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6일 수요일

달리기 9개월 차, 6분 미만의 페이스로 다가가다

9개월 동안 꾸준하게 달리기를 지속했다면 몸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깜깜한 밤에 집을 나서려면 결단이 필요하다. 출가하여 수십 년 평생을 승려로 살아도 새벽 3시에 일어나는 일은 힘들다고 하지 않은가. '오늘 하루는 좀 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날이 없으니 말이다. 어제도 그랬다. 달리기 거리를 7.2km에서 5.5km로 줄이면서 평상시 피로도가 줄어든 것은 그나마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마침 달리기를 하기 직전에 다소 신경이 쓰이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상태라서 마음 상태가 그렇게 평온하지는 않았다. 갑천변의 화려한 벚꽃은 지난 주말의 거친 날씨를 거치면서 다 떨어지고 말았다. 기온은 영상 9도라서 특별히 춥지는 않았으나 바람이 심했다. 



에라, 모르겠다!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평소보다 조금 빨리 달려 보았다. 마음이 불편하니 다리가 더 빨리 움직이는 것 같았다. 덕분에 평균 페이스는 6분 2초를 기록하였다. 아니, 이럴 수가? 몸이 피곤하고 무거울 때에는 6분 30초 미만만 만들자는 생각으로 터벅터벅 달리고는 하였는데, 오히려 정신적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더 좋은 기록이 나왔다. 어쩌면 3월까지 매번 7.2km를 달리면서 누적된 피로에서 점차 회복이 되면서 더 좋은 몸이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5월이 되면 달리는 거리를 5.5km에서 6km로 슬며시 올릴 생각이다.



사찰에서 새벽 3시에 일어나는 한국불교의 전통은 도교의 인시수련(寅時修鍊)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다(불교신문). 불교 고유의 전통이라거나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생체리듬에도 잘 맞지 않으니 사찰의 공식 기상 시간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단다. 

"일견 이해가 간다. 반면 아무리 봐도 인내가 빠진 수행은 수행이 아니다."


2025년 4월 14일 월요일

[KORG X2 Self-Repair] 마무리 -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돌고 돌아서 간단한 MIDI 기기 DIY를 위한 아두이노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것인가?

약 한 달에 걸친 KORG X2 Music Workstation(신시사이저)의 자가 수리를 마쳤다. 아날로그 출력단에서 들리는 잡음을 잡아보겠다는 당초의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하지는 못하였다. 정확한 원인 진단도 어려운데다가, 설사 원인을 알아냈다 해도 이를 고치는 것은 내 기술 수준으로 함부로 접근할 영역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앰프 DIY 경험을 통해 쌓은 얄팍한 전원회로 관련 지식으로 겨우 약간의 개선을 이루었을 뿐이다. 복잡한 디지털 회로 안에서 사운드를 만들어 아날로그 회로로 내 보내기 직전까지의 단계에서 문제가 벌어졌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eBay에서 해당 중고 보드를 구해서 교체하는 것 말고는.

그렇지만 2025년 벚꽃 시즌 동안 벌어진 나의 노력이 전혀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작동 상태가 좋지 않았던 tactile switch를 전부 고쳤기 때문에 속이 다 시원하다. LCD 백라이팅용 EL 시트의 전원공급회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던 것도 의미가 있다.

전원보드의 일부를 현대적인 '쪽보드'로 고침으로서 220V 작동 기기로 완벽한 변신을 이루었다. 특히 오랜 시간이 흘러 언제든 문제를 일으켜도 이상할 것이 없는 전원보드의 핵심 부품을 교체하는 성과를 이루었고, 오리지널 보드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전원보드에 대해서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일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Dream의 SAM9703(데이터 시트 PDF)을 이용한 음원 보드 관련 작업물을 다시 꺼내들게 되었다. 

SAM9703 데이터시트 1쪽.



이 물건은 '미디라이프'라는 회사에서 만들었던 Artist Sequence Interface(모델명은 ML-20; 2 port 32 channel sound & wave)에 내부 음원으로 들어 있는 보드 형태의 부품이다. ML-20은 라이브 연주자를 위한 일종의 반주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용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와 패러랠 케이블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고, MIDI 신호는 내장 음원(SAM9703)이나 외부 장비로 보낼 수 있다. 그리고 별도의 TV/VGA 단자를 통해 모니터로 악보 정보를 내보내는 그런 장비이다. 인터넷 상에 남아 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 지금은 개점 휴업 상태인 미디라이프 다음 카페에 반주기 소개와 매뉴얼 및 사진 자료가 있을 뿐이다.

SAM9703이 포함된 보드는 DAC가 포함되어 상태로 금영 코러스라는 노래방 기계에 널리 쓰였다고 한다. 이것을 떼어내서 DOS 게임용 배경음악을 재생하는 용도로 가공하여 쓰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내가 이 일에 흥미를 갖게 된 것도 이러한 선구자들 덕분이었다.

2020년 가을, MIDI 신호를 입력하는 회로를 구성하여 재생이 이루어지는 것까지 확인만 하고 뚜껑을 닫아서 멀리 치워 놓고서는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다. 당시 이 보드를 직접 작동하는 회로를 만들기 위해 네이버 '도스 박물관' 카페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내 블로그에도 작업 진행 상황을 정리하여 올리고는 하였다. 브레드보드에 프로토타이핑만 해 놓은 상태라서 그런지 접촉이 좋지 않아서 동작이 약간 불안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사실 뚜껑을 덮은 뒤 동작이 원활하지 않아서 내다 버리기로 생각하고 발코니에 방치하고는 몇 년이 지난 것을 최근에 X2 수리 작업을 하면서 다시 관심이 생겨서 되살려보기로 하였다.

