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올린의 이은서. 미국 커티스 음악원 재학 중이다.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립 협주곡 라단조(작품 47) 1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 대단히 강렬하고 안정적인 연주. 3악장은 간혹 들은 적이 있었지만 1악장은 처음 듣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지금은 유튜브에서 장영주의 연주로 전곡을 듣고 있다.
- 호른 양지명. 충남대학교 재학중이다. 글리에르의 호른 협주곡 내림나장조(작품 91) 3악장. 알레그로 모데라토-비바체. 호른은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악기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를 낸다. 마일스 데이비스를 들으면서 트럼펫에도 매력을 느끼고는 있지만 아직은 호른이 더 좋다.
- 테너 김동현. 충남대학교 재학생이다. 도니제티의 오페라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중 '세상이여 이제 안녕'을 불렀다. 김동현은 2년쯤 전에 충남대 정심화홀에서 있었던 음대 발표회에서 노래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서 기억을 하고 있다. 약간 시무룩한 귀염둥이와 같은 둥글둥들한 외모에서 큰 성량이 터져나온다.
다음은 어제(9월 14일) 있었던 대전시향의 마스터즈 시리즈 9편 '전쟁과 갈등 속에 핀 조화와 승리를 만나다'. 레퍼토리는 모짜르트의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협주 교향곡(Sinfonia Concertante), 그리고 쇼스타코비치의 교항곡 7번 다장조(작품 60) 레닌그라드. 공연 부제가 이렇게 요란하게 붙은 것은 바로 두번째의 곡 때문이리라.
첫작품에서는 대전시향의 악장을 맡는 김필균(바이올린)과 폴 뉴바우어(비올라)가 협연을 하였다. 김필균은 대전시향 공연때마다 늘 보는 친숙한 사람이고 곡 역시 귀에 익은 밝고 명랑한 곡이다. 두 현악기가 마치 대화를 하듯이 연주를 이어나간다. 항상 음반으로만 듣다가 실제 공연을 보니 정말 흐뭇했다.
처음 듣는 곡인 교향곡 '레닌그라드'는... 정말 큰 규모의 곡이었다. 쉬는 시간이 지나고 연주자들이 입장하면서 무대를 가득 채운다. 나 같은 비전문가는 그저 눈에 뜨이는 악기의 수를 가지고 연주 규모를 짐작하는 수밖에. 하프가 두 대, 콘트라베이스는 여덟 대, 타악기 주자도 여럿이었다. 2차대전 중 나치군에 포위되어 있던 1941년 레닌그라드에서 작곡되었다고 한다. 쇼스타코비치도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작품이라고 하였다. 편성도 대규모였지만 곡의 길이도 상당히 길었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연주시간이 무려 80분이나 된다고 한다. CD 하나에 담기 어려운 길이 아닌가? 앉아서 감상을 하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연주자, 지휘자 모두 참 힘들겠다...'
이 곡은 1악장이 모든 것을 다 말해주는 것 같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스네어 드럼이었다. 라벨의 '볼레로'가 연상되는... 연주자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러다가 한번쯤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다른 악기와 달리 트라이앵글이나 북소리는 박자가 어긋나면 금방 탄로가 나기 때문이다.
전쟁과 승리를 떠올리게 하는 장대한 분위기의 곡이었다. 연주가 끝나니 박수가 끝날줄을 모른다. 내 경험으로는 너무나 긴 곡을 마치고 나면 연주단이 앵콜에 응하지 않는 때가 종종 있었다. 시간도 많이 지체되고 또 본 연주의 연습에 몰두하느라 앵콜곡을 준비하기 힘든 경우도 있을 것이다. 관객들은 박수를 치며 앵콜을 요청했지만, 상임지휘자 제임스 저드는 두손을 모아 얼굴에 기대어 대면서 이제 그만 돌아가 쉬시라는 귀여운 제스쳐로 공연을 마무리하였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