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30일 토요일

여행과 출장의 동반자, 카메라 고르기

출장이나 여행은 새로운 카메라를 장만하는 좋은 핑계가 된다. 오래 전에는 필름 SLR에 몇개의 렌즈와 스트로브, 그리고 삼각대까지 한 짐을 챙기고도 불만이 없었다. 이제는 무조건 작고 가벼운 것을 선호하게 되었다. 다만 눈이 나빠지니까 뷰파인더 없이 액정화면을 보면서 촬영을 하는데 점점 어려움을 느낀다.


왼쪽은 꽤 오랫동안 주력으로 쓰였던 올림퍼스 E-620, 오른쪽은 작년 말에 세일가로 저렴하게 구입한 펜탁스 Q 10이다. Q 10은 목에 메고 있어도 별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작고 가벼워서 정말 좋은데, 밝은 낮에서 액정을 보고 찍는 것이 쉽지 않다. 포서즈 시스템의 센서도 작지만,  Q 10은 말할 나위도 없다! 1/2.3 인치에 불과하다. 편의성과 화질은 양립하기 어려운 것이라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

'올림푸스'인가, '올림퍼스'인가? 나는 후자가 맞다고 생각한다. 유튜브에서 이 단어의 발을을 확인해 보라.

이번 출장에는  E-620을 들고 가기로 거의 마음을 먹었다. IS 기능이 망가졌다는 것이 아쉽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더 있다. 비교적 오래된 DSLR이라 동영상 기능이 없다는 것.

필름 카메라는 두고두고 오래 쓰는 내구재였지만, 디지털 카메라는 대충 2년 주기로 취향에 맞게 바꾸는 전자제품과 비슷한 처지가 되고 말았다. 만약 내게 용돈이 좀 더 풍족해져서 하나의 카메라를 더 살 수 있다면, 반드시 뷰 파인더가 있고(광학식이나 전자식 무엇이든 상관 없음) 렌즈 교환은 필수가 아니다. 지금 갖고 있는 카메라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후지 파인픽스 S6000FD 스타일이면 된다. 24(28)-300 mm 정도의 줌 하나로 모든 것을 커버할 수 있으면 된다. Wi-Fi 기능에 최대 조리개 f/2.8이면 감사!

이런 기준에 맞는 것은 올림퍼스 Stylus 1이나 파인픽스 S1 등이다.

아직도 필름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남아있다. 초점을 맞추고 촬영하는 손맛은 아직 장식장을 차지하고 있는 캐논 AE-1 Program, EOS 5를 따라갈 것이 없다. 그러나 필름은 점점 구하기 힘들어지고, 현상과 인화에 드는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Silicon Film이 정말 시장에 등장할 가능성은 정말 없을까?

2015년 5월 26일 화요일

전주 한옥거리 유감

나의 이중적인 잣대에 대해 누군가 비판을 한다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무리한 새만금 방조제 건설에 들어간 천문학적인 비용과 환경적 문제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이면서도, 이번 여행 중에 바다를 가르는 도로를 신나게 달리며 시원함을 만끽했으니 말이다.

전주 한옥거리도 마찬가지이다. 남도 여행을 마치고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가 졸라서 전주를 들렀다. 딸에게 전주 한옥거리란 맛있는 길거리 음식이 가득한 즐거운 곳이란 이미지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소비적인 이미지를 탈피하도록 가르쳤어야 하지만 미처 그러지 못하였다. 붕어 모양의 빵 아가리에 아이스크림이 채워진 바로 그것을 찾기 위해서 간 것이다.

아마도 이번 전주 한옥거리 방문이 세번째인 것 같다. 날이 갈수록 거리는 점점 혼잡하고, 더욱 끈적거린다. 왜? 사람들이 흘린 길거리 음식 때문이다.


한옥거리 주변의 상가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건물주는 이를 분할하여 내놓기 바쁘다. 젊은이들로 거리가 들끓게 되니 이들이 간편하게 현금을 주고 사먹을 수 있는 국적불명, 연혁 불명의 길거리 음식 판매점만 즐비하다. 단 음식 노점상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을 보니 상인 연합에서 단속을 꽤 열심히 한 모양이다. 길거리 한 가운데에 벤치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공간에서 수백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꼬치 등 주변 상가에서 사 온 음식을 들고 앉아서 먹고 있다. 아니, 여기가 무슨 단체 급식소인가? 기대 앉도록 만든 도로 구조물은 흘린 음식으로 지저분하고, 하나밖에 없는 공중화장실은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말 그대로 전통/한옥과는 무관한 음식과 콩나물 시루를 방불케 하는 젊은이의 인파가 거리를 차지하고 있고, 이제 이곳은 전주 시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고립 지역으로 변해가고 있다. 외지 사람은 미어 터지지만, 여기에서 생활을 해야 하는 현지민들은 주말만 되면 길이 막혀 고생스럽고, 현지 자본이 밀려나면서 아마도 불편한 감정을 느낌은 당연하다. 심지어 임대료가 월 1,500만원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니...

