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8일 월요일

AliExpress에서 최초의 구매를 했다가 취소하고 더 싸게 파는 곳에서 다시 주 문을 하다

스스로 생각해도 좀 우스운 일이다. 이랬다 저랬다... 이미지를 보니 똑같은 제품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에 선택한 판매자는 접수 후 3일 이내 선적을 한다니 답답한 마음은 조금 줄어들었다. 하긴 지난주에 구매한 물건을 취소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국제우편길에 올라 있었을텐데.. 몇 달러 절약한 것으로 위안을 삼자.
[실수!] PAM8106이 아니라 PAM8610인데 그림 제목을 잘못 달았다.

케이벨 KB20W 앰프로 충분한 즐거움을 누리고 있지만, class D amplifier에 대한 원초적 호기심으로 인하여 오늘 기준 환율로 5,809.42원을 투자하였다.

엊그제 KB20W 앰프와 관련하여 약간의 공작을 한 것은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이다. 몇 가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데...


  1. 이럴 때를 대비하여 보관하고 있던 캔디 깡통이 있다. 가변저항과 3.5mm 스테레오 폰잭, 어댑터 잭, 그리고 바인딩 포스트를 달아 제대로 된 형태를 만들어 보려 한다. 쓸데없는 치장은 하지 않는다. 대신 치수를 정확히 재고 드릴날을 제대로 선택하여 구멍이라도 좀 잘 뚫어보자! => 2014년 8월 2일에 작업을 완료하고 블로그에 포스팅을 올렸다.
  2. PAM8610 앰프는 40x40mm에 불과하므로 마무리 머리를 굴려도 마땅한 케이스가 떠오르지 않는다. 괜히 머리 쓰지 말자! 기판용 서포트를 달아서 10 cm 정도 바닥에서 올리거나 혹은 나무판 위에 고정하는 것 정도로도 충분하다.

B형 가변저항을 A형으로 개조하기

가장 일반적인 가변저항은 돌리는 각도에 따라서 선형적으로 저항이 변화하는 B형이다. 단가 몇백원짜리 B형 가변저항을 이용하여 다음과 같이 아주 간단한 음량 조절기를 만들었다. 가변저항과 만능기판을 제외하면 모두 재활용이다. 오죽하면 3.5mm 스테레오 폰 잭을 핫멜트로 기판에 뉘어서 붙였겠는가. 제대로 세워서 납땜을 하고 싶었으나 단자가 구멍에 들어가지를 않는다. 입력용 RCA 단자도 재활용 부품이다.


이렇게 대충 만들어 놓으니 문제가 많다. 서포트로 기판을 높이 세워 놓았는데 입력부에 케이블을 연결하니까 자꾸 뒤로 넘어간다. 제대로 된 섀시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자작의 완성은 섀시에서... 그러나 가장 많은 비용과 기술 및 수고가 바로 케이스 가공에 들어간다는 것이 자작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다.

3.5mm 단자를 입출력으로 쓴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프로페셔널한 기기를 표방한다면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나는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하였다. 다음과 같은 물건을 쓰면 Y 케이블이 없어도 일반 오디오 출력을 쉽게 입력할 수 있다.



가장 원초적인 문제는 B형 가변저항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인간의 감각(귀)은 자극에 비례하여 느끼는 것이 아니라 로그 스케일로 느낀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가변저항을 써서 음량을 조절하게 되면 최소 음량에서 조금만 돌렸을 때 갑작스럽게 소리가 커진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오디오용 A형 가변저항을 구하는 것이지만 고급품은 가격이 매우 비싸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간단한 방법으로 B형 가변정항을 A형으로 개조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친절하게도 실험 결과까지 첨부되어 있다.

