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20일 일요일

2025년 종합건강검진 - 작은 불편함의 가치, 비수면 위 내시경 검사

어서 오세요, 편하게 해 드릴께요!

미국에 있는 딸아이가 심한 기침으로 2주 정도 고생을 하다가 병원을 갔다고 한다. 인후염이란 진단을 받고 처방을 받은 약을 사러 약국을 몇 군데나 갔지만 재고가 없어서 약을 사지 못했다고 한다. 처방전을 접수하러 40분이나 줄을 서서 기다렸는데 자기 차례가 되어 약이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도 나름대로 어려운 점은 있지만, 이런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우리나 너무 과한 의료의 혜택을 입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토요일, 그러니까 어제로 예정된 종합건강검진에 대해서 하루 전에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비수면으로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세요?"

나는 이 질문에 대해서 약간의 충격(?)을 받았다. 약간 구역질이 나지만 약물을 쓰지 않고 시행하는 일반 내시경 검사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는 사람이 훨씬 많아져서 일반 내시경 검사를 오히려 비수면 내시경 검사라고 부른다. 작년의 종합건강검진에서는 검사 과정 자체가 수면 내시경 검사를 받는 사람에 맞추어져서 오히려 나와 같이 비수면 검사자는 그 분위가 어색할 정도였다. 실제로 2019년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상부 위·식도 내시경 검사 응답자 916명 중 80.1%가 수면 상태로 진행한다고 하였다.

결국 비수면 내시경 검사를 선호하는 나는 유별난 사람이거나, 몇 만원만 더 내면 약물을 이용하여 피할 수 있는 불편함을 맨몸으로 참아낼 수 있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사람일이 된 것 같다. 자동 변속기 차량이 대세인 시대에 수동 변속기로도 언덕 출발에서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음을 자랑스러워하는 것과 같은 부류의 구식 사람.

병원에서도 수면 내시경 검사를 하면 수입이 더 늘어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인가? '조금 참으세요' '호흡은 이렇게 하세요' 하면서 수검자와 실랑이를 벌일 필요 없이 신속하게 검사를 할 수 있으니 의료진도 이 방법을 선호할 수도 있다.

나는 이 문화를 바꾸려고 조금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대장 내시경이야 워낙 어려운 검사니 그렇다 하더라도, 위 내시경 검사는 약물 없이 진행하는 것이 여러 면에서 낫다고 생각한다. 검사 후 즉시 일상 생활로 복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검사를 진행하는 의사도 수검자의 위 상태를 즉시 알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빈도가 아니라 할지라도 수면 내시경 검사에 쓰이는 약물(미다졸람 또는 프로포폴)에 부작용이 있는 사람도 있다. 

딸아이가 약국에 몇 번을 가서도 처방받은 인후염 약을 받지 못한 미국의 현실과 비교해 본다면, 우리는 적은 돈을 내고서도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지불되는 돈이 개인 차원에서는 얼마 되지 않지만 국가 전체 규모로 따지면 건강보험급여와 맞물려서 상당히 큰 금액이 되며, 의료 산업을 살찌우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급여 대상이 아니라 해도 실손 보험 등으로 인해 돈이 흘러가는 구조는 만들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불필요한 의료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비록 그것이 개인의 차원이고, 건강보험재정의 지출과 관련이 없다고 해도 말이다. 흔히 미국의 경우 의료 시스템의 접근성은 낮지만, 전체적인 구조 때문에 결과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과잉 진료는 잘 억제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 서비스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마치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듯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료를 소비자라는 입장에서만 대하면 지불 능력의 범위에 따라 폭넓게 선택하는 서비스 대상이 많다는 현실을 즐길 수도 있지만, 본인의 노력에 따라서 그 서비스 자체를 택하지 않고서도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늘 저녁에는 식당으로 가는 발길을 돌려서 차라리 집에서 있는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직접 해는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수도 있다. 의료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역시 이러했으면 한다. 지불 능력이 있으니 쇼핑하듯 서비스를 고르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정작 중요한 것과 필요한 것을 놓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편의성만을 좇는 바람에 세상이 이에 맞추어서 변하도록 놔두지 말고, 무엇이 바람직한지 먼저 생각하고 만약 이렇게 하는 것이 옳다면 약간은 불편하더라도 실천에 옮기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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