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5일 목요일

영화와 같았던 지난 밤... 밖에 나가 달리고 왔더니 비상계엄 선포라고?

딱 30분만 뛰기로 하고 밤 10시 가까운 시각에 집을 나섰다. 머리를 보온할 수 있도록 적당히 대비책을 만들고 뛰었더니 훨씬 편안하였다. 달리기 전에 집에서 몇 분 동안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약간의 워밍업을 한 것도 유효하였다고 생각한다. 


30분 달린 기록으로서 평균 페이스가 6분 30초보다 조금 빨랐다. 케이던스를 유지한 것이 오늘(실은 어젯밤) 작은 성공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첫 1 km를 6분 14초에 뛴 것은 고무적이다. 이를 30분 내내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달리기를 시원스럽게 마치고 돌아왔더니 웬 비상계엄 선포? 지금 이 나라가 제정신인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였다. 그러고 나서는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국회 요구로 계엄 해제? 장난도 아니고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아침에 출근을 하여 보니 과제 점검을 위한 과학기술혁신본부의 내방 등 연구소의 일정도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래서야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제대로 출범하는 것이 가능할까. 

글을 12월 4일에 작성하였으나 게시 버튼을 누르는 것을 깜빡 잊고 있다가 12월 5일에 비로소 게시하게 되었다.

2024년 12월 3일 화요일

달리기를 위한 겨울 채비

어젯밤의 달리기는 영 신통치 않았다. 삼일 전 6km를 달릴 때와 비교하면 기온이 더 높았지만 머리는 너무 차갑게 느껴졌고, 다리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는지 영 무거웠다. 애초에 목표로 했던 40분 달리기는 채우지 못하고 3km를 달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실 어제는 우리 부부 모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며칠 전에 먹은 생굴이 노로바이러스로 오염된 것이 아니었을까? 복통과 몸살기, 약간의 설사가 우리를 괴롭힌 이유는 그것 말고는 없을 것 같다. 증세가 심하지는 않아서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겨울철에 익히지 않은 해산물을 먹고 몇 번 심하게 앓았던 기억이 난다. 정말 끔찍했다.

겨울철 달리기용 모자가 필요하다. 상의는 적당히 껴입고 바람막이를 하면 되지만.

방한용 모자를 고르기 위해 잠시 쿠팡을 뒤지다가 예전에 자전거를 타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출퇴근을 열심히 하던 시절에 쓰던 머리 및 귀 보온용 밴드를 찾아냈다. 이것이면 충분하다.

2024년 11월 30일 토요일

마크로젠 세종캠퍼스 준공식에서 대덕바이오커뮤니티(DBC)의 추억을 떠올리다.

김창훈 대표이사의 초청으로 세종특별자치시에 터를 잡은 마크로젠 세종캠퍼스의 준공식에 참석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초면인 서정선 회장, 그리고 지역의 중요 인사인 최민호 세종시장과 김진동 세종상공회의소장 등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박현석 이화여대 교수와는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 같았다. 준공식에서 읽을 축사를 준비하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였다. 대전광역시 또한 1990년대 한국 바이오벤처기업의 태동기에 요람과 같은 역할로 크게 기여를 하였다. 예를 들어 바이오 분야의 1호 벤처기업으로 잘 알려진 바이오니아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당시 명칭은 KIST 유전공학센터 -> '생명공학연구소'였을 것이다) 출신인 박한오 대표가 1992년에 한국생공이란 이름으로 대전에서 창업을 한 것이 성장을 거쳐 오늘에 이른 것이다. 주된 품목은 합성 올리고였다. 아마 당시에는 염기 하나를 합성하는데 3,000~4,000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20-mer 정도의 프라이머를 몇 쌍씩 합성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다. 한국생공으로부터 카트리지에 고정된 형태로 합성된 올리고를 받아서 암모니아수를 넣어서 이를 분리하고, 커다한 urea-PAGE를 걸어서 handheld UV lamp로 확인된 밴드를 오려서 이를 분쇄한 다음 50 ml conical tube에 담아 마그네틱 바(bar)로 밤새도록 돌려서 설계된 크기의 올리고를 우려내고...

