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30일 화요일

TV를 점령한 요리사들 - 이제 그만!

요리는 여러모로 보아서 TV 방송용으로 매우 적합한 소재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인간의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와 관련된 활동으로서, 요리사가 되는 길이나 요리를 하는 과정은 나름대로의 스토리가 있고 시각적으로도 풍성한 볼거리를 전해주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는 라디오 방송에서 대담 프로를 진행할 수 있겠지만, 요리는 어디 그럴 수 있는가? 비록 시청자에게는 '그림의 떡'이지만 시각적 요소를 배제한 요리 프로그램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예전에는 주로 여성 요리사들이 나와서 요리를 하는 법을 전수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여기에 오락적 요소는 전혀 없었다. 이런 포맷의 프로는 기껏해야 유명 연예인이 진행을 도우면서 곁에서 요리를 돕는 정도로 발전하는데 그쳤고 아직도 남아있는 듯하다. 그러다가 소위 '먹방'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다. 유명한 맛집을 찾아 소개하고(이 과정에서 많은 왜곡이 있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하더니, 이제는 드디어 요리사들이 오락성이 강한 프로에 나와서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준다. 먹방에서 쿡방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왜 출연자를 '셰프'라고 불러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죽하면 셰프테이너라는 용어까지 나왔겠는가. 이제는 EBS마저 요리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한다니 정말 TV 프로그램의 진화는 그 끝가는 곳을 모르겠다. 보는 행위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영상과 소리만으로 자극하려니 오죽하면 요즘의 이러한 세태를 '음식 포르노'라고까지 부르겠는가? 음악 TV 프로그램은 연주 현장에 있지 못하다는 안타까움만을 제외한다면 보고 듣는 욕구를 거의 완전히 충족시킨다. 그러나 '쿡방'은?

[동아닷컴] 앞치마 벗은 셰프테이너가 뜬다
[한겨레] 게으른 TV, '음식 포르노'를 배설하다

문제는 각 방송국의 쏠림 현상이 너무나 심하다는것. 내가 워낙 TV 프로에 비판적이라서 지적질을 하자면 끝이 없다. 수많은 진행자로 혼란스런 예능, 정보 프로그램인지 뉴스인지 쇼인지 알 수가 없는 종편의 시간 따먹기 프로, 다큐멘터리 포맷을 흉내내면서 연예인과 그 가족들의 화려한 일상생활(각본으로 잘 짜여진?)로 점철된 엿보기 프로 등. 이제 여기에 요리사들까지 참여하고 있다. 게다가 어떤 외국 유학파 요리사의 쓴소리까지 더해져서 더욱 혼란스럽다. 더구나 요리사라기보다는 외식 사업가에 가까운 사람에 대한 묘한 비평까지 더해진다. 굳이 여기서 누구라고 콕 찍어서 이야기하지 않아도 요즘 방송을 잘 타면서 또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요리사들이 누군지 아마 감이 잡힐 것이다.

몇몇 분야와 더불어 요리사가 되는 과정은 아직까지 도제식 방법을 답습하고 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유지될 것이다. 각종 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요리사들의 성장 과정을 보면 실력자가 되기 위하여 당연히 감수해야 할 수련 과정이 아니라 인권 모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영화 '위플래시'가 떠오른다). 이런 것이 언론에 드러나면서 물론 요리사가 되는 과정은 좀 더 상식적인 모습으로 가다듬어 지리라는 희망은 있지만, 고수 밑에서 고생을 하고 외국에서 수련을 했다는 것이 언제까지 대중들에게 호소력이 있는 고백이 될지...

가족을 먹이거나 식당에서 팔기 위해 음식을 만드는 행위는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된 것이다. 취향과 호불호는 있을 수 있지만 학문적인 잣대나 수준을 가지고서 평가하고 재단할 일이 아니다. TV에 나왔다는 것은, 보도 프로나 시사 교양 혹은 토론 프로에 나오지 않은 이상 연예인이 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는 것이다. 수준이니 어쩌니 하는 기준을 들이대지 말자. 맛있고 영양가 많고 건강에 도움이 되면 그만 아닌가?

