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 손목시계(사진 가운데)의 묵직한 금속제 통줄을 '산뜻한' 가죽줄로 바꾸었다. 폭은 22 mm이고 두께도 꽤 되어서 실제로 착용해 보면 그렇게 산뜻하지는 않다. 왼쪽의 오리엔트 시계(FEM7P007B9)도 시계줄의 폭은 같으나 금속판을 접어서 만든 것이라 매우 가볍다. 약간은 깡통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지만. 맨 오른쪽의 삼성 돌체 시계는 전지 교체를 위해 출근길에 들고 나왔던 아내의 손목시계이다.
금속 통줄은 견고하고 고급스럽다는 장점이 있지만 무겁다. 아르키메데스 시계는 작년 초에 구입하여 금속줄 상태 그대로 사용해 왔었는데 날씨나 기분, 컨디션에 따라서 너무 꽉 끼는 것 같다가도 또 너무 헐렁한 것 같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즉 가죽줄처럼 조임쇠를 사용하여 즉각적인 조절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마침 '드레스 워치'에 대한 느낌을 갖고도 싶었기에 가죽줄 교체를 시도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시계줄을 바꾸는 일을 소위 '줄질'이라 한다. 시계 자체가 워낙 두껍고 커서 얇은 시각적 효과 말고는 드레스 워치의 기분을 내기는 어려웠다. 이번 줄질 덕분에 드레스 워치를 하나 들일까 말까 하던 욕심을 완전히 잠재우게 되었다.
아르키메데스 시계(가운데)의 시침 위치가 정상이 아니다. 시계줄을 바꾸면서 시계를 떨어뜨려서 시침이 살짝 빠진 것이다! |
Archimedes V-Revolution AW0063 |
오리엔트와 아르키메데스 시계 모두 베젤 직경은 43 mm이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 있으니 이보다 큰 시계는 앞으로 절대 사지 말자는 것이다. 아무리 큰 손목시계가 대세라고 해도 손목이 이에 어울리게 두껍지 않으면 초라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계 관련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늘 올라온다.
'이거 방간 맞나요'
방간이란 '방패 간지(感じ)'의 줄임말이다. 시계가 손목에 비해서 너무 커서 마치 방패 같은 느낌이 난다는 속어이다. 이는 결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이보다 더 좋지 않은 표현은 '난민 손목'이라는 것이 있다. 손목이 얇다는 것을 굶주려서 야윈 난민의 손목으로 비하하여 나타내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줄질'이란 용어는 차라리 귀엽고 아름답다.
손목시계와 관련해서 사용자가 직접 할 수 있는 가장 첫단계의 일이 시계줄을 갈거나 길이를 줄이는 것, 즉 줄질의 단계이고 그 다음은 뒷뚜껑을 열고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이다. 배터리 교체는 의외로 어렵다. 잘못하면 상처를 낼 수도 있고 시계에 따라서는 열어놓은 뚜껑이 맨손으로 닫히질 않아서 전문적인 프레스 공구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려면 질 좋은 시계공구세트가 필요하다. 그 다음 단계는? 새 시계를 사는 것.
2019년 8월 20일 업데이트
이 가죽줄은 현재 오리엔트 FEM7P007B9 손목시계에 장착된 상태이다. 몇 차례 부실한 줄바꿈을 시도하였다가 바넷봉이 빠지면서 오리엔트 시계의 엔드피스 하나를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원래의 시계줄이 가장 잘 어울리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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