B형으로 A형 볼륨 만들기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가변저항 수치의 15% 정도 되는 고정 저항을 가운데 핀과 그라운드 핀에 연결하는 것이다. 로그 스케일에 가깝게 변하도록 하려면 6.7:1의 비율이 가장 바람직하고, 1% 오차의 저항을 쓰라고 한다. 아래 그림의 원본 링크가 어디에 있는지를 모른다는 점이 유감이다.



내가 사용한 가변저항은 20 KOhm이므로, 부품통에 들어있는 3 KOhm 저항을 사용하면 될 것이다.

2014년 7월 26일 토요일

케이벨 KB20W 앰프를 하루 종일 들으며...

오랜만에 진공관 앰프는 휴가를 보내고 있다. 대신 어제 택배로 받은 케이벨 KB20W 초소형 앰프가 하루 내내 귀를 즐겁게 하였다. 처음에는 작은 칩 하나가 들어있고 필요로하는 전원용량도 크지 않아서 요즘 인기를 끄는 class D 앰프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간이 방열판 역할을 하는 얇은 금속판 아래 가려진 칩 표면을 들여다보니 TDA7266D라는 형번이 보였다. 이 칩은 class D와는 관계가 없다. 기판에 low-pass filter에 해당하는 것도 보이지 않았다.

TDA7266D 5W+5W dual bridge amplifier (...is a dual bridge amplifer specially designed for LCD TV/Monitor, PC Motherboard, TV and Portable Audio applications)

어라? 대단히 소박한 용도의 오디오 앰프 칩이고, 출력은 채널 당 5W(8옴)이다. KB20W 제품 소개 페이지에 가 보았다. 채널 당 10W 출력이란 것은 임피던스 4옴짜리 스피커에 대한 것이었다. 그럼 겨우 5W 출력으로 SH-950 스피커를 이렇게 쾅쾅 울렸단 말인가? class D 증폭기가 아닌 것을 알고서는 조금 실망을 하였다. 조금이라도 더 최근의 기술을 내가 즐기는 중이라고 믿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LM1875 20W audio power amplifer (...is a monolithic power amplifier offering very low distortion and high quality performance for consumer audio applications)
TDA2030A 18W Hi-Fi amplifier and 35W driver (...intended for use as low frequency class AB amplifier... provides high output current and has very low harmonic and cross-over distortion)
TPA3116D2 50W stereo class-D audio amp w/ SpeakerGuard

TDA7266D는 이런 칩 설명에 딸려있는 미사여구는 하나도 붙어있지 않다.

요즘은 최소한도의 부속품을 사용하여 큰 출력의 앰프를 만들 수 있는 audio amplifier IC가 많이 생산되고 있어서 DIY mania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내셔날 세미컨덕터의 Overture 시리즈를 이용한 앰프인 게인클론(Gainclone)일 것이다. 주로 쓰이는 칩은 LM1875, LM3875, LM3886 등이다. Gainclone이라는 이름은 47 Labs에서 나온 제품인 Gaincard를 흉내내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AliExpress에서 Gainclone에 해당하는 물건들을 몇가지 찾아보았다. 출력이 높은만큼 25 VAC의 양전원이 있어야 한다. 새털같이 가벼운 앰프를 한번 경험해 보니 이젠 무거운 전원 트랜스도 보기 싫다! 만약 이런 타입의 앰프를 또 경험한다면(단순히 chipamp라고 부르고 싶지만, 위키피디아에 의하면 chipamp는 Gainclone의 동의어인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 완성품 형태의 class D 앰프를 선택하고 싶다.

약간 더 정성을 들여서 KB20W와 볼륨 콘트롤을 케이스에 넣고 싶으나,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 하다못해 볼륨 혹은 RCA 단자를 위한 구멍 가공조차 쉽지가 않으니...