결론은 간단하다. TV에서 요리사를 좀 덜 보았으면 좋겠다.

2015년 6월 23일 화요일

FEMS Microbiology Congress 2015를 다녀와서 건진 것들

자전거와 관광객으로 번잡한, 그러나 따사로움이 있는 물길의 도시 암스테르담. 그리고 고풍스럽고 조용한 도시 마스트리히트.

네덜란드는 Miffy의 고향이다.

학회가 열린 MECC Maastricht.

마스트리히트 기차역 앞에서.

그리고 미생물 유전체학(metagenomics 포함)을 위해 필요한 최신 소프트웨어에 대한 정보를 얻어서 돌아왔다. 학회는 끝났지만 웹사이트에서 초록집 등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다음에 나열된 것은 물론 이 학회를 통해서 처음 공개된 것들은 아니다.

  • Placenet: NGS 시대를 맞아서 미생물 유전체 정보는 넘쳐나지만 플라스미드 정보는 제대로 클로징이 되지 않은 채 방황하고 있다. Placnet은 Plasmid Constellation Network project의 약자로서, NGS data가 품고있는 플라스미드 정보를 Cytoscape로 열 수 있는 네트웍 형태로 전환해 준자. Plasmid "constellation"이라니 멋있지 않은가?
  • Resfams; 내가 Harvard Medical School의 Church lab에 두어달 머무는 동안 G. Dantas를 알게 되었다. 그도 여전히 나를 기억할지는 모르겠다^^ Dantas는 워싱턴 대학(세인트루이스)의 교수로 현재 근무하고 있는데, genomics에 기반한 미생물의 생태와 엔지니어링 및 중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Resfams는 항생제 내성 기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단백질 패밀리 및 그에 부가된 HMM의 데이터베이스이다.
  • pubMLST: MLST는 1998년 세균의 clonal relation을 동정하기 위해 개발된 방법이었다. Whole-genome sequencing이 일상화된 요즈음, 세균의 카탈로그는 '도메인'에서 '스트레인'으로 세분화되는 중이다. 이제 다시 조명을 받고 있는 MLST에 대해 관심을 가져보자. 참고할 문헌은 MLST revisited: the gene-by-gene approach to bacterial genomcis(Nat Rev Microbiol 2013, 11:728)이다. pubMLST는 MLST 데이터베이스와 소프트웨어의 포탈인 셈이다.
  • BaseClear의 소프트웨어들: BaseClear는 네덜란드에 근거한 기업으로 SSPACE와 GapFiller 등을 공급하며 시퀀싱 서비스도 제동한다. 
  • BioNumerics: Applied Maths사에서 제공하는 "The universal platform for databasing and analysis of biological data".
  • wgMSLT and wgSNP: an integrated platform for high-throughput whole genome MLST and whole genome SNP analysis.
  • antiSMASH: antibiotics and secondary metabolite analysis shell. 분석 결과물은 한달 뒤에 삭제되니 적당한 시점에 알아서 다운로드할 것.

이외에도 resistome과 bacterial persistence에 대한 개념을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된 출장이었다. 맨날 노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읽을 거리는 많은지...




2015년 6월 21일 일요일

주말 DIY - 변기 백시멘트로 고정하기

몇 달 전에 거실 변기 내의 이물질(유리조각)을 제거하느라 업자를 불러서 변기를 떼어내고 새로 고정한 일이 있다. 변기를 바닥면에 고정한 백시멘트가 최근 금이 가고 말았다. 변비 걸린 공룡이 변기에 앉아서 휴대폰 들여다보면서 몇 시간을 보냈나... 시공 불량인지 굳힘 과정에서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에는 직접 보수공사를 하기로 했다.