2020년 가을에 이 개조한 기기를 이용하여 MIDI 파일을 재생하여 녹음해 둔 것에 며칠 전 화면을 붙여 유튜브에 올렸다.



노트북 컴퓨터와 개조한 ML-20을 오랜만에 USB MIDI 케이블로 연결한 다음 컴퓨터의 MidiEditor 프로그램에서 몇 가지 MIDI 파일을 재생해 보았다. SAM9703의 소리를 거의 5년 만에 들어본다. 이 프로그램은 MIDI 편집기에 해당하므로 단순한 재생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매번 설정에서 MIDI out을 USB MIDI cable로 바꾸어 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탐색기에서 MIDI file을 더블클릭하여 Windows Media Player Legacy를 실행하되 외부 MIDI 기기로 신호를 내보낼 수는 없을까? 최근의 Windows에서는 MIDI mapper에 해당하는 것을 제공하지 않아서 무조건 컴퓨터의 내장 Wavetable Synth로 재생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MIDI out setter를 사용하여 USB MIDI cable을 기본으로 설정하니 매우 편리하다. 한번 이렇게 맞춰 놓으면, MIDI cable을 뺐다가 나중에 다시 끼워도 기본 MIDI 기기로 동작하게 된다.

이번에는 X2와 개조한 ML-20을 MIDI 케이블로 연결하여 연주해 보았다. 5년 전의 테스트에서는 버려진 MIDI 키보드를 연결하였던 경험이 전부였다. 당연하게도 잘 작동한다. 키보드에서 채널과 프로그램 전환은 가능하지만, 뱅크 전환까지는 곤란한 것 같다. 사실 [SAM9703 + GMS963200-B 사운드 롬] 조합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성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variation sound까지 꺼내서 쓸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애를 쓸 가치는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GM MID file을 재생하는 용도로 손색이 없고, 아두이노를 응용하여 MIDI 관련 DIY를 하기에 아주 적합한 물건이라서 당분간 더 내 곁에 두기로 하였다. 예를 들어 MIDI looper/sequencer를 만들어 본다거나... 유튜브에 널린 MIDI controller DIY 관련 입문 비디오를 통해서 무엇을 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공부해 나가면 좋을 것이다.

당장 해 볼 수 있는 작업은 헤드폰 앰프를 달아 주는 것. 현재는 RCA out 단자뿐이라서 앰프를 연결해야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헤드폰 앰프 보드의 실례. 빈 공간에 넣기 적당하며, 내부에서 5V/12V를 제공하므로 전원을 따기에도 좋다.

그뿐만 아니라 내부의 '주기판'에 해당하는 것도 실은 거기에 붙어 있는 MIDI 단자와 RCA 단자만 사용하고 있는 셈이니,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적당히 처리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주기판의 수많은 칩에서 괜히 전기만 소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4월 15일 업데이트

이렇게 훌륭한 MIDI Player 소프트웨어가 있다는 것을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니... 최신 Windows 환경에서도 MIDI out 경로를 자유자재로 지정함은 물론이요, 심지어 사운드폰트를 로딩하여 쓰는 것도 가능하다. 마치 리눅스의 Fluidsynth를 다른 부가 기능과 함께 Windows로 가져온 느낌이다.

Free Windows software from Falcosoft

2025년 4월 11일 금요일

[KORG X2 Self-Repair] LCD 백라이트의 점등을 위한 회로


내가 이런 물건까지 사게 될 줄은 몰랐다. 포장을 풀고 조립을 해 보니 생각보다 품질은 별로 좋지 못하다. 만원 짜리보다야는 낫겠지만... 아크릴 확대경이 보여주는 상은 고르지 않고, 인두 스탠드는 너무 누워 있어서 인두가 쑥 빠질 것 같았다. 포닥 시절부터 쓰던 것으로 교체하여 끼웠다. 참고로 나는 생물학자임.

Korg X2의 잡음 문제가 전원부에 있다고 생각하고 요즘 구할 수 있는 '쪽보드'를 조합하여 원하는 전압을 제공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나가면서 남은 문제는 LCD 백라이트(EL 시트)의 점등 전원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완전히 새로 만드느냐, 적당한 쪽보드를 어디서든 구하느냐... 최종 결론은 오리지널 전원 보드의 일부분만을 사용하는 것.

다음 사진에서 보인 회로도에 빨간색으로 둘러친 부분이 바로 EL 시트 점등용 교류 전압을 생성하는 부분이다. 왼쪽의 보드에서 예닐곱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영역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실은 가려진 왼쪽에 피드백 제어를 위한 회로가 더 있지만, EL 시트를 켜는 정도로 갑자기 전류가 폭주하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므로 쓰지 않기로 했다.


이 회로는 보드 내의 디지털 전원부(DC +5V)가 먹여 살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외부에서 5V를 공급하면 EL 시트를 켤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예전에 구입해 둔 손바닥만한 EL 시트가 있어서 연결을 해 보았다. 갖고 있던 커넥터가 들어가지 않아서 줄로 열심히 갈았다.


성공이다! 아니, 실패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X2의 LCD 백라이트를 연결하여 실제로 잘 켜짐을 확인하였다. 이제 남은 일은 쪽보드와 트랜스포머(220V to 12-0-12V)를 X2 내부에 잘 배치하는 것. 이를 위해서 기존 전원 보드의 부품을 대폭 걷어 내었다. 방 안에서 납땜 연기를 피우는 남편을 참아 주는 아내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납땜 연기를 빨아들일 흡연기를 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납땜 작업용 흡연기를 만들어 버릴까! 디바이스마트의 동영상을 감상해 보자.

