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8일 수요일

어제는 6.22 km밖에 달리지 못했지만... 오늘은 5.48 km를 달리는 것으로 만족한다

늘 달리는 갑천변 코스에서 7 km를 채우기 위한 반환점을 설정하기가 참 어렵다. 전민동을 나와서 정남향으로 달리다가 원촌교 교각에서 되돌아오면 6.x km에 그친다. 횡단보도로 올라와서 동네 어귀를 조금 더 달리면 되지만 별로 재미도 없고 보행자를 피해 다녀야 한다. 사실 어제는 몸이 잘 받쳐주지 않아서 6.22 km(40분)로 끝냈다. 아, 어떻게든 우회로를 찾아서 5분만 더 달릴 것을! 정말 수준 이하의 체력이다!

요즘 달리기가 인기를 끌다보니 인터넷에는 온갖 정보가 넘쳐난다. 달리는 자세, 달리는 빈도와 거리, 복장과 장비, 기록 향상을 위한 보강 운동 방법, 심지어 '그렇게 달리면 무릎 망가져요~'라는 글까지. 저마다 다른 메시지를 던지고, 이는 많은 경우에 소모적인 논쟁을 유발한다. '날 좀 보소'라고 외치는 정보 홍수 속에서 보석과 같은 정보를 찾는 일은 정말 어렵다.

오늘 우연히 발견한 보라매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정세희 교수(뇌질환 전문)의 블로그는 정말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는 정보를 가득 담고 있었다. 이렇게 달리다가 무릎이 망가지거나 혈관에 석회화가 일어나는 것 아닌가하는 고민을 할 시간에 한 번 더 달리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이다. 11월 8일 한국일보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소개한다.

"숨 가쁜 운동 없이 건강을 바라나요? 요행입니다...걷지 말고 당장 뛰세요!"

미드풋이니 포어풋이니 테크닉을 고민할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달리는 것이 낫다. 정세희 교수는 지난 11월에 237 km를 달렸다. 거의 매일 10 km를 달린 것이다. 같은 달에 나는? 75 km... 

이 블로그는 논문을 통한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고 실행 가능한 결론을 기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학문적 호기심이 왕성한 사람이나 세 줄 요약만 읽고 싶은 사람 모두를 만족시킨다. 

오늘 밤 9~10시의 예상 기온은 영하 5도. 과연 이런 기온에서 뛰는 기분은 어떨까? 직접 느껴 보도록 하자.


밤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딱 40분을 달려 보았다. 오늘의 코스는 언덕이 포함된 동네 순환 직사각형 코스에서 한쪽 변을 몇 번 왕복하다가 전체를 순환하였다. 5.48 km, 평균 7분 17초 페이스라는 부끄러운 기록. 평균 7분 이내 페이스를 만들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워밍업을 별로 하지 않았고, 몸도 많이 무거운 상태였다. 어제 뛰었으니 오늘을 쉬고 싶은 마음을 달래면서 달렸다. 기온은 영하 4도였고, 전반부에 손이 시린 것 말고는 별 문제가 없었다. 덴탈 마스크를 끼고 달려서인지 찬 공기를 들이마시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눈썹에 물방울이 가득 맺혔다.

달리고 난 뒤 집에서 쉬면서 느끼는 나른함은 그 무엇과도 바꾸지 못한다. 그래서 달린다!


왜 측정해야 하는가? 아니, 측정을 정말 해야 하는가?

연말이 되니 연구과제 성과를 IRIS라는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에 등록하라는 공지문이 왔다. 논문 실적은 매우 객관적으로 증빙이 되는 자료라서 비교적 쉽게 입력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을 했는데, 입력을 하다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하였다. PMID 하나만 있으면 자동으로 가져올 수 있는 정보를 이렇게 일일이 다 쳐 넣어야 하는가? 공동 주저자(~제1저자) 정보를 여러명 넣을 수 있는 것은 다행이다. 제1저자나 교신저자에 점점 많은 사람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나 너무 많으면 보기에 좋지는 않다. 심지어 5명의 주저자가 'equally contributed'했다는 논문까지 본 일이 있다. 과제에 따른 기여도는 또 어떻게 적어야 하나?

우선 PMID(PubMed identifier) 문제를 짚어 보자. 생명과학이나 의료 분야의 학술지에 실은 논문이라면 대부분 PubMed에 오르게 되니 여기에서 검색을 하거나 원문 웹사이트로 링크하는 일은 아주 쉽다. PMID 하나만 있으면 이러한 서지사항이나 초록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학술 분야는 그렇지 않다. Scopus나 Web of Science는 모든 학술분야를 망라하는 데이터베이스가 되겠지만, PubMed처럼 무료는 아니다. 게다가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에서는 국내에서 발간되는 인문학 분야의 학술지 게재 성과도 다루어 주어야 한다. 그러니 등록자에게는 다소 번거롭지만 많은 정보를 직접 입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다소 불편해도 감내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여기에 재미있는 사례가 하나 있다. 성균관대학교 유교문화연구소에서 발간하는 Journal of Confucian Philosophy and Culture(JCPC)라는 인문학 분야의 학술지를 2022년 Scopus에 등재한 경험에 관한 이야기이다(링크). 이 학술지는 2001년 창간 당시에는 전면 중문이었다가 중/영문 혼용을 거쳐 2019년부터는 전면 영어 학술지가 되었다. 

다음으로 주저자 문제. 보통 주저자라 하면 제1저자와 교신저자를 통틀어 일컫는다. 그러나 IRIS에서는 주저자란 제1저자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는 필수로 입력해야 하는 필드이며, 교신저자 정보는 필수가 아니다. 어쨌든 공동 제1저자를 전부 입력할 방법은 없다. 

주제를 좀 벗어난 이야기지만 국내 연구 환경에서 교신저자(corresponding author)라는 자리에 따르는 중요성은 지나치게 강조되는 면이 있다. 사실 교신저자란 논문을 투고하고 리뷰어 의견에 따라 수정본을 보내며 나중에 투고료를 내는 저자를 의미하는데, 국내에서는 '책임저자'라는 묘한 이름으로도 불리면서 [그 논문을 쓰는데 (정치적으로?) 가장 많이 기여한 저자]이자 [그 논문이 이루어게 만든 연구의 과제 책임자]라는 의미를 갖게 된다. [사실 연구를 직접 수행하고 논문을 대부분 다 작성한 제1저자] = [정치적으로 무게감이 가장 큰 저자, 즉 보스]는 항상 성립하지는 않는다.

여담이지만 논문을 쓰면서 저자의 위치(즉 제1저자, 제2저자, 교신저자 등)는 가장 늦게 결정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도 된다. 논문 리뷰 과정에서 새로운 저자를 추가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면 쉽게 짐작이 갈 것이다(새로운 연구 내용이 추가되고 본문도 이에 따라 늘어났다면 인정). 사사에 들어갈 과제정보는 요즘 점점 더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다음으로 더 골치아픈 기여율 입력을 따져 보겠다. IRIS는 과제 협약과 진도 관리도 중요한 기능이지만, 정부에서 연구비를 받아서 과제를 수행한 뒤 나온 성과물을 등록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논문이 어느 연구과제에서 지원을 받았는지를 논문 뒤편의 Acknowledgements(사사) 섹션에 적게 된다. 원래 사사는 저자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연구 및 논문 작성에 도움을 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서 시작된 것으로 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이 연구를 있게 해 준 과제를 사사에 언급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사사를 따지게 된 것은 부정직한 연구자 때문일 수도 있다. 정부에서 A라는 과제로 연구비를 받았는데, 전혀 엉뚱한 논문에 이름을 올리고(아마도 해당 논문의 '책임저자'와 친분이 있었을 것이다), A 과제의 수행 결과에 따른 실적이라 등록하고는 면피를 하는 것이다. 과제/성과 관리 기관에서 전문성이 없던 시절에는 이를 적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이 자꾸 문제가 되기 시작하니 아예 사사에 과제 정보(보통 코드 형태)를 넣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말로 기여하지 않은 사람은 평가 대상인 A 과제 번호를 들고 와서 이름과 더불어 이것까지 사사에 넣어달라고 하기는 어렵다.

자, 그런데 논문 하나가 과제 하나만으로 이루어지는가? 기관 간 공동 연구도 흔해지고, 연구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사사에 몇 개의 과제를 넣어야 하는 일이 생겼다. 그러니 IRIS에서는 각 과제의 기여율을 퍼센트로 입력하라고 시키는 것이다. 모든 과제의 기여율 합이 100%를 넘으면 안 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여율을 논문 투고 당시에 모든 저자들이 결정하지는 못한다. 교신 저자가 2~3명인 대형 과제라면 문제가 더욱 복잡하다. 어떤 논문은 과제 책임자인 내가 교신 저자 역할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저자 이름과 사사의 과제 번호 옆에 기여율을 아예 명시하게 만드는 것. 그러면 IRIS에 성과를 입력하면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대규모 연구라서 저자가 수십명에 육박하는 경우, 정말 의미 없는 숫자 배분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

오늘은 다른 과제의 책임자 인적사항을 적으면서 정말 난감한 상황을 접하였다. 나의 과거 논문 발표 실적을 적는 양식이 있는데, 가장 마지막 컬럼에 나의 기여율을 쓰라는 것이다. 최근 것 중에 내가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로서 4~5명이 같이 저자로 오른 논문이 두 편이 있었다. 나의 기여율을 도대체 몇 퍼센트로 평가해야 하는가? 아니, 이것을 숫자로 나타낸다고 해서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것이 바로 계량주의의 폐해라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계량할 수 있다는 것도 신화이고, 계량하여 수치화하지 않으면 개선할 수 없다는 것 자체도 미신이다. 흔히들 피터 드러커가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드러커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근거가 되는 글을 소개한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라고 피커 드러커는 말한 적이 없다고?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정말?