몇년 전에 큰방 화장실의 변기 보수공사를 직접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얼마나 시멘트를 볼품없이 발랐는지 남에게 보이기 민망할 지경이었다. 이번에는 좀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홈플러스에서 물만 섞어 사용하는 백시멘트 소포장(1.5 kg)과 플라스틱 흙손을 구입하였다. 마트에 온갖 DIY용품이 있지만 설마 흙손(그것도 플라스틱제!)이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마침 예전에 쓰고 남은 백시멘트가 절반 정도 남아 있어서 새로 구입한 포대는 다음을 위하여 뜯지 않았다. 기존의 깨진 시멘트 조각을 전부 제거하고, 망치로 이를 적당히 잘라서 변기 밑에 밀어 넣어서 수평을 맞추었다. 수준기(요즘 '수평계'라고 많이들 부르지만 '수준기'가 맞는 용어이다)가 있어서 별로 어렵지는 않았다. 물만 부어서 쓰는 사진 속의 백시멘트 제품은 한 봉지에 물 230 cc를 넣게 되어있다. 내 경험으로는 물을 정량대로 넣으면 너무 걸쭉하다.

변기를 그대로 두고 틈새에 시멘트를 밀어넣는 시공법이 있고, 바닥면에 시멘트를 타원형으로 미리 2 cm 정도 바른 뒤 변기를 그 위에 올리는 방법이 있다. 아마도 후자가 더욱 변기를 강력하게 붙이는 방법일 것이다. 생각해 보라. 벽돌담을 쌓듯이 모르타르를 바르고 그 위에 벽돌을 얹어서 지그시 누르면서 굳히는 것과, 미리 벽돌을 어느 정도의 틈새를 두고 위치시킨 뒤 그 사이에 모르타르를 밀어넣어서 굳히는 것 중 어느것이 더 바람직한지.

물론 나는 변기와 물탱크를 분리하는 대공사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가장 간단한 전자의 시공법을 따랐다.

여기서 또 정확한 용어를 짚고 넘어가자. 시멘트와 모래를 물에 갠 접합제가 시멘트 모르타르(cement mortar)이다. 시멘트는 물과 모래가 섞이기 전의 상태를 말한다.

오늘은 팔자에 없는 미장일에 도전한다! 예쁘게 바르기는 영 어렵다. 약간 곡면으로 처리해야 보기 좋겠지만 너무 절벽처럼 가파르게 마감을 하고 말았다.


시공 후 약 21시간이 지난 현재는 사용하기에 큰 문제가 없이 굳은 상태이다. 빨리 굳는 시멘트가 아니라서 약 40시간이 지나야 속까지 완전히 굳는다고 한다. 

리모델링을 하고 지금 사는 아파트로 입주한 것이 지난 2004년. 손볼 곳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 직접 해결할 것과 전문가에게 맡길 것을 적당히 나누어서 올해는 무엇이 되었든 시작을 해 보자!

2015년 6월 20일 토요일

생애 최초의 충치 치료 - 아말감을 선택하다

40대 중반이 되어서 비로소 첫 충치 치료를 하게 되었다. 매년 스케일링을 받으면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는 것이 큰 자랑거리였는데, 이제는 그 기록도 깨지게 되었다. 8일간의 국외 출장 기간 동안 오른쪽 위 어금니에 음식이 끼면서 심한 통증을 느껴서 귀국하자마자 작년에는 건너뛰었던 스케일링도 받을 겸하여 늘 다니던 종합병원 치과에 갔다(6월 13일). 여기는 일년에 한번씩 가는 곳인데, 매우 친절하고 시설도 좋다.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인사를 하는 직원의 모습에서 마치 고급 호텔에 온 느낌을 받는다.

