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8일 목요일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 ChatGPT가 자동으로 쓴 글 소개

제목만 제시한 상태에서 ChatGPT에게 공백 포함 2,700자 분량의 글을 쓰게 하였다. 프롬프트는 다음의 두 가지였다.

  • 프롬프트 1: "ChatGPT 시대의 글쓰기"라는 제목으로 공백 포함 2600자 정도의 에세이를 써 줘.
  • 프롬프트 2: 경어체로 바꾸어서 다시 써 주세요. 제목도 조금 더 그럴싸하게 바꿔 주세요
다음에 실은 것은 프롬프트 2에 대한 결과물을 그대로 실은 것이다. 나는 이 글에 일절 손을 대지 않았다

==== 여기부터 ====

인공지능 시대, 우리는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 ChatGPT와 함께하는 새로운 글쓰기의 풍경

요즘 들어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많은 분들이 글을 쓰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고 느끼고 계실 텐데요. 예전에는 글쓰기란 오롯이 개인의 고유한 사고와 감정, 그리고 표현력에 의존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글쓰기의 도우미이자 때로는 공동 작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를 넘어,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와 방식, 그리고 그 의미까지 다시 묻게 만듭니다.

먼저, ChatGPT는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매우 빠르고 자연스러운 문장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마감이 코앞일 때, 혹은 문장을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 고민될 때, 이 도구는 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많은 학생, 직장인, 그리고 작가분들께서 초안 작성, 문장 교정, 번역, 글의 구조 잡기 등 다양한 작업에 AI를 활용하고 계십니다.

그렇지만 편리함이 커질수록, 동시에 몇 가지 중요한 질문들도 함께 생깁니다. 이 글은 누구의 것일까요? 사람이 쓴 걸까요, 아니면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일까요? 인간이 작성한 글에 AI가 일부 기여했다면,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는 AI가 써 준 문장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AI가 만들어내는 글에는 때때로 감정의 미묘한 결이 빠져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인간은 삶 속에서 느끼는 희로애락, 갈등과 화해, 성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씁니다. 하지만 AI는 그런 체험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AI가 작성한 글은 문법적으로는 완벽할지 몰라도, 어딘가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감정의 뉘앙스, 문화적 함의, 또는 풍자와 아이러니 같은 표현은 아직 인간의 손길이 더 필요한 영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새로운 글쓰기의 시대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변화에 적응하고, 나아가 함께 가야 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종이와 펜, 이후에는 워드프로세서가 글쓰기의 도구로 자리 잡았다면, 이제는 AI가 글쓰기의 파트너로 등장한 것입니다. 글쓰기를 단순히 결과물이 아니라 하나의 창작 ‘과정’으로 본다면, 인간과 AI의 협업도 새로운 창작 방식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글쓰기는 사람과 인공지능 사이의 경계 위에서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활용하는 우리의 자세입니다. ChatGPT는 상상력을 보조하고 생각을 확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맹신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그 한계를 이해하며 지혜롭게 활용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결국 글쓰기의 본질은 ‘자기만의 언어를 갖는 것’입니다. 아무리 AI가 멋진 문장을 만들어 낸다고 해도, 그 문장을 선택하고, 다듬고, 그 안에 의미를 불어넣는 일은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진정한 글쓰기란, 기술의 도움을 받되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는 데에 있을 것입니다. 이 변화 속에서 우리는 오히려 더 깊이 자신을 성찰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 여기까지 =====

훌륭하지 않은가? 지금은 이러한 수준이지만, 1년 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는 얼마나 개선되었을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AI를 이용한 이미지와 음성 생성에서는 이미 전 세계 사람들이 놀랍고도 즐거운 경험을 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훌륭한 도구가 있으니, 학생들의 과제물이나 청탁받은 글을 쓰기 위해 쫒길 때 이를 써 보고 싶은 유혹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확히 '한 달 전에 챗GPT 시대의 글쓰기'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었다. 이때에는 내가 쓴 원문을 제시한 뒤 문제점을 지적해 달라고 하고, 다시 이에 맞추어서 검토를 요청하고 재수정하기를 반복하면서 최종본을 만들어 나갔다. 오늘의 글에서는 챗GPT에게 제목과 스타일만 제시한 뒤에 완전히 자동으로 생성한 글을 실어 보았다. 내가 지시하는 바에 따라서 긍정적인 글이 될 수도 있고, 인공지능의 활용에 대한 비판적인 글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글쓰기에 AI를 활용하고 싶지만, 다른 사람이 쓴 글은 직접 정성들여 쓴 인간적인 글이면 좋겠다' - 이는 AI에 대한 전형적인 양가 감정이자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효율만 추구한다면 사람이 쓰든 AI가 쓰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로 시각을 달리하여 글을 써 보도록 지시하였다. 첫 번째 글에서는 부정적으로, 두 번째 글에서는 긍정적으로. 두 가지 프롬프트에 대한 결과물을 싣는 것으로 이번 글을 마친다.


[부정적] 인공지능 글쓰기, 과연 창작의 진보일까요?

요즘은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입니다. SNS에서의 짧은 글부터 보고서, 에세이, 심지어 시나리오까지, 다양한 형태의 글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Chat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글쓰기 도구가 있습니다. 몇 마디 지시어만 주면, AI는 순식간에 그럴듯한 문장을 만들어 줍니다. 얼핏 보면 놀랍고 편리해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흐름에 선뜻 동의하지 못합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글이 인간의 생각과 표현을 대신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요?

무엇보다도 걱정스러운 것은 사고력의 퇴화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고, 논리를 구성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복합적인 행위입니다. 그런데 글쓰기의 과정을 AI에 맡겨 버리면, 우리는 더 이상 깊이 고민하지 않게 됩니다. 주제에 대해 스스로 탐구하지 않고, 표현을 다듬으려 애쓰지도 않게 됩니다. 결국 인간 고유의 사고력과 표현력이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편리함이 우리의 능력을 앗아가는 것입니다.

또한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글에는 진정성의 부재라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AI는 경험이 없습니다. 감정도 없습니다. 단지 수많은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여, 확률적으로 적합한 단어들을 배열할 뿐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그럴듯해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공허함이 느껴집니다. ‘말은 맞지만 마음이 없다’는 표현이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글이 우리를 감동시키고, 생각을 움직이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저작권과 책임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AI가 만든 글은 누구의 것일까요? 그 글 속에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관점이 있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요? 현재로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습니다. 그저 ‘도움받았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은 창작물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공정한 평가와 보상을 어렵게 만듭니다.

교육 현장에서도 이미 여러 문제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과제나 논술을 AI에게 맡기고, 자신은 거의 손대지 않은 채 제출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교사는 그 글이 AI가 썼는지, 학생이 썼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평가의 기준도 애매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교육의 본질인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물론 인공지능을 완전히 배제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정보 정리나 아이디어 발상 등에서 적절히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창작의 본질까지 AI에게 넘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글쓰기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닙니다. 한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한 흔적이며, 그 사람의 내면이 담긴 고유한 창작입니다. 이 과정을 포기하면서까지 편리함을 좇는다면, 우리는 결국 글을 ‘쓸 수 있는 인간’이 아닌 ‘글을 받아보는 소비자’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지금은 오히려 더 글을 써야 할 때입니다. 더 느리더라도, 더 서툴더라도, 직접 손으로 써 보는 연습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문장보다, 부족하더라도 나의 경험과 감정이 담긴 문장이 더 소중하다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인간 고유의 생각과 표현, 그리고 진정성을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긍정적] AI와 함께 쓰는 글, 창작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 인공지능이 불러온 글쓰기의 혁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글을 쓴다는 것은 전적으로 사람의 몫이었습니다.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적절한 단어를 골라 문장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때로는 고통스럽고도 느린 작업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ChatGPT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글쓰기는 더 이상 혼자의 싸움이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AI라는 강력한 조력자와 함께 글을 쓸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단순한 기술적 편의를 넘어, 인간의 창작을 더욱 풍요롭고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 놀라운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은 생산성과 효율성 면에서 압도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을 써야 할 시간이 부족할 때, 복잡한 정보를 정리해야 할 때, 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AI는 훌륭한 해결책을 제시해 줍니다.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이나 키워드만 입력하면, AI는 즉시 초안을 생성해 줍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더는 빈 화면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인간의 창의력은 그대로 유지한 채,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것이지요.

또한, AI는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데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이제는 AI의 도움을 받아 자연스러운 문장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복잡한 문서도 손쉽게 번역할 수 있고, 문법이나 표현을 점검해 주는 기능은 국제적인 소통에도 큰 힘이 됩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단순한 글쓰기 도구를 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진정한 ‘글쓰기 동반자’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일부에서는 AI의 글에 감정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AI는 인간의 언어와 표현을 학습한 결과물로, 오히려 어떤 글에서는 인간보다 더 절제된, 그리고 더 정확한 감정 전달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게다가 사용자가 원하는 분위기나 감정의 뉘앙스를 설정하면, 그에 맞는 문체와 어휘로 글을 조율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이는 창작자가 다양한 스타일을 실험하고, 표현의 폭을 넓히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은 창작의 민주화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글을 쓰는 데에 일정한 훈련과 능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AI의 도움으로 처음 글을 쓰는 사람도 보다 쉽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이는 문화 콘텐츠 생산의 장벽을 낮추고, 더욱 다양하고 다채로운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 퍼질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물론, 인공지능이 만든 글이 완벽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때때로 맥락을 잘못 이해하거나, 사실관계를 혼동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도구의 한계일 뿐이며, 사용자와의 협업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을 ‘대신 써주는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생각하고 창조하는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글쓰기란 결국 생각을 나누는 행위입니다. 인공지능은 그 생각을 더 멀리, 더 넓게 퍼뜨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입니다.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도, AI와 함께라면 보다 수월하게, 그리고 보다 창의적으로 해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글쓰기는 진화할 것이고, 그 중심에는 인공지능이 함께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이 기술을 경계하거나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이해하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일입니다. AI의 힘을 빌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자주, 더 자유롭게 글을 쓰게 되는 세상. 그것이야말로 창작의 진정한 확장 아닐까요?



2025년 5월 7일 수요일

30년 전에 찍은 몇 장의 흑백 사진

어느 단체에서 만드는 계간지에 실을 원고(에세이) 청탁을 받았다. 원고청탁서와 이미 발간된 글 사례를 보니 지나간 세월을 반추하는 형식의 글을 써야 될 것 같았다. 아주 짧은 회고록이라고 해야 하나... 벌써 그런 부류의 글을 써야 할 나이는 아닌데, 막상 마음을 먹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손가락 끝에서 적지 않은 이야깃거리가 흘러 나오기 시작하였다. 부탁 받은 것보다 훨씬 많은 분량의 글을 쏟아 놓은 다음 이를 어떻게 줄여야 하나 걱정을 하고 있다.

