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6일 일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7] 전원 회로의 전면적인 개조에 착수하자

작년부터 진공관 싱글 엔디드 앰프를 만들면서 가장 많은 실험을 했던 것은 전원회로였다. 직접 SMPS를 제작하여 만족스런 성능을 얻었고, 이에 자신을 얻어서 중국산에서 구입한 DC-DC boost converter 보드를 써 보기도 하였으며(DC 12V 입력), 갖고 있는 전원 트랜스를 뒤집어 연결하여 원하는 전압을 얻어내기도 했었다.

가장 최근에는 43 triode 싱글 앰프의 드라이드 회로에 쓰인 12AU7 전압증폭회로의 부하 저항을 기존의 47KOhm에서 절반으로 내리는 실험을 했었다. 그런데 '웅-'하는 저음의 잡음이 들리기 시작하였다. 부하저항의 변화에 의한 것인지, 혹은 DC-DC boost converter의 상태가 나빠진 것인지는 알기 어렵다. 내가 알고 있는 험보다는 더 낮은 소리이다.

일단 의심스러운 것은 전압 컨버터이다. 스피커에 귀를 대고 전원을 넣으면, 아마도 컨버터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희한한 잡음이 낮게 깔린다. 처음에 컨버터를 테스트하면서 출력부에 전해 캐패시터를 달아서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었다. 이 문제는 컨버터의 입력측에 DC 24V를 달면 더욱 심각해져서 도저히 음악을 들을 수준이 아니었다.

마침 두 종류의 진공관 히터를 점화하는 전원 공급용 트랜스에서도 발열과 울림이 심하게 느껴지고 있었기에, 좀 더 용량이 큰 전원 트랜스를 사용하여 전통적인 전원 회로를 구성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전통이라고는 하지만 초크 코일은 쓰지 않을 것이다.

기성품 전원 트랜스를 종로구 장사동 트랜스 골목에서 구해서 써 보자는 마음으로 주말 오전에 서울을 찾았다.  인터넷에는 장사동에서 트랜스를 제작하는 업체 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토요일 오전에는 안타깝게도 문을 연 곳은 많지 않았다. 목적했던 곳 근처에서 난감해 하고 있을 때, 근처에서 통신용 재료와 케이블을 취급하시는 어느 사장님의 도움으로 문을 연 트랜스집을 하나 찾게 되었다. 복잡한 골목 속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30년쯤 과거로 돌아간 느낌의 조그만 트랜스 제조업체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구입한 트랜스는 다음의 두 개이다. 현대콘트롤에서 만든 것은 왼쪽의 40VA급 전원트랜스(2차: 12-0-12V)이고, 같은 가게에서 구입한 오른쪽 트랜스(1차 0-380-440V, 2차 0-110-220V, 30VA)는 아세아전원에서 만든 것이다.


히터용 트랜스는 용량이 꽤 크다. 43번 오극관은 25V가 필요하니 12V를 배전압 정류하겠다는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서 12V 출력 트랜스로서 용량이 큰 것(2A)짜리를 골랐는데, 실제 구입한 것은 12-0-12V 출력이라서 배전압 정류회로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면 1A 정격이면 충분하고, 30VA나 혹은 그보다 작은 용량으로도 충분하였을 것이다.

전원 트랜스의 용량이 필요한 수치보다 큰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장비 전체가 크고 무거워질 뿐이다. 43번 오극관 싱글 앰프의 소형 경량화는 완전히 물을 건너가고 말았다. 어차피 관 자체가 커서 소형화가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른쪽 트랜스는 110V를 얻어서 B+ 전원을 얻기 위한 것이다. 140~150V의 비교적 낮은 전압을 가하는 출력관에 관심을 갖다 보니 220V를 110V로 강압해서 정류를 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전압을 얻을 수가 있다(정류 후 평활회로를 거치면 1.4배 정도 상승). 그러나 현대콘트롤에는 이에 딱 맞는 트랜스는 없었다. 그래서 원래 더 높은 전압을 입력하는 용도이지만 전압을 반으로 내릴 수 있는 적당한 트랜스를 고른 것이다. 1차 440V 단자에 220V를 넣으면 2차 220V 단자에 110V가 나올 것이다. 혹은 1차 380V에 220V를 넣으면 2차 220V에는 110V보다는 조금 더 높은 전압이 나올 터이니 입맛에 맞게 테스트를 해 볼 수도 있다.

'대승코아'라는 익숙한 간판을 지나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진열장에 이미 만들어진 다양한 전원 트랜스를 늘어 놓은 가게가 있었다. 상호는 '세진전기'였다. 문을 연 상태였고 아마 이 중에서 내가 원하는 전압과 용량에 딱 맞는 아담한(?) 전원 트랜스를 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쇼핑에 그렇게 큰 돈을 들인 것도 아니고, 사장님이 타 주시는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도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었다.

예쁘게 케이스를 만들어서 모든 테스트가 끝난 앰프의 부품을 실장하여 넣고 뚜껑을 닫는 일이 과연 올까? 이날 구입한 트랜스의 크기를 생각하면 작고 아담한 앰프로 완성되기는 이제 틀렸다. 나날이 이어지는 테스트의 연속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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