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30일 목요일

나의 첫 진공관 앰프 '지음(知音) 2014'(14GW8 SE-STC, 제작: 이영건 선생님)





오랜 친구의 소개로 진공관 오디오 제작가로 잘 알려진 이영건 선생님을 알게 되었다. 비록 내가 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절대 오디오 매니아라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도대체 진공관의 매력은 무엇이고, 어떤 소리가 날까?' 몇달을 끌어오던 이 호기심은 이영건 선생님을 통해 터무니없는(!) 가격의 진공관 인티앰프를 사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앞으로 이 앰프를 '지음(知音) 2014'라 부르기로 하겠다. Single-ended super triode connection amplifier(SE-STC amplifier)는 규격에 해당하는 용어라고 보면 된다.

대량생산을 목표로 PCB 기판에 찍어내는 진공관 앰프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진공관 앰프는 수작업으로 정성을 들여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이영건 선생님은 트랜스를 직접 감는 분이시고, 트랜스에서 나는 미세한 울음을 잡기 위해 트랜스를 다시 제작하는 수고를 들이셨다니 지불한 금액을 생각하면 정말 죄송할 노릇이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마침 유성 장날이라서 장도 볼 겸 하여 아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앰프는 수원발 시외버스에 실려 유성 시외버스 터미널로 오기로 되어 있었다. 고속도로가 많이 밀려서 예상도착시간보다 거의 두시간이 더 지체된 후에야 비로소 꼼꼼하게 포장된 상지를 받아 들었다. 시외버스는 유성에 들러서 다시 청주로 출발하게 되어 있어서 들어오는 시간에 만나지 않으면 물건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게다가 수화물 취급소도 문을 닫았기에.

총 두 조의 진공관이 쓰이고 있는데, 한 조는 14GW8 (=PCL86)이라는 것 말고 나머지는 뭔지 모르겠다(12DT8이다). 정격 출력이 몇 W인지도 잘 모른다(전화로 문의하니 4W+4W라이고, 자기 바이어스 회로라서 조정이 필요없고, 출력 트랜스는 25W로 제작하여 저역이 충실하다고 한다). 그러나 수치나 스펙이 뭐가 중요하랴. 집에 있는 몇 세트의 스피커 시스템(좋은 것은 하나도 없다....)에 연결하여 음악을 들어보기 시작했다. 소스는 아이패드 + Behringer UCA200 + 인터넷 라디오(linn). 채널 당 정격입력 50-80W 급의 플로워 스탠딩 스피커(소위 '톨보이')를 울리기에는 박력이 약간 부족하지만, 책장형 스피커에서는 아주 듣기 좋은 소리가 난다. 맑고 섬세하다고 하면 적당한 표현이 될까?

회로를 연구하고 부품을 바꾸어가며 장난질을 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남자가 가지 말아야 할 길 중에 대표적인게 오디오, 카메라, 자동차... 뭐 그런거 아니겠는가. 일단은 음악을 즐겨 들으며 내 귀와 맞추어 가는 과정이 즐겁지 않겠는가.

좋은 경험을 하게 해 준 친구와 제작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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