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6일 토요일

나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 드롭바, 바 테이프, 2016년도 다이어리

하나 더 있다. 은행동에 위치한 중고 책 매장 알라딘에서 구입한 Fourplay의 음반, Heartfelt(2002년)이다. 들을만한 중고 CD를 구하는 것은 매번 쉽지 않다. 그래도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음반을 어렵지 않게 골랐다. 크리스마스 당일 오후의 으능정이 거리에는 제법 사람이 많아서 오랜만에 외출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가족들 저마다 책과 CD를 구입한 셈이다.


드롭바와 바 테이프는 성탄절 전날 유성 바이키에서 구입한 것이다. 이것을 사게 된 것에는 사연이 있다. 지난 6월 네덜란드로 출장을 다녀오면서 그곳의 자전거 문화에 매우 큰 자극을 받았고, 좀 더 실용적인 자전거 생활을 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자전거 용품이나 장비(심지어 헬멧까지!)에 연연하지 않는 네덜란드인(+관광객)들의 자전거 문화에 감명을 받은 나는 실생활에 가까운 자전거 생활을 추구해 보고자 로드 자전거의 드롭바를 과감히 쇠톱으로 잘라서 불혼바 비슷하게 만들어서 좀 더 편한 자세, 즉 상체를 세운 자세로 출퇴근을 해 보겠다고 다짐하였다. 팔길이가 짧은 나에게는 표준 사이즈의 로드차가 아무래도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드롭바의 양 끝을 정확히 같은 길이로 자르는데 실패를 하고 만 것이다... 게다가 로드용 브레이크 레버는 정확한 위치에 놓지 않으면 육각렌치가 들어가지 않는다. 핸들바를 자른 이후로 이틀이나 탔을까, 도저히 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자전거는 다시 계단 난간에 모셔진 상태로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다시 원상복구를 하기로 했다. 따라서 새 드롭바를 사지 않을 수가 없는 터였다. 드롭바에 상처를 내지 않고 퀼 스템에 끼우느라 애를 먹었다. 스템의 육각 볼트를 풀고 벌어진 틈에 동전 두 개를 끼운 다음 드라이버를 그 사이에 넣고 비틀어 벌렸다. 이렇게 하면 스템과 드롭바 모두 상처가 나지 않는다.

난간에 오래 묶여있던 앞타이어에서는 바람이 거의 다 빠져 있었다. 펌프를 끼우고 바람을 넣으니 줄줄 새는 소리가 들린다. 드롭바를 끼우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이젠 펑크 수리까지 해야 하다니... 튜브를 빼서 바람이 새는 곳을 찾아보았다. 바람이 빠진 상태로 림에 눌려서 꽤 넓은 부위가 닳듯이 해져 있었다. 잘라놓은 폐튜브 조각으로 때우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에 쓰던 번개표 본드가 보이질 않는다. 이걸 뭘로 붙이나? 미술용 고무풀이 튜브 수리에 사용 가능할까? 라텍스를 솔벤트로 녹인 것이라는 점에서 별로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일단 터진 곳을 이것으로 붙인 뒤 80 psi 정도로 바람을 채운 뒤 동네를 15분 정도 돌아 보았다. 시험 주행을 하는 동안 수선한 곳이 다시 터지지는 않았다.

문구용 고무풀로 자전거 튜브를 수선하는 것에 대한 토론이 외국 사이트에 이미 있었다. 현명한 노릇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는 정말 '생존'을 위해서 운동을 해야 할 시기이다. 눈이오나 비가오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벌써 10년 가까이 흐른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당시의 열정을 다시 되살릴 수 있을까?

2015년 12월 19일 토요일

LM1876 자작 앰프, 그 이후 발견한 문제

이 앰프를 낡은 롯데 CD 플레이어 LCD-7500에 연결만 하면 '삐-' 소리에 가까운 높은 주파수의 잡음을 발생한다. 다른 소스에 물리면 전혀 그렇지 않다. 마찬가지로 이 CD 플레이어를 다른 몇 가지의 앰프에 연결하면 역시 문제가 없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낡은 CDP가 만들어내는 매우 높은 주파수의 잡음을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LM1876 앰프보드가 가청 주파수대로 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사용한 부품이 열악해서? 칩을 제외하면 전부 수동 부품인데 단지 저급품(?)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심한 잡음을 만들어낸단 말인가?


어쩌면 LM1876 칩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 칩은 신품이 아니라 중고 장비에서 뜯어낸 것이라고 했다("original teardown"). 오래 사용한 결과 칩이 열화되었거나 혹은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원래 동일한 보드 2개를 싼 가격에 구입했다가 하나는 처분했었다. 아깝다! 나머지 하나를 갖고 있었다면 서로 교체해 보면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현상이 소위 '발진'인지도 모르겠다. 오실로스코프를 갖고 있기는 해도 제대로 쓸 줄을 모르니 눈뜬 장님이나 다를 것이 없다.

LM1876 칩만을 구입하여 바꾸어 달아볼까? 15개나 되는 다리의 납땜을 떼어내라고? 생각만 해도 골치가 아프다. 아예 버릴 작정을 하고 핀을 잘라버리면 못할 것도 없지만...

차선책으로 생각한 것은 비슷한 수준의 앰프 보드를 하나 더 구입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TDA7265를 사용한 보드를 주문하였다. 데이터시트를 비교해 보면 LM1876이 조금 더 우수해 보인다. TDA7265의 장점은 전원을 켜고 끌 때 팝업 노이즈가 없다는 것이다. 나의 철학은 다음의 토로이달 트랜스를 계속 활용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SMPS로 구동하는 class D 앰프는 고려하지 않았다.

LM1876 보드를 전원장치 용도로만 사용한다면?

토로이달 트랜스의 2차 권선을 병렬로 연결하여 LM1876 앰프 보드의 +V 및 -V 단자에 연결하면(GND는 비워둠) 23볼트 정도의 직류 전원을 뽑아내는 훌륭한 전원장치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50W + 50W급의 class D 앰프 보드(TPA3116이나 TDA7492)에 연결해도 되지 않을까? 즉각 실험에 돌입하였다. 보드 중간에 있는 단자에 선을 연결하여 전원 어댑터용 플러그를 단 다음, 갖고 있는 브리즈 앰프(TPA3116)에 연결하여 보았다. 매우 훌률한 소리가 난다. 멀티테스터를 찍어보니 22.6V 정도가 출력되고 있다. 전원장치로는 손색이 없으나 덩치가 너무 크다.



2015년 12월 17일 목요일

LM1876 자작 앰프의 전원트랜스 결선 실수 발견

심심풀이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새로운 앰플리파이어 보드를 둘러보고 있었다. 최근에 만든 자작 LM1897 앰프에 들어간 토로이달 트랜스(18V-0V 18-0V dual, 100VA)를 되도록이면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보드가 없는지 눈여겨 보는 중이었다. 차량용 앰프나 소출력 class D 앰프는 대개 직류를 공급하게 되어 있었다. DC 20V 정도를 연결해도 되는 앰프 보드가 있다면, 내 트랜스포머 2차의 절반만을 사용하되 정류 및 평활회로를 만들어 달면 될 것이다. 대신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은 50VA로 줄어들 것이고, 나머지 2차 코일은 아깝긴 하지만 놀게 되는 셈이다.

만약 2차를 평행으로 연결하면 전압은 그대로지만 전류는 한쪽 권선의 2배가 되어 트랜스 정격만큼(100VA)의 능력을 다 뽑을 수 있지 않을까? 여기까지 생각을 하다가 문득 현재의 배선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류회로가 들어있는 보통의 앰프보드는 전원트랜스에서 나온 2차측 출력의 18V 0V 18V선 세 가닥을 그대로 연결하여 직류 양전원으로 전환하게 된다. 2차에 센터탭을 갖고 있는 전원트랜스라면 아무런 고민거리가 없다. 하지만 내 트랜스처럼 "parallel would dual secondaries"인 경우는 약간 생각이 필요하다.

나는 별 생각이 없이 2차측의 0V를 서로 묶어서(심지어 납땜까지 했다) 앰프보드의 0V에 연결하였다. 그런데 어젯밤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쪽의 0V와 다른쪽의 18V를 직렬 형태로 연결했어야 할 것 같았다. 건전지 2개로 양전원을 만든다고 가정해 보라. 당연히 첫번째 전지의 -와 두번째 전지의 +를 연결하여 0V를 삼지 않던가?

구글을 열심히 뒤져보았다. 내가 결선을 잘못한 것이었다!

아세아 전원의 질문과 답변

[diyAudio] Center tab vs. dual secondaries
To use dual secondary, when you have Va, 0a, Vb,0b, combine 0a and Vb which will works as center tab and goes to the ground level.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다니... 그러고도 소리가 났으니 정말 신기하다. 이렇게 하여 주말에 해야할 일을 또 만들게 되었다. 결선을 제대로 바꾸면 얼마나 달라질까?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결선을 제대로 해 보았지만 별다른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다.

2015년 12월 12일 토요일

활력이 없는 아이들

올 한해동안 과학관에서 모두 세차례의 진로체험학습 강연을 하였다. 생명과학분야 전문가로서 나에게 주어진 강연 시간은 30분이었고, 간단한 실험실습이 이어지는 프로그램이다. 참여대상은 모두 중학생이었다. 나는 강연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다. 겸임교원으로서 가끔 협동 강의에 참여하지만 그 빈도가 높지 않으니 교수법이 획기적으로 늘 수는 없다. 그래도 이런 기회를 갖는 것을 매우 즐기고 있으며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꽤 애을 쓴다.

참여자는 25명 정도. 30분의 강연 시간 동안 집중해서 듣는 학생은 서너명이 되지 않았다! 내가 교수법이 부족한 것일까? 딱딱한 내용을 최대한 배제하고 요즘 뉴스에서 나오는 내용도 적절히 섞어서 흥미를 유발해 보려고 애를 썼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면 강연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겠는가? 차라리 자기들끼리 떠들기라도 하면 좋았을 것이다. 그저 푹 엎어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중학교에 다니는 딸아이에게 요즘 교실은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선생님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질문을 하거나, 하다못해 지난시간 어디까지 배웠냐고 물어도 반응이 없다고 한다. 왜 이렇게 아이들이 활력이 없을까? 이 아이들이 사교육장(학원)에서도 과연 이럴까?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오히려 학원 숙제를 한다고 들었다. 모두가 선행학습에 몰두하고 있으니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새로운 내용을 전달하려는 의욕이 없어지고 만다. 오히려 "너희들 학원에서 다 배웠지?", "글쎄 초등학교 2학년인데 아직 한글을 모르는 애가 있어" 이것이 현장 교사들의 솔직한 토로이다. 부모는 불안한 마음에 자식 하나 잘되라고 아무리 가계가 어려워도 사교육비는 줄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학원에서 문제풀이 교육에만 매달리고 공교육을 책임지는 선생님들마저 의욕이 없어진다. 새로운 것을 익히고 배운다는 기대감과 즐거움은 모든 곳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왜 아이들은 학원에서 졸고 않을까. 부모가 그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럼 학교는? 의무교육이라 나(학생) 또는 부모님이 돈을 내지 않아서? 공짜로 얻어지는 것을 악착같이 챙기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라. 공교육에 들어가는 돈은 결국 내가 낸 세금이 아닌가. 이렇게 여러 단계를 거쳐서 혜택이 돌아오면 내가 납세자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내가 합당한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것이 당연하다.

국가 경제는 좀처럼 나아지질 않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연구개발비 증가에도 불구하고 성장동력이 될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연구자들은 끊임없는 질책을 받는다. 매년 10월이면 이웃 이웃은 과학기술분야의 노벨상을 항상 배출하지만 우리나라 과학기술인은 죄인이 되는 심정이다. 중학교 입학 전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사교육을 통해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과 영어를 여러차례 선행학습하고 진학하고 있으니, 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이 사회의 주역이 되면 당연히 나라의 수준이 지금보다 월등히 나아져 있을까?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호기심을 품고 학습하는 것을 즐기며 협력과 토론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는 자세를 가진 아이들은 점점 줄어든다. 부모(더욱 솔직하게는 조부모 세대)가 마련한 경제적 부유함의 토대라는 식탁에 그저 빈 그릇과 수저만 들고 와서 앉게 우리가 만들고 있다. 심지어는 설거지조차 직접 하지 않는다. 이렇게 자라난 아이들이 과연 전세계를 상대로 무한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에 어떻게 이 사회 체제를 건전하고 영속성있게 이끌어나갈지 걱정이 된다.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교육이다. 정말 과격한 생각이 되겠지만 선행학습 금지법이라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2015년 12월 8일 화요일

LED 전구를 쓰기 위해 벽부형 스위치를 교체하다

요즘 LED가 기존의 조명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다. 수명이 길고 효율이 좋아서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이유이다. 실제로는 가격이 아직 높은 편이고 발열이 꽤 있어서 반도체 제품인 LED 소자의 수명이 줄어들게 되고, 전원 공급장치의 부품(특히 전해콘덴서)이 열화가 된다. 그래서 아직은 집안의 조명 전체를 LED 등기구로 교체하지는 못하였다. 점광원이라서 여러개를 일렬 혹은 행렬 형태로 배열하고 확산판을 달아야 자연스럽게 퍼지는 불빛이 나온다는 것도 약간은 불편하게 느껴진다. 색온도를 잘못 선택하면 지나치게 차가운 느낌이 들어서 욕실에는 어울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몇 달 전에 마트에서 기존의 백열등 소켓에 돌려서 끼울 수 있는 6와트 LED 램프를 구입한 일이 있다. 백열등이 점차 퇴출되는 단계에 있어서 이제 여기에 끼울 수 있는 전구는 몇 가지가 되지 않는다. 소켓 베이스를 갖춘 할로겐 램프, 삼파장 램프, 그리고 LED 램프이다.