두 번째 소개한 글에서는 피터 드러커가 실제로 저서에 적은 글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가장 가까운 것이 실려 있다. 이는 <경영의 실제(1954)>에 나온다고 한다. 굵게 표시한 곳에 유의해서 읽어보자.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매우 분위기가 다르다.

자신의 성과와 목표를 비교하여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의 모든 주요한 분야에 대해 분명하고도 보편적인 측정 기준을 제공하는 것은 진정 변함없는 관행으로 정책시켜야만 한다. 그런 기준은 엄격하게 숫자로 표시할 필요는 없으며 반드시 정확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것들은 분명하고, 단순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측정은 인간의 일부 세계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학의 세계-즉 달을 향해 로켓을 쏘아 보내는-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인간생활의 모든 면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 때로는 그저 느낌이나 첫인상이 가장 중요한 근거일 수도 있다. 

연말이 되어 참으로 불편한 마음으로 부서원들에게 성적을 매겨야만 했다. 어제부터 개인별 성과평가 점수가 공개되었으니 컴퓨터에서 이를 조회하면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을 것이다. 상대평가 제도로 운영되기 때문에 누군가의 기쁨은 누군가의 아쉬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다 모아 놓고 점수표를 공개한 뒤 '전부 만족하십니까?'라고 할 수도 없다. 또 아래 등급을 받은 사람을 빼앗아서 상위 등급자에게 얹어주는 방식이 과연 옳다고 볼 수 있가? 

이래저래 고민만 늘어간다. 오늘 밤에도 뛰어야 되겠다. 고민을 '술'로 풀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자.

2024년 12월 17일 화요일

연말에 밀려드는 숙제와 더불어 휩쓸려 날아갈 것만 같은...

기업에 근무하면서 연말 마감 전에 실적을 채우기 위해 몸을 갈아 넣는(?) 사람에 비교한다면 감히 이런 글을 쓰는 것은 엄살에 지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불평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엄살도 자유라고 생각한다면.

하필이면 바쁜 연말을 맞아서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는 '숙제'를 해 내라고 왜 이렇게 이렇게 사람을 떠미는지... 여러명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서로 논의하면서 큰 그림을 그려내도록 해도 부족한데, 며칠 시간을 주지도 않은 채 공문이나 이메일로 온갖 지시와 부탁이 내려온다. 이런 숙제를 하면서 조직 내에 '빌런(villain)'이 눈에 뜨이지 않는 것은 정말 다행이다. 그러면 조직 외에 빌런이 있음을 고백하는 것인가? 특별히 그런 것은 아니다. 문제는 반드시 빌런 개인만 유발하지는 않는다. 내가 좌우할 수 없는 업무 추진 방식 또는 문화가 썩 마음에 들지 않다는 뜻이다.

머릿수만 채우는 회의, 또는 회의 개최 자체가 목적이자 성과인 회의(또는 행사), 아무도 읽지 않을 것 같은 안건, 제출 자체가 목적인 문서, 무의미한 평가와 줄세우기... 글로 남기기는 조심스러우나 상을 받을 만한 사람을 추천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에는 추천서와 근거 자료를 만드는 숙제가 따른다. 한국 사회에서 추천서는 누가 쓰나요? 성사되지 않으면, 추천한 살람이 미안해진다. 그래도 준비 과정에서 보람을 느꼈다고 하니 정말 고마운 노릇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교류와 소통을 위한 행사를 하는 것도 좋지만, 가뜩이나 바쁜 시기에 이렇게 몰아서 숙제처럼 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최근 2년 동안 외부에 파견 근무를 나가 있었기에 내부 상황을 잘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실행이라는 '디테일'이 부담스러우면 곤란하다. 

요즘의 내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2013년도에 찍은 사진을 찾아내고 싶어졌다. 쓰레기와 함께 나 자신이 거대한 빗자루에 휩쓸려 날아가는 것만 같다.

덴버, 콜로라도, 미국(2013년).


'왜 이렇게 급하게 일을 처리하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지?'

'왜 이런 일을 나에게(또는 우리에게) 시키는 거지?'

더 이상 이런 반론을 제기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데아)은 현실에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차라리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정무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이러한 어려운 상황(위기?)에서도 '윗사람'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면서 존재감을 인정받으며 한 계단씩 지위를 올려 나가고(성장?) 있을 것이다. 때로는 점진적인 성장이 아니라 quantum leap를 하겠지.

갑자기 어느 커뮤니티에서 본 글이 생각난다.

"위기"를 거꾸로 해 보세요.

"기위?"...

아무 말도 안 됩니다. 탈출하세요.

2024년 12월 15일 일요일

2024년 12월 15일 달리기 기록 고찰 - 보강 운동의 필요성

일요일에는 낮 동안에 특별히 다른 일이 없다면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달릴 수 있는 좋은 날이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달리기를 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오늘의 기온은 3~4도 정도이고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아서 야외 달리기를 하기에는 매우 좋은 조건이었다. 50분 달리기 도전으로 런데이 프로그램을 맞춘 뒤 7 km가 되면 멈추기로 하였다. 45분 24초째에 7 km를 돌파하였다.



평균 페이스는 가까스로 6분 28초가 나왔다. 목표 거리를 감안하면 날이 갈수록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다. 케이던스는 평균 182 spm, 최대 188 spm으로 달리는 내내 거의 일정하며 오히려 뒤로 갈수록 조금씩 올라간다. 심박수는 여전히 존 5에 머물고 있으며, 여기에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달리는 도중 페이스는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바로 보폭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평균보폭 85 cm라는 것은 한국인의 평균적인 '걷는' 보폭(78 cm)와 큰 차이가 나지 않음을 뜻한다. 이건 뭐 그냥 종종걸음을 걷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속도는 9.28 km/h에 해당하니 뛰는 시늉을 하는 것은 맞는데,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고 그나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떨어지고 있다.

간단한 계산을 해 보자. 5분 30초 페이스, 180 spm이라면 1 km를 달리는 동안 5.5 x 180 = 980 (steps)를 뛰는 셈이다. 1,000 m / 980 보 = 1.02 m, 따라서 한 스텝에 1.02 미터를 달려 나가야 한다. 6분 페이스라면 92.6 cm에 해당한다. 케이던스는 최적화된 상태이므로, 6분 이내라는 매우 상식적인 페이스로 들어오려면 보폭을 늘리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현재의 상태에서 보폭을 15 cm 정도 늘이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내가 뛰는 모습을 나의 시선으로 관찰해 보아도 무릎이 충분히 올라가지 않고, 밀어내는 동작도 세차게 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서 허벅지를 충분히 쓰지 못하면서 무릎으로만 달리고 있다는 뜻이 된다. 허벅지를 충분히 움직이려면 고관절을 더 넓게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려면 하체 운동의 대명사인 런지(lunge) 등을 해야 한다. 매주 3~4회 30~40분 달리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아, 나는 대단해'라고 하면서 만족한다면 보강운동 같은 것은 할 이유가 없고, 그저 스트레칭과 워밍업을 및 정리 운동만 적당히 하면 된다. 그런데 과연 이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는가?

정말 기록의 향상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면 별도의 하체 운동을 해야 한다. 현 단계에서 별도의 훈련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로 달리면서 허벅지를 더 높게 올리고 뒷발을 차내면서 엉덩이까지 올리는 것을 반복하다가는 아마 금방 지쳐서 더 이상 달리지 못할 것이다. 하체 근력을 향상시키는 보강 운동이 필요하다는 유경험자의 말이 이제 비로소 가슴에 와 닿는다. 다음의 두 링크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많다. 페이스가 6분 미만이 될 때까지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체계적인 훈련을 해 보도록 하자.

런지 자세와 효과 이렇게 하면 됩니다.

달리기 전 해주시면 좋은 보강운동(유튜브 링크) <- 다음의 네 가지. '자세 인지'라는 어려운 용어를 여기에서 접한다. 내 몸이 '이게 올바르게 달리는 자세야'하고 느끼면서 스스로 교정을 하는 그런 현상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세 인지(posture recognition)이라는 단어로 검색해 보면 장비를 이용하여 자세를 측정하는 기술에 관한 설명이 대부분이다. 이 자료에서 설명하는 자세 인지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1. 자세 인지에 좋은 무릎 높게 들며 제자리 뛰기
  2. 달리기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되는 제자리 외발 밸런스 잡기
  3. 런닝을 위한 근력을 기르는 리버스 런지 & 하이 니
  4. 자세 인지에 도움이 되는 에이 스킵
  5. 효율적인 보폭을 위한 버트 킥

보강 운동의 필요성을 달리기 입문 5개월차에 깨달았다.

Patrice Rushen의 Forget me nots(1982)

나는 이 곡을 Lee Ritenour(1952~)의 2006년 앨범 <Smoke 'N' Mirrors>의 11번째 수록곡으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직접 시디를 구입한 것은 아니었다. 당시 유료로 가입했었던 멜론에서 같은 아티스트의 <Overtime (2005)>와 더불어 구입한 두 앨범 전 수록곡의 음원 파일을 통해서이다. 내가 보유한 대부분의 음원 파일은 USB 매체에 담겨서 라즈베리 파이(볼루미오)에 꽂혀 있지만 요즘은 전원을 잘 올리지 않는다. 유튜브를 통해서 거의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Smoke 'N' Mirrors>의 Forget me nots이 다른 오리지널 곡의 리메이킹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내가 리메이킹이라고 표현했지만 오리지널 곡과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다. 단, 이제 와서 원곡과 비교해 보니 가사가 나오기 전 기타 연주와 함께 '스캣'처럼 부르는 것은 새로 추가된 것이었다. 종종 <Smoke 'N' Mirrors> 앨범 전체 수록곡을 들을 때에는 이 곡의 베이스 라인에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았었고 단지 흥겨운 느낌의 곡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루브가 느껴진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할까? 이 앨범에서는 Zamajobe라는 보컬리스트가 불렀다고 한다(참여 뮤지션 정보 링크).