저자의 활동과 관련된 사진도 몇 장 보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행사 등에서 참여하면서 공식적인 용도로 쓸 수 있게 나 자신을 찍은 사진은 거의 없었다. 연구 초년생 시절에 만든 장비 사진 같은 것이 없는지 집에 보관되어 있던 사진 더미를 뒤지기 시작하였다. 의외로 흑백 사진이 많았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까지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가끔 흑백 사진을 인화하는 것이 취미였던 시절이 있었다. 이 취미는 2천년대로 접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장식장 안을 채운 몇 대의 카메라와 렌즈는 작동 상태를 알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다.

암실에서 확대기에 필름을 걸고 8x10" 인화지를 반으로 잘라서 노광한 후 현상과 정착을 하던 숱한 나날들이 떠오른다. 대학원생 시절, 전기영동 사진(폴라로이드) 등을 논문 투고용으로 보낼 수 있게 흑백필름으로 재촬영하여 인화해서 팔기도 하였다. 당시 바로 곁의 KRIBB에서도 알음알음으로 손님이 오곤 했었는데, 내가 KRIBB에 들어가서 이제 정년퇴직까지 남은 햇수가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준에 이르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실험 사진이나 '청슬라이드'를 만들어 주던 어은동의 사진문화원이라는 곳이 기억이 난다. 구식 사진술에 대해서는 꽤 아는 편이지만, 글씨나 선으로 만들어진 원고를 발표용으로 비추기 위해 만들던 청슬라이드의 제작 원리는 지금도 도저히 모르겠다. 바탕은 청색, 글씨나 선은 투명하게 만들어지던 바로 그 슬라이드.

두 장의 흑백 사진을 골라 스캐너에 걸고 파일로 전환하였다. 30년 정도가 흘렀는데 전혀 빛이 바라지 않은 것을 보니 정착액을 아주 잘 씻어낸 것 같다. 

먼저 가수 김정민의 사진. 박사과정 재학 중이던 1995년 정도였던 것 같다. 축제 때 행사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공연으로 기억이 난다. 다른 사진에는 권인하와 박상민도 찍혀 있었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남성 댄스 가수 그룹도 있었고, 여성 트리오도 있었다. 네거티브에 촬영 정보가 기록되어 있으니 정확한 연도와 날짜는 금방 찾을 수 잇다.



또 하나의 사진은 유성 장터에서 찍은 철창 속의 원숭이. 원숭이를 팔기 위한 것인지, 혹은 약을 팔기 위해 손님을 모으려고 곡예를 보여주면서 관심을 끌기 위한 출연진인지는 전혀 기억할 수 없다. 얼마 전 오창 분원에 갔을 때 영장류센터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던 실험용 원숭이가 생각난다. 


유성 장터에서 뻥튀기를 만드는 할아버지를 찍은 흑백 사진도 있다. 월간 사진예술의 독자 사진전 단사진 부문에 출품하여 총 세 번 입선을 했었다. 소개하자면 바로 그 뻥튀기 할아버지, 위에서 김정민을 찍었던 같은 날 가수 박상민을 촬영했던 흑백 사진, 그리고 아내를 찍었던 컬러 사진이다(11년 전에 쓴 관련 글 - 20년 전의 월간 <사진예술>).

스캔을 하고 보니 노출, 네거티브 현상, 인화 모두 무난하게 된 것 같다. 컬러 필름을 확대기에 걸고 흑백 인화지에 장난삼아 인화한 것도 꽤 된다. 이 경우 콘트라스트가 매우 나쁜 결과물이 나오므로 별로 권장할 것은 못 된다.

지금은 주말 나들이를 하루 다녀와도 휴대폰으로 백 장 가까운 사진을 찍게 되지만, 구글 포토로 전부 백업해 버리고 만다. 클라우드에 오른 수천 장의 사진은 지리정보와 날짜 및 찍힌 인물/사람을 이용하여 아주 스마트하게 검색이 된다. 그러나 예전에 정성들여 찍어서 인화해 놓은 사진은 어떤가? 36매 필름 한통을 찍어서 인화해 놓고 가끔 들추어 보면 장면 하나 하나에 얽힌 사연이 전부 떠오른다. 생산하는 정보의 양은 지금의 것이 과거와 비교 불가일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지만,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추억의 양은 더 적어지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하여 다시 필름 사진기의 시대로 돌아갈 수가 있겠는가? 렌즈교환식 사진 장비를 무겁게 들고 다니기도 어렵고, 사진 재료를 구입하고 처리하는 데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 주머니 속에 간편하게 휴대하여 다니는 스마트폰의 편리함을 따라갈 방법이 없다. 

가끔씩 구식 기술이 그리워진다.



2025년 5월 4일 일요일

KORG X2를 사용하기 위한 집착, 그리고 텐진 빠모(Jetsunma Tenzin palmo)

PC에서 재생한 Canyon.mid 파일을 X2에서 multitrack recording을 하여 재생하는 모습. 이 결과물 하나를 얻기 위해 몇 시간을 투자하였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2004년에 X2를 구입하여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한 시간과, 최근 이를 자가수리하기 위해 들인 노력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

 

Jetsun (Tibetan: རྗེ་བཙུན།, Wylie: rje btsun) or Jetsunma (Tibetan: རྗེ་བཙུན་མ།, Wylie: rje btsun ma; the "ma" suffix is feminine) is a Tibetan title meaning "venerable" or "reverend." It is a specific term applied to revered teachers and practitioners of Vajrayana Buddhism. 출처: 위키피디아 [ChatGPT의 번역: Jetsun (티베트어: རྗེ་བཙུན།, 와일리 표기: rje btsun) 또는 여성형인 Jetsunma (티베트어: རྗེ་བཙུན་མ།, 와일리 표기: rje btsun ma; 여기서 "ma"는 여성형 접미사)는 티베트어로 "존귀한" 또는 "거룩한"이라는 뜻의 칭호입니다. 이 용어는 금강승(바즈라야나) 불교에서 깊이 존경받는 스승이나 수행자에게 특별히 사용됩니다.]

KORG에서 2001년 출시했던 신시사이저 중에 KARMA라는 것이 있었다. 붉은 몸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실물을 본 일은 없었다. 그저 미디앤사운드(지금은 MNS) 웹사이트의 광고를 보면서 부러워만 했을 뿐이다. 

 

KORG KARMA. 출처: ZZOUNDS

KORG의 신시사이저 제품명은 신화적인 요소를 차용한 것이 많다. Triton, Oasys, Kronos 등. Trinity나 Karma처럼 종교적 의미가 내포된 것도 있다. 물론 KARMA는 Kay Algorithmic Realtime Music Architecture의 약자를 뜻하기도 하지만. 산스크리트어에서 온 Karma, 즉 업(業)은 힌두교나 불교 등에서 원인과 결과의 법칙으로 사용되는 개념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선행이나 악행이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보편적인 인과 법칙을 뜻한다.

21년 전에 중고품으로 구입한 KORG X2 Music Workstation을 손봐서 다시 쓰고 싶은 나의 집착은 참으로 대단하였다. 실은 방구석에 세워서 방치한 기간이 너무나 길었다. 이는 여러 분야를 떠돌았던 나의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는 '음악'으로 귀결되고 있으며, 음악을 만들거나 기록하는 도구를 잘 정비하고 매만지고 싶은 집착이 지금까지는 꽤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개인 웹사이트에 꼼꼼하게 기록하고자 애를 쓰고 있는데, 너무 얄팍한 지식을 가지고서 자랑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그래서 텐진 빠모(1943~)의 책 <서양인을 위한 불교 강의>(원제는 'Reflections on a mountain lake')을 열심히 읽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텐진 빠모는 서양인 최초로 티베트 불교에 귀의한 비구니로 잘 알려져 있다. 오늘 읽은 내용 중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부분인 101쪽을 사진으로 찍어 여기에 남긴다.



요즘 기준으로 본다면 X2는 정말 소박한 장비에 해당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리듬 트랙을 미리 저장한 뒤 공연 등에 쓸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철저히 테스트를 해 보고자 하였다. 컴퓨터를 이용한다면 훨씬 좋은 음질의 음원을 쉽게 다룰 수 있겠지만, 버튼과 단 2개의 슬라이더(노브는 없음)만으로 이루어진 신시사이저 내장 시퀀서를 다루어 보고 싶었다.

그러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고장났다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SNG 파일은 SysEx로 전환하여 MIDI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송할 수 있지만, 현재는 컴퓨터에서 SNG 파일을 새로 만들거나 편집할 방법이 없다. 표준적인 MIDI 파일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PC에서 MIDI 파일을 재생하면서 X2에서 multitrack recording을 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았다. 

레퍼런스 가이드를 읽고 따라하는 것으로 쉽게 해결되지는 않았다. 생각하지 않았던 많은 문제에 부딛히게 되었기 때문이다. X2 자체 키보드를 이용하여 녹음을 할 때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외부 기기를 clock source로 하여-내가 즐겨 사용하는 Tracktion Waveform Free는 이 기능이 없어서 부득이하게 Cakewalk을 설치하였음-녹음을 하면 Local control이 저절로 Off로 바뀌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combination 음색이 일절 소리가 나지 않게 된다거나... 게다가 clock source를 다시 internal로 바꾸어 놓지 않으면 X2의 start/stop 버튼을 눌러도 곡 재생이 되지 않았다. 다음은 레퍼런스 가이드 160쪽(3A Global MIDI Channel & MIDI Clock Source)에 나오는 설명이다.

To synchronize the X2/X3 to another MIDI device, set the Clock Source to EXT. In this mode, the X2/X3 sequencer responds to MIDI Clock data such as Start, Stop, Continue, Song Select, and Song Position received through MIDI IN, and the X2/X3 tempo setting has noeffect. For X2/X3 multitrack recording, set the Clock Source to EXT.

녹음을 마치고 clock source를 internal로 바꾼 뒤에는 녹음된 원곡에 맞게 템포를 다시 맞추어 주어야 함을 알게 되었다. 이는 위에 인용한 글에도 설명이 되어 있다. Sync를 PC쪽에 맞추지 않으면, 기록이 이루어진 뒤 아주 까다롭게 quantize를 해야 될 것이다.

몇 번이나 공장 초기화를 한 뒤 리눅스(amidi)로 설정을 다시 SysEx로 보내어 되살리고 테스트를 하는 반복 작업을 하였다. 최종적으로는 global 설정에서 combination protect 기능을 켜 놓아야만 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별도의 위키문서 Using the Sequencer and Sequencer Edit Mode on KORG X2에 정리하였다. 

오늘의 결과물을 녹음하여 유튜브에 올렸다. 오늘의 실험 대상이었던 Canyon.mid 파일은 몇 시간의 작업 끝에 X2 내장 시퀀서의 첫 번째 곡('S0')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봄에 몰두하였던 X2의 잡음 개선 작업(관련 글 링크)은 눈에 뜨일 정도의 개선을 가져오지는 않았다. Audactiy에서 녹음을 해 보면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왼쪽 채널의 잡음 레벨이 약간 더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크게 기대를 하지 않고 들으면 라이브에서 아주 쓰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다음의 목표는 드럼 연주 MIDI 파일을 시퀀서에 기록한 뒤, 각 부분을 패턴으로 뜯어내어 활용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탐구 정신이 지나친 집착이나 급기야 번뇌로 이어지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부처님오신날을 하루 앞두고 나름대로 바쁘게 지낸 오늘 하루가 어떤 '카르마'로 남을지 생각해 본다.

