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5일 화요일

볼루미오(Volumio) 되살리기

라즈베리 파이 3B에 설치한 볼루미오는 Wi-Fi를 통한 시스템 업데이트 후 종종 휴대폰으로 제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 휴대폰 앱에서 갑자기 기기가 보이지 않게 되니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 그러면 랜 케이블과 HDMI 모니터 및 키보드를 연결하여 직접 시스템으로 로그인하여 해결할 때도 있고, 마이크로SD카드에 이미지를 새로 구워서 재설치를 하는 일도 있었다. 대략 1년 반에서 2년 주기로 벌어지는 일이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재설치는 2012년 12월 21일이다. 이에 대한 글을 소개해 둔다.

갑자기 작동 불능 상태가 된 볼루미오(Volumio) - 단순 재설치 또는 모니터 장착?

이때 구입했던 카드 리더기는 어디로 갔을까?

몇달 전에 볼루미오 업데이트를 했다가 또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대로 방치해 두다가 오늘은 일단 랜 케이블을 꽂아 보기로 했다. 모니터나 키보드는 연결하지 않았다.




전원을 넣고 조금 기다리니 휴대폰 앱에서 내 볼루미오가 보이고 업데이트를 실시하라고 한다. 언어 설정, 오디오 출력기기 설정, Wi-Fi 설정 등을 마치고 USB 드라이브를 다시 꽂아서 라이브러리를 동기화하였다. 전원을 내리고 랜 케이블을 뽑은 뒤 오디오 앰프에 연결한 다음 다시 전원을 넣었다. 이제는 Wi-Fi를 통해 동작하게 된다.

시스템 버전 3.819.

Personal Radio 플러그인을 재설치하여 테스트를 해 보았다. 이번에도 목록에 버젓이 포함되어 있는 KBS 라디오는 재생이 되지 않는다. 대략 작년부터 그렇게 된 것 같다. Linn이나 MBC, SBS는 잘 되는데 왜 KBS만? 아마도 KBS는 KONG 서비스에 주력하면서 볼루미오에서 들을 수 있는 라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한한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을 뒤져도 이 문제나 해결책을 논하는 글이 없다. 다들 이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인지, 또는 나만 검색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인지?


나는 온라인으로 음원을 사거나 구독하는 데에는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 아주 드물게 알라딘에서 중고 CD를 구입하는 정도이고 대부분의 음악 감상은 튜너(물론 안테나를 통해 수신함)와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유튜브를 사용하는 정도이다. 가끔은 월 일정액을 지급하고 보다 풍성한 음악을 즐기는 것을 상상해 보지만, 귀에다 이어폰을 꽂고 돌아다니지는 않는 성격이라서 아직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고 있다.

볼루미오에서 플러그인을 통해 유튜브를 사용하는 방법은 매번 새롭다. 다음의 세 가지 플러그인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매번 어렴풋하게 이해하다가 또 잊어버리고 만다.

  • YouTube2
  • YouTube Cast Receiver
  • YouTube Music

이번에는 공부를 좀 해 두어야 되겠다.



2025년 7월 14일 월요일

과연 달리기를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일까?

작년 8월부터 시작한 달리기가 이번달로 꼭 12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이틀에 한번 꼴로 달리기를 한다는 규칙은 장기간의 출장이나 아주 나쁜 날씨가 아니라면 늘 지키고 있다. 어젯밤에도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7.21km를 달렸으니 말이다. 달린 시간은 48분이다.



기록은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다. 몇 달 연습하면 6분 이내의 페이스를 쉽게 달성할 것이라 믿었었다. 그러나 지난 4월과 5월에 평균 페이스 6분 15초를 찍은 뒤 지금은 더 나빠져서 6분 40초대가 되었다. 30분을 지속적으로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자는 결심으로 1년 전에 달리기를 시작할 때에는 페이스나 거리에는 일절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약간의 자신감이 생기면서 6분 미만 페이스라는 나름대로의 목표를 세워 보았지만 현재의 훈련 수준으로는 언제 달성하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약간 느리게 달렸더니 숨이 덜 차고 더 먼 거리를 뛸 수는 있다. 그러나 '30분에 5km'라는 내 나름대로의 초보 기준을 넘어서는 데에는 아직 부족하다. 아마 이틀에 한번 뛰는 것 외에 별도의 근력운동, 특히 하체 운동을 하지 않기에 이런 상태로 머물고 있는 것 같다. 요즘은 심박수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다. 블루투스 이어셋도 없이 그냥 휴대폰을 들고 뛴다. 

심리적 마지노선은 평균 페이스를 6분 30초 근처로 유지하지는 수준까지 후퇴한 것 같다. 7분을 넘어가면 '달리기'가 아니라 '조깅'이라는데... 

비록 기대치보다는 느리게 달린다 해도 운동을 전혀 하지 않던 삶과는 다른 건강 상태에 있을 것이고, 1년을 꼭 채운 지금 무릎에 별다른 고통이 느껴지지 않으니 나의 달리기가 결코 내 나이와 신체 상태를 감안하여 큰 무리를 주는 수준은 아니라는 확신이 든다. 현 상태로부터 탈출하겠다는 욕심을 내지 않고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는 한 몇년이고 꾸준히 이 운동을 지속할 수만 있어도 내 인생에서 결코 손해는 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과거보다 더 나아지고 싶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수는 없다. 런데이 앱에서는 몇 개의 훈련 프로그램이 내 구미를 자극한다.

"10K 1시간 목표 플랜"(GONA의 10K 5959런, 유료)

"50분 달리기 도전"

도전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지금도 밤이 되면 쏟아지는 졸음을 주체하기 어려운데 말이다.

2025년 7월 13일 일요일

문학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글의 제목에서 '문학'을 '도서'나 '출판 산업'으로 바꾸어도 거의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의 자리를 대신할 문화적 대체제가 요즘은 많이 늘어났다. 음악이 그렇고, 영화가 그러하다. 휴대폰 속 세상에서 도파민을 뿜어내게 만드는 짧은 영상도 마찬가지이다.