요즘 베이스를 연습하면서 슬랩 주법에 입문하기 위해 참고할 곡을 알아보기 위해 유튜브를 뒤져 보다가 Forget me nots 원곡(위키피디아)을 비로소 재발견하였다. 이 곡은 매력적인 베이스 라인을 갖춘 곡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실은 Patrice Rushen이라는 뮤지션(1954~, 재즈 피아니스트, R&B 가수, 작곡가 겸 음악 프로듀서 - 공식 웹사이트)이 1982년에 발표한 것이었다. 패트리스 러셴? 루센? 러센? 루센? 국문으로 어떻게 표기해야 정확한지는 알기 어렵다. 그만큼 그녀에 관한 국문 자료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우리가 흔히 LP라고 부르는 '바이닐' 관련 웹사이트에 꽤 자세한 정보가 있어서 소개해 본다.

[vinylmeplease.com] Patrice Rushen 전기

그녀의 데뷔 앨범인 <Prelusion(1974)>(2024년 리마스터, 유튜브)을 들어 보았다. 이러한 분위기의 재즈(연주곡)와 대중적인 장르의 곡에서 직접 노래를 부른 Forget me nots 사이에는 분명히 엄청난 간극이 있다. 그녀는 재즈 분야의 피아노 연주자로 데뷔했기 때문이다. Forget me nots가 수록된 앨범 <Straight from the heart (1982)>보다 앞서서 1980년에 발매된 앨범 <Posh>에 대하여 '재즈 팬들은 그녀가 배신했다고 생각했으며, 팝 팬들은 그녀에게 마땅히 있어야 할 인정을 주지 않았고...'라고 하였다(바이닐미플리즈닷컴, 굵은 글씨는 내가 강조한 것임). 나는 충분히 가치 있는 '배신'이라고 생각한다.

베이스를 모른다고 해서 대중음악의 맛을 모른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이겠지만...



Forget me nots는 발표 직후보다는 그 후에 더욱 인기를 끌게 된 것 같다. Freddie Washington이라는 베이스 연주자가 이 곡에서 '아이코닉(iconic)'한 베이스 연주를 맡았다고 한다. 직접 연주하는 모습을 보자('The bassist behind'). 말 그대로 감동이 밀려온다. 베이스 학습을 위한 몇 권의 교과서가 유튜브에서 마구 쏟아지는 느낌이다.


베이스 교습도 다니지 않으면서 독학만으로 Forget me nots의 맛깔나는 베이스 연주를 흉내라도 낼 수 있으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앞으로 몇 년을 더 소일하면서 몰두할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납땜질(오디오 앰프 자작)의 뒤를 잇는 그 무엇인가가 말이다. 실은 악기나 음악에 대한 취미는 1981년 무렵무터 시작되었으니 평생 추구해야 할 활동이기도 하다.

Forget me nots의 슬랩 베이스 연주법 설명은 유투브에 꽤 많은 버전이 돌아다닌다. TalkingBass - Online Bass Lessions라는 채널에서 가장 친절해 보이는 것 하나를 골라 보았다.



방구석 음악인에게 유튜브는 또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가? 알고리즘을 통해 보고 싶은 동영상만 골라 보면서 그것이 진실인줄 알면서 이상한 세계관에 빠지는 불쌍한 사람들이 많지만, 최소한 음악에 대해서는 유튜브가 순기능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물론 드러나지 않은 숨은 보석과 같은 음악도 많이 있겠지만.

음악 애호가들은 다 알지만 나에게만 숨은 보석과 같은 곡은 얼마든지 있다. 그만큼 내가 음악을 폭넓게 듣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베이스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다 다 알아야 한다는 Red Hot Chile Peppers의 노래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니... 알아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

나는 '고전적인' 대중 음악/음악가에 대한 지식도 매우 얕다. 예를 들어 조니 미첼(Joni Mitchell, 1943~)은 그저 Both sides now를 부른 가수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유튜브에서 In France they kiss on the main street라는 곡을 연주하는 라이브 영상(1979)을 보고 놀라 자빠질 뻔하였다. 자코 파스토리우스(1951~1987)와 팻 메스니(1954~)가 뒤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니! 그러나 내가 놀란 주된 이유는 이제는 전설이 된 연주가들이 조니 미첼의 라이브에 참여했다는 것보다는 이 곡 자체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대중음악사에서 조니 미첼의 영향력을 깨달은 것은 이 동영상을 본 뒤의 일이었다. 이 공연 실황은 1980년에 발매된 앨범 <Shadows and light>으로 발매되었다고 한다. 공연 전체에 대한 영상은 여기에 올라와 있다.



조니 미첼의 이 공연 실황 동영상에 대한 글을 언젠가 꼭 쓰려고 마음을 먹었던게 벌써 2년 전 여름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 칼라 블레이(Carla Bley)와 조니 미첼에 대해서 글을 쓰겠다고 메모지에 적어 두었던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무슨 일로 바빴는지 라 블레이에 대해서만 블로그에 겨우 글을 남겨 두고('세상은 넓고 공부할 것은 많으며 들을 음악도 많다') 조니 미첼은 잊고 있었다.

우연한 베이스 기타 구입이 가져오는 나비 효과가 정말 놀랍다. 2011년 롤링스톤지에서 독자가 선정한 top ten bassists of all time을 소개한다(원문 링크).

  1. John Entwistle - The Who
  2. Flea - Red Hot Chili Peppers
  3. Paul McCartney - The Beatles
  4. Geddy Lee - Rush
  5. Les Claypool
  6. John Paul Jones - Led Zeppelin
  7. Jaco Patorius
  8. Jack Bruce - Cream
  9. Cliff Burton - Metallica
  10. Victor Wooten

목록 맨 끝에 있는 빅터 우튼의 TEDx 강연은 정말 멋지다('언어로서의 음악'). 이런 음악가를 지금까지 몰랐다는 것이 부끄럽다. 기회가 되면 국내에도 소개된 그의 책 <나는 음악에게 인생을 배웠다(교보문고)>을 읽고 싶다.

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겨울 달리기를 위한 데이터 축적 - 기온과 복장

이것은 어제(2024년 12월 13일)의 밤 달리기 기록이다. 기온은 0도였고 긴팔옷에 패딩 조끼 + 바람막이를 걸쳐 입었다. 머리에는 귀를 덮을 수 있는 헤어밴드만 하였다. 검색을 해 보면 기온별 야외 달리기를 위한 복장 가이드가 눈에 뜨이니 가끔 참조해볼 만하다.

기온이 더 내려가면 입과 코를 가릴 물건이 필요해질 것이다. 자전거 출퇴근을 하던 시절에 사용하던 방한용품이 일부 남아 있지만 호흡을 하기에 지장이 없을지 테스트를 해 봐야 한다. 지금은 추억의 브랜드가 된 '인라인버스' '오케이아웃도어닷컴'에서 사 모은 물품이 아직도 꽤 많이 남아 있다.

이것은 목과 얼굴을 위한 방한용품으로 여겨지는데 너무 길다. 그만큼 다양하게 응용하라는 뜻일까? 두꺼운 부분을 모자처럼 머리에 쓰는 것도 가능하니까 말이다.

0도에서 이렇게 입은 뒤 달리고 나면 패딩 조끼는 푹 젖는다. 0도~영하 4도 정도 범위라면 상의를 하나 더 껴 입고 패딩 조끼는 입지 않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장갑은 가을부터 필수 아이템이 되었다.

어제의 40분 달리기에서는 페이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성공하였다. 첫 1 km에서 아주 조금 빨랐던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평균 페이스 6분 24초로 6.23 km를 달렸다.


케이던스는 평균 179 spm, 최대 183 spm이지만 페이스가 6분을 훨씬 넘는다는 것은 보폭이 짧음을 의미한다. 보폭을 획기적으로 늘릴 방법이 과연 있을지? 하체 근력과 심폐 기능 등 단련해야 할 여지는 아직 많다.

8월부터 그렇게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어제까지 달린 누적 거리는 272.83 km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정도로 달린다면 월간 70 km 정도를 무난히 채울 것이다. 이런 추세로 나아가서 누적 600 km 정도는 채워야 '이제 뭔가 좀 알 것만 같다'는 수준이 되리라. 그쯤 되면 페이스도 6분 미만으로 나아질까?

12월 들어서 나는 30분 달리기(또는 5 km 채우기 - 그러려면 30분이 훨씬 넘게 걸린다)에서 '40분 달리기'로 전환하고 있다. 약간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해 본다면 '45분에 7 km를 달리기' 정도가 된다. 이를 이틀에 한 번씩 수행한다면 한달에 105 km가 된다. 하지만 이는 다소 무리이고, 일주일에 세 번 뛰는 것으로 하여 월 12회를 목표로 잡으면 7 x 15 = 84 (km)가 된다. 45분에 7 km를 뛰려면 6분 26초 페이스를 유지해야 된다. 지금 수준으로 더 노력해야 달성 가능한 목표이다. 어쨌든 매월 100 km 넘게 달리는 사람은 뭔가 대회 같은 것을 대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즉, 나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런데이 앱의 시간 달리기 도전에는 40분, 50분, 1시간... 등은 있지만 45분 달리기는 없다. 대충 맞추어서 해야지...

오늘(2024년 12월 13일)은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날이기도 하다. 추운 날씨에 국회의사당 앞에서 이를 지켜보며 가결하라고 구호를 외친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2024년 12월 12일 목요일

나의 두 번째 베이스 기타, 헥스(HEX) R100 SG(slate gray 색상)

 

나의 2호 베이스 기타인 헥스 'Root bass series'의 모델 R100 SG. R100M과 같은 것인지? '슬레이트 그레이'라 불리는 무광 피니시가 처음에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구매를 몹시 망설였지만 실제로 받아 보니 괜찮았다. 원산지는 인도네시아.