나의 이! 사진 전체를 올리면 혐오스러울까봐 일부만 잘라서 올린다.
모니터에 올라온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이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두면 나중에 어떤 용도로 쓸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잘못되고 난 다음의 신원 확인용?
오,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엑스레이 사진을 통해서 본 나의 이는 치열이 불규칙한 것을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스케일링을 하고 나니 통증이 왔던 이는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음을 알게 되었다. 충치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치아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틈이 보인다. 왼쪽의 작은 충치는 10만원, 통증이 있는 오른쪽 이는 27만원, 그리고 또 사랑니 제거는 얼마... 생각보다 치료 비용이 높아서 좀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겠다 하고 병원을 나왔다. 병원에서도 가격만 알려주고 결정은 본인이 하라고 안내하였다. 3주쯤 뒤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면서. 그러나 시간을 두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는 곤란한 상태였다. 이제는 음식을 씹기만 하면 자꾸 무엇이 끼고 아픔이 가시지 않아서 참을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충치(치아우식증)의 치료 방법과 충전 재료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다. 아무래도 그 종합병원이 너무 비싼 치료 방법을 권하는 것 같았다. 연구소의 동료는 바로 우리 동네 아파트의 상가에 있는 치과가 저렴하게 잘 해준다고 권하였다. 그냥 흔한 동네 치과라고 생각했기에 일단 가서 어떤 치료를 권하는지 알아보기로 하였다. 오전 반일 휴가를 내고 찾아간 병원에는 의외로 환자(손님?)가 많았고 의사는 바쁘게 여러 "유니트 체어"를 번갈아 오가면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의사마다 치료가 필요한 상태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더니 정말 그러하였다. 종합병원 치과에서는 충치 외에도 왜소한 사랑니가 하나 삐져나온 것을 뽑으라고 권했었지만, 6월 19일에 방문한 동네 병원에서는 그냥 두라 하였다. 그리고 증세가 없는 작은 충치는 아직 치료 단계가 아니니 역시 그냥 유지. 문제가 되는 충치는 상세히 들여다보니 상당히 진행되어 어금니 일부가 약간 떨어져 나갔고 바로 곁의 어금니도 문제가 있는 상태였다. 충전재는 아말감, 레진, 그리고 (금) 인레이. 종합병원에서는 아마 인레이를 권한 것 같은데 가격도 동네 치과에서 부른 것보다 훨씬 높았다.

아말감은 매우 오랫동안 쓰여온 충전재로 수은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그 양이 매우 적어서 특별히 환자에게 문제를 일으킨다는 증거가 없고 보험이 적용되는 매우 경제적인 방법임을 미리 조사해 두었기에 별 주저함이 없이 아말감으로 충전을 하기로 했다. 이를 갈아내는 동안의 시린 느낌이 매우 불쾌했지만 참을만 하였다. 갈아내고 난 이의 모습을 보니 무척 허무하였다. 이제 절대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인 노화의 길을 가는구나! 아말감을 채우고 한참을 깎아서 위 아래 이가 서로 잘 맞닿도록 높이를 맞춘 뒤 24시간이 지난 이후에 연마를 하러 오라고 하였다. 열전도율이 매우 높은 재료라서 차거나 뜨거운 음식이 닿으면 예민하게 느껴지지만 3주 정도가 지나면 익숙해진다고 하였다.

아말감은 한물 간 재료, 수은이 포함되어 있어서 환경에 유해한 재료, 선진국에서는 이미 쓰지 않는 가난한 이의 치과 치료용 재료라는 인식이 없지 않다. 심지어 어떤 의사는 아말감을 전부 걷어내고 레진이나 금을 씌우라고 권하기도 한다는 글을 보았다. 환경 오염과 의료진의 건강을 우려하여 전면적으로 아말감 사용을 금하는 날이 오기 전에까지는 치과에서 너무 비싼 치료 방법을 강권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는 환경 오염 문제로 아말감 사용을 금하였다고 한다. 양치질로 뱉어낸 아말감 가루가 하수도에 들어가기 전에 걸러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선명한 회색 금속 색깔이 이질적이라고는 해도 아랫니가 아니라 윗니라서 그나마 낫다.

