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8일 금요일

지나친 높임말

나는 우리나라의 지나친 서열 중심 문화가 자유롭고 창의로운 발상을 막는다고 믿는 사람이다. 유교 문화가 과연 계속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가치있는 유산인가? 여기에는 많은 논란이 있을 것이다. 유교 문화가 발상지에서 점점 퍼져나가면서 동아시아의 대륙 끝인 우리나라에 와서 점점 형식화되고 극단으로 치달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것이 오히려 바다를 건너 일본으로 건너가서 유연함을 얻었다고나 할까?

'너 몇살이야?'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나는 빠른 ##년 생인데...'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생년월일을 서로 공개하여 서열을 정하는 일, 강연이나 교육 자리에 가면 뒷자리부터 사람이 채워지는 일, 질문이 있느냐고 물으면 다들 잠잠한 일, 이것 전부가 우리 고유의 문화에서 왔다고 생각한다. 우리사회의 전통적인 인간관계에서는 이것이 질서요 능률이었다. 그러나 수평적 관계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분위기의 사회가 집단 지성의 힘을 발휘하고 문제를 극복하는 창의적인 발상을 돕는 요즘, 이를 조금씩 극복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번 생각해 보자. 우리말에 진정한 2인칭 대명사 또는 호칭이 존재하는지를. '너'란 말을 대신하여 쓸 수 있는 대명사가 뭐가 있는가?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을 높고 '갑돌씨는.. 을숙이는...'이라고 3인칭적인 표현으로 에둘러 부르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너'를 과연 보편적으로 쓸 수 있는가? 아주 친한 동갑나기 친구나 자녀, 동생이 아니고서 대화 중에 '너'를 쓸 수는 없다. '너'라고 불렀다고 싸움이 나는 일이 아주 흔한 것이 우리 사회 아닌가?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나와 너다. 눈앞의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상호 존중을 하면서 평등하게 부를 수 있는 2인칭 대명사가 없다는 것은 비극이다.

참고: 나무위키 - 한국의 존비어 문화

다음으로는 지나친 높임말의 잘못된 사용에 대해서 논해보자.

'천원이세요'
'이렇게 하시면 되세요'

이것 역시 잘못된 존댓말의 사례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언젠가부터 다음과 같은 표현이 너무 많이 보여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내일 방문 드리고자..'

'드리다'는 (1) '주다'의 존대말이기도 하고 92)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용언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방문 드린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방문'을 주겠다는 뜻은 아니니 (1)의 용법도 아니요, 방문이라는 명사가 용언은 아니니 (2)의 활용법도 아니다.  '내일 방문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조차 예의를 다 못갖춘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차라리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정도가 더 나을 것이다.

이하는 나중에 추가한 글이다.

다른 사례를 좀 더 찾아보았다. '추천드린다'라는 표현도 요즘 종종 보인다. 종합해 본다면 우리말에 널리 있는 '~한다'를 '~드린다'가 조금씩 대체해 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해 드린다'가 가장 정확한 용법일 것이다. 따라서 이 표현은 '추천합니다' 혹은 '추천해 드립니다'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그런데 어느새 '해'가 빠져버린 것이다. 왜 이런 과도한 공대 표현이 많아진 것일까? 내 생각은 이렇다. 현대 사회에서 1:1로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관계는 현저히 줄어든 반면(커피숍 등에서 주문을 받고 계산을 치르는 직원과 대면하는 것은 예외)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불특정 다수와 예전과는 다른 방식의 대화를 하는 일이 크게 늘면서 어떤 형식을 통해서 예절을 갖추려는 노력이 이렇게 표현된 것이 아닐까? 즉, '이런 표현(상투적인, 혹은 심지어 잘못된?)만 붙이면 높임말이 되는거야'라는 의도가 표출된 것일지도 모른다. 예의를 지킨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겠지만, 어떻게 보면 예의라는 이름으로 장식된 마음의 거리(경계, 혹은 벽)를 미리 두고서 상대를 대하려는 심리가 작동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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