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향인 서울을 떠나 대전에서 생활을 하게 된지도 이제 반평생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대전은 '충청남도' 대전시에서 이제는 인구가 150만명을 넘는 어엿한 광역시로 승격을 하였고 현대적인 건물과 아파트가 도시 전역을 뒤덮게 되었지만 유성 5일장이 열리는 장대동 근처는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그다지 많이 변하지 않았다.
주말을 서울에서 보내고 다시 버스를 타고 일요일 저녁무렵 대전에 돌아올 때면 왜 그렇게 마음이 허전했는지... 1987년 당시에는 돈 3천원이면 서울 집에 갈 수 있었다. 30분 간격으로 다녔던 호남선 서울-유성 광주고속(현재 금호고속) 간 고속버스비는 2,270원, 그리고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이문동 집까지 가는 좌석버스비가 500원이었다. 유성에서 출발한 차가 도착을 해야 청소를 하고 다시 하행선 배차를 할텐데, 일요일 저녁이면 종종 길이 막혀서 차가 늦게 도착하고 덩달아서 유성으로 내려가는 버스의 출발도 늦어지고는 하였다. 결혼을 하고 대전을 본거지로 삼게 되면서 이 터미널을 이용할 일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요즘은 서울 출장을 갈 때 주로 KTX를 이용하는 편이다.
이제 유성 금호고속 터미널은 나에게는 더 이상 이별의 시작을 알리는 장소는 아니다. 과거의 비좁던 일반버스에 비해 지금은 훨씬 쾌적한(그러나 비싼) 우등 고속이 훨씬 많이 배차되고 있고, 터미널 건물도 신축되어서 이용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도 어둠이 깔린 무렵 오랜만에 버스 터미널에 나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려니 잠시 외로운 마음이 밀려왔다. 이별이 아니라 만남을 위해 나간 것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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