2025년 5월 3일 토요일

2025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 『콘티넨탈 '25』를 관람하다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4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열리고 있다. 대전에서 가까운 곳이라서 수도권 파견 근무를 하던 약 3년 반 동안의 기간을 제외하면 거의 매년 이 영화제를 찾고는 하였다. 영화제가 아니더라도 주말에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국밥을 먹으러 '힁허케' 다녀오기도 하니까 말이다. '힁허케'는 매우 낯선 낱말처럼 보이지만, 지체하지 않고 빠르게 가는 모양을 나타내는 표준어로서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관련 글 - ‘휑하니’ 갔다 오지 말고, ‘힁허케’ 갔다 오세요). 

전주국제영화제의 모토는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과 독립·실험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출처: 위키백과

 

공식 '포스터'는 극장에서 영상으로 보아야 한다. 촤르르... 영사기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왼쪽의 꽃무늬는 J자처럼 펼쳐진다. 이미지 원본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가져왔다.


전북대학교에서.

꼼꼼하게 사전에 작품을 고르는 성격은 아니라서 아무런 준비 없이 전주에 갔다가 표가 남아 있는 것을 겨우 골라서 관람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심지어 방문한 날에 구입할 수 있는 표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서 영화제 상영관이 아닌 <조이앤시네마>에서 일반 영화를 본 일도 있었다.

기왕이면 전주 영화의거리에서 상영하는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좋다. 거리를 가득 채운 포스터와 젊은이들 사이에서 영화제의 분위기를 한껏 즐기다 보면 나도 덩달아 젊어지는 것 같다. 그러나 영화의거리 이외의 장소에서도 상영이 이루어진다. 작년에도 잔여석이 남은 상영관을 찾다가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까지 가서 미셀 고메즈 감독의 2022년작 <콘도르 작전>을 보았었다(관련 글 링크). 올해에는 5월 1일 휴무일을 이용하여 개막작인 라두 주데 감독의 <콘티넨탈 '25>를 보기로 하였다. 상영관은 이번에도 전북대학교.




라두 주데 감독은 이 영화를 전부 아이폰으로 찍었다고 한다. 배경은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지방의 도시. 헝가리 출신의 법정 집행관인 오르솔랴는 건물 지하 보일러실에서 사는 노숙자를 강제로 퇴거시키고자 헌병과 같이 현장을 찾는다. 이 건물은 곧 헐려서 고급 호텔이 세워질 예정이다. 오르솔랴는 이 노숙인이 겨울에 쫓겨나지 않도록 집행을 최대한 미루었던 것이다. 노숙자는 짐을 정리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바깥에서 커피를 마시고 20분 뒤에 보일러실을 찾았던 헌병과 오르솔랴는 충격적인 모습을 접한다...

더 이상 상세한 이야기를 쓰면 이른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여기까지만 하겠다. 영화의 배경은 현대이지만, 트란실바니아를 둘러싼 두 나라의 갈등을 미리 이해하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영화를 보았던 이틀 전까지 나는 루마니아라는 나라 이름은 '로마인의 후예가 사는 땅'을 의미한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세계사와 지리학에 문외한인 나는 '로마인'이라고 하면 고대 로마제국에 살았던 사람의 후예, 즉 현재의 이탈리아에 사는 사람을 뜻한다고만 생각했었다. 영화를 보면서 한글 자막에서도 '로마인'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와서 당시에는 이를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실은 '루마니아 국적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것었다.

ChatGPT에게 물어보니 영어권에서 Romanian이라고 말하면 현재 존재하는 나라인 루마니아 사람이라는 의미가 잘 전달된다고 한다. 고대 로마 제국의 사람은 Roman이라고 부른다. 즉, 아마도 영어로 제공된 대본에서는 분명히 Romanian이라고 되어 있었을 것이다. 이는 현대 루마니아 공화국의 국민 또는 출신자를 의미한다. '로마인'이라고 번역을 해 놓으면 나처럼 혼동을 하게 될 것이다.

오르솔랴가 충격을 벗어나는 과정이 영화의 중반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친구와 만나 쉴 새 없이 이야기하고, 모친과 만나서 다투기도 하고, 음주 및 뒤이은 약간의 일탈... 다행스럽게도 영화는 아주 심각하게 끝나지는 않고 차츰 일상을 되찾는 모습을 기대하게 만든다. 민족간 갈등을 해결한다거나, 국가 권력 또는 자본에 맞서서 소외된 자의 권리를 위해 싸우게 된다거나 하는 끄런 뻔한 결말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코메디 영화로 분류되었는지도 모른다. 영화 장르에서 삶이 지속되는 이야기는 모두 코메디로 분류되는 관습이 있다고 하니 말이다.

다음 주에는 출장을 위해 전주를 또 방문해야 된다. 그러면 올해 네번째 방문이 된다.


2025년 5월 8일 업데이트

2025년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동영상)이 다운로드 가능한 상태라서 내 블로그에도 기록을 위해 올려 본다. 출처는 여기.




2025년 4월 30일 수요일

한국에서 인체유래물은행을 통해서만 유전체 데이터를 분양해야 한다는 주장은 부분적으로만 사실이다

챗GPT 4o에게 질문하였다.  

한국은 인체유래물은행을 통해서만 유전체 데이터를 분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혹시 관련 법령을 잘못 해석한 것은 아닌가요?

다음은 답변 그대로를 가져다가 붙여넣은 것이다. 와, 이렇게 내용을 쉽게 작성할 수 있다니... 이런 방식이라면 하루에 수천 포스팅도 가능하겠다.

여기부터 =================================================

✅ 관련 법령 및 근거 체계

1. 🔹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생명윤리법)

  • 제2조 제13호: "인체유래물은행"이란 연구를 위하여 인체유래물을 수집·보관·관리·제공하는 기관

  • 제42조 및 제43조: 인체유래물은행은 인체유래물을 보관하고 다른 연구자에게 제공할 수 있음

  • 제48조: 인체유래물 연구는 반드시 IRB 승인을 받아야 함

👉 **즉, 인체유래물(예: 혈액, 조직 등)**의 제공은 인체유래물은행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2. 🔹 유전체 데이터에 관한 직접적인 명문 규정은 없음

  • “유전체 데이터(염기서열 정보)”는 인체유래물 자체가 아니며, 그로부터 도출된 이차적 정보

  • 생명윤리법은 유전체 정보 자체의 공유를 반드시 인체유래물은행을 통해서만 하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음

  • 그러나 유전체 데이터가 민감정보이고, 해당 정보를 공유하려면 당초 동의 내용 및 보안조치가 중요함


⚠️ 오해의 원인: 행정 지침이나 해석의 엄격 적용

  • 실제 기관(특히 국가연구기관, 대학병원)은 보수적으로 해석하여,
    ▶ 유전체 데이터도 인체유래물과 동일하게 보고
    “인체유래물은행을 통해서만 제공해야 한다”고 내부 기준화한 경우가 많습니다.

  • 예: 일부 기관은 KBN(Korea Biobank Network)을 통해서만 유전체 데이터 분양 가능하다고 내부 지침화


📌 핵심 정리

구분내용
법령상의 의무인체유래물(생체샘플)은 인체유래물은행을 통해 분양해야 함
유전체 데이터이차 정보로서 별도 관리 대상이며, 법적으로 인체유래물은행을 통한 분양 "의무"는 없음
그러나유전체 데이터가 민감정보이므로, IRB 승인, 동의서 범위, 개인정보 보호조치가 필수
기관 내부 규정일부는 보수적으로 유전체 정보도 은행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내부 지침화함

✏️ 결론

"유전체 데이터는 반드시 인체유래물은행을 통해서만 분양해야 한다"는 해석은 생명윤리법상 명문 규정은 아니며, 행정적·기관 내부 기준에 기반한 해석입니다.
법적으로는 데이터의 민감성에 따라 별도의 IRB 승인과 보호조치를 거쳐 직접 분양도 가능합니다.

여기까지 =================================================

우리나라에서 인체유래물 연구(유전체 정보 생산 연구도 여기에 포함된다)를 하려면 (1)인체 유래물 연구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유전체 정보 등)을 제3자에게 제공하려면 별도의 (2)인체 유래물등 기증 동의서를 받아서 인체유래물은행에 기증해야 한다. 사실 (1)의 양식-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별지 제34호 서식-을 잘 살펴보면, 이 동의서를 적극적으로 잘 해석하거나 체크 표시를 주의 깊게 하는 것만으로도 유전체 정보 등을 제3자에게 확정되지 않은 목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체유래물은행에 기증하지 않고서도 말이다. 이러한 문제는 이미 몇 년 전에 내 블로그를 통해 몇 번이고 말했었다. 물론 개인 연구자가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검색 및 활용이 쉽게 잘 정리하여 제공할 능력을 갖기란 쉬운 노릇이 아니다.


사실 이 동의서(1번)는 실물 자원에 적용하기 알맞다는 지적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보존기간을 '영구'로 하고(실물 샘플이 아니니 하드디스크만 있으면 된다), 보존 기간 내 2차적 사용을 위한 제공 여부에서 '2. 포괄적 연구 목적으로 제공하는 것에 동의합니다'에 체크한다면, 연구 종료 후 언제든지 결과물을 안전한 접근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소에 기탁하여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반드시 인체유래물은행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오늘 챗GPT와 대화에서 내린 결론이다.

유럽의 EGA(European Genome-Phenome Archive)나 미국의 dbGap(Database of Genotypes and Phenotypes)는 인간 유래 유전체와 표현형 데이터를 보관하고 공유하는 국제적인 리포지토리이다. 미국의 유전체 데이터의 경우 SRA(Sequence Read Archive) 자체로는 통제 접근이 없지만 dbGap을 통해 제어된다.

일단 유의해 볼 것은, 국가마다 단일한 리포지토리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체로부터 유래한 민감한 데이터는 통제된 접근이 필요하며, 그것이 반드시 물리적인 폐쇄망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데이터 제공자, 즉 연구 참여자의 명시적 동의가 필요하다.

자, 그러면 산업계의 희망을 안고 2020년 9월 처음 태어난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은 우리에게 어떤 자유를 주는가? 이 가이드라인은 생명윤리법의 영향을 받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제정 목적은 보건의료데이터의 안전한 가명정보 처리·활용·결합 방안을 제시하여 보건의료분야에서 가명정보 활용의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함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데이터 활용의 핵심인 가명정보 활용에 대한 법적근거가 개인정보보호법에 제3조 특례조항으로 신설됨으로써 보건의료 분야에서 그 이행을 위해 제정된 것이다.