그나마 눈에 보기 좋은 것을 고르라면 단 한가지, 한복을 빌려서 입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 하나는 기획을 잘 했다. 다만 물이 질펀한(무슨 물일까...) 화장실 바닥을 긴 치마가 걸레질하듯 쓸고 다닐까 걱정이 된다.

전주 한옥거리는 이대로는 안된다. 인사동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인사동에는 위태롭긴 하지만 아직 <문화>가 남아있다. 식당이 많이 있다 하더라도 대부분 건물 안에서 먹게 되어있지 전주처럼 들고 나와서 흘리면서 먹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풍성한 갤러리와 개성있는 상점이 버티고 있다. 이들이 몽땅 프랜차이즈 식당/카페와 명동과 같은 의류 및 화장품 가게로 변하는 날이 아마 인사동의 마지막일 것이다. 전주 한옥 거리는 어떤가? 전동 성당은 그 문화적-역사적 의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이 그저 인증 사진만 찍는 젊은 커플들로 몸살이고, 경기전과 한옥도 인파에 파묻혀 그 이미가 퇴색했다. 전통이라는 문화적 토대를 살려야 한다. 전주 <한옥> 거리이지 <길거리 음식> 거리가 아니지 않은가.

2인치 풀레인지 스피커의 성능을 둘러싼 갈등 - 나무 인클로저를 입히는 수고가 의미가 있을까?

용산에서 장난처럼 구입한 2인치 풀레인지 스피커 유닛에 나무 인클로저를 씌울 막연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마침 딸아이에게 사 주었던 로지텍 블루투스 스피커 UE MINI Boom(다나와 링크)가 있어서 소리를 비교해 보았다.


결과는... 참패다! 앰프는 야마하 칩보드로 만들어진 것을 사용하였다. 2인치 풀레인지 유닛이니 고음은 당연히 어느 수준은 나와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충 만든 종이통이 고음을 잡아먹을리는 없다. 유닛 자체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다가 저가 트위터를 붙이는 '어설픈 장난'을 계속 하는 것이 옳은지 아직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지금은 사무실에 들고 나와서 K733 트위터를 병렬로 연결해 놓고 테스트를 하는 중이다. 풀레인지 + (트위터-커패시터) 조합은 풀레인지에 고음을 보충해 주는 매우 단순한 방법인데, 유닛마다 능률이 다르니 어쩌면 고음쪽에 저항을 달아서 이를 감쇄시켜야 할지도 모른다. L-pad라고 부른다고 하던가?

내 생각은 이러하다. 주 드라이버라고 할 수 있는 풀레인지 유닛에는 아무것도 달지 않는다.  여기에 고음을 보충하기 위해 트위터를 병렬로 연결하되 주파수 커팅용의 커패시터 하나만을 붙인다. 단, 트위터의 음량 수준을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감쇄시키기 위해 저항을 달 궁리를 한다.

배()가 산으로 가거나, 배(腹)보다 배꼽이 더 커지거나... 둘 중의 하나다.

저음은? 당연히 포기한다! 저음이 아쉬우면 내가 갖고 있는 다른 라우드스피커를 쓰면 된다.


2015년 5월 22일 금요일

2인치 풀레인지 스피커 드라이버를 위한 인클로저 설계 - 제3호기를 향하여


설계를 마친 스피커통 3호기. DIY 목재 판매 사이트에서 폭 100 mm 이하의 자투리를 저렴하게 공급한다기에 이에 맞추어서 매우 작은 사이즈로 만들어 보려 한다. 주문은 다음주에나...