이 램프를 기존의 식탁등 위치에 끼우고 전원을 넣었다. 생각보다 매우 밝고 색온도(5000K)도 자연스럽다. 그런데 문제는 전원을 끈 다음이었다.  수 초마다 한번씩 램프가 반짝거리는 것이 아닌가? 전구를 빼내고 테스터를 찍어보니 100볼트가 훨씬 넘는 전압이 걸리고 있었다. 스위치를 내렸는데 소켓에 이런 고전압이 걸리다니? 처음에는 어디선가 누전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웹을 검색해 보니 이는 스위치에 내장된 파일럿 램프 때문이었다. 스위치의 ON 위치에는 작은 네온램프가 달려있어서 전원을 내린 상태에는 스위치의 위치를 알리는 불이 들어온다. 이것 때문에 스위치를 내렸어도 약간의 전기가 흐르게 되고, LED 전구가 깜빡거린다는 설명이었다. 그래서 오늘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네온램프가 없는 2구형 스위치를 구입해와서 교체를 하니 비로소 제대로 작동을 하게 되었다.

백열등이나 형광등과 비교한다면 LED 조명은 분명히 진일보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문제는 LED 점등을 위해서는 직류 전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정기를 사용하는 기존의 FPL 형광등기구(36W와 55W가 가장 보편적)와는 호환이 안된다. 물론 기존의 전자식 안정기를 사용하는 형광등 기구에 그대로 꽂을 수 있는 "안정기 호환형 LED 형광등"이 개발되어 안전인증(KC) 규격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국내 테크룩스사에서 시판되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안정기를 직류전원공급장치(컨버터)로 바꾸고, 형광등 자리에는 LED가 달린 PCB 모듈을 장착하는 방법이 있다. 우리집 거실의 등기구는 FPL 55W가 5개 들어가는 구조인데, 이 중에서 2개를 25W급 모듈(FPL 형광등 55W의 밝기 수준)으로 바꾼 적이 있다. 2014년도 가을의 포스팅 링크는 다음과 같다. 구입처는 대경 LED였다.

거실 등기구 개조(LED 모듈 장착)

이는 매우 만족스럽게 사용 중이다. 모듈은 제너다이오드가 들어간 상급품 제품을 쓰는 것을 권장한다.

안정기 호환형 LED 형광등이냐, 혹은 별도의 컨버터와 LED (PCB) 모듈이냐? 후자가 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2015년 12월 7일 월요일

LM1876 앰프에 ±18V 100VA 파워 트랜스포머는 과한가?

[글을 수정하면서]
얕은 지식으로 부정확한 글을 인터넷에 남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트랜스의 VA rating에 대해서는 아직 완벽하게 이해를 하지 못하였다. VA rating은 트랜스의 2차측에서 얼마만큼의 전력을 뽑을 수 있는지에 관한 수치라는데, 취미로 전기를 만지는 사람에게는 대략 와트(W)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 오디오 앰플리파이어 칩의 출력은 전원 접압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고, 출력 외에 열로 발산되는 power dissipation(방열판 설계에서 대단히 중요)는 동일 출력에서는 전원전압이 높아질수록 증가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데이터시트를 참조하자면 LM1876 앰플리파이어 칩의 전원 전압은 20V~64V 범위에서 공급 가능하다. 즉 ±10V~±32V를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속해서 낼 수 있는 출력은 어떻게 될까? |VCC| = |VEE| = 22V, RL = 8Ω의 조건에서 채널당 22와트가 표준적인 출력이다. 뽑아낼 수 있는 최대 출력은 물론 전원전압과 관계가 있다.

내가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하여 만든 LM1876 앰프 보드는 정류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정류를 거쳐서 최종적으로 칩에 공급되는 전압은 트랜스에서 출력되는 교류 전압보다는 더 높다. 내가 선정한 트랜스는 ±18V(100VA)인데, 앰프 보드 내에서 정류를 거친 상태의 DC 전압을 재면 ±23V 정도가 나온다.

알리익스프레스의 제품 설명서에는 연결할 파워 트랜스의 2차측 출력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다.
  • Dual 12-24V, 권장치는 dual 12V
  • Dual 12V에서 20W + 20W
  • Dual 15V에서 25W + 25W
  • Dual 24V에서 30W + 30W, peak 40W + 40W
그렇다면 도대체 파워 트랜스의 용량은 어떻게 정해야 할까? 만약 내가 ±15V를 전원전압으로 결정했다고 하자. 그러면 단순 계산으로 양 채널을 모두 합하여 50W x 1.5배 정도를 곱하여(피크치 감안?) 75W로 하면 무난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트랜스의 용량은 와트가 아니고 볼트-암페어(VA)로 주어진다. 직류 회로에서 1VA는 1W에 해당하지만, 오디오 출력과 같이 교류에서는 VA 값의 1/2~2/3 정도가 실제의 파워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면 이에 해당하는 파워 트랜스의 정격(VA로 표현)은 도대체 얼마가 가장 적합한 것인가? 

에라, 검색을 해보자!


답변에 의하면 앰프 최대 파워의 1~2배에 해당하는 VA값을 지닌 트랜스를 쓰라는 것이다. 따라서 ±15V에서는 50~100VA면 된다. 실제 내가 구입한 트랜스는 ±18V 제품이었다. 이는 언젠가 LM3875 보드로 업그레이드를 하게되면 이 트랜스를 그대로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면 LM1876 데이터 시트에서 공급전압과 출력의 관계를 찾아보자.


23V(트랜스 2차 출력 18V에서 8옴 기준으로 출력은 23W/ch 정도이다. 양 채널을 합치면 46W이니, 100VA 트랜스를 고른것은 그렇게 큰 낭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4옴 스피커에서는 전원전압이 20V를 넘어가면 출력이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부하가 4옴 혹은 6옴인 경우 전원전압이 20V까지만 커브가 존재한다. 따라서 8옴 스피커를 쓰지 못하는 경우 25V 이상의 전원을 공급하는 것은 금해야 할 것이다.

왜 정격 출력보다 전원의 용량이 두 배 정도 높아야 할까? 그것은 바로 power dissipation 때문이다. 스피커로 향하는 음성 출력 외에 앰프에서 발산되는 열 역시 전원장치에서 공급되는 것이다. 


위 그림을 보자. 4옴 스피커를 연결할 때 공급전압 ±20V에서는 20W 출력에 대해 약 42W가 발산된다. 그렇다면 한 채널에서 20W + 42W = 62W가 소모된다는 뜻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칩 이외의 부품에서 소모되는 전력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채널이 두 개이니 결론은 124W는 공급이 되어야 한다! 이 그림이 보여주는 다른 의미도 생각해 보자. 동일 출력이라면 공급전압이 높은 경우 더 많은 열이 발생할 것이다.

다음으로 LM3875 칩의 규격을 알아보자. 8옴 부하에서 56W continuous average output power(순간 최대치로는 100W)를 자랑하는 칩이다. 전원전압 범위는 ±20V~±42V이므로 ±23V에 대해서는 8옴 기준으로 대략 27W/ch가 된다. LM1876과 마찬가지로 스피커의 임피던스가 낮으면 전원전압을 상승시켜도 이에 따른 출력 증가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물론 power dissipation에 대해서도 고려를 해야 한다.


결론을 내리자면 나의 ±18V 100VA 토로이달 파워 트랜스포머는 LM1876에게는 전압 측면에서는 조금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Dual 12V라는 권장치는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TDA7265 앰프 보드에는 확실히 과하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주력으로 듣는 오디오 기기 조합


얼핏 보면 마치 책장 위아래칸에 들어있는 기기를 한 장의 사진으로 담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자 따로 찍은 것을 세로로 이어붙인 것이다. 위 사진에서 네모로 둘러친 것이 요즘 침실에서 거의 항상 틀어놓는 오디오 기기들이다. 전부 올해에 만든 것들이다. 주된 소스는 튜너(FM 방송)이다. 스피커통은 답답함을 개선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튜닝을 거쳐서 이제는 매우 만족스런 소리를 낸다. 다른 기기도 비교 청취를 해 봐야 내 장비의 특성이나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텐데, 전혀 그러지를 못하니 그저 제 눈에 안경이라고나 할까?

2015년 12월 5일 토요일

케이벨 KB20W 앰프(TDA7266D)를 새 케이스에 넣다

다시는 반찬통에 앰프를 조립하지 않으려 했었는데, 케이스에 돈 들이는 것도 아깝고 반찬통만큼 가공이 쉬운 것도 없어서 허름하지만 재가공에 돌입하였다. 위치가 어긋난 바인딩 포스트는 구멍을 갈아내어 대략 보기좋게 위치를 바꾸었다. 볼륨 조절용 포트를 A형으로 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이렇게 해 놓으면 당분간은 케이스 가공 욕심은 나지 않을 것이다.




8옴 스피커 기준으로 한 채널에서 겨우 5와트의 출력을 내지만, 능률이 좋은 스피커에서는 가정에서 듣기에 충분한 음량이 나온다. TDA7297과 더불어 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소형 칩앰프이다.

2015년 12월 4일 금요일

모바일 제로타임 캠페인?

요즘 들어서 방송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자는 공익성 광고가 유난히 많이 보인다. 이와 맞물려서 모바일 제로타임 대국민 공모전(2015/11/18-12/15)이라는 것이 진행되고 있다. 이 행사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주관한다고 한다.

산업 구조를 바꾸고, 정보의 소통 방식을 바꾸고, 아울러서 생활 습관까지 바꾸어버린 무시무시한 문명의 이기인 스마트폰이 이제는 사람간의 소통을 막는 역기능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 과거 TV가 처음 등장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의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이 공모전의 배경에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있다. 국가정보화기본법 제30조의 8(인터넷 중독 관련 교육) 관련하여 미래창조과학부에서는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을 위한 대국민 교육 및 홍보 활동을 추진한다고 되어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홈페이지에 해당 조항을 찾아보자.

국가정보화 기본법(시행 21014.11.19)

제4장 국가정보화의 역기능 방지

제1절 정보이용의 건전성·보편성 보장 및 인터넷 중독의 예방·해소

제30조 인터넷 중독의 예방 및 해소 계획 수립 등

①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3년마다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인터넷중독의 예방 및 해소를 위한 종합계획(이하 "종합계획"이라 한다)을 수립하여야 한다.
②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및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매년 종합계획에 따라 인터넷중독의 예방 및 해소를 위한 추진계획(이하 "추진계획"이라 한다)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③ 종합계획과 추진계획의 수립·시행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그렇구나... 3년단위로 종합계획을 세워야 하고 추진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이번 공모전도 그 시행의 일환으로 보아야 되겠다. 일정표에 따라 뭔가를 시행하고, 그에 따른 성과(항상 성공적이어야 하고 양적으로도 팽창해야 한다. 성과를 질적으로도 계량하기 위해 실무자들은 머리를 싸매야 할 것이다)는 항상 긍정적으로 나올 것이다. 이런, 또 삐딱선을 타고 말았다.

정부에서 하는 일을 매사에 딴지를 걸 생각은 없다. 다만 행사의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꼭 "모바일 제로타임 캠페인"이라고 해야 하는가? 그저 단순히 "휴대폰 바로쓰기 운동" 정도가 낫지 않을까? 하긴 이렇게 해 놓으면 대중교통이나 기타 공공장소에서 고성으로 전화통화를 하지 말자는 것도 포함되겠지만, 이것은 휴대폰을 통한 인터넷 중독을 막자는 이번 운동의 취지와는 꼭 들어맞지는 않는다.

알림이 오면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알림이 오지 않았는지 수시로 확인하기 위해 괜히 휴대폰 잠금화면을 해제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탈퇴했던 카카오톡을 금주 초에 휴대폰을 대대적으로 수리한 이후에도 고집스럽게 아직 설치하지 않고 있다. 이 고집이 언제쯤 꺾일지는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일상이 너무나 평온해 졌다는 것.