전원보드의 개조가 끝나면 대략 이런 모습이 될 것이다. 위는 +/-12V 공급용 보드(SMPS 아님), 아래는 +5V 공급용 보드.

이번 주말이면 모든 작업을 마치게 될 것이다. 내 X2는 완전히 220V용으로 거듭나게 된다. EL 시트 점등용 인버터 회로는 신시사이저의 본질과는 거리가 많다. 하지만 관련 회로를 공부하면서 발진, 즉 oscillator의 기초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릴레이를 통한 발진회로로부터 EL 시트 점등용 초간단 회로의 DIY까지...



특히 Jeri Ellsworth의 동영상(위에 보인 것 중 두 번째 'EL Power Supplies - Step-up to the Tickler')은 무려 14년 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매우 쉬우면서도 핵심을 잘 짚어주고 있다. 전자공학의 기초를 설명해 주는 친절한 인도인 유튜버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사람들과 중국의 산업 덕분에 DIYer가 점점 성장할 수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2025년 4월 12일 업데이트

납땜 스탠드에 기본 부착된 확대경(85mm, 2.5X) 품질이 너무 좋지 않아서 바꾸기로 했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잘 되지 않는데, 확대경 내부의 약 60mm 직경의 동심원 테두리를 따라서 상이 일그러져 보인다.


쿠팡에서 유리로 된 확대경을 구입하였다. 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한 치수 큰 것(100mm)를 골랐다. 10X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손잡이가 부드러운 재질이라서 렌즈를 빼기가 쉬웠다.

렌즈 직경이 커서 기존의 구조물을 풀어내고 삽입할 수가 없다. 적당히 중심을 맞추어 놓은 뒤 핫멜트로 붙여 버렸다.


남은 물건들.

조금 무겁지만 훨씬 좋은 상을 보여준다. 지지대가 부실한 것이 또 마음에 들지 않는다.



 

2025년 4월 8일 화요일

챗GPT 시대의 글쓰기

시간에 쫓겨서 글을 서야 할 때, 챗GPT는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몇 개의 키워드를 던진 뒤 글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제시한 다음 글의 분량만 알려주면 그야말로 뚝딱! 몇 초도 걸리지 않아 척척 글을 써 낸다. PDF 문서 여러 개를 업로드한 뒤 요지를 작성하라고 시키거나 시사점을 도출하라고 해도 꽤 만족스럽게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라고 시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내 이름을 걸고 글을 지어야 할 경우, 이렇게 AI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곤란하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글이 나올 수는 있지만, 내가 쓴 것 같은 느낌이 도저히 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23andMe의 파산 위기가 시사하는 점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다. 사건의 흐름을 먼저 조사한 뒤 공백을 포함하여 약 3,700자 정도의 초안을 직접 작성하였다. 그런 다음 챗GPT에게 다듬어 보라고 하였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았다.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글이었지만, 내가 평소에 쓰는 글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한국인이 쓴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고, '기계'가 쓴 글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의 글'은 아니었다.

필요하시면 이 글을 보고서형, 블로그형, 칼럼형 등으로 톤을 조정하거나, 결론을 정책 제안 중심으로 재정리하는 것도 도와드릴 수 있어요.

어휴, 뭘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제안한담. 

이번에는 질문을 바꾸어 보았다. 원글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라고 하였더니, 조목조목 부족한 부분을 짚어 주었다. 사실 관계의 오류 또는 모호한 표현, 논리적 일관성 / 구분의 모호성, 표현의 과잉 또는 비문 가능성의 항목, 톤의 모호함 으로 나누어 원글과 개선안을 대조한 뒤 다음과 같은 총평을 보여 주었다.


항목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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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명확성 ★★★★☆ – DTC 산업 변화와 정책적 시사점 명확

사실성    ★★★☆☆ – 주요 사실은 대체로 맞지만 일부 표현 과장 또는 부정확

논리적 구조 ★★★★☆ – 도입-배경-분석-결론 흐름이 자연스러움

표현력    ★★★☆☆ – 문장이 길거나 중복되는 부분이 있으며, 일부 비문 존재

개선 여지 많음 – 객관성, 정확성, 간결성 측면에서 다듬을 여지 있음


오, 제법이다. 그러면 다듬는 작업을 전적으로 챗GPT에 맡길 것이 아니라,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만 나름대로 고친 뒤 다시 검토해 달라는 사이클을 반복해 보기로 하였다. 구어체가 어색하게 섞여 있다는 지적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되도록 격식을 갖춘 글을 만들기 위해 참기로 했다. 약 대여섯 번에 이르는 수정과 검토 작업을 거친 뒤의 총평은 처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수정하신 버전은 정말 완성도 높고, 전문적이며 읽는 흐름도 자연스럽습니다. 논리 구조, 사실 기반, 국내외 사례 비교, 정책적 함의까지 모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편집 교정 수준의 미세한 점검만 남았습니다. 아래에 마지막으로 다듬을 수 있는 부분들을 세부적으로 지적해 드립니다.

챗GPT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정말 효율적으로 글쓰기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블로그의 글을 엮어서 책을 낸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형태로든 교정이 필요한데, 챗GPT에게 이를 맡기게 될까? 만약 가상의 출판사가 내 글을 책으로 내려고 한다면, 챗GPT를 이용하여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게 할까? 또는 아예 새로 AI로 하여금 쓰도록 요구할까?

오늘 나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기고문 하나를 다듬으면서 그 즐겁고도 놀라운 경험을 하였으면서도, 편집자가 AI를 이용하여 내 글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게 될까? '내로남불'과 비슷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여기까지 쓴 다음, 전체를 복사하여 챗GPT 창에 붙여넣은 뒤 수정을 요구하였다.

