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블로그에다가 떡하니 실명을 올려 놓았다. 처음에는 내 이름을 직접 구글에서 검색하여 드러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신기하고도 즐거웠다. 이를 가리키는 용어까지 있다.
Egosurfing (Googling yourself)
시작은 유치하였노라! 내가 정말로 인터넷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소모하면서 얼마나 유익한 정보를 올려놓고 있는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말이다. 도메인을 유지하느라 약간의 비용을 쓰고, 호스팅 서비스 사이트에 위키를 설치하느라 이것저것을 매만지면서 기술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다. 내가 직업으로 택한 분야에서 얻은 사소한 노하우, 거기에 취미와 관련된 것을 적당히 버무려서 인터넷에 올리면 그것으로 뭔가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이루는 것이 되리라는 순진한 생각을 아직 버리고 있지 못하다.
이름을 남기고 싶은 것, 유명해지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반면에 사람들 등 뒤에 숨고 싶은 것도 인간의 본성이다). 개인 사이트의 운영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다. 범죄를 유발하거나, 혐오스럽거나, 반사회적인 선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마땅히 이러이러해야 한다고 기준을 그을 수가 없는 것이다. 유형은 나눌 수 있겠지만 가이드를 제공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지식과 경험을 나누려는 정말 순수한 의도로 운영하는 사람, 적당히 금전적 수입을 받으면서 진심이 아닌 리뷰를 게재만 하는 사람, 어떤 정치적이거나 문화적인 사상을 보급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 미래에 계획하고 있는 사업을 위해 밑밥을 치는 사람 등등.
제목과는 거리가 좀 있지만, 내가 오늘 쓰고 싶은 것은 이런 것이다. 일상의 기록을 공개된 인터넷에 남기는 것이 과연 옳은가? 별 것 아닌 경험이 타인에게 의외의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남들이 쉽게 얻지 못하는 기회나 경험에 대한 '은근한 자랑'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차 안에서 찍은 일상적인 셀카 사진을 올렸는데, 조수석에 일부러 명품백의 상표가 떡하니 보이게 찍은, 뭐 그런 것 말이다.
자랑도 인간의 본성이다. 이를 따라하거나 혹은 능가해 보려는 노력을 통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도 있다. 반면에 '아 재수없어~'라는 코멘트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 코멘트(댓글)는 약도 되지만 독도 된다. 내가 가끔 쓰는 글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왜 나는 카카오톡을 쓰지 않는가'. 날 아는 사람들은 내가 카톡 친구 리스트에 수시로 나타났다 없어졌다 하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는 내가 그만큼 카톡이라는 소통 수단에 대한 확신이 없음을 뜻한다. 현재는 탈퇴 상태이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의 글을 읽다가, 거기에 달린 어떤 댓글을 발견했다.
'카카오톡을 쓰기 싫어하는 이유를 참으로 길게도 쓰셨네요'
원글이 올라온 위치가 원글자의 개인 블로그인지 혹은 어떤 모임의 게시판인지는 확실치 않다. 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내가 운영하는 개인적인 사이트에 내가 올린 글에 대해서 이런 식의 덧글이 달리는 것이다. 이런 일들에 대해서 이제는 무디어질 때가 되었는데(실제로 딱 두 번 당해보았음), 의외로 글을 올리고자 하는 의욕을 오랫동안 꺾는 계기가 된다. 처라리 이럴바에야 왜 내가 실명을 글고 인터넷 공간에서 글을 쓰고 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누군가 그런 말을 했다. 이제 사생활은 없다고. 어딜가든 CCTV에, 거래 기록에, 포스팅 기록에, 구글이 슬며시 수집하는 위치 기록(비록 무신경하게 동의는 했지만)에 우리는 노출되어 있다. 어차피 이렇게 된 세상이니 문명의 이기를 철저히 이용하여 이름을 남기거나 사업적으로 이득이 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 뭐가 잘못이랴. 요즘 방송을 보면 공중파나 케이블을 막론하고 다들 얼굴을 알리고 싶어서 혈안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현실이 무섭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은 차라리 듣기에 좋다. 연예인이나 공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쉽게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러려면 익명화를 무기로 숨어야 하는가, 혹은 인터넷에 올리는 글이나 자료에서 개인적인 색채를 철저히 빼야 하는가? 어려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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