2015년 12월 2일 수요일

싸고 좋은 것은 없다지만, TDA7297 앰프는 그런 평을 받아도 좋다

이베이나 알리익스프레스를 뒤지면 TDA7297을 사용한 15W+ 15W 앰프 보드가 우리돈으로 사오천원에 팔린다. 칩의 데이터 시트에 나온 왜율 특성 곡선을 보면 Hi-Fi와는 거리가 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막상 전원과 스피커를 연결해서 음악을 감상해 보라. 잡음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팝업 노이즈도 없다고 보면 된다) 매우 박력있는 소리가 나온다. 기판의 납땜 상태는 조금 좋지 않지만, 책상 위에서 간단하게 듣기에 대단히 적합하다.

지금 사무실 책상 위에서는 다이소에서 구입한 반찬통에 넣은 TDA7297 앰프가 래리 칼튼의 음악을 재생하고 있다. 전원은 버려진 인터넷 공유기에 사용하던 12볼트/1암페어 직류 어댑터이다. 다른 칩 앰프에서는 약간의 잡음을 내던 어댑터이나 희한하게도 이 앰프에 물리면 깨끗한 소리가 난다.

인터넷을 뒤지면 심지어 저출력 class T 앰프보다 낫다는 의견도 있다.

$6 TDA7297 Chip Amp

음질은 충분히 좋으며 갖고 놀다가 버려도 좋은 앰프!

액정 수리를 마치고 돌아온 휴대폰

구입한지 꼭 1년이 되는 휴대폰(베가 팝업노트)을 침대 위에서 쓰고나서 바로 곁의 사이드장에 올리다가 바닥에 떨어지려는 것을 잡아채는 과정에서 액정화면이 깨지고 말았다. 드디어 나도 휴대폰 화면을 깨먹는 사고를 치는구나!

팬택 서비스센터가 전에는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어려운 경영사정을 거치면서 시내 먼 곳에 하나가 남았다. 평일에는 수리를 하러 가기도 힘들고, 비용도 아마 꽤 높을 것이다. 약간 저렴하게 수리를 하는 비공식 수리센터가 어딘가 있지 않을까? 인터넷을 뒤져서 다른 광역시의 수리점을 찾아내었다.

월요일에 물품을 보내서 오늘 다시 받았으니 2박3일만에 앉은 자리에서 해결이 된 셈이다. 그 와중에 카카오톡도 탈퇴를 하고 공장 초기화도 실시하였다. 휴대폰이 수리되는 동안 집에 굴러다니는 오래된 공기계에 USIM을 꽂아서 잠시 사용하였다.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는 일 이외에는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지 않는 평온한 나날을 잠시 즐겼다.

다시 돌아온 휴대폰에 어느 정도의 생명을 불어넣을 것인가? 침대나 소파에 기대서 무의미하게 휴대폰 화면을 문지르는 일은 이제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휴대폰 이외이 모바일 기기(아이패드)는 그저 TV에 연결하여 영화를 보는 용도로 잘 쓰이고 있다. 휴대폰이 가장 진가를 발휘하는 것은 출장 중에 이동하면서 시간을 때우는 정도...

(참고로 나는 영화 불법 다운로드 같은 것은 일절 하지 않는다)

수리하는 동안 잠깐 사용한 구형 HTC 휴대폰이 참 좋았다. 진동도 강력하고, 크기도 적당히 작고, 통화할 때 귀에 착 붙는 느낌도 괜찮았다.

다시 휴대폰 속의 세상을 만나야 할까? 고민스럽다.

2015년 12월 1일 화요일

최근 기초지원(연)에서 열린 외국인 과학자 간담회가 불편한 이유

최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는 한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과학자들을 초청하여 '비정상회담-글로벌 기초연구 플랫폼 기초지원연에서 세계 과학자를 만나다'라는 행사를 개최하였다.

[대덕넷에 실린 기사] 외국 연구자들 "왜 한국은 논문에 치중하죠?"

마음의 문을 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던 문제,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나는 문제에 대한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는 일이다.

문제는 우리가 바깥의 시선에 대해서 너무 민감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외국인에게 어떻게 비쳐질까'하는 궁금증은 은둔의 나라,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 후 폐허가 된 이 땅에 정부를 수립하고 약 50년만에 압축 성장을 이룬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든 드러내 보이고 자랑하고 싶은 조바심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도 세계 어느나라 못지않은 긴 역사를 지니고 있고, 이는 결코 낡아서 내다 버려야 할 잡동사니가 아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그 나라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면 현재 느껴지는 잘못된 점의 근원을 이해할 수 있고, 또 자연스런 해결책도 나올 것이다.

케이블TV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그램인 <비정상 회담>의 형태를 빌려서 행사를 기획한 것은 좋으나 외국인 과학자 간담회 정도로 제목을 정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게다가 '글로벌 기초연구 플랫폼 기초지원연에서'라는 긴 수식어를 통해서 주최 기관을 홍보하는 것은 애교로 봐 주자. 사실 나도 이 제목이 불편하였다. 만약 기초과학지원연구소의 성과를 홍보하는 행사였다면 모를까, 방송 프로그램 제목까지 빌려가면서 만든 행사라면 다분히 이벤트성, 일회성 행사 아니겠는가.

이 기사에 첫번째 덧글에는 "이제 외국인 포닥한테도 씹히는구나..."라는 자조적인 글도 있었다. 행사 제목에 붙은 '세계 과학자'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세계적인 과학자가 모였다는 뜻인가? 참가자들 보면 대학원생, 포스닥, 선임연구원 등 대체적으로 젊은 과학자들이었다. 노벨상 수상자라도 부른 것이 아니라면 세계 과학자라는 제목은 적절치 않았다. 물론 참여자들이 젊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들의 의견에 무게가 덜 나간다는 뜻은 아니다.

불편한 점은 또 있다. 기사에서는 '포스닥생'이란 표현을 썼다. 이는 옳지 않다. 비록 포스닥이 연수와 훈련 과정의 막바지에 있는 단계라 해도 마치 학생과 같은 느낌을 주는 '포스닥생'이라는 호칭은 잘못되었다고 본다.

그들이 제기한 한국 과학기술계의 문제점은 대체로 옳다. 받아들일 가치가 있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더 큰 방점을 찍고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외국인으로서 한국 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 중 언어 문제를 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오직 한국어만이 공식 언어로 통용되므로, 외국인이 생활을 영위하기에는 다소 불편이 있을 수밖에 없다. 주변에 외국인 대학원생들이 꽤 많은데, 일절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이는 옳은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 외국인에게 억지로 김치와 된장을 먹이는 것과, 그들의 현실적인 생활 터전이 되는 한국의 고유 언어를 배우게 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관광객들은 예외로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언어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지 않는한(예를 들어 영어를 공용화하거나 이중언어 정책을 한다거나) 한국에서 일정 기간 생활하고자 하는 외국인이라면 당연히 일정 수준 이상의 한국어 소통 능력을 갖추는 것이 옳다고 본다.

2015년 11월 28일 토요일

1호기 스피커 시스템(풀레인지)의 개조

저역이 탄탄하지 못하고 동굴 속에서 소리가 울려나오는 느낌을 어떻게 개선할까? 드라이버 크기에 비해 통의 용적이 다소 크고 재료의 두께(MDF 12 mm)가 얇아 통 자체가 울린다는 것이 내가 내린 나름대로의 결론이었다. 모서리에 각재를 대서 강도를 보강하고 내부에 자투리 목재를 채워서 용적을 줄여보기로 하였다. 아울러서 저음이 빠져나가는 통로의 면적을 줄여 보았다.


윗 사진에서 보이는 좌우 가장자리의 각재(나사못 구멍이 이미 난) 외에는 원래 전혀 보강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용적을 줄이기 위한 자투리 목재는 60 x 60 x 160 mm 정도의 크기이다. 하나의 용적은 약 560 cc가 된다. 내부가 좁아서 쓰러질 일은 없으므로 바닥에 고정하지 않고 그냥 세워두어도 된다. 내부에 채운 목재의 최적 갯수는 1개일까, 2개일까? 그것까지는 아직 모르겠다.


뒷뚜껑을 닫고 음악을 들어보았다. 전면 개구부에는 솜을 채운 상태이다. 개조를 하기 전과 비교하여 확실하게 변한 것은 전체 무게가 제법 늘어났다는 것... 좀 더 밀도있는 소리가 나는 것 같다. 개조를 했으니 소리가 더 나아졌다는 '믿음'으로 귀를 익숙하게 만드는 중이다.


2015년 11월 27일 금요일

내가 파이썬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이유


  1. 아직은 Perl이 편하고
  2. 본성이 게으르기도 하고
  3. 패키지 설치 방법이 혼동스러워서
Perl 모듈의 설치 방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널리 쓰이는 모듈은 리눅스 패키지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yum이나 apt-get으로 설치하면 된다. 이제 rpm을 직접 쓰는 경우는 무척 드물어졌다. 일상적이지 않은 위치에 모듈을 두고 쓰려면 스크립트를 실행할 때 perl -I 인자를 주거나 혹은 스크립트 내에서 use lib... 등을 쓰면 된다.

그런데 파이썬에서 모듈을 설치하는 방법은 pip, setuptools, easy_install 등 여러가지가 있다. 기초 수준의 파이썬 교육을 받은 적은 있으나 주로 프로그램 작성 기법에 관한 것이었지 이처럼 내게 꼭 필요한 모듈 설치에 대한 실용적인 팁은 접할 수 없었다. 한술 더 떠서 아예 다른 버전의 파이썬을 설치하여 필요에 따라 각각을 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 내가 파이썬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불만은 이것이다. 왜 하나의 컴퓨터 시스템에 2.x과 3.x이 동시에 있어야 하는가? 하위 호환성이 그만큼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인지?

어쨌든 작정하고 앉아서 조금만 공부하면 충분히 익히고도 남을 지식이건만 아직도 이러한 상태로 머물러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다음주에는 공부를 시작해 보도록 하자.

어제 구입한 물건 두 가지

역시나 음악과 관련된 것이다.

음반: Harvey Mason Trios 2 "Changing Partners"


시내 중고서적 판매점 알라딘에서 구입한 중고 CD이다. 이곳에서 눈에 뜨이는 음반을 사기는 참 어렵다. 다른 사람에게도 팔리기 어려운 가요 CD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한참을 골라서 보석같은 음반을 하나 찾아냈다. 여러 재즈 피아니스트와 함께 서로 다른 곡을 녹음했기에 앨범의 제목도 Changing Partners이다. 밤에 듣기 좋은 재즈 음악들이 수록되어있다.

나무: 60x60mm 자투리 집성목과 19x19mm 스프루스 각재 


어설픈 스피커 1호기를 보강하고자 아이베란다에서 구입하였다. 각재로는 12T MDF로 만든 인클로저의 모서리를 보강하고, 자투리 집성목(사진)은 내부 용적을 줄이기 위함이다. 사진에 보인 스피커는 개조 대상이 아니다. 향긋하고 부드러운 나무의 질감이 좋아서 하나를 힐링용(?)으로 사무실에 들고 나온 것이다.

5인치급 스피커 유닛용으로는 1호기 통이 너무 크다는 자체 진단에 따라 이러한 개조를 준비하였다. 요청한 길이보다 조금씩 길어서 자르느라 애를 먹었다. 워낙 부드러운 나무(스프루스)라서 큰 힘은 들지 않았지만. 아직 뒷판 근처의 각재는 다 붙이지를 못했다. 보강목 덕분에 스피커통은 전체적으로 많이 무거워졌다.

올해의 오디오 DIY 목표는 거의 다 달성하였다. 주말에는 스피커통 개조를 완료하고, 케이벨 KB20W 앰프에 음량 조절용 포텐셔미터를 달아주어야겠다. 

HiSeq 결과물 들여다보기(파일의 크기와 k-mer abundance 분포)

HiSeq 2x00 장비에서 생산된 whole-genome sequencing 결과물(fastq 파일)의 크기에 대해 점점 무감각해지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지난 3주 동안 파일 크기가 100 GB에 육박하는 결과물을 다루면서 이러한 수치에 대한 확실한 '감'을 잡고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대학원생 시절에는 1 kb ds DNA 1 마이크로그램 안에는 DNA 갯수가 대략 몇 개 들어있다는 것(몰 단위로서)을 암기하고 있지 않았던가?

혼동을 줄이기 위하여 염기는 b, 바이트는 B로 표시하겠다. 컴퓨터 세상에서는 1 KB = 1024 B(byte)이지만 나머지 세상에서는 1 K = 1000이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컴퓨터 세상에서도 1 K = 1,000, 1 M = 1,000 K로 표시할 때가 있다. 바로 HDD 용량을 말할 때.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크게 보이기 때문이다.

pair end sequencing 결과 파일이 있을때 압축을 하지 않은 상태로 파일의 크기는 얼마인지, 포함된 read와 염기쌍의 수는 얼마인지, 마지막으로 target genome의 추정 크기에 대한 시퀀싱 배수는 얼마인지에 대한 감을 잡아보도록 하자. 우선 오래전에 생산한 HiSeq 101 x 2 결과물을 하나 꺼내어 보자. fastq 파일의 수치를 뽑는 도구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khmer 패키지의 readstats.py가 요즘 마음에 든다.
$ du -sh *fastq
5.8G BL21TKR_1.fastq
5.8G BL21TKR_2.fastq
파일 크기가 제법 크다. 
$ readstats.py BL21TKR_1.fastq  BL21TKR_2.fastq
(화면 표시 과정 중간 생략)
... BL21TKR_2.fastq 23400000
... BL21TKR_2.fastq 23500000
... found 2379737962 bps / 23561762 seqs; 101.0 average length -- BL21TKR_2.fastq
---------------
2379737962 bp / 23561762 seqs; 101.0 average length -- BL21TKR_1.fastq
2379737962 bp / 23561762 seqs; 101.0 average length -- BL21TKR_2.fastq
---------------
4759475924 bp / 47123524 seqs; 101.0 average length -- total
파일 하나에 대하여 2.38 Gb를 수록하고 있다. 파일 쌍 전체로는 4.76 Gb, 2천4백만 read pair이다. 이 시퀀싱 결과물은 대장균 BL21에서 유래한 것이니 sequencing coverage는 1,000x 정도가 되겠다.

