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하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한 초저가 오실로스코프를 테스트하는 도중 낡은 함수발생기(MXG-9802) 내부의 커패시터가 폭발한 일이 있다. 흔히 겪는 전원부의 대용량 전해 커패시터가 아니라 X2 안전 커패시터가 터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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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면에 0.1uF X2라고 인쇄된 것이 문제의 부품. 왼쪽에 두꺼운 리드가 삐져나온 것이 보인다. |
SCO2 오실로스코프를 테스트하다 함수발생기에서 폭발 사고를 겪다
이 작은 사건은 30년이 넘는 전자기기에 대한 나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큰 충격을 주었다. 계속 유지 보수를 해 나가면서 낡은 기기를 소유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항상 새롭고 건강한 상태의 물건을 사들이고 낡은 것은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처분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올해 상반기는 낡은 신시사이저(KORG X2)를 잡음 문제를 해결한답시고 꽤 많은 자가 수리를 한 터라 마음이 계속 편하지 않았다. 안전 커패시터와 신시사이저 모두 X2라는 단어가 공통으로 들어간다. 묘한 우연의 일치이다.
알리익스프레스 주문한 X2 안전 커패시터 10개 들이 묶음을 다른 부품과 함께 받았다. 함수발생기를 분해하면서 오래 되어 탄성이 없어진 이동 손잡이 겸 스탠드는 부서져 버렸고, 다리 또한 다시 사용하기 곤란한 상태가 되었다. 다음 사진과 같은 다리를 구해다가 달아야 되겠다.
챗GPT에게 물어보니 폭발한 RIFA PME271M 커패시터의 내부 물질에는 특별히 해로운 것은 없다고 한다. 빈티지 부품의 경우 유해한 PCB(폴리염화비페닐)이 포함된 경우가 있어서 주의를 요한다.
오염된 주변부를 닦아내고 새 커패시터로 교체하였다. 같은 용도로 사용하는 동일 용량의 안전 커패시터인데 크기는 훨씬 작았다. X2 커패시터는 자기회복 기능이 있어서 내부에서 절연 파괴가 발생해도 손상된 부위를 스스로 절연 상태로 복구한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기능이다.
커넥터가 적재적소에 쓰여서 문제가 발생한 보드만 꺼내기가 매우 수월하였다.
케이스를 닫기 전에 내부 전체를 사진으로 찍어 보았다.
과연 전원부의 안전 커패시터를 교체한 것만으로 함수 발생기가 제 기능을 되찾을 것인가?
수리는 성공적이었다. 정상적인 파형이 발생하였으며, 조정에 따라서 잘 변화한다. 다만 10X 단위로 주파수를 바꾸는 누름 스위치의 걸림이 일부 스위치에서 원활하지 않아서 아주 기술적으로 눌러야만 고정이 된다. 이는 참을 수 있는 수준이다.
오늘의 수리를 통해서 낡은 전자제품을 '반려'용으로 계속 손보아 가면서 쓰는 일에 아주 조금의 자신감을 더하기로 하였다. 취미의 세계에서 쓸데없는 경험이란 없는 것이다. X2 안전 커패시터와 함께 구입한 자잘한 부품들은 MIDI 컨트롤러 자작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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