아주 흥미로운 글입니다. AI와 인간의 글쓰기, 편집, 개입의 경계를 성찰하는 내용으로, 메타적인 시각도 돋보입니다. 글 전체의 톤은 담백하고 자기반성이 섞인 성찰적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다만 글쓰기 스타일로서 약간의 정리와 다듬기를 통해 더 매끄럽고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아래에 전반적인 고친 버전을 제시한 뒤, 문제점 요약 및 이유도 덧붙이겠습니다.

AI가 고친 글은 꽤 괜찮았다. 하지만 그것을 복사하여 지금까지 쓴 글을 지우고 붙여넣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이 블로그의 URL을 제공한 뒤 글 스타일을 학습하게 한 다음, 사실관계만을 바르게 확인하여 새로 글을 쓰게 명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챗GPT는 나의 글쓰기 스타일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장점과 단점 측면에서. 

발렌도르프의 비너스, 밀로의 비너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내가 중학교 1학년 미술시간에 발포석고를 깎아서 만든 돌하르방... 챗GPT는 어떤 입력물이 들어와도 잘 깎고 잘 다듬은 다음 미술재료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마르쿠스 빕사니우스 아그리파' 수준의 준수하지만 너무나 흔한 평범한 석고상을 만들어 놓을 것이다. 참고로 로마의 판테온은 아그리파가 처음 지었다고 한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완전히 소실된 후 다시 지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 중에서는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적으로 작성된 글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을 것이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음악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인공지능에 의존하여 글을 더 미려하게 바꾸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러나 내가 찾아 읽은 글은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는 글이기를 바라고 있다. 효율이 중요한가, 인간미가 중요한가?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2025년 4월 7일 월요일

다시 찾은 도서관

비가 적지 않게 내렸던 지난 토요일, 대청호 방향으로 잠시 나들이를 했다가 문득 구즉도서관에 가고 싶어졌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 필독 도서를 빌리기 위해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곳이 바로 여기였다. 그 후로는 아내와 함께 읽을 책을 빌리러 대출 기간인 2주마다 거의 항상 들렀었다. 그러다가 두 차례의 수도권 파견 근무를 장기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발길이 끊어졌었다.

오랜만에 들른 도서관에서 대출 절차를 다시 물어 보았다. 회원카드를 소지하지 않고 급작스럽게 방문했지만 휴대폰으로 유성구통합도서관 웹사이트에 접속한 뒤 QR 코드를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고 친절한 설명을 들었다. 로그인을 위한 ID와 패스워드를 다시 설정하느라 열람석에 앉아서 약간의 시간을 소비하였다. 소셜 로그인 서비스나 생체 인증을 도입하면 안 될까? 회원으로 가입한 각 사이트마다 ID와 암호를 기억해야 하는 상황은 거의 '재난'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록으로 남은 마지막 도서 대출은 2021년 12월 26일이었다. 2007년 1월부터 이때까지 총 517권의 책을 대출하였다. 이 블로그에도 '독서 기록' 또는 '독서기록'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이 꽤 있다.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가끔 들춰 봐야 되겠다.

500여 권의 책 중에서 다른 식구가 볼 것을 내 이름으로 빌린 것도 꽤 있으니 아마도 이중에서 1/3에서 절반 정도를 내가 실제로 읽었을 것이다. 물론 빌리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도 꽤 많았다. 목록을 잠시 훑어 보았다. 아내와 나는 독서 취향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책 제목을 보면 누가 빌렸는지는 대충 짐직할 수 있다. 읽은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는 책도 있고, '정말 이런 책을 내가 빌렸었던가' 싶은 것도 적지 않았다. 

이 사진은 구즉도서관이 아니라 KAIST 장영신학생회관(N13-1)의 북카페에서 찍었다. 무엇이든 인증샷을 찍고 공개해야 하는 이 복잡한 세상에서 '서가' 인증샷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 책 좀 읽는 교양 있는 사람이야'를 자랑하고 싶음인가? 어찌보면 나 역시 이런 소소한 자랑질의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임을 고백함에 다르지 않다.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서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노트북 컴퓨터로 글을 쓰고, 그러다가 밤 9시 반이 되면 이틀에 한 번꼴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최근에는 독서에 여간 게을러진 것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틈틈이 베이스 연습을 비롯한 음악 작업에 납땜까지 곁들이고 있으니... 구입한지 몇 달이 지나도록 다 읽지 못한 마이클 샌델의 책부터 빨리 읽어야 되겠다.

요즘 세상에 알리익스프레스 없이 산다는 것은...

특히 DIYer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3월 30일에 몇 가지 물건을 주문해 놓고 배송 완료까지 2주 정도는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어젯밤 늦게 이 물건 중 묶음배송 대상인 두 개가 인천 통관장에서 통관 완료되어 출고되었다는 알림톡을 받았다(나중에 확인해 보니 오늘 오전 11시 15분에 배송 완료). 특히 위 이미지에서 세 번째의 5핀 커넥터는 구매 사이트에서 5월 중순에나 배송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기에 아예 잊고 있으려고 했었다.