앙투완 콩파뇽『문학의 쓸모』


대부분의 인간 활동은 서사적·시적 차원을 지닐 수 밖에 없다(212쪽)....서사적·시적 능력이 프로와 아마추어를 막론하고 모든 분야에서 수행 능력을 향상해준다는... 독서가 빗장이니 그들에게 책을 읽히고, 이야기 예술의 보편성을, 그 편재성을 깨우쳐주자. 셈만 알고 이야기를 할 줄 모른다면 아무것도 전달할 수 없고, 아무것도 설득할 수 없으니 말이다(213쪽).

유발 하라리가 말했듯이, 인간은 언어를 발명하면서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또 이것에 크게 의존하게 되었다. 그것이 종교나 이데올로기로 형상화되기도 했으나, 쉽게 표현하자면 핵심은 바로 '이야기'이다. 길게 이어지면 소설이 되고, 운율을 갖추면 시가 된다. 인간이 언어를 버리겠다고 다짐하지 않는 이상, 문학이 사라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아쉽지만 문학은 창작자에게 살아있는 동안 직접적인 경제적 풍요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후에나 작품이 재평가가 되어 수십년, 아니 백년이 넘도록 지속해서 읽히고 팔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로 아쉬울 것은 없다. 세상을 놀라게 할 작품이 매년 꾸준히 나오지는 않겠지만, 늘 즐겁게 읽을 거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은 사회 전체 모든 분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마치 통계학이 모든 학문에서 도구가 되고 있듯이. 문학으로 접근하는 첫 번째 진입 장벽은 끈기 있게 책을 읽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휴대폰을 통해 소비되는 숏폼 영상이 독서에 대한 장벽을 쌓는다. 이것은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 

나는 어떠한가? 요즘 들어서 두 주마다 규칙적으로 도서관을 들락거리기는 하지만, 문학 서적은 거의 빌리지 않는다. 가급적 소설책 한 권을 꼭 끼워 넣으려고 애를 쓰지만 잘 되지 않는다. 특히 배경 지식이 많이 필요한 국외 소설은 더욱 그러하다. 고전 소설부터 도전해 봐야 할 것이다. 이는 청소년 시절에 책을 별로 읽지 않았다는 부끄러운 고백이다.

『문학의 쓸모』는 조치원1927아트센터(인스타그램)에 위치한 브런치 카페 <헤이다>에서 읽었다. 







2025년 7월 11일 금요일

설계가 다 끝난 줄 알았지? 그것도 완벽하게!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현실의 쓴 맛을 보기 전까지는.

부끄러운 설계도라서 블러 처리를 하였다. Fritzing으로 그렸다. 


이만하면 잘 마무리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필요한 부품 주문을 하였는데... 결제까지 다 마치고 났더니 불필요한 크림프 터미널을 주문한 것을 깨달았다. 한림 CT0640 터미널과 여기에 맞는 하우징 및 헤더를 쓰기로 결정했는데, 연호 YST025 터미널을 20개 따로 주문한 것이다. 단가는 10원에 불과하니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파워 서플라이로부터 나오는 전원선에 연호 8핀 커넥터가 딸려 있어서 보드쪽에 장착할 헤더(SMW250-08 Wafer)만 구입하면 되는데 착각을 하여 같은 회사의 크림프 터미널까지 주문하였다.



참고할 글: 세상의 모든 커넥터(6월 21일에 작성하였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계속 수정 중)

어차피 터미널 압착을 위한 공구를 구입해 놓았으니 연습은 필요하다. 여분의 터미널이 많으면 그만큼 익숙해질 것이다. 

일반적인 핀 헤더에 몰렉스 5051용 터미널을 꽂아도 상관은 없다. 단, 핀의 수가 많아지면 피치에 따른 오차가 점점 커지니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몰렉스 5051, 한림 CT0640, 연호 YST025 크림프 터미널은 서로 다른 하우징에 바꾸어서 끼워도 되나? 헤더(웨이퍼)쪽 체결에는 문제가 없을까?

몰렉스 5051과 한림 CT0640은 서로 바꾸어서 써도 무방하다. 모양이 매우 다른 연호 YST025는 다른 회사의 하우징에 맞을까? 전도체의 체결 부위는 다르지만 하우징에 들어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도 같다. 이번에 실수로 20개를 구매했으니 끼워 보면 정답을 알게 될 것이다. 

가장 왼쪽의 것은 5159 터미널이다. 중간쯤에 갈빗대처럼 돌출한 부위가 있다는 점이 기존의 5051용 터미널인 2759와 다른 점 같다. 그래서 하우징 내에서 견고하게 있을 수 있다고 한다.

Molex의 5051은 커넥터 하우징에만 쓰는 시리즈 번호인가, 또는 특정 커넥터 시스템을 일컫는 것인가? 정말이지 별별 것을 다 공부하고 있다.

2025년 7월 10일 목요일

Fritzing 가지고 놀기

(ChatGPT의 대답) Fritzing전자 회로 설계와 프로토타입 제작을 돕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입니다. 주로 전자 DIY, 아두이노 프로젝트, 메이커 교육 등에서 많이 활용됩니다.

아두이노 나노를 이용한 MIDI 컨트롤러를 만들기 위해 Fritzing을 다운로드하여 설치한 뒤 만능기판(perfboard)를 펼쳐놓고 연습을 하는 중이다. 흔히 무료라고 알려져 있으나 나는 최신 버전을 다운로드하기 위해 8 유로를 기부하였다. 

대충 만든 첫 작품. 아직 미완성이고 분기 처리도 엉망이다.

브레드보드를 기준으로 부품 배치 및 배선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으로 설계가 되어서 그런지 만능기판은 다루기가 제법 까다롭다. 부품 리드를 1:1로 잇는 것은 그런대로 잘 된다. 아니다, 그렇지만도 않다. 기판 위에 부품을 올린 뒤 마우스 포인터를 부품에 가져가면 닿는 위치에 따라서 부품이 하이라이트되는 방식이 몇 가지로 바뀐다. 부품 전체를 검정색 점선이 둘러싸기도 하고, 부품 전체가 어두워지기도 하며, 리드 끝점의 색깔이 최소한 두 가지로 바뀌기도 한다. 각 상태에 따라서 마우스 드래그의 동작이 달라지므로 아주 조심해야 한다. 위치 이동, 배선, 리드 길이 변경 등.

이것도 쉽지 않은데, 한 포인트에서 전기적 접속을 이루면서 여러 곳으로 분기하게 만드는 것이 어렵다. 원래 그렇다고 한다! 시각적으로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 수는 있지만, Frtizing 안에서는 실제 연결된 것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다음의 예를 보자. 