새로운 장난감 케이벨 KB20W 앰프


새로운 앰프와 함께 새로 알게된 음악가가 있으니 바로 페퍼톤스와 박새별이다. 유희열이 이끄는 안테나뮤직에 이렇게 실력이 있는 뮤지션들이 있는줄은 몰랐다. 페퍼톤스의 음악은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곡 같다는 느낌이 조금 들지만 밝고 경쾌한 느낌이 좋다. 노래를 잘하니못하니 논란이 많은 가수 박지윤의 신곡 <유후>에서도 페퍼톤스가 같이 작업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이 제품이 클래스 D  앰프라고 생각했었는데 TDA7266D라는 칩 형번을 찾아보니 그건 아니었다. 적은 소비전력과 출력으로도 인켈 SH-950 스피커를 꽝꽝 울리고 있다. 스피커의 능율이 좋아서 가능한 것이겠지만. 89 dB 혹은 그보다 능률이 더 좋은 스피커라면 가정에서는 채널당 10와트면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급 볼륨을 쓰면 저음량에서 좌우 밸런스가 잘 안맞고 잡음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비싼 오디오용 가변저항이 아닌 B형 20 킬로오옴 2련 가변저항으로도 별 불편함이 없다. 대화동 엑시스에서 두 개를 사가지고 왔다.

자작의 완성은 멋진 케이스이다. 자칫 잘못하면 케이스 구입과 가공에 가장 많은 돈이 들 수도 있다. 오늘은 정말 간단한 수준의 자작이었지만 오랜만에 방바닥에 작업판을 벌렸더니 왜 이렇게 힘이 드는지... 기판 배선용으로 원래 쓰던 래핑 와이어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아서 랜선 토막으로 배선을 했더니 납땜 열로 피복은 죄 들뜨고...정말이지 초등생 수준의 작업이었다.

다음에 다시 판을 벌이게 된다면 기판 고정대라도 하나 사야 되겠다. 하드 와이어링으로 진공관 앰프를 만들 생각을 일찍 접기를 정말 잘했다. 

2014년 7월 25일 금요일

새로운 초소형 앰프의 경험

국내 기업인 (주)케이벨의 소형 앰프 모듈인 KB20W(채널당 10W)와 12 V 2A 저잡음 어댑터를 구입하였다. 아무리 중국에서 저가 고품질의 제품을 만든다 해도 배송 기간을 견디기 어려웠다. http://www.avmart.co.kr/ 에서 구입한 케이벨 제품은 인터넷으로 결재한지 하루만에 집으로 배달이 되었다. 인터넷으로는 케이벨 제품의 구입기 혹은 사용기가 보이질 않는다. 기판의 크기는 91 mm x 26 mm에 불과하다.



인쇄물이 한 장 들어있기에 사용설명서인줄 알았는데 매우 소박하게 제작된 기업 소개 및 광고 전단이었다.



사용한 칩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다. 앙증맞은 방열판을 분리하면 인쇄된 글자가 보이기는 하겠지만. 아이패드와 스피커를 연결해 보았다. 스피커는 Vertrag에서 앰프부를 제거한 것을 사용하고 있다.


소스의 음량을 많이 올리지 않아도 충분한 소리가 나온다. 본체에 출력선이 약간 달려 있어서 클립식 스피커 단자에 쉽게 연결하여 테스트를 해 보았다. 음질도 이정도면 실용상 아무런 문제가 없겠다. 참고로 이 제품은 케이벨 앰프 모듈 중에서 최저가에 해당한다. 전원 스피커나 파일럿 램프도 필요가 없다. 전원을 켜고 끌 때 들리는 팝업 노이즈도 그렇게 귀에 거슬릴 수준은 아니다.

아직도 심심할 때마다 소리전자 중고장터를 들락거렸는데, 이 제품을 써 보니 앞으로 5만원 내외의 중고 Tr 인티앰프를 살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진공관 앰프는 무겁고 불편하지만 '능률'이나 '편리함'의 기준으로 재단할 수 없는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일반적인 용도라면 충분한 음질이 보장되고 효율이 대단히 높은 IC 앰프로 충분하다!