고민은 정말 길게, '지름' 결정은 순식간에, 배송은 번개와 같이 이루어졌다. 나는 이미 다음 사진 속의 베이스(중고품)를 일년 전에 구입하여 충분히 잘 활용해 왔고, 내년 초에 있을 짤막한 공연을 대비하는 중이다. 베이스 연주 실력이 놀랍게 향상하여 새 악기를 사지 않으면 안 되는 수준으로 오른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단지 precision bass(P bass)의 소리가 너무나 궁금하였고, 메이플로 만들어진 지판의 느낌도 궁금하였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더욱 발동하여 J bass를 사는 일이 생기면 절대로 안 되는데... 기타 네 대, 베이스 두 대면 충분하다.

이것은 작년에 구입한 나의 1호 베이스 기타. 두 개의 험버커 픽업이 장착되어 있다. 국내 제조품이지만 무슨 브랜드로 팔렸는지는 모른다.

스윙과 헥스의 B-stock 매물 중에서 정말 많은 고민을 거쳐서 헥스의 것으로 최종 결정하게 되었다. 헥스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기타 가방(gig back)의 품질이 매우 좋은 것도 작용하였다. 콜트나 벤티볼리오, 고퍼우드 등의 국산 브랜드도 고려 대상이었지만 스윙와 헥스만큼 B-stock을 활발하게 판매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이제 연습이나 더 해! 슬랩도 아직 제대로 못 치면서...

2024년 12월 11일 수요일

12월에도 달리기는 계속된다

서울에서 있었던 두 건의 회의를 마치고 대전으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누구나 5 km는 달릴 수 있음'을 설파하였다. 속도는 얼마를 유지해야 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여기에 집착하면 너무 힘들어지니까. 이제 겨우 5개월차에 접어든 초보자가 이런 말을 하기는 부끄럽다. 

Oxford Nanopore Technologies의 Senior Vice President인 Richard Compton, ONT 및 국내 대리점인 필코리아테크놀로지 관계자, 그리고 KOBIC 식구들과 함께.

출장지에서 점심과 저녁 두 끼를 먹었다. 평소보다 많은 칼로리를 섭취했음은 당연하다. 집에 돌아와서는 여분의 칼로리를 태우기 위해 운동복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기온은 영상 2도였다. 어제 40분을 달렸으니 오늘은 가볍게 딱 3 km만 달리려고 했다가 30분을 채우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서 집 주변 코스(약 2.5 km)를 시계 방향으로 두 바퀴 돌았다.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 워밍업을 하지 않고 달리기를 시작하였더니 몸이 풀리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30분이 되면서 피니시 지점에서 런데이 기록이 종료되었다. 하지만 스타트 지점까지 더 달려서 5 km를 채웠다.

12월 달리기 실적은 나쁘지 않다. 기록이 아니라 횟수를 말하는 것이다. 

두 바뀌째를 달리고 있는데 완전히 여름 러닝 복장을 차려입은 사람이 아파트에서 나오더니 순식간에 내 앞을 달려 시야에서 사라졌다. 긴팔 상의에 바람막이까지 입었던 나도 첫 바퀴에서는 어깨가 시릴 정도였는데 저 사람은 집에서 몸을 데우고 나왔나? 정말 부러웠다.

50대 중반인 내가 달리기를 시작했다고 말하면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꼭 있다. 나도 달리기를 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수준의 운동량과 강도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잘 안다. 최근 뉴스 하나를 소개한다.

[서울경제] '나이 들어 '달리기' 하면 무릎 다 나간다?' 소문 돌자 英 전문가 꺼낸 말

달리기가 좋은 점은 아무때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폭우나 폭설이 내리지 않는 이상 밤 10시라 해도 그냥 밖에 나가면 된다. 특별한 시설이나 장비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욕심만 내지 않는다면 부상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2025년의 도전 과제는 이따금 10 km를 뛰어 보는 것이다. 절대로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2024년 12월 10일 화요일

요즘 사는 이야기

오늘도 잠을 설쳐서 머리가 무거운 상태로 일찍 출근하여 책상 앞에 앉았다. 신경을 쓸 일이 많다는 것이 잠을 설치는 핑계 중의 하나이다. 이에 걸맞게 중노동 - 그래봐야 정신적인 노동 - 을 하지는 않고, 단지 신경을 많이 쓸 뿐이다. 자다가 깨는 일이 잦아져서 몹시 피곤하다. 그래도 이틀에 한 번 저녁 달리기는 빼먹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출근을 남들보다 1시간 20분 정도 일찍 하는 것 말고는 '워라밸'을 비교적 잘 지키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 '라'에 해당하는 시간을 더 줄여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문득 들 때가 있다. 주말에서 문서에 파묻혀서 지내야 하는 것 아닌가? 일을 하느라 더 늦게 퇴근해야 하는 것 아닌가? 틈 나는대로 국외 저널이나 자료를 읽으면서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내가 몸담은 조직의 방향타를 제대로 돌리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것 아닌가?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모르는 사람에게 조직과 사업 소개를 하기 위해 돌아다녀야 하는 것 아닌가?

12월 들어서 부쩍 많아진 온갖 위원회 등 회의 소집 요청, 조직원 평가, 채용 면접 참석 및 서류 처리 등 근무하는 동안 발등에 떨어진 일을 수습하느라 몰두하고 나면, '라'를 더 줄여서 일을 할 에너지가 별로 남지 않는다. 잠깐 남는 시간에는 달리기를 하면서 두뇌 속을 리셋하는 것이 무엇보다 영양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집중력을 흩트리는 개인적인 사정이 좀 있다. 이것 때문에 오랜만에 산 책도 잘 읽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너무나 개인적인 일이라서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이후 심각한 이 시국에 한가하게 그런 일을 여기에서 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여 일단 자제하는 중이다. 

퇴근 후 밤 9~10시 사이의 기온은 영상 1도 정도가 될 것이다. 바람도 별로 없어서 달리기에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어제 밤을 설치지 않았더라면, 보다 좋은 컨디션에서 뛸 수 있을 것이다. 

12월에 접어들어 올리는 글의 분량이나 충실도가 예전 같지는 못하다. 반성이 필요하다.

 

2024년 12월 5일 목요일

영화와 같았던 지난 밤... 밖에 나가 달리고 왔더니 비상계엄 선포라고?

딱 30분만 뛰기로 하고 밤 10시 가까운 시각에 집을 나섰다. 머리를 보온할 수 있도록 적당히 대비책을 만들고 뛰었더니 훨씬 편안하였다. 달리기 전에 집에서 몇 분 동안 실내 자전거를 타면서 약간의 워밍업을 한 것도 유효하였다고 생각한다. 


30분 달린 기록으로서 평균 페이스가 6분 30초보다 조금 빨랐다. 케이던스를 유지한 것이 오늘(실은 어젯밤) 작은 성공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첫 1 km를 6분 14초에 뛴 것은 고무적이다. 이를 30분 내내 유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달리기를 시원스럽게 마치고 돌아왔더니 웬 비상계엄 선포? 지금 이 나라가 제정신인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였다. 그러고 나서는 몇 시간 지나지 않아서 국회 요구로 계엄 해제? 장난도 아니고 도대체 이게 뭐란 말인가? 

아침에 출근을 하여 보니 과제 점검을 위한 과학기술혁신본부의 내방 등 연구소의 일정도 엉망이 되어 있었다. 이래서야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는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제대로 출범하는 것이 가능할까. 

글을 12월 4일에 작성하였으나 게시 버튼을 누르는 것을 깜빡 잊고 있다가 12월 5일에 비로소 게시하게 되었다.

2024년 12월 3일 화요일

달리기를 위한 겨울 채비

어젯밤의 달리기는 영 신통치 않았다. 삼일 전 6km를 달릴 때와 비교하면 기온이 더 높았지만 머리는 너무 차갑게 느껴졌고, 다리가 제대로 풀리지 않았는지 영 무거웠다. 애초에 목표로 했던 40분 달리기는 채우지 못하고 3km를 달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실 어제는 우리 부부 모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며칠 전에 먹은 생굴이 노로바이러스로 오염된 것이 아니었을까? 복통과 몸살기, 약간의 설사가 우리를 괴롭힌 이유는 그것 말고는 없을 것 같다. 증세가 심하지는 않아서 병원에 가지는 않았다. 겨울철에 익히지 않은 해산물을 먹고 몇 번 심하게 앓았던 기억이 난다. 정말 끔찍했다.

겨울철 달리기용 모자가 필요하다. 상의는 적당히 껴입고 바람막이를 하면 되지만.

방한용 모자를 고르기 위해 잠시 쿠팡을 뒤지다가 예전에 자전거를 타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출퇴근을 열심히 하던 시절에 쓰던 머리 및 귀 보온용 밴드를 찾아냈다. 이것이면 충분하다.

2024년 11월 30일 토요일

마크로젠 세종캠퍼스 준공식에서 대덕바이오커뮤니티(DBC)의 추억을 떠올리다.

김창훈 대표이사의 초청으로 세종특별자치시에 터를 잡은 마크로젠 세종캠퍼스의 준공식에 참석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초면인 서정선 회장, 그리고 지역의 중요 인사인 최민호 세종시장과 김진동 세종상공회의소장 등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박현석 이화여대 교수와는 정말 오랜만에 다시 만난 것 같았다. 준공식에서 읽을 축사를 준비하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였다. 대전광역시 또한 1990년대 한국 바이오벤처기업의 태동기에 요람과 같은 역할로 크게 기여를 하였다. 예를 들어 바이오 분야의 1호 벤처기업으로 잘 알려진 바이오니아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당시 명칭은 KIST 유전공학센터 -> '생명공학연구소'였을 것이다) 출신인 박한오 대표가 1992년에 한국생공이란 이름으로 대전에서 창업을 한 것이 성장을 거쳐 오늘에 이른 것이다. 주된 품목은 합성 올리고였다. 아마 당시에는 염기 하나를 합성하는데 3,000~4,000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20-mer 정도의 프라이머를 몇 쌍씩 합성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다. 한국생공으로부터 카트리지에 고정된 형태로 합성된 올리고를 받아서 암모니아수를 넣어서 이를 분리하고, 커다한 urea-PAGE를 걸어서 handheld UV lamp로 확인된 밴드를 오려서 이를 분쇄한 다음 50 ml conical tube에 담아 마그네틱 바(bar)로 밤새도록 돌려서 설계된 크기의 올리고를 우려내고...