2015년 5월 21일 목요일

gnuplot 결과물 매만지기(MUMmer)

유전체 수준의 염기서열을 정렬하여 그 결과를 보여주는 MUMmer라는 도구가 있다. 실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다방면에 응용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프로그램이다. MUMmer는 커맨드 라인에서 실행되는 전형적인 유닉스/리눅스 프로그램이다. 자체적으로 결과를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기능이 들어있지 않아서 gnuplot의 신세를 져야 한다. 다음은 PacBio로 시퀀싱을 끝낸 어떤 미생물의 유전체를 MUMmer로 정렬하여 생성된 포스트스크립트 파일을 리눅스에서 evince로 열어본 것이다. evince로는 PDF 파일도 열 수 있다. JPEG, PNG 등 일반적인 이미지 파일은 eog로 열면 된다. X 윈도우 시스템에서 이미지를 열고 편집하는 프로그램으로 존 브래들리의 xv라는 것이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의 리눅스 배포판에서 사라진지 오래다. 참고로 나는 gimp를 종종 쓰고 xfig는 아주 가끔 쓰는 편이다.


MUMmer에 포함된 여러가지 프로그램이 만들어내는 정렬 결과물은 mummerplot을 거치면서 gnuplot이 그릴 수 있는 형태로 전환된다. 인터랙티브하게 gnuplot을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고, 스크립트가 만들어져서 이를 gnuplot에서 실행하면 위 그림과 같은 포스트스크립트 파일이 만들어지게 할 수도 있다. 오늘의 글에서는 이렇게 만들어진 그림을 논문에 실을 정도가 되게 수정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한다.

위 그림을 만들어준 gnuplot script의 일부분을 발췌해 본다.

set terminal postscript color solid "Courier" 8 # 포스트스크립트 기본 크기는 10"x7"
       # "Helvetica" 10 등으로 바꾸어 보라.
set output "test.ps"
...중간 생략...
set size 1,1  # 그림의 좌우 비율을 다시 결정한다. 
set grid
unset key
set border 0  # default로 하려면 set border라고만 적어라. 기본은 31이다.
set tics scale 0
set xlabel "REF"
set ylabel "QRY"
set format "%.0f" # 이 사례에서는 숫자 대신 서열 ID가 표현된다.
...이후 생략...

먼저 첫줄, 즉 터미널 설정 부분이다. 포스트스크립트가 아니라 일반 이미지 파일로 만들고자 한다면 다음과 같이 하면 된다.

set terminal medium size 640,480   # medium은 글꼴의 크기를 의미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그림의 크기와 글꼴 등에 대한 많은 설정이 가능하다. 단, 리눅스 시스템에 설치된 인쇄용 글꼴이 얼마나 다양한지는 시스템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런 이미지 한 장이 논문의 그림 하나를 다 채운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그러나 요즘은 몇 개의 그림과 그래프 등에 A, B, C 등의 번호를 붙여서 "Figure 1."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런 작업은 어떻게 해야 하나? Adobe Illustrator는 잘 모르겠고, 가장 간단하게는 파워포인트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파워포인트에서는 내가 알기로는 포스트스크립트의 해상도를 유지하면서 임포트할 방법이 없다.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는 eps로 출력하여 xfig로 임포트하여 작업하는 것이다. gnuplot 스크립트의 시작 부분을 다음과 같이 고쳐라.

set terminal postscript eps color solid "Helvetica" 10
set output "test.eps"

오랜만에 xfig를 실행하여 본다. 왼쪽 메뉴 바에 카메라 모양의 아이콘이 있다. 이걸 누르면 다음과 같은 창이 뜨면서 파일을 선택하여 넣을 수 있다. PS/EPS 전부 가능한 것을 보니 gnuplot에서 굳이 eps로 내보낼 필요는 없었다.

 

그러면 eps로 출력한 gnuplot 결과 그림을 xfig에서 불러 보겠다. 정말 새롭고도 반가운 경험이다. 유전체 염기서열 정렬 결과를 직접 프로그램을 짜서 xfig용 데이터 파일로 전환하여 그림으로 만든 적이 있었는데, 그게 벌써 6년 전이다. eps 파일을 임포트하고 글씨도 넣어 보았다. 그런데 gnuplot에서 설정한 터미널(10"x7")의 딱 절반으로 들어간다는 점, 그리고 화면에서는 큰 글꼴을 사용해도 키워지지 않는다는 점이 이상하다. xfig에서 최종 결과물을 만들고 나니 글꼴의 크기는 제대로 변환되어 있었다.


모니터에 나타나는 모습과 인쇄후 모습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상당히 불편한데, 아직까지는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리눅스를 쓴지도 2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X-윈도우에서의 글꼴에 대해서는 잘 이해를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절반의 성공이다!