따라서 단일 fastq 파일에 대하여 5.8 GB(기가바이트)의 크기라면 2.4 Gb(기가베이스페어)라는 뜻이다. 요즘의 미생물 시퀀싱 서비스에서는 보통 1개 샘플에 대해서 1 Gb 생산, 즉 5 Mb 게놈에 대해 200X를 목표로 하고 있으니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시퀀싱한 셈이 된다.

다음으로는 이 데이터를 가지고 k-mer abundance 분포를 그리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게놈 서열 자체가 아니라 충분히(과하게!) 오버샘플링이 된 read임을 염두에 두도록 한다. 메타게놈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겠지만, 갖고 있는 데이터는 너무 분량이 커서 분석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사용하는 프로그램 패키지는 요즘 집중적으로 공부하고있는 khmer이다. 우선 위에서 다룬 fastq 파일 쌍을 하나의 interleaved file로 바꾸어보자. 예전에는 velvet distribution에 포함된 shuffleSequences_fastq.pl을 주로 사용했었다. 
$ interleave-reads.py -o BL21TKR.fastq.pe BL21TKR_1.fastq  BL21TKR_2.fastq
역시 이런 종류의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khmer의 유용성과 개발 철학에는 동의하지만 소요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이 불만이다. 물론 비슷한 부류의 다른 프로그램을 전부 테스트해보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unique k-mer의 수는 322919167였다.
$ load-into-counting.py -k 20 -N 4 -x 4e9 BL21.count.ct BL21TKR.fastq.pe
$ abundance-dist.py BL21.count.ct BL21TKR.fastq.pe BL21.count.hist
만들어진 k-mer abundance histogram을 한번 열어보자.
$ head -5 BL21.count.hist
abundance,count,cumulative,cumulative_fraction
0,0,0,0.0
1,268607656,268607656,0.832
2,33381122,301988778,0.935
3,9908255,311897033,0.966
첫번째 컬럼은 abundance이다. 즉 주어진 read에 대해서 단 1번 출현한 길이 20-mer가 무려 2억6860개나 된다는 뜻이다. 5 Mb 게놈을 20-mer로 나누는(1-bp shift) 경우를 상상해 보자. 모든 위치에서 얻어지는 20-mer가 전부 다 다르다고 가정하고(실제 repeat에서 유래하는 것도 있으니 그럴 수는 없다), complementary sequence까지 감안을 해도 천만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단 1번 출현하는 20-mer가 2억하고도 거의 7천만개? 이는 바로 일루미나 특유의 시퀀싱 에러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즉 실제 genome에는 존재하지 않는 서열인 것이다.

자, 그럼 이걸 가지고 gnuplot에서 그림을 그려보자. 필드 구분자가 공백이 아닌 콤마이니 gnuplot 내에서 set datafile separator ','를 실행해야 한다.
gnuplot> set datafile separator ','
gnuplot> plot 'BL21.count.hist' using 1:2 with lines
플롯 창이 열렸지만 아무것도 안보인다. 왜? 극단적인 값들 때문에 그렇다. 각 스케일을 로그로 변환하여 다시 그리자.
gnuplot> set logscale x
gnuplot> replot

바로 왼쪽의 파랑색 상자로 둘러싼 low abundance 영역 내의 read가 바로 error에서 기인한 것이다. abundance ~750 근처에 나타난 피크가 바로 실제 시퀀싱 커버리지가 된다. 그보다 더 빈도가 높게 나타나는 피크는 repeat에서 유래한 것들이다. 만약 다른 피크가 더 있다면 타 샘플로 오염이 일어났음을 증명하는 셈이 되겠다. 만약 시퀀싱 리드가 아니라 완성본 게놈 서열을 가지고 에러가 전혀 없는 시퀀싱 리드를 시뮬레이션하여 k-mer 분포를 조사하면 저 왼쪽 영역의 수치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끔 사용한 NGS read simulator ART는 너무 충실하게 데이터를 생성해주는 바람에 error-free data를 만들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다음으로 생각해 볼 것은 히스토그램의 끝부분에는 어떤 데이터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 히스토그램 파일의 길이는 무려 65537 라인이나 된다. abundance가 수천을 넘는 것은 손가락에 꼽을 수준으로 매우 적게 존재한다. 그런데 히스토그램의 마지막 줄을 보니 65535회 존재하는 20-mer가 53종류나 있다. 이건 뭘까? 이건 틀림없이 어댑터 서열에서 유래한 20-mer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의 분석은 kmerspectrumanalyzer로 전부 가능한 것이 아닐까?

2015년 11월 25일 수요일

FASTQ 파일 처리 도구의 단편화?

다양성이라는 것은 생태계에서 보편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고 늘 지켜져야하는 미덕이기도 하다. 표준화 또는 산업화라는 틀에서 보면 평균에서 벗어나는 존재들이 늘 성가실 수도 있다. 요즘 리눅스나 안드로이드의 단편화라는 개념이 종종 보인다. 각자 나름대로의 철학과 하드웨어에 맞춘 최적화(특히 휴대폰의 경우)를 거쳐 리눅스 기반의 OS가 조금씩 변해가는데, 이러한 현실은 개발자에게는 골칫거리인 모양이다.

FASTQ 파일을 다루는 엇비슷한 도구가 너무 많아지는 현실에 대해서 불평을 해야할까? GitHub에는 FASTQ 파일의 처리에 쓰이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젝트가 꽤 많이 존재한다. 간단하게는 awk 스크립트 몇 줄로 해결이 되겠지만, 좀 더 수준이 높은 조작을 하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것은 논문을 통해 발표되기도 하지만, SeqAnswers를 아예 프로그램 소개의 공간으로 사용하는 개발자도 있다.

전에는 FASTQ file 2개로 이루어진 paired end sequencing 결과물을 하나의 interleaved file로 전환하려면 Velvet에 포함된 shuffleSequence_fastq.pl을 사용했었는데, 이제는 다른 프로그램 패키지에 들어있는 스크립트를 쓰는 것이 더 편하다.

내가 즐겨쓰는 도구 위주로 정리를 해 보겠다.

일반적인 QC

  1. FastQC 전체 read 수는 나오지만 bp는 출력되지 않는다. 트림/필터를 거쳐서 길이가 균일하지 않은 파일에 대해서는 좀 불편하다. 
  2. PRINSEQ 평소에 잘 쓰지는 않는다.

Extended QC, trimming, filtering 등

  1. FASTX-Toolkit 꽤 역사가 깊은 소프트웨어.
  2. SolexaQA quality에 의한 트리밍을 거친 뒤 최소 길이 조건을 충족하는 read의 pair를 다시 수립할 때 종종 사용하던 소프트웨어.
  3. Trimmomatic 어댑터 서열 제거 용도로 요즘 즐겨쓴다. 가끔 cutadapt를 쓰기도 했다.

일반적인 조작

  1. seqtk 백문이 불여일견. 웹사이트에 나온 사용례를 참조할 것.

전처리 종합 도구

  1. khmer 요즘 집중적으로탐구하는 중이다. Metagenomic read처럼 coverage가 불균일하고 분량이 많은 일루미나 데이터를 위한 전처리를 목적으로 한다(digital normalization 및 abundance 기반의 필터링). Read statistics 계산, file pair <-> interleaved file이 전환, paired read의 추출 등 일반 용도의 유틸리티가 포함되어있다.
  2. BBMap 설치만 해 두고 아직 쓰지는 않았다.

2015년 11월 22일 일요일

스피커 개조는 계속된다

어설픈 스피커 시스템의 제작은 이제 그만 두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미 만든 것을 개선하는 것을 그만 두겠다고 하지는 않았다. 5인치급 풀레인지 유닛(Toptone F120U73-3) 하나를 이용한 나의 스피커 1호기는 산만한 저역과 '동굴속 울림' 같은 소리로 인하여 만족을 할 수 없었다. 홧김에 앰프에서 분리하여 옷장 위에 팽개쳐 두었다가 다시 한번 손을 대기로 하였다.


내부에 채워진 솜을 전면 아래쪽의 개구부로 옮겨서 채우니 동굴 효과는 다소 줄어들었다. 동굴 효과는 내부에서 중역대의 소리가 너무 많이 빠져나오기 때문이라는 나름대로의 진단에 의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내부에 고정된 스피커 유닛을 빼내어 배플 바깥쪽에 달기로 했다. 그러려면 유닛 사양표에 따라서 배플 구멍을 108 mm보다 조금 크게 파내야 한다. 파워포인트로 109 mm의 원을 그려서 인쇄한 뒤 칼로 도려낸 다음 배플에 대고 네임펜으로 제거할 부분을 표시하였다. 구멍의 직경을 3 mm 정도 키우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무엇을까? 처음에는 둥근줄을 이용하여 갈아낼 생각이었지만 목곡용 줄 세트는 의외로 가격이 비쌌다. 사포로 갈아내려면 너무 힘들것이 뻔하고... 최종적으로 생각한 것은 교재용 조각도였다. 근처 대형 문구점에 가서 학생용 조각도를 구입하였다. 실제 구입 가격은 3천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12 mm MDF를 조각도로 파내는 것은 매우 쉬웠다. 둥근칼과 창칼을 이용하여 공작을 시작하였다. 초등학교때의 고무판화, 그리고 중학교때의 석고조각을 마지막으로 조각도를 잡아 본 일이 없다. 사포로 대충 마무리를 하고 배플 전면에서 유닛을 고정하였다.


유닛을 내부에서 고정했을 때보다 외관은 훨씬 시원스러워졌다. 통 크기에 비해서 유닛이 너무 왜소해 보였었다. 기분 탓인가? 오늘의 개조 후 소리도 좀 더 바람직한 쪽으로 변한 것처럼 느껴진다. 개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부를 길게 잘라낸 18T 합판(폭 100 mm)으로 보강하고, 자투리 목재를 사용하여 용적을 줄이는 테스트를 할 계획이다.

2015년 11월 21일 토요일

리 릿나워의


리 릿나워의 앨범 을 대학때 LP로 갖고 있다가 어느날 분실한 이후로 들을 기회가 없었다. 한동안 테이프에 복사해 둔 것을 듣기도 했지만 열악한 음질은 비길데가 없었다. 오늘 오랜만에 멜론에서 리 릿나워의 음악을 들으려고 했더니 Earth Run 앨범이 최신앨범으로 올라와 있었다. 이제와서 재발매를 했을리는 없는데... 멜론이 뒤늦은 음원 계약을 했는지도 모른다. 

이 앨범의 표지를 장식한 기타의 모습은 매우 독특하다. 아마도 기타 형식을 취한 MIDI controller인 것으로 생각된다. 요즘의 리 릿나워 음악에 비해 꽤 실험적인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고 느끼는 앨범이다.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면 너무나 젊은 리 릿나워의 모습을 보라. 데뷔때와 달리 가장 극적으로 변한 기타리스트는 조 새트리아니가 아닐까...(죄송!)

이 앨범에서 내가 특히 좋아하는 곡은 6번째 트랙의 Butterfly이다. 허비 행콕의 원곡을 여러 가수가 부른 것으로 알고있다. 언제 기회가 되면 허비 행콕의 원곡을 듣고싶다.

