 어쿠스틱 기타의 찰랑거리는 스틸 현 소리로 바꾸고 싶은데 일렉트릭 기타 몇 대와 클래식 기타 하나가 있지만 포크 기타는 없다.

옷장 구석에서 유물을 발견하였다. 유물이라 함은 내용물이 아니라 포장 상자를 뜻한다. 구입 직후에 버렸다고 생각을 했었으니... Korg AX3G와 DI box는 아직 현역으로 쓰고 있는 장비이다. 물론 요즘은 Behringer U-Phoria UM2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플러그인 이펙터를 주로 사용하느라 활용 빈도는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직관적으로 느낌을 살리기 어려운 플러그인 보다는 이런 장비가 더 쓰기 편할 때가 많다.

Korg AX3G와 LDB-101 DI box 포장용 상자.

아직 콘셉트 단계의 곡이 두 개 정도 남았다. 2024년 상반기는 이들을 완성하여 녹음하면서 다 보내게 될 것 같다. 작업 예정인 곡은 전부 가사가 있으며 내가 불러야 한다! 이번에는 어쿠스틱 기타가 꼭 필요하다.



2024년 2월 7일 수요일

이메일 서명 만들기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소속기관으로부터 발송하는 이메일에 서명을 넣는 것은 중요하다. 이메일은 개인 차원의 연락 수단이지만, 나는 기관(또는 기업)에 소속되어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많은 기관이나 단체에서 CI(corporate identity)를 만드느라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곳에 소속된 사람이 쓸 수 있는 형태의 템플릿(명함, 이메일 서명, PPT 템플릿, 편지지 등)을 같이 만들어서 제공하지 않으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서울대학교의 UI(University Identity) 가이드라인 웹사이트를 방문해 보라. 우리 연구원에서도 CI를 만들어서 활용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 구체적인 템플릿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CodeTwo에서 운영하는 이메일 서명 생성 웹사이트인 https://www.mail-signatures.com/를 이용해 보았다. 내 사진을 넣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심각하게 고민을 한 뒤 결국은 넣기로 하였다. 사진이 담긴 명함을 받았을 경우 나중에 기억하기가 훨씬 수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다음번에 명함을 만들게 되면 그때는 사진을 넣기로 결심을 하였다. 

서명 템플릿의 사례(링크).


이미지 파일은 직접 업로드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된 URL을 통해 제공해야 한다. 내 위키 사이트에 필요한 이미지 파일을 올려서 CodeTwo 웹사이트로 전송한 다음, 생성된 서명을 클립보드로 복사하여 소속기관의 이메일 작성 양식으로 등록하였다. 그러나 이메일 작성을 할 때 이미지를 외부에서 다시 불러오느라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깨달은 다음에는 서명 파일 안에 직접 이미지를 삽입하였다.

너무나 많은 개인 정보가 담긴 서명을 여기에 공개하기는 곤란하다. 새롭게 맡은 자리에서 업무 효율을 높이고자 몇 가지 시도를 하는 것 중의 하나일 뿐이다. 어쩌면 업무 자체가 아니라 일종의 '이미지' 제고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즉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리 진정성이라는 실체가 있다 하더라도 보여 주는 방식이 그에 미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 눈에 뜨이는 형식이라는 것은 맛있는 음식을 접시에 가지런히 올리고 서빙하는 방법을 뜻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아,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 모양이다. 과거보다는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서 신경을 더 쓰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