적당한 입출력 단자와 케이스를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할 일이다. 아이패드나 휴대폰을 소스로 한다면 볼륨조차 없어도 상관이 없을 것이다. 스피커 단자는 바인딩 포스트로 처리할 생각이다.


2014년 7월 24일 목요일

최근 읽은 두 권의 책 <투명사회> <슈퍼커넥터>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지식을 얻는 것,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공개하며 이를 요청할 수 있는 것, 수천 혹은 수만 명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영향력을 미치는 것. 이는 모두 인터넷이라는 기술이 가져다 준 혜택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바람직하기만 한 것일까? 최근 읽은 두 권의 책은 이에 대한 매우 상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먼저 마크 W. 셰펴의 <슈퍼커넥터(원제: Return on Influence)>부터 이야기해 보자. 이 책은 소셜 네트워크 혹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한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을 알려주는 실용서이다. 인터넷을 통한 영향력을 지수화하여 서비스하는 회사 Klout를 소개하고, 어떻게 해야 클라우트 지수(소위 소셜 스코어’)를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제안을 하고 있다. 굴곡이 많았던 클라우트의 연혁을 보니 아무리 창의적인 사업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투자자를 끌어 모으고 본격적인 수익을 얻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짐작이 갔다. 클라우트 지수 역시 처음부터 완벽한 것은 아니었고, 측정 방법을 바꾸었을 때 점수가 순간적으로 떨어진 사람들의 엄청난 항의가 당연히 있었다고 한다. 클라우트는 페이스북 및 트위터를 사용하여 16개 항목으로 구성된 영향력 매트릭스 안에서 고객의 위치를 지정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점수가 제시되기도 하지만, 어떤 분야의 전문가(specialist), 선별자(curator), 활동가(activist), 네트워크 형성자(networker), 애호가(dabbler), 기호 창조자(taste maker), 사고의 리더(thought leader), 권위자(pundit) 및 유명인(celebrity)로 구별되기도 한다. 참고로 클라우트에서는 유명인을 가장 높은 수준의 영향력자로 본다. 물론 언어 장벽 때문에 비영어권 사용자는 클라우트 지수를 얻기가 매우 곤란할 것이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에게는 클라우트 지수 자체가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가짜 계정이나 좋아요거래를 통해 얼마든지 소셜 영향력 수치를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책은 재독 한국인 학자인 한병철 교수의 <투명사회>이다. 얇지만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은 절대로 아니다(이공계 출신의 얄팍한 인문학 지식이 장애가 되었다). ‘투명함은 인터넷 기반의 현대 사회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조건으로 여겨지고 있다. 투명함이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낸다는 믿음 아래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스스로 디지털 통제사회를 만들어낸다는 의미심장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투명성은 일종의 폭력이며, 서로를 파놉티콘 속에 가두어 버리는 것이다. 본문의 한 구절을 인용해 본다.
 
개인의 자율성도 타인을 이해하지 않을 자유를 전제한다. 리처드 세넷은 이렇게 말한다. “자율성은 이해의 평등, 즉 투명한 평등이 아니라 타인에게서 이해되지 않는 바를 받아들인다는 것, 즉 불투명한 평등을 의미한다.” 게다가 투명한 관계는 모든 매력, 모든 활기를 잃어버린 죽은 관계이다....잘 알려진 대로, 정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더 좋은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직관은 주어진 정보를 초월하여 자기 고유의 논리를 따라간다...
 
개인적으로는 한병철 교수의 주장에 더욱 공감이 간다. 빅데이터, 정부 3.0... 의도했든 아니든 사람들이 흘리고 다니는 정보에서 더 큰 경제적가치를 발굴할 수도 있겠으나, 이런 것들이 사회적인 피로감을 높이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한 교수의 다른 저작 <피로사회>를 꼭 한번 읽어보리라.