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khmer 유틸리티와 파이썬

요즘은 deep metagenome sequencing data로부터 미생물 유전체를 재구성하는 방법에 대해 공부를 하는 중이다. 내년에는 MinION 플랫폼도 경험을 좀 해봐야 하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것이 그렇게 반갑지는 않다. 더 많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이 항상 가치있는 일인지는 여전히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khmer란 무엇인가? 이는 k-mer에 기반을 둔 서열 데이터의 분석 및 전환(transformation) 도구이다. 주로 metagenome이나 transcriptome의 de novo assembly를 위한 각종 전처리를 해 주는 파이썬 라이브러리와 스크립트의 모임이라고 보면 된다. 과연 어떤 기능들이 있는지를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보았다.
  • normalizing read coverage ("digital normalization")
  • dividing reads into disjoint sets that do not connect ("partitioning")
  • eliminating reads that will not be used by a de Bruijn graph assembler;
  • removing reads with low- or high-abundance k-mers;
  • trimming reads of certain kinds of sequencing errors;
  • counting k-mers and estimating data set coverage based on k-mer counts;
  • running Velvet and calculating assembly statistics;
  • optimizing assemblies on various parameters;
  • converting FASTQ to FASTA;
나는 파이썬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가끔 파이썬 스크립트를 실행하려면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파이썬의 버전, pip, setuptools, virtualenv 등에 관한 체계적인 지식이 없어서 늘 애를 먹는다. khmer의 설치 역시 그러하였다.  파이썬이 특히 혼동스런 것은 서로 다른 버전을 동시에 운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사용하는 리눅스 머신은 CentOS 6.7이고, 기본적으로 설치된 것은 파이썬 2.6.6이다. 하지만 khmer는 파이썬 2.7을 요구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글링을 통해서 유용한 자료를 하나 찾았다.


distribute란 파이썬 패키지의 빌드, 설치, 업그레이드 및 삭제를 용이하게 하는 패키지이다(Setputools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는데?). virtualenv란 파이썬 개발 프로젝트 단위로 서로 다른 버전의 파이썬을 유지하게 하는 도구인 것으로 생각된다. 

간혹 gcc의 버전이 너무 낮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의 CentOS에 기본적으로 딸려오는 gcc는 4.4이다. 이를 4.7로 업그레이드하려면? 리눅스 배포판에 맞추어진 패키지의 버전을 임의로 올리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다음 사이트를 보면 이러한 gcc 업그레이드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있다. 별도의 리포지토리를 등록하여 devtoolset-1.1을 설치한 뒤 scl command를 실행하는 것이다.

How to upgrade gcc on CentOS

khmer 설치의 실제

khmer의 git clone을 만들어서 설치하려면 오히려 더 혼동스럽다. 관리자 권한으로서 devtoolset-1.1이 설치된 상황이라면 다음과 같이 하라. /usr/local/apps 아래에 적당한 디렉토리를 만들어서 virtualenv 환경을 만든 다음에 pip2로 khmer를 설치하는 것이 좋다. 관리자 권한이 없다면 OS X에서 설치하는 방법을 따르면 된다.
# cd /usr/local/apps
# mkdir khmer
# cd khmer
# python2.7 -m virtualenv khmerEnv
New python executable in khmerEnv/bin/python2.7
Also creating executable in khmerEnv/bin/python
Installing setuptools, pip, wheel...done.
# scl enable devtoolset-1.1 bash
# gcc --version
gcc (GCC) 4.7.2 20121015 (Red Hat 4.7.2-5)
Copyright (C) 2012 Free Software Foundation, Inc.
This is free software; see the source for copying conditions. There is NO
warranty; not even for MERCHANTABILITY or FITNESS FOR A PARTICULAR PURPOSE.

# source khmerEnv/bin/activate
(khmerEnv)# pip2 install khmer
Collecting khmer
Collecting bz2file (from khmer)
Collecting screed>=0.9 (from khmer)
Installing collected packages: bz2file, screed, khmer
Successfully installed bz2file-0.98 khmer-2.0 screed-0.9
(khmerEnv)#

2015년 11월 11일 수요일

Spotted microarray (two-color)의 분석은 의외로 어렵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Patrick O. Brown 교수가 실험실에서 직접 만든 장비를 이용하여 cDNA microarray 실험에 대한 최초의 논문을 낸 것이 아마도 1995년 10월이었을 것이다. 그 후로 꼭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NGS 기술이 나온 것은 이제 10년을 넘어가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MGuide 웹사이트를 참고하여 microarrayer와 scanner를 만들었지만 나는 정작 이를 사용하여 한번도 데이터를 만들지는 못하였다. 생물학자로서 납땜을 하고 직교로봇과 광학 부품을 조립하는 재미는 충분히 누렸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나는 대용량 시퀀싱 쪽으로 방향을 완전히 선회하였다.

21세기 프론티어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단에서는 대장균(GPL7395)과 패혈증 비브리오 2종의 연구 대상 미생물에 대한 ologonucleotide microarray chip(스포팅 타입)을 제작하여 배포하였었다. 당시 제작에 관여한 디지탈지노믹스도 지금은 다른 회사로 바뀌어있다. 나도 이 칩을 이용하여 간단한 실험을 하였는데, 아직도 그 결과를 이용한 논문을 내질 못하였다. 어찌하다보니 다른 일에 우선 순위가 계속 밀리기도 하였고 이 실험을 통해 정말 대단하거나 새로운 발견을 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전처리를 끝난 data를 GEO(GSE47589)에 등록한 것이 벌써 2년 전 초여름의 일인데... 우습게도 몇달 전에는 microarray data의 DB를 구축중이라는 유럽의 어느 연구자로부터 내가 등록한 데이터의 metadata가 잘못된 것 같다는 이메일을 받고 수정을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혼자서 microarray data를 분석해 보려고 애쓰는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R을 접하게 되었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은 같은 연구소에 근무하다가 지금은 창업을 한 동료들을 귀찮게 하면서 물어보기도 하였다. 요즘 들어서 다시 이것들을 들여다 보면서 잊어버린 R(limma) 활용법을 되살리는 중이다. 지금 느끼는 것이지만 two color microarray의 분석이 single color보다 훨씬 어렵다! 특히 통계와 데이터 해석에 대한 사전 지식이 부족한 나에게는 linear model, design matrix 및 contrast matrix는 정말 넘을 수 없는 벽이다. 2011년 무렵부터 limma 매뉴얼을 펼쳐놓고 줄을 그어가며 읽어보고 실습용 코드도 따라 하면서 궁금한 점은 웹에서 검색도 해 보지만 여전히 명쾌하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Two color microarray를 이용한 direct design(공통 reference가 쓰이지 않은)에서 각각의 매트릭스를 정확하게 만드는 예제가 눈에 거의 뜨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과연 올해가 가기 전에 내가 목적한 바를 달성할 수 있을까?

limma를 쓰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microarray data를 분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Microarray data의 처리에 관한 깊숙한 곳을 이해하고 더불어서 R을 직접 연구에 활용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 바로 limma였으니 그 은공을 잊을 수는 없다. 특히 실험계획법을 체계적으로 배운 일이 없는 나에게 기본적인 개념들을 공부하게 해 주었으니 더욱 고맙지 않은가. "Two color" microarray를 앞으로 연구에 활용할 일은 많지 않겠지만 조금만 더 천착해 보련다.

2015년 11월 10일 화요일

어설픈 스피커 제작은 이제 그만..

지난 일년 동안 총 2개의 스피커 시스템을 만들어 보았다. 나무로 인클로저를 짜고, 풀레인지 유닛을 하나씩 넣어서 마무리하면 만족할만한 소리가 날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풀레인지 유닛으로는 성능이 미치지 못하는 저가의 제품이었다. 사무실 책상 위에서 가까이 놓고 실내악 위주로 들을 때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으나, 이를 집에 들고 와서 거실에 놓고 앰프를 연결해 보니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 스피커 동호회에서 "풀어진 저역"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소리일 것이다. 저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단함이 전혀 없고, 고역은 당연히 부족하다. 그 어느 작품도 5만원에 구입했던 T&V Vertrag보다 못했으면 못했지 나은 것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

약 일년에 걸친 수업 기간 동안 배운 것은 아무리 저가품 스피커 시스템이라 해도(PC를 사면 그냥 주는 1만원 미만의 최저가품은 제외) 나름대로 최적화가 되어 나온다는 사실이다. 개인이 직접 제작하여 들어줄만 하다고 느낄 수준이 되려면 본인의 인건비는 빼고 30만원 이상은 투자할 각오를 해야 한다. 물론 이는 설계와 튜닝에 대한 기본 밑그림이 확보되었다는 가정 하에 그러하다. 간혹 <철가방 공방>처럼 수익성은 일단 젖혀두고 커뮤니티에 기여한다는 투철한 정신으로 제작하여 보급하는 실속형 초저가 기획품이 존재하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90년대를 풍미하던 가정용 컴포넌트 오디오에 붙어있던 플로어형 스피커 시스템은 장터를 잘 뒤지면 몇만원 선에 구할 수 있다. 만약 몇만원을 투자하여 스피커 시스템을 만든다면, 이런 중고품과 가격과 음질 모든 면에서 도저히 경쟁이 되기 어렵다.

반면 앰프에 대해서도 저가형 완제품과 보드를 중심으로 여러 시도를 해 본 결과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스피커 시스템은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세계(측정치 등)와 더불어 '예술'에 가까운 신비스러운 그 무엇인가가 아직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쉬운 접근을 불허하는 것 같다. 물론 나는 객관적인 수치 측면도 아직 한번도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수업기간과 수업료를 아직 충분히 지불하지는 않았으나 이 시점에서 어설프게 스피커를 만드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자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음 사진은 바로 어제의 사무실 책상 위 모습이다


오늘은 이렇게 변했다. 자작 2호기 스피커는 다시 Vertrag(passive)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2015년 11월 3일 화요일

서브우퍼 박스 제작을 위한 용적 계산

이번에 구입한 삼미의 저음용 드라이버 CWR-165B50AT의 파라미터를 이용하여 우퍼 박스의 용적을 계산해 보았다. 계산에는 다음의 사이트를 이용하였다.

http://www.diyaudioandvideo.com/Calculator/SpeakerBoxEnclosure/

스피커 인클로저의 제작 원리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바가 없다. 꽉 막힌 밀폐형보다 포트가 달린 형태가 저음을 내는데 유리하지만 좀 더 체적이 커야 하고 정확하게 만들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 정도의 배경 지식만 있을 뿐이다.

밀폐형이 깔끔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파라미터(Vas, fs, Qts)를 입력하여 보았다. 계산된 값은 3.46 입방피트! 무려 100리터에 가까운 용적이 나온다. 이건 말도 안되게 큰 값이 아닌가? 계산 방법이 잘못된 것일까? 차량용 서브우퍼 박스도 1~2 입방피트짜리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말이다. 네이버 <스피커공작> 카페에 물어봐야 되겠다.


[네이버 카페의 답변]

Qtc를 1로 올려보라고 한다. 어떤 사이트에서는 카 스피커의 경우이지만 Qts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0.5~0.9 사이의 값을 택하라고도 한다. 이러한 Qts의 범위에서는 Vb 값이 매우 크게 변한다. 좀 더 검색을 해 보자.

Sealed speaker and subwoofer system design tips

이 사이트에 나온 그림을 보면 Qtc는 작은 값으로 하는 것이 평탄한 주파수 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단, 이 글의 윗부분에서 소개한 계산 사이트에 의하면 Qts < Qtc여야 한다. 내 유닛의 파라미터를 이용한 경우 Qtc를 이상적인 수치(0.707 혹은 그 근방의 작은 값)로 하면 용적이 너무 커진다. Qtc를 높여서 다시 계산을 해 보았다.

  • Qtc = 0.8, Vb = 1.52 ft3  =  42.92 lts
  • Qtc = 0.9, Vb = 0.9 ft3  =  25.52 lts
  • Qtc = 1, Vb = 0.62 ft3  =  17.56 lts
너무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 아니라 1~1.5 입방피트 정도로 일단 저질러 보는 것이 정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다음의 사이트는 자동차용 서브우퍼 인클로저의 설계에 유용한 여러 수치를 제공한다. 즉 판재의 두께와 크기를 가지고서 내부 용적을 산출하는데 도움을 준다.

Car audio subwoofer enclosures

2015년 11월 2일 월요일

TPA3125D2 앰프 보드를 망가뜨리다

샘플전자에서 지난 여름에 구입하여 조립했던 TPA3125D2 앰프 보드에 손을 댔다가 완전히 망가뜨리고 말았다. 서브우퍼용 1채널로 사용하기 위해 BTL 방식으로 배선을 고쳤으나 생각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아서 원상 복구를 하는 과정에서 전혀 소리가 나오지 않게 된 것이다. 납땜 불량인가 싶어서 전원이 꽂인 채로 부속을 건드리고, 심지어는 소켓에서 칩을 빼기도 하였었다. 칩을 다시 꽂으니 파일럿 LED까지도 나오지 않는 해괴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LED 점등 회로는 칩과 무관한 것이라 생각되지만 전원 어댑터를 바꾸어 끼워도 작동 불능 상태는 마찬가지였다. 더 이상의 시도는 무의미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수축튜브까지 끼워서 스피커 연결 단자를 만들어 다느라 수고를 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다니.

서브우퍼를 구동할 목적이었다면 회로에는 괜히 손대지 말고 앰프의 한쪽 채널만 쓰면 될 것을, 지나치게 욕심을 부린 것이 화근이었다.


뭐든지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막 차오르다가도 이런 일을 겪으면 '그러면 그렇지...'하는 탄식과 함께 용기가 수그러든다. 기껏해야 취미로 하는 일이고 대단히 비싼 보드를 망가뜨린 것도 아니니 그렇게 좌절감을 느낄 일도 없지만 업무와 취미의 구분을 떠나서 일단 몰두한 일에는 정성을 다하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태도이다.