KAIST에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리눅스 서버의 이름인 bioneer가 한국생공의 명칭 변경(1996)에 영감을 제공하였을 것으로 추정하는 글을 2021년에 쓴 일이 있다(링크).

대전광역시는 바이오벤처기업의 메카와도 같은 곳이었다.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 및 기업 연구소가 몰려 있는 입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30년이 넘는 연혁을 거치면서 대전을 발판으로 많은 바이오기업이 명멸하였다. 마크로젠은 올해로 창립 27년을 맞는다고 한다. 1990년대에 창업을 했던 수많은 바이오벤처기업이 떠오른다. 어떤 회사는 코스닥 상장을 거쳐 크게 성장하였고, 어떤 회사는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기도 했으며, 또 어떤 회사는 아직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마크로젠 창업 직후, 다들 엇비슷해 보였던 바이오벤처기업의 30년 뒤 운명이 이렇게 달라질 줄은 누가 알 수 있었을까?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적으로 가르는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준공식 후 점심식사 자리에서 서정선 회장은 이런 말을 하였다. 재벌이 되려면 세 가지 마음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열심'과 '의심' 그리고 '변심'이란다. 삼성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이 한 말이라고 하였다. 앞의 두 마음은 쉽게 수긍이 가지만 '변심'은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장 현실 앞에서 생존하려면 끊임없이 이에 맞추어 변화하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한결같은 자세 또는 지조를 지키는 것은 소멸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 것. '변심'을 '변신'으로 해석하면 마음이 좀 편해질 지도 모른다. 

계속 변화하는 시장(소비자의 변덕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에 맞추어 나가는 것을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대상이 만약 권력이라면? 역사의 전환점에서 누구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신념을 지키기 위해 목숨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생존인가, 신념인가? 만약 내가 그 순간에 서 있었다면 나도 아무런 주저함 없이 신념을 지킬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포춘지에서는 해마다 세계 500대 기업을 선정하여 발표하는데, 이에 의하면 기업의 평균 수명은 30년이라고 한다. 30년이란 기간은 사람의 한 세대와 대략 비슷하다. 한 세대가 지나면 산업계 지도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여기에 잘 맞추어 성공적으로 '변신'한 기업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일 게다.




마크로젠이 제공한 사진(관련기사: 메디게이트뉴스)


몇 주 전에 한남대학교 대덕밸리캠퍼스(대전광역시 유성구 유성대로 1646, 전민동)의 학생들이 우리 센터에 견학을 온 일이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여러분들이 공부하는 캠퍼스가 과거 한일합섬의 연구소였던 한효과학기술원으로 문을 열었으며, 그 후 많은 벤처기업이 둥지를 튼 대덕바이오커뮤니티(DBC, Daedoek BioCommunity)로 바뀌었다가 한남대학교가 인수하여 현재에 이르렀음을 알려 주었다. DBC는 정부 주도로 조성한 것이 아닌, 최초의 민간 바이오클러스터라는 큰 의미가 있다. 대전테크노파크 정흥채 센터장이 바이오인에 기고한 대전 바이오클러스터의 현황과 특성이라는 이와 관련한 대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잘 설명해 놓았다.

나도 DBC 입주기업인 (주)제노텍에서 2000년부터 2002년 말까지 일을 했었다. 그 무렵에 전민동으로 이사를 와서 아직까지도 살고 있다. DBC의 추억 한 자락을 공유하고 있는 옛 동료가 헬로디디에 2005년 기고한 글을 소개하고자 않다. DBC를 의인화하여 쓴 이 글에서는 떠나가는 입주 기업(그대)에게 자기를 잊지 말아 달라는 아쉬움을 담고 있다.

그대 잘 가시오. 그러나 나를 잊진 말아요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 된다.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밴드에서 기타와 베이스를 치다 보면 드러머의 세계가 궁금하다. 

최근 연구소에서 구입해 준 드럼 세트(사진 촬영: 권태호 박사)


커리어 측면에서는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교수와 기업가의 길 또한 호기심의 대상이다. 기업은 국가 경제를 떠받드는 중요한 축이 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고용을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을 결심한 사람, 그 결심을 실행으로 옮긴 사람, 창업 후 한 세대가 지나는 동안 이를 꾸준히 유지하고 성장시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사람... 본인의 노력과 하늘의 도우심이 없으면 과연 가능할까? 이들의 노고를 정말 높이 사고 싶다.


2024년 11월 28일 목요일

겨울밤 10시에 40분 달리기

어제와 오늘, 수도권에서는 11월에 내린 첫눈으로는 117년 만의 대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무려 28.6 cm라니... 출근길에 차 안에 몇 시간 동안 갇힌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반면 대전은 눈이 별로 쌓이지 않았다. 어제 오후에 제법 눈이 내렸지만 기온이 높아서인지 쌓이지는 않았고, 오늘은 오히려 겨울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폭염 뒤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겨울은 국지적인 폭설을 동반하였으니 정말 기후가 예전 같지 않다. 경제도, 정치도, 국제 정세도 전부 예사롭지 않다.

겨울비가 내려 음습한 밤 10시에 달리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러 집을 나섰다. 기온은 영상 2도. 겨울 내내 꾸준히 달리려면, 점점 낮아지는 기온에 맞추어 어떻게 옷을 맞춰 입는게 적당한지 익혀야 한다. 그러려면 아무리 성가셔도 집을 나서는 것이 옳다.

이번 주에는 월요일에 30분을 뛰었고 어제(수요일)는 진짜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실내 자전거를 1시간 타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오늘은 40분 달리기로 목표를 맞추었다.

1km 구간 당 페이스는 6:42~7:02였다. 40분에 6 km를 달리려면 6분 40초(시속 9 km)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한다. 매우 현실적인 목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페이스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되 꾸준하게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케이던스도 평균 174로 유지하였다. 최대 심박수는 167 bpm이었다. 5 km를 넘게 달리고 나면 눈알(유리체)에서도 물이 다 빠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건 느낌일 뿐, 신체 항상성을 생각하면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바람을 맞으면서 달리니 눈물이 말라서 뻑뻑한 느낌이 들 수는 있겠다.

조금 더 페이스를 올릴 수는 없는 것일까? 무엇이 나의 limiting factor인지 오늘의 달리기를 통해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리 근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내가 달리는 모습을 비디오로 찍어 보거나 별도의 코칭을 받지 않는 상태라서 정확히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마치 자전거 페달을 돌리듯 허벅지를 지금보다 높이 들어서 앞으로 내딛는 것이 맞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것은 러닝 관련 자료를 찾아 보고 내린 결론은 아니다.

아령이나 플랭크 말고는 아직 달리기에 도움이 될 만한 근력 운동은 하지 않는다. 그런 것을 논하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니까. 일단은 속도에 연연하지 말고 다소 느리더라도 오래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해야 되겠다. 따라서 앞으로의 운동 목표는 40분 혹은 그 이상 달리기를 주 3회 이상 하는 것을 목표로 삼겠다. 날씨가 나쁘면 실내 자전거를 타자. 몹시 지루함은 감수해야 하지만.


2024년 11월 30일 업데이트

이틀이 지난 뒤의 40분 달리기에서 드디어 6 km를 채웠다. 페이스는 달리는 내내 크게 떨어지지 않았으며, 케이던스도 평균 178 spm(최대 184 spm)을 유지하였다. 이제는 몸이 익숙해져서 메트로놈을 쓰지 않아도 케이던스를 180 spm에 근접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 3회 40분 달리기... 좋은 선택인 것 같다.

2024년 11월 27일 수요일

ANI 업계의 최근 소식을 알아보자 - 종내(intra-species) 존재하는 불연속성

ANI(Average Nucleotide Identity)를 이용하여 원핵생물의 균주를 묶거나 가르는 "업계"의 최신 근황이 궁금해졌다. Cutoff value에 대한 다른 주장이 나오거나, ANI를 뛰어넘는 다른 개념이 나온 것은 아닐까?

2023년 mBio에 실린 논문 An ANI gap within bacterial species that advances the definition of intra-species units에서는 330개 박테리아 종에서 18,123개의 complete isolate genome(MGA, getagenome-assembled genome이 아니란 뜻이렷다)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종에서 99.2%~99.8%(midpoint: 99.5%) 사이에 ANI 값의 불연속성이 존재함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이 값은 감염병의 유전체 역학에서 널리 쓰이는 sequence type(ST)와 대략 일치하며, strain(균주)만큼 상세한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이 gap이 subspecies와 연관을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하지 아니하였다. Strain의 경계는 더욱 엄밀한 수준인 >99.99% ANI로 제안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종내 99.5% ANI gap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모른다. 논문을 상세하게 읽은 것은 아니라서 나의 해석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이러한 연구를 재현해 보려면 유전체 정보를 어떻게 다운로드할까? ncbi-genome-download 유틸리티가 아직도 유효한 것일까? NCBI 웹사이트에 가 보니 datasets와 dataformat이라는 새로운 명령행 유틸리티가 생겼다(링크). 이건 또 뭔가? 



NCBI Insights에 들어가 보면 2024년 8월 13일에 이런 글이 게시되어 있었다.

Access and Download Sequence Data and Metadata Using NCBI Datasets

Goodbye Assembly and Genome, hello NCBI Datasets!

