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30일 일요일

멋진 도시, 전주

전주 한옥마을이 연간 천만명 가까운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개선할 점, 부작용 등을 논하기에 앞어서 젊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이곳에 구름과 같이 몰려든다는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볼 일이다. 2016년도 집계에 의하면 965만명이 전주를 찾았고, 이 중에서 무려 330만명이 수도권에서 온 사람들이다. 물론 수도권에 대한민국의 가장 많은 사람이 살지만, 수도권에서 전주까지 접근하는 것이 썩 쉽지는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바르셀로나 람블라 거리보다 못할 것이 무엇인가?

대전에 사는 우리 식구들은 전주를 자주 찾는 편이다. 단순히 한옥마을의 북적거림(마치 판타지 사극 속에 들어온 느낌)과 다채로운 길거리 음식이 좋아서, 혹은 전주국제영화제를 즐기기 위해. 실제로 영화제에서 표를 구입하여 영화를 본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방문 횟수가 잦아지면서 이제는 한옥마을에서만 머물지 않고 전주의 아름다음과 멋스러움을 찾아서 행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어제는 국립전주박물관과 바로 곁에 있는 전주역사박물관에서 일정을 시작하였다. 한옥마을 근처의 동학혁명기념관은 예전에 들렀었지만 박물관은 처음이었다. 그리 넓지 않은 규모이지만 옥외에 이전 복원한 각종 무덤과 석물이 눈길을 끌었다. 특별전시로서 침몰선에 실렸던 고려 사람들의 꿈을 재미있게 보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상설전시되는 신안 해저유물과  목포의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서 만난 고려선 말고도 이런 유물이 있는 줄은 몰랐다. 고려시대에 남도의 귀한 물건을 싣고 개경으로 향하던 배가 난파되어 청자를 비롯한 갖가지 유물을 바닷속에 남기게 된 것이다. 고군산군도는 당시 서해안 바닷길의 중요한 요충지였다고 한다. 고려때 우리나라를 들른 송나라 사신이 남긴 기록에 의하면 고군산군도에 숭산행궁이 있었다고 하고 최근 발굴조사에 의해 최고급 청자편과 건물터 등이 발견되었다고 하니 정말 이곳이 중요한 곳이었던 모양이다. 고려 임금님의 여름 휴양지? 개경에서 멀리 군산 앞바다까지 행차를 하셨던 말인가?




국립전주박물관 바로 곁에는 전주역사박물관이 자리잡고 있다. 전체 5층 규모이지만 층고가 높지 않아서 5층부터 걸어내려오면서 편하게 관람을 하였다.


전주시에서는 2016년 전주의 정신 '꽃심', 즉 대동, 풍류, 올곧음 그리고 창신의 4대 정신을 대내외에 선포하였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사업을 얼핏 관 주도의 재미없는 일로 여기기 쉬운데, 천년 역사의 도시 전주가 하는 일은 역시 남다르게 느껴졌다.


차를 몰고 향한 다음 목적지는 당연히 한옥마을이다. 노상 주차장까지 이미 차량이 꽉 들어차 있어서 안내표지판을 보고 치명자산 성지 근처의 임시주차장으로 향했다. 임시주차장은 당연히 무료이고, 한옥마을까지 무료 셔틀이 운영되고 있어서 편리하게 이를 이용하였다. 관광객들을 배려하는 전주시의 정책에 감사를...

우리 가족이 즐겨찾는 현대옥에서 오징어 튀김과 국밥을 맛있게 먹고 인근을 돌아다녔다. 이곳은 한옥마을인가, 한복마을인가? 제대로 된 고증을 거치지 않은 한복을 마구잡이로 빌려준다는 비판이 없지는 않지만 이제는 명절때에도 잘 입지 않는 한복을 이처럼 일년내내 대중화시킨 한옥마을의 공로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길거리 음식 냄새와 쓰레기로 정신이 없었던 이삼년전과 비교하자면 분명히 질서가 많이 잡히고 차분해진 것을 느끼게 된다.  전주시와 시민, 상인들 모두의 노력에 의해 이런 성과가 조금씩 나타난 것이라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TV로도 소개가 많이 되어 잘 알려진 남부시장 내의 청년몰이다. 생존을 위해 일에 매몰되지 말고 삶의 여유를 느낄만큼 적당히 벌고 아주 잘 살자는 표어가 이색적이었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문을 닫은 가게가 많은 것이 아쉬웠다. 다음에는 야시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시간에 방문을 해야 되겠다.







전주는 900년 견훤이 후백제를 세우면서 정한 도읍지라고 한다. 지난 금요일 tvN의 인기프로 '알쓸신잡' 마지막회에서 만약 과거로 돌아가 같이 식사를 하고 싶은 사람을 꼽아보라는 사회자 유희열의 질문에 소설가 김영하가 위화도 회군을 하던 당시의 조선 태조 이성계를 만나고 싶다고 하였다. 비록 이성계가 전주에서 나거나 자란 것은 아니지만 전주와 이성계는 뗄래야 뗄 수가 없는 곳이다. 태조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이 전주에 있고, 이성계가 1380년 운봉 황산(현재 남원시 근방)에서 왜구를 무찌르고 자신의 고조부가 살던 곳에 드러 축하잔치를 연 곳이 바로 오목대가 아닌가. 황산대첩은 조선 건국으로 이어지는 매우 의미가 깊은 사건이었다.

전주 방문을 계기로 견훤과 태조 이성계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고조되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동학 혁멍까지. 이럴 줄 알았으면 사극이라도 좀 열심히 시청할 것을...

미처 다루지 못한 전주 관련 글감: 한벽굴(한벽터널), 한벽당, 아중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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