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4일 수요일

해서는 될 것과 안될 것을 구별할 줄 아는 지혜

요즘 '메이커' 문화가 인기다. Makewith, 메이커스 등의 사이트를 방문해 보면 나도 뭔가 만들 수가 있다는 욕구가 솟는다. 때로는 과도한 관심과 호기심이 일을 그르치는 것이 문제이지만 말이다.

최근 나를 즐겁게 하였던 6J6 앰프의 레벨미터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해 보려고 뚜껑을 여는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뚜껑을 열고 닫고 이것 저것 매만지는 도중에 갑자기 소리가 나지 않게 되었다. 진공관 히터에는 빨갛게 불이 들어오고 레벨미터의 조명도 잘 들어오지만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도대체 왜? 전기적 충격으로 망가질만한 부속도 없는데?

제작자인 이영건 선생님의 사실상 'Lifetime warranty 정책'에 따라서 도움을 요청하였고, 망가진 앰프를 잘 포장하여 되돌려 보냈다. 아... 내가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저 다 만들어진 기판에 커넥터나 납땜하는 정도로 만족했어야 한다. DIY에 대한 자신감이 갑자기 땅 속으로 꺼진 느낌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프리앰프를 겸한 진공관 헤드폰 앰프이다. 전원 커넥터의 접촉에 문제가 있는지 케이블을 좌우로 움직이면 전원이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다. DC 플러그의 움직임에 따라 기판에 붙은 소켓의 바깥쪽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확인하였다.

사진출처: 다이조아
위 사진에서 노랑색 동그라미로 표시된 접합 부분이 잘 밀착되지 않아서 접촉 불량이 일어나는 것으로 보였다. 이 부품을 교체하느니 차라리 저 부분을 납땜해서 흔들리지 않도록 하면 될 것 아닌가? 공간이 좁아서 인두를 갖다 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인두의 팁을 길게 빼서 작업을 하였다. 결과는 완벽하였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되 과도한 욕심을 내지 말자. 이것이 오늘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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