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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일 금요일

개정 커먼룰(Revised Common Rule)과 포괄적 동의(broad consent) 공부하기 - 어디부터 클릭해야 하는가

2018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미국의 연방정책(Federal Policy) 중 하나를 왜 2022년이 끝나가는 시점에 공부하고 있는가? 개정 커먼룰이나 유럽연합의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무슨 사서삼경 중 하나라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를 일부러 공부하는 이유는 윤리적인 인간대상 연구의 수행을 위해 이 연방정책으로부터 참고할 사항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정책이라는 것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국내법 상의 법(률), 시행령, 또는 시행규칙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소위 커먼룰은 인간대상연구 보호를 위한 연방정책(Federal Policy for the Protection of Human Subjects)을 일컫는 것이다. 'Common(공통)'이라는 낱말은 여러 정부 기관에 적용되는 규칙이기 때문에 붙은 것이다.

우선 2017년 국내 학술지 「생명윤리」에 실린 다음의 논문을 클릭하여 읽어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꽤 길다... 다 읽고 나면 뉘른베르크 강령, 헬싱키 선언, 터스키기 매독 사건, 벨몬트 보고서, 황우석 사태와 한국의 생명윤리법 제정 등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을  한 번에 꿰게 될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이제 바이오 분야를 공부하기 시작한 학부 저학년 때에 배워야 한다!

미국 연구대상자 보호 정책의 최신 동향 - 개정된 커먼룰(Common Rule)을 중심으로 -

다음으로는 미국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HHS(U.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의 OHRP(Office for Human Research Protections)에서 제공하는 관련 설명을 보는 것이 좋다.

  • [HHS] Revised Common Rule Q&As 교육자료이므로 설명은 매우 친절하다.
  • [HHS] Regulations - 45 CFR 46 - 2018 Requirement(2018 Common Rule) CFR(Code of Federal Regulations)란 미국연방규정집을 의미한다. 45 CFR 46을 구성하는 A에서 E까지의 서브파트 중에서 'A'가 바로 개정 커먼룰(2018 Common Rule)에 해당한다. 맨 위에 보이는 푸른 바탕의 흰 글씨 "View an official version at e-Code of Federal Regulations"를 클릭하면 연방 관보(Federal Register)에 공개된 커먼룰 웹사이트로 이동한다. 연방 관보는 우리나라 법제처의 국가법령정보센터와 가장 흡사한 구조의 문서를 제공하고 있어서 파악하기 쉽다. 반면 공식 PDF 문서(링크)는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운 문서의 구조를 하고 있다. 이 웹사이트를 스크롤하여 아래로 내려가면 각 조문(§46.101-§46.124)이 나온다. 왼쪽 메뉴바 가장 위에 링크된 벨몬트 보고서도 터스키기 매독 연구 사건을 조사하면서 나온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료이니 생명윤리에 관심이 있다면 클릭해봄직하다. 

NCBI taxonomy와 유사한 방식으로 Subpart A에 이르는 hierarchy를 알아보자.

Code of Federal Regulations - Title 45(Public Welfare) - Subtitle A(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vices) - Part 46(Protection of Human Subjects) - Subpart A(Basic HHS Policy for Protection of Human Research Subjects)

예를 들어 국내법에서 'X법 제Y조 제Z항'이라고 말하듯이, 미국 45 CFR § 46.116(d)가 바로 포괄 동의와 관련한 것이다('Elements of broad consent for the storage, maintenance, and secondary research use of identifiable private information or identifiable biospecimens').

다음은 SACHRP(Secretary’s Advisory Committee on Human Research Protections)에서 제공하는 권고사항(전체, 검색) 중 informed consent(설명 동의, 사전 동의, 고지된 동의 등으로 번역)에 관한 것이다. 포괄 동의와 관련한 템플릿도 제공하고 있다.

