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나는 인생의 큰 밑그림을 그리며 사는 사람은 못된다. 일단 어떤 일을 해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효과적인 실행을 위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치밀하게 단기 계획을 세우는 것에는 그런대로 익숙하지만, '앞으로 몇 년 뒤에는 이러한 모습으로 살고 싶다'는 구체적인 모습을 세우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런 말을 들으면 누군가는 '아, 당신은 MBTI에서 무슨 형에 해당하는 사람이군요!'라는 진단을 내리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MBTI 테스트를 받아 본 일이 없고, 받을 생각도 없으며, 이런 것으로 사람을 틀에 가두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나의 MBTI 유형이 무엇인지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다'는 것이 어제 있었던 리더그룹 조직문화 워크숍에서 아이스브레이킹 차원에서 꺼낸 나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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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공동캠퍼스 학술문화지원센터(1동). 워크숍은 곁에 있는 KDI School(4동)에서 열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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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공동캠퍼스의 입주대학은 고려대 세종캠퍼스, 국립공주대학교, 국립한밭대학교, 서울대학교, 충남대학교, 충북대학교, 그리고 KDI 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의 7개 학교. |
원래 내 인생 지도에는 조직의 리더라는 목표 지점이 없었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그림은 예상한 대로 그려지지 않는다.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금요일 퇴근 후 아내와 훌쩍 떠났던 몇년 전의 강원도 여행과 같은...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기를 꿈꿔 왔어요. 그래서 저는 이만큼 준비를 했다니깐요. 저를 리더로 뽑지 않으시면 여러분의 조직은 틀림없이 후회할 겁니다.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면접 때 나는 절대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 혹시 정해진 '나의 시간'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를 받는다면, 면접 당시에 이렇게 말했었다고 과거를 윤색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이다. 어쩌면 타인에 의해서 '그냥 좋은 게 좋은 거니 이렇게 말했다고 기록하고 또 기억하세요'라는 말을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그럴 일은 없다. 오히려 내가 몸담은 조직이 나를 택함으로써 커다란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걱정하고 있다.
워크숍을 진행한 '레나' 이지선 대표(위비드)에게 물었다. '리더는 만들어지는 것인가요, 또는 타고 나는 것인가요?' 이에 대한 레나의 대답은 타고 나는 것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나 더욱 나은 리더로 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든지, 또는 닥치게 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말은 그저 위로의 말이 아닐까. '자리가 사람을 미친X으로 만든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었다.
그리고 조직문화란, 공유된 정신적 가치(collective mind set)이라고 하였다.
어쩌다 보니 리더가 되었고, 현재 조직에서 감히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는 결국 조직원들의 헌신 덕분에 가능한 것이다. 리더의 자리라는 것은 결국 가장 많은 정보가 집결되는 곳이니, 이를 소화하여 빠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가장 훌륭한 리더는 무엇을 어떤 일정에 맞추어 하라고 세세하게 지시하기 보다는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목적과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다. 3요(제가요? 그걸요? 왜요?) 정신이 확실한 젊은 세대에게는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전달한 뒤, 일정은 스스로 결정하게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한다. 진정한 나의 모습은 오후 6시 이후에 나타난다며 못한다고 말하고 당당하게 일을 기피하는 현상('불성실함의 유행') 시대에 리더는 정말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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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
좋은 팀에는 다음의 다섯 가지 비밀이 있다.
- 서로에게 있는 그대로의 생각과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줘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상태
- 서로가 제 때 각자의 일을 완전하게 해 날 것이라는 믿음
- 분명한 일의 목표, 역할, 실행 프로세스
- 나의 업무가 중요하다는 믿음
- 우리 팀의 업무가 조직에 중요하다는 믿음
이러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늘 노력해야 한다. 슬라이드 중 기억하고 싶은 것을 휴대폰으로 찍어 두었기에 공유한다.
화면에 제시한 QR 코드로 설문 URL에 접속하여 간단한 답변을 작성하게 한 뒤, 이를 실시간으로 집계하여 우리 조직의 현재를 진단하는 도구는 매우 유용하였다. 전반적으로 우리 연구소의 조직문화가 긍정적이라는 신호가 보였지만, 리더 그룹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이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도 모른다. 만약 비 리더 그룹을 대상으로 한다면 이와 상반된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의 무기는 솔직함과 투명함, 그리고 잡다한 문화 즐김을 바탕으로 하는 소프트 파워에 있다고 믿는다. 이를 최대한 활용하여 앞으로 남은 임기를 잘 채워보고 싶다.
제가요? 그걸요? 왜요? 이건 내가 가끔 기관장님께 하고 싶은 말인데...
레나 대표님, 그리고 수고하신 총무회계실/조직문화팀 식구 여러분, 유익한 교육이었습니다. 그런데 영어 표현을 조금만 줄여 주시면 안될까요? '자, 이것으로 랩업하겠습니다~'보다는 '자, 이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가 더욱 자연스럽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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