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일치였지만 이번에 본 영화는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니라 전부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들이었다. 내가 안고 있는 개인적인 고민 및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그런 의미있는 영화를 본 셈이다.
첫번째 영화 히든 피겨스.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1960년대(게다가 여성에 대한 차별까지), NASA에서 근무한 세 명의 흑인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이다. 각자가 처한 환경은 조금씩 달랐지만 저마다의 방법으로 차별을 극복하고 조직 내에서 꼭 필요한 과학기술자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스스로의 운명을 단호하게 개척해 나간다면 면에서 그들은 진정한 리더였다. 나는 요즘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직장 조직 내에서의 내 형편을 아는 사람은 나의 이러한 고민이 의아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반드시 부하 직원을 거느리고 상급자로서 무슨 직함을 갖고 있어야만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다. 큰 꿈을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면서 능동적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고, 이러한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이 곧 리더 아니겠는가?
두번째 영화 파운더.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맥도날드 왕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려나간 영화이다. 1951년생인 마이클 키튼(현재 65세)이 52세의 세일즈맨 레이 크록 역할을 하는 것은 약간 아쉬웠다. 아무리 분장을 잘 했어도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서 느껴지니 말이다. 패스트푸드점의 핵심 아이디어를 낸 것은 맥도날드 형제였지만 그들은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사업을 더욱 확장하지는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있었다. 그들은 잘 팔리는 음식으로 매뉴를 단순화하여 질 좋은 제품을 빠른 시간에 내놓는 것에만 집중하며 외길을 걸어온 것이다. 크록은 끈질긴 설득 끝에 기어코 프랜차이즈 사업권을 따냈으며 가맹점주로부터 수익금의 일정 비율(당시 1.5%)를 받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일종의 부동산 임대업으로 사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즉 본사에서 매장을 차릴 땅을 구입한 뒤 점주에게 임대함으로써 계약이 지속되는한 수익을 계속 발생시키는 것이었다. 이 영화에서 인간적인 면이나 도덕적인 면은 추구해야 할 가치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듯하다. 결국 맥도날드사의 '파운더'로 기억되는 것은 크록이지 맥도날드 형제가 아니었다.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결국 도태되어야만 할 것인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세번째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상영 시간은 100분에 불과한 짧은 영화지만 너무나 '능률화'된 영국 복지 시스템의 틈바구니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급기야는 사회적 살인과 다를바없는 죽음을 맞는 서민의 힘겨운 삶을 그렸다. 이것이 2016년 현재 영국 사회의 모습이라니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한국 사회는 이것과 무엇이 다른가? 복지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전부 노력이 부족하여 도태되어야만 하는 짐짝과 같은 사람들일까? 돈 많은 사람들이 낸 세금에 의존하는 비생산적인 사람들인가? 우리는 나 혼자만 잘 되면 되는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나 연대라는 가치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고 각자 알아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사회의 나락으로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