알리익스프레스에 접속하여 배송 현황을 확인해 보았다. 위 이미지에 보인 것 중에서 이틀 전에 주문한 것(헤드폰 쿠션)을 제외한 세 개의 것이 전부 국내 택배 회사로 인수된 상태이다. 참으로 놀랍고 편리한 세상이다. 나의 이런 작은 구매 행동이 모이고 모여서 국내 제조업 기반을 흔드는 움직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일반 소비자로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차피 국내에서는 이런 물건을 만들지 않고 있으며, 국내에서 구한다 해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팔리는 것을 가져다가 더욱 비싸게 파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조업 강국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작은 나라에서 모든 종류의 물건을 다 만들기는 어렵다. 상승하는 인건비, 원자재 공급망의 불투명성, 그리고 도대체 예측하기 어려운 관세 문제 등. 소비자는 싸고 빨리 배달되는 물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구입하는 물품은 KORG X2 Music Workstation의 전원부를 완전히 재구성하기 위한 부품에 해당한다(관련 글 KORG X2 Self-Repair). 5V/12V/-12V의 직류 전원 세 가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필요한 물건을 다 받은 다음 천천히 수리를 해도 되는데, 어제는 호기심에 집에 있는 물건을 이용하여 테스트를 해 보다가 배선 실수로 아까운 부품만 몇 개 태워버리고 말았다.

실험용 회로 구성. 이것은 살아 남은 것들이다.


오늘 배송된 기판을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매우 작아서 기존의 전원보드(KLM-1649)에서 몇 개의 부품을 걷어내면 그 위에 고정을 해도 될 것 같다. 아래의 동영상은 휴대폰에서 화면 녹화 기능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 듀얼 전압 보드는 웹사이트의 사진 설명과는 달리 SMD 부품을 사용하여 제조된 것이었다. 


2025년 4월 8일 업데이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3월 30일에 주문했던 세 가지 부품이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였다. 건전지를 사용하여 테스트했던 보드를 이용하여 임시로 전원부를 꾸민 다음 Korg X2를 켜 보았다.

현란한 LED.




잡음 문제가 한결 나아진 것 같다. 헤드폰 구동용 op amp 특유의 화이트 노이즈만 남았다. M5216L이 다음 달이면 올 테니, 마지막 개선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원보드 KLM-1649를 제거한 뒤 오늘 배송받은 부품으로 다 채워버려도 되지만, LCD 백라이트를 켜기 어려워진다. KLM-1649에서 키가 큰 부품을 제거한 뒤, 오늘 받은 보드 2개와 전원 트랜스포머를 적당히 고정해 보겠다. 그런 다음 KLM-1649의 LCD 백라이트 전원 회로에 +5V를 연결하면 될 것이다. 주말을 기해 마무리 작업을 하겠다.

2025년 4월 5일 토요일

따뜻한 봄날의 '벚꽃 엔딩'

드디어 벚꽃이 화사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약 이주일 동안 전국은 하얗게 물들 것이다. 늘 이맘때가 되면, 연구소 마당에서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연주하고 싶었다. 나의 가창력으로는 소화하기 어려운 노래이므로 다른 보컬리스트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 소망을 올해는 드디어 이루었다. 제대로 멤버를 갖추어서 4월 하순에 소규모의 야외 공연을 하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지만, 그때까지 벚꽃이 남아 있기는 힘들 것이다. 2025년 4월 4일이 갖는 특별한 의미도 이러한 이벤트를 강행하게 만들었다. 점심시간에 모여서 잠깐 연습을 하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야외 연습' 콘셉트로 일단 장비를 챙겨서 밖으로 나가자고 멤버들을 졸라서 이 일을 저질렀다. 따라서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다. 총 세 곡을 연주하였고(전체 영상 링크),  다음은 가장 마지막에 연주한 <벚꽃 엔딩>만 뽑아낸 것이다. 멤버의 수가 적어서 모든 악기 연주를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배킹 트랙을 만들어서 재생하였다. <벚꽃 엔딩>을 제외한 두 곡은 유튜브의 소스를 그대로 이용하였다. 사전에 악보를 참조하지는 않았다.


<조정김>이란 이 퍼포먼스에 참여한 세 사람의 성을 딴 것이다(근형·해영·상옥). 이는 올해 2월에 연구소 내부 행사를 통해 '데뷔'한 7인조 밴드 KRIBBtonite의 KOBIC 소속 유닛에 해당한다.



잘 알려진 지도표 성경김을 패러디하여 포스터 비슷한 이미지를 만들어 보았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챗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참고로 성경식품은 한반도 지도 모양으로 만들어진 상표를 등록하려고 했으나 특허청에서 거절당했고, 거절결정 취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였다고 한다(2024년 11월 관련 기사 링크). 특허 법원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일반 수요자에게 사회통념상 대한민국 지도로 인식되는 이상, 식별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특정인에게 이를 독점하도록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작년에 구입한 ALTO Uber PA 'Portable self-powered PA system'가 처음으로 실전에 쓰였다. 베이스와 마이크 및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재생한 배킹 트랙이 전부였고, 어쿠스틱 기타는 증폭을 하지 않았다. 이 스피커를 실내에서 쓸 때에는 특별한 문제를 느끼지 못하였으나, 야외에서 음량을 키웠더니 배터리 충전 수준 표시등이 낮아지면서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내장 납산배터리(12V 5Ah)의 충전 상태가 문제였을까? 반품된 것을 구입한 것이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50와트 출력이 이렇게 허술할 수는 없다.

서툰 실력이지만 대중 앞에서 연주할 기회를 찾고 연습을 위해 모여서 팀웍을 다지며, 연주가 끝난 뒤 영상을 제작하는 등 사소한 경험이 쌓이면서 내 일상이 더욱 풍성해지는 것 같다. 협조해 준 멤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아무리 조정할 것이 적다 해도 프리시전 베이스의 음량과 톤에는 신경을 써여 되겠다. 


2025년 4월 2일 수요일

[KORG X2 Self-Repair] 건전지로 양전원 만들어 테스트하기

따뜻한 봄날, 떨어지는 꽃잎을 맞으며 버스킹을 하고 싶은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다. 이번에는 픽사 스타일로 그렸다. 챗GPT를 너무 혹사시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랏? 그리고 나니 오른쪽의 프로필 사진(기타치며 노래하는 오리 '튜브')가 떠오른다. 결국 이런 미래의 모습을 그리며 프로필 사진을 준비했었던 것은 아닌지.