[SACHRP] Recommendations for Informed Consent (Broad Concent Guidance, Broad Consent Template)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갖는 것은 개정 커먼룰에 도입된 '포괄 동의(broad consent)'이다. 이는 인체유래물등(유전체 정보 등을 포함하는)의 2차적 활용 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동의사항이다. 1차적 연구(primary research)라면 연구자가 연구대상에게 직접 개입하거나 상호작용을 하는 연구이고, 2차적 연구(secondary research)는 1차적 연구가 끝난 뒤 남은 잔여 시료 또는 결과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2차적 연구의 내용이 어떻게 될지는 연구대상자로부터 동의서를 받는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 따라서 이때 2차 활용에 대한 포괄 동의를 받아 놓으면 생명의료과학(또는 의생명과학) 연구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이전 커먼룰에서는 연구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study-specific) informed consent를 받거나 기관심의위원회(IRB)로부터 informed consent 면제(waiver of consent)를 받는 것 두 가지 중 하나를 따라야 했다. 개정 커먼룰에서는 여기에 포괄 동의라는 세 번째 옵션을 추가한 것이다.  필수 또는 기본 선택이 아니라 옵션의 하나이며, 1차 연구가 아니라 식별 가능한 시료 또는 개인정보에 대한 보관, 관리 및 2차 연구에 한정한다. 포괄 동의는 동의 면제가 아니고 study-specific informed consent를 대신하는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의 연구윤리가 대상자의 보호에 치중했다면, 최근에는 연구를 통해 인류 전체가 얻게 될 혜택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2차적 연구가 쉽게 이루어지도록 커먼룰이 개정되었다고 보면 쉽다. 물론 개정 커먼룰에서 달라진 점은 포괄적 동의의 도입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개정 커먼룰 체제에서 인체유래물과 데이터를 이용한 2차 연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서는 다음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꼼꼼하게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NIH 생명윤리 웹사이트에 올려져 있으니 그만큼 정확한 설명 자료라고 볼 수 있다.

[Holly Fernandez Lynch, Univ. Pennsylvania] Secondary Research with Biospecimens and Data Under the Revised Common Rule

Lynch의 발표 자료 중 아마도 가장 중요한 42번 슬라이드(출처 링크). 가장 오른쪽 경로를 보라. 이차 연구의 경우 비식별조치를 취했다면 인간대상 연구가 아니므로 IRB도, 동의 절차도 필요하지 않다. 이건 커먼룰 개정 전에도 그랬었다. 아, 부러워라!

개정 커먼룰에서 도입된 포괄 동의를 공부하면서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 몇 가지 있다. 첫째, 2차적 연구는 다른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포함하는가? CFR에서 이에 대해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특별히 금지하지 않으면 해도 된다는 미국법의 철학(무슨 근거로 이렇게 판단하는지 모르겠지만...)에 의해 판단하건대 제공도 가능한 것 같다. Ochsner Journal 20:62-75('Revised common rule changes to the consent process and concent form', PMC 링크)에 실린 동의서 사례(p.73)를 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FUTURE RESEARCH We may use or share you research information and/or biospecimen for future research studies, but it will be deidentified, which means that it will not contain your name or other information that can directly identify you...(중략)...We will not ask for your additional informed consent for these studies.

이 샘플 동의서가 커먼룰을 위배하는 것이 아니라면, 제3자에게 주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 연구대상자(시료제공자)에게 추가적인 동의를 구하지 않을 것임이 마지막 문장에 나온다. 제3자 제공 시 비식별 처리를 하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자, 그러면 비식별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단일한 비식별화 방법은 없다. 그러나 가장 많이 참조되는 미국의 HIPAA(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비식별화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경우 HIPAA에서 정의한 18개 PHI(Protected Health Information)에 대하여 전문가 판단(Expert Determination)을 하거나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Safe Harbor)를 사용한다. HHS 웹사이트에 이에 대한 글이 있다("Guidance regarding methods for de-identification of protected health information in accordance with the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HIPAA) privacy rule" 링크).

Safe Harbor method의 경우를 보자. 이름, 주소(주state는 살린다),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 18개의 식별자를 자료에서 제거하는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보건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각 보건의료 데이터 유형에 대한 가명처리 방법이 나온다. 모든 식별자는 삭제하거나 일련번호로 대체하고, 플러스 알파가 더 있다. 즉 식별자를 제거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자체도 가명 처리를 해야 된다. 슬프게도 유전체나 전사체 자료는 안전한 가명처리 방법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으므로 가명처리 유보 상태이다. 달리 말한다면 정보 제공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가 없다면 아예 쓰지를 못하는 것이다. 으흑흑... 연구대상자로부터 시료 수집 단계에 2차적 사용에 대한 동의를 깜빡 잊고 받지 못했다면 쓰지를 못한다! 데이터 3법 개정의 취지는 가명처리된 정보는 제공자(정보주체)의 동의 없이도 몇 가지 목적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쓸모가 아주 많은 유전체 및 전사체 데이터는 가명처리를 아예 하지 못한다! 

