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4일 목요일

2021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국제학술대회 및 정기학술대회 참석 이틀째

여러 사정으로 지난 2년 동안 외부에서 열리는 학술행사를 전혀 참석하지 못하였다.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에서는 2021년 학술대회를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개최하기로 어려운 결정을 내려 주었다.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현장에서 진행을 함과 동시에 발표 상황을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동시에 내보낸다는 것은 정말 많은 준비와 노고가 필요할 것이다.

첫 세션에서 구두 발표를 할 예정이었던 나는 현장 참석자가 적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였으나 그것은 기우였다. 특히 개최지가 부산(BEXCO)이라는 점은 오랫동안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을 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답답함을 해소시켜 주는 좋은 기회가 되어서 기대를 훨씬 뛰어넘은 참여도를 달성하게 된 것 같다. 나의 발표 제목은 '유전체 해독을 통한 보툴리눔균의 안전관리(Genome information-based biosafety management of Clostridium botulinum)'이었다. 주요 내용은 한국생물안전협회 전자저널 제2권 1호(2021년 3월호; 회원 가입 필요)에 발표한 논문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혹시나 나중에 활용할 수 있을까 싶어서 노트북 컴퓨터를 펼쳐 놓고 내 발표를 녹음(녹화가 아니라)해 보았으나 음질이 나빠서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내 발표를 온라인으로 들은 사람에 의하면 소리가 너무 울려서 알아듣기 어려웠다고 한다. 나중에 숙소에 들어와서 녹음한 것을 들어보니 모든 면에서 불만스러웠다. 발표 때에도 시간이 부족해서 뒷부분을 순식간에 지나갈 수 밖에 없었는데, 녹음한 것에서는 시간 안배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과 더불어 발음이 명료하지 않았음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 안에 발표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빠르게 말을 한 것이다. 말을 해서 먹고 사는 직업인이 아닌 만큼 제한된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수 없음은 어쩔 도리가 없다.

올해에 같은 주제를 가지고 대여섯 차례 발표를 하였었다. 대부분 충분히 시간이 주어지는 세미나였기 때문에 전반부에 너무 많은 설명을 하느라 시간이 뒷부분을 서둘러 끝내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공식 학술대회라면 보통 3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질 뿐이다. '시간이 부족하여 빨리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30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며, 여기에 내가 맞추어야 함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학계 유명 인사가 되어서 plenary lecture를 하는 수준에 올라야 1시간 정도가 주어질 뿐이다. 평생 연구 업적을 30분이라는 시간에 요약해서 발표하는 것이 언제나 가능해야 한다.

이틀째에는 아예 8시 20분부터 시작하는 학생 발표 세션부터 듣기로 했다. 그래야 같은 장소에서 이어지는 심포지엄을 들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강연을 들으려 해도 이어폰을 갖고 오지 않아서 '그림의 떡'이다.

학술대회 참관기라고 하면 이 분야에서 어떤 주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최신 지견은 어떠한지 등을 기록하는 것이 옳다. 예를 들어 이제는 대학원생의 연구 결과물에서 circular genome map을 발견하는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이나 계통수 등은 매우 보편적인 '연구 언어'가 된 요즘, 어떻게 해서 계속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인지 고민을 해야 된다.

그런데 이런 학회의 본질적인 내용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효과적인 발표 방법, 회의장 사운드 퀄리티의 중요성, 현대 한국어에서 나타나는 억양 변화 등에 더 관심이 간다. 특히 젊은이들의 억양이 과거에 비해서 크게 변했다. 예를 들어 '나는 오늘 밥을 먹었...'라고 말할 때 '고'를 짧고 높게 발음하는 것 등이다. 

변하는 것 자체는 문제라고 할 수는 없으나 세대 사이에 소통을 하는데 어색하고 불편함을 느낄 정도라면 이 현상을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라디오 뉴스를 들으면서 원고를 읽는 아나운서의 뚜렷하게 달라진 발음을 들으면서 적지 않은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드디어 '쓰는 글'이 달라질 수준까지 이르게 되면 표준 맞춤법을 구사한다는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한 저항감을 불러 일으키게 될 것이다.

학회를 마치고 돌아가면 내가 발표했던 것을 다시 녹음해 볼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원고를 아예 써 놓고 읽을 수도 있다. 편집을 거쳐서 30분 분량의 동영상을 만들려면 30분의 몇 곱절에 해당하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음성 합성기를 쓸까? 아직 그러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요즘 누가 육성으로 녹음을 해? AI로 만들어진 자연스럽고 멋진 음성 합성기가 얼마든지 있는데!'라고 말하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요즘은 공식 문서에서 아무도 손으로 쓴 글씨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일부 분야의 뉴스 기사는 AI가 쓰는 시대가 되었다. 아마도 머지않아 매시 정각에 방송되는 라디오 뉴스도 사람이 아니라 AI가 읽어주는 시대가 될 것이다. 아, AI 아나운서가 이미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구나!(미디어 오늘 2021년 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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