KAIST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리눅스 서버의 이름인 bioneer가 한국생공의 명칭 변경(1996)에 영감을 제공하였을 것으로 추정하는 글을 2021년에 쓴 일이 있다(링크).

대전광역시는 바이오벤처기업의 메카와도 같은 곳이었다.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 및 기업 연구소가 몰려 있는 입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30년이 넘는 연혁을 거치면서 대전을 발판으로 많은 바이오기업이 명멸하였다. 마크로젠은 올해로 창립 27년을 맞는다고 한다. 1990년대에 창업을 했던 수많은 바이오벤처기업이 떠오른다. 어떤 회사는 코스닥 상장을 거쳐 크게 성장하였고, 어떤 회사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기도 했으며, 또 어떤 회사는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마크로젠 창업 직후, 다들 엇비슷해 보였던 바이오벤처기업의 30년 뒤 운명이 이렇게 달라질 줄은 누가 알 수 있었을까?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적으로 가르는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준공식 후 점심식사 자리에서 서정선 회장은 이런 말을 하였다. 재벌이 되려면 세 가지 마음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열심'과 '의심' 그리고 '변심'이란다. 삼성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한 말이라고 하였다. 앞의 두 마음은 쉽게 수긍이 가지만 '변심'은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장 현실 앞에서 생존하려면 끊임없이 이에 맞추어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한결같은 자세 또는 지조를 지키는 것은 소멸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 것. '변심'을 '변신'으로 해석하면 마음이 좀 편해질 지도 모른다. 

계속 변화하는 시장(소비자의 변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에 맞추어 나가는 것을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대상이 만약 권력이라면? 역사의 전환점에서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생존인가, 신념인가? 만약 내가 그 순간에 서 있었다면 나도 아무런 주저함 없이 신념을 지킬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포춘지에서는 해마다 세계 500대 기업을 선정하여 발표하는데, 이에 의하면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이라고 한다. 30년이란 기간은 사람의 한 세대와 대략 비슷하다. 한 세대가 지나면 산업계 지도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여기에 잘 맞추어 성공적으로 '변신'한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일 게다.




마크로젠이 제공한 사진(관련기사: 메디게이트뉴스)


몇 주 전에 한남대학교 대덕밸리캠퍼스(대전광역시 유성구 유성대로 1646, 전민동)의 학생들이 우리 센터에 견학을 온 일이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이 공부하는 캠퍼스가 과거 한일합섬의 연구소였던 한효과학기술원으로 문을 열었으며, 그 후 많은 벤처기업이 둥지를 튼 대덕바이오커뮤니티(DBC, Daedoek BioCommunity)로 바뀌었다가 한남대학교가 인수하여 현재에 이르렀음을 알려 주었다. DBC는 정부 주도로 조성한 것이 아닌, 최초의 민간 바이오클러스터라는 큰 의미가 있다. 대전테크노파크 정흥채 센터장이 바이오인에 기고한 대전 바이오클러스터의 현황과 특성이라는 이와 관련한 대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잘 설명해 놓았다.

나도 DBC 입주기업인 (주)제노텍에서 2000년부터 2002년 말까지 일을 했었다. 그 무렵에 전민동으로 이사를 와서 아직까지도 살고 있다. DBC의 추억 한 자락을 공유하고 있는 옛 동료가 헬로디디에 2005년 기고한 글을 소개하고자 않다. DBC를 의인화하여 쓴 이 글에서는 떠나가는 입주 기업(그대)에게 자기를 잊지 말아 달라는 아쉬움을 담고 있다.

그대 잘 가시오. 그러나 나를 잊진 말아요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 된다.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밴드에서 기타와 베이스를 치다 보면 드러머의 세계가 궁금하다. 