수직으로 뻗은 짧은 노란색 와이어의 위 아래 끝점이 주황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는 실제 연결이 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인쇄를 해서 회로를 실제로 꾸미는 데 가이드로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런 상태로는 Fritzing 안에서 이를 회로도나 PCB로 전환하는 것은 곤란하다. ChatGPT에 의하면 부품('Core Parts') 중에서 solder point나 pad를 찾아서 이용하라고 한다. 말은 쉬운데 이런 부품이 목록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약간 다른 모양의 것을 불러다 놓은 다음 핀 수를 줄인다든지 하는 방법을 택해야 하는 것 같다.

시작이 잘못되었다! 브레드보드에서 먼저 부품 배치와 와이어링을 마친 뒤, 회로도로 전환하여 점검한 다음에 만능기판으로 넘어가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Fritzing이 만들어진 근본 취지를 생각하면 이런 순서로 접근하는 것이 백번 옳다. 다음번 프로젝트에서는 이러한 권장 방법을 쓰도록 하고, 이번에는 만능기판으로 시작했으니 일단 끝을 보련다. 회로 점검은 오직 눈으로 하는 수밖에는...


2025년 7월 6일 일요일

[EZ Ardule MIDI controller] 마이크로SD카드에 담긴 MIDI 파일의 단순 재생부터 시작해 보다

시작은 무식(?)과의 싸움, 그리고 다음으로는 제한된 메모리와 싸움...

기본부터 공부하지 않은 상태로 챗GPT에게 물어 가면서 안일하게 자작을 해 나가려고 생각한 것이 잘못된 선택일지도 모른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한 OLEVO라는 브랜드의 32G 마이크로SD카드가 제대로 인식조차 되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아두이노 우노에서 마이크로SD카드를 점검하고 있다.

무난한 SanDisk 제품을 사러 다이소에 다녀오는 길.

라이브러리에 딸린 유용한 예제는 무시한 채로 챗GPT에게 모든 것을 물어 보는 것도 옳지 않은 자세였다. 카드 인식이라든가 카드에 수록된 MIDI 파일을 재생하는 코드는 이미 라이브러리에 딸려 온 예제 코드로 충분하게 구현 가능하였다. 다음은 예제 코드를 이용하여 카드 인식을 테스트한 결과이다. 시리얼 모니터로 나온 출력을 복사하였다.

Initializing SD card...Wiring is correct and a card is present.

Card type:         SDHC
Clusters:          973584
Blocks x Cluster:  64
Total Blocks:      62309376

Volume type is:    FAT32
Volume size (KB):  31154688
Volume size (MB):  30424
Volume size (GB):  29.71

Initializing SD card...Wiring is correct and a card is present.

Card type:         SDHC
Clusters:          973584
Blocks x Cluster:  64
Total Blocks:      62309376

Volume type is:    FAT32
Volume size (KB):  31154688
Volume size (MB):  30424
Volume size (GB):  29.71
SYSTEM~1/     2025-07-06 12:23:42
  WPSETT~1.DAT  2025-07-06 12:23:42 12
  INDEXE~1      2025-07-06 12:23:44 76
PASSPORT.MID  2025-04-13 15:58:20 23165
CANYON.MID    2025-02-20 20:12:18 33876
FLOURI~1.MID  2025-07-05 19:08:44 24253
NORMAL~1.MID  2025-05-06 20:07:26 33282

프로토타입 구현 방법도 고민거리였다. 아두이노 나노를 브레드보드에 꽂은 뒤 모든 것을 점퍼선으로 연결하는 전형적인 방법을 쓰려 하다가 위 사진과 같은 기이한 형태를 취하기로 했다. 중간에 분기할 필요가 없다면, 아두이노 나노의 핀과 부품의 핀을 female-to-female 점퍼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접속을 보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버튼, 로터리 인코더 및 LED 등의 부품이 추가되면 연결 상태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컴퓨터에서 USB 케이블로 전원을 공급하면 SAM9703 출력으로 잡음이 들린다. 이것은 나중에 최종 작품을 만들 때에는 반주기의 SMPS에서 전원을 따로 연결하면 해결될 것이다.

아직도 연결할 부품이 하나 가득... 

긴 브레드보드 하나에 모든 부품을 꽂으려던 계획은 실현 불가능. 버튼 스위치의 GND 연결은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차라리 만능기판에 납땜을 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최종판에서는 패널에 구멍을 뚫고 고정하는 제법 큰 크기의 버튼 스위치를 쓰려고 구입해 놓은 상태이다. 

오늘은 마이크로SD카드에 저장한 type 0 MIDI 파일을 순차적으로 재생하는 아주 단순한 기능부터 구현하였다. 파일 목록과 순서는 코드 내에 지정해 두었고, 메모리 부족 때문에 LCD 표시도 16x2로 제한하였다. 버튼, LED, 로터리 인코더 등의 입출력 장치는 아직 하나도 연결하지 않은 단순한 상태이니, 기획했던 기능을 전부 구현하려면 2KB의 내장 메모리로는 턱도 없이 부족할 것이다.

7월 중에 프로토타입을 완성해 보리라.


2025년 7월 5일 토요일

METEX 함수발생기(function generator)의 폭발한 필름 커패시터를 교체하다

지난 5월 하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한 초저가 오실로스코프를 테스트하는 도중 낡은 함수발생기(MXG-9802) 내부의 커패시터가 폭발한 일이 있다. 흔히 겪는 전원부의 대용량 전해 커패시터가 아니라 X2 안전 커패시터가 터진 것이었다.

윗면에 0.1uF X2라고 인쇄된 것이 문제의 부품. 왼쪽에 두꺼운 리드가 삐져나온 것이 보인다. 

