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와 함께 눈발이 흩날리던 토요일(어제), 아내와 함께 차를 몰고 서해 바닷가를 가 보기로 했다. 인적 드문 겨울 바다를 찾는 것도 운치가 있다. 특히 서쪽 바다로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저물어 가는 한 해를 아쉬운 마음으로 떠나 보내는 기분을 느끼느 것도 나쁘지 않다.
변산반도쪽으로 내려갈 생각도 조금 해 보았지만 그러려면 조금 더 일찍 집을 나섰어야 했다. 그래서 비교적 가까운 무창포해수욕장을 목적지로 택했다. 그러나 서천공주고속도로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접어 든 후 북쪽으로 한참을 올라가야 무창포IC로 나갈 수 있어서 목적지를 바꾸어 그보다 남쪽에 있는 춘장대IC로 빠져나왔다. 춘장대해수욕장이 더 가까울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무창포해수욕장은 IC에서 매우 가깝지만 춘장대해수욕장은 그렇지 않았다. 호젓한 시골길을 달려 쓸쓸한(?) 겨울 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무창포나 대천해수욕장은 몇 번 가 보았지만, 춘장대는 처음이다.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겨울 해수욕장이지만 그래도 몇 군데 식당은 문을 열지 않았을까? 해수욕장 입구를 통과하지 않고 좌회전을 하니 '너 한쌈 나 한쌈'이라는 쌈밥집이 보였다.
점심으로는 솥밥정식을 주문하였다. 제육볶음을 비롯한 다양한 반찬이 하나 가득 나오고 갓 지은 솥밥이 이어서 나왔다. 밥을 공기에 덜어내고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가 떨어지도록 잠시 기다린다. 손님도 제법 많았다. 아마도 이 지역에서는 꽤 알려진 맛집인 것 같았다. 어차피 손님이 적어서 기껏해야 해물칼국수 정도나 먹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집을 나섰는데, 의외로 정갈하고 푸짐한 식사를 하게 되어 매우 만족하였다.
점심을 먹은 뒤 바닷가 가까운 곳에 차를 세우고 잠깐 모래사장을 거닐어 보았다. 풍차가 놓인 광장에는 연 같은 것을 들고 바람을 이용하여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어르신'이 있었다. 세차게 돌아가는 두 대의 풍차는 바람의 힘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일까? 가까이 가 보니 전기로 돌아가는지 작동 시간이 적혀 있었다.
전망이 좋은 건물 3층의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세찬 바람을 맞으며 연을 날리는 사람도 있었다.
연이라... 지난 가을 경주에서 스포츠 카이팅을 하는 사람을 보았었는데, 그 연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오늘 춘장대해수욕장에서 본 것은 거의 패러글라이딩 수준이었다. 바람을 이용하여 뭔가 이동을 하는 액티비티로 여겨진다. 조금 더 검색을 해 보니 '카이트 보딩'이라는 것에서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바다로 들어갈 수는 없는 계절이니 모래사장에서 '연'을 다루는 연습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안그래도 모래밭에 웨이크보드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었다.
짧은 추억을 남기고 다시 대전으로 향한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조금만 더 내려가면 군산이다. 군산에 마지막으로 갔던 것은 지난 6월이다. 다음 나들이 때에는 군산의 맛집을 하나 정해서 다녀와야 되겠다. 군산비어포트도 한번은 가 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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