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러하듯, 톱질은 정말 어렵다. 힘을 적게 들이면서 미리 그린 선을 따라서 똑바로(이번 경우에는 원의 지름을 따라서 곡선으로) 판재를 자른다는 것은 일 년에 두어번 톱을 잡는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아래 사진은 유닛 교체 후 트위터를 연결하지 않은 상태로 시험 재생을 하는 모습이다.
채널 당 4와트 수준의 싱글 엔디드 진공관 앰프를 물렸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곁의 플로어스탠딩 스피커(구형 홈 씨어터 시절의 유물인 인켈 SH-950 - 흔히 하는 말로 "톨보이" 스피커)에 못지않은 웅장한 소리가 난다. 정말로 놀라운 일이다. 300x200x200(mm)짜리 ported 인클로저에서는 그렇게 둔탁하고 풀어진 소리를 내던 유닛이 이렇게 바뀔 수가 있는가? 원래 책상 위에서나 들으라고 만들어진 스피커 시스템에서 유닛만을 바꾸었을 뿐인데 큰 방을 가득 채울만한 풍성한 소리가 난다. 나만의 스피커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갖고 있었던 스피커가 진공관 앰프의 낮은 출력에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효율이 좋은 풀레인지 스피커를 먼저 구하고, 당연히 인클로저를 따로 제작해야 한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설계 없이 대충 만든 통과 유닛은 서로 잘 어울리지 못하였다. 내부 보강을 하고, 흡음재를 채우고, 부피를 줄이기 위하여 나무토막을 넣는 등 여러가지 시도를 하였으나 만족스런 소리를 내지 못하였다. 약 2년에 가까운 시도 끝에 통에 비해 유닛이 너무 작다는 결론을 내리고 유닛을 6.5인치 저가형(삼미 HA-165B60)으로 바꾸는 대대적인 개조에 돌입하였다(개조 당시 포스팅). 그 결과는? 개조한 스피커는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서 아직도 평가를 하는 중이다. 어쩌면 몇 달이 지나도 이 개조 작업에 대한 평가를 내리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현재 사무실 책상 앞의 상황은 다음 사진과 같다.
삼미 HA-165B60를 사용한 스피커 시스템, 마음에 드는 소리는 나지 않는다. |
테스트를 마친 뒤 새 스피커선을 준비하여 내부 배선을 마치고 기존의 트위터와 필터용 2.2 uF 캐패시터를 병렬로 연결하였다. 유닛을 완전히 고정한 다음 그릴을 씌우기 전의 모습을 아래에 보였다. 기존의 스피커 고정용 볼트가 약간 작아서 와셔를 삽입하였다.
오늘 이러한 시도를 해 보지 않더라면 나는 스피커 자작은 넘기 어려운 산이라 생각하고 더 이상의 경험을 하지 않겠노라고 섣불리 포기를 선언했을지도 모른다. 납땜질 연기를 풀풀 풍기며 주말 아침 방구석에서 개조에 열을 올리고 있는 남편을 보고 묵묵히 인내해 준 아내에게 감사를...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