2015년 5월 17일 일요일

2인치 풀레인지 스피커의 가능성

다음과 같은 2호기 스피커(2인치 풀레인지 + 종이 인클로저)를 만들어 놓고 소리가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유닛을 3인치로 바꾸어 버렸었다.


처음에는 저가 & 저구경 스피커의 한계라고 생각했었다. 소리는 빈약하고, 저음은 거의 없이 어딘가 허공에 붕 뜬 느낌의 소리... 떼어낸 2인치 유닛을 쓸 일이 없을까 고민을 하면서 이런저런 테스트를 하던 중에 한쪽 채널에 케이블 극성이 잘못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였다. 이를 수정하니 고역과 저역에서는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지만(풀레인지이지만 직경이 작다고 고역이 잘 나오는 것이 아님을 저가 유닛을 통해 배우게 되었음. 판매자도 밝혔지만 최대 5 kHz 정도) 그런대로 튼실한 소리가 난다.

3인치 유닛이 들어간 종이통의 현재 모습은 이러하다. 이것은 꽤 마음에 드는 소리가 난다. 굳이 나무로 다시 통을 짜 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그러면 위 사진의 종이통 상태에서도 한쪽 채널의 극성이 바뀌어서 접속된 것이었나? 통에서 유닛을 꺼낼 때 선을 끊어버려서 알 도리가 없다. 이 유닛은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책상 위 음악감상 용도의 스피커는 이미 별다른 불만이 없는 상태의 것들을 자작품 포함해서 몇 조를 갖고 있어서 이것과는 도저히 경쟁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휴대용 스피커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 휴대용이라면 음질면에서 적당히 타협을 해도 별로 괴로울 것이 없다. 또다시 홍삼정 타브렛 상자에 거칠게 칼질을 하고, 3.5 mm 커넥터 접속에 문제가 생긴 TDA7297 앰프 보드를 수선하여 6 V 납축전지를 연결하였다. TDA7297 칩의 장점은 전원전압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6 V에서 18 V까지 수용). 음질은 포기하였지만 야외용 혹은 이동용으로 사용하기에 충분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전면에 포트를 내면 당연히 저음이 좀 더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오히려 지저분한 소리가 나서 다시 막아버렸다. 만약 목재를 써서 다시 만들면 포트가 제 기능을 할까? 그건 잘 모르겠다. 

현재까지 다듬어진 아이디어는 이러하다. 휴대용 스피커라는 컨셉트에 맞추어 좌우 채널을 하나의 통에 담는다. 물론 내부에는 격벽을 둘 것이다. 앰프 보드와 배터리를 매립해 버리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신 뒤편에 수납용 구조물을 만드는 것을 고민하는 중이다.


2015년 5월 12일 화요일

자작 스피커 2.5호기와 Vertrag(v1.0, passive)의 비교

오늘 책상 위 오른쪽 채널의 모습이다. 왼쪽은 자작 2.5호기(국산 3인치 풀레인지 드라이버), 오른쪽은 Vertrag를 각기 연결해 놓고 비교를 하는 중이다. 음량에 편차가 별로 없어서 비교하기에 매우 적당하다. 만약 두 스피커의 능률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면, 양쪽 채널을 전부 동일한 것으로 연결해 놓고 비슷한 음량이 되도록 조절을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별도의 트위터를 쓰지 않았고 드라이버의 직경이나 통의 체적(재료는 종이!)에 꽤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자작 2호기가 Vertrag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다만 통 자체가 울리는 느낌이 든다. 만약 MDF나 합판 등 무겁고 두꺼운 재질로 다시 통을 짠다면 이 문제는 현저하게 개선될 것으로 생각된다. 

종이로 스피커 통을 만드는 것은 테스트 목적 말고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칼로 스피커 장착용 구멍을 뚫는 것은 너무 어렵다! 직선 절단은 쇠자를 대고 몇번이고 그으면 되지만 구멍은 그럴 수가 없으니... 종이 절단용 서클 커터가 있다고는 하나 이를 일부러 사는 것은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상반기 중에 2.5호기를 해체하고 나무로 만들어진 인클로우저를 제대로 제작해 봐야겠다. 두께 12 mm 미송 합판을 재료로 하여 높이와 깊이는 Vertrag과 동일하게 하고 가로 폭은 2/3 수준으로 한다. 전면 하단을 개방하되 내부에는 판재를 좀 더 넣어서 통로를 좀 더 구부러지게 하여 folded horn 흉내를 내 본다.  구멍 뚫기를 포함한 목재 재단을 어디서 할까? 전동 드릴 이외의 목공용 공구가 없는 나로서는 재단을 직접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철천지는 이제 너무 거대한 기업이 된 것 같고... 구멍 가공까지 무난히 해 줄 업체를 잠깐 찾아보았다. 일단 THE DIY라는 곳이 눈에 뜨이니 기록을 해 두자!