(가명처리 = 비식별처리)는 아니지만, 일단 이에 대한 논쟁은 하지 않기로 한다.

둘째, 제3자에게 주는 경우

유전체 정보의 개인 재식별 가능성과 그것이 가져올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서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 보련다.

둘째, 개정 커먼룰에 의해 제3자에게 제공된 자료의 운명은 어디까지 허용될까? 비식별상태를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계속 다른 연구자에게 넘어가도 되는가? 잘 모르겠다.

셋째, 시료 제공자가 보존 기한을 명시한 경우, 포괄 동의에 의해 타인에게 넘어간 자료 역시 보존 기한이 종료되면 폐기해야 하는가? 비식별 처리가 이미 되었으니 어느 자료의 유효 기간이 도래했는지 제3자는 알지 못하므로 폐기를 못할까? 만약 식별의 의미가 시료/정보의 원 주인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1차 연구자는 이름을 '0001'이라는 일련번호로 대체하여 이 식별자를 갖는 상태로 정보를 제3자에게 준 셈이니(이것도 비식별처리에 해당), 유효기간이 도래한 시료의 경우 '0001' 자료를 폐기해 달라고 제3자에게 요청하면 되므로 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후자의 방식이 엄격하게 실행되려면 정밀한 추적 시스템이 필요하므로 시료를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직 잘 모르겠다.

넷째, 가장 어려운 궁금증이다. 여러 자료를 보면 포괄적 동의는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 및 시료로 제한된다는 내용이 보인다. 여기에서 식별 가능하다는 것은 시료 또는 정보와 연결된 원 주인 및 그가 작성한 동의서와 연결 가능하다는 뜻으로 보아야 하는가? 예를 들어 Ochsner Journal 20:81-86('Understanding broad consent', PMC 링크)의 표2에는 포괄적 동의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는데, 그 중에서 다음의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An investigator wants to conduct research on deidentified tissue samples from the institution's tissue bank. Broad consent is not an option, because broad consent only applies if the samples are identifiable. Because the tissue samples are deidentified, obtaining study-specific informed consent may not be possible. Therefore, the investigator should seek a waiver of consent from the IRB. (연구자가 기관의 조직 은행에서 식별되지 않은 조직 샘플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려고 합니다. 포괄 동의는 샘플을 식별할 수 있는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포괄 동의는 옵션이 아닙니다. 조직 샘플이 식별되지 않기 때문에 연구별 정보에 입각한 동의study-specific consent informed consent를 얻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자는 IRB의 동의 면제를 구해야 합니다.)

뭔 소리지? 식별되지 않은 조직 샘플을 채취할 때 받은 동의서가 broad consent에 따른 것이라면 상관이 없지 않나? 식별되지 않는 조직 샘플이라는 것의 의미는 '여기에 원래 딸려 있었던 동의서가 무엇이었는지 역추적이 불가능한 것'을 의미하는가? 갑자기 조직 은행의 운영 방식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상식적으로 조직에는 일련번호를 붙이고, 이를 수집할 때 받은 동의서에도 같은 일련번호를 붙여서 별도의 장소에 관리하지 않을까? 이 예문을 글자 그대로 해석한다면, 누구 샘플인지 모르기 때문에 동의를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포괄적 동의는 시료 제공 시점에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1차 연구가 끝난 다음에 시료 제공자를 찾아서 '1차 연구는 성공적으로 끝내게 되어 감사합니다. 남은 시료를 다양한 연구 목적으로 쓰려고 하오니 새로 만든 동의서에 또 서명해 주시되 이번에는 연구 목적이 아주 브로오-드하므로 구체적으로 쓰지는 않을 거예요'라고 하는 상황이 떠오른다. 시료의 채취는 1차 연구 때 이미 끝났으므로, 앞으로의 활용에 대한 위험은 없다고 봐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생물학적 시료를 조사하여 개인을 식별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및 그 정보의 악용 위험성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이것은 동적 동의(dynamic consent)의 종이 버전이라고나 할까. 안 될 것은 없다. 그런데 문제의 시료가 누구 것인지 모른다면 당최 추가 동의서를 받을 방법이 없다. 이러한 상황을 의미하는 것인지?

이상에서 열거한 네 개의 궁금증은 무식의 소치일 수도 있고, 관련 분야 전문가가 답을 주어야 하는 수준의 것도 있을 것이다. 부디 혼자 더욱 깊게 공부하는 과정 중에 스스로 답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 

혹시 지나가던 전문가께서 이 글을 읽고 글쓴이의 무식을 깨우쳐주고 싶으시다면 댓글을 부탁합니다!