최근 연구소에서 구입해 준 드럼 세트(사진 촬영: 권태호 박사)


커리어 측면에서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교수와 기업가의 길 또한 호기심의 대상이다. 기업은 국가 경제를 떠받드는 중요한 축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용을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을 결심한 사람, 그 결심을 실행으로 옮긴 사람, 창업 후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이를 꾸준히 유지하고 성장시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사람... 본인의 노력과 하늘의 도우심이 없으면 과연 가능할까? 이들의 노고를 정말 높이 사고 싶다.


2024년 11월 28일 목요일

겨울밤 10시에 40분 달리기

어제와 오늘, 수도권에서는 11월에 내린 첫눈으로는 117년 만의 대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무려 28.6 cm라니... 출근길에 차 안에 몇 시간 동안 갇힌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반면 대전은 눈이 별로 쌓이지 않았다. 어제 오후에 제법 눈이 내렸지만 기온이 높아서인지 쌓이지는 않았고, 오늘은 오히려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폭염 뒤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겨울은 국지적인 폭설을 동반하였으니 정말 기후가 예전 같지 않다. 경제도, 정치도, 국제 정세도 전부 예사롭지 않다.

겨울비가 내려 음습한 밤 10시에 달리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러 집을 나섰다. 기온은 영상 2도. 겨울 내내 꾸준히 달리려면, 점점 낮아지는 기온에 맞추어 어떻게 옷을 맞춰 입는게 적당한지 익혀야 한다. 그러려면 아무리 성가셔도 집을 나서는 것이 옳다.

이번 주에는 월요일에 30분을 뛰었고 어제(수요일)는 진짜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실내 자전거를 1시간 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늘은 40분 달리기로 목표를 맞추었다.

1km 구간 당 페이스는 6:42~7:02였다. 40분에 6 km를 달리려면 6분 40초(시속 9 km)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매우 현실적인 목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되 꾸준하게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케이던스도 평균 174로 유지하였다. 최대 심박수는 167 bpm이었다. 5 km를 넘게 달리고 나면 눈알(유리체)에서도 물이 다 빠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건 느낌일 뿐, 신체 항상성을 생각하면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니 눈물이 말라서 뻑뻑한 느낌이 들 수는 있겠다.

조금 더 페이스를 올릴 수는 없는 것일까? 무엇이 나의 limiting factor인지 오늘의 달리기를 통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리 근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내가 달리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보거나 별도의 코칭을 받지 않는 상태라서 정확히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마치 자전거 페달을 돌리듯 허벅지를 지금보다 높이 들어서 앞으로 내딛는 것이 맞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것은 러닝 관련 자료를 찾아 보고 내린 결론은 아니다.

아령이나 플랭크 말고는 아직 달리기에 도움이 될 만한 근력 운동은 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논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니까. 일단은 속도에 연연하지 말고 다소 느리더라도 오래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 되겠다. 따라서 앞으로의 운동 목표는 40분 혹은 그 이상 달리기를 주 3회 이상 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 날씨가 나쁘면 실내 자전거를 타자. 몹시 지루함은 감수해야 하지만.


2024년 11월 30일 업데이트

이틀이 지난 뒤의 40분 달리기에서 드디어 6 km를 채웠다. 페이스는 달리는 내내 크게 떨어지지 않았으며, 케이던스도 평균 178 spm(최대 184 spm)을 유지하였다. 이제는 몸이 익숙해져서 메트로놈을 쓰지 않아도 케이던스를 180 spm에 근접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 3회 40분 달리기... 좋은 선택인 것 같다.

2024년 11월 27일 수요일

ANI 업계의 최근 소식을 알아보자 - 종내(intra-species) 존재하는 불연속성

ANI(Average Nucleotide Identity)를 이용하여 원핵생물의 균주를 묶거나 가르는 "업계"의 최신 근황이 궁금해졌다. Cutoff value에 대한 다른 주장이 나오거나, ANI를 뛰어넘는 다른 개념이 나온 것은 아닐까?