Datasets은 NCBI에서 관련성 있는(정확히 말하자면 사용자의 검색용 질의어에 맞는) 데이터 묶음을 웹 인터페이스에서 보여주고 제공하는 새로운 체계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었다. 위 글에는 'As previously announced, NCBI Datasets is replacing the legacy Genome and Assembly resources providing you a single entry point to genome datasets. Effective today, the legacy pages are redirected and no longer available.'이라고 하였으니 내 짐작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밑줄친 'previously announced'에 해당하는 공지의 원문 링크는 New & Improved NCBI Datasets Genome and Assembly Pages(2023년 7월 11일)이다. 이는 원래 진핵생명체를 위해 만들어진 NIH Comparative Genomics Research (CGR) project의 일부라고 한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24년 11월 공개된 RefSeq release 227에 대한 NCBI Insights의 안내문을 보면, NCBI Datasets을 통해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 웹페이지를 들어갔다가 datasets 및 dataformat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Entrez나 E-Direct가 퇴출된 것은 아니겠지만, 새 시대에 맞게 새롭게 제공되는 서비스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Bacterial genome을 검색하여 찾아 들어가는 관문도 예전과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2024년 또 다른 ASM 저널인 mSystems에 실린 On the road to genomically defining bacterial intra-species units[1]를 살펴보았다. 이 글은 연구논문은 아니고 'commentary(논평)'이다. 제목만 보면 2018년 같은 저널에 실렸던 Nicola Segata의 논문(이 아니고 perspective, 즉 견해인가?) On the road to strain-resolved comparative metagenomics[2]의 오마주인 것 같다. Segata는 MethPhlAn, bioBakery 등으로 워낙 유명하니 말해서 무엇하랴.

[1]에서는 최근 ANI 분석을 통해 확인되는 종내 세부 단위의 의미와 이에 따른 병원체의 genome epidemiology 발전 방향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글이 인용한 참고문헌을 세세하게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예를 들어 이제는 고전이 된 ANI의 개념을 정립했던 Konstantinidis의 2023년 논문 Sequence-discrete species for prokaryotes and other microbes: a historical perspective and pending issues[3]를 인용했으니 말이다. [3]의 그림 1을 보면 이 논문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The average nucleotide identity (ANI) gaps at the species and subspecies levels.  9만 개의 complete genome를 fastANI로 짝(pairwise) 비교하여 얻은 결과이다. 출처 링크.


내가 대부분의 시간 동안 몸을 담았던 업계의 현황을 살펴볼 여유가 요즘 별로 없는데 그러는 사이 그 분에서는 계속 뭔가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그 전문 분야를 느릿느릿 뒤따라 가면서 마치 사오년전 크게 히트했던 영화를 넷플릭스나 쿠팡 플레이에서 다시 찾아 보는 느낌이 든다.

사람을 게으르게 만드는 챗GPT, 그리고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 집단의 종 재분류 문제 최신 근황

챗GPT를 유료로 사용하게 되니 더 많은 일을 시킬 수 있다. 영어로 된 논문도 PDF로 다운로드하여 끌어 넣으면 전체 번역이 된다. 물론 한번에 되지는 않는다.

업로드된 문서의 번역 작업은 상당히 긴 분량과 기술적인 내용을 포함하므로 단계별로 처리해야 합니다. 우선 특정 섹션을 지정해 주시면 해당 부분을 번역해 드리겠습니다. 원하시는 부분(예: 서론, 특정 그룹 설명, 결론 등)을 말씀해 주세요.

유료 플랜에서는 무료에 비해서 더 많은 일을 시킬 수 있고, 작업 이력이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나중에 접속해서 과거의 기록을 다시 찾아 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러한 편리함이 얼마나 거대한 '탄소 발자국'을 남기는지에 관해서는 종종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확인해 보니 올렸던 파일을 나중에 다운로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챗GPT와 대화한 이력을 마치 작업장이나 자료 보관소처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을 명심하자.

파일을 그대로 밀어넣는 것이 가능하므로, 내 컴퓨터에만 있는 민감한 파일을 넣는 것이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서는 직접 물어 보았다. 프롬프트에 밀어넣는 파일이 자동적으로 챗GPT의 학습에도 쓰여서 모델을 개선하게 되는지, 다른 사용자에게 그 파일의 전체, 일부분 또는 요약 정보가 제공될 가능성이 있는지? 이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다.

아니요, 사용자가 올리는 파일은 ChatGPT의 학습에 사용되지 않습니다. 올려주신 파일은 해당 대화 세션에서만 사용되며, 대화를 종료하면 더 이상 접근하거나 저장되지 않습니다. 또한 사용자가 제공한 정보는 다른 사용자와 공유되지 않습니다.

민감한 정보를 처리할 때는 여전히 주의가 필요하며, 개인정보나 기밀 정보를 올리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추가적인 질문이나 걱정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주세요.

추가적인 질문을 통해서 OpenAI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업로드한) 파일이나 데이터를 학습 목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일단은 안심을 해도 된다. 그러나 누군가가 OpenAI를 해킹하여 사용자의 대화 목록을 몰래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거나, 또는 실제로 벌어지지 않았더라도 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 국정원에 의해 공공기관은 챗GPT에 접속을 못하게 하는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현재 구글 드라이브나 지메일/네이버 메일에 접속하는 것이 차단되는 것처럼 말이다. 기업에서도 널리 쓰는 서비스를 공공기관은 쓰지 못한다!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은 몇 개의 종(species)으로 세분하는 것이 원칙상 옳지만,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여전히 하나의 종으로 묶인 상태이다. 이 문제는 요즘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최신 논문을 찾은 뒤 챗GPT의 힘을 빌려 빠르게 읽어 보았다.

Unintended consequences: Renaming botulinum neurotoxin-producing species of clostridium and related species. Toxicon 224 (2023)

챗GPT가 생성해 준 논문의 요약은 다음과 같다.

해당 논문은 보툴리눔 신경독소를 생산하는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 속 세균의 재분류가 가져올 수 있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논의합니다.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은 보툴리눔 신경독소(Botulinum neurotoxin, BoNT)를 생산하는 그람 양성, 혐기성, 아포 형성 세균입니다. 이 세균은 독소의 혈청형과 대사 특성에 따라 네 개의 그룹으로 나뉘며, 각 그룹은 서로 다른 생리학적 특성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그룹 I은 프로테아제 활성이 있으며, 그룹 II는 비프로테아제 활성을 보입니다. 또한, 보툴리눔 신경독소를 생산하지 않는 클로스트리디움 스포로제네스(Clostridium sporogenes)와 같은 종은 보툴리눔 신경독소를 생산하는 균주와 유전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의 유전체 분석 연구는 이러한 그룹 간의 유전적 유사성을 밝혀내어, 기존의 분류 체계에 대한 재검토를 촉발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보툴리눔 신경독소 생산 여부와 유전적 특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종명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룹 I과 관련된 균주를 'Clostridium parabotulinum'으로 명명하자는 제안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재분류는 의료 및 공중보건 분야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툴리눔 독소와 관련된 질병의 진단, 치료, 그리고 생물학적 방어 측면에서 명명법의 변화는 혼선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자들은 보툴리눔 신경독소를 생산하는 클로스트리디움 속 세균의 재분류에 신중을 기할 것을 제안하며, 명명법의 변경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인 부작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혼동을 초래하게 되니 재분류하지 말고 그대로 두자고 하였다. 나도 이에 수긍한다. Clostridium botulinum이라는 이름으로 NCBI에 등록된 유전체를 전부 내려받아서(2021년에 작업한 것이 마지막이니 꽤 오래되었다) 분석을 했던 경험으로는 지나치게 95~96%의 ANI를 경계로 해야 한다고 집착했던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15개 가까운 종으로 나누어야 하고, PCOP(percentage of conserved protein)으로 분석하면 genus조차 다른 것으로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이 입장을 다소 완화하고 싶다. 저자게 제시한 highlights를 원문 그대로 인용해 본다.

Highlights

  • Botulinum neurotoxin-producing clostridia are highly diverse, and their reclassification has been proposed several times.
  • Botulinum neurotoxin-producing clostridia could be divided into eleven distinct phylogenetic clades.
  • Reclassification of botulinum neurotoxin-producing clostridia will not improve clinical or public health measures.

오늘 소개한 Toxicon 논문에서도 분석에 사용된 균주를 클러스터링하였을 때, 그 내부의 pairwise ANI 평균값은 일반적으로 단일종으로 분류되는 값보다 낮다고 하였다.

ANI나 PCOP와 관련한 최신 동향을 이제는 파악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일을 했던 것이 벌써 2~3년 전이니 말이다. Genomicist는 모든 것을 유전체에서 계산된 숫자로 파악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미생물의 phenotype을 고려하지 못하는 사려깊지 못함과 때때로 연결되기도 한다. 

미생물 유전체 자료를 다운로드하여 나름대로 분석하고 글을 쓰던(꼭 논문이었던 것은 아님) 몇 년 전의 일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은 더 중요하고 큰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 과연 옳은가?

2024년 11월 23일 토요일

쉬지 않고 7 km를 달려 보았다

조금 전에 방송된 <나 혼자 산다>에서는 기안84가 뉴욕 마라톤을 완주한 모습이 소개되었다. 당초 기안84가 계획했던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완주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이 바로 마라톤이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게 될지는 알 수 없다. 8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해서 이제 5 km를 연속해서 뛸 수 있게 된 50대 중반 아닌가. 페이스 개선의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다만 케이던스를 끌어 올리면서 예전보다는 조금 더 편하게 뛸 수 있게 된 것 같다.

30여 분 또는 5 km로 목표를 정해 놓고 그 안에서 페이스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또는 조금 느리더라도 더 오래 뛸 수 있게 단련을 해 나갈 것인가? 내 생각에는 후자가 더 나을 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7 km를 쉬지 않고 뛰어 보기로 했다. 바로 일주일 전에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나누어 뛰어서 총 10 km를 채운 일은 있었다.