따라서 이 가이드라인은 인체유래데이터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리포지토리(KOBIC과 같이 의료기관이 아닌 경우)의 활용 활성화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이드라인'은 의료기관이 보유한 민감한 정보 또는 개인생성건강데이터(Personal Generated Health Data, PGHD)에만 한정되어 적용된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3자에게 포괄적인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동의서에 표시하지 않고 리포지토리에 기탁한 정보는 가명처리 후 제공하는 것이 곤란하다.

데이터 리포지토리 또는 인체유래물은행이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데이터를 가명처리하여 제공할 수 있을까? 동의서가 없는 상황에서? 그 데이터가 병원 데이터라면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여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은 연구 목적으로 수집한 이런 데이터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왜 그럴까? 가이드라인은 개인정보보호법의 특례 조항을 보건의료데이터에 적용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연구 목적으로 수집한 인체유래물에 관해서는 생명윤리법 소관이기 때문에 이를 직접적으로 건드리지 않으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본 가이드라인에서 안내하고 있는 방법은 인체유래물 연구 동의 또는 기증 동의를 받아 수집, 처리하고 있는 ‘인체유래물 등’은 해당하지 않음(26쪽, 2024년 12월 개정판)

결국 같은 종류의 데이터라 하더라도 병원에서 진단 및 치료 목적으로 만든 것이냐, 또는 '연구'를 위해 생명윤리법을 준수하여 동의와 IRB 심의를 거쳐 만든 것이냐에 따라 이 가이드라인의 적용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하는 것이다. 최소한 나의 상식으로는 그렇다. 

예를 들어 어느 병원에 희귀질환 클리닉이 있다고 하자. 만약 환자가 비급여로 모든 비용을 지불하고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고 가정하자. 이 결과물은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외부에서 신약 개발 또는 연구를 위해 이 데이터를 쓰겠다고 요청하면, 가명처리를 하여 제공하면 된다. 그러나 환자를 조금이라도 경제적으로 도와주기 위해서 담당 의사가 정부 연구비를 신청하여 받은 뒤 이를 이용하여 데이터를 생산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똑같은 유전체 해독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의 적용 범위가 아니다. 따라서 외부에서 연구 목적으로 이를 가명처리하여 분양해달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결과물은 인체유래물은행에 기증부터 한 뒤에 비로소 분양이 가능하다.

물론 이는 나의 상상 속 시나리오이므로 한국 현실은 이보다 더 유연할 수도 있고, 혹은 더 엄격할 수도 있다. 과거보다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믿고 싶다.

2025년 4월 28일 월요일

RECOMB 2025가 남긴 것

숙소에서 일회용 면도기의 보호용 캡을 열다가 손가락을 꽤 심하게 베었다. 한참을 압박해도 지혈이 잘 되지 않았다. 손가락을 심장보다 높게 들어 올리고 헤어 드라이어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서 억지로 딱지를 만들듯이 하여 가까스로 피가 멎게 한 뒤 일회용 반창고를 붙였다. 이대로 두기는 곤란하여 숙소 근처에서 아침 9시에 여는 외과를 찾아가서 처치를 하였다. 살점이 깊지 않게 패이듯 떨어져 나간 정도의 상처라서 봉합이 필요한 상태는 아니다.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두 차례 했던 것 같다. 왜 이렇게 커버를 분리하게 어렵게 만든 것인지... 스승의날을 맞아서 작은 공연을 부탁받았는데 아무래도 참여가 어려울 것 같다. 왼손 엄지손가락 끝이라서 베이스 운지가 아주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지만, 연주를 하다 보면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피가 줄줄 날 것이기 때문에... 2023년 연말에는 공연을 앞두고 위팔뼈가 부러지질 않나... 

학회 참가자를 위한 앱 Whova는 거의 스팸 메일 수준의 메시지를 쏟아낸다. 앱 내에서만 메시지를 보내면 좋겠지만, 참가자의 메일함에도 수북한 안내 메일이 쌓였다. 내일 모든 이벤트가 다 끝나면 정리될 것이다. 덩달아 LinkedIn의 내 프로필(링크)을 최소한으로 업데이트하고 휴대폰에도 앱을 깔았는데, 이것 역시 너무나 수다스러운 앱이다. 프로필을 더 돋보이게 하려면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라는 뜻이렸다.

AI로 합성한 내 목소리를 이용하여 발표 비디오도 미리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 보고... 간혹 기사가 나간 뒤 부처나 공동연구기관의 확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가 생기고는 한다. 내가 지금 올린 자료는 아무리 검토해 봐도 그런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 아! 슬라이드를 만들어 준 내부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세상은 수다스럽고 야망을 가진 사람들이 이끌고 가는 것 같다. 나는 별로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는 사람인데, 나의 직무에 맡겨진 사회적 성격과 나의 성향이 일치하지 않으니 늘 갈등에 휩싸인다. 특히 낯선 이들의 모임 + 영어 소통 + 자신 또는 소속 기관을 알려야 하는 의무 등과 관련한 일은 더욱 쉽지 않다. 직무 때문에 씌워진 페르소나가 나와 잘 맞지 않는다고 느낄 때, 마음이 참 불편하다. 소극적으로 대처하자면 시간이 빨리 지나가가를 바라면 되는 일이다. 혹은 다른 선택할 것이 없다고 빨리 포기를 하고 나 자신을 바꾸어 나갈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결과가 잘 나온다는 가정 하에 매우 긍정적인 돌파 방법이지만, 늘 남이 세팅해 놓은 환경에서 나를 맞추어 나가는 것 같아 이것 역시 불편하다. 다음은 이 한 단락의 글을 영문으로 옮긴 것. 당연히 챗GPT 활용!

It often feels like the world is led by outspoken and ambitious people. I don’t really see myself as part of that group. There’s a constant inner conflict because the social expectations attached to my role don’t align with my natural disposition. It becomes especially difficult when I have to attend unfamiliar gatherings, communicate in English, and promote myself or the organization I represent.

I feel uncomfortable when the persona required by my position doesn’t fit who I truly am. One passive way to cope is to simply hope that time passes quickly. Another option is to stop resisting and try to change myself to adapt — a more active approach that can lead to positive outcomes, assuming it works. But even then, it often feels like I’m constantly reshaping myself to fit into environments set by others, and that too is unsettling.

예전에 잠깐 들었던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podcast는 현재 유료로 전환되었는데, 여기에서 공개한 무료 샘플인 Episode 998 - Meeting a new neighbor에서 등장하는 새 이웃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다.

요즘은 열 댓명 정도만 모이면 그 안에 마라톤 풀코스를 소화하는 사람이 반드시 한 명은 있다. 이틀에 한 번, 6km를 6분대 페이스로 뛰는 나 같은 사람은 명함도 못 내밀겠다.


2025년 4월 30일 업데이트

챗GPT에게 몇 가지 핵심 문장을 제시하고 글짓기를 시켜 보았다. 그럴싸한데? 책 한 권 내는 것은 더 이상 일도 아니겠다.

Leaders Are Made, Not Born

A person doesn't become a leader because they are fully prepared. One becomes a true leader through trial and error after stepping into the role. But that trial and error can come at a cost to the organization. Mistakes made during a leader’s growth can have real consequences—missed opportunities, reduced morale, or strategic missteps. Still, the path to effective leadership almost always involves learning by doing. The key is to create an environment where emerging leaders are supported, not punished, for imperfection. Leadership is not about being flawless; it’s about being willing to grow.

'전략적 솔직함'은 영어로 strategic honesty, tactical candor, measured transparency, selective openness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리더에게 필요한 솔직함은 '적절함'의 수준을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2025년 4월 25일 금요일

드디어 5km를 29분 29초에 달렸다

달리기 입문 9개월, 드디어 5분대의 평균 페이스로 진입하였다. 6.04km를 달리는 동안 달성한 평균 페이스는 5분 56초였다. 평균 케이던스는 185. 초보 러너에게 5km/30분의 기록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실은 6km 목표를 지나면서 평균 페이스 5분 53초를 달성했다는 런데이 멘트를 들은 뒤 달리기를 멈추고 슬슬 걷기 시작하였는데, 기록 측정은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최종 평균 페이스가 5분 56초로 늘어난 것이다. 자유 달리기 모드에서 '거리 기준 달리기'를 선택했어야 하는데, 아마 실수로 '자율 달리기'를 터치했던 것 같다. '거리 기준 달리기'를 선택하면 설정한 목표에 도달한 뒤 자동으로 측정이 멈춘다. 

29:29라... 재미있는 숫자다.


케이던스를 조금 높게 유지하고, 약간 힘이 들어도 빨리 뛰어 보자는 생각으로 달린 것이 기록 단축의 주요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오늘은 서울 출장을 다녀온데다가 스트레스 상황도 많았다. 짜증을 풀기 위해 무념무상으로 달리는 날, 기대하지 않게 기록이 좋게 나온다.

페이스 또한 매우 고르게 유지하였다.

이틀 뒤 다시 뛰었을 때 오늘 수준의 기록이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한 달에 약 13~15회를 달리면서 5분대 페이스를 달성하는 날이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4월이 끝나기 전에 전부 합해서 두 번은 이러한 기록을 달성할 것 같고(오늘은 25일), 5월에는 최소 5~6회는 되지 않겠는가? 

스트레스가 적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면 아마 달리기를 시작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음악과 같은 취미에 더 몰두하지도 않았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에게 주어진 시련을 감사히 여겨야 하는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시련을 극복하기 위한 나의 선택이 현명하였다고, 애써 긍정적인 평가를 내려 두는 정도로 오늘은 만족하고 싶다. 생산적이거나 건전하지 못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2025년 4월 24일 목요일

2025년 들어 처음으로 반바지를 입고 뛰다 - 달리기, 인공지능, 그리고 아두이노

달리기

밤 10시, 달리기를 마치고 나서 휴대폰으로 확인한 기온은 18도였다. 반바지를 입으니 무릎이 자유로워서 좋다. 그렇다고 해서 기록이 나아진 것은 아니지만. 오늘의 페이스는 6분 19초로서 별로 좋지는 않다. 5.5km를 6분 2초 페이스로 달린 날도 있었는데(4월 15일)!


거리를 5.5km에서 6km로 슬쩍 늘렸다. 런데이 앱에서는 1시간에 10km를 달리는 오구오구(59:59) 운동 플랜이 나를 유혹하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6분 페이스를 1시간 내내 유지해야 한다. 아직 이런 목표를 논할 수준이 아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음성 합성

다음 주에 있을 국제학회(실은 서울에서 열림)에서 영어로 발표를 할 일이 있어서 스크립트를 써서 연습을 하다가 AI를 이용한 text-to-speech 서비스를 써 보았다. 내가 사용한 유료 서비스는 Text To Speech OpenAI이다. 다른 TTS에 비해서 저렴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해도 제한이 없다는 점이 유리하다. 매달 정기결제를 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크레딧($8 = 20만 크레딧)을 구매하면 된다. 실제 활용해 보니 정말 외국인 성우가 읽는 것처럼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My Voices라는 메뉴에서는 내 목소리를 녹음한 오디오 파일을 업로드하여 음성 학습에 쓸 수 있다. 5천 크레딧을 써서 5분 이상의 녹음 파일을 넣은 뒤 영문을 읽게 하였다. 적용한 액센트는 'Korean (Seoul)'이었다. 