2015년 5월 11일 월요일

후회 혹은 자책하지 않는 삶 살기

'반성'은 필요하지만 '후회'나 '자책'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다. 어제는 어떤 자리에 잠깐 가서 인사를 할 것을 권유받았으나 나는 그다지 필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여 이에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그러고 나니 권유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 일이 아닌가 싶어서 괜히 기분이 나빠지고 후회가 밀려오는 것이었다. 사실 집 앞에 잠깐 나가면 되기만 하는 일어어서 큰 수고가 필요하지도 않았다. 나는 주관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상당히 오랫동안 마음 속에 꺼림칙한 '뒤끝'이 일었다.

'먹을까 말까 할 때는 먹지 마라'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어제는 이 두가지를 다 지키지 못한 셈이 되었다. 가끔은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하지 말라'는 금언도 지키기 힘들 때가 있다.

내 나름대로의 주관에 따라 행동한 것에 대해서 왜 이런 느낌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인간관계를 위해 잠깐의 수고를 들여 내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는 것이 부족하여 내 인생이 앞으로 순탄치 않을 것인가? 가뜩이나 최근 어느 방송에서 들을 말, 즉 사람은 47세까지 쌓은 인적 네트웍을 가지고 남은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는 것이 자꾸 머리속을 기분나쁘게 맴돈다.

언젠가 돌아올 것을 생각하여 미래에 대비한 투자 개념으로 인적 관계를 쌓는 것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내 인생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 상대적으로 두텁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 인생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이미 그것으로 새로운 고민을 안고 사는 셈이 된다.

언젠가 돌아올 것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내가 잠시 수고를 들여서 배려함으로써 상대에게 바로 지금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내 행동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

오늘부터 읽고 있는 책이다. 철학자와 심리학자가 공동집필한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 최고가 되려는 강박, 지나친 자신감, 지나친 목표설정, 행복이라는 모호한 목표의 실체를 깨닫는 것... 고개를 끄덕여 가면서 책장을 넘기고 있다. 다만 누가 이 책을 빌려 읽었는지 너무 자주 종이를 접어서 표시한 흔적이 나타나서 짜증이 나고 있기는 하다.



2015년 5월 9일 토요일

내맘대로 만든 스피커 2.5호기

종이 상자 + 하드보드지로 만든 2호기 스피커에서 2인치 풀레인지를 도려내고 3인치를 달았다. 처음부터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서 3호기라는 명칭 대신 2.5호기라고 부르기로 한다. 2인치 풀레인지 드라이버는 도대체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아무리 궁리를 해 봐도 만족한 수준의 소리를 듣기 어려웠다. 아마도 휴대용 스피커와 같이 저음을 희생해서라도 크기를 줄여야 하는 제품에 넣기 위해 만든 부품이 아닌가 하고 내 맘대로 생각해 보았다.

3인치 드라이버 하나로도 그럭저럭 소리는 난다. 그런데 2호기에서 떼어낸 2인치 드라이버는 단독으로 쓰기가 너무 어렵다. 잠시 궁리를 하다가 이론적 뒷받침도 없고 말도 안되는 시도를 하기로 했다. 이것을 <트위터 대용>으로 쓰는 것이다. 2인치 드라이버의 임피던스는 6옴, 3인치 드라이버는 4옴이다. SPL은 각각 83 dB/W와 86 dB/W로 제법 차이가 난다. 이를 그대로 병렬로 연결해 보니 음이 너무 퍼지는 것 같고 탁한 느낌이 들었다. 동일한 유닛을 직/병렬로 연결하는 경우는 가끔 보았지만 이것은 아니다 싶었다.