아직 안경을 상시 착용할 정도가 된 것도 아닌데 드디어 처음으로 의료용 재료가 내 몸에 들어와서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 그것도 침습적 방법으로! 피는 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치아를 잘 관리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의 자만은 금물이 되었다. 윗니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치경(긴 손잡이가 달리고 목이 꺾인 치과용 거울)을 구입하기로 했다. 아울러서 치실과 치간치솔을 더욱 철저하게 활용할 예정이다.


2015년 6월 17일 수요일

네트웍 카드가 2장인 윈도우 PC를 이용한 인터넷 공유

요즘은 대부분의 마더보드가 네트워크 기능을 내장하고 있어서 '카드'라고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네트워크 어댑터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노트북 컴퓨터를 한동안 쓰지 않았더니 이미 할당되어 있는 IP 주소가 자동으로 차단되었다. 성능도 좋지 않고 너무 무거워서 잘 쓰지 않으니 참으로 친절한 전산 시스템이 이렇게 자동 차단을 해 주었다!. 전산실에 연락을 해서 이 주소를 살린 후 새로 가지고 온 Tyan 서버에 할당하였다.

그러면 가끔씩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주로 사용하는 업무용 데스크탑 컴퓨터에 네트웍 케이블을 꽂는 구멍이 2개 있으므로 이를 사용하여 공유를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예전에 리눅스 머신에서 IPChains나 IPTable를 쓰던 기억이 새롭다.

윈도우7이니까 당연히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도움말을 찾아서 아무리 읽어봐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몇 가지 중요한 개념을 망각한 데서 온 실수였다.


  1. 두 개의 네트워크 어댑터 중 '공유'로 설정할 것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쪽이다. 바깥 세계와 실제로 들락날락하는 어댑터가 공유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내부망(클라이언트 PC)에 연결할 어댑터의 설정에서 공유를 세팅하려 했으니 될 턱이 있나.
  2. 제대로 '공유'가 설정되면 클라이언트에 연결될 어댑터의 IP 주소는 자동으로 192.168.137.1로 맞추어진다.
  3. 클라이언트 PC와 서버 PC는 크로스 케이블로 연결해야 된다. 중간에 네트워크 스위치 혹은 허브를 경유하게 되면 일반 다이렉트 케이블을 쓰라.
  4. 클라이언트쪽에서는 IP 주소를 192.168.137.2/255.255.255.0, 게이트웨이는 192.168.137.1, DNS 서버는 192.168.137.1로 설정한다. 자동으로 IP 주소 받기가 되지는 않으니 유의할 것.
인터넷에 연결할 네트워크 어댑터는 이렇게 설정하라.

두번째 문제. 연달아 있는 네트워크 케이블 꽂는 커넥터 중 어느것이 1번이고 어느것이 2번어댑터에 해당하는 것일까? 리눅스라면 이를 각각 eth0과 eth1로 부를 것이다. 보드 매뉴얼을 보기 전에는 잘 모르겠다. 보드를 눕혔을 때 뒷쪽에서 보아 왼편에 있는 것이 1번라는 말도 있던데...

2015년 6월 15일 월요일

일상 생활과 다름없는 네덜란드의 자전거 문화

일주일 여행으로 한 나라를 속속들이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개 눈에는 무엇만 보인다는 속담과 같이 네덜란드는 정말 자전거 친화적인 나라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고 왔다. 도로는 자동차만의 것이 아니라 자전거에게 완전히 하나의 차로를 내어 주고 있다. 공공시설에는 엄청난 규모의 자전거 보관 시설이 있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손으로 수신호를 하면서 지나다닌다. 암스테르담 시내를 거미줄처럼 잇는 수많은 다리와 도로에서 각양 각색의 자전가가 물결처럼 지나간다. 헬멧? 장갑? 그런거 없다. 안전등 부착만을 지키도록 규정할 뿐이다.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임신한 여자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는 사진을 보았다(확인해 보니 네덜란드가 아니고 덴마크였다). 마스트리히트에서는 아가씨 두명이 피자 세판을 들고 네덜란드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Sint Servaasbrug" 를 건너는 모습을 보았다. 오른손에는 백과 핸들바를, 왼손에는 피자 포장 상자 2개를.

