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9일 월요일

단골 중식당에서 느낀 불쾌한 경험(주차 문제)

이걸 주차 문제라고 하는 것이 옳을까. 주차 관리의 문제라고 하는 것이 더욱 정확하겠다. 바로 어제(일요일) 점심의 일이다. 25년 정도 단골로 이용하는 중식당에 차를 세우고 식구들과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고 쇼핑을 하러 차를 몰고 이동 중이었다.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 100% 정확하게 재구성한 것은 아니다.

(발신자) "여기 주차장인데요. 지금 어디계시죠?"
(나) "네? 주차장이요? 제가 뭘 건드리기라도 했나요?"
(발신자) "지금 어디시냐구요."
(나) "식사 마치고 다른데로 이동 중인데요. 다시 돌아가야 되나요? 무슨 일인데요?"
(발신자) "아, 나가셨어요? 그럼 됐어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다른 곳에 계신 분들이 많아서 확인하려고 전화드렸어요."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발신자의 마지막 설명이 있기 전까지 나는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차를 몰고 이동 중에 있는데, 주차장이라고 하면서 전화가 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나도 미처 모르는 사이에 차를 세우거나 빼면서 남의 차나 기물을 건드린 것을 누가 보고 전화를 한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스런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나에게 전화를 건 것은 아주 간단한 이유였다. 중식당 주차장이 결코 여유롭지 않은데 여기에 차를 대 놓고 얌체처럼 인근의 카페 등 다른 영업장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아서 이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주차장에서 차를 몰고 나간 뒤에 전화를 받았다. 즉, 관리자(아마도 중식당 사장님?)은 자기 영업장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에 남겨진 전화번호를 죽 적어온 다음, 차들이 이미 나간 것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를 돌린 것이 자명하다.

그러면 아주 우스운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자. 난 일행과 아직 그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온다.

(발신자) "여기 주차장인데요. 지금 어디계시죠?"
(나) "네? 지금 OOO에서 식사 중인데요."
(발신자) "정말요? 어느 테이블에 앉아계시죠? 손 한번 들어보세요."

처음 전화를 걸어왔을 때, OOO 주차장이라고 했으면 내 입장에서는 아마 상황 판단이 좀 더 빨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 차를 대고 다른 볼일을 보는 얌체 손님이라면 그곳에 있는 식당의 이름이 OOO라는 것도 모를 수 있다.  만약 처음에 전화를 걸면서 OOO 라는 영업장 명을 이야기했다면, 눈치빠른 손님은 'OOO에서 밥 먹고 있는데요'라고 둘러댈 수도 있고, 이를 착석한 손님으로부터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려우니 그 순간을 슬쩍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 전화를 건 사람은 이런 것을 제딴에는 다 생각해서 무조건 '주차장인데요'라고 말을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손님이 많이 오는 일요일 낮에 영업주로서 손님을 위한 주차장 확보를 해 주는 것이 옳은 배려라고는 하지만, 그러려면 최소한 현재 세워져 있는 차에 대해서나 확인을 해야 될 것 아닌가. 이미 식사를 마치고(따라서 정당하게 OOO의 주차장을 이용하고) 자리를 떠났는데 이를 확인도 안하고 따지듯 전화를 하다니.

갑자가 화가 치밀었다. 걸려온 전화번호를 이용하여 전화를 해서 따졌다. 최소한 차가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상태에서나 전화를 해야지, 어디라고 말도 안하고 무조건 주차장이라면서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되겠냐고. 25년 가까이 이용해 온 단골집 목록에서 이제 빼야 되겠다고 쏘아붙이고 전화를 끊었다.

업주 나름대로 고충이 있겠으나 좀 더 합리적인 방법을 고안했어야만 했다.

요즘은 개인적으로 느끼는 불편 사항 - 예: 얌체 주차족 때문에 고생한 경험담 - 을 모두가 보는 게시판에 올려서 같이 분노하는 댓글을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러한 고발이 갖는 자정 효과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런데 때로 이러한 고발은 너무 피곤하다. 너무나 불편 불만이 가득한 사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자기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분란이라면 그 아파트 커뮤니티에 올려서 해결하면 될 일이지 왜 전혀 상관도 없는 사이트에 개인적인 경험을 끌고 오는가. 그래서 나는 내 블로그에만 글을 올리는 소심한 복수(?)를 하는 것이다.

살다보니 참으로 별 일을 다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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