만약 2인치 풀레인지를 고음 전용으로 쓰겠다면 크로스오버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오디오 등급도 안되는 10 uF 전해콘덴서가 몇 개 있다. 이를 (+ -)...(-..+) 순서로 직렬로 붙여서 무극성으로 만든 뒤(용량은 반으로 줄어든다) 2인치 풀레인지 드라이버의 (+)극에 붙였다. 스피커의 뒷편에는 나무조각을 붙여서 스피커가 서 있을 수 있게 하였다. 만능 접착제인 핫멜트와 글루건을 사용하였다. 처음에는 아크릴을 주문 가공하여 전용 마운트를 만들 생각을 했다가 있는 (폐)자재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트위터에 콘덴서 하나를 달아서 간단한 하이패스 필터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극성이 있는 전해콘덴서를 쓰면 '절대로' 안되나? 그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커패시터 5 uF과 스피커 임피던스 6옴의 직렬회로라면 컷오프 주파수는 5.3 kHz 정도이다(계산은 여기서... 이렇게 계산하는 것이 맞기나 하는 것인지?). 내가 사용한 스피커는 트위터가 절대로 아니고, 정확한 사양도 나와있지 않다. 다만 이 스피커가 너무 저음을 많이 내서 소리를 어지럽히는 것을 막기 위한 용도라고 생각해 두자.


앰프를 연결하여 소리를 들어 보았다. 흠, 그렇게 나쁘지 않다. 3인치 드라이버 단독으로 사용한 것보다 조금 더 섬세한 소리가 난다(2015년 5월 11일 추가한 글: 그러나 현저한 차이는 나지 않는다. 괜히 거추장스럽게 느껴져서 현재는 떼어낸 상태이다). 내가 활동하는 네이버 카페 <스피커 공작>의 고수들이 보면 기가 막혀 할 수준의 구성일 것이다. 정밀하게 계산을 하지도 않았고, 주파수 응답 특성을 측정한 것도 아니며, 좋은 앰프나 소스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고, 예민한 귀를 갖고 있지도 않다. 게다가 유닛은 하나에 5천원 수준이다. 

오늘의 테스트에서는 AIWA의 마이크로 오디오와 야마하 디지털 앰프 보드를 사용하였다. AIWA 앰프에는 베이스 부스트 기능이 있다. 이를 작동시키니 전면 포트가 달린 만든 종이 인클로저 + 3인치 드라이버에서도 꽤 저음이 난다. 풀레인지 드라이버에 복잡한 folded horn 구조의 인클로저를 달아서 저음을 강화하는 것도 의미있는 노력이지만, 앰프쪽에서 저음을 강화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오늘의 작업에서 얻은 추가적인 교훈은, 직경이 3인치보다 작은 드라이버는 이제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꾸밈이 없는 소리를 듣겠다고 풀레인지 스피커를 이용하면서 저음을 보충하기 위해 톤 콘트롤 혹은 베이스 부스트 기능이 있는 앰프를 쓰면 말이 안되는 일일까? 그러면 풀레인지 스피커에서 부족한 저음이 더 나오게 하기 위하여 폴디드 혼 구조의 인클로저를 쓰는 것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제 사무실에서 3 종의 스피커를 갖추고 골라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제대로 된 스피커는 하나도 없다!

2015년 5월 8일 금요일

NCBI SRA(sequence read archive)에 NGS raw data를 밀어넣으며

NGS raw data를 SRA에 등록하여 공개해 놓으면, 이를 다양한 프로그램과 파라미터를 적용하여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논문 출판과 함께 깨끗하게 가공된 최종 데이터만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원본 데이터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NCBI에서 실제로 어떤 규모의 하드웨어 인프라를 갖추고 전세계에서 업로드하는 대용량 시퀀스 데이터를 감당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비용을 요구하지 않으니 매우 고마운 일이다.

처음에는 BioSamples를 생성하고 Experiment, Run을 추가하는 것이 조금 어려웠었다. 오늘 오랜만에 데이터를 업로드하였다. WGS submission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느끼고 있는 것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좀 더 심플해지고 있다. 오늘은 네트워크 속도도 별로 나쁘지 않아서 데이터를 올리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단, 새로운 submission을 생성하고 저장을 누르니 'internal error'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그래서 몇차례 submission을 생성하고 뒤로 돌아가니 똑같은 것이 여러개 생기고 말았다. 이 레벨에서는 지울 수가 없어서 그냥 두었다.

자, 여기서 한가지 변명을 해야 되겠다. 국가연구개발사업에서 생성된 성과물은 전부 등록을 해야 한다. 유전체 시퀀싱 자료와 같은 생명정보는 biodata.kr에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왜 여기에는 등록을 안하고 NCBI에 등록을 하고 있는가?

