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7일 금요일

푸단대학에서 보내는 첫날 밤

제22회를 맞는 CJK(China-Japan-Korea) Bioinformatics Symposiun을 참석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오게 되었다. 이번 공무 출장은 생애 최초의 중국 방문이기도 하다. 공항철도 김포공항역에서 내려 국내선과 정반대 방향에 위치한 국제선을 타 본 것도 처음이다.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 국내선보다 사람이 적어서 좋았다. 무빙워크가 수리 중이라 한참을 걸어야 했지만. 

두 시간도 걸리지 않는 운항 시간에도 불구하고 식사가 나오는 것도 미처 몰랐다. 그저 음료수 정도만 줄 것으로 생각했으까. 국제선이라서 그런 것일까? 일본 여행 때는 어땠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금 머무는 곳은 상하이에 위치한 푸단대학 안의 Fudan Qing Yun Hotel이다. 

푸단대학의 '푸단'은《상서대전 우하전(尙書大傳 虞下傳)》 중에서 "일월광화 단복단혜(日月光華, 旦復旦兮) (해와 달이 빛남이여, 환하고 또 환하도다)"라는 명언에서 차용하였다 - 나무위키


중국에서는 구글 서비스가 안된다고 하지만, 로밍을 해 가면 문제가 없다. 카카오톡도 잘 된다.

CJK 생명정보학 심포지엄은 한-중-일 세 나라가 번갈아 가면서 개최한다. 아주 처음(2002년)에는 한-일 생명정보학 트레이닝 코스로 시작하였다가 2006년 중국이 합류하였고, 지금은 교육 행사 성격은 많이 사라졌다. 30~40명 정도의 소수가 모이는 생명정보학 분야의 학술행사로서 참가비가 없다. 따라서 개최국에서 장소와 숙식을 제공하는 것이 전통이다. 코로나 시기에는 온라인으로 개최를 하기도 하였고, 최근 몇 년 동안은 개최 순서가 약간 흐트려졌다. 중국에서 개최하면 CJK, 한국에서 개최하면 KCJ, 일본에서 개최하면 JKC로 부른다. 공식 명칭은 알파벳 순서대로 CJK Bioinformatics Synposium. 한때는 ABC(Asian Bioinformatics Consortium)이라고도 불렸는데, 올해에는 다시 CJK로 되돌아갔다. 나 개인적으로는 처음 참석하였다.

푸단대학은 중국 3위, 세계 30위의 우수한 대학이다. 이런 대학의 인재들이 교문 앞에서 호텔까지 가방을 끌어 주머 미안할 지경이었다.

상하이 홍차오 공항에서.


인터넷이 잘 되는지, 신용카드나 현금은 잘 통하지 않는다는데 결제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휴대폰 로밍을 해 오니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휴대폰에서 핫스팟을 설정한 뒤 노트북 컴퓨터를 연결하여 연구소 인트라넷에 접속, 문서 결재를 하는 것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아직 현지에서 물건을 살 일은 없었는데, 네이버페이나 카카오페이에서 유니온페이 또는 알리페이 플러스가 된다고 하니 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알리페이 앱을 정식으로 깔게 되면 외국인의 경우 여권 사진을 찍어서 인증을 해야 한다는데, 운이 나쁘면 삼일씩 걸리기도 한단다.

22년이라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환영 리셉션 후 내년의 개최지를 논의하는 회의에서 이 행사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KOBIC의 황승우 박사를 비롯하여 이러한 역사를 일구어 온 세 나라의 고참 과학자들의 노고를 높이 사고 싶다. 특히 중국은 생명정보학 관련 컨퍼런스가 너무나 많아서, CJK 심포지엄의 성격을 어떻게 유지해 나가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알기로는 특별한 기업 후원 없이 개최국에서 전적으로 비용을 대는 것도 많은 부담이 된다. 적은 수의 사람이 모여서 친목을 다지는 밀도 깊은 학술행사 성격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CJK 심포지엄만의 특성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는 말이 있다. 이번 출장은 이웃 나라인 중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2025년 11월 2일 일요일

펜탁스 Q10과 함께 한 전주 나들이

펜탁스 Q10과 여분의 배터리를 챙겨서 가을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전주 한옥마을을 다녀왔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조작법을 기억에서 다시 되살리는 기분이다. 작고 가벼우니 가방속에 쑤셔넣거나 늘 목에 걸고 다녀도 전혀 부담이 없다. 화면은 크기나 밝기 등 모든 면에서 스마트폰의 그것보다 나을 것이 없다. 밝은 야외에서는 도대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화면 터치가 아니라 하드웨어 버튼과 휠에 의한 '조작'의 재미가 있으며, 촬영 후 화상에 이리저리 효과를 주면서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아직 전주향교의 은행잎은 노랗게 물들지 않았다. 유난히 길고 더웠던 여름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극채색" 효과에 의해서 자동차와 단풍잎의 색조가 잘 대비된다. 집을 떠나기 직전.

중이 제 머리 못 깍는다고, 이것과 바로 다음 사진은 휴대폰으로 찍은 것. 찍은 사진을 구글 포토에 옮기고 나서 어느 카메라로 찍었는지 가장 쉽게 확인하는 방법은 종횡비율이다. 4:3이면 Q10, 16:9면 스마트폰. 







예쁜 골목의 모습을 수채화로 그리는 젊은 여성이 있었다.



최명희 문학관 앞에서. 보수 중이라 문을 닫았다.


누군가 잊어버리고 간 물건. 아침까지 내린 비로 젖은 것을 보니 아마도 며칠 동안 이 자리에 있었던 것 같다. 담배가 거의 꽉 차 있었는데...

영화의거리까지 걸어가서 조이앤시네마에서 영화 "빅 볼드 뷰티풀(원제: A Big Bold Beautiful Journey)를 보았다. 넓은 객석에는 우리 부부를 포함하여 단 네 사람밖에 없었다. 영화관의 팝콘이란 원래 쏟거나 남기라고 만든 것.

영화가 끝난 뒤 저녁을 먹고 나서 객사길을 걷다. 야경은 SCN 모드에서 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해서 프로그램 모드에서 -1.3스톱 줄여서 촬영해 보았다.

다음은 동영상 촬영 결과물이다. 쇼츠 형태, 즉 세로 포맷으로 바꾸려면 오픈샷 비디오 에디터 작업을 해야 한다.


렌즈에 햇빛이 직접 닿으면 화질이 좋을 수가 없다. 


출시된지 이미 십여 년이 훌쩍 지난 펜탁스 Q10의 센서(이면조사형 CMOS) 크기는 1/2.3인치로 갤럭시 S23의 1/1.56인치보다 작다. 소형 경량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며, 대신 당시로서는 활용도가 높은 아기자기한 기능을 많이 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진지하고 사실적인 기록을 위한 사진기라기보다는 '재미'를 위한 사진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행길에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캐논 EOS 500D는 언제나 되어야 펜탁스 Q10만큼의 관심을 받게 될런지 알 수가 없다. 아마 집에서 동영상을 찍어야 할 때나 쓰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