SCO2 오실로스코프를 테스트하다 함수발생기에서 폭발 사고를 겪다

이 작은 사건은 30년이 넘는 전자기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큰 충격을 주었다. 계속 유지 보수를 해 나가면서 낡은 기기를 소유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항상 새롭고 건강한 상태의 물건을 사들이고 낡은 것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처분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올해 상반기는 낡은 신시사이저(KORG X2)를 잡음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꽤 많은 자가 수리를 한 터라 마음이 계속 편하지 않았다. 안전 커패시터와 신시사이저 모두 X2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간다. 묘한 우연의 일치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주문한 X2 안전 커패시터 10개 들이 묶음을 다른 부품과 함께 받았다. 함수발생기를 분해하면서 오래 되어 탄성이 없어진 이동 손잡이 겸 스탠드는 부서져 버렸고, 다리 또한 다시 사용하기 곤란한 상태가 되었다. 다음 사진과 같은 다리를 구해다가 달아야 되겠다.



챗GPT에게 물어보니 폭발한 RIFA PME271M 커패시터의 내부 물질에는 특별히 해로운 것은 없다고 한다. 빈티지 부품의 경우 유해한 PCB(폴리염화비페닐)이 포함된 경우가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오염된 주변부를 닦아내고 새 커패시터로 교체하였다. 같은 용도로 사용하는 동일 용량의 안전 커패시터인데 크기는 훨씬 작았다. X2 커패시터는 자기회복 기능이 있어서 내부에서 절연 파괴가 발생해도 손상된 부위를 스스로 절연 상태로 복구한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기능이다.

커넥터가 적재적소에 쓰여서 문제가 발생한 보드만 꺼내기가 매우 수월하였다. 



케이스를 닫기 전에 내부 전체를 사진으로 찍어 보았다.


과연 전원부의 안전 커패시터를 교체한 것만으로 함수 발생기가 제 기능을 되찾을 것인가? 


수리는 성공적이었다. 정상적인 파형이 발생하였으며, 조정에 따라서 잘 변화한다. 다만 10X 단위로 주파수를 바꾸는 누름 스위치의 걸림이 일부 스위치에서 원활하지 않아서 아주 기술적으로 눌러야만 고정이 된다. 이는 참을 수 있는 수준이다.

오늘의 수리를 통해서 낡은 전자제품을 '반려'용으로 계속 손보아 가면서 쓰는 일에 아주 조금의 자신감을 더하기로 하였다. 취미의 세계에서 쓸데없는 경험이란 없는 것이다. X2 안전 커패시터와 함께 구입한 자잘한 부품들은 MIDI 컨트롤러 자작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2025년 7월 3일 목요일

국가 바이오 데이터 스테이션(K-BDS)에 다소 엉뚱해 보이는 자료 등록하기

일을 하다 보면 데이터관리계획(Data Management Plan, DMP)의 사전 작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데이터가 생기기도 한다. 국내 생명과학 연구 분야에서 과제 신청 시 DMP를 제출하고 이에 따라서 K-BDS에 연구 데이터를 등록하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만들어진 데이터는 아마도 제도 시행 이후보다 더 많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던 2021년, 이를 진단하기 위한 작은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한 일이 있다. 되도록 다양한 변이체를 검출하기 위하여 알려진 SARS-CoV-2 유전체를 전부 받아서 다중서열정렬을 한 다음, 보존 서열(conserved sequence)의 영역을 추출하였다. 2021년 여름이에 데이터를 다운로드하여 분석 작업에 착수하였고, 논문으로 출판된 것은 이듬해였다. 나는 원본 염기서열 데이터와 중간 단계의 데이터(trimming & dereplication), 그리고 다중서열정렬(MSA) 결과 파일까지를 K-BDS의 기타('GeNA') 항목으로 등록해 보려고 한다.

NCBI의 SARS-CoV-2 Data Hub에는 오늘 기준으로 확인해 보니 9백만 건이 넘는 유전체 염기서열이 등록되어 있다. 내가 2021년에 데이터를 수집할 때에는 등록 기간(2021.12.31.~2021.07.01.), full length 여부 등의 필터를 적용하여 218,799건의 염기서열을 선택했었다. 더불어 GISAID(Global Initiative for Sharing All Influenza Data,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에서는 한국에서 유래한 유전체 정보 4,931개를 다운로드하였다. 두 종류의 데이터 저장소는 무료로 접근하여 데이터를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지만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다. NCBI는 open access이고 GISAID는 free access로서 후자의 경우 사용에 대한 제한이 좀 더 많다. 다음 슬라이드를 보라.


자료 출처: 내가 직접 만든 발표용 슬라이드.


GISAID의 자료를 연구에 활용한 뒤 이를 논문에 발표할 때에는 정보 제공자에 대한 크레딧을 반드시 표시해야 한다. 환자가 아니라 이 유전체 정보를 등록한 연구자를 말한다. 따라서 약 5천 건의 유전체에 대한 감사의 글은 PDF 문서로 무려 8쪽에 이른다! 반면 NCBI의 자료는 특별히 그럴 필요가 없고, 내려받았던 원본 자료를 그대로 다른 곳에 올려도(물론 accession number는 표기해야 될 것이지만) 상관이 없다.

따라서 등록하고 싶은 자료에서 GISAID 유래 염기서열은 전부 빼야 한다. 사용했던 accession number라도 공개하고 싶었으나 ChatGPT에 물어보니 그것도 곤란하다고 한다. 대량(수천 건)의 accession number를 공개하는 것은 Terms of Use의 위배 사항이란다. 단, 데이터를 다운로드하면서 자동 생성되었던 감사의 글 형태로 공개하는 것은 괜찮은 것 같다.

어쨌든 데이터 뭉치에서 GISAID의 것을 제외하려니 이게 생각만큼 간단하지가 않다. 중간에 dereplication을 거치면서 어떤 서열들은 하나의 클러스터로 뭉쳤다. 예를 들어 NCBI의 서열 하나와 GISAID 서열 하나가 완전히 동일하여 하나의 클러스터가 되었다고 하자. 물론 host는 다를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특별히 손을 대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GISAID의 것으로만 이루어진 cluster라면 재배포 금지 원칙에 따라 이를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2021년 분석 당시에 UC file을 만들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Dereplicated sequence가 모인 FASTA 파일의 sequence description 항목에 cluster size를 기록하게는 만들었지만(dP: >MZ706206.1;size=10), 어떤 서열이 모였는지는 따로 파일로 기록하게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번거롭지만 데이터 정리 후 VSEARCH를 다시 돌려야 한다! 실은 22만개 가까운 바이러스 게놈 서열이라 해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 vsearch --derep_fulllength Korea_plus_Delta.trimmed --uc cluster --output derep.fa --sizeout
vsearch v2.21.1_linu  x_x86_64, 125.7GB RAM, 32 cores
https://github.com/tognes/vsearch

Dereplicating file Korea_plus_Delta.trimmed 100%  
339644176 nt in 11552 seqs, min 29097, max 29796, avg 29401
Sorting 100%
8530 unique sequences, avg cluster 1.4, median 1, max 205
Writing FASTA output file 100% 
Writing uc file, first part 100% 
Writing uc file, second part 100% 

K-BDS에 등록하기 위해 데이터를 재가공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GISAID의 것을 제외하여 데이터셋을 다시 만든 뒤, dereplication과 MSA를 다시 실행해서 올려야 되겠다. README 파일에 구구절절한 설명(변명?)을 올리는 수밖에는...

