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다른 여행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기에 연휴 직전 퇴근을 하면서 집에서 보려고 논문 인쇄본등을 챙겨서 왔지만 주말이면 거의 항상 그랬듯이 지금까지 가방을 열어보지도 않았다. 만년필 잉크도 잘 나오지 않아서 수돗물에 적셔서 잘 나오게 만들어 두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린 것을 제외하면 책도 한 권 읽지 않고 완벽한 휴식을 취한 셈이다. 오늘은 공식적인 휴일이지만 아마 연구소 주차장은 밀린 일을 하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을 것이다. 아, 괜히 불안해진다.
긴 연휴 동안 멀지 않은 당일치기 나들이를 하면서 남긴 사진을 정리해 본다. 9월 30일 대전 롯데백화점 갤러리부터. 백화점 갤러리가 고마운 점은 미술작품을 촬영하는 것에 대해서 매우 관대하다는 것이다. 남성으로서는 알 길이 없는 여탕의 분위기를 재미있게 묘사하였다.
10월 2일 갑사. 가을은 갑사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계절이다. 감이 빨갛게 익어가는 모습은 정말 예쁘다. 계절을 잊는 나비가 부도밭 사이를 노닐고 있었다. 모든 법당과 석조약사여래입상을 거치면서 절을 올리는 어떤 남성이 있었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
팔이 짧아서 셀카는 늘 찍기 어렵다. |
10월 4일 추석 당일에는 조부모님과 아버님이 모셔진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10월 6일에는 남대문과 명동. 원래는 숭례문 수입상가에서 커피 용품(모카포트)을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러나 시장 길가의 점포는 대부분 영업을 하였다. 명동 거리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10월 8일은 익산을 거쳐서 전주. 익산 미륵사지의 서탑은 복원이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이번 11월이면 완성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전주에는 얼마나 많은 관광객이 왔는지 치명자산 주차장이 꽉 차고 셔틀버스를 타는 데에도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다. 그래도 추석 연휴때에 비하면 관광객이 적은 편이라고 했다. 전주를 워낙 자주 가다보니 이제는 인파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나만의 코스를 만들게 되었다. 전주시의 노력으로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이 되고 쓰레기도 잘 치워지는 편이지만 쓰레기 봉투 사이로 삐죽 솟아난 꼬치 막대기를 보면 섬찟하다. '한옥 거리'가 '길거리 음식 거리'로 전락하지 않도록 업소나 방문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륵사지에는 두 개의 연못이 있다. 가람의 연못은 극락을 상징한다고 하였다. 복원 중인 서탑 앞쪽의 연못. |
현대적(?)으로 복원한 동탑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
한옥마을과 풍남문 건너편에 위치한 카페 JB Blue. 강력 추천함. 넓고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내부를 장식한 미술품 역시 예사롭지 아니하다. |
미륵사지에 관한 정보를 찾다가 이런 뉴스를 발견하였다.
섣부른 복원은 후대에 연구할 기회를 빼앗는다는 주장이 가슴에 와 닿는다. 폐허 위에 역사적 상상력이 깃들 여지가 있다. 미륵사지 석탑(동탑)과 부여 백제문화단지의 능사(오층 목탑) 모두 원형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미륵사지 동탑은 원래의 탑이 있던 그 자리에 지어버렸다는 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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