아두이노 나노

MIDI controller를 만들기 위한 단계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 역시 AI, 즉 ChatGTP와 상의해 가면서 기초부터 최종 목표까지를 차근차근 익혀 나가는 중이다. 아직 필요한 부품을 다 갖추어 놓지는 않았기 때문에 갖고 있는 부품 위주로 기본 기능부터 단계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예를 들어 시리얼 1602 LCD에 메시지 표시하기를 시작으로 가변저항을 이용한 프로그램 변경값(0~127) 설정, 버튼을 이용한 채널 복제 등의 순서를 따른다.

가변저항의 wiper로부터 읽은 값, 즉 analogRead() 함수값을 0~127로 전환하는 일은 이론적으로는 단순하다. 그러나 최소 또는 최대값에서 정확한 0과 127이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얼마가 나오는지 LCD에 나타나게 한 뒤 이를 참조하여 프로그램 번호로 전환하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ChatGPT에게 물어서 코드와 배선 방법을 알아낸 뒤 실제 실험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을 거치고 있다.

가변저항의 1회전으로 0~127의 값을 안정적으로 설정하기는 쉽지 않다. 1 단위로 미세하게 바꾸려면 아주 조심스럽게 노브를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택한 방법은 가변저항과 누름버튼 스위치를 같이 쓰는 것. 가변저항은 10 단위의 값을, 스위치는 1단위의 값을 바꾼다. 단, 사용하는 버튼의 수를 줄이기 위해 한 번 누르면 +1, 연속해서 두 번 누르면 -1씩 변하게 하였다. 이런 방법은 아마 다른 여러 기기에서 쓰고 있을 것이다. 

ChatGPT가 처음부터 이런 솔루션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일단 제시한 방법으로 실험을 한 뒤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내서 ChatGPT에게 타당성을 물어본 뒤(대개 좋은 아이디어이고 이미 많이 쓰이는 방법이라면서 칭찬을 함) 코드와 배선 방법을 제시해 달라고 해서 그대로 실험을 진행한다.

손으로 직접 코드를 하나씩 타이핑하는 것이 교육 목적으로는 좋을 것이다. 하지만 ChatGPT 창으로부터 마우스로 긁어서 Arduino IDE에 붙여넣는 꼴이라니...  효율만 생각한다면 이런 '개발' 방법도 나쁘지는 않다.



브레드보드에 점퍼선을 꽂아서 프로토타입까지 만드는 것은 어떻게든 될 것이지만, 실사용을 위해서는 만능기판에 납땜을 해야 된다. 납땜을 위한 부품 배치와 배선을 하려면 프로토타이핑과는 또 다른 차원의 설계가 필요하다. 케이스 가공은? 어휴...

2025년 4월 22일 화요일

AI 에이전트에게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아두이노를 활용한 DIY MIDI controller 설계와 영문 발표자료 작성에 챗GPT를 아주 편리하게 활용하면서 과연 내가 어디까지를 AI게 맡길 것인지를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 위해 AI가 인터넷에 접속하여 정보를 캐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런데 바로 어제, 업로드한 파일을 다시 외부로 보내어 추가적인 일을 시키려 하니 '인터넷 접속이 차단되어 있어서 하지 못한다'는 엉뚱한 변명을 하였다. 내가 시키려는 일은 영문 텍스트 파일을 음성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어제 겪었던 일에 대하여 다시 물어 보았다.

영문 텍스트를 여기에 업로드한 뒤 음성으로 전환을 부탁했더니, 인터넷 연결이 안 되어 있어서 못한다고 하네요. 정말 인터넷이 막혀서 그런가요?

이에 대한 조리 있는 답변은 다음과 같다.

네, 맞습니다. 사용자의 컴퓨터나 네트워크가 아니라, ChatGPT의 실행 환경(코드 인터프리터/코드 실행기) 자체가 보안상의 이유로 외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 여러분은 인터넷을 사용하고 계시지만
❌ 제가 음성 파일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환경은 인터넷 연결이 차단되어 있습니다.


🔍 왜 그런가요?

  • 보안을 위해 외부 API나 서버(gTTS, Google Cloud, Amazon Polly 등)에 직접 연결할 수 없습니다.

  • 예: gTTS로 음성 파일을 만들려면 translate.google.com에 접속해야 하는데, 그게 차단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 그래서 제가 대신 TTS용 텍스트 파일을 만들어 드리거나, 사용자가 직접 변환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드리는 것이 최선입니다.


✅ 할 수 있는 일:

  • 슬라이드 노트를 정리해 .txt 파일로 제공

  • Python 코드 예시(gTTS 등)를 드려서 직접 mp3 파일로 만들 수 있게 도와드림

  • ElevenLabs, VoiceMaker 등 온라인 TTS 사이트 안내


원하시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함께 골라드릴게요.
예: mp3 변환용 Python 코드, 무료 TTS 웹사이트 추천, 슬라이드 노트 나누기 등. 어떤 방식이 편하신가요?
  <= 답변은 여기까지.

무척 합리적인 접근 방식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뭘, 그냥 해 주지..'라고 불평을 토로할 수 있으나, AI가 모든 것을 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AI에게 영화표를 예매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메일 서비스에 접속하여 답장을 쓰는 일을 전적으로 맡긴다면? 볼 만한 영화를 추천해 달라거나 메일함에서 스팸을 제외하고 업무상 꼭 필요한 것만 추린 다음 내가 불러주는 대로 답장을 쓰는 정도는 AI에게 맡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밀번호를 직접 다룬다든지 하는 일까지 다 맡기는 것은 곤란하다. 물론 구글 크롬에는 비밀번호 관리자라는 것이 있지만...

AI 에이전트는 데이터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가속화한다고 말한다. 챗봇은 아직 AI 에이전트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아직은 개인 수준에서 구매(구독?) 가능한 AI 에이전트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아니다 - Slack을 보라!). 그리고 대부분 그 활동은 컴퓨터 안의 세상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기능이 실제로 '센서'와 '액튜에이터'를 달고 물리적 세상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면?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이 많은 진보를 이루었으니 진정 기계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세상을 느끼게 될 것이다. 주요 IT 기업이 마련한 AI 에이전트에 관한 설명문을 살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 기업 유니트리가 자사 로봇을 내세워서 다음 달 휴머노이드 격투기 시합을 개최한다고 알렸다(경향신문 4월 20일 뉴스). 키는 130cm, 무게는 35kg이라고 한다. 아마 머지 않아서 로봇 대 사람의 격투기 시합이 벌어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람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로봇의 성능을 일정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규칙으로 해야 될 것이다.

나는 AI를 이용하여 업무 효율화를 이루고 싶고, 하지만 누가 나에게 해 주는 결과물은 '사람의 손길'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었으면 좋겠고... 이건 사실상 내로남불이다. 그리고 AI 에이전트 역시 만능은 하니다. 생성형 AI 에이전트가 속아서 정보를 빼내는 이른바 '하이재킹'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련된 기사를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맺고자 한다.

AI가 만들어낸 탈취 도구, 구글 크롬에서 개인정보 빼내는데 성공

2025년 4월 20일 일요일

SAM9703 도터보드 활용을 위한 반주기 개조 작업

2020년에 이미 완료해 둔 작업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단지 섀시 내에 공간이 부족하여 메인보드의 커넥터 부분만을 남기고 나머지를 잘라내었는데, 에폭시 재질이라 상당히 어려웠다. SMD 부품이 한쪽면에 잔뜩 붙여 있어서 칼금을 바닥면에서만 반복하여 넣은 뒤 구부려 자르느라 무척 힘들었다. 항공가위까지 동원하였으나 한쪽 끝에서 5cm 정도를 자른 뒤 더 이상 진전하기가 어려웠다. 가위날이 전진하면서 PCB가 위 아래로 벌어져야 하지만, 에폭시 PCB는 탄성이 거의 없어서 구부러지지 않는다. 튼튼한 바이스라도 있었다면 칼금을 넣은 뒤 기판을 물려 놓고 힘을 가해서 부러뜨렸을 것이다.

자르기 전의 모습.

작업 후. 다음에는 브레드보드를 만능기판으로 바꿔야 한다.

내부의 SMPS에서 헤드폰 앰프 보드(MAX4410칩 사용)로 5V 전원을 공급할 수 있게 커넥터 처리도 하였다. 본체에 DC 어댑터 잭이 붙어 있어서 이를 활용하였다. 이는 외부 기기에 전원을 공급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지, 전기가 흘러나오는 어댑터를 여기에 꽂기 위함이 아니다. 이 반주기는 이미 AC 220V를 전원으로서 이용하기 때문이다. 

헤드폰 앰프 보드를 섀시 내에 넣어 버리는 것도 가능하다.

SAM9703 도터보드를 GM sound module로 쓰기 위한 연결법. 2025년 4월 20일 편집.


Motherboard/daughterboard는 아직까지 널리 쓰이는 용어이지만, 이를 중립적인 용어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뭘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대안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기존 용어중립적 대체어 예시
Motherboard-> Mainboard, System board
Daughterboard-> Expansion board, Add-on board, Mezzanine board

'Mezzanine'은 호텔이나 미술관 등에서 본 기억이 있는 단이이다. 원래 1층과 2층 사이에 위치하여 개방된 형태를 갖는 라운지 공간을 뜻하는 이탈리어어라고 한다. 이런 토막 상식을 또 알게 되다니...


『바이오경제 바로 알기』 드디어 발행!

공저자로 참여했던 도서  <바이오경제 바로 알기>가 드디오 책으로 찍혀서 나왔다(KRIBB 전자도서관 소장자료 링크). 원래 교정 기간이 길어지면 오히려 게을러져서 원고 전체를 읽기가 싫어지는 법. 게다가 반복하여 읽게 되면 오히려 눈에 뜨이는 오류도 더 발견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전혀 엉뚱한 사람에게 글을 한번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문제점을 찾아내는 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실물 종이책을 받아들고 나서 햇살이 눈부신 스타벅스 2층에 앉아서 비로소 전체를 제대로 읽게 되었다.

나는 이 책에서 제3장 바이오경제의 주요 기술 중 바이오인포매틱스의 일부를 작성하였다.


실험실을 넘어서 농업이나 식품, 의약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던 바이오 기술이 이제는 제조의 영역까지 넘보면서 반도체 산업 규모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시대가 되었다. 바이오 산업과 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고 그 저변을 이루는 최신 기술을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하는데 적당한 수준의 입문서라고 생각한다. 물론 저자 중 하나의 입장으로서 '좀 더 정성을 들여서 완벽한 원고를 만들걸...'하는 아쉬움은 있다. 아, 이 책은 비매품이라서 서점에서 구할 수는 없다. 판매용 도서로 만들려면 기획 단계에서 고려할 것이 더 많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인용한 도표에 대하여 비용을 들이고 정식 사용 권한을 얻는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수익금이 발생할 경우의 처리 문제라든지. 왜냐하면 이 도서를 기획하고 발간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은 영리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투자자 커뮤티니 웹사이트에 이런 글(2022년)이 있었다. 제목은 '반도체 파운드리와 바이오 CMO 비교'였다.