바로 그 다리를 건너며 찍은 사진이다.


물론 완벽한 장비를 갖추고 몇 명이 그룹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과 관광객들은 특별한 옷이나 보호장구를 갖추지 않고 일상 생활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자전거를 몰고 집을 나서면서 반드시 전용 복장을 차려입고 헬멧과 장갑을 끼어야만 하는가? 갑자기 가치관에 혼란이 오기 시작하였다. 무슨 의식을 치르듯이 한가지라도 더 갖추려고 하면, 그만큼 자전거를 타는 빈도가 줄어들게 된다. 간혹 헬멧에 대한 논란을 인터넷에서 보게 된다. 도로를 자동차와 함께 달릴 것이 아니라면, 그리고 속도를 별로 낼 생각이 없다면, 헬멧 착용은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최대한 평상복에 가까운 옷차림으로 자전거를 끌고 집을 나섰다. 드롭 핸들바를 잘라서 불혼바 비슷하게 만들면서 바테잎을 새로 붙이지 못했기에 장갑은 착용하였고, 벌레를 막기 위한 고글만 꼈다. 배낭을 메고 있으니 아무리 천천히 달려도 등에 땀이 날 것이 뻔하기에 상의만 쿨맥스 비슷한 소재의 운동복을 입고 청바지에 바짓단만 벨크로 밴드로 묶은 상태로. 샤워를 하지 않기 위해 되도록 천천히 주행했지만 6월 중순의 아침 기온은 약간의 땀을 나게 만들었다.

전국민이 등산복을 입고 동네 뒷산을 오른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전부 전용 복장을 한다. 이건 분명히 '과잉'이다. 일상 생활과 철저히 일체가 되는 자전거 문화가 되기를 빌어 본다.

2015년 6월 2일 화요일

인터넷으로 숙소 예약하기

최근에 가족 여행을 위해 인터넷으로 숙소를 예약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휴대폰으로 동기화되는 구글 캘린더에 숙소 예약 일정이 떡하니 떠올랐다. 내가 언제 또 '동의'를 눌렀던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일자와 위치가 자동으로 기록이 되면서 구글은 또 한차례 장난을 친다. 포토스토리를 만들어 주는 것.

6월에도 두 차례의 긴 출장이 있다. 늘 즐겨찾는 경주에서 이번에는 학술행사를 한다. 인터넷으로 한두차례 숙소를 잡은 기록과 더불어 내가 자주 검색하는 키워드를 재주껏 분석하여 수시로 호텔을 예약하라고 맞춤형 광고가 온다. 학회 일정에 맞게 호텔을 예약하였다.

그리고 조금 전 이메일을 확인하는데, 이런 메시지가 왔다.

'해영님, 여행을 조금만 더 연장해 보세요. 경주지역 인근 지역 막바지 특가 상품입니다'

크!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정말 머리를 쓰는구나! 아마도 아침 일찍 열리는 행사때문에 하루 전에 가기로 결정을 하고 체크인 날짜를 당겼더니 여행 일정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는 고객으로 판단한 모양이다.

참으로 재미있는 세상이다.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서 애를 쓰는구나.

(하긴, 내가 속한 분야의 연구자들은 바이오 분야에서 대중들의 지갑을 열게 할 방안을 만들어 내라고 압박을 받고 있지 않던가?)

인터넷, 실명이냐 익명이냐

나는 내 블로그에다가 떡하니 실명을 올려 놓았다. 처음에는 내 이름을 직접 구글에서 검색하여 드러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신기하고도 즐거웠다. 이를 가리키는 용어까지 있다.

