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5일 일요일

Patrice Rushen의 Forget me nots(1982)

나는 이 곡을 Lee Ritenour(1952~)의 2006년 앨범 <Smoke 'N' Mirrors>의 11번째 수록곡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직접 시디를 구입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유료로 가입했었던 멜론에서 같은 아티스트의 <Overtime (2005)>와 더불어 구입한 두 앨범 전 수록곡의 음원 파일을 통해서이다. 내가 보유한 대부분의 음원 파일은 USB 매체에 담겨서 라즈베리 파이(볼루미오)에 꽂혀 있지만 요즘은 전원을 잘 올리지 않는다. 유튜브를 통해서 거의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Smoke 'N' Mirrors>의 Forget me nots이 다른 오리지널 곡의 리메이킹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리메이킹이라고 표현했지만 오리지널 곡과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단, 이제 와서 원곡과 비교해 보니 가사가 나오기 전 기타 연주와 함께 '스캣'처럼 부르는 것은 새로 추가된 것이었다. 종종 <Smoke 'N' Mirrors> 앨범 전체 수록곡을 들을 때에는 이 곡의 베이스 라인에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었고 단지 흥겨운 느낌의 곡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루브가 느껴진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까? 이 앨범에서는 Zamajobe라는 보컬리스트가 불렀다고 한다(참여 뮤지션 정보 링크).


요즘 베이스를 연습하면서 슬랩 주법에 입문하기 위해 참고할 곡을 알아보기 위해 유튜브를 뒤져 보다가 Forget me nots 원곡(위키피디아)을 비로소 재발견하였다. 이 곡은 매력적인 베이스 라인을 갖춘 곡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실은 Patrice Rushen이라는 뮤지션(1954~, 재즈 피아니스트, R&B 가수, 작곡가 겸 음악 프로듀서 - 공식 웹사이트)이 1982년에 발표한 것이었다. 패트리스 러셴? 루센? 러센? 루센? 국문으로 어떻게 표기해야 정확한지는 알기 어렵다. 그만큼 그녀에 관한 국문 자료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우리가 흔히 LP라고 부르는 '바이닐' 관련 웹사이트에 꽤 자세한 정보가 있어서 소개해 본다.

[vinylmeplease.com] Patrice Rushen 전기

그녀의 데뷔 앨범인 <Prelusion(1974)>(2024년 리마스터, 유튜브)을 들어 보았다. 이러한 분위기의 재즈(연주곡)와 대중적인 장르의 곡에서 직접 노래를 부른 Forget me nots 사이에는 분명히 엄청난 간극이 있다. 그녀는 재즈 분야의 피아노 연주자로 데뷔했기 때문이다. Forget me nots가 수록된 앨범 <Straight from the heart (1982)>보다 앞서서 1980년에 발매된 앨범 <Posh>에 대하여 '재즈 팬들은 그녀가 배신했다고 생각했으며, 팝 팬들은 그녀에게 마땅히 있어야 할 인정을 주지 않았고...'라고 하였다(바이닐미플리즈닷컴, 굵은 글씨는 내가 강조한 것임). 나는 충분히 가치 있는 '배신'이라고 생각한다.

베이스를 모른다고 해서 대중음악의 맛을 모른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이겠지만...



Forget me nots는 발표 직후보다는 그 후에 더욱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 Freddie Washington이라는 베이스 연주자가 이 곡에서 '아이코닉(iconic)'한 베이스 연주를 맡았다고 한다.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보자('The bassist behind'). 말 그대로 감동이 밀려온다. 베이스 학습을 위한 몇 권의 교과서가 유튜브에서 마구 쏟아지는 느낌이다.


베이스 교습도 다니지 않으면서 독학만으로 Forget me nots의 맛깔나는 베이스 연주를 흉내라도 낼 수 있으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앞으로 몇 년을 더 소일하면서 몰두할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납땜질(오디오 앰프 자작)의 뒤를 잇는 그 무엇인가가 말이다. 실은 악기나 음악에 대한 취미는 1981년 무렵무터 시작되었으니 평생 추구해야 할 활동이기도 하다.

Forget me nots의 슬랩 베이스 연주법 설명은 유투브에 꽤 많은 버전이 돌아다닌다. TalkingBass - Online Bass Lessions라는 채널에서 가장 친절해 보이는 것 하나를 골라 보았다.



방구석 음악인에게 유튜브는 또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가? 알고리즘을 통해 보고 싶은 동영상만 골라 보면서 그것이 진실인줄 알면서 이상한 세계관에 빠지는 불쌍한 사람들이 많지만, 최소한 음악에 대해서는 유튜브가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물론 드러나지 않은 숨은 보석과 같은 음악도 많이 있겠지만.

음악 애호가들은 다 알지만 나에게만 숨은 보석과 같은 곡은 얼마든지 있다. 그만큼 내가 음악을 폭넓게 듣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베이스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다 다 알아야 한다는 Red Hot Chile Peppers의 노래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알아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나는 '고전적인' 대중 음악/음악가에 대한 지식도 매우 얕다. 예를 들어 조니 미첼(Joni Mitchell, 1943~)은 그저 Both sides now를 부른 가수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유튜브에서 In France they kiss on the main street라는 곡을 연주하는 라이브 영상(1979)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하였다. 자코 파스토리우스(1951~1987)와 팻 메스니(1954~)가 뒤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니! 그러나 내가 놀란 주된 이유는 이제는 전설이 된 연주가들이 조니 미첼의 라이브에 참여했다는 것보다는 이 곡 자체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사에서 조니 미첼의 영향력을 깨달은 것은 이 동영상을 본 뒤의 일이었다. 이 공연 실황은 1980년에 발매된 앨범 <Shadows and light>으로 발매되었다고 한다. 공연 전체에 대한 영상은 여기에 올라와 있다.



조니 미첼의 이 공연 실황 동영상에 대한 글을 언젠가 꼭 쓰려고 마음을 먹었던게 벌써 2년 전 여름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 칼라 블레이(Carla Bley)와 조니 미첼에 대해서 글을 쓰겠다고 메모지에 적어 두었던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무슨 일로 바빴는지 라 블레이에 대해서만 블로그에 겨우 글을 남겨 두고('세상은 넓고 공부할 것은 많으며 들을 음악도 많다') 조니 미첼은 잊고 있었다.

우연한 베이스 기타 구입이 가져오는 나비 효과가 정말 놀랍다. 2011년 롤링스톤지에서 독자가 선정한 top ten bassists of all time을 소개한다(원문 링크).

  1. John Entwistle - The Who
  2. Flea - Red Hot Chili Peppers
  3. Paul McCartney - The Beatles
  4. Geddy Lee - Rush
  5. Les Claypool
  6. John Paul Jones - Led Zeppelin
  7. Jaco Patorius
  8. Jack Bruce - Cream
  9. Cliff Burton - Metallica
  10. Victor Wooten

목록 맨 끝에 있는 빅터 우튼의 TEDx 강연은 정말 멋지다('언어로서의 음악'). 이런 음악가를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이 부끄럽다. 기회가 되면 국내에도 소개된 그의 책 <나는 음악에게 인생을 배웠다(교보문고)>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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