2025년 6월 30일 월요일

2004 I2C LCD에 처음으로 글씨를 표시하다

오늘 한 것이라고는 점퍼선 네 개 연결하고 실습용 코드를 돌린 것이 전부이다.  아두이노 나노에 인쇄된 핀 번호 글씨가 너무 작아서 휴대폰 카메라를 작동시고 화면을 확대해 가면서 점퍼선을 꽂았다.

몇 차례에 걸쳐서 필요한 부품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하였는데, 또 실수로 로터리 엔코더를 빼먹었다. 본격적으로 MIDI controller의 제작에 착수하게 되면 납땜과 케이스 가공으로 한바탕 생쇼를 치르게 될 것이다. 차라리 브레드보드에 점퍼를 꽂을 때가 편하면 편했지...

LCD의 한 줄을 이용하여 LED 표시를 대신하고자 하였으나, 응답속도가 느려서 보기에 불편하다. 74HC595 시프트 레지스터를 이용해야 될 것이다. 아무리 철저히 계획을 해도 그보다 몇 배는 더 예기치 못한 고생을 하게 될 것이다. 감수하자!

AI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 것인가, 또는 AI를 활용하는 삶을 살 것인가?

OpenAI의 CEO인 Sam Altman이 X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ChatGPT에게 'please'나 'thank you'와 같은 말을 하지 말라고. 이는 단지 컴퓨팅 비용을 증가시킬 뿐이기 때문이므로.

출처: ndtvprofit.com


나는 ChatGPT와 대화할 때 비교적 예의를 갖추어서 완성된 형태의 문장으로 질문을 던지기 위해 애쓰는 편이다. 우리가 인간과 대화할 때 단지 정보만을 담고 있는 최소한의 것만을 말하나? 그렇지 않다. ChatGPT는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군더더기' 낱말과 분위기, 심지어 시각으로 전달되는 효과까지 전부 최선의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하다. 문자보다는 음성, 음성보다는 직접 대면을 통한 대화가 더욱 낫다고 느끼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비록 대화할 상대를 찾아가는 데에는 에너지가 들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연스러운 인간의 언어와 유사한 형태로 대화할 때, ChatGPT도 가장 정확한 대답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위 그림을 가지고 온 ndtvprofit.com의 원문 기사 "Is Saying ‘Please,’ ‘Thank You’ To ChatGPT Worth It, Despite Sam Altman’s Claims They Cost Millions?"에서도 비록 이런 방식으로 질문을 하면 추가적인 토큰을 발생시켜 그 처리를 위해 더 많은 비용(전기 및 냉각 등)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중한 표현이 AI 응답의 품질과 톤을 향상시킨다고 하였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AI와 대화할 때 정중한 표현을 즐겨 쓰고 있으며, 더 나은 응답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커뮤니티에서 잦은 소통을 하기 위해 짧은 표현을 하다 보니 소위 '음슴체'가 유행하는 것처럼, 이제는 GPU에게 맞춤형 질문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까지 갈고 닦아야 하는가? 문득 인간은 좋은 '데이터'를 생산하거나 선별하여 AI에게 학습용으로 제공하고, 이를 돌릴 전기와 냉각설비를 돌리기 위해 일하는 위치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영국에서 열린 제38차 International Nuclotide Sequence Database Collaboration 정례 회의에 다녀온 동료가 작성한 자료를 보았다. 각 기관이 AI를 도입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이번 회의에서 공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입장인가?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AI를 어떻게 잘 이용해 볼까'가 아니라 'AI 학습에 더욱 알맞은 양질의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어 (심지어 국가적 차원에서 무상으로) 제공할까'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데이터가 AI에게 학습 자료로 주어지면 결과적으로는 사용자에게 이득을 주겠지만, 여기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하는 것은 플랫폼 제공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ChatGPT가 그려 준 그림.


원래 빅 데이터란 지저분한 것도 적당히 섞여 있어야 한다. 신약 개발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성공한 데이터만 모아서는 AI가 완벽한 학습을 하기 어렵다고 최근의 강연에서 들은 기억이 난다. 

최근 로런스 레시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제4회 사람과디지털포럼에서 '인공지능과 민주주의: 새로운 위협과 우리의 선택'을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관련 한겨레 기사 링크). 그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를 설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인공지능 시스템, 특히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빅테크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목표하는 "참여 기반 비즈니스 모델"은 사람들의 주의력을 조작하고 극단적인 게시물에 더욱 노출되게 만든다고 하였다.

인공지능은 이용자가 좋아하는 제품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선호를 바꾸는 작업을 통해 이용자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마치 자기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세상이 가득 차 있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급진적 사고의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 6개월 동안 한국 사회의 시민들은 이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는가. 그는 참여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이길 방법이 없다고 하였다. 

GPU를 먹여 살려야 하니 일반 시민들은 전기를 좀 덜 쓰자는 캠페인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AI는 인간에게 봉사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도대체 어느 수준까지 발전하게 될지 상상하는 것 조차 어렵다. 거기다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과연 우리가 위험에 직면할 것을 알게 되어 스스로 스위치를 내릴 수 있을까? 당장은 재미와 업무 효율을 위해 AI를 이용하겠지만, 그것이 사회를 얼마나 바꾸게 될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곤란할 것이다.


2025년 6월 27일 금요일

쉬지 않고 10km를 달렸다

하루에 두 차례 나누어서 5km를 달린 적은 있었다. 아마 작년이었을 것이다. 요즘 들어서는 잦은 출장으로 저녁 달리기를 하기가 곤란하였고, 장마에 접어들면서 뛰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기록도 별로 나아지질 않는다. 