런데이 앱의 <거리 달리기 도전>에서 목표 거리를 맞춘 뒤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케이던스는 평균 174 spm, 최대 179 spm으로 측정되었다. 메트로놈 덕분에 케이던스를 맞추기는 수월하였다.



1 km마다 점점 떨어지는 페이스를 보라. 케이던스는 거의 일정함에도 불구하고 페이스가 떨어진다는 것은 보폭이 짧아진다는 뜻이다. 만일 이런 추세로 10 km를 뛴다면 종료 시점의 페이스는 거의 8분(시속으로 환산하면 시속 7.5 km) 가까이 될 것이다. 

첫 5 km를 달리는 동안 페이스가 50초 가까이 느려진다는 것은 여전히 기초 체력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이런 상태에서 좀 느려도 좋으니 '10 km를 쉬지 않고 달리기'를 목표로 삼는 것이 과연 적합한지 확신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약간 긴 거리를 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2024년 11월 18일 월요일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행위

최근에 경험했던 몇 가지 일을 돌이켜 보면 나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행위'를 하는데 무척 서투른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려면 지금과는 다른 뇌 구조를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블로그에 잡다한 글을 수시로 올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것은 적극적인 사회성이 필요한 일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나를 내세우는데 익숙하려면 가치관의 전환과 별도의 열정이 필요하다.

  • 등록대에서 명찰을 수령한 뒤 VIP 대기실에 가서 서성이면서 참가한 사람들에게 아는 체를 했어야 하나? 
  •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할 때 단상에 올라갔어야 하나? 
  • 네트워킹 강화를 위해 비록 서투른 영어라 할지라도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접근했어야 하나?
  • 업무와 상관이 없는 어떤 문화 행사를 준비하는데 내가 바로 리더라고 말하고 나섰어야 하나?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행위'는 특히 리더에게 흔히 기대되는 덕목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조직 내부와 외부에 보이는 방법일 수도 있다. 이는 내부 구성원들로 하여금 리더를 우러르며 질서를 잡게 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리더에게 기대되는 또 하나의 덕목은 약간은 싸움꾼 같은 성격일 것이다. 외부와 싸워서 무엇인가를 쟁취해 와야 조직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매우 서투르다. 과거보다는 아주 약간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하든 원치 않든 나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행위에 꽤 익숙해질 무렵이면 현재 몸담은 조직에서 내가 할 역할은 이미 끝난 상태가 될 것이다. 정해진 3년의 임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1년차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실 준비된 상태에서 이 조직에 와서 기여를 해야 하는데, 많이 부족한 상태로 와서는 오히려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수업료를 내지 않고서... 이 조직이 나를 선택한 것에 대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앞으로 달라지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임감이나 의무감 때문에 본성을 바꾸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나에게는 꽤 심각한 철학적 고민거리인 셈이다.

2024년 11월 17일 일요일

달리기, 드디어 누적 거리 200 km 돌파!

어제 두 번에 나누어서 총 10 km를 달린 뒤 오늘은 원래 쉴 생각이었다. 그런데 누적 거리가 198 km를 넘긴 상태임을 우연히 확인하고는 다시 집을 나섰다. 조금만 더 뛰면 200 km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메트로놈 앱을 켜서 케이던스를 175 spm으로 유지하면서 언덕을 포함한 동네 순환코스 4.3 km를 30분 동안 달렸다. 페이스는 6분 58초. 마지막 5분은 오히려 힘이 남아서 조금 더 빨리 달리는 것이 가능하였다. 페이스가 더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막바지에 힘이 들지는 않았다. 심박수는 여전히 높아서 평균 157 bpm, 최대 168 bpm이었다. 이번 주는 (일)-월-화-목-토-일을 달렸으니 꽤 자주 뛴 셈이다.

갑천 산책로와 더불어 내가 애용하는 전민동 순환코스(약 2.5 km). 오른쪽 위 꼭지점(북동쪽)을 기점으로 하여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거리를 측정하였다. 3 km를 맞추려면 1.4 km 지점인 왼쪽 아래 꼭지점(남서쪽) 인근에서 바깥으로 잠시 빠져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 오늘은 30분을 채우기 위해 북쪽 구간을 한 차례 왕복하였다. 그러면 1.3 km 정도가 추가된다. 만일 북쪽 구간에서 두 차례 왕복을 한 뒤 순환하면 대략 5 km를 맞출 수 있다.

케이던스를 끌어올리고 복식호흡을 하면서 조금 더 능률적인 달리기를 하게 된 것 같다. 8월부터 달리기를 시작하여 4개월째가 되면서 드디어 200 km를 기록한 오늘에 이르러서야 달리는 요령을 '아주 조금' 깨닫게 된 것 같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 달리기에 게을러질지도 모른다. 만약 꾸준히 노력을 하여 내년 봄 누적 400 km에 다다르게 되면 '이제 뭔가 좀 알 것만 같군'하고 느끼게 될 것이다. 



자나깨나 부상 조심! 아직까지는 별 탈이 없었다.


2024년 11월 16일 토요일

10 km 달린 날

한꺼번에? 아니다. 두 차례에 나누어서.

모처럼 한가한 토요일, 아침 일찍 사무실로 나가서 밴드를 위한 음향장비와 각종 스탠드를 혼자서 전부 옮겼다. 가뿐한 노동 뒤에 운동으로 하루를 열어 볼까?

FdB CX12(12인치) 스피커의 무게가 꽤 나간다.

본격적인 밴드 합주 연습을 하게 되면 창문으로 소리가 꽤 새어 나갈 것이다. 현재로서는 뾰족한 방음 대책은 없다. 

신성동의 연구단지 종합운동장의 트랙을 달려 보기로 했다. 날씨도 좋고, 평탄한 트랙에서 처음 달리게 되니 기록도 좋게 나오리라 기대를 하고 달리기를 시작하였다. 긴 옷 차림이라 꽤 더웠다. 달리기를 마친 시간은 오전 11시.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러나... 7분 10초라는 초라한 페이스로 끝났다.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었다. 심박수는 평균 164 bpm(최대 171 bpm). 5 km 달리기에서 가장 좋았던 기록은 10월 19일의 6분 41초.


달리기를 시작한지 이제 4개월차. 어떤 사람은 첫 달에 5 km, 둘째 달에 10 km를 지속적으로 달리는데 성공했다는데, 나는 아직까지 5 km가 최대치인 것 같다. 심박수는 여전히 높다. 정말 수많은 유튜브에서 이야기하듯, 최대 심박수의 60~70%인 zone 2로 달리기를 하면 조금씩 기록이 좋아질까? 

첫 달에는 2분을 달리는 것도 힘들었으나 지금은 30분을 넘게 달릴 수 있으니 분명히 발전을 이룬 것은 맞는데, 심박수는 높고 페이스도 답보상태이다. 과연 느리게 달리면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달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오후 네시쯤 다시 집을 나섰다. 심박수가 130 bpm을 넘지 않게 달려 보기로 했다.

그런데 조금만 뛰면 이내 심박수가 150 bpm을 넘기 시작하였다. 130 bpm을 넘지 않게 하려면 거의 걷는 수준이 되어야 했고, 구간 페이스는 8분 31초나 된다. 아, 이래서는 뛰는 것 같지가 않아서 2.5 km 지점부터는 평소대로 뛰기 시작하였다. 최대 심박수는 170 bpm, 뛰는 동안의 페이스는 7분 6초 정도였다. 마지막 1 km를 남겨놓고 한번 전력질주를 조금이라도 해 볼까? 언감생심 달릴 힘이 나지 않는다. 7분 34초라는 초라한 페이스로 끝났다.


달리기를 마치고 걸으면서 휴식을 취하는데 갑자기 왼쪽 무릎 바깥쪽에 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서 살펴보니 통증은 없지만 약간 부어 있는 것이 아닌가? 얼음찜질을 하면서 더욱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하였다. 한꺼번에 10 km를 뛴 것도 아니고 오전 오후 두 차례에 나누어서, 그것도 오후 달리기의 전반부 대부분은 걷다시피 하였는데 말이다. 장경인대의 마찰로 인해서 그런 것 같다. 스트레칭을 자주 해 줘야 되겠다.

페이스가 7분을 넘어가면 자존심이 상하기 시작한다. 6분 30초 이내에서 안정적으로 달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주일에 한 번 정도(주말)는 10 km 연속 달리기를 해 보고 싶었는데 언제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달리기 경력 반 년은 되어야 할듯.



2024년 11월 13일 수요일

화상 회의를 위한 약간은 사치스러운 오디오 세팅

회의 참석은 업무의 매우 중요한 일부분이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사람을 한 장소에 모을 수는 없으니 인터넷 환경에서 화상 회의를 종종 하게 된다. 대단히 편리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효율이 떨어지기도 한다. 모니터 한쪽 끝에 다른 화면을 열어 놓고 딴짓(?)을 하는 일도 있다. 때로는 이러한 종류의 멀티 태스킹이 필요하다.

오디오 사정이 나쁘면 화상 회의의 질이 뚝 떨어진다. 

항상 3.5 mm 플러그가 달린 아이리버 유선 헤드셋으로 Zoom 회의를 하다가 이번에는 사치를 좀 부려 보았다. MXL Tempo USB 마이크로폰에 헤드폰을 연결하여 회의를 한 적도 있었고...

모니터로 보이는 상대방은 마치 실제 상황에서 만난 것 같은 착각을 충분히 불러 일으키지만, 목소리가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들리는 것은 영 어색하다. 사람은 앞에 있는데 소리는 머리 속에서? 차라리 소리는 라우드스피커로 듣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헤드폰 쓰지 않고 InterM R150PLUS 파워 앰플리파이어가 구동하는 PA 스피커로 소리를 들으며 회의를 진행하니 청각적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 원래 음악 작업용으로 쓰려고 장만한 기기를 회의 용도로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사무실에서 혼자 화상 회의에 참석할 때에는 오늘과 같은 오디오 세팅을 종종 이용해야 되겠다. 나른한 오후 2시 반, 지금은 도메니코 스카를라티의 소나타를 들으며 일을 하고 있다. 바로 곁에 놓인 '작은' Ryzen 5950X 데스크탑이 뿜어내는 팬 소음이 음악 감상을 방해한다.