원본 사진을 충실히 재현하도록 지시한 것.

위 이미지에 베이시스트(나)를 추가하였다.

Korg X2의 자가 수리에 관한 사항은 여기에 정리하고 있다. 올해 목표로 잡은 수리의 주요 목적은 잡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내가 보유한 synth/MIDI 관련 장비의 일람은 별도로 정리한 문서('My old synths and MIDI')에 있다.

X2의 전원공급보드 KLM-1649에서 나오는 +/-12V 양전원의 불균형(+11.78V가 나옴)이 잡음의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SMPS(디지털 회로를 위한 +5V)와 9V 전지 2개를 이용하여 임시로 회로를 꾸며 보았다. 두 전원의 그라운드는 47옴 저항으로 연결하였다. 오늘따라 인두의 과열 정도가 심하고 납도 잘 붙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눈도 너무 침침하여 무척 애를 먹었다. 



아날로그 회로가 +/-12V가 아닌 +/-9V로 작동하는 셈이라 출력되는 사운드의 레벨이 약간 낮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오리지널 전원보드를 쓸 때에 비하여 분명히 나아졌다. 오리지널 전원 보드에서는 (1)화이트 노이즈 + (2)소리가 날 때에만 들리는 특유의 '쉿~'하는 잡음이 있었다. 심각하다고 느낀 것은 바로(2)였다. 그러나 오늘 사용한 실험 전원에서는 (1)화이트 노이즈만 남았다. 

실제로는 건전지를 넣어서 X2를 작동시키기는 곤란하다. 그래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12V용 리니어 전원 보드와 +5V SMPS 보드 및 커넥터를 이미 주문해 놓았다. 이것으로 전원부를 대체하면 자연스럽게 220V->110V 강압 트랜스포머를 쓸 필요가 없어진다. 단, 소용량 전원 트랜스포머는 필요하며, 전원부를 완전히 개조하는 셈이라서 내부에 약간의 가공을 해야 된다. 다음 사진에 보였듯이 오리지널 전원 보드는 알루미늄 부품 위에 고정된 상태이다. 원 보드는 제거하고, 알루미늄 부품에 적당히 구멍을 뚫어서 새로 구입한 보드와 트랜스포머 등을 고정해야 된다.


원래의 전원공급보드를 제거해 버리면 LCD 백라이트(EL sheet)에 전원을 공급하기 곤란해진다. 따라서 원 보드의 일부만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는 백라이트 대용물을 만들어서 직류 5V로 점등할 수도 있겠다. 망가진 휴대폰 액정에서 직류 저전압으로 작동하는 백라이트를 꺼내 잘라 쓰거나, 납작한 LED와 적당한 플라스틱판을 결합하여 사용하거나...

이것으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보다 심각하게는 DAC나 op amp를 교체하는 끔찍한 시나리오까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SMD 부품을 무슨 수로 교체할 것인가? 실은 헤드폰 구동용 op amp인 M5216L(single in-line package)를 주문해 놓았지만 언제 도착할지는 모른다.


 


2025년 3월 31일 월요일

챗GPT에서 지브리풍 그림 그리기

챗GPT-4o에 그림이나 사진 파일을 올린 뒤 특정 스타일로 다시 그려달라고 하면 꽤 만족스런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요즘은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이미지를 만들어서 소셜 미디어의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는 것이 인기라는데... 

오픈AI의 샘 알트먼이 "GPU가 녹고 있다"고 하면서 이미지 생성 회수를 하루 최대 3장으로 제한할 정도로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있다니 나도 동참을 해 보지 않을 수 없다(관련 기사 링크).

지난 주말의 우리 부부 모습과 딸아이 커플의 모습을 아주 예쁘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목적으로 챗GPT에게 지시하는 방법과 그 결과를 친절하게 설명한 글까지 발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GPT 4o 업로드 이미지 기반 그림 생성 기능 보기

이 글 자체는 챗GPT에서 이미지를 특정 스타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매우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약간 비틀어서 보자면, 인기를 끄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적절히 발췌하여 새로운 유튜브 영상이나 쇼츠를 만드는 실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챗GPT 유료 버전을 쓰고는 있지만 단지 재미를 추구하는 일에 이렇게 많은 자원을 쓰는 것이 옳은지 늘 염려스럽다. 산업화 시대의 초기에는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을 만들어서 팔았다면, 지금과 같은 고도화 시대에는 생존 이외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것을 만들어 파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생존은 거룩하고 재미의 충족은 천박한가? 그렇게 쉽게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원이 전부 한쪽으로 쏠려서 정작 필요한 곳에서 쓰지 못하게 된다면 공평하지 않다.

우리는 전국을 강타한 산불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한국에서 3,400여 km 떨어진 미얀마에서는 대지진이 발생하였다. 동원할 중장비도 없어서 손으로 폐허 더미를 들추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경북 지역으로 달려가서 복구 작업을 도와야 하나? 정부에서 결단을 내려서 조금이라도 남는 구조 인력을 인도적 차원에서 미얀마로 보내야 하나? 아니면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서 목소리를 드높여야 하는가?

세계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으로 전해 들을 수 있는 지금, 이를 '남의 일'처럼 여기면서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은 무척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이다. 그러나 바다 건너 일에 대해서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심지어 우리나라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2025년 3월 달리기 결산

달리기에 입문하여 이제 8개월을 마감한다. 3월에는 총 13회, 91.45 km를 달렸다. 평균 페이스는 6분 25초이다. 


