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0일 토요일

생애 최초의 충치 치료 - 아말감을 선택하다

40대 중반이 되어서 비로소 첫 충치 치료를 하게 되었다. 매년 스케일링을 받으면서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듣는 것이 큰 자랑거리였는데, 이제는 그 기록도 깨지게 되었다. 8일간의 국외 출장 기간 동안 오른쪽 위 어금니에 음식이 끼면서 심한 통증을 느껴서 귀국하자마자 작년에는 건너뛰었던 스케일링도 받을 겸하여 늘 다니던 종합병원 치과에 갔다(6월 13일). 여기는 일년에 한번씩 가는 곳인데, 매우 친절하고 시설도 좋다.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인사를 하는 직원의 모습에서 마치 고급 호텔에 온 느낌을 받는다.

나의 이! 사진 전체를 올리면 혐오스러울까봐 일부만 잘라서 올린다.
모니터에 올라온 사진을 휴대폰으로 찍었다.
이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두면 나중에 어떤 용도로 쓸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잘못되고 난 다음의 신원 확인용?
오,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엑스레이 사진을 통해서 본 나의 이는 치열이 불규칙한 것을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스케일링을 하고 나니 통증이 왔던 이는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음을 알게 되었다. 충치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치아 일부가 떨어져 나갔고 틈이 보인다. 왼쪽의 작은 충치는 10만원, 통증이 있는 오른쪽 이는 27만원, 그리고 또 사랑니 제거는 얼마... 생각보다 치료 비용이 높아서 좀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겠다 하고 병원을 나왔다. 병원에서도 가격만 알려주고 결정은 본인이 하라고 안내하였다. 3주쯤 뒤에 다시 연락을 주겠다면서. 그러나 시간을 두고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는 곤란한 상태였다. 이제는 음식을 씹기만 하면 자꾸 무엇이 끼고 아픔이 가시지 않아서 참을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충치(치아우식증)의 치료 방법과 충전 재료에 대해 조사를 해 보았다. 아무래도 그 종합병원이 너무 비싼 치료 방법을 권하는 것 같았다. 연구소의 동료는 바로 우리 동네 아파트의 상가에 있는 치과가 저렴하게 잘 해준다고 권하였다. 그냥 흔한 동네 치과라고 생각했기에 일단 가서 어떤 치료를 권하는지 알아보기로 하였다. 오전 반일 휴가를 내고 찾아간 병원에는 의외로 환자(손님?)가 많았고 의사는 바쁘게 여러 "유니트 체어"를 번갈아 오가면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의사마다 치료가 필요한 상태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더니 정말 그러하였다. 종합병원 치과에서는 충치 외에도 왜소한 사랑니가 하나 삐져나온 것을 뽑으라고 권했었지만, 6월 19일에 방문한 동네 병원에서는 그냥 두라 하였다. 그리고 증세가 없는 작은 충치는 아직 치료 단계가 아니니 역시 그냥 유지. 문제가 되는 충치는 상세히 들여다보니 상당히 진행되어 어금니 일부가 약간 떨어져 나갔고 바로 곁의 어금니도 문제가 있는 상태였다. 충전재는 아말감, 레진, 그리고 (금) 인레이. 종합병원에서는 아마 인레이를 권한 것 같은데 가격도 동네 치과에서 부른 것보다 훨씬 높았다.

아말감은 매우 오랫동안 쓰여온 충전재로 수은의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없지는 않지만 그 양이 매우 적어서 특별히 환자에게 문제를 일으킨다는 증거가 없고 보험이 적용되는 매우 경제적인 방법임을 미리 조사해 두었기에 별 주저함이 없이 아말감으로 충전을 하기로 했다. 이를 갈아내는 동안의 시린 느낌이 매우 불쾌했지만 참을만 하였다. 갈아내고 난 이의 모습을 보니 무척 허무하였다. 이제 절대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인 노화의 길을 가는구나! 아말감을 채우고 한참을 깎아서 위 아래 이가 서로 잘 맞닿도록 높이를 맞춘 뒤 24시간이 지난 이후에 연마를 하러 오라고 하였다. 열전도율이 매우 높은 재료라서 차거나 뜨거운 음식이 닿으면 예민하게 느껴지지만 3주 정도가 지나면 익숙해진다고 하였다.

아말감은 한물 간 재료, 수은이 포함되어 있어서 환경에 유해한 재료, 선진국에서는 이미 쓰지 않는 가난한 이의 치과 치료용 재료라는 인식이 없지 않다. 심지어 어떤 의사는 아말감을 전부 걷어내고 레진이나 금을 씌우라고 권하기도 한다는 글을 보았다. 환경 오염과 의료진의 건강을 우려하여 전면적으로 아말감 사용을 금하는 날이 오기 전에까지는 치과에서 너무 비싼 치료 방법을 강권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일부 북유럽 국가에서는 환경 오염 문제로 아말감 사용을 금하였다고 한다. 양치질로 뱉어낸 아말감 가루가 하수도에 들어가기 전에 걸러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선명한 회색 금속 색깔이 이질적이라고는 해도 아랫니가 아니라 윗니라서 그나마 낫다.

아직 안경을 상시 착용할 정도가 된 것도 아닌데 드디어 처음으로 의료용 재료가 내 몸에 들어와서 신체의 일부가 되었다. 그것도 침습적 방법으로! 피는 나지 않았지만... 나름대로 치아를 잘 관리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더 이상의 자만은 금물이 되었다. 윗니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치경(긴 손잡이가 달리고 목이 꺾인 치과용 거울)을 구입하기로 했다. 아울러서 치실과 치간치솔을 더욱 철저하게 활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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