2015년 11월 1일 일요일

실험적 2.1 채널 시스템

PCL86 초삼결 앰프와 인켈 SH-950 스피커로 정착한 침실의 음악감상 시스템과는 달리 거실은 항상 실험 중이다. AIWA '마이크로 Hi-Fi' AWP-ZX7, 자작 게인클론(LM1876), 중고 인켈 튜너와 자작 스피커가 늘 어지럽게 연결되어 있다.


자작(自作) '자작'나무 합판 인클로우저를 채용한 가장 최근작의 스피커 시스템(위 사진에서 검은색 아이와 스피커 위에 얹혀있음; 아이와의 two-way 스피커는 자작 LM1876 게인클론 앰프로 구동)는 3인치 단일 유닛을 이용한 one-way system이라서 저음이 늘 부족하다. 물론 고음이 풍부한 것도 아니지만... 이것은 아이와 AWP-ZX7에 연결하여 CD/아이패드 재생에 사용한다. AWP-ZX7은 USB 드라이브가 아닌 컴퓨터나 아이패드 등의 외부 USB 장비를 직접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아이패드의 카메라 연결키트가 이럴 때에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아이와 앰프에 서브우퍼 출력용 단자가 있음을 감안하여 어설픈 2.1 채널을 꾸며보기로 하였다. 컷오프 주파수가 앰프 내부에서 어떻게 설정되었는지는 매뉴얼을 봐도 나오지 않는다. 적절한 대구경의 스피커 유닛과 추가적인 앰프만 있다면 실험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선택한 스피커는 삼미의 6.5인치 유닛인 CWR-165B50AT였다. 차량에 서브우퍼를 장착하는 사람은 10인치 이상의 유닛을 택할 것이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가슴 깊숙한 곳을 울리는 극저음이 아니라 음악 감상에 도움을 줄 정도의 저음이라서, 일부러 크지 않은 유닛을 골라 본 것이다.

(서브)우퍼 구동용의 앰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최초의 계획은 자작 TPA3125D2 앰프를 BLT로 개조하여 단일 채널용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해 보니 출력도 생각보다 크지 않고 잡음이 매우 심했다. 수고는 수고대로 들이고 보드에서 떼어낸 부품만 버린 셈이 되었다. 결국 선택한 것은 TDA7297 앰프 보드의 한쪽 채널(max 15 W)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반찬통을 거쳐 T&V Vetrag 스피커 속으로 들어갔던 이 보드는 다시 밖으로 나와서 다이소 1천원짜리 반찬통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는 타공과 커넥터 연결 작업에 신경을 많이 써서 예전보다는 보기 좋은 모양새가 나왔다.


서울에서 구입해 온 볼륨 놉과 커넥터가 이번 개조에 큰 도움이 되었다. 패널용 RCA 단자를 예쁘게 고정하려면 약간의 기술이 필요함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고정용 너트를 돌리면 이것과 밀착하고 있는 그라운드 접점용 러그 단자가 딸려서 돌아가기 때문이다. 앰프 자작 사이트들을 보면 그라운드용 러그 단자 2개를 아예 납땜으로 연결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소리전자의 앰프 키트 제작 지침서에서 빌려온 다음의 사진을 참조하라. 다음에는 이러한 방식을 따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종 결과물은 아래 사진과 같다. 우퍼 스피커는 두꺼운 종이상자에 넣었다. 서브 우퍼가 없는 것에 비하면 분명히 나아진 점이 있다. 수일 동안 더 들어본 다음 유용성이 입증되면 MDF 인클로우저를 적당히 주문 제작하여 수납해 보겠다. BTL 개조를 하느라 망가뜨린 TPA3125D2 앰프 보드를 되살리는 것이 주말 동안 해야 할 마지막 작업이다. 거실 가득 부스러기를 늘어뜨리면서 생계에 도움이 되지도 못할 일을 하는 한심한(?) 남편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아내가 고마울 따름이다. 아내도 남편과 더불어 음악 감상을 좋아한다는 것이 큰 위안이다.




라벨의 발레 모음곡 <어미 거위>

내가 다니는 직장이 대전문화예술의전당 법인회원으로 가입해 있어서 대전시향의 공연을 관람할 기회가 종종 주어지고는 한다. 퇴근길에 아내와 만나서 저녁을 간단히 해결하고 공연을 보는 것이 일상 생활에서 누리는 작은 즐거움이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안에는 음반점이 있어서 가끔씩은 가볍게 클래식곡 CD를 구입하여 듣고는 한다.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바르톡의 피아노 소나타가 기억이 나서 음반을 구해 보고자 했는데 이제는 노안이 와서 안경 없이는 CD에 인쇄된 작은 글씨를 읽기가 편하지가 않았다. 바르톡과 라벨의 곡이 수록된 CD를 하나 골라 들고는 공연을 관람하였다. 지휘자의 해설이 곁들여진 공연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특히 마지막에 연주된 라벨의 <어미 거위>는 매우 듣기에 편안하였다. 이 곡은 평생 독신으로 산 라벨이 친구의 자녀들을 위하여 원래 피아노 연탄곡으로 만든 것으로, 나중에 관현악곡으로 편곡되어 발레 음악으로 쓰이게 되었다고 한다.

집에 돌아와서 오늘 구입한 음반을 오디오에 걸어 보았다. 앨범 자켓을 살펴보던 나는 뒷편의 곡들이 바로 <어미 거위> 모음곡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그저 눈에 뜨이는대로 구입한 음반에 오늘 공연에서 들은 곡은 들어있다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있을 수가 없다.


일본의 북 <바치홀릭(Bati-Holic) 공연 관람>

2015년 대전 재팬위크 행사의 일환으로 충남대학교 정심화국제문화회관에서 열린 바치홀릭의 특별 공연을 다녀왔다.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들은 부모를 위해서 공연 관람을 신청해 주었다. 교토에 근거를 둔 이들은 일본의 전통 북과 '일렉트릭' 사미센을 이용하여 전통적인 비트와 가락에 현대 록을 접목한 창작곡을 연주하는 그룹이라고 한다. 본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국산 Rock'이라고 하였다. 한국 공연도 십여 차례에 이른다고 한다.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연은 대단히 즐겁고 역동적이었다. 관객들의 호응도 매우 좋았다. 서툰 한국말이지만 '음악으로 하나가 됩시다!'를 외치면서 한국의 민요 뱃노래를 일본의 전통 뱃노래와 엮어서 연주한 것도 매우 좋았다. 여느 록 밴드의 공연 못지않게 손뼉을 치면서 목이 터지도록 환성을 지르며 관객과 연주인 모두 한 마음으로 즐긴 가을 저녁이었다.

11월 3일 저녁에는 한남대학교에서 일본 가수 고야나키 유키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화요비가 부른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가 이 가수의 노래였다는 것을 나는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공연 시작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관람은 힘들겠지만. 

바로 전날의 대전 시향 공연에 이어서 바치홀릭 공연까지... 문화적으로 풍성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2015년 10월 30일 금요일

TPA3125D2 앰프를 단일 채널(BTL)로 사용하려면

다음 그림과 같은 약간의 개조가 필요하다.


어제 장사동에서 구입한 삼미 6.5인치 우퍼를 구동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앰프에서 서브우퍼를 위한 출력단자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별도의 단일 채널 앰프만 있으면 서브우퍼의 구동이 가능하다. 원래 서브우퍼까지는 관심이 없었는데 자작 스피커의 저음이 너무나 부족하니 계속 새로운 방향으로 오디오 프로젝트가 가지를 펼쳐 나간다. 6.5인치라면 서브우퍼로는 그다지 바람직한 사이즈가 아님은 잘 안다. 하지만 나의 주된 목적은 영화를 보거나 비트있는 음악을 들으면서 온 집안을 바닥까지 '쿵쿵' 울리고자 함이 절대로 아니다. 3인치 유닛이 들어간 자작 2채널 스피커 시스템(용적은 아마 1리터가 채 안될 것이다)의 저음이 항상 부족하단 느낌을 지울 수 없기에, 이를 조금이나마 보완하기 위함이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왜 국산 스피커 유닛을 구입해서는 지금까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서브우퍼 유닛은 어디에 수납하는가?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일단은 두꺼운 종이상자를 가지고 테스트를 시작해 보겠다.

아세아전자상가(서울특별시 종로구 장사동 156) 수박 겉핥기 탐방

요즘 다른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임금피크제 강행, 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 KF-X 사업 등)가 차고 넘치는데 일개 소시민이 무엇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즐기는 취미에나 몰두하는 것이 세상을 사는 시름을 잊는 길이다.

[사족: 위에 KF-X 사업과 관련하여 걸어 놓은 링크에는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글이 실려있다. '탐색 개발'을 국과연(국방과학연구소)이 한 것이 왜 잘못된 시작이었는가에 대한 논리가 눈길을 끈다.]

서울 출장 길에 볼일을 마치고 몇 가지 부품을 사러 아세아전자상가를 방문하였다.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방문하는 바람에 빼먹고 그냥 돌아온 것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프엠>에서 볼륨 포텐셔미터(가변저항)를 사기로 해 놓고는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70~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남자 중 납땜 한 번 안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바로 이 동네가 각종 부품과 키트, 자작 정보의 메카였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열망이 매우 높았지만, 실제로 공작 활동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30대가 넘어서면서 연구실에서 장비를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납땜질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개인적인 취미로서 간단한 오디오를 만드느라 뒤늦은 나이에 꽃을 피우게 되었다고나 할까? 돌이켜 생각해 보니 10대 시절에 돌아다닌 미로같은 부품점 골목은 바로 아세아전자상가 1층이었고, 30대에 부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기 위해(대량이라 해 봐야 저항 커패시터 등 한 봉지 단위지만) 돌아다닌 곳은 아세아전자상가 2층이 아닌가 싶다.

어제 들른 곳은 아세아전자상가 1층이었다. 여기에서 구입한 것은 볼륨 노브와 삼미 스피커 유닛(CRW-165B50AT) 정도였고, 커넥터류는 세운상가 동편을 따라 난 골목에 즐비한 점포에서 구입하였다. 아세아전자상가 1층은 예전 기억과 마찬가지로 너무 좁고, 어둡고, 적당히 지저분(?)하다. 원래 목표로 한 가게에서는 사장님이 계시지 않아서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았다. 누가 오기를 기다리며 볼륨을 좀 골라볼까 했는데,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부품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커넥터나 기타 지원부품은 먼지가 좀 묻어도 상관이 없겠지만 볼륨은 좀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결국 발길을 돌려 다른 곳에서 구입을 하고 말았다. 문만 열어놓고 아무도 가게를 지키지 않는 곳이 너무나 많았다. 대략 쇼핑을 마치고 바로 옆의 예지동 카메라 골목을 가 보았다.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종로 4가의 세운스퀘어로 옮겼다는 안내문을 붙인 곳도 있었다. 필름 사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구형 카메라를 유통하던 많은 점포들이 쇠락하는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종종 다니던 카메라점 태양사(10년 전 방문하여 찍은 사진은 여기에 있다. 나의 젊은 모습도 눈에 뜨인다.)는 굳게 셔터를 내리고 있다. 혹시나 하여 일부러 세운스퀘어를 가 보았다. 필름 카메라 수리점으로 꽤 알려진 보고사는 활발히 영업 중이었지만, 태양사는 보이지 않았다.

산업 구조가 바뀌고 소비자의 취향도 바뀌니 과거 호황을 누리던 상가가 한산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세운상가에서 용산으로, 또 테크노마트 등으로 좀 더 현대적인 시장으로 계속 이동은 이루어지지만, 찾는 사람들이 그에 따라서 늘어나는 것 같지는 않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아세아전자상가 2층을 올라가보지 않은 것이 아쉽다. 2층에서 구해야 할 품목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울을 방문한 김에 취미 제작자로서 장사동 전자부품상가의 다양한 모습을 눈에 담아오지 못하다니. 내가 사는 대전시는 자작 취미를 가진 사람에게 그렇게 유리한 곳은 아니다. 그래도 이제는 지역 업체를 좀 더 이용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주말에는 오정동이나 대화동을 좀 더 찾아야 되겠다.

2015년 10월 28일 수요일

계륵(鷄肋)과 다름이 없게 된 앰프 보드 2장을 처분하다


LM1876과 YDA-138E.

이미 갖고 있는 다른 앰프들과 기능적으로 중복이 되는데다가 케이스를 만들어 씌워야 한다는 부담만 자꾸 느끼게 되는 앰프 보드 2장을 네이버 카페에서 처분하였다. 아침 9시 전에 판매글을 올렸는데 순식간에 답글이 달렸다.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은 뒤 입금을 확인한 다음 점심시간에 우체국에 들러서 판매자의 주소지인 청주로 보냈다.

화장실 문 보수작업의 기폭제가 된 소형 스피커도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닛이 고급이 아니어서인지 혹은 너무 작게 만든 인클로저가 문제인지... 조언을 구할만한 사람도 없고 누구에게 보이기도 너무 부끄러운 물건이다.