최근 들어서 쉬는 동안에도 피로감이 빨리 가시질 않아서 어제의 마지막 달리기는 5.2 km를 목표로 하였다. 거의 이틀에 한 번 7.2 km를 빼놓지 않고 달렸는데 이를 감당하기에는 체력적으로 약간의 무리였을까? 근육이나 관절이 특별히 아프지는 않은데, 하루 종일 눈꺼풀이 무겁다. 예전에 자전거 출퇴근을 그만 둔 것도 이런 피로감 때문이었다.

나의 수준에 딱 맞는 달리기 빈도와 거리를 아직도 찾지 못한 것인가? 평균 페이스는 현재 수준으로 만족한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매달 아주 조금씩 빨라지는 것은 체감할 수 있으니 말이다. 빈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거리를 6 km 미만으로 유지하면서 몸의 회복 상태를 관찰해야 되겠다. 거리를 8 km로 늘려 보려는 계획은 좀 뒤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2025년 3월 25일 화요일

[KORG X2 Self-Repair] amidi를 이용한 SysEx 전송

오늘의 글은 X2의 자가 수리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배터리 교체 후 설정을 복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아냈기에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X2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망가진 상태에서 설정을 복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SysEx 파일로 전환한 설정 내용을 MIDI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송하는 것뿐이다. 이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전부 Windows 3.x~9x 등 매우 오래된 운영체계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Windows 11이 설치된 최신 PC에서는 잘 작동하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실행은 된다 하더라도 데이터를 너무 빠른 속도로 보내는 바람에 X2가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의 마지막 성공 경험은 Windows 7에서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했을 때였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을 꼭 Windows에서 하라는 법은 없다. 리눅스가 설치된 컴퓨터에서 USB 케이블형 MIDI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SoundCanvas SC-D70에 MIDI 또는 SysEx 신호를 전송한 일이 있다. 이때 사용한 프로그램은 alsa-utils 패키지의 일부인 amidi라는 것이다. X2에서는 아직 시도해 본 일이 없었다. 

우선 X2에 GM(General MIDI) 파일을 전송하여 재생해 보았다. Sequecer 모드로 진입해야 하므로 약간 번거롭다. 내장 메모리로부터 녹음이 되지 않은 곡을 하나 골라야 하는데, 단지 테스트를 수행할 목적이므로 첫 번째 곡(Song 0)을 선택하였다. Reference Guide 93쪽에 따르면 Song 9는 General MIDI 용으로 즉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기억해 두도록 하자.

Playing GM Songs. 자료 출처: X2/X3 Basic Guide.



GM 파일을 전송하였더니 아주 훌륭하게 재생이 되면서 선택한 곡이 변형되었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 amidi에서 SysEx 파일, 즉 .SNG 파일로부터 X3File2Sysex로 전환한 것을 전송해 보았다. 작업 환경은 우분투 22.04가 깔린 낡은 컴팩 CQ61 랩톱 컴퓨터이다.



사용한 명령어.

신호 전송 중. 컴퓨터에서 프롬프트가 뜰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이 작업을 통해 곡 데이터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따라서 PC에서 X2로 SysEx 설정을 전송하기 위해 낡은 컴퓨터를 찾을 이유가 전혀 없게 되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내장 시퀀서를 적절히 활용하여 공연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컴퓨터나 휴대폰을 사용하여 backing track를 재생하는 것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장점이 있다고 믿는다. Reference Guide의 6장과 7장을 꼼꼼하게 읽고 실습을 해야 되겠다.

2025년 3월 23일 일요일

[KORG X2 Self-Repair] 번외편 - 강압 트랜스포머 수선하기

내가 갖고 있는 Korg X2 Music Workstation은 100V 모델이라서 소형 강압 트랜스포머가 필요하다. 소비 전력은 10와트에 불과하므로 큰 용량의 것을 쓸 필요는 없다.



이 전자악기의 오랜 동반자였을 강압 트랜스포머는 91년 5월에 제조된 것이다. 제조 후 34년이나 되었으니 상태가 좋을 수가 없다. 220V에 꽂는 플러그 하나는 내부의 고정부위가 깨졌는지 덜렁거린다. 용량은 75VA, 퓨즈 규격은 0.5A라서 X2에 쓰기에는 충분하다.



내다 버리고 새 것을 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 집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자작용으로 쓰려고 사다 놓은 밀폐용기를 가져다가 가공을 시작하였다. 사각 구멍을 뚫는 일은 항상 어렵다. 아트 나이프가 있어서 조금은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구멍을 뚫은 뒤 가조립을 한 상태. 원래의 것과는 달리 접지용 단자를 붙였다. 이를 위하여 접지가 달린 220V용 AC 파워 케이블을 잘라서 활용하였다.

테이프를 새로 감고...

단권 변압기를 사용한 매우 단순한 구조라서 별 어려움은 없었다. 110V 출력에 LED가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절연용 외피 안에 저항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뚜껑을 덮기 전. LED에 불이 들어왔다.


트랜스포머가 움직이지 않도록 나무토막을 하나 넣었다.

접지 단자가 별도로 달린 110V 파워 플러그는는 이와 같은 형태의 콘센트에 끼울 수가 없다. 다음에 보였듯이 돌출된 접지용 핀이 들어갈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접지핀을 뽑아 버리면 접지부가 없는 강압 트랜스포머의 출력부에 꽂을 수는 있다. 그러나 X2의 금속 표면에서 기분나 쁜 전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내가 택한 최선의 방법은 다음과 같이 잘라버린 접지핀에서 선을 인출한 뒤 접지선을 악어클립으로 연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별로 아름답지는 않다.