2022년 9월 7일 수요일

인체유래물 연구 동의서는 바뀌어야 한다

생명윤리법 제2조 제11호 및 제12호에서 정의한 인체유래물연구를 수행하려는 연구자는 인체유래물 제공자(연구참여자)로부터 인체유래물등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를 인체유래물 연구 동의서(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지 제34호 서식)라 하며, 구글에서 검색하면 원문을 쉽게 입수할 수 있다. 다음은 제34호 서식 뒷부분에 나오는 동의 내용으로, 연구자와 연구참여자가 기재해야 하는 빈 표를 보이고 있다.



인체유래물은행에서 받는 동의서는 다른 서식(인체유래물등의 기증 동의서, 동법 시행규칙 별지 제41호 서식)을 써야 한다. 제41호 서식에는 제공자가 샘플의 활용 목적을 제한할 수 있는 체크박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체유래물은행의 설립 취지를 생각한다면 이는 타당하다. 왜냐하면 은행에 기증된 인체유래물의 구체적인 활용 목적은 나중에 연구자가 이를 은행으로부터 분양을 받을 시점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국내법에서 인체유래물등의 활용에 대한 포괄적 동의(broad consent)가 적용된 거의 유일한 사례가 될 것이다. 그러나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포괄동의는 금지하고 있다.

포괄동의는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 또는 구체적 동의(specific consent)와 반대되는 개념이 아닌 본인의 정보로 수행할 수 있는 가능한 범위에 동의하는 것(의학신문 2018년 1월 3일자 '인간중심의 지능 정보화 의료시대 핵심은?' 링크 - 개정 커먼룰의 의미를 쉽게 잘 설명한 자료이므로 일독을 권함. 단, 클릭하면 유소영 교수의 얼굴 사진이 크게 나타나니 놀라지는 마시길^^ 개정 커먼룰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포괄동의의 도입임).

제34호 서식 동의서는 실물 샘플(혈액, 소변, 조직...)을 연구자에게 제공할 때에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제공된 인체유래물로부터 유전체 해독을 한다면 작성하기가 조금 불편해진다. 사실 현행법은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였다. 인체유래물을 보관하려면 전용 시설이 필요하니(최소한 냉장고), 보존 기간이라는 것을 설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그로부터 생산된 유전체 정보는 연구자가 보관하는데 별로 부담이 없다. 구글이나 네이버의 데이터 센터 수준으로 엄청난 용량의 자료를 수집하지 않는 이상.

이 동의서는 현실적으로 연구참여자가 제공한 인체유래물 중 (1)연구에 쓰고 남은 것(잔여 인체유래물), 그리고 그로부터 연구 과정을 통해 생성되는 결과물인 (2)유전체·전사체 등의 정보 등에 대한 활용 조건까지 전부 담고 있다. 나는 이것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동의내용 표의 네 번째 칸인 '보존 기간 내 2차적 사용을 위한 제공 여부'를 보자. 여기에서 다루어지는 대상은 (1)잔여 인체유래물만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혹은 (2)유전체 정보 등 연구결과물까지를 포함하는 것인가? 아마도 (1)과 (2)를 전부 가리킬 것이다. 동의 선택사항 중에서 1이나 3에 동의를 했다면, 보존 기간 내 갖고 있던 인체유래물은 물론이고 연구 결과물(유전체·전사체 정보)을 아직 목적이 정해지지 않은 2차적 사용을 위해 제3자에게 제공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2번에 체크하지 않은 상태라면, 연구성과물의 등록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개인정보와 다를 바가 없는 유전체 정보의 비식별화 문제는 별도로 하고서 말이다. 