부족한 저음을 보강하면 해결될 것인가, 혹은 다른 문제(혹은 총체적인)일까?

2015년 10월 27일 화요일

케이스가 있어야만 앰프인가

이렇게 명함통에 보드만 달랑 넣어도 충분히 책상 위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갖고 있는 모든 칩앰프에 케이스를 씌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하자. 특히 사진에서 보이고 있는 TPA3125D2 앰프는 매우 독특한 볼륨 포텐셔미터를 사용하고 있어서 기성품 케이스에 수납하기가 좋지 않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이 가장 능률적인 수납 형태일지도 모른다.

아직 몇 가지의 사소한 개선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가장 최근에 만든 LM1875 앰프의 볼륨 조절 놉을 약간 큰 것으로 교체하는 것과 브리즈 TPA3116 앰프의 신호선을 바꾸는 것 정도이다. 비용과 시간이라는 제한된 자원 하에서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경험해 보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음원의 확보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나을 것이다.

2015년 10월 24일 토요일

TDA7297 앰프 보드를 스피커 속에 넣어버리다

내부의 앰프를 제거하여 패시브 스피커로 만들어 사용하던 T&V Vertrag에 TDA7297 앰프 보드(2x15W)를 넣어버렸다. 결국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면 왜 원래 액티브 스피커로 만들어진 기기에서 앰프를 제거한 것이었을까? 당시에는 앰프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별로 없었으므로 어떤 칩이 쓰였는지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었다. 같이 떼어낸 볼륨 놉과 방열판은 다른 용도로 아직도 잘 쓰이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앰프의 출력을 바인딩 포스트를 달아서 바깥으로 빼 두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하면 다른 앰프를 연결할 수 있고, 내장 앰프의 출력을 아예 다른 스피커에 연결할 수도 있다. 보통 액티브 스피커라면 앰프가 들어있는 스피커통 안에서 한쪽 채널은 직결해버리고 반대편 채널(보통 왼쪽)을 연결하는 단자를 노출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업을 하는 내내 이러한 단순한 구성을 따를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는 약간 겉모습은 복잡하지만 스피커와 앰프 조합의 자유도를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전원 스위치와 파일럿 LED는 달지 않았다. 아래 사진에는 다른 '형제' 칩 앰프들이 같이 포즈를 취해주었다. 여러가지 재활용 케이스와 식품용 밀폐용기를 전전하였지만 장기간(영원히?) 안주할 곳을 아직도 찾지 못한 상태이다.


배선을 다 마치고 뒷판을 닫은 뒤 전원 어댑터를 연결하였다. 볼륨을 높여도 아무런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TDA7297 칩이 망가졌나? 다시 뒷판을 열고 점검에 들어갔다. 전원 연결용 터미널 블록 납땜이 보드에서 살짝 떨어져서 들고 일어난 것이다. 신호 입력용 3.5mm 스테레오 폰 잭 납땜상태도 엉망이어서 예전에도 보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조립 품질이 나빠서 어디 쓰겠는가. 이번 개조는 납땜 인두를 전혀 쓰지 않고 끝을 내려 했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음악 감상 환경(거실, 침실, 사무실)에 따른 주력 기기들은 약 2년에 걸친 방황을 거쳐 거의 자리를 잡은 반면 호기심으로 만들고 구입한 고만고만한 칩앰프들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다음 주 중에 서울에 갈 계획이 있으니 필요한 부속을 구해서 마무리 작업을 하자.

2015년 10월 23일 금요일

생명과학 분야의 프리프린트 학술지

최근 3세대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 방법의 하나인 MinION 기술과 관련한 논문을 검색하다가 bioRxiv.org라는 매우 생소한 시스템을 발견하였다. 많은 학술지가 이제는 온라인으로만 간행되는 시대라서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에서 주관하는 bioRxiv("bio-archive"라고 발음)도 그런 것의 일종이라 볼 수도 있겠다. 구글 검색 결과에서는 "The preprint server for biology"라고 소개가 되어있다.

프리프린트란 무엇인가? 일반적인 학술논문 출간 시스템에서는 하나의 논문이 정식으로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투고 후 지루한 peer review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간을 줄이기 위하여 리뷰를 거치지 않은 원고(프리프린트)를 공개하는 시스템이 1991년 이후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arXiv.org는 물리학과 수학, 천문학과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일찌기 자리를 잡았다. 프리프린트로 먼저 연구 성과를 연구자 커뮤니티에 공개한 뒤, 의견을 수렴하여 다른 정식 저널에 출판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 많다.

2014년도 PLoS Biology에 The Case for Open Preprints in Biology(PLoS Biol 11(5): e1001563. doi:10.1371/journal.pbio.1001563)라는 재미난 논문이 실렸기에 그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생명과학 분야의 문화에서는 프리프린트가 아직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1)프리프린트를 통해 아이디어를 쉽게 빼앗긴다는 인식, 그리고 (2) 동일한 내용의 논문을 복수로 출판해서는 안된다는 소위 "Ingelfinger rule"의 준수 문제 때문이다. 프리프린트를 옹호하는 측은 다른 입장을 견지한다. 첫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아이디어를 도둑맞는 것이 아니라 한시라도 먼저 공개함으로서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프리프린트 시스템이 peer review를 거치는 정식 학술논문 출간 체계가 아니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저널들은 논문의 정식 출간 전에 프리프린트가 먼저 선보이는 것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어떤 저널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프리프린트를 먼저 내보내려면 궁극적인 타겟으로 삼는 저널의 프리프린터 허용 정책을 먼저 살펴보아야만 할 것이다.

실제 내가 검색한 사례를 보자. 환자의 혈장 샘플로부터 바이러스 감염체의 게놈을 MinION 기술로 실시간 검출한 논문(Rapid metagenomic identification of viral pathogens in clinical samples by real-time nanopore sequencing analysis)이다. 이것은 bioRxive.org에 먼저 실렸고, 동일한 내용이 Genome Medicine에 실렸다. bioRxiv 사이트에서는 다른 저널에 정식 출판되었음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논문의 수(임팩트 팩터와 저자 자격을 복잡한 공식에 대입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피인용수까지 산입하려 한다!)가 연구자의 평가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나라에서는 이러한 프리프린트를 악용할 가능성이 아주 조금은 있을 것 같다. 즉 bioRxiv에 한번 내고, 내용은 거의 같지만 제목만 살짝 바꾸어서 정식 학술지에 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단순히 논문 성과의 수를 불기에는 좋다. 물론 bioRxiv는 SCI(E) 등과는 무관하므로 비 SCI(E) 학술지에 출간한 논문은 성과로 치지 않는 평가 시스템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을테지만 말이다. 그러나 프리프린트 서버(저널이라고 하기에는 영 어색하므로 서버라고 하겠다)를 잘 모르는 허름한 학교나 연구소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이를 연구성과를 부풀리는데 한두번 악용을 할 수는 있겠다.

연구 기술이 워낙 발전하고 있어서 짧은 시간에도 대량의 데이터가 쏟아져나오는 세상이다. 이를 잘 정제하고 가공하여 리뷰를 통과한 소량의 논문만이 진정한 가치를 지니는가? 당장 보기에는 어설퍼 보일지 모르나 나중에 재발견되는 논문이나 데이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를 적시에 공개하기 위한 프리프린트 시스템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때 Genome Announcements가 논문이냐는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린 적이 있다. 새 기술, 새 시대는 논문 출간에 대해서도 혁신적인 사고를 필요로한다. 시대적 변화가 요구하는 연구성과 발표 시스템에 대해서 이제는 생각해 볼 시기가 되었다.

2015년 10월 18일 일요일

LM1876 앰프에 파일럿 LED 램프를 달기 위한 저항값을 계산하다가...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LED를 점등하기 위해 직렬로 달아야 하는 저항을 계산하는 사이트를 흔히 만나게 된다. 12 V의 직류전원으로 LED를 점등한다고 가정해 보자. LED에 약 2 V가 걸리면 저항의 양단에서 10 V의 전압 강하가 있어야 한다. 구동 전류를 15 mA라 가정하면 저항값은 옴의 법칙에 의해 10 V/0.015 A = 666.7 ohm이다.

LM1876 앰프에서 파일럿 LED를 달기 위한 직류 전압을 어디에서 구할까? 기판의 동박 패턴을 살펴보았다. 평활용 콘덴서와 연결된 곳에 3P 단자를 납땜할 수 있는 구멍이 나 있었다. 아마도 직류를 필요로 하는 다른 보드에 연결하라는 배려인 듯. 테스터로 찍으니 +23 V/0 V/-23 V가 나왔다. 한림 3P 커넥터를 연결하고 필요한 저항값을 계산해 보기로 했다. 센터를 제외하고 양 끝단자를 사용한다면 46 V라는 꽤 높은 전압에 LED와 저항을 달아야 한다.

부품통에 있는 3파이 적색 고휘도 LED의 구동 조건은 전압 2 V(최대 2.6 V), 전류 20 mA이다. LED 저항 계산기에 수치를 넣으면 2.2 Kohm이 나온다. 저항 양단의 전압 강하는 44 V, 흐르는 전류는 20 mA이니 이를 곱하면 0.88 W이다. 최소한 1 W급의 저항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품통에 있는 저항은 1/4 W뿐이다. 이 계산 결과가 정말 적당한 것인지 궁금하여 네이버 DIY 오디오 앰프 제작 카페의 앰프 제작 사례를 찾아보았다.


  • 게인클론: +/- 32 V에 대하여 15 Kohm
  • 100W/8옴급 파워앰프: +/- 50 V에 대하여 10 Kohm
  • 50W all TR 파워앰프: +/- 15 V에 대하여 3.9 Kohm 2개
내 계산에 의하면 46 V에 대해 700옴이 채 되지 않는 값이 나왔는데, 실 사용되는 앰프 회로도를 보니 저항값이 무척 높다. 이래서 LED를 구동할 충분한 전류가 나올지 자신이 없다. 의심이 가면 실험을 해 보자. 계산값은 667 ohm이었지만 18 Kohm을 직렬로 연결하면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충분한 밝기가 나왔다. 테스터로 LED 양단을 찍으니 정확히 1.7 V가 나왔다. 그러면 전류는 도대체 얼마가 흐르는 것인가? (46 - 1.7)/18000 = 2.5 (mA)이다.  이렇게 적은 전류로도 LED가 점등된단 말인가? 그렇다면 1/4 W급 저항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 된다(44.3 V x 2.5 mA = 0.11 W). 그래도 발열이 걱정되어 48 Kohm을 3개 병렬로 연결하여 15.7 Kohm을 만들었다. 아래 사진은 그 결과이다.


파일럿 램프로는 매우 적당한 밝기이다. 전면 패널에 구멍을 뚫고 LED용 브라켓을 달았다. 선재는 과거 486 PC의 ISA slot에 꽂아 사용하던 콘트롤러 보드에 딸려있던 것이다.


조립을 완료하였다. 이제 제대로된 앰프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볼륨 폿을 고급품으로 교체하기 전까지는 이제 당분간 뚜껑을 열 일이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외국 사이트로부터 LED 구동용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다른 아이디어도 찾을 수 있었다. 토로이달 트랜스 주위에 에나멜선을 25-28회 정도 감아서 교류 1.5-2 V 정도가 나오게 맞춘 뒤 직접 LED를 연결하라는 것. 교류라 해도 관계는 없다. 처음에는 이 방법이 매우 참신해 보여서 트랜스에 동선을 감으려했다가 에나멜선보다 저항 3개의 가격이 더 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재의 방법을 택한 것이다. 


12일에 걸친 LM1876 앰프 제작 과정이 이제 끝났다.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하이파이(Hi-Fi)? 누더기-파이!

진화는 독창적인 설계자가 아니라 서투른 땜쟁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큰 밑그림을 가지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개선'이나 '복잡화'는 진화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생존에 더 적합하게 변화한 것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지속적인 시행착오의 결과라는 뜻이다.

요즘 내가 몰두하고 있는 오디오 역시 마찬가지이다. 풀레인지(Full-range) 스피커란 하나의 드라이버(유닛)를 이용하여 모든 대역을 골고루 재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족스런 음악 감상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좋은 품질의 드라이버를 골라야 할 터이다. 저가의 소구경 드라이버와 어설프게 만들어진 인클로저를 가지고서는 고음도, 저음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 이것을 보충하기 위해 고음 스피커와 저음 스피커를 하나둘씩 달다 보면 애초에 풀레인지 스피커를 추구했던 의미가 전부 사라지고 만다. 지금 이게 나의 모습이다.