전에도 이에 대한 문제를 블로그에 올린 적이 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편의성은 NCBI가 더 심플하고 능률적이다. 이것은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는 생명정보를 생성에 관여한 연구과제정보를 어떻게 채워야 하는 것인가에 달려있다. 한국 정부 예산, 즉 국민의 세금으로 산출한 연구성과물을 등록하여 공공성을 확보하고 널리 활용하게 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도대체 이 성과가 어느 과제에서 나온 것인지를 결정하려면 이게 결코 쉽지가 않다. 예를 들어 10년간 여러 과제를 통해서 열심히 연구를 하고 개량을 해 온 유용 균주가 있다고 하자. 그 균주의 경제적 가치가 일단 1억원이라고 하자. 그런데 200만원을 들여서 A과제로 유전체를 읽었다. 그러면 유전체 정보라는 성과물이 있게 만든 과제는 A인가? 아니면 균10년 동안 균주의 연구를 하게 만든 여러개의 과제인가? 현행 시스템에서는 과제 정보를 하나만 넣게 되어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만약 복수의 과제를 연결하게 한다면, 이번에는 각 과제의 비중을 결정하는 문제가 따른다.

평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행동을 심하게 제약하는 문제를 낳는다. 연구자는 현재 진행 중인 과제, 다시 말해서 평가를 앞둔 과제를 사사하고 싶은 경향을 갖고 있다. 당연히 유전체 정보 생성에 기여한 과제를 매우 공정하게 할당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니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NCBI에 등록을 해 버리는 것이다. 최소한 나의 경우는 그러하다. 차라리 이렇게 등록을 한 다음에 연구성과물 관리 전담기관에 Accession을 알리는 것이 더 능률적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NCBI가 데이터 등록에 대한 과금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한 대비는 분명히 필요하다.)

2015년 5월 7일 목요일

자작 스피커 2호기, 이틀만에 드라이버를 바꾸다


자작 2호기 스피커를 제작 후 만 하루 동안 열심히 들었다. 능률이 낮아서 소리가 너무 작고, 저음도 신통치 않다. 2인치 유닛이 별 수 있겠는가. 잠시 책장으로 옮겨 두었다.

이래서는 1호기와 번갈아 가면서 들을 기회가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퇴근 후, 3인치 유닛 CT77SF033으로 바꾸었다. 풀레인지는 아니지만(300~10,000 Hzm 86 dB/W, max 50 W), 구경이 작으니 대충 실용적인 범위의 고음이 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종이로 만든 인클로우저라서 가공은 아주 쉬웠다.


이제야 좀 들어줄만한 소리가 난다. 종이 상자 상태로 영원히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사를 좀 더 한 다음에 목재를 이용한 인클로우저를 만들어 봐야 되겠다. 구멍까지 다 뚫려있는 기성품도 있지만 2호기까지 이렇게 재미없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재단과 타공은 위탁 가공하더라도, 조립과 마감은 손수 해 볼 기회를 갖도록 하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자. 하나에 5천원짜리 드라이버에 불과하다.

2015년 5월 6일 수요일

영화 <어벤져스2>를 보고

영화 <어벤져스2>가 국내 개봉 13일 만에 국내 관객 8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이러한 기세로 간다면 <명량>이 세운 기록(1700만명이었나?)을 깨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촬영지를 우리나라로 선택한 것이 많은 화제를 낳았고 여러가지 뒷말도 많았던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그 뒷말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 현상에 대해서 여러가지 고민하고 생각할 문제들이 많다. 우선 우리나라의 영화 배급 체계가 쉽게 스크린을 독점하여 관객의 쏠림을 '조장'하는데 아주 적합한 구조라는 것이다. 기록을 세우기는 좋으나, 다양성 측면에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 배급사가 미는 영화가 모든 스크린을 가득 채우고 있으니 다른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비판은 <명량>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 영화라서 배급 독점을 통해 관객 기록을 세우는 것은 바람직하고, 외국 영화라서 똑같은 시장 구조 하에서 국내 영화의 관객 기록을 깨는 것은 안된다? 이런 이중 잣대는 곤란하다고 본다. 어쨌든 다른 영화를 보고 싶은 소수(?) 관객의 선택을 막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가족도 <어벤져스2> 관객 수를 +3 하는데 분명히 기여하였다. <명량>에서는 +4였다.