2014년 7월 20일 일요일

AliExpress에서 최초의 구매를 했다가 취소하다

이베이에서 몇 번 구매를 해 본 경험이 있다. 이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계정을 만들고 최초의 구매를 해 본다.


배송료는 무료. 그러니 느긋하게 기다리도록 하자.

구입 동기는 매우 단순하다. 내장 앰프를 들어내어버린 Vertrag 스피커 전용으로 사용할 생각이다. 그럴 것이라면 왜 내장 앰프를 제거했을까... 당시의 핑계는 화이트 노이즈가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

Diodes 사의 PAM8610이라는 칩을 사용하였고 8옴 스피커에 대해 채널당 10W를 낸다고 한다. 전원은 12V 2A를 권장한다. 뮤트 동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독특하다. 기판의 크기는 40 mm x 40 mm에 불과하다.

전원장치로는 무엇을 택해야 할까? 어댑터 전문회사인 안전사의 쇼핑몰을 방문해 보았다. DC 12V 2A 제품으로는 국산 리니어 어댑터가 14,000원, SMPS는 중국산 제품이 비교적 다양하게 갖추어져있다. 하지만 이 제품들이 오디오에 적합한지는 알 수가 없다.

국내 회사인 케이벨에서 판매하는 오디오 전용 저잡음 어댑터인 HU10467-11002A라는 제품이 있다. 가격도 적당한 편이다.

다음의 목표는 인켈 SH-950 스피커를 울릴만한 50W+50W급의 TPA3116 앰프 모듈을 경험해 보는 것.

[2014년 7월 24일 업데이트] 구매를 취소하고 말았다. 배송기간이 긴 것은 그냥 참아보려 했는데, 주문 후 최대 일주일 이내에 shipping을 한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았다. 쉽게 말하자면 일주일 동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그냥 취소를 해 버렸다.

그래서 비용은 조금 더 들지만 국산 초소형 디지털 앰프 모듈인 (주)케이벨의 10W + 10W 급 제품 KB20W와 저잡음 어댑터를 사고 말았다. 어제 주문, 오늘 배송 완료.

최근 시계를 수리하면서 느낀 점

최근 한달 동안의 주요 관심사는 잠시 오디오를 떠나서 손목시계에 머물러 있었다. 덕분에 아내와 내가 갖고 있었던 손목시계들을 점검하고 수리를 하는데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즐거운 경험을 하였다. 아내와 나는 결혼예물 시계 외에 1999년도에 처제가 결혼할 때 덩달아서 (삼성 세이코) 돌체 시계를 한 세트 구입하여 착용해 왔는데, 지난 달 아내의 시계에 전지를 교체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가다가 마는 것을 발견하였다. 전지를 교체한 동네 금은방에 갔더니 수리가 필요하다면서 비용이 좀 들 것 같다고 하였다. 어차피 동네 금은방 겸 시계점은 직접 수리를 하는 곳이 아니니, 시내의 전문 수리점에 가져가면 비용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하여 일부러 시간을 내어 시내(중앙시장 근처)에 나갔다.



시내에서 발견한 수리점은 역사도 꽤 오래되고 신문 기사 등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었다. 나이가 지긋한 사장님은 수리 기술에 대해서는 자긍심이 매우 높으신 분이었다. 몇 개의 유리단지에 그득히 담겨있는 시계줄 부속을 보니 그동안의 역사를 충분히 짐작할 만하였다. 사장님의 진단에 따르면 무브먼트 교체가 필요한 상황인데, 우리가 생각한 것과 비교하여 수리비가 좀 높았다. 제시하신 수리비용의 반 값에 포체 손목시계(세일 중)를 며칠 전 구입했던 터라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주일 뒤 수리를 포기하고 그냥 찾아가지고 돌아왔다. 대신 다른 시계의 금속 줄을 손보고, 숫자판에서 떨어져나간 장식을 수리하였다.

