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7일 화요일

연말에 밀려드는 숙제와 더불어 휩쓸려 날아갈 것만 같은...

기업에 근무하면서 연말 마감 전에 실적을 채우기 위해 몸을 갈아 넣는(?) 사람에 비교한다면 감히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엄살에 지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불평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엄살도 자유라고 생각한다면.

하필이면 바쁜 연말을 맞아서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는 '숙제'를 해 내라고 왜 이렇게 이렇게 사람을 떠미는지... 여러명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서로 논의하면서 큰 그림을 그려내도록 해도 부족한데, 며칠 시간을 주지도 않은 채 공문이나 이메일로 온갖 지시와 부탁이 내려온다. 이런 숙제를 하면서 조직 내에 '빌런(villain)'이 눈에 뜨이지 않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그러면 조직 외에 빌런이 있음을 고백하는 것인가? 특별히 그런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반드시 빌런 개인만 유발하지는 않는다. 내가 좌우할 수 없는 업무 추진 방식 또는 문화가 썩 마음에 들지 않다는 뜻이다.

머릿수만 채우는 회의, 또는 회의 개최 자체가 목적이자 성과인 회의(또는 행사),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은 안건, 제출 자체가 목적인 문서, 무의미한 평가와 줄세우기... 글로 남기기는 조심스러우나 상을 받을 만한 사람을 추천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추천서와 근거 자료를 만드는 숙제가 따른다. 한국 사회에서 추천서는 누가 쓰나요? 성사되지 않으면, 추천한 살람이 미안해진다. 그래도 준비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다고 하니 정말 고마운 노릇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교류와 소통을 위한 행사를 하는 것도 좋지만, 가뜩이나 바쁜 시기에 이렇게 몰아서 숙제처럼 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최근 2년 동안 외부에 파견 근무를 나가 있었기에 내부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실행이라는 '디테일'이 부담스러우면 곤란하다. 

요즘의 내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2013년도에 찍은 사진을 찾아내고 싶어졌다. 쓰레기와 함께 나 자신이 거대한 빗자루에 휩쓸려 날아가는 것만 같다.

덴버, 콜로라도, 미국(2013년).


'왜 이렇게 급하게 일을 처리하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지?'

'왜 이런 일을 나에게(또는 우리에게) 시키는 거지?'

더 이상 이런 반론을 제기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데아)은 현실에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차라리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이러한 어려운 상황(위기?)에서도 '윗사람'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면서 존재감을 인정받으며 한 계단씩 지위를 올려 나가고(성장?) 있을 것이다. 때로는 점진적인 성장이 아니라 quantum leap를 하겠지.

갑자기 어느 커뮤니티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위기"를 거꾸로 해 보세요.

"기위?"...

아무 말도 안 됩니다. 탈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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