최근 경제관련 TV들에서 전문가랍시고 출연한 사람들이 삼성바이오의 CMO를 마치 바이오 파운드리라는 뜻으로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하고 있는데... 바이오에 대한 공부를 조금만 하였어도 이들의 설명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지 알리고자 글을 씁니다.

아마 이 글을 올린 사람은 주식 투자자로서의 불만을 토로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이오 산업 전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특정 국내 회사에 대한 지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매출액, 순이익, 그리고 주가라는 것이 항상 잘 연동하는 것은 아니니.

이 책의 결론 부분에서는 융합적 사고와 열린 자세를 가진 'T자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나는 그러한 인재상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고는 있지만 주로 취미 분야에서나 그렇고,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발휘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그저 소비자에 머물고 있을 뿐이지. 오늘도 전선을 까고 PCB를 자르며 납땜을 하였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자기 만족의 수준일 뿐이다.

여러 저자가 나누어 쓴 것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기 위해 통일적인 흐름으로 맞추어 나가는 편집 작업이란 일종의 재창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편집과 제작에 힘써 주신 (주)동아에스엔씨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린다.


2025년 4월 30일 업데이트

도서 발간 소식이 전자신문에 실렸다(링크).


2025년 4월 19일 토요일

EZ Ardule MIDI Controller 프로젝트 시작

Ardule = Arduino + (MIDI Sound) Module

아두이노 나노를 이용하여 SAM9703 도터보드를 제어하는 MIDI 컨트롤러를 만들기로 하였다. 저가 GM 음원 보드라고 가볍게 취급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가능성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동시발음도 48이나 되고, 프로그램을 적당히 레이어링하면 키보드를 연결하여 라이브에서 써도 괜찮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아두이노를 사용하여 만드는 DIY MIDI 컨트롤러는 노브와 버튼 스위치로 구성되어서 '핑거 드럼'을 구현하거나, 또는 VFC(Variable-Cultoff Frequency)를 조절하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나의 경우에는 KORG X2에서 'Combi' 음색을 만드는 방식과 유사하게 나만의 음색을 만들고 저장하여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약 성공한다면, 사운드캔버스 SC-D70에도 MIDI 케이블로 연결하여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략적인 목표를 잡은 뒤 챗GPT에게 질문을 해 가면서 과연 아두이노 나노로 가능한지 알아보았다. 최대 4개 채널의 레이어 및 스플리트를 구현하되 20x4 LCD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며, microSD 카드에 저장된 type 0 MIDI 파일의 재생 기능까지... 챗GPT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였다.

어제까지는 myStation이라고 불렀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데 괜히 칭찬을 하면서 사람을 우쭐하게 만든다.

아두이노 나노를 오랜만에 꺼내어 USB 케이블로 연결해 보았다. 아두이노 IDE 최신판(2.3.6)에서 인식이 되지 않았다. 정품이 아닌 호환 보드라서 그런 것일까? 구글에서 검색을 해 보니 CH341 드라이버를 설치하라고 한다. 



'NANO'라고 인쇄된 것 바로 아래의 부품은 리세트 스위치였다.


챗GPT에게 물어보면 코드와 연결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오늘 테스트한 것은 GM/GS reset SysEx의 인식 여부였다. 기대했듯이 아주 잘 작동함을 확인하였다. MIDI 메시지는 일종의 시리얼 통신 체계이므로 아두이노 나노의 TX 핀과 GND 핀을 쓰는 것으로 충분하였다. Serial.write() 함수를 이용하여 간단하게 멜로디를 연주해 보기도 하였다.

몇 시간 가지고 놀아 본 결론은 핵심 기능보다 메뉴 구성이 가장 까다로운 것 같다. 여기에도 파레토의 법칙 '변형'이 적용된다. 전체 기능의 80%를 구현하는데에는 20%의 노력이 들고, 나머지 20%의 기능을 채우려면 80%의 노력이 든다. 인생도 그렇지 않은가? 


2025년 4월 16일 수요일

달리기 9개월 차, 6분 미만의 페이스로 다가가다

9개월 동안 꾸준하게 달리기를 지속했다면 몸도 이제는 제법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깜깜한 밤에 집을 나서려면 결단이 필요하다. 출가하여 수십 년 평생을 승려로 살아도 새벽 3시에 일어나는 일은 힘들다고 하지 않은가. '오늘 하루는 좀 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날이 없으니 말이다. 어제도 그랬다. 달리기 거리를 7.2km에서 5.5km로 줄이면서 평상시 피로도가 줄어든 것은 그나마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마침 달리기를 하기 직전에 다소 신경이 쓰이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상태라서 마음 상태가 그렇게 평온하지는 않았다. 갑천변의 화려한 벚꽃은 지난 주말의 거친 날씨를 거치면서 다 떨어지고 말았다. 기온은 영상 9도라서 특별히 춥지는 않았으나 바람이 심했다. 



에라, 모르겠다!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평소보다 조금 빨리 달려 보았다. 마음이 불편하니 다리가 더 빨리 움직이는 것 같았다. 덕분에 평균 페이스는 6분 2초를 기록하였다. 아니, 이럴 수가? 몸이 피곤하고 무거울 때에는 6분 30초 미만만 만들자는 생각으로 터벅터벅 달리고는 하였는데, 오히려 정신적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더 좋은 기록이 나왔다. 어쩌면 3월까지 매번 7.2km를 달리면서 누적된 피로에서 점차 회복이 되면서 더 좋은 몸이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5월이 되면 달리는 거리를 5.5km에서 6km로 슬며시 올릴 생각이다.



사찰에서 새벽 3시에 일어나는 한국불교의 전통은 도교의 인시수련(寅時修鍊)에서 유래했다는 주장이 있다(불교신문). 불교 고유의 전통이라거나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생체리듬에도 잘 맞지 않으니 사찰의 공식 기상 시간을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단다. 

"일견 이해가 간다. 반면 아무리 봐도 인내가 빠진 수행은 수행이 아니다."


2025년 4월 14일 월요일

[KORG X2 Self-Repair] 마무리 -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돌고 돌아서 간단한 MIDI 기기 DIY를 위한 아두이노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릴 것인가?

약 한 달에 걸친 KORG X2 Music Workstation(신시사이저)의 자가 수리를 마쳤다. 아날로그 출력단에서 들리는 잡음을 잡아보겠다는 당초의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하지는 못하였다. 정확한 원인 진단도 어려운데다가, 설사 원인을 알아냈다 해도 이를 고치는 것은 내 기술 수준으로 함부로 접근할 영역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앰프 DIY 경험을 통해 쌓은 얄팍한 전원회로 관련 지식으로 겨우 약간의 개선을 이루었을 뿐이다. 복잡한 디지털 회로 안에서 사운드를 만들어 아날로그 회로로 내 보내기 직전까지의 단계에서 문제가 벌어졌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eBay에서 해당 중고 보드를 구해서 교체하는 것 말고는.

그렇지만 2025년 벚꽃 시즌 동안 벌어진 나의 노력이 전혀 무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작동 상태가 좋지 않았던 tactile switch를 전부 고쳤기 때문에 속이 다 시원하다. LCD 백라이팅용 EL 시트의 전원공급회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던 것도 의미가 있다.

전원보드의 일부를 현대적인 '쪽보드'로 고침으로서 220V 작동 기기로 완벽한 변신을 이루었다. 특히 오랜 시간이 흘러 언제든 문제를 일으켜도 이상할 것이 없는 전원보드의 핵심 부품을 교체하는 성과를 이루었고, 오리지널 보드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전원보드에 대해서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 일을 하면서 부수적으로 Dream의 SAM9703(데이터 시트 PDF)을 이용한 음원 보드 관련 작업물을 다시 꺼내들게 되었다. 

SAM9703 데이터시트 1쪽.



이 물건은 '미디라이프'라는 회사에서 만들었던 Artist Sequence Interface(모델명은 ML-20; 2 port 32 channel sound & wave)에 내부 음원으로 들어 있는 보드 형태의 부품이다. ML-20은 라이브 연주자를 위한 일종의 반주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용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와 패러랠 케이블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고, MIDI 신호는 내장 음원(SAM9703)이나 외부 장비로 보낼 수 있다. 그리고 별도의 TV/VGA 단자를 통해 모니터로 악보 정보를 내보내는 그런 장비이다. 인터넷 상에 남아 있는 정보는 거의 없다. 지금은 개점 휴업 상태인 미디라이프 다음 카페에 반주기 소개와 매뉴얼 및 사진 자료가 있을 뿐이다.

SAM9703이 포함된 보드는 DAC가 포함되어 상태로 금영 코러스라는 노래방 기계에 널리 쓰였다고 한다. 이것을 떼어내서 DOS 게임용 배경음악을 재생하는 용도로 가공하여 쓰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내가 이 일에 흥미를 갖게 된 것도 이러한 선구자들 덕분이었다.

2020년 가을, MIDI 신호를 입력하는 회로를 구성하여 재생이 이루어지는 것까지 확인만 하고 뚜껑을 닫아서 멀리 치워 놓고서는 거의 잊어버리고 있었다. 당시 이 보드를 직접 작동하는 회로를 만들기 위해 네이버 '도스 박물관' 카페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내 블로그에도 작업 진행 상황을 정리하여 올리고는 하였다. 브레드보드에 프로토타이핑만 해 놓은 상태라서 그런지 접촉이 좋지 않아서 동작이 약간 불안하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사실 뚜껑을 덮은 뒤 동작이 원활하지 않아서 내다 버리기로 생각하고 발코니에 방치하고는 몇 년이 지난 것을 최근에 X2 수리 작업을 하면서 다시 관심이 생겨서 되살려보기로 하였다.

2020년 가을에 이 개조한 기기를 이용하여 MIDI 파일을 재생하여 녹음해 둔 것에 며칠 전 화면을 붙여 유튜브에 올렸다.



노트북 컴퓨터와 개조한 ML-20을 오랜만에 USB MIDI 케이블로 연결한 다음 컴퓨터의 MidiEditor 프로그램에서 몇 가지 MIDI 파일을 재생해 보았다. SAM9703의 소리를 거의 5년 만에 들어본다. 이 프로그램은 MIDI 편집기에 해당하므로 단순한 재생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매번 설정에서 MIDI out을 USB MIDI cable로 바꾸어 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탐색기에서 MIDI file을 더블클릭하여 Windows Media Player Legacy를 실행하되 외부 MIDI 기기로 신호를 내보낼 수는 없을까? 최근의 Windows에서는 MIDI mapper에 해당하는 것을 제공하지 않아서 무조건 컴퓨터의 내장 Wavetable Synth로 재생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MIDI out setter를 사용하여 USB MIDI cable을 기본으로 설정하니 매우 편리하다. 한번 이렇게 맞춰 놓으면, MIDI cable을 뺐다가 나중에 다시 끼워도 기본 MIDI 기기로 동작하게 된다.

