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4일 금요일

스페인 출장을 마치며(FEMS 2017)

7월 들어서는 도통 블로그에 글을 쓰지 못하였다.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유럽 미생물학회연합(FEMS) 학회에 참석하느라 일주일 넘게 국외에 있었기 때문이다. 노트북 컴퓨터와 대여한 휴대용 와이파이기기를 가져왔으나 바르셀로나에서는 매우 원활히 인터넷 접속이 된 반면 학회 개최지인 발렌시아에서는 도무지 제대로 신호를 잡지 못하였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바르셀로나로 돌아오니 다시 인터넷이 연결되었다. 오랜만에 컴퓨터를 꺼내어 글을 쓰는 중이다.

미국의 ASM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FEMS 역시 상당히 규모가 큰 행사라서 예닐곱개의 학술 세션이 동시에 진행된다. 따라서 듣고 싶은 심포지엄이 동시에 열리면 어느 하나만을 골라야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이번에는 내가 속한 센터의 중점 연구분야와 가장 관계가 깊은 antimicrobial resistance에 대한 발표를 중심으로 강연장을 찾아다녔다. 2년전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렸던 FEMS 학회와 마찬가지로 현대 미생물학은 host-microbe interaction, microbiome, antimicrobial resistance and persistence, metagenomics 등이 주류가 됨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물론 white biotechnology와 synthetic biology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번 학회에서는 요즘 대단히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CRISPR-Cas9 기술에 대한 별도의 세션도 마련되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사람들이 너무 많이 참석했다는 점이다. 참가국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하더라도 엄밀히 말하자면 FEMS Comgress는 "European microbioloist"의 학술행사인 것이다. 개최국인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참여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연구 수준이나 인구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서 월등히 많은 한국인이 참여한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만약 단 몇명의 한국인이라도 공식으로 심포지움에 초청이 되어 구두발표를 했다면 이러한 부끄러움은 덜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유럽인들의 학술행사에 단지 포스터 발표만을 위해서 참석했다는 것은 이번 행사가 스페인이라는 유명 관광국가에서 열렸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 역시 포스터를 전시를 겸하여 먼 출장길을 떠나온 사람으로서 같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학회 개막 강연부터 마지막날까지 어느 하다도 거르지 않고 꼼꼼하게 모든 강연을 듣고 메모와 사진촬영을 해 가면서 정말 알뜰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애를 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출된 포스터 초록 중 우수한 것을 선발하여 짧은 시간이나마 직접 발표를 하는 poster presenttion 시간을 제공하였는데, 이 중에 한국인이 몇 명은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인 연구자들이 학회에 참석하여 제대로 일정에 집중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학회가 열리는 곳이 유명 관광지라면 이 문제는 더욱 심하다. 만약 내가 여기에서 보고 느낀 것을 정말 솔직하게 글로 기록한다면 앞으로 국외 학술대회는 최소한 구두발표를 하는 것으로 초청되어야만 출장이 허용되는 것으로 강화되는 근거가 될까봐 더 이상 자세하게는 쓰지 못하였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발렌시아 소로야 역. 바르셀로나까지는 Euromed로 3시간 정도 걸린다.
많은 고민거리와 도전과제를 남긴 출장도 이렇게 끝이 나고 있다. 출장 보고서를 쓰려면 또 고생을 해야 할 것 같다. 메모한 자료를 언제 다 정리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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