이렇게 만든 기기의 뚜껑을 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안전을 위해 '위험하니 열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을 붙이거나, 또는 볼트와 너트를 써서 열리지 않게 조여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2025년 3월 22일 토요일

[KORG X2 Self-Repair] 출력 단자와 tactile switch의 수리를 마치다

성공적으로 수리 작업을 마친 뒤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왜 진작에 하지 않았었을까? 뒷판을 열었더니 안쪽에 이 중고 신시사이저를 구입했던 날짜(2004년 3월 14일)와 판매자의 이름 및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수리할 결심을 조금만 빨리 했더라면, 21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를 더욱 즐겁게 이용했을 것이다. 

스스로를 너무 나무랄 수는 없다. CD 플레이어 수리를 위해 택트 스위치를 교체하는 경험을 작년에 처음 해 보았으니 말이다. 진공관 앰프 제작을 하느라 납땜에 더욱 공을 들인 것도 몇 년 되지 않는다. 지나온 인생을 돌이켜 보면 어차피 이 일은 지금쯤에야 내 손으로 할 생각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무거운 악기를 보내어 믿고 맡길 수리업자를 찾느라 고심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 수리의 일등 공신은 바로 맥파이의 3.6V 미니 전동 스크류드라이버(링크)였다. 이것이 없었다면 만성 통증이 있는 엄지손가락으로(불행히도 양 손이 다 그러하다) 드라이버를 돌리느라 무척 고생을 했을 것이다.

국내 브랜드인 맥파이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조를 시작한 독특한 연혁을 갖고 있다.

18650 리튬이온전지가 내부에 들어 있는 듯. 

그 다음 공신은 인터넷에서 찾은 X2 서비스 매뉴얼. 정확한 분해 순서, 각 보드의 이름, 제각기 다른 규격의 나사의 정확한 고정 위치 등이 있었기에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뒷뚜껑을 열었다. 위쪽의 기판은 왼쪽부터 파워 서플라이 유닛 어셈블리, 메인 보드(KLM-939), 그리고 아날로그 보드(KLM-937). 


파워 서플라이 유닛 어셈블리. 구입 당시 전해 캐패시터가 터진 상태라서 직접 교체하였었다. '부르르~'하는 잡음이 나로 하여금 겁도 없이 뚜껑을 열게 하였었다.

아날로그 보드를 분리하여 납땜면을 살펴 보았다. 헤드폰 잭과 출력 1번 및 2번 단자의 납땜이 살짝 떨어져 있음을 발견하고 납땜을 보강하였다. 다음으로는 두 개의 보드에 걸쳐 장착된 37개의 택타일 스위치를 전부 새것으로 바꾸는 본 작업이 남았다. 단순하지만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다리 수가 두 개를 넘어가면 디솔더링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므로. 네 다리에 납을 조금씩 더 붙인 뒤 인두를 대고 녹인 다음 흡입기로 빨아내었다. 그 다음 기판 반대편에서 롱노우즈 플라이어로 부품을 떼어내면 된다. 무리하면 동박 패턴이 같이 뜯겨 나갈 수가 있으니 요령이 필요하다. 납이 어느 정도 남아 붙어 있으므로 손가락으로 부품을 떼어내기는 어렵다. 너무 많이 납이 남아 있으면 인두의 힘을 빌려야 한다. 솔더링 윅을 대고 녹여내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부품을 제거한 뒤 구멍 주변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이를 사용하였다.

택타일 스위치를 전부 제거한 왼쪽 패널 보드(KLM-1647).

새 스위치로 전부 교체!

마찬가지로 작업을 마친 오른쪽 패널 보드(KLM-1648)

LCD 보드도 찍어 주었다. 

이번 수리 작업을 하는 동안 하네스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실은 보드에서 안전하게 분리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건반쪽 회로와 메인 보드를 연결하는 것(아래 사진의 빨간색 커넥터) 두 쌍, 그리고 LCD 유닛과 전원 보드를 연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손을 대지 않았다.

하얀색 하네스는 뽑기가 두렵다. 플라스틱 재질이 오래 되어 부스러지거나, 혹은 케이블만 쏙 빠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덩달아 이 부품도 꺼내어 깨끗이 청소를 해 주었다.

탈거한 택타일 스위치. 많기도 하다!

오늘 작업에서는 CR2032 배터리 홀더를 하나 더 납땜해 놓았다. 전지를 교체한 뒤 시스템 설정 상태를 SysEx로 보내어 되돌리는데 실패할 수도 있다. 따라서 여분으로 병렬 설치한 홀더에 새 배터리를 끼운 뒤 보드의 배터리를 교체한 다음, 여분 홀더의 것을 빼면 전압이 전지를 교체하는 중에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 보드의 전해 캐패시터를 나중에 일괄 교체할 경우를 대비하여 어떤 것들이 쓰였는지 조사해 두었다. 내압은 전부 16V이다. 그런데 진정 re-capping이 필요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아날로그 보드에는 220uF x 1, 22uF x 10(이상 짙은 파란색), 그리고 100uF x 5, 10uF x 1(이상 밝은 파란색)의 전해 캐패시터가 있다.

작업을 마치고 전원을 투입해 보았다. 교체한 스위치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다.

납땜 인두를 들고 여러 시도를 하면서 괜한 자신감에 우쭐한 적도 있었고, 좌절감에 휩싸인 순간도 많았다. 오늘은 분명한 교훈을 얻었다. '해 보고 후회하자!' 그리고 시도하기 전에는 충분한 준비를 하자. 좋은 공구를 갖추고 자료를 찾아 보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기록을 위해 아날로그 보드의 사진도 남겨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