2023년 mBio에 실린 논문 An ANI gap within bacterial species that advances the definition of intra-species units에서는 330개 박테리아 종에서 18,123개의 complete isolate genome(MGA, getagenome-assembled genome이 아니란 뜻이렷다)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종에서 99.2%~99.8%(midpoint: 99.5%) 사이에 ANI 값의 불연속성이 존재함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이 값은 감염병의 유전체 역학에서 널리 쓰이는 sequence type(ST)와 대략 일치하며, strain(균주)만큼 상세한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이 gap이 subspecies와 연관을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하지 아니하였다. Strain의 경계는 더욱 엄밀한 수준인 >99.99% ANI로 제안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종내 99.5% ANI gap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모른다. 논문을 상세하게 읽은 것은 아니라서 나의 해석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이러한 연구를 재현해 보려면 유전체 정보를 어떻게 다운로드할까? ncbi-genome-download 유틸리티가 아직도 유효한 것일까? NCBI 웹사이트에 가 보니 datasets와 dataformat이라는 새로운 명령행 유틸리티가 생겼다(링크). 이건 또 뭔가? 



NCBI Insights에 들어가 보면 2024년 8월 13일에 이런 글이 게시되어 있었다.

Access and Download Sequence Data and Metadata Using NCBI Datasets

Goodbye Assembly and Genome, hello NCBI Datasets!

Datasets은 NCBI에서 관련성 있는(정확히 말하자면 사용자의 검색용 질의어에 맞는) 데이터 묶음을 웹 인터페이스에서 보여주고 제공하는 새로운 체계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었다. 위 글에는 'As previously announced, NCBI Datasets is replacing the legacy Genome and Assembly resources providing you a single entry point to genome datasets. Effective today, the legacy pages are redirected and no longer available.'이라고 하였으니 내 짐작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밑줄친 'previously announced'에 해당하는 공지의 원문 링크는 New & Improved NCBI Datasets Genome and Assembly Pages(2023년 7월 11일)이다. 이는 원래 진핵생명체를 위해 만들어진 NIH Comparative Genomics Research (CGR) project의 일부라고 한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24년 11월 공개된 RefSeq release 227에 대한 NCBI Insights의 안내문을 보면, NCBI Datasets을 통해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웹페이지를 들어갔다가 datasets 및 dataformat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Entrez나 E-Direct가 퇴출된 것은 아니겠지만, 새 시대에 맞게 새롭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Bacterial genome을 검색하여 찾아 들어가는 관문도 예전과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2024년 또 다른 ASM 저널인 mSystems에 실린 On the road to genomically defining bacterial intra-species units[1]를 살펴보았다. 이 글은 연구논문은 아니고 'commentary(논평)'이다. 제목만 보면 2018년 같은 저널에 실렸던 Nicola Segata의 논문(이 아니고 perspective, 즉 견해인가?) On the road to strain-resolved comparative metagenomics[2]의 오마주인 것 같다. Segata는 MethPhlAn, bioBakery 등으로 워낙 유명하니 말해서 무엇하랴.

[1]에서는 최근 ANI 분석을 통해 확인되는 종내 세부 단위의 의미와 이에 따른 병원체의 genome epidemiology 발전 방향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글이 인용한 참고문헌을 세세하게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예를 들어 이제는 고전이 된 ANI의 개념을 정립했던 Konstantinidis의 2023년 논문 Sequence-discrete species for prokaryotes and other microbes: a historical perspective and pending issues[3]를 인용했으니 말이다. [3]의 그림 1을 보면 이 논문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The average nucleotide identity (ANI) gaps at the species and subspecies levels.  9만 개의 complete genome를 fastANI로 짝(pairwise) 비교하여 얻은 결과이다. 출처 링크.


내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몸을 담았던 업계의 현황을 살펴볼 여유가 요즘 별로 없는데 그러는 사이 그 분에서는 계속 뭔가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그 전문 분야를 느릿느릿 뒤따라 가면서 마치 사오년전 크게 히트했던 영화를 넷플릭스나 쿠팡 플레이에서 다시 찾아 보는 느낌이 든다.