이번에는 X2와 개조한 ML-20을 MIDI 케이블로 연결하여 연주해 보았다. 5년 전의 테스트에서는 버려진 MIDI 키보드를 연결하였던 경험이 전부였다. 당연하게도 잘 작동한다. 키보드에서 채널과 프로그램 전환은 가능하지만, 뱅크 전환까지는 곤란한 것 같다. 사실 [SAM9703 + GMS963200-B 사운드 롬] 조합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성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variation sound까지 꺼내서 쓸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애를 쓸 가치는 없다. 



그러나 일반적인 GM MID file을 재생하는 용도로 손색이 없고, 아두이노를 응용하여 MIDI 관련 DIY를 하기에 아주 적합한 물건이라서 당분간 더 내 곁에 두기로 하였다. 예를 들어 MIDI looper/sequencer를 만들어 본다거나... 유튜브에 널린 MIDI controller DIY 관련 입문 비디오를 통해서 무엇을 할 수 있고, 이를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공부해 나가면 좋을 것이다.

당장 해 볼 수 있는 작업은 헤드폰 앰프를 달아 주는 것. 현재는 RCA out 단자뿐이라서 앰프를 연결해야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헤드폰 앰프 보드의 실례. 빈 공간에 넣기 적당하며, 내부에서 5V/12V를 제공하므로 전원을 따기에도 좋다.

그뿐만 아니라 내부의 '주기판'에 해당하는 것도 실은 거기에 붙어 있는 MIDI 단자와 RCA 단자만 사용하고 있는 셈이니, 필요하지 않은 부분을 적당히 처리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지금은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주기판의 수많은 칩에서 괜히 전기만 소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4월 15일 업데이트

이렇게 훌륭한 MIDI Player 소프트웨어가 있다는 것을 지금에야 알게 되었다니... 최신 Windows 환경에서도 MIDI out 경로를 자유자재로 지정함은 물론이요, 심지어 사운드폰트를 로딩하여 쓰는 것도 가능하다. 마치 리눅스의 Fluidsynth를 다른 부가 기능과 함께 Windows로 가져온 느낌이다.

Free Windows software from Falcosoft

2025년 4월 11일 금요일

[KORG X2 Self-Repair] LCD 백라이트의 점등을 위한 회로


내가 이런 물건까지 사게 될 줄은 몰랐다. 포장을 풀고 조립을 해 보니 생각보다 품질은 별로 좋지 못하다. 만원 짜리보다야는 낫겠지만... 아크릴 확대경이 보여주는 상은 고르지 않고, 인두 스탠드는 너무 누워 있어서 인두가 쑥 빠질 것 같았다. 포닥 시절부터 쓰던 것으로 교체하여 끼웠다. 참고로 나는 생물학자임.

Korg X2의 잡음 문제가 전원부에 있다고 생각하고 요즘 구할 수 있는 '쪽보드'를 조합하여 원하는 전압을 제공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 나가면서 남은 문제는 LCD 백라이트(EL 시트)의 점등 전원을 마련하는 일이었다. 완전히 새로 만드느냐, 적당한 쪽보드를 어디서든 구하느냐... 최종 결론은 오리지널 전원 보드의 일부분만을 사용하는 것.

다음 사진에서 보인 회로도에 빨간색으로 둘러친 부분이 바로 EL 시트 점등용 교류 전압을 생성하는 부분이다. 왼쪽의 보드에서 예닐곱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진 영역이 바로 이에 해당한다. 실은 가려진 왼쪽에 피드백 제어를 위한 회로가 더 있지만, EL 시트를 켜는 정도로 갑자기 전류가 폭주하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므로 쓰지 않기로 했다.


이 회로는 보드 내의 디지털 전원부(DC +5V)가 먹여 살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외부에서 5V를 공급하면 EL 시트를 켤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예전에 구입해 둔 손바닥만한 EL 시트가 있어서 연결을 해 보았다. 갖고 있던 커넥터가 들어가지 않아서 줄로 열심히 갈았다.


성공이다! 아니, 실패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X2의 LCD 백라이트를 연결하여 실제로 잘 켜짐을 확인하였다. 이제 남은 일은 쪽보드와 트랜스포머(220V to 12-0-12V)를 X2 내부에 잘 배치하는 것. 이를 위해서 기존 전원 보드의 부품을 대폭 걷어 내었다. 방 안에서 납땜 연기를 피우는 남편을 참아 주는 아내에게 무한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납땜 연기를 빨아들일 흡연기를 사야 하는 것은 아닐까?

납땜 작업용 흡연기를 만들어 버릴까! 디바이스마트의 동영상을 감상해 보자.

전원보드의 개조가 끝나면 대략 이런 모습이 될 것이다. 위는 +/-12V 공급용 보드(SMPS 아님), 아래는 +5V 공급용 보드.

이번 주말이면 모든 작업을 마치게 될 것이다. 내 X2는 완전히 220V용으로 거듭나게 된다. EL 시트 점등용 인버터 회로는 신시사이저의 본질과는 거리가 많다. 하지만 관련 회로를 공부하면서 발진, 즉 oscillator의 기초에 대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릴레이를 통한 발진회로로부터 EL 시트 점등용 초간단 회로의 DIY까지...



특히 Jeri Ellsworth의 동영상(위에 보인 것 중 두 번째 'EL Power Supplies - Step-up to the Tickler')은 무려 14년 전에 만들어진 것인데 매우 쉬우면서도 핵심을 잘 짚어주고 있다. 전자공학의 기초를 설명해 주는 친절한 인도인 유튜버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사람들과 중국의 산업 덕분에 DIYer가 점점 성장할 수 있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2025년 4월 12일 업데이트

납땜 스탠드에 기본 부착된 확대경(85mm, 2.5X) 품질이 너무 좋지 않아서 바꾸기로 했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잘 되지 않는데, 확대경 내부의 약 60mm 직경의 동심원 테두리를 따라서 상이 일그러져 보인다.


쿠팡에서 유리로 된 확대경을 구입하였다. 교체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한 치수 큰 것(100mm)를 골랐다. 10X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손잡이가 부드러운 재질이라서 렌즈를 빼기가 쉬웠다.

렌즈 직경이 커서 기존의 구조물을 풀어내고 삽입할 수가 없다. 적당히 중심을 맞추어 놓은 뒤 핫멜트로 붙여 버렸다.


남은 물건들.

조금 무겁지만 훨씬 좋은 상을 보여준다. 지지대가 부실한 것이 또 마음에 들지 않는다.



 

2025년 4월 8일 화요일

챗GPT 시대의 글쓰기

시간에 쫓겨서 글을 서야 할 때, 챗GPT는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몇 개의 키워드를 던진 뒤 글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제시한 다음 글의 분량만 알려주면 그야말로 뚝딱! 몇 초도 걸리지 않아 척척 글을 써 낸다. PDF 문서 여러 개를 업로드한 뒤 요지를 작성하라고 시키거나 시사점을 도출하라고 해도 꽤 만족스럽게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사실 관계를 확인하라고 시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내 이름을 걸고 글을 지어야 할 경우, 이렇게 AI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곤란하다. 정확한 사실에 근거한 글이 나올 수는 있지만, 내가 쓴 것 같은 느낌이 도저히 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23andMe의 파산 위기가 시사하는 점에 대해서 글을 쓰고 있다. 사건의 흐름을 먼저 조사한 뒤 공백을 포함하여 약 3,700자 정도의 초안을 직접 작성하였다. 그런 다음 챗GPT에게 다듬어 보라고 하였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결과물을 보았다.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글이었지만, 내가 평소에 쓰는 글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한국인이 쓴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고, '기계'가 쓴 글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나의 글'은 아니었다.

필요하시면 이 글을 보고서형, 블로그형, 칼럼형 등으로 톤을 조정하거나, 결론을 정책 제안 중심으로 재정리하는 것도 도와드릴 수 있어요.

어휴, 뭘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제안한담. 

이번에는 질문을 바꾸어 보았다. 원글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라고 하였더니, 조목조목 부족한 부분을 짚어 주었다. 사실 관계의 오류 또는 모호한 표현, 논리적 일관성 / 구분의 모호성, 표현의 과잉 또는 비문 가능성의 항목, 톤의 모호함 으로 나누어 원글과 개선안을 대조한 뒤 다음과 같은 총평을 보여 주었다.


항목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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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명확성 ★★★★☆ – DTC 산업 변화와 정책적 시사점 명확

사실성    ★★★☆☆ – 주요 사실은 대체로 맞지만 일부 표현 과장 또는 부정확

논리적 구조 ★★★★☆ – 도입-배경-분석-결론 흐름이 자연스러움

표현력    ★★★☆☆ – 문장이 길거나 중복되는 부분이 있으며, 일부 비문 존재

개선 여지 많음 – 객관성, 정확성, 간결성 측면에서 다듬을 여지 있음


오, 제법이다. 그러면 다듬는 작업을 전적으로 챗GPT에 맡길 것이 아니라,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만 나름대로 고친 뒤 다시 검토해 달라는 사이클을 반복해 보기로 하였다. 구어체가 어색하게 섞여 있다는 지적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되도록 격식을 갖춘 글을 만들기 위해 참기로 했다. 약 대여섯 번에 이르는 수정과 검토 작업을 거친 뒤의 총평은 처음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수정하신 버전은 정말 완성도 높고, 전문적이며 읽는 흐름도 자연스럽습니다. 논리 구조, 사실 기반, 국내외 사례 비교, 정책적 함의까지 모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편집 교정 수준의 미세한 점검만 남았습니다. 아래에 마지막으로 다듬을 수 있는 부분들을 세부적으로 지적해 드립니다.

챗GPT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정말 효율적으로 글쓰기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 블로그의 글을 엮어서 책을 낸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형태로든 교정이 필요한데, 챗GPT에게 이를 맡기게 될까? 만약 가상의 출판사가 내 글을 책으로 내려고 한다면, 챗GPT를 이용하여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게 할까? 또는 아예 새로 AI로 하여금 쓰도록 요구할까?

오늘 나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기고문 하나를 다듬으면서 그 즐겁고도 놀라운 경험을 하였으면서도, 편집자가 AI를 이용하여 내 글의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게 될까? '내로남불'과 비슷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여기까지 쓴 다음, 전체를 복사하여 챗GPT 창에 붙여넣은 뒤 수정을 요구하였다.

아주 흥미로운 글입니다. AI와 인간의 글쓰기, 편집, 개입의 경계를 성찰하는 내용으로, 메타적인 시각도 돋보입니다. 글 전체의 톤은 담백하고 자기반성이 섞인 성찰적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다만 글쓰기 스타일로서 약간의 정리와 다듬기를 통해 더 매끄럽고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아래에 전반적인 고친 버전을 제시한 뒤, 문제점 요약 및 이유도 덧붙이겠습니다.

