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손목시계에 고장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일 것이다. 충격의 정도가 약하면 케이스나 유리에 흠집이 나는 정도로 그치겠지만 심한 충격을 받으면 시계바늘이나 인덱스가 떨어져 나간다. 다이얼을 고정하는 핀이 부러지는 일도 생긴다. 다음은 복합적인 문제가 일어났던 내 손목시계의 사진이다. 처음에는 시침이 빠져서 정렬이 틀어진 것만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수리점에 가서 더 큰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였다. 사진에서 빨강색 네모로 표시한 곳을 보라. 바늘의 축이 서브다이얼 정중앙에 있지 않다. 시계를 분해해보니 다이얼을 고정하는 핀 두 개 중에서 하나가 부러져서 다이얼이 옆으로 밀린 것이었다. 정식 서비스센터로 보냈더라면 사용자 부주의로 꽤 비싼 수리 비용을 물었을 것이고, 다이얼도 새것으로 교체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네 시계방에는 부품이 없으니 다이얼을 무브먼트에 접착하는 방식으로 수리를 해 주었다. 다이얼 자체는 앞으로 고장날 일이 거의 없고 변색이 될 재질도 아니니 이렇게 수리를 해도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다.
쿼츠 무브먼트 내에도 움직이는 작은 부품이 있지만 워낙 작고 가벼워서 시계를 떨어뜨린다 해도 이 부품들이 이탈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렇게 되기 전에 바늘이나 다이얼이 떨어지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간혹 용두가 부러지는 일도 생긴다. 부러진 용두를 잃어버리면 정말 난감하다! 용두를 갖고 있다 하여도 남아있는 심을 제거하는 일이 남는다. 남은 심의 길이가 제법 된다면 돌려서 빼면 되겠지만, 용두 내에 쏙 들어간 상태라면 선반에 물려야 한다나?
시침이 똑바로 정렬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이얼 자체가 고정이 되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트 시계점에서 가죽줄로 교체를 하다가 내가 보는 앞에서 시계 본체를 바닥에 심하게 떨어뜨린 것이 이 고장을 일으킨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즉시 클레임을 제기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
수분 침투
시계의 방수 성능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용두가 열린 상태에서는 물이 들어갈 수 있다. 전지 교체 후 뒷뚜껑을 제대로 닫지 않았거나 개스킷이 노후한 상태라면 그리로도 수분이 침투할 수 있다. 침투된 수분은 금속 부품에 부식을 일으켜 못쓰게 만든다.
배터리 누액
수명이 다 된 배터리는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서 전해액이 밖으로 스며나오기 시작한다. 전해액은 부식성이 매우 높아서 내부 부품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수분에 의한 녹은 닦아낼 수라도 있지만 배터리 누액은 심각한 부식을 일으킨다. 따라서 배터리가 다 된 손목시계가 있다면 즉시 새 것으로 교체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무브먼트에 따라서는 배터리가 소모된 경우 1초 간격이 아니라 2초(혹은 그 이상?)에 한번씩 크게 움직여서 교체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기능도 있다.
국내 시계 시장은 세계 7위 규모로 급성장하였는데...
국내 시계 '산업'은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80년대만 하더라도 국내 시계 산업은 꽤 큰 규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산 저가품과 명품 시계에 밀려서 사람들은 더 이상 국산 브랜드의 시계를 찾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무브먼트를 자체 제작하지 못하는 기술력을 탓하지만, 매우 복합적인 원인이 있을 것이다.
위에서 사진으로 소개한 시계의 줄을 갈러 이*트에 갔을 때의 경험이다. 그곳은 시계 '판매'로만 계약이 된 점포라서 수리를 하면 안된다고 한다. 시계줄 교체는 수리의 영역이고, 배터리 교체는 허용이 되는 것인지? 어쨌든 나는 두 가지 서비스를 다 받았고, 배터리 교체 비용은 카드로, 시계줄 교체 비용은 현물로(?) 결제하는 희한한 경험을 했다. 설명을 하자면 시계점 주인이 필요로 하는 물건을 이*트 매장에서 골라서 내가 결제만 하고 물건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말이다.
이해하기 힘든 방식이었다. 시계를 다루는 솜씨가 너무나 서툴러서 손님이 보는 앞에서 몇번이나 공구와 자재를 떨어뜨리지를 않나, 게다가 앉아서 일하는 작업대가 없이 서서 일을 하게 되니 얼마나 불안한가! 그리고 이해가 되지 않는 결제 방식... 만약 내가 근거가 필요하여 영수증을 발급해 달라고 하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에 대해 이*트에 제보를 하면 이 시계점은 계약 위반으로 곤란을 겪게 되는 것인가?
시장의 규모는 커진데 반하여 일선 시장에서는 이런 상식 이하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시계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손님이 맡긴 수천만원짜리 카르티에 시계를 시계방 주인이 저녁때 모임이 있다면서 차고 외출을 했다고 한다. 어차피 폴리싱을 맡겼으니 차다가 흠집이 나도 상관이 없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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