그래서 페이스는 염두에 두지 않고 10km 달리기에 도전하였다. 평균 페이스는 7분 이내를 달성한다는 생각으로 뛰었다. 그랬더니 뛰어 지기는 하였다. 페이스는 6분 49초. 

뛰는 동안 본의 아니게 몇 마리의 날벌레를 섭취하였다. 





전혀 운동을 하지 않은 내 나이의 남성이 한번에 10km를 뛰겠다고 목표를 삼으면 3~4개월 훈련하면 된다고 챗GPT는 말하였다. 나는 이것을 달리기 입문 11개월차가 다 끝나가는 시점에 달성하였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6~7km를 뛰게 되면서 그 이상으로 거리를 늘리려는 시도를 별로 하지 않았다. 아주 드물게 8km를 뛰었을 뿐이다. 

하루가 지난 지금, 특별히 뻐근하거나 당기는 곳은 없다. 과신은 절대 금물이겠지만, 아직 무릎 관절에서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7월 중에 종합건강검진을 받을 예정이니 과연 11개월 동안의 운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지 매우 궁금하다. 

 


2025년 6월 25일 수요일

세상의 모든 커넥터

페놀 수지로 만든 만능기판은 아직도 나를 월간지 『라디오와 모형』을 탐독하던 1980년대 초반 중학생 시절로 데려가서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늘 용돈이 궁했던 나는 이 잡지를 사서 모으지는 못했다. 동네 형이 주었던 세 권의 책 - 두 권의 『라디오와 모형』,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516회로집』(419회로집 또는 815회로집이었나?) - 을 표지가 닳도록 보았던 기억이 난다. 어쩌다가 세운상가 또는 근처 장사동 전자부품상가에 가 보면 제작기사와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서 발간되는 잡지를 거의 그대로 베껴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정말로 귀중한 정보의 보고였다. 오디오퍼브의 글 편집인 김병진, 수많은 학생들의 미래를 바꾼 사람을 소개해 둔다. 

부품을 올리고 납땜울 하기 전의 만능기판(perfboard)은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구멍 사이의 간격, 즉 피치는 0.1인치 = 2.54mm로서 IC의 다리 간격과 같다.


한 장의 만능기판으로 만든 자작 회로가 모든 것을 다 갖추어서 완벽하게 동작하는 일은 별로 없다. 전원이나 스위치 또는 디스플레이 등 기판 외부에 자리잡은 부품과 어떤 방식으로든 전기적 접속을 이루어야 하며, 유지 보수 등을 위해 종종 연결을 끊었다가 다시 이어야 한다. 이 기능을 하는 부품을 통틀어서 커넥터(connector)라고 부른다. 영구적인 접속을 원한다면 납땜으로 이어버리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커넥터를 쓰는 이유는 정확하게 끼우고(핀이 많으면 이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필요할 때에는 힘들이지 않고 쉽게 빼도록 하면서도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함부로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빼는 방법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무리하게 빼다가 커넥터를 망가뜨리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오디오퍼브에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글을 인용해 본다(Molex와 연호전자).

커넥터 내지 커넥터 구성 부품의 가격이 싸다고 해서 무시하면 안 되는데… 빈티지 오디오와 기타 전자장치에서 모든 근심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무릇 좋은 커넥터는, 1) 특수 원소를 집어 넣든 특수 코팅을 하든, 알아서 잘 만들어서 절대로 접점불량이 없어야 하고, 2) 쉽게 빠지지 않아야 하고, 2) 빼려고 할 때는 무조건 쉽게 뺄 수 있어야 한다.

가만히 생각하면, 세상이 그런 모순이 따로 없음. 기술적으로는 대단히 어려운 산업 분야. 그러니까 사소해 보여도… 신중한 제품 선택이 필수.

커넥터는 그 종류가 엄청나게 많은데, 기판(board)과 도선(wire)의 3가지 조합(기판 대 기판, 기판 대 도선, 도선 대 도선)에 따른 연결이라는 용도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DIYer에게 가장 익숙한 것은 두 번째의 wire-to-board connector일 것이다.

  • Board-to-board connector
  • Wire-to-board connector
  • Wire-to-wire connector

다음 사진은 몰렉스(Molex)라는 미국 회사의 wire-to-board connector 사례이다. 워낙 유명한 회사라서 상표명 molex는 사각 커넥터의 대명사가 되었다. IDE 하드디스크드라이브에 파워 서플라이를 연결하는 4핀 커넥터의 원조가 바로 Molex 8981 시리즈 5.08mm 피치 전원 커넥터이다.

요즘은 찾기 힘든 구식 하드디스크용 파워 커넥터.


그림 출처: Molex mini-lock connectors

위 그림에서는 녹색 와이어 다발, 붉은색 기판, 그리고 서로 맞물리게 되어 있는 두 개의 각진 합성수지 부품 외에는 보이는 것이 없다. 그러나 합성수지 부품 안에는 서로 전기적 접속을 이루게 하는 최소한 두 가지의 금속 부품이 있다. DIYer가 주로 만나게 되는 저전력 커넥터 시스템에서 보드 쪽에는 보통 정사각형 단면의 금속 핀 형태의 것이 쓰인다. 이는 보통 플라스틱 부품과 일체를 이루어서 header 또는 wafer라고 불리는 부품이 된다. 

연호전자의 SMW250-08 Wafer. 이는 보드에 붙어서 제 일을 한다.


보드의 반대편, 즉 와이어 쪽에서는 얇은 금속판을 복잡하게 구부려서 만든 것(터미널 또는 단자)을 이용하여 핀과 접촉을 이루게 한다. 터미널과 와이어의 연결은 압착 공구(IWISS SN-2549와 같은 crimping tool)를 이용하므로, 이 터미널을 crimp terminal(압착 단자)이라고 부른다. 크림핑 툴이 없으면 터미널에 전선을 이미 연결해 놓은 하네스 와이어를 구입해야 한다. 어떤 와이어가 있는지 일렉클라우드에서 확인해 보라. 

참고로 와이어는 단일 도체(연선이든 단선이든), 케이블은 하나 이상의 절연 전선이 모여서 외피로 덮여 있다고 한다. 또한 터미널과 커넥터는 무엇이 다른가? 터미널은 전기적 접점을 만드는 금속 부품이고, 커넥터는 플라스틱 하우징 + 터미널로 구성된다고 기억하면 된다.