AI가 고친 글은 꽤 괜찮았다. 하지만 그것을 복사하여 지금까지 쓴 글을 지우고 붙여넣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이 블로그의 URL을 제공한 뒤 글 스타일을 학습하게 한 다음, 사실관계만을 바르게 확인하여 새로 글을 쓰게 명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챗GPT는 나의 글쓰기 스타일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장점과 단점 측면에서. 

발렌도르프의 비너스, 밀로의 비너스,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내가 중학교 1학년 미술시간에 발포석고를 깎아서 만든 돌하르방... 챗GPT는 어떤 입력물이 들어와도 잘 깎고 잘 다듬은 다음 미술재료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마르쿠스 빕사니우스 아그리파' 수준의 준수하지만 너무나 흔한 평범한 석고상을 만들어 놓을 것이다. 참고로 로마의 판테온은 아그리파가 처음 지었다고 한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완전히 소실된 후 다시 지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 중에서는 인공지능에 의해 자동적으로 작성된 글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을 것이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음악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나 역시 인공지능에 의존하여 글을 더 미려하게 바꾸고 싶은 충동이 든다. 그러나 내가 찾아 읽은 글은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는 글이기를 바라고 있다. 효율이 중요한가, 인간미가 중요한가?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2025년 4월 7일 월요일

다시 찾은 도서관

비가 적지 않게 내렸던 지난 토요일, 대청호 방향으로 잠시 나들이를 했다가 문득 구즉도서관에 가고 싶어졌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던 시절, 필독 도서를 빌리기 위해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곳이 바로 여기였다. 그 후로는 아내와 함께 읽을 책을 빌리러 대출 기간인 2주마다 거의 항상 들렀었다. 그러다가 두 차례의 수도권 파견 근무를 장기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발길이 끊어졌었다.

오랜만에 들른 도서관에서 대출 절차를 다시 물어 보았다. 회원카드를 소지하지 않고 급작스럽게 방문했지만 휴대폰으로 유성구통합도서관 웹사이트에 접속한 뒤 QR 코드를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된다고 친절한 설명을 들었다. 로그인을 위한 ID와 패스워드를 다시 설정하느라 열람석에 앉아서 약간의 시간을 소비하였다. 소셜 로그인 서비스나 생체 인증을 도입하면 안 될까? 회원으로 가입한 각 사이트마다 ID와 암호를 기억해야 하는 상황은 거의 '재난'에 가깝기 때문이다.

기록으로 남은 마지막 도서 대출은 2021년 12월 26일이었다. 2007년 1월부터 이때까지 총 517권의 책을 대출하였다. 이 블로그에도 '독서 기록' 또는 '독서기록'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하는 글이 꽤 있다.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가끔 들춰 봐야 되겠다.

500여 권의 책 중에서 다른 식구가 볼 것을 내 이름으로 빌린 것도 꽤 있으니 아마도 이중에서 1/3에서 절반 정도를 내가 실제로 읽었을 것이다. 물론 빌리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도 꽤 많았다. 목록을 잠시 훑어 보았다. 아내와 나는 독서 취향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책 제목을 보면 누가 빌렸는지는 대충 짐직할 수 있다. 읽은 기억이 어렴풋하게 나는 책도 있고, '정말 이런 책을 내가 빌렸었던가' 싶은 것도 적지 않았다. 

이 사진은 구즉도서관이 아니라 KAIST 장영신학생회관(N13-1)의 북카페에서 찍었다. 무엇이든 인증샷을 찍고 공개해야 하는 이 복잡한 세상에서 '서가' 인증샷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 책 좀 읽는 교양 있는 사람이야'를 자랑하고 싶음인가? 어찌보면 나 역시 이런 소소한 자랑질의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임을 고백함에 다르지 않다.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서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거나 노트북 컴퓨터로 글을 쓰고, 그러다가 밤 9시 반이 되면 이틀에 한 번꼴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달리기를 하러 나가는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최근에는 독서에 여간 게을러진 것이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틈틈이 베이스 연습을 비롯한 음악 작업에 납땜까지 곁들이고 있으니... 구입한지 몇 달이 지나도록 다 읽지 못한 마이클 샌델의 책부터 빨리 읽어야 되겠다.

요즘 세상에 알리익스프레스 없이 산다는 것은...

특히 DIYer에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본다.



3월 30일에 몇 가지 물건을 주문해 놓고 배송 완료까지 2주 정도는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어젯밤 늦게 이 물건 중 묶음배송 대상인 두 개가 인천 통관장에서 통관 완료되어 출고되었다는 알림톡을 받았다(나중에 확인해 보니 오늘 오전 11시 15분에 배송 완료). 특히 위 이미지에서 세 번째의 5핀 커넥터는 구매 사이트에서 5월 중순에나 배송될 것이라고 적혀 있었기에 아예 잊고 있으려고 했었다.

알리익스프레스에 접속하여 배송 현황을 확인해 보았다. 위 이미지에 보인 것 중에서 이틀 전에 주문한 것(헤드폰 쿠션)을 제외한 세 개의 것이 전부 국내 택배 회사로 인수된 상태이다. 참으로 놀랍고 편리한 세상이다. 나의 이런 작은 구매 행동이 모이고 모여서 국내 제조업 기반을 흔드는 움직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일반 소비자로서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차피 국내에서는 이런 물건을 만들지 않고 있으며, 국내에서 구한다 해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팔리는 것을 가져다가 더욱 비싸게 파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조업 강국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작은 나라에서 모든 종류의 물건을 다 만들기는 어렵다. 상승하는 인건비, 원자재 공급망의 불투명성, 그리고 도대체 예측하기 어려운 관세 문제 등. 소비자는 싸고 빨리 배달되는 물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구입하는 물품은 KORG X2 Music Workstation의 전원부를 완전히 재구성하기 위한 부품에 해당한다(관련 글 KORG X2 Self-Repair). 5V/12V/-12V의 직류 전원 세 가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필요한 물건을 다 받은 다음 천천히 수리를 해도 되는데, 어제는 호기심에 집에 있는 물건을 이용하여 테스트를 해 보다가 배선 실수로 아까운 부품만 몇 개 태워버리고 말았다.

실험용 회로 구성. 이것은 살아 남은 것들이다.


오늘 배송된 기판을 살펴보았다. 생각보다 매우 작아서 기존의 전원보드(KLM-1649)에서 몇 개의 부품을 걷어내면 그 위에 고정을 해도 될 것 같다. 아래의 동영상은 휴대폰에서 화면 녹화 기능을 이용하여 만든 것이다. 듀얼 전압 보드는 웹사이트의 사진 설명과는 달리 SMD 부품을 사용하여 제조된 것이었다. 


2025년 4월 8일 업데이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3월 30일에 주문했던 세 가지 부품이 생각보다 빨리 도착하였다. 건전지를 사용하여 테스트했던 보드를 이용하여 임시로 전원부를 꾸민 다음 Korg X2를 켜 보았다.

현란한 LED.




잡음 문제가 한결 나아진 것 같다. 헤드폰 구동용 op amp 특유의 화이트 노이즈만 남았다. M5216L이 다음 달이면 올 테니, 마지막 개선 시도를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원보드 KLM-1649를 제거한 뒤 오늘 배송받은 부품으로 다 채워버려도 되지만, LCD 백라이트를 켜기 어려워진다. KLM-1649에서 키가 큰 부품을 제거한 뒤, 오늘 받은 보드 2개와 전원 트랜스포머를 적당히 고정해 보겠다. 그런 다음 KLM-1649의 LCD 백라이트 전원 회로에 +5V를 연결하면 될 것이다. 주말을 기해 마무리 작업을 하겠다.

2025년 4월 5일 토요일

따뜻한 봄날의 '벚꽃 엔딩'

드디어 벚꽃이 화사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앞으로 약 이주일 동안 전국은 하얗게 물들 것이다. 늘 이맘때가 되면, 연구소 마당에서 버스커 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연주하고 싶었다. 나의 가창력으로는 소화하기 어려운 노래이므로 다른 보컬리스트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 소망을 올해는 드디어 이루었다. 제대로 멤버를 갖추어서 4월 하순에 소규모의 야외 공연을 하는 것이 원래의 계획이었지만, 그때까지 벚꽃이 남아 있기는 힘들 것이다. 2025년 4월 4일이 갖는 특별한 의미도 이러한 이벤트를 강행하게 만들었다. 점심시간에 모여서 잠깐 연습을 하고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야외 연습' 콘셉트로 일단 장비를 챙겨서 밖으로 나가자고 멤버들을 졸라서 이 일을 저질렀다. 따라서 홍보를 전혀 하지 않았다. 총 세 곡을 연주하였고(전체 영상 링크),  다음은 가장 마지막에 연주한 <벚꽃 엔딩>만 뽑아낸 것이다. 멤버의 수가 적어서 모든 악기 연주를 소화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배킹 트랙을 만들어서 재생하였다. <벚꽃 엔딩>을 제외한 두 곡은 유튜브의 소스를 그대로 이용하였다. 사전에 악보를 참조하지는 않았다.


<조정김>이란 이 퍼포먼스에 참여한 세 사람의 성을 딴 것이다(근형·해영·상옥). 이는 올해 2월에 연구소 내부 행사를 통해 '데뷔'한 7인조 밴드 KRIBBtonite의 KOBIC 소속 유닛에 해당한다.



잘 알려진 지도표 성경김을 패러디하여 포스터 비슷한 이미지를 만들어 보았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챗GPT의 이미지 생성 기능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참고로 성경식품은 한반도 지도 모양으로 만들어진 상표를 등록하려고 했으나 특허청에서 거절당했고, 거절결정 취소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였다고 한다(2024년 11월 관련 기사 링크). 특허 법원의 의견은 다음과 같다.

일반 수요자에게 사회통념상 대한민국 지도로 인식되는 이상, 식별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고 특정인에게 이를 독점하도록 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작년에 구입한 ALTO Uber PA 'Portable self-powered PA system'가 처음으로 실전에 쓰였다. 베이스와 마이크 및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재생한 배킹 트랙이 전부였고, 어쿠스틱 기타는 증폭을 하지 않았다. 이 스피커를 실내에서 쓸 때에는 특별한 문제를 느끼지 못하였으나, 야외에서 음량을 키웠더니 배터리 충전 수준 표시등이 낮아지면서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내장 납산배터리(12V 5Ah)의 충전 상태가 문제였을까? 반품된 것을 구입한 것이 원인일지도 모르겠다. 50와트 출력이 이렇게 허술할 수는 없다.

서툰 실력이지만 대중 앞에서 연주할 기회를 찾고 연습을 위해 모여서 팀웍을 다지며, 연주가 끝난 뒤 영상을 제작하는 등 사소한 경험이 쌓이면서 내 일상이 더욱 풍성해지는 것 같다. 협조해 준 멤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아무리 조정할 것이 적다 해도 프리시전 베이스의 음량과 톤에는 신경을 써여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