두번째로는 이 영화에서 그려진 한국의 이미지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나 역시 우리나라가 외국인에게 좀 더 발전되고 근사한 나라로 비치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이제 막 벗어나려는 단계에서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태도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부끄럽기도 하다. 우리가 외국에 어떻게 비추어 지는지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우리나라 사람처럼 스스로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이토록 예민한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암울한 역사와 일제 강점기, 참혹한 전쟁 후 짧은 시간 동안 나라를 다시 세우고 압축 성장을 한 것이 자랑스러울 수도 있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어벤져스2>를 보면서 왜 우리나라 수도 서울이 이렇게 우중충하게 보이는지 다소 불편하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욕심일지도 모른다. 홍콩이나 뉴욕의 어둡고 위험한 뒷골목은 영화에서 너무나 자주 접해서 이미 익숙한 상태인데, 영화에 비췬 한국의 모습은 반드시 번듯하고 깨끗해야만 하는가?

물론 다소 우중충해 보이는 서울의 모습이 극의 전개에 반드시 필요한 점은 아니라는 것에서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실제 서울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고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도 옥의 티이다. 천만을 넘는 대도시에서 시민의 일상 생활에 불편을 되도록 줄이는 수준에서 촬영을 하려니 이 정도 선에서 타협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홍보 효과를 지나치게 선전한 주체가 있다면 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 영화를 기획하는 단계에서 촬영지가 입는 부수적인 효과(관광수입 등)를 얼마나 염두에 두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제작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지만, 촬영지를 유치하고 싶은 국가나 지역에서 더 많은 노력을 들이는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한국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고 부수적인 효과를 노리려 했던 주체가 있었다면 그 의도가 이번 영화를 통해 크게 먹힐 것 같지는 않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두바이나 중국의 배경이 관객에게 어필한 것을 생각한다면...

액션 영화로서 그런대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액션 영화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와 개념이 점차 모호해지고, 점차 인간의 내면으로 파고 들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아니, 단지 복잡해지는 것인가? 생물학에서 진화는 곧 복잡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스토리를 짜는 작가 입장에서는 더욱 머리가 아프겠지만.

2015년 5월 1일 금요일

출장과 더불어 남은 것 - 자작 스피커 2호기 완성

1박2일의 서울 출장을 마치고 용산역에서 익산행 KTX를 기다리는 동안 전자부품점에서 몇가지 물건을 구입했다. 2인치 및 3인치 급의 스피커 1조씩을 구입한 것이 핵심이다. 구입처는 전자랜드 본관 광장층에 위치한 유성전자이다. 인터넷에서는 스피커 매니아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곳이다.




아직은 1호기 스피커의 성향을 파악하고 개선할 점을 찾으며 공부를 해야 할 시점인데, 만드는 즐거움을 한번 더 느끼고 싶어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저가형 유닛을 택했다. 둘 다 별도의 트위터 없이 사용 가능한 풀레인지 성향의 스피커이다. 

우선 종이 상자에 2인치 스피커를 넣어 보았다. 정격은 4  W,  최대 7 W이다. 알니코 자석이 쓰였다고 한다. 조그마한 녀석이 제법 짱짱한 소리를 낸다.


저음이 부족함은 당연하다. 흥미로운 것은 같이 구입한 3인치 유닛이 고음부에서 오히려 더 맑고 시원한 고음을 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이다. 2인치 스피커의 능률이 더 낮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인클로우저 재질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테스트용으로 사용한 쌍화탕 상자로는 당연히 유닛을 평가하기 어렵다. 부밍은 없지만 통 전체에서 소리가 난다. 좀 더 두터운 재료를 써서 2차 테스트를 거쳐 보아야 하겠다.

[2015년 5월 6일 추가 작성]

주말과 휴가, 그리고 어린이날 휴일을 맞아서 홍삼톤 상자와 1T 하드보드지를 이용하여 책상위 음악감상을 위한 2호기를 만들었다. 만들어 나가는 과정을 기록한 사진을 아래에 싣는다. 다 만들고 나서 소스와 앰프를 연결하여 듣고 있다. 딱 드는 느낌은... <내가 왜 이걸 만들었을까>이다. 유닛의 음압이 낮아서 볼륨도 많이 올려야 하고 소리는 딱 옛날 라디오 스타일이다. 앞으로도 공부를 해야 할 일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소박한 프로젝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