'크림프 터미널'에는 정말 많은 종류가 있다. 맨 오른쪽 것은 단자에 와이어를 연결해 놓은 것이다.


커넥터를 이루는 각 부품을 무엇이라 부르며, 어떤 제품이 있고, 정격은 어떠한지를 DIYer 입장에서 정리하기 위해 야심차게 이 글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엘레파츠 블로그의 Molex사 커넥터 간편정리라는 글을 본 뒤에는 내가 이 세상에 새로운 지식을 얼마나 더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서 내가 실제로 만져 본 소형 커넥터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로 한다.

두 개의 플라스틱 부품 중 와이어 쪽은 Molex의 제품 카테고리에 의하면 'Connector Housing', 기판 쪽은 'PCB Header and Receptacle'이라고 부른다. 별도의 잠금장치가 없는 다음과 같은 것을 보통 핀 헤더라고 한다. 이것도 커넥터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잠금장치는 없지만 핀과 소켓 접속부위(금속)의 마찰에 의해 체결된다.


볼트를 돌려서 와이어를 기판에 고정하는 부품인 터미널 블록도 넓은 의미에서는 커넥터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커넥터보다는 훨씬 적은 빈도로 착탈을 할 때에 사용한다.

4P 터미널 블록의 사례. 피치는 5mm인가, 또는 5.08mm인가(=1/5인치)? 5mm일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이 매우 아름답게 찍혀서 마음이 든다. 구멍 뒤의 배경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자연스럽게 어두워진다. 


Molex 5051 - 단종!

오늘 이 문서를 쓰면서 몰렉스 5051은 단종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직도 엄청난 수량의 재고가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고 여러 회사에서 호환품을 여전히 생산하는데 단종이라니...

1990년대 후반 포스트닥 연구원으로 모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DNA microarray 관련 장비를 만든답시고 여러 과를 돌아다녔던 일이 있다. 스테핑 모터를 제어하기 위하여 애를 쓰던 중에 화학과 전기화학연구실에서 몰렉스 커넥터를 얻어서 쓴 것이 나와 몰렉스와의 첫 인연이었다. 아주 최근까지 크림핑 툴이라는 공구가 있는줄도 몰랐다. 당연히 그 당시에는 납땜을 하여 전선과 터미널을 연결했었다.

Molex 5051-03(커넥터 하우징)과 그 식구들. 정품이 아니고 타사의 호환품이다.


Molex 5051은 핀 간격이 2.5mm인 몰렉스의 커넥터 시스템 중 하나에 해당하는 시리즈 번호이다('Molex 5051 Series Headers & Wire Housings, Mouser Electronics의 설명). 5051은 하우징에만 해당하는 번호라는 자료도 있다. 만약 스테레오 신호와 같이 세 포지션(L, R, ground)을 연결하려면 커넥터 하우징은 5051-03을, 헤더는 5045-03(straight)과 5046-03(right angled) 중에서 고르면 된다. 이 시스템이 허용하는 최대 전압은 250V, 전류는 3A까지이므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래서 제이앨범에서 제공한 진공관 앰프 PCB는 이 커넥터를 이용하여 히터/신호/B 전원을 전부 공급하게 만들었다. 다시 정돈하자면 좀 복잡하지만 이 3-position housing에 대한 5051은 Series Number, 5051-03은 Engineering Number, 그리고 실제 Part Number는 22011032이다! 위에서 이미 소개했던 글인 엘레파츠 블로그의 Molex사 커넥터 간편정리의 8번 항목인 5051(Housing) - 5045(Header)/5046(Angle Header)를 보면 실제 이 시리즈에 쓰이는 터미널 번호는 2759와 5159 두 가지가 있다.

5051용 터미널에 맞는 와이어의 규격은 22-30 AWG이다. 절연 외경은 최대 약 1.6mm이다. 사실 AWG는 연선이 아니라 단선에 대한 것이다. 내가 즐겨 사용하는 10색 절연전선(구리 연선, 0.3SQ/12C, 피복 포함 외경은 약 1.8mm)는 약간 두꺼운 감이 있다. 위 사진에서 보인 크림프 터미널 붙이 검정색 전선('하네스 와이어')은 외경이 약간 더 가늘고 심선은 주석도금선이며 외피는 열에 더 강한 고급품이다.

Molex 웹사이트에서 5051-03을 찾으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링크). 간혹 피치가 0.1인치(2.54mm)라는 자료도 있는데, 공식 웹사이트에서 2.5mm라고 하니 믿어야 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5051은 하우징 번호이고, 여기에 맞는 크림프 터미널 번호는 2759와 5159이다.

2.50mm Pitch KK Wire-to-Board Housing, Female, Friction Lock, for 2759/5159 Crimp Terminals, 3 Circuits

KK 커넥터를 설명하는 현재의 웹사이트에서는 2.5mm 또는 3mm 피치의 경우 KK Plus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5051-03은 현재 MINI-SPOX Connector 프로덕트 패밀리의 일원인 5264(Series Number), 50375033(Part Number)로 대체되었다(링크). 핀의 단면은 사각에서 원형으로 바뀌었으며, 기판용 PCB 패턴은 같을 수 있으나 단자와 하우징은 서로 맞지 않는다.


Molex 5051(-03)과 호환되는 한림전자 커넥터

  • (crimp termnal): CT0640
  • (housing): CHW0640-03
  • (straight): LW0640-03
  • (angled): LA0640-03

준비한 사진은 5051-02(2 positions, 즉 2핀)와 호환되는 한림 제품이다. 제이앨범의 진공관 앰프 PCB에서는 직각 형태의 것을 사용하였다. 높이를 낮추기 위함이리라.




연호전자의 2.5mm pitch wire-to-board connector(3 positions)

  • (crimp termnal): YST025
  • (housing): SMH250-03
  • (straight): SMP250-03
  • (angled): SMAW250-03

연호전자의 커넥터에 대한 짧은 경험은 삼일 전에 게시한 글 비 내리는 주말의 잡다한 기록에 남겨 두었다.

