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에 큰방 화장실의 변기 보수공사를 직접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얼마나 시멘트를 볼품없이 발랐는지 남에게 보이기 민망할 지경이었다. 이번에는 좀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홈플러스에서 물만 섞어 사용하는 백시멘트 소포장(1.5 kg)과 플라스틱 흙손을 구입하였다. 마트에 온갖 DIY용품이 있지만 설마 흙손(그것도 플라스틱제!)이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못했다.
마침 예전에 쓰고 남은 백시멘트가 절반 정도 남아 있어서 새로 구입한 포대는 다음을 위하여 뜯지 않았다. 기존의 깨진 시멘트 조각을 전부 제거하고, 망치로 이를 적당히 잘라서 변기 밑에 밀어 넣어서 수평을 맞추었다. 수준기(요즘 '수평계'라고 많이들 부르지만 '수준기'가 맞는 용어이다)가 있어서 별로 어렵지는 않았다. 물만 부어서 쓰는 사진 속의 백시멘트 제품은 한 봉지에 물 230 cc를 넣게 되어있다. 내 경험으로는 물을 정량대로 넣으면 너무 걸쭉하다.
변기를 그대로 두고 틈새에 시멘트를 밀어넣는 시공법이 있고, 바닥면에 시멘트를 타원형으로 미리 2 cm 정도 바른 뒤 변기를 그 위에 올리는 방법이 있다. 아마도 후자가 더욱 변기를 강력하게 붙이는 방법일 것이다. 생각해 보라. 벽돌담을 쌓듯이 모르타르를 바르고 그 위에 벽돌을 얹어서 지그시 누르면서 굳히는 것과, 미리 벽돌을 어느 정도의 틈새를 두고 위치시킨 뒤 그 사이에 모르타르를 밀어넣어서 굳히는 것 중 어느것이 더 바람직한지.
물론 나는 변기와 물탱크를 분리하는 대공사를 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가장 간단한 전자의 시공법을 따랐다.
여기서 또 정확한 용어를 짚고 넘어가자. 시멘트와 모래를 물에 갠 접합제가 시멘트 모르타르(cement mortar)이다. 시멘트는 물과 모래가 섞이기 전의 상태를 말한다.
오늘은 팔자에 없는 미장일에 도전한다! 예쁘게 바르기는 영 어렵다. 약간 곡면으로 처리해야 보기 좋겠지만 너무 절벽처럼 가파르게 마감을 하고 말았다.
시공 후 약 21시간이 지난 현재는 사용하기에 큰 문제가 없이 굳은 상태이다. 빨리 굳는 시멘트가 아니라서 약 40시간이 지나야 속까지 완전히 굳는다고 한다.
리모델링을 하고 지금 사는 아파트로 입주한 것이 지난 2004년. 손볼 곳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다. 직접 해결할 것과 전문가에게 맡길 것을 적당히 나누어서 올해는 무엇이 되었든 시작을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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