활용 목적은 구체적이어야 하고, 제공자가 이에 대해 동의해야만 쓸 수 있다는 원칙은 매우 아름답고 순수하다. 그러나 2차적 활용 목적을 연구자가 처음부터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인체유래물은행이 수집하는 실물 샘플이라면, 기증자가 사용 목적을 특정해서는 그 은행 역할을 할 수가 없다. 수집 당시에는 이 샘플이 앞으로 어떤 용도로 분양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체유래물은행이 받는 인체유래물등의 기증 동의서(제41호 서식)에는 기증 행위가 그 활용 목적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동의함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제34호 서식은 최신 연구기법을 반영하여 바뀌어야 함이 옳다. '귀하가 제공한 인체유래물로부터 유전체 정보가 해독될 것입니다(혹은 '해독될 수 있습니다'라고 표시해야 함. '해독되지 않을 것임'이라는 약속은 별로 의미가 없음)'라는 내용이 있어야 하고, 2차적 사용에 관한 동의는 인체유래물 실물과 이로부터 생성된 결과물에 대한 것으로 나뉘어 있어야 한다. 물론 생명윤리법 제37조 1항에서는 인체유래물 기증자로부터 다음 각 호(1~5)의 사항이 포함된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였고, 4호에서 '인체유래물과 그로부터 얻은 유전정보(이하 "인체유래물등"이라 한다)의 제공에 관한 사항'이라고 명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제34호 서식은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듯하다.

제34호 서식으로는 인체유래물 기증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기 어려우니, 별도의 연구참여 동의서 양식을 만들어서 연구의 목적, 연구 방법, 제공자가 겪을 수 있는 위험성(불편함) 및 혜택, 결과물 처리 및 유전체정보은행(데이터베이스든 데이터팜이든 무엇이라고 불러도 좋음)에 등록하는 과정까지를 상세히 기술하여 별도로 동의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미국의 최종판 커먼룰에서도 동의서에 whole genome sequencing이 진행될 것인지 혹은 아닌지에 대한 사항을 밝히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어렵지 않게 자료를 찾아 볼 수 있다. 가령 Ochsner Journal 20:62(2020)에 실린 Revised common rule changes to the consent process and consent form의 표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동의서에 새로 넣어야 할 내용을 정리해 놓았다.

출처: PubMed Central (PMC7122264)


이 논문에서 보여준 동의서 예시에서는 Future Research 항목에서 다음과 같이 연구 결과물 및 잔여 시료가 비식별조치를 거쳐서 쓰일 수 있음을 명시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체유래물 제공자에게 다시 동의를 구하지 않는다고 하였다(이탤릭체). 2018년도 개정 커먼룰에 따라서 포괄동의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포괄동의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면 동 저널에 실린 글 'Understanding Broad Consent'(PMC7122261) 또는 미국 보건복지부(U.S. Department of Health & Human Services) 인간보호연구국(Office for Human Research Protections)의 가이드라인(Attachment C - Recommendations for Broad Consent Guidance)이나 동의서 템플럿(Attachment D - Recommendations for a Broad Consent Template)을 참조하라. 다음은 두 건의 동의서 사례이다. 이탤릭체로 쓴 부분을 눈여겨 보자. 빨간색 텍스트는 두 사례에서 서로 다른 입장인 것 같아서 아직 이 문제에 대한 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느낀다.

FUTURE RESEARCH We may use or share your research information and/or biospecimen for future research studies, but it will be deidentified, which means that it will not contain your name or other information that can directly identify you. This research may be similar to this study or completely different. We will not ask for your additional informed consent for these studies. We may also share your deidentified information and/or biospeciemen with with other researchers at Ochsner or at other institutions. 출처: Ochsner Journal 링크

When your information and biospecimens can still be linked to you, we say they are “identified” or “identifiable.”  Research with identifiable information and identifiable biospecimens can be even more helpful to science and medicine, because it allows researchers to put together a lot of information about a person and understand even more about medical conditions and if and how treatments work.  However, research with identifiable information and identifiable biospecimens bears more risk to people’s privacy, and therefore, there are strict rules for this kind of research. When researchers ask you to say “yes” to allow your identifiable information and identifiable biospecimens to be used in a wide range of different types of research studies in the future, this is called “broad consent,” and it is what we are asking you to agree to in this form. If you say “yes,” researchers in the future may use your identifiable information or identifiable biospecimens in many different research studies, over a long period of time, without asking your permission again for any specific study covered by this form. This could help science. 출처: 인간보호연구국(Attachment D) 링크 