위 사진은 오늘 찍은 거실용 음악감상 시스템이다. 검정색 AIWA 미니 컴포넌트 오디오는 FM 스테레오 수신이 잘 되지 않아서 나중에 구입한 중고 튜너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AIWA 시스템의 제 스피커는 이미 자작 앰프들에게 자리를 내어준 상태이다. 자작나무 합판으로 직접 만든 스피커는 원래 풀레인지를 지향했지만 - 결코 그러한 목적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유닛이 아니다 - 고음이 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트위터를 추가로 연결하였다. 그러나 미관만을 고려하여 지나치게 작게 만든 인클로저로는 저음도 충분히 재생하지를 못한다. 만약 사무실에서 옆방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조용히 실내악만 들을 용도라면 나쁘지는 않지만, 집에서는 워낙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니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AIWA 오디오의 음질은 최근에 만든 LM1876 앰프보다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를 거실에서 퇴출시키지 않는 이유는 CD 플레이어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오디오에 프리 출력이 있으면 이를  LM1876 앰프에 연결하겠지만.

제 스피커를 LM1876에게 내 주었으니 AIWA는 어설픈 풀레인지+트위터의 몫이 되었다. 저음은 여전히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 끝에 AIWA의 서브우퍼 출력을 LM1876 앰프에 연결하여 보았다. 서브우퍼의 단일 채널을 두 개 채널로 분배하기 위해 간단한 커넥터 납땜 작업을 하였다.

AIWA 오디오에는 고음과 저음 조절 기능이 있다. 이를 적당히 조절하고 LM1876 앰프쪽의 음량을 키워 보았다. 비로소 빈약한 저음이 풍성히 채워지게 되었다. 오늘의 작업을 마치고 나니 그 꼴이 참으로 우습다. 짐을 줄이겠다고 일부러 작은 여행가방을 선택해 놓고서는 배낭과 보조가방을 들고 이것도 부족하여 머리에 짐을 이고 있는 꼴이다.

LM1876 앰프는 제작 완료 후에도 거의 매일 뚜껑을 열게 된다. 어제는 볼퓸 포텐셔미터의 본체를 그라운드선에 연결하여 험을 줄였고, 오늘은 파일럿 LED를 달기 위해 기판에 커넥터를 연결하였다. 마침 LED와 브라켓을 갖고 있던 것이 있어서 전면 패널에 파일럿 LED 장착을 마칠 생각이었지만, 보드에서 따낸 직류 전압(46 V)에 맞추자니 갖고 있는 저항의 용량이 너무 작다.  LED를 2 V, 20 mA로 구동하려면 저항에는 44 V가 걸리게 되고, 따라서 44 V x 20 mA = 0.88 W를 감당해야 한다. 잘 쓰지도 않을 1 W급의 저항을 사느니 차라리 네온 램프를 220 V에 직접 연결하여 쓰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 될 것이다.


2015년 10월 15일 목요일

LM1876 앰프의 케이스 작업

저녁식사를 마치고 두 시간 정보면 거뜬히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작업은 자정이 거의 다 되어서야 끝났다. 플라스틱 케이스는 대전에 자리잡고 있는 업체 케이스포유의 한정 판매품인 ACE2520L이다.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문제는 앰프 보드에 장착된 볼륨 포텐셔미터를 그대로 쓰느냐 마느냐였다. 이를 그대로 사용하면 배선은 매우 간단해지지만 보드 고정의 자유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만약 외부에 볼륨을 달려면 보드에 있는 볼륨은 어떻게 하는가? 보드의 볼륨은 제거하고 동박 패턴을 직접 이어주는 것이 정석일 것이다. 하지만 너무 귀찮아서 보드의 볼륨을 최대 음량으로 돌려서 그대로 둔 채 집에 굴러다니던 싸구려 50Kohm B형 볼륨 폿을 달아버렸다. 기판용이라서 가느다란 끄트머리에 납땜을 하기가 매우 불편하다.

입력은 기판용 RCA 2조 단자를 이용하였다. 셀렉터 스위치와 볼륨, RCA 단자를 연결하는 그림을 대략 그려놓고 배선을 하였다. 연결을 잘못하여 납땜을 떼어내기도 다시 붙이기도 하였다. 셀렉터 스위치를 후면 패널에 고정하려는데 와셔는 왜 이렇게 많지?

파워 소켓은 휴즈 및 스위치가 일체로 되어있는 것인데, 스위치를 켜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분명히 조광 타입으로 알고 구매했는데 말이다. 전원을 올려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릴레이가 '딱' 붙는 소리 외에는... 파워 소켓 고정을 위한 구멍은 드릴로 구멍을 여러개 뚫은 뒤 니퍼로 끊어내어 다듬었다. 패널이 플라스틱이라서 가공하기는 매우 좋았지만 파워 케이블을 꽂을 때 약간 휘어진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업이었다. 마음에 안드는 납땜을 다시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억누르며 뚜껑을 덮고 볼트를 조여버렸다. 전면부에 위치한 볼륨은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서 보기가 싫다. 전원과 소스를 연결하고 셀렉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였다. 볼륨 놉을 돌려보았다. 중간쯤에서 험이 들린다. 케이스 작업을 하기 전에는 느끼지 못하던 것이었다. RCA단자-외부 볼륨-보드로 이어지는 긴 케이블을 통해 교류 험이 유입되는 것일까? 케이스는 전체가 플라스틱이니 특별한 접지 대책이 있을 수가 없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개선할 사항을 나열해 보자.

- 전면 패널에 네온 파일럿 램프 달기
- 볼륨 폿을 조금 더 양질의 것으로 바꾸기
- 전후면 패널 보강하기(어떻게?)


2015년 10월 6일 화요일

LM1876 amplifier가 배송되다

일반 우편으로 배송이 되는 중이라서 아직 1주일은 넉넉하게 더 기다릴 각오를 하고 있었던 LM1876 앰프 보드(2장)가 덜렁 배달되었다. 앰프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부속품은 전원 트랜스 외에는 아직 하나도 갖추질 못한 상태이다. 기판 납땜면을 살펴보니 플럭스 제거는 어느 정도 되어 있었다.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8자 파워코드에 전원 트랜스 1차선을 찔러넣어 연결한 뒤 콘센트에 꽂아 보았다. 잠시 후 '딱' 소리와 함께 릴레이가 연결되고 LM1876 칩에서 약간의 열이 발생한다.


집에 가지고 와서 소리를 들어보기로 하였다. T&V Vertrag 스피커에서 앰프부를 떼어내면서 남겨둔 방열판이 기판의 가로 크기와 잘 맞는다. 이 제품에 포함된 LM1876 칩은 절연 처리가 되어있어서 방열판에 그냥 고정해도 된다. 열전도를 돕기 위한 그리스를 바르는 것이 좋을까? 묵직한 방열판이 칩에만 고정되어 있으니 약간의 덜렁거림이 있다. 케이스에 조립해 넣을 때 튼튼하게 고정하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케이스도 없는 칩앰프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은 마치 앰프들의 '난민촌'같다. 굴러다니는 선들을 이용하여 튜너와 스피커를 연결하였다. 볼륨을 최대로 해도 잡은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매우 깨끗하고 탄탄한 소리가 난다. 대단한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만족스럽다. 자질구레한 class D 앰프들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은 고급스런 class D 앰프와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진공관 앰프를 항상 계획하고 있었지만, LM1876 앰프로 인하여 그런 호기심과 욕심이 전부 사그러드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러한 결심이 며칠을 갈지는 모르겠지만... 주말에는 앰프 케이스로 사용할 적당한 밀폐용기를 찾아봐야 되겠다.

2015년 10월 5일 월요일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

경제문제, 교육문제, 노동문제... 하나같이 우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무거운 문제들이다. 원인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해결 방안을 내놓은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비난의 대상이 수면으로 떠오르면, 이는 특정 집단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된다. 요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임금 피크제 역시 그러하다.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에 대해서 이를 강행하고자 한다. 물론 공무원은 예외이고, 공공기관 중에서 IBS, 무슨무슨 과학기술원(너무나 종류가 많아졌다), 고등과학원등도 적당한 이유를 들어 임금피크제를 피해가고 있다. TV에서는 정년을 앞둔 사람들에게 양보를 요구하는듯한 광고가 나온다. 출연연은 IMF 구제금융 시절 줄어든 정년도 억울하고 여기에다 임금피크제까지 수용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는 정부의 호통이 당혹스럽다. 그러나 요즘 사회 분위기에서는 '정년 환원'은 말도 꺼내기 어렵다.

직장을 떠나야 할 철밥통 '어르신'들이 빨리 나가 주어야 우리 청년들이 취업을 하고 생활을 할 것 아니냐?

세대간의 감정을 건드리기 딱 좋은 말이다. 격한 감정이 고조되면, 이제 청년 세대와 정년(을 앞둔) 세대간에 자발적인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싸움에 불을 당긴 자는 이제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싸움이 커지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자칫하다가 선배세대는 악인이 되기 딱 좋은 구도이다. 적절한 여론 몰이를 통해서 '선배' 세대를 옥죄어 나가면 된다.

약간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출연연은 언제나 '비정상'적인 조직으로만 비쳐진다. 대학은 항상 혁신의 아이콘이고, 기업체는 산업과 경제를 일구어내는 주역이다. 대학이나 기업 연구소와 다른 그 무엇으로 자리매김을 하라고, 투입 대비 성과가 무엇이냐고 항상 지적만 받는다. 대학이나 기업에서 '하지 아니하는' 일로 스스로 차별화를 하려니 너무나 옹색하다. 언제부터 출연연이 틈새나 노리는 집단이었나? 그런 눈치 볼 것 없이 당당하게 자리매김을 하면 안될까? 이제 출연연도 출범한지 40년이 넘어가는 동안 제 역할을 어느 정도 해 왔으니 과거 성장시대를 일구어 온 정부주도의 R&D 파라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앞두고 일몰형으로 체제를 바꾸어야 하나?

답답하기만 하다.

2015년 9월 29일 화요일

워터맨 만년필 전용 잉크 카트리지 구입


왼쪽이 자바펜에서 제조한 국제 표준 규격의 잉크 카트리지이고 오른쪽 것이 워터맨 전용 제품이다. 버니어 캘리퍼로 입구 반대편의 지름을 측정하면 왼쪽은 7.4 mm, 오른쪽은 7 mm가 나온다. 자바펜의 것은 약간 테이퍼 형태이다. 즉, 만년필에 끼우는 부분보다 바깥쪽 부분(측정한 곳)의 지름이 약간 더 크지만 워터맨 제품은 완벽한 원통에 가까와서 필레아 만년필 내부에 잘 들어가고 예비용 카트리지 1개를 배럴 안에 보관할 수도 있다.

국제 표준 잉크 카트리지에 관한 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만년필에 체결되는 부분과 전체길이는 비교적 엄격하지만 나머지 부분의 치수는 제품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터맨의 최근 모델(대략 2004년 이후)은 배럴 내부의 원형 부속 때문에 일부 국제 표준 카트리지는 장착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표준 규격이란 말만 믿고 인터넷에서 적당한 카트리지를 구입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 잉크와 닙과의 미묘한 궁합 문제도 경험하였고... 갖고 있는 몇개의 표준형 컨버터가 과연 필레아 내부에 잘 들어가는지를 점검해봐야 되겠다.

2015년 9월 28일 월요일

워터맨 만년필 <필레아(Phileas)>

추석 명절에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형으로부터 만년필을 하나 얻었다. 워터맨의 <필레아>라는 모델이다(F닙). 워터맨의 가장 하위 모델이기는 해도 손글씨를 즐겨쓰는 나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안성맞춤 아이템이다. 현재 주력으로 사용하는 플래티그넘 <스튜디오>의 좋은 친구가 될 것 같다. 쥐어보니 적당히 두툼한 것이 손에 잡히는 느낌도 좋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가장 널리 쓰이는 국제규격의 잉크 카트리지가 호환된다고 한다. 갖고있던 자바펜의 잉크 카트리지를 꽂았다. 그런데... 뒷뚜껑이 안들어간다.


이게 말이 되는가? 뒷뚜껑의 내부를 살펴보니 보강을 위한 원통형 금속 부품이 자리를 잡고 있다. 색깔로 보아 황동 재질로 생각된다.


워터맨의 전용 카트리지나 컨버터는 저 속에 쏙 들어갈 수 있게 직경이 가늘단 말인가? 혹은 판촉물로 특별히 만들어진 제품이라서 비정상적으로 짧은 카트리지가 일회용으로 들어있었고 그것을 다 쓰면 '나몰라~'인 제품인가? 혹은 워터맨의 정품 카트리지나 컨버터는 저 안에 쏙 들어가게끔 가늘단 말인가?

아마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지구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구글을 뒤져보니 The Fountain Pen Network이라는 커뮤니티가 있다. 필레아는 저가 제품이라서 잉크 카트리지나 컨버터가 기본적으로 들어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표준 카트리지가 맞는지 여부를 고민하는 질문도 찾아볼 수 있었다. 달려있는 답글을 검토해 본 결과 워터맨용 카트리지는 약간 갸름한 것으로 보이고, 일밭 카트리지를 걸리게 만드는 황동 배럴(brass barrel or brass sleeve)을 빼버리라는 글도 있었다.

내일 대형 문구 매장에 가서 워터맨 정품 카트리지를 실제로 끼워 본 다음에 결론을 내리도록 하자. 저 부품이 분명히 용도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무게 균형을 맞추어서 필기감을 좋게 한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