마음에 드는 저렴한 패션 시계를 종종 구입하여 쓰다가 버릴 것인가, 혹은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했던, 나름대로 의미가 담긴 시계를 계속 수리해 가면서 쓸 것인가를 놓고 일주일 가까이 고민을 하다가 후자를 택하였다.

다시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둔산에 위치한 어느 대형 상가에 입점해 있는 명품 시계 수리점을 발견하였다. 30년 기술력을 자랑한다는... 여기에서는 시내의 수리점에 비해 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했으므로, 인터넷 검색과 발품을 판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은 셈으로 치고 시계를 맡겼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수리가 다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바로 어제 토요일, 정오가 다 되어서 시계를 찾으러 갔다. 분명히 문 여는 시간은 11시라고 되어 있는데 셔터가 내려져 있다. 평소에 일부러 찾아오는 상가가 아니었기에 다시 찾을 수고를 하니 정말 난감하였다. 남겨져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사정이 있어서 30분쯤 뒤에 열 수 있다고 하였다. 마침 딸아이가 근처 학원에 있었기에 조금 기다려서 점심을 먹고 거의 한시간이 지나서 다시 상가로 왔다. 여전히 문은 닫겨 있었다. 약간 짜증이 나려고 하였다. 다음에 다시 오게 되면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생각하고 돌아서서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아내와 딸아이가 화장실에 간다고 잠시 기다리는 사이 헐레벌떡 가게 주인이 내 앞을 뛰어 지나간다. 만약 1분만 일찍 그 자리를 지나쳤다면 나중에 방문하여 시계를 찾아야만 했었을 것이다.

나는 우리를 직접 응대했던 사람이 이 수리점 홈페이지의 사진에 나와있는 사람과 동일인(30년 경력)이라는 확신은 갖지 못하였다. 다만 이 수리점이 직접 수리를 하는 곳으로서 대전권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는 글들을 보고 믿고 맡겼던 것이다. 그런데, 수리 비용을 치르면서 수리 내역을 물어보니(단순히 분해 청소를 한 것인지, 진짜 무브먼트를 교체한 것인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 시계를 접수하고 가게 문을 여닫던 그 사람은 직접 시계를 수리한 장본인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홈페이지의 광고 내용이나 즐비한 장비를 보면 직접 수리를 한다고 되어 있고, 그렇기에 명품 시계를 갖고 있는 고객들이 이곳을 찾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손님을 응대하는 사장(직원?)은 수리 내역을 모른다? 그러면 창업자로 생각되는 수리 기술자는 따로 있나? 어쩌면 우리가 만난 사람은 단순히 접수만 받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수리만 잘 되었으면 누가 수리를 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에 갔더니 정작 직접 요리를 하지 않고 외부에서 음식을 사갖고 와서 손님에게 제공한다고 생각해 보라. 지나치게 투명성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 이러한 문제와 관련이 있기는 하다), 의구심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어제는 다른 손님이 있어서 더 이상 캐묻지는 못했지만,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이 시계, 여기서 직접 수리한 것 맞으세요?"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사장님(기술자?)이 본인 아니세요?"

2014년 7월 6일 일요일

시계 이야기

새로운 손목시계의 구입, 갖고 있던 시계의 수선, 메탈 밴드 길이 조절 등의 이유로 꽤 많은 인터넷 검색을 하고 발품도 많이 팔았다. 그러는 동안 대전 중앙시장 입구에서 전문적으로 시계 수리를 하는 분을 알게 되었고 현재는 안타까운 상태로 머물러있는 한국 시계 산업의 현주소도 알게 되었다. 식구마다 하나 내외의 시계를 차고 다니던 80년대에는 그렇게 흔하던 동네 시계 수리점이, 이제 일인당 몇개씩의 시계를 소유한 시대가 되었으나 오히려 찾기가 어려워졌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저렴한 시계 수리용 공구 세트를 팔기는 하지만 품질도 조악하거니와 일반인 수준에서는 위험 부담이 높다. 틈새를 벌려서 뒷뚜껑을 따는 도구는 시계에 상처를 내기 쉽고, 억지로 눌러 닫다가 유리를 깨먹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제 백화점 매장에서 방금 구입한 시계줄을 줄이면서 얼마나 서툴게 작업을 하는지 곁에서 지켜보던 내가 다 불안할 지경이었다. 공구가 막 날아다니고...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줄 길이 조정(요령이 좀 필요하다) 말고는 더 높은 수준의 자가 수리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용기가 좀 더 생긴다면 배터리 교체까지는 도전해 볼지도 모르겠으나, 나이프 모양의 도구를 도대체 어느 틈새에 찔러넣어야 할지 아마 한참을 고민할 것이 뻔하다.