Egosurfing (Googling yourself)

시작은 유치하였노라! 내가 정말로 인터넷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소모하면서 얼마나 유익한 정보를 올려놓고 있는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말이다. 도메인을 유지하느라 약간의 비용을 쓰고, 호스팅 서비스 사이트에 위키를 설치하느라 이것저것을 매만지면서 기술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직업으로 택한 분야에서 얻은 사소한 노하우, 거기에 취미와 관련된 것을 적당히 버무려서 인터넷에 올리면 그것으로 뭔가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이루는 것이 되리라는 순진한 생각을 아직 버리고 있지 못하다.

이름을 남기고 싶은 것, 유명해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반면에 사람들 등 뒤에 숨고 싶은 것도 인간의 본성이다). 개인 사이트의 운영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범죄를 유발하거나, 혐오스럽거나, 반사회적인 선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마땅히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기준을 그을 수가 없는 것이다. 유형은 나눌 수 있겠지만 가이드를 제공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지식과 경험을 나누려는 정말 순수한 의도로 운영하는 사람, 적당히 금전적 수입을 받으면서 진심이 아닌 리뷰를 게재만 하는 사람, 어떤 정치적이거나 문화적인 사상을 보급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 미래에 계획하고 있는 사업을 위해 밑밥을 치는 사람 등등.

제목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내가 오늘 쓰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이다. 일상의 기록을 공개된 인터넷에 남기는 것이 과연 옳은가? 별 것 아닌 경험이 타인에게 의외의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남들이 쉽게 얻지 못하는 기회나 경험에 대한 '은근한 자랑'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차 안에서 찍은 일상적인 셀카 사진을 올렸는데, 조수석에 일부러 명품백의 상표가 떡하니 보이게 찍은, 뭐 그런 것 말이다.

자랑도 인간의 본성이다. 이를 따라하거나 혹은 능가해 보려는 노력을 통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도 있다. 반면에 '아 재수없어~'라는 코멘트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코멘트(댓글)는 약도 되지만 독도 된다. 내가 가끔 쓰는 글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왜 나는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가'. 날 아는 사람들은 내가 카톡 친구 리스트에 수시로 나타났다 없어졌다 하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는 내가 그만큼 카톡이라는 소통 수단에 대한 확신이 없음을 뜻한다. 현재는 탈퇴 상태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의 글을 읽다가, 거기에 달린 어떤 댓글을 발견했다.

'카카오톡을 쓰기 싫어하는 이유를 참으로 길게도 쓰셨네요'

원글이 올라온 위치가 원글자의 개인 블로그인지 혹은 어떤 모임의 게시판인지는 확실치 않다. 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내가 운영하는 개인적인 사이트에 내가 올린 글에 대해서 이런 식의 덧글이 달리는 것이다. 이런 일들에 대해서 이제는 무디어질 때가 되었는데(실제로 딱 두 번 당해보았음), 의외로 글을 올리고자 하는 의욕을 오랫동안 꺾는 계기가 된다. 처라리 이럴바에야 왜 내가 실명을 글고 인터넷 공간에서 글을 쓰고 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이제 사생활은 없다고. 어딜가든 CCTV에, 거래 기록에, 포스팅 기록에, 구글이 슬며시 수집하는 위치 기록(비록 무신경하게 동의는 했지만)에 우리는 노출되어 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세상이니 문명의 이기를 철저히 이용하여 이름을 남기거나 사업적으로 이득이 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 뭐가 잘못이랴. 요즘 방송을 보면 공중파나 케이블을 막론하고 다들 얼굴을 알리고 싶어서 혈안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현실이 무섭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차라리 듣기에 좋다. 연예인이나 공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쉽게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려면 익명화를 무기로 숨어야 하는가, 혹은 인터넷에 올리는 글이나 자료에서 개인적인 색채를 철저히 빼야 하는가? 어려운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