사람을 게으르게 만드는 챗GPT, 그리고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집단의 종 재분류 문제 최신 근황

챗GPT를 유료로 사용하게 되니 더 많은 일을 시킬 수 있다. 영어로 된 논문도 PDF로 다운로드하여 끌어 넣으면 전체 번역이 된다. 물론 한번에 되지는 않는다.

업로드된 문서의 번역 작업은 상당히 긴 분량과 기술적인 내용을 포함하므로 단계별로 처리해야 합니다. 우선 특정 섹션을 지정해 주시면 해당 부분을 번역해 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부분(예: 서론, 특정 그룹 설명, 결론 등)을 말씀해 주세요.

유료 플랜에서는 무료에 비해서 더 많은 일을 시킬 수 있고, 작업 이력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나중에 접속해서 과거의 기록을 다시 찾아 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편리함이 얼마나 거대한 '탄소 발자국'을 남기는지에 관해서는 종종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확인해 보니 올렸던 파일을 나중에 다운로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챗GPT와 대화한 이력을 마치 작업장이나 자료 보관소처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명심하자.

파일을 그대로 밀어넣는 것이 가능하므로, 내 컴퓨터에만 있는 민감한 파일을 넣는 것이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서는 직접 물어 보았다. 프롬프트에 밀어넣는 파일이 자동적으로 챗GPT의 학습에도 쓰여서 모델을 개선하게 되는지, 다른 사용자에게 그 파일의 전체, 일부분 또는 요약 정보가 제공될 가능성이 있는지? 이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아니요, 사용자가 올리는 파일은 ChatGPT의 학습에 사용되지 않습니다. 올려주신 파일은 해당 대화 세션에서만 사용되며, 대화를 종료하면 더 이상 접근하거나 저장되지 않습니다. 또한 사용자가 제공한 정보는 다른 사용자와 공유되지 않습니다.

민감한 정보를 처리할 때는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며, 개인정보나 기밀 정보를 올리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가적인 질문이나 걱정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추가적인 질문을 통해서 OpenAI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업로드한) 파일이나 데이터를 학습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일단은 안심을 해도 된다. 그러나 누군가가 OpenAI를 해킹하여 사용자의 대화 목록을 몰래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거나, 또는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더라도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 국정원에 의해 공공기관은 챗GPT에 접속을 못하게 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현재 구글 드라이브나 지메일/네이버 메일에 접속하는 것이 차단되는 것처럼 말이다. 기업에서도 널리 쓰는 서비스를 공공기관은 쓰지 못한다!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은 몇 개의 종(species)으로 세분하는 것이 원칙상 옳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여전히 하나의 종으로 묶인 상태이다. 이 문제는 요즘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최신 논문을 찾은 뒤 챗GPT의 힘을 빌려 빠르게 읽어 보았다.

Unintended consequences: Renaming botulinum neurotoxin-producing species of clostridium and related species. Toxicon 224 (2023)

챗GPT가 생성해 준 논문의 요약은 다음과 같다.