오디오와 시계 산업. 둘 다 80년대에 상당한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던 국내 산업인데 시장의 변화와 중국산 제품의 공세에 이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이 몰락하니 생산된 제품의 수리를 책임지던 서비스 분야도 덩달아 몰락하고 있다. 고장난 제품을 고쳐쓰면 수리와 관련된 직종이 살아남지만, 버리고 새 물건을 사면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거대 자본만이 이윤을 남긴다. 무엇이 진정으로 바람직한 일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시계는 사도 시간은 살 수 없네


백화점에서 여름맞이 세일을 한달 동안이나 실시하는 중이다. 몸에 두르고 다니는 물건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인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Foce 손목시계를 하나 구입하였다. 시계 구입을 기념 삼아서 갖고 있는 시계를 전부 꺼내 보았다. 요즘 손목시계는 수리를 해 가면서 오래 간직하기보다는 장신구나 소모품처럼 고장난 것은 버리고 내키면 새로 사는 물건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왼쪽부터 소개를 하자면 먼저 결혼 예물시계인 론진 Flagship이다. 너무 험하게 차서 상처도 많고 밴드의 도금도 많이 벗겨졌다. 유리에 너무 흠집이 많이 나서 교체를 한 일이 있다. 두번째는 삼성에서 만든 돌체. 처제가 결혼할 때 덩달아 우리 부부도 같이 장만하였다. 역시 엄청난 상처를 자랑하고 있다. 당시 근무하던 직장의 책상 위에 유리가 깔려 있었는데,  여기에 하도 닿아서 밴드의 둥근 단면 일부가 평평하게 닳았다. 그러나 유리에는 상처가 전혀 없다.  세번째는 유일한 스포츠 시계인 타이맥스 Ironman이다.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것으로, 최근 몇년 동안 거의 이 시계만 차고 다녔다. 보통 이런 시계의 우레탄 밴드는 일이년이 지나면 끊어져서 교체를 해야 하는데, 이 타이맥스 시계는 표면의 칠이 다 벗겨졌을지언정 밴드는 수년이 지나도록 멀쩡하다.

마지막, 그러니까 가장 오른쪽에 있는 사각형 모양의 시계가 바로 오늘 구입한 포체의 세일 상품이다. 저렴한 국산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무브먼트와 사파이어 글래스를 쓴다고 하였다. 포체는 최초 1회(1년 이내였던가?)의 배터리 무상 교체를 서비스해 주는 것으로 알고있다.

나는 요즘 유행하는 크로노그래프 타입의 큰 시계보다는 얇고 가벼운 것을 선호하며, 관리가 비교적 쉬운 메탈 밴드를 좋아하는 편이다. 금도금이 벗겨졌다고 해서 재도금을 함부로 할 것은 아니라고 한다.

또 시계가 많아지면 배터리 교체를 게을리해선 안된다. 멈춰 있어도 다른 것을 차면 되니까 그냥 서랍속에 방치하기 쉬운데, 배터리에서 누액이 일어나면 시계를 버리는 지름길이다.

시계는 맘대로 살 수 있지만 시간은 그렇지 아니하다.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자가 진정 부유한 자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