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7일 수요일

출연연의 정리가 필요하다면?

오늘자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이런 기사가 연달아 실렸다. 정부의 예산으로 지원되지만 무의미한 연구조직이 많다는 것이다. 두번째 기사가 눈에 확 들어온다. 과학기술 출연연구소 25개를 과감히 정리하라는 어느 명예교수의 글이다. 출연연구소의 원장까지 지냈다고 하니 그 발언에 무게감이 실어지리라는 것은 당연하다. 혹시 이러한 기사를 내심 반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러한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사일지도 모른다.


조선일보 사이트의 메인 페이지에서는 이제 물러났으니 링크를 기록해 둔다.

기사 1 링크
기사 2 링크
기사 3 링크

지금 기사 2를 클릭해보니 아까 달려있던 독자들의 100자평이 전부 사라졌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전부 이 기사에 공감하는 100자평은 아니었다. 무엇이 불편해서 기왕에 올라온 독자의 덧글을 전부 삭제했을까?

요즘 들어서 더욱 자주 듣는 비판이라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다. 기사 원문을 읽어보면 나름대로 타당한 구석이 있다. 어떤 조직이 사회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고, 구성원들에게 행복감을 주고, 경제에 활력을 주는 목적으로 돌어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조직의 구성원에게 급여를 주기 위해서만 돌아간다면, 그리고 그러한 의도를 가리기 위해서 적당히 포장을 두르는 것에만 급급한다면 이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조직이다. 우리 조직에 그러한 면이 전혀 없다고는 강변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똑같은 비난을 돌릴만한 곳은 어디든지 있다. 아래에 적은 글은 실제 뉴스 기사가 아니고 내가 적당히 만든 것이다. 이대로 뉴스 기사가 나온다고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항변할 수 있는가?

"인구는 급감하는데 졸업생을 취직도 시키지 못하는 대학이 너무 많아.. 과감히 정리해야"
"영업이익은커녕 정부나 은행 지원으로 버티는 기업들이 너무 많아.. 과감히 정리해야"
"갈수록 증가하는 중앙부처 공무원.. 과감히 정리해야"

문제는 자신의 생존이 아니라 제한된 자원(그것이 만약 국민의 세금이라면 더욱 소중하다)으로 사회에 기여하려는 창조적인 노력이 점차 엷어지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사회 전반에 깊숙하게 스며들었기에, 어느 분야를 콕 찍어서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데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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