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전주 방문은 2025년 들어 여섯 번째. 이쯤 되면 전주 여행 매니아라고 해도 충분할 것 같지만 아직도 들르지 못한 곳이 많다. 전주를 즐기던 초창기에는 객사길+영화의 거리에서 젊음을 느끼거나, 또는 북적이는 한옥마을을 거니는 것이 주된 코스였다. 그러다가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작을 보기 위해 전북대학교(삼성문화회관)쪽으로 행동 반경을 조금씩 넓히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덕진공원을 처음으로 가 보았다. 공원에 딸린 주차장을 이용하였다. 연꽃이 가득 핀 꽤 큰 규모의 호수를 거닐어 보았다. 말복이었지만 더위는 한풀 꺾였고, 흐린 하늘에서는 이따금 비가 떨어졌다. 다리를 건너면 전통 분위기로 정갈하게 만들어진 실내에서 책을 볼 수 있는 연화정도서관이 있다. 구즉도서관에서 빌린 책『도파민의 배신』을 들고 가서 다 읽었다.
호수에는 물새들이 유유자적 떠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한 마리가 물 속에 몸뚱이를 처박고 엉덩이와 다리를 드러낸채 한참을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아마도 물고기를 잡는 것이리라. 꽤 오래전에 유행했던 '우왕ㅋ굳ㅋ'의 오리 버전이 생각이 나서 한참을 웃었다. 이 유머가 등장한 것이 2007년이라니...
점심을 먹기 위해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근처에 주차를 하기로 했다. 덕진공원을 끼고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평소에 드나들지 않던 문으로 캠퍼스에 진입하였다. 늘 정문으로 들어와서 삼성문화회관까지만 진입하였으니 캠퍼스를 제대로 둘러 볼 기회가 없었다.
주차를 한 뒤 권삼득로 쪽으로 나가서 별다른 정보 없이 눈에 뜨이는 적당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다. 평소에는 길을 건넌 뒤 곧바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큰길가에서 식당을 찾아보았다. 권삼득은 조선 때 활동한 판소리 8명창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TEAM"이라는 이름의 이탈리아 식당이 눈에 뜨였다. 개점 30주년을 맞아 카르보나라와 알리올리오를 할인가격에 제공한다는 안내를 보고 별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손님들이 꽉 차 있었다. 오, 그렇다면 실패하지는 않겠군. 검색을 해 보니 평도 좋은 편이었다. 맨날 한옥마을에서 콩나물국밥만 먹을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지를 찾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북대학교 전주캠퍼스를 찾는다는 것은 오스스퀘어에서 차를 마신다는 뜻이다. 2시간 주차권도 제공하니 금상첨화.
한참 시간을 보내다가 한옥마을에서 토요일 일정을 마치기로 했다. 한옥마을의 노상 주차장에 하나 둘 빈 자리가 눈에 뜨였다. 자만동 벽화마을을 둘러보고 길을 건너서 전주향교쪽으로 내려갔다.
![]() |
"뽐뿌질" |
비가 오락가락하는 데다가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사람은 많지 않았다.
![]() |
전주향교 명륜당. 앞에 위치한 대성전은 전형적인 맞배지붕이지만 명륜당은 좌우에 가적지붕이 덧붙여진 특이한 형태이다. 맞배지붕의 확장판이라고나 할까. |
이번에 방문 코스를 살짝 바꾼 것은 아내의 지인을 통해서 입수한 전주 1박2일 여행 코스에서 자극을 받은 바 크다.
생각한 그 길로만 움직이며
내가 가고픈 그 곳으로만 고집했지
故 김광석의 노래 『변해가네』의 가사가 떠오른다. 습관대로만 움직이면 새로움을 찾기가 어렵다. 성장은 내부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어떤 계기를 통한 외부 환경 변화에 크게 좌우된다. 물론 그러한 계기를 맞거나 찾는 것은 내부의 움직임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더위도 이렇게 물러가고 있다. 내일이면 벌써 8월 중순이다. 올해는 또 무엇을 거두어 들이고 얼마나 성장해야 할 것인가? 늘 호기심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나의 성향은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