해당 논문은 보툴리눔 신경독소를 생산하는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 속 세균의 재분류가 가져올 수 있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논의합니다.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은 보툴리눔 신경독소(Botulinum neurotoxin, BoNT)를 생산하는 그람 양성, 혐기성, 아포 형성 세균입니다. 이 세균은 독소의 혈청형과 대사 특성에 따라 네 개의 그룹으로 나뉘며, 각 그룹은 서로 다른 생리학적 특성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그룹 I은 프로테아제 활성이 있으며, 그룹 II는 비프로테아제 활성을 보입니다. 또한, 보툴리눔 신경독소를 생산하지 않는 클로스트리디움 스포로제네스(Clostridium sporogenes)와 같은 종은 보툴리눔 신경독소를 생산하는 균주와 유전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의 유전체 분석 연구는 이러한 그룹 간의 유전적 유사성을 밝혀내어, 기존의 분류 체계에 대한 재검토를 촉발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보툴리눔 신경독소 생산 여부와 유전적 특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종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룹 I과 관련된 균주를 'Clostridium parabotulinum'으로 명명하자는 제안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재분류는 의료 및 공중보건 분야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툴리눔 독소와 관련된 질병의 진단, 치료, 그리고 생물학적 방어 측면에서 명명법의 변화는 혼선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보툴리눔 신경독소를 생산하는 클로스트리디움 속 세균의 재분류에 신중을 기할 것을 제안하며, 명명법의 변경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인 부작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혼동을 초래하게 되니 재분류하지 말고 그대로 두자고 하였다. 나도 이에 수긍한다. 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이름으로 NCBI에 등록된 유전체를 전부 내려받아서(2021년에 작업한 것이 마지막이니 꽤 오래되었다) 분석을 했던 경험으로는 지나치게 95~96%의 ANI를 경계로 해야 한다고 집착했던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15개 가까운 종으로 나누어야 하고, PCOP(percentage of conserved protein)으로 분석하면 genus조차 다른 것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이 입장을 다소 완화하고 싶다. 저자게 제시한 highlights를 원문 그대로 인용해 본다.

Highlights

  • Botulinum neurotoxin-producing clostridia are highly diverse, and their reclassification has been proposed several times.
  • Botulinum neurotoxin-producing clostridia could be divided into eleven distinct phylogenetic clades.
  • Reclassification of botulinum neurotoxin-producing clostridia will not improve clinical or public health measures.

오늘 소개한 Toxicon 논문에서도 분석에 사용된 균주를 클러스터링하였을 때, 그 내부의 pairwise ANI 평균값은 일반적으로 단일종으로 분류되는 값보다 낮다고 하였다.

ANI나 PCOP와 관련한 최신 동향을 이제는 파악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일을 했던 것이 벌써 2~3년 전이니 말이다. Genomicist는 모든 것을 유전체에서 계산된 숫자로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미생물의 phenotype을 고려하지 못하는 사려깊지 못함과 때때로 연결되기도 한다. 

미생물 유전체 자료를 다운로드하여 나름대로 분석하고 글을 쓰던(꼭 논문이었던 것은 아님) 몇 년 전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은 더 중요하고 큰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 과연 옳은가?

2024년 11월 23일 토요일

쉬지 않고 7 km를 달려 보았다

조금 전에 방송된 <나 혼자 산다>에서는 기안84가 뉴욕 마라톤을 완주한 모습이 소개되었다. 당초 기안84가 계획했던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완주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 바로 마라톤이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게 될지는 알 수 없다. 8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해서 이제 5 km를 연속해서 뛸 수 있게 된 50대 중반 아닌가. 페이스 개선의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만 케이던스를 끌어 올리면서 예전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뛸 수 있게 된 것 같다.

30여 분 또는 5 km로 목표를 정해 놓고 그 안에서 페이스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또는 조금 느리더라도 더 오래 뛸 수 있게 단련을 해 나갈 것인가? 내 생각에는 후자가 더 나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7 km를 쉬지 않고 뛰어 보기로 했다. 바로 일주일 전에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나누어 뛰어서 총 10 km를 채운 일은 있었다.

런데이 앱의 <거리 달리기 도전>에서 목표 거리를 맞춘 뒤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케이던스는 평균 174 spm, 최대 179 spm으로 측정되었다. 메트로놈 덕분에 케이던스를 맞추기는 수월하였다.



1 km마다 점점 떨어지는 페이스를 보라. 케이던스는 거의 일정함에도 불구하고 페이스가 떨어진다는 것은 보폭이 짧아진다는 뜻이다. 만일 이런 추세로 10 km를 뛴다면 종료 시점의 페이스는 거의 8분(시속으로 환산하면 시속 7.5 km) 가까이 될 것이다. 

첫 5 km를 달리는 동안 페이스가 50초 가까이 느려진다는 것은 여전히 기초 체력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이런 상태에서 좀 느려도 좋으니 '10 km를 쉬지 않고 달리기'를 목표로 삼는 것이 과연 적합한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약간 긴 거리를 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