세 회사 커넥터의 호환 가능성은? 몰렉스와 한림의 것은 외형이 동등해 보이지만, 연호의 제품은 나머지 회사의 PCB 헤더와 하우징의 체결 부위가 달라서 불가능하다. 크림프 터미널만 바꾸어 쓰는 것이 가능할까? 알 수 없다.



 

JST wire-to-board connector

JST는 Japan Solderless Terminal이라는 회사명의 약자이다. XH 시리즈는 2.5mm 피치의 소형화 버전으로 앞서 논한 커넥터 종류와 피치가 동일하다. 3핀 제품의 경우 하우징은 XHP-3, 헤더는 B3B0XH-A(straight), S3B-XH-A(angled)가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한 JST-XH 커넥터의 호환품. 와이어는 매우 얇아서 피복을 벗길 때 주의해야 한다. 위키피디아에서는 0.1인치 피치가 아니라고 했는데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파는 것은 2.54mm라고 당당히 밝히고 있다.

KORG X2의 수리를 준비하면서 EH 시리즈의 5핀 헤더(여기에 맞는 하우징 형번은 EHR-5) 호환품을 샀던 경험도 있다. JST XH와 EH의 전압 및 전류 최대 정격은 각각 3A와 250V로서 동일하다.

JST B5B-EH-A 호환품. 그림 출처: AliExpress


나도 세상의 커넥터가 되면 좋겠다. 다만 '신호'를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색채를 가미해서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마치 진공관 앰프의 듣기 좋은 왜곡처럼 말이다.

이틀 전에 쿠팡에서 주문한 SN-2549 크림핑 툴이 드디어 도착하였다. 이제 꽉 집어 보자!



2025년 6월 22일 일요일

비 내리는 주말의 잡다한 기록

8.4 km 달리기

강원도 고성 출장(생화학분자생물학회 설악 학술대회 참석)과 장맛비로 인하여 월요일에 달린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부슬비가 내리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모자를 쓰고 집을 나섰다. 몸이 좀 무겁고 약간의 두통도 있어서 조금만 달리려고 했지만 페이스를 낮추는 대신 거리를 늘리기로 했다. 목표는 8 km.


그러나 3 km를 조금 넘긴 뒤 난관에 봉착하였다. 길에 물이 가득 고인 것이 아닌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곧바로 뒤로 돌아서 달렸다. 달린 총 거리는 약 8.4 km였다. 7분 이내의 페이스만 유지하려는 생각으로 천천히 달렸다. 그래서인지 달린 뒤 피로도는 상당히 낮았다. 평균 페이스는 6분 43초, 케이던스는 175. 페이스에 욕심을 내지 않고 거리를 약간 늘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6분 페이스/5~6 km를 꼭 달성하겠다고 특별 훈련을 할 것이 아니라, 6분 30초 페이스로 8 km를 꾸준히 달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특히 건강 향상과 칼로리 소모를 운동의 주목적으로 삼는다면 말이다.

가지 못한 길. 물이 흥건하게 고였다.


KORG X2 수선

5V가 먼저 들어온 다음 12V가 들어오게 하면 팝업 노이즈가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5V 작동 solid state relay(SSR)를 구입하였다. 생각보다 사이즈가 꽤 크고, 작동 소음이 없다. 얼마 전에 구입한 555 타이머 지연 릴레이 보드는 12V로 작동하는 것이라서 쓸 수가 없었다.

릴레이를 장착한 뒤 뒤 테스트를 해 보았다. 파워-온 시에는 이제 거의 잡음을 느낄 수 없다. 볼륨을 최대로 하면 헤드폰으로 아주 약한 '퍽' 소리가 나지만 오실로스코프에서는 잡히지 않았다(1 V/div). 하지만 파워-오프 시에는 원하는 시퀀스로 작동하게 만들기가 어렵다. 그러나 개조 전보다는 팝업 노이즈가 많이 줄어들었다. 이것으로 2025년도의 KORG X2 수선을 마치고자 한다.



연호 커넥터 SMH250/SMW250

다음 프로젝트로서 DREAM SAM9703 보드를 제어하기 위한 MIDI controller를 만들기로 하고 부품을 모으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가 없다면 DIYer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푸시 버튼 스위치와 2004 I2C LCD 등 주요 부품은 어제 배송 완료되었다. 마이크로SD카드용 모듈어댑터 등 아직 몇 개의 부품이 더 필요하다.



미디 라이프 반주기에 들어있던 화인썬트로닉스의 SMPS에는 8핀 커넥터가 달려 있는데, 기판용 커넥터의 제조사 및 형번을 알기가 어려워서 검색에 착수하였다. 핀 피치는 2.5 mm일 것이다(확인해 보니 맞음).

여기에 맞는 기판용 커넥터가 있어야 공작에 착수할 수 있다. 정식 명칭은 SMH250-08 하우징이다. '08'은 핀이 8개라는 뜻이다.

기존 PCB에 붙어 있는 커넥터를 재활용하고 싶으나 도무지 떼어낼 방법이 없다. 납 흡입기나 솔더윅을 아무리 써도 핀이 여덟 개나 되어 내 실력으로는 떼어내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기판용 커넥터를 살펴보니 YH라는 글씨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는 것이 보인다. 연호전자의 커넥터임에 틀림이 없다.


검색 끝에 디바이스마트에서 이 부품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이는 SMW250-08이라는 제품이다. 90도로 꺾인 것은 SMAW250-08이다. 'A'는 angle을 뜻하는 것이다.


이 커넥터에 맞는 crimp terminal은 YST025라는 것이다. 

그림 출처: 디바이스마트


여기에 케이블을 연결하여 '하네스 케이블'이라는 이름으로 팔기도 한다. 자유자재로 커넥터를 만들어서 쓰려면 크림프 터미널과 케이블을 서로 조여서 연결하는 도구가 필요하다. IWISS의 SN-2549라는 '래칫 크림핑 도구'가 아주 널리 쓰이는 것 같다. 이것 하나면 몰렉스/JST/한림/연호의 것에 두루 쓸 수 있다고 한다. 며칠 고민한 끝에 이를 쿠팡에서 주문하였다.

그림 출처: IWISS

피복을 어느 정도 벗겨야 하는지, 사용하는 케이블의 두께는 얼마가 적정한지를 이 그림으로부터 확인해 보라.


챗GPT와 더불어 제대로 아두이노 코딩을 하게 될 것이다. 벌써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