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사이에 영화 <덩케르크>가 상영되는 스크린은 확 줄어들었다('됭케르크'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고 한다). 군함도가 아직 개봉하기 전의 주말에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다. 전쟁을 소재로 하는 영화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열흘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34만명이나 되는 영국군을 본토로 철수시키는 극적인 사건을 생존과 구출이라는 측면에서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와 같은 시각으로 그려내었다.
출처: img.movist.com |
내가 본 전쟁영화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 있나? 전투 장면의 세밀함과 스케일 측면에서 항상 걸작으로 취급받는 '라인언 일병 구하기(1998)'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이 영화가 벌써 개봉된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다. 최근 영화로는 '퓨리(2014)' 정도가 있겠다. 우연히 EBS 방송을 통해 보았던 스티브 매퀸 주연의 '샌드 페블스(산파블로라고 해야 정확할까? 1966)', '머피의 전쟁(1971)'도 무척 인상깊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아서 일단은 믿고 보는 사람도 많은 반면 이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아서 이른바 '빠'와 '까'기 공존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빠'가 조금 더 많다고나 할까? 나는 놀란의 작품을 아직 골고루 보지는 못하였다. '메멘토'도 비교적 최근에 보았고, '다크 나이트'와 '인터스텔라' 그리고 이번의 '덩케르크'기 전부이다. 나는 영화를 그렇게 분석적으로 보는 편은 아니지만 '인터스텔라'에서 느꼈던 음악이나 카메라 시점 등의 분위기가 '덩케르크'에서도 많이 느껴졌다.
전쟁 속의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해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이 영화는 사실적이고 현란란 전투신이 핵심은 아니니까. 전투에 지친 두 눈에서 이미 불타는 투지와 용맹함은 사라진지 오래인 군인들은 오로지 살아서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처절한 '생존 투쟁'을 벌인다. 살기 위해서 비겁함과 부끄러움은 감내해야만 했다. 자신들을 실어갈 구축함을 넓은 해변가에서 하염없이 기다리지만 독일군의 공격으로 희생자는 늘어만 간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쓰고 영국 민간인들이 저마다 작은 배를 이끌고 덩케르크 해안에 도달했을때 감동을 하지 않은 관객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같이 출격한 동료를 모두 잃고 연료까지 다 떨어졌지만 끝까지 적기를 격추하여 영국군들의 구출에 큰 도움을 주고 결국 당당히 독일군에 잡히는 스핏파이어 조종사, 영국군을 성공적으로 철수시키고도 해안에 남아서 프랑스군을 돕겠다고 선언한 지휘관, 큰아들을 전쟁에서 잃고도 다른 군인들을 구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면서 기어이 덩케르크 해안까지 온 뱃주인...
살아 돌아온 군인들은 이기고 돌아오지 못함에 부끄러워했지만 영국 시민들은 이들을 배척하지 않고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이들은 결국 전열을 가다듬고 다시 유럽 대륙으로 진격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덩케르크가 영국판 애국주의 영화인가? 그럴 수도 있다. 반면 서사를 포기하고 스펙터클로만 승부를 했다는 평도 있었다. 대영제국의 기치 아래 용맹하게 싸운 인도군의 활약이 배제되었다는 의견도 들린다. 그러나 나에게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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