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5일 수요일

심한 목감기로 호되게 앓다

지난번 글(12월 18일)과 오늘(성탄절) 사이 일주일 동안의 '새 글 공백'에는 지독한 목감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평생 앓았던 목감기의 인후통 정도에서 순위를 매기라면 이번 목감기는 아마 3위권 내에 들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심했고, 오래 지속되었다.

9월 말에 한 차례 앓았던 감기 끝에 남은 기침을 완전히 떼어내지 못한 것이 이번 감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을 것이고, 아마도 새롭게 걸린 것 같다. 지난주 목요일쯤부터 기침이 더 심해져서 토요일 아침에 기침 증세를 치료하기 위해 근처 병원에 다녀왔다. 의사는 기침을 너무 오래 하므로 일단 X-ray를 찍어 보자고 하였다. 기관지에 약간의 염증 소견이 보이는 정도이고 청진으로도 숨 쉬는 소리가 특별히 나쁘지는 않으니 일단 처방해 주는 5일치 약을 먹어 보고 그래도 낫지 않으면 종합병원으로 가 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날부터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 싶더니, 그 다음날 새벽무렵부터 목 통증이 심하게 오기 시작하였다. 자다가 새벽에 기어나와서 약장을 뒤져야 할 정도였으니까. 일요일 하루를 쉬면 좀 나아질까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침을 삼키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목이 아팠고, 일요일 밤에는 통증과 불편함에 거의 잠을 자지 못하였다. 월요일에는 서울에서 회의가 있어 출장을 가야 하는데, 혹시 코로나 또는 독감은 아닐까? 나의 코로나의 첫 증세였던 짜증스런 인후통이 기억났다. 이제는 목소리조차 잘 나오지 않는다. 열이나 전신 증세는 거의 없었다. 좀 어떠냐고 거듭 묻는 아내에게 말 하기 힘드니 제발 묻지 말라고 짜증만 냈다.

월요일 아침, 일단 KTX로 서울역에 도착한 뒤 회의 참석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근처 이비인후과에 들렀다. 좁은 대기실은 진찰을 기다리며 콜록거리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한 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의사를 만났다. 신속항원검사를 한 결과 다행스럽게도 코로나나 독감은 아니었다. 의사의 말로는 그렇게 아파 보일 목이 아닌데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고 하였다. 

후비루(postnatal trip, 코 뒤에서 목으로 분비물이 넘어가는 현상)가 너무 심하니 혹시 부비동에 액이 차 있지 않은지-예전에 축농증이라고 부르던 질환-CT를 찍어보자고 하였다. 이비인후과를 지난 20년 넘게 다닌 기억이 없어서 이런 첨단 장비가 개인 의원에 보급되어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검사 결과로는 부비동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하였다.

내복약과 더불어 가글(탄툼), 미놀에프트로키, 비액(리노벤트)을 하나 가득 처방 받아서 돌아왔다. 피부관리용품을 한 바구니 가득 들고 목욕탕에 가는 여성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릇 약이라고 하면, 신체의 정상 기능 회복을 위해 꼭 써야 하는 화학물질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번에 이비인후과서 처방받은 약 꾸러미는 마치 맞춤용 화장품 같았다. 여기가 불편하면 이것을 뿌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이것을 쓰고.

덤으로 요구하지도 않은 실손보험 청구용 내역서까지 받았다. 어차피 나는 실손보험 가입자가 아니므로 별 소용이 없다. 민간보험에서 본인부담금까지 지불해 주니, 병원에서도 점점 더 많은 검사와 비급여 위주의 처방을 내리게 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이비인후과에 다녀온지 만 이틀이 지났다. 목 통증은 아주 느리게 잦아들었다. 여전히 가래가 끓고 기침이 나지만 이틀 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어서 빨리 호흡기가 정상으로 돌아와서 야외 달리기를 하러 나서고 싶다.

기침이 오래 계속되면 내과에 가야 하는가, 또는 이비인후과에 가야 하는가? 이비인후과는 비강이나 인후의 문제는 매우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겠지만, 폐의 상태를 정확히 짚어내 주지는 못할 것이다. 

오랜 기침은 후비루가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 코 세척 등을 통해서 잘 관리하도록 하고,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면 몸과 목의 보온에 주의하면서 다시는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하게 달리기를 하는 법을 익혀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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