2024년 11월 12일 화요일

[달리기] 케이던스를 180 spm으로!

ChatGPT에게 케이던스(cadance)가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다.

러닝에서 케이던스(Cadence)란 1분 동안 발이 지면에 닿는 횟수, 즉 분당 보폭 수를 말합니다. 케이던스는 러닝 효율성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발을 땅에 닿게 하는 빈도가 높아지면 더 빠르고 안정적인 러닝을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의 권장 케이던스는 분당 약 170~180 스텝입니다.

케이던스를 올리면 착지 시간이 짧아져 부상의 위험이 줄어들고, 더욱 경쾌한 리듬으로 달릴 수 있게 됩니다.

케이던스의 단위는 spm(steps per minute)이다. 나의 기록을 살펴보니 평균 165 spm 정도로서 페이스는 달리는 도중에도 들쑥날쑥이지만 케이던스는 매우 고르다. 아마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처음 달리기를 할 때, 천천히 달린답시고 케이던스를 아주 느리게 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보폭은 상대적으로 커지고, 한 발을 땅에 디딜때 많은 하중이 실림과 동시에 발바닥으로 땅을 밀어낼 때 더 많은 힘이 들었다. 결과는 빨리 피로해지고 장딴지에 근육통이 쉽게 발생하였다. 낮은 케이던스로 '뛰는 동작', 즉 두 발이 전부 땅에 닿지 않는 모습을 연출하려니 이렇게 잘못된 방식으로 힘만 더 들어가는 달리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케이던스를 180 정도로 높이고 보폭을 조절하면 달리기가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실험을 해 보았다. 메트로놈(TE Tunner 앱)과 런데이를 한꺼번에 켜 놓고 분당 180에 맞추어 달려 보았다. 다리가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물론이었다.

그런데 3 km  동네 한 바퀴 코스의 언덕을 오르다가 거의 지쳐서 잠시 달리기를 멈추어야 했다. 호흡 조절에 실패했던 것. 어쩌다 보니 180 bpm에 맞추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이 동작 자체가 체력 소모가 너무 많았던 것 같다. 





케이던스를 갑자기 180 spm으로 맞추려고 할 것이 아니라 일단 170 spm 정도를 목표로 해서 점진적으로 높여 가도록 하자. 속도나 거리에 관계없이 딱 30분 또는 5 km만 달릴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시작한 운동이었는데,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고 싶은 너무나 당연한 욕심이 생기고 말았다.


2024년 11월 13일 업데이트

어젯밤에는 메트로놈을 170 spm으로 맞추고 3 km를 달려 보았다. 호흡도 발에 맞추지 않고 유연하게 해 보려고 노력하였다. 180 smp을 목표로 했던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였다. 페이스는 6분 38초.




2024년 11월 10일 일요일

따뜻한 11월의 일요일 보내기 - 글쓰기, 베이스 연습, 그리고 달리기

국외출장보고서와 청탁받은 원고 하나를 얼추 마무리하고 베이스 기타 연습을 하였다.

ALTO의 Uber PA는 베이스 기타용 앰프는 아닌데 집에서 유튜브를 블루투스로 연결해 놓고 작은 소리로 연습하기에 좋다. 충전식이므로 언젠가는 밖에 들고 나가서 버스킹을...

Pop & Rock에 대한 나의 음악적 경험은 1980년대에 머물러 있다. 대략 본 조비나 너바나의 음악부터는 듣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인가, Red Hot Chili Peppers라는 밴드를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베이스 기타에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이 밴드의 곡을 꼭 알고 익혀야 한다는데, 최근 이 음악적 '악동'들의 행적을 찾아보고는 너무나 기가 막혀서 더 이상 탐구를 하지 않기로 하였다(예: Sox on cox). (배)철수 형님이 들으면 너무나 안타까워 할 음악적 편식일지도 모르겠으나, 음악이란 어차피 취향 아니겠는가. 

중고 베이스를 구입한지 이제 1년 가까이 되었다(구입 당시 글 링크). 이것보다 조금 더 좋은 베이스를 갖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기타 스탠드에 더 걸어 놓을 곳이 없다. 요즘은 슬랩 주법을 연습하는 중인데, 중학교 1학년 때에 기타에 푹 빠져 있던 당시의 열정만큼은 따라갈 수 없다. 

달리기는 여전히 답이 없다. 오늘은 11월 들어 처음으로 5 km를 달렸는데,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뒤로 갈수록 페이스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라. 평균 페이스는 겨우 6분 53초를 찍었다. 달리기에 입문한지 벌써 4개월차인데 아직도 최대 심박수는 176 bpm에 이르고 있다. 그냥 지금과 비슷하게 계속 달려 나가면 몇달 뒤에는 훨씬 낮은 심박수로 떨어질 것인가? 혹은 존2 달리기를 해야만 할까? 오늘의 심박수 기록을 보면 달리기 개시 35초만에 심박수가 125 bpm이 되었다. 

정말로 존2 훈련을 하고 싶다면 아예 빨리 걷기 수준으로 달려야 한다. 그런데 야외 달리기에서는 이게 참 쉽지가 않다. 상상해 보라. 줄넘기를 하면서 최대 심박수의 61-70% 영역 내에서 심박수가 유지되도록 강도를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차라리 실내용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런다 해도 문제가 있다. 한번에 45분~1시간 이상을 지속해야 훈련의 효과가 있다는데,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실내 자전거를 이렇게 타려면 보통의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달리기와 실내 자전거를 적당히 섞어서 내 나름대로의 운동 프로그램을 짜 봐야 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석근 코치의 '존2 달리기, 허와 실 - 천천히 달리면 빨라진다? - 개 풀뜯는 소리'라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것 참, 혼란스럽다.


존2 달리기 훈련을 하더라도 마지막에는 전력질주 연습을 하라는 것이 정석근 코치의 가르침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절대로 기록이 좋아지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불과 1년 전에 넘어져서 윗팔뼈와 갈비뼈 여러 대를 부러뜨려 본 사람은 전력질주가 정말 무섭다. 물론 내가 넘어진 것은 달리다가 그런 것은 아니고 계단에서 발을 헛디딘 것이 원인이었지만.

질주로 거듭난 마라톤의 새로운 변화(정석근 헬스 라이프, 2019년 1월 4일)


2024년 11월 11일

점심 먹고 나서 슬렁슬렁 1 km 달리기. 식사 후 30분도 채 지나지 않았고, 입은 옷과 신발은 출근할 떄 입은 평상복 그대로였다. 풋살장 바닥은 워낙 푹신해서 다리에 무리가 가지는 않을 수준이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천천히 달렸다. 목표가 1 km였으니 이보다는 속도를 더 내도 되었을 터인데.




사무실에 운동화와 갈아입을 옷을 갖다 놓고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조금 뛰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끔 전력질주를 섞어서... 어차피 긴 쪽이 40 미터에 불과한 풋살장이라서 한번에 긴 거리를 전력질주를 하기 어렵다.

5 km 달리기, 3 km 달리기(언덕길 포함)와 1 km 달리기를 적절히 섞어서 운동을 하되, 1 km에서는 기록을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해 보는 것도 좋겠다. 기록을 당겨주는 1 km 훈련법이라는 글을 참고해 보자.

막연하지만 1년 뒤의 목표를 설정해 보자. 지금은 가까스로 7분 미만을 턱걸이하는 페이스로 겨우 5 km를 달려 내는 수준이다. 이를 한 시간까지 지속할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 

출처: Pace Calculator - 마라톤온라인




2024년 11월 8일 금요일

AI-바이오과학 협력회의 참석을 위한 워싱턴 D.C. 출장 사진 모음

공무국외출장보고서 작성을 거의 마쳤다. 자료를 정리하는데 ChatGPT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편리하자고 만든 기술은 철저히 활용해야 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사진을 정리해 본다.

장기주차장에 이렇게 많은 차량이 있을 줄이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근처의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인천 에어포트'(아래 사진)이라는 긴 이름의 호텔에서 미리 1박을 하였다. 몸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서 새벽에 공항버스를 타러 나가기가 힘들 것으로 판단했기 떄문이다. 돈은 조금 더 들었지만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셔틀버스를 기다리며 찍은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인천 에어포트. 사진을 찍은 위치는 공항에서 운영하는 셔틀 정류장이다. 호텔 바로 앞에서는 당연히 호텔에서 운영하는 셔틀 버스가 다니지만 배차 간격은 훨씬 길다.

아이구 힘들어라... 컨디션은 엉망이다. 워싱턴 D.C.에 도착하여 점심식사 후 첫 커피를 마신다.


삼일동안 묵었던 The Baron Hotel 앞의 기념물. 러시아에 저항했던 Taras Shevchenko라는 우크라이나 시인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인물상이 위치한 곳은 우크라이나 독립 공원(Ukraine Independence Park).

The Baron Hotel.


내가 사진을 찍은 이곳은 재즈 피아니스트인 듀크 엘링턴의 이름을 붙인 공원이다.

오잉, 넥타이가 이렇게 엉망일 줄이야. 다음날 아침 호텔방에 비치된 스팀 다리미로 싹 다렸다.



미국 과학, 공학, 의학 한림원의 남쪽 입구.


조지 워싱턴 대학교(GW).

듀크 엘링턴 공원을 다시 찾아서.

한국 대표단.


미 국무부. 이날 날씨는 정말 더웠다. 11월 1일인데도 섭씨 27도나 되었으니.

조지 워싱턴.

호텔에 머무는 동안 두 차례 아침식사를 사 먹었던 Bagels Etc. 아침 6시에 영업을 개시하며 한국인이 운영한다.

체크아웃 직전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문은 완전 수동이라서 손으로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