그러면 chip-based analysis나 whole exome sequencing은 어떻게 하나? 이에 대한 설명까지 동의서에 담아야 하나?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질병관리청에서 주관하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에 참여하려는 사람은 (A)사업 참여자 동의서와 (B)인체유래물 기증 등의 동의서(제41호 서식)를 전부 작성해야 한다(링크). 연구자가 인체유래물은행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제41호 서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사소한 궁금증이 생겼다. 첫 번째 동의서는 제34호 서식과는 다르다. 그런데 생명윤리법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34조제3항에는 '인체유래물연구자가 인체유래물 기증자나 그의 법정대리인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서면동의의 서식은 별지 제34호 서식과 같다'고 하였다. 제34호 서식을 준용하여 다른 형태의 동의서(예를 들어 A)를 만들어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 제34호 서식을 그대로 쓰고, 이에 대한 상세 내용을 수록한 별도의 설명문을 제공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이에 대하여 한국법제연구원의 전문가에게 문의해 보니 필수 기재사항을 담고 있다면 행정규칙에서 제시한 별지 서식을 따르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어쨌든 이는 연구자의 입장인 것이고... 제34호 서식 6번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귀하의 인체유래물들을 이용한 연구결과에 따른 새로운 약품이나 진단도구 등 상품개발 및 특허출원 등에 대해서는 귀하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으며, 귀하가 제공한 인체유래물등을 이용한 연구는 학회와 학술지에 연구자의 이름으로 발표되고 귀하의 개인정보는 드러나지 않을 것입니다.

어딘가 불편한 '동의'가 아니겠는가? 이 서식이 서둘러 국내에서 만들어질 때, 연구참여자 집단에 해당하는 시민사회로부터는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하여 학술적으로 접근해 보려면 생명윤리정책연구 제9권 제3호에 실린 인체유래물 거버넌스: 바이오뱅크 제도화 과정에서 나타난 제공자의 권리포기 문제와 같은 논문을 찾아서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국가 연구비가 들어간 유전체 정보는 공공재인가? 등등 생각할 거리가 매우 많다. 실물로서 주어진 인체유래물, 이로부터 생성된 연구결과물... 여기에 제공자의 인격권과 연구자의 권리(논문이라면 지적재산권) 등이 더해지면 이 문제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흠.. 요즘 글을 너무 많이 쓰는구나!


2022년 9월 8일 업데이트(완벽하지 않음)

생명윤리법 제38조제1항에서는 서면동의를 받은 경우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체유래물등을 인체유래물은행이나 다른 연구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하였고, 제2항에서는 그러한 경우 익명화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단, 기증자가 개인식별정보를 포함하는 것에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였다.

동법 제2조 19호에서 익명화란 개인식별정보를 영구적으로 삭제하거나, 개인식별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당 기관의 고유식별기호로 대체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데이터 내부에 변형을 가하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전체 정보의 경우, 이런 식으로 진정한 익명화가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 수준으로 획득한 유전체 정보라면, 개인식별정보가 아예 없더라도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개인을 식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제3자 제공 시 생명윤리법에서 처리하는 방식의 익명화가 의미를 가지려면 그 대상은 실물 자원일 때나 가능하다. 개인식별정보 포함/불포함으로 동의를 끝낼 것이 아니라, 제공 대상물이 유전체 정보라면 최신 생명정보 기법을 사용한 비식별화를 할 것인지를 물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제34호 서식을 유일한 동의서로 사용할 것이라면, 맨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이 바꾸어야 할 것이다.

2차적 사용을 위한 제공 시 비식별 조치 여부

  1. 개인식별정보 [ 포함/불포함 ]
  2. 유전체 정보 제공 시 비식별화 [ 실시 / 미실시 ]
이 항목에서 동의를 받을 때에는 설명을 매우 잘 해야 한다. 비식별화는 가명화와 익명화 등을 아우르는 가장 상위 카테고리에 해당하니, 이렇게 제목을 잡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2022년 8월 25일에 작성한 개인정보의 정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에 약간의 설명을 달아 놓았다.


2022년 12월 2일 업데이트

국내법에서 적용하는 인체유래물 연구 동의서에 대한 글로 시작하여 포괄적 동의에 대한 글로 조금씩 변질되어 가고 있다. 이 글은 앞으로도 계속 수정될 것 같다.


2024년 6월 25일 업데이트

마지막 업데이트 후 1년 반이 지났다. 인체유래물을 수집하여 연구를 하되, 잔여 유래물을 수집 시점에는 특정하기 어려운 다른 연구 목적으로 제공하려면 이를 인체유래물은행에 동시에 기탁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려면 이 글에서 소개한 제34호 서식이 아니라 <인체유래물등의 기증 동의서>(시행규칙 제4호)를 받아야 한다. 인체유래물에서 획득한 결과물인 유전체 정보는 '인체유래물등'이라는 용어의 